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육볶음은 안 돼. 최근에 돼지고기 가격이 많이 비싸졌거든. 먹고 싶으면 고기 살 돈 주던가.”한성우는 순간 어이가 없었다.그는 눈썹을 치켜뜨면서 말했다.“조준 씨에게 해주는 요리는 돈 받았냐?”“너랑 조 선생님이랑 같아?”차미주는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조 선생님은 미래의 내 남편이 될 사람이야. 그러니까 내 돈으로 사서 요리해 주는 거지. 근데 넌 뭐냐? 넌 내 처음을 빼앗아 간 색마야! 내가 너를 용서해 준 것만으로도 고맙게 여겨. 감히 조 선생님이랑 비교해?”“지금 마트 가면 품질 좋은 흑돼지는 1kg에 7만 원이나 해. 게다가 넌 많이 먹잖아. 그럼, 대충 사도 2kg은 사야 하잖아. 거기에 각종 양념과 조리비, 가스비까지 합하면 대충 40만 원 받을게.”한성우의 입가가 떨려왔다.‘2kg이라고? 내가 돼지인 줄 아나!’그는 손을 들어 지갑을 꺼내더니 차미주의 품에 휙 던졌다.“알아서 가져가.”차미주는 곧바로 그의 지갑을 열고 안에서 40만 원을 빼갔다. 그녀가 지갑을 닫으려던 순간 오래된 사진 한 장을 발견하였다.사진 속에는 어떤 할아버지가 나무 의자에 앉아있었고 그 옆에는 대략 9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서 있었다.사진 속 두 사람 뒤에는 아주 귤나무들이 가득했고 사진 속 먼 곳에 있는 귤나무 밑엔 통통한 아이가 앉아있었다. 카메라와 꽤 먼 거리에서 찍힌 탓에 아이의 얼굴도 잘 보이지 않았고 아이가 여자아이인지 남자아이인지도 알아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사진 속 할아버지 옆에 서 있는 남자아이는 한눈에 봐도 한성우의 어린 시절 모습이었다.살짝 미소를 짓고 있는 그의 모습은 여우 같았다.“사진을 보니 어릴 땐 꽤 귀여웠네.”차미주가 사진 속 그의 모습을 보며 말했다.그녀의 말에 한성우는 입꼬리를 올렸다.“난 말이야, 학창 시절에 얼굴로 인기 꽤 많았었지. 알아?”만약 한주시로 전학을 오지 않았다면 그 인기는 영원했을 것이다.한주 시로 온 후 잘생긴 강한서와 주강운 덕분에 그의 얼굴은 그다지 잘생겨 보이지
백혜주는 길을 건너자마자 다시 선글라스를 꼈다.그리고 그녀는 주위를 살피더니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병원으로 들어갔다.차미주는 바로 백혜주의 옆에 서 있었다. 검은색 뿔테안경에 머리를 푼 그녀는 전체적으로 보면 마치 고등학생 같아 보였기에 백혜주도 당연히 그녀를 눈치채지 못했다.백혜주는 원래부터 차미주와 별로 마주친 적이 없었다.하지만 차미주와 유현진은 아주 절친한 사이였기에 차미주는 이미 백혜주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해 두고 있었다.백혜주는 병원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산부인과를 찾았다.차미주도 그녀를 따라 산부인과로 향했다.그녀를 따라 엘리베이터 타는 순간까지도 차미주의 머릿속엔 물음표들로 가득 찼다.‘뭐야, 설마 임신이라도 한 거야?’차미주는 유상수의 나이와 허약해진 모습을 떠올리며 전혀 그럴 능력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요컨대 강한서도 아직 유현진을 임신시키지 못했으니까.그녀는 절대 유상수가 임신시켰을 거라고 믿지 않았다.백혜주는 자신과 같은 층을 누르는 차미주를 힐끔 바라봤다.차미주는 일부러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휴대폰을 들고 누군가와 통화하는 척하였다.“응, 자기야. 나 병원에 도착했어. 응, 지금 엘리베이터 탔어. 사람 엄청 많은 거 있지. 이럴 줄 알았으면 예약이라도 하고 올 걸 그랬어. 응응... 알았어. 그럼, 일찍 와야 해.”백혜주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차미주는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이 몇 년 동안 드라마 스태프들을 따라다니며 능구렁이들 속에서 다른 건 몰라도 사람을 속이는 재주는 많이 배운 것 같았다.그녀의 연기는 전문가가 보기엔 아주 어색해 보일지 몰라도 일반인들을 속이기엔 딱 적합하였다.산부인과에 온 사람은 아주 많았다. 복도에도 임산부들이 잔뜩 줄을 서고 있었고 혼자 온 사람도 있었고 남편과 같이 온 사람도 있었다.그녀는 백혜주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순간 옆에 있던 임산부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검진하러 오셨어요?”“네? 아, 네.”차
