말을 마친 강한서는 회의실에서 벗어났다.직원들은 믿기지 않는 현실에 서로 눈빛 교환하고 있었고 이내 민경하에게 물었다.“민 실장님, 도대체 어떤 천사가 우리 대표님을 저렇게 만드신 거죠? 천사님 정보 좀 알려주세요.” 민경하는 직원들을 쓱 한번 쳐다보더니 목소리를 가다듬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비밀입니다.”‘사모님 라인은 내가 먼저 탈 거야.’회사에서 벗어난 강한서는 민경하에게 지시를 내렸다.“한세 한식당에 연락해서 각종 요리들을 만들어 오라고 하세요.”강한서는 다시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을 보탰다.“느끼한 요리는 빼주시라고 해주세요. 현진이는 내일도 연습해야 하거든요.”“알겠습니다.”민경하는 바로 한세 한식당의 사장님에게 연락을 넣었다.사실 지금, 이 시각은 한세 한식당도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다. 심지어 한세 한식당의 자리도 예약하기 어려웠고 배달도 하지 않았다.물론, 누가 배달을 원하는지에 따라 달랐다.강한서가 배달을 원하면 그들은 아무리 영업이 끝난 깊은 밤이라도 바로 주방장을 깨워 요리시킬 것이었다.강한서가 탄 차는 곧바로 유현진이 합숙 훈련을 하는 장소에 도착했다.강한서는 휴대폰을 꺼내 들고 그녀에게 2000만 원을 계좌 이체하였다.「내려와.」마침 일어나 물을 마시고 있었다. 그녀는 침대로 돌아가 휴대폰에 뜬 계좌이체 문자를 보고 하마터면 입안의 물을 뿜어낼 뻔하였다.그녀는 강한서에게 100원을 계좌 이체하였다.「?」강한서는 다시 2000만 원을 그녀에게 돌려보냈다.「안 받으면 내가 들어갈 거야.」유현진의 입가가 파르르 떨려왔다.그녀는 또다시 100원을 계좌 이체하였다.「밤중에 또 왜 난리야?」강한서는 계속 2000만 원을 그녀에게 보냈다.「3분 줄게.」유현진의 눈이 점점 커지더니 이내 다시 또 100원을 보냈다.「미친놈!」강한서는 또 그녀에게 같은 금액을 보냈다.「10초 남았어.」‘젠장!’유현진은 침대에서 몸을 확 일으키더니 쿵 소리가 났다. 2층 침대에 누워있던 그녀는 천장에 머리를 박
유현진이 숙소에서 나올 때 경비 아저씨가 그녀를 붙잡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경비 아저씨는 자리에 없었고 그녀도 수월하게 나올 수 있었다.그녀가 막 대문에서 벗어나자 멀지 않은 곳에서 깜빡이를 켜고 있는 차량을 발견했다.곧이어 그 차량은 천천히 그녀의 앞까지 왔고 차창이 열리면서 강한서의 얼굴이 보였다.“타.”유현진은 움직이지 않았다.“난 그냥 나와서 너한테 말만 하려고 했을 뿐이야. 얼른 돌아가! 여기까지 와서 방해하지 말고!”강한서는 민경하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러자 민경하는 바로 빠방 소리를 냈다.소리는 아주 컸고 텅 빈 도로에 크게 울려 퍼졌다.경비실에 있던 아저씨도 얼른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큰 소리로 물었다.“뭐 하는 거예요! 왜 아직도 숙소로 안 돌아가는 거예요!”경비 아저씨는 이내 손전등을 들고 유현진 쪽으로 비췄다. 유현진은 창피함에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민경하는 얼른 차 문을 잠갔다.한편, 그들과 멀지 않은 곳에서 방이진이 휴대폰을 들고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그래, 우리한테는 깨끗한 척 굴더니, 너도 다를 바 없구나? 한밤중에 몰래 남자 만나러 달려오고 말이야!’그녀는 벤츠 차량을 연속 몇 장이나 찍었다. 원래 그녀는 차량 번호를 찍고 싶었지만 차가 이내 시동을 걸고 떠나는 바람에 찍지 못했다.유현진은 차 안에서 강한서를 노려보고 있었다.“도대체 이 밤중에 또 왜 난리인 거야?”강한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녀에게 점점 다가갔다.깜짝 놀란 유현진은 서둘러 밀어내려고 했지만, 알고 보니 강한서는 그녀에게 안전벨트를 채워주려는 것이었고 이내 민경하에게 말했다.“출발해요.”정신을 차린 유현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내일 아침 점호한단 말이야. 지금 도대체 어디 가려는 건데?”강한서가 말했다.“지난번에 식사도 제대로 못 한 것 같아서. 오늘 같이 다시 먹으려고. 안 그러면 계속 생각날 것 같아.”유현진은 눈썹을 치켜떴다.‘이 자식 설마 내가 저번에 집 밖으로 쫓아냈다고 이러는 거야?
사실 그녀는 그때 이미 화가 풀린 상태였다. 하지만 주민등록증을 집에 두고 나갔던 강민서가 돌아오고 그녀를 비꼬자 순간 욱한 마음이 들어 그녀는 자기 힘으로도 살 수 있다며 받지 않았었다.그리고 강민서는 그 선물 상자를 가져갔다. 그랬기에 그녀는 선물 상자 안에 뭐가 들어있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그녀의 기억력은 그리 좋지 않은 편이었다.유현진은 멋쩍은 듯 아랫입술을 깨물며 얼른 다른 일을 생각해 내려 애를 썼다.“아, 그래. 내가 실수로 네 포크로 화분에 꽃 심었을 때 내가 바로 새것으로 사줬는데 네가 아무 말도 없이 버렸잖아.”포크 얘기가 나오자 강한서는 혀끝이 아파지기 시작했다.“그건 네가 할 말은 아니지. 네가 싸구려 포크를 사 오는 바람에 내 혀끝에서 피가 났었잖아. 그건 기억 안 나?”유현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찔린 구석이 있던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내건 괜찮던데.”강한서는 코웃음을 쳤다.“네 몫까지 내가 피를 흘렸으니까.”“...”“그, 그러면 아가씨가 예전에 우리 집으로 왔을 때, 난 너랑 같이 식구들과 식사하러 가려고 했었어. 그런데 넌 돌아오는 길에 날 길에다 버렸잖아. 내가 고작 이혼하자고 했다고 날 길에다 버렸잖아!”유현진은 말하면 말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날 그녀는 비를 맞으며 집으로 돌아갔었다!강한서는 멈칫하더니 이내 그녀를 흘겨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현진은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할 말 없지? 넌 그냥 무조건 복수하는 사람인 거야!”“사모님.”민경하가 헛기침을 하면서 말했다.“사실 그날, 대표님께서는 사모님께 기사님을 불러주셨습니다. 하지만 사모님께서는 가방을 꼭 안으면서 혹시라도 운전 기사님이 사모님의 가방이라도 가져갈까 봐 타지 않으려고 했었습니다.”유현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날, 강한서는 그녀의 가방도 그녀와 함께 길가에 버리자마자 민경하에게 연락해 운전기사를 보내 그녀를 데려다주라고 지시했었다. 하지만 유현진은 6억 원의 가방을 꼭 끌어안으면서 혹여
캠핑카에 들어선 유현진은 깜짝 놀랐다.안에는 맛있는 음식들이 한 상 가득 차려져 있었다. 테이블 중간엔 심지어 촛대도 있었고 촛대 옆 흰색 꽃병엔 흰색 장미꽃들이 꽂혀 있었다. 유현진은 마치 토할 듯한 제스처를 보였다.“으엑, 너무 촌스러워. 누가 이런 촛대도 준비한 거야?”강한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현진은 고개를 돌려 강한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입을 벙긋거리며 뭐라 말하고 싶었지만, 그녀의 배가 먼저 꼬르륵 소리를 내었다.강한서는 그녀를 흘끗 쳐다보면서 말했다.“너의 배가 입보다 더 성실한 것 같군.”유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자신의 머리커락을 한 움큼 잡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이 그녀는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녀는 강한서와 오랜 시간 동안 알고 지냈고 심지어 그녀는 강한서에게 로맨스 세포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었다.강한서의 어느 생일날, 그녀는 강한서에게 서프라이즈를 해줄 생각으로 버니걸 세트를 샀었다.당시 그녀는 이미 바니걸 세트를 이미 갈아입은 상태였지만 강한서는 오히려 그녀가 입은 옷이 토끼를 모티브로 한 옷인가, 아니면 여우를 모티브로한 옷인가를 연구하기 시작했었다.그녀가 머리 위에 하고 있던 동물 귀 모양의 머리띠가 너무 짧았기 때문에 강한서는 여우걸 세트가 아니냐고 물었었다.유현진은 그야말로 어이가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옷에 달린 꼬리만 보아도 여우가 아닌 버니걸 세트라고 말했다.그러자 그는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인터넷에서 대량의 자료들을 찾아 그녀의 앞에 내밀면서 아무리 봐도 그 귀는 여우 귀라고 말했다.그리고 엉덩이에 달린 꼬리가 왜 토끼 꼬리인지는 아마도 업체에서 잘못 보내준 것이라고 판단했다.증거들을 잔뜩 내민 강한서의 추측이 맞았고 옷과 머리띠는 확실히 한 세트가 아니었다.하지만!누가 그 상황에서 아이패드를 끌어안고 도대체 버니걸인가, 여우걸인가 연구를 하겠는가?강한서는 원래부터 로맨스가 체질이 아닌 사람이었다. 강한서와 전생과 현생에 관해
하지만 항상 그를 피할 수는 없었다.이런 이유로 머릿속이 복잡했던 유현진은 끊임없이 음식을 입속에 넣었다.강한서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갑자기 수저를 내려놓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만 먹어.”유현진은 순간 어안이 벙벙하였다. 그녀는 입속의 음식을 꿀꺽 삼키고 말했다.“네가 마음대로 준비해 놓고, 이젠 나보고 그만 먹으라고?”강한서는 보리차를 그녀에게 따라주면서 말했다.“넌 이미 많이 먹었잖아. 더 먹으면 이따 잠들기 힘들 거야.”강한서는 잠깐 침묵하더니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너 지금 나랑 대화하기 싫어서 일부러 꾸역꾸역 먹고 있는 거잖아.”유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렇게 티가 나?’식탁만 내려다보고 있던 그녀는 아무 말도 없이 그저 컵을 들고 차를 마셨다.사실 그녀는 이미 배가 부른 상태였다. 만약 강한서가 그녀를 말리지 않았다면 그녀는 아마 체하게 될 것이었다. “현진아.”강한서는 낮게 깔린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고 미련 가득한 어투로 말했다.“나랑 송민영 씨는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야. 내가 그 여자를 띄워주고 있는 건 그 여자가 나한테 아주 중요한 사람을 도와줄 수 있어서야. 그리고 난 나중에 너에게 그 사람을 소개 해줄 생각이었어.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이미 그 일에 연루된 사람이 너무나도 많아서 너까지 연루되게 하고 싶지 않아.”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손등을 천천히 어루만졌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들고 입가에 가져다 대더니 이내 살짝 손등 키스를 하였고 아주 다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남편으로서 내가 많이 부족하다는 거 나도 알아. 하지만 나도 누군가의 남편은 처음이었어. 내 인생에서도 아마 좋은 경험이 될 거고… 나도 좋은 남편으로 참고할 만한 좋은 자료를 찾지 못했어. 그러니까 나 한 번만 용서해 주면 안 돼? 난… 너랑 헤어지고 싶지 않아.”유현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그 순간, 그녀는 너무나도 울고 싶었지만 그녀는 꾹 참았다.그녀와 강한서의 사이는 이미 용서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
강한서의 입술이 파르르 떨려왔고 눈시울도 붉어져 있었다.유현진은 마치 모래 같았다. 그가 손에 쥐려고 하면 할수록 그녀는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후로 처음으로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고 불안하고, 또 무서웠다.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할머니께 너도 물어봤잖아. 할머니께서도 신경 안 쓰셔.”유현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내가 그냥 떠본 거였잖아. 할머니께서도 진짜라고 생각하지 않고 계셨을 거야. 너도 생각해 봐. 너의 가문에서는 절대 아이가 없을 수는 없어. 너도 잘 알고 있잖아. 다른 사람들도 널 이상한 눈빛으로 보게 될 거라는걸.”강한서는 그녀를 지긋이 쳐다보더니 한참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넌 처음부터 끝까지 할머니께서 어떻게 생각할지만 말하고 있잖아. 누가 어떻게 생각하든 뭐가 중요해? 그럼 넌? 넌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건데?”“그래, 네 말이 맞아. 난 할머니께서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가 중요해. 하지만 난, 나랑 평생을 같이 살아갈 사람은 너야. 그래서 네 대답이 제일 중요해. 아이는 나한테 중요하지 않아. 네가 갖고 싶다면 나도 같이 병원에서 노력해 볼 수도 있어. 네가 낳는 걸 원치 않으면 입양해도 돼. 네가 복수하고 싶다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난 그냥 네 생각이 궁금해. 나랑 앞으로 평생 함께 있어 줄래?”민경하는 캠핑카 밖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대표님도 참… 뭐, 그래도 진보는 있네. 적어도 핵심을 파악했으니까.’아이가 있든 말든 자신의 아내보다 중요한 건 없었다.강한서의 말에 유현진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강한서는 부족한 점이 아주 많은 사람이었다. 세심하지 못하고, 다정하지도 못하다. 심지어 직설적으로 말하는 탓에 아무리 좋은 짓을 해도 말 한마디 때문에 망치기 일쑤였다.하지만 그에게도 많은 장점이 있었다. 강민서가 그녀를 괴롭히면 그는 남몰래 뒤에서 꼭 복수를 해줬다. 비록 그녀는 아주 나중에 알게 되겠지만. 그는 자신이 유현진
강한서는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물었다. “주강운? 아니면 송민준?”한성우가 유현진에게 자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던 말을 떠올린 강한서는 온몸이 굳어졌다. “설마, 한성우?”유현진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그녀 곁에 있는 모든 남자를 다 의심하려고 이러는 걸까?“대체 누구야?”유현진을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그걸 묻는 게 의미가 있어? 그게 누구든, 너는 아닐 텐데.”“내가 그 사람보다 못한 게 뭔지는 알아야 할 거 아냐.”강한서가 고집스럽게 말했다. “대체 왜 그 사람은 되고 나는 안 되는 건데.”유현진이 짜증을 내며 머리를 흩트렸다. 강한서는 왜 상식선에서 행동하지 않을까?그의 성격에, 자존심을 내려놓고 이런 말들을 하다 거절을 당했으니, 원래대로라면 화를 내며 나갔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왜 그녀에게 그게 누군지 따지고 있는 걸까?강한서는 유현진의 표정을 살피더니 말했다. “송민준이지. 네가 나랑 이혼하자마자 송민준이 너랑 계약했어. 그리고 너랑 관계되는 모든 일에 끼어들지 말라고 했고. 너랑 내가 재결합이라도 할까 봐 그러는 거지?"유현진: …강한서의 상상력은 과하게 풍부했다. 어딜 봐서 송민준이 유현진을 좋아한다는 말인가?하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송민준을 방패로 쓰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인 것 같았다. 유현진이 대답했다. “맞아. 송 대표님은 성격도 좋으시고, 어려운 사람을 도울 줄도 아셔. 내가 제일 힘들 때 날 도와주셨고. 게다가 잘생겼잖아. 여자라면 누구든 흔들려.”그녀의 말에 강한서의 얼굴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거짓말! 그건 네 스타일이 아니잖아!”“내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내가 몰라?”유현진이 짜증을 내며 말했다. “넌 나랑 이렇게 오래 지냈으면서, 아직도 몰라? 나 원래 잘생긴 사람 좋아해. 그때 내가 널 선택했던 것처럼.”강한서의 눈빛에 우울함이 가득 찼다. 그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럼 지금 당장 송민준에게 전화해서 말해. 네가 송민준 좋아한다고.”강한서의 말에
유현진의 귀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강한서의 손을 쳐내며 말했다. “내가 동의했어? 강한서, 너 지금 이런 행동, 뭐라고 하는 줄 알아? 이런 걸 질척댄다고 하는 거야.”강한서의 눈초리가 파르르 떨렸다. 유현진은 이 정도면 강한서가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겠다고 판단해 자리를 뜨려는데, 강한서가 진지한 목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이를 악물고 말했다. “거짓말쟁이!”유현진: ???“내가 무슨 거짓말을 해?”강한서의 눈빛이 이글이글 불탔다. “역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네.”유현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뭘?”‘뭐야, 쌩뚱맞게.’강한서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네가 나한테 한 말은, 하나도 진심이 아니었던 거야?”강한서는 잔뜩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어 유현진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유현진은 도무지 강한서가 무슨 얘기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뭐라고 했었는데?”강한서가 이를 꽉 깨물며 말했다. “만약 어느 날엔가 네가 날 밀어내면, 나더러 너한테 질척거리라며. 그러면 네가 마음이 아파서 나 못 밀어낸다며. 그러더니, 이제는 질척거리지도 말라고?”유현진: ...‘그게 언제 적 일이야? 왜 전혀 기억이 안 나는 거지?’기억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다. 강한서가 뱉은 대사는 어쩐지 귀에 익었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한참을 생각하던 유현진은 드디어 새록새록 기억이 떠올랐다. 한 번 그랬던 적이 있었던 것도 같았다. 그녀가 어떤 드라마를 보던 때였을 것이다. 그 드라마는 새드엔딩으로 마무리되었다.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은 서로 사랑했지만 각자의 집안과 꿈 때문에 결국 헤어졌다. 유현진은 숨이 넘어갈 정도로 통곡하며 드라마를 봤었다. 남자 주인공이 못났다고 생각했다가, 또 어떨 때는 여자 주인공이 못났다고 생각하면서.서로 사랑하는 데 왜 함께하지 못할까? 누구 한 명이라도 끈질기게 다가가 본다면 될 텐데. 왜 그렇게 쉽게 끝낼까?그녀가 하도 큰 소리로 통곡하니 옆에서 자고 있던 강한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