그 여자는 포기하지 않고 말했다.“그러면 지금 연락해서 물어보는 건 어때요? 최근에 할인 행사하거든요. 그쪽이 선해 보이니까 제가 이렇게 알려드리는 거예요. 며칠 후면, 이 가격에 가입 못 한다니까요.”차미주는 백혜주가 있는 곳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녀는 시선이 마주친 느낌에 바로 고개를 홱 돌렸다.바로 이때, 그녀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그녀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한성우였다. 곧 들킬 것 같은 예감에 차미주는 얼른 전화를 받아 상황을 무마시키려고 했다.전화를 받고 한성우가 입을 떼기도 전에 차미주가 말했다.“어, 자기야. 나 지금 7층 산부인과에 있지. 그냥 올라와. 나 지금 여기서 대기하고 있어. 아니 근데, 어떤 분이 지금 나한테 보험 가입하겠는지 물어보더라고. 들어보니 꽤 괜찮은 것 같아서 그러는데 자기도 얼른 와서 들어 봐 봐.”한성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도둑아, 지금 뭐 하냐?”차미주는 그런 그를 무시하고 계속 이어서 말했다.“그럼 빨리 와. 나 먼저 끊을게.”한성우는 그녀가 뜬금없이 뭘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일단 다시 병원으로 돌아와 7층으로 왔다.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마자 차미주가 임산부들 속에서 대기 번호를 들고 앉아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그를 발견한 차미주는 “자기야”라고 부르면서 그에게 쪼르르 달려가 그의 팔에 팔짱을 꼈다. 그리고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방금 내 옆에 앉아있던 그 여자가 유상수의 불륜녀야. 몰래 산부인과 온 것 같길래 내가 일단 따라왔어. 아직 날 알아보지 못한 것 같아. 그러니까 일단 날 좀 도와줘.”한성우는 빠르게 백혜주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는 이내 다시 차미주를 보면서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았다.“여보, 잠깐 안 봤다고 내가 그렇게 그리웠어?”차미주의 입가가 떨려왔다.‘제대로 안 하냐?’“응, 엄청나게 보고 싶었어.”차미주는 거의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보험을 소개해 주던 사람은 한성우를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백혜주가 들어가자마자 차미주는 한성우를 밀어냈다.“뭐야, 왜 찜질방에 들어간 것처럼 이렇게 더워?”한성우는 그녀를 흘겨보며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날이 이렇게나 더운데 너라면 안 덥겠냐?”사실 그리 더운 건 아니었다. 같이 안고 있으니 시원하고 마치 푸딩을 안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차미주는 의자 위에 있던 전단지를 들더니 부채질하면서 말했다.“저 불륜녀 말이야. 대충 40대는 된 것 같지 않아? 현진이 아빠는 50대 초반이란 말이야. 정말 임신했을까?”“며칠 전 뉴스에선 60세에 산모가 된 여성도 있다고 했는데 40대라고 안 될 건 없지.”한성우는 차미주 손에 든 전단지를 뺏어 들고 부채질하기 시작했다. 그는 차미주의 오른쪽에 앉아있었고 게다가 남자의 힘은 여자보다 더 세기에 그가 부채질할 때마다 차미주의 얼굴에도 바람이 불어 아주 시원하였다.“아니지. 분명 뭔가 있는 것 같아. 만약 정말로 임신했다면 그 사람은 아주 기뻐했을 거야. 그런데 저 여자가 굳이 왜 몰래 병원에 온 것 같아? 그건 아마... 아마 다른 사람의 아이를 임신했을 때겠지!”만약 정말로 그런 것이라면, 그녀가 백혜주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유상수 앞에서 밝히기만 해도 굳이 그 두 사람이 헤어지지 않을 걱정은 안 해도 되는 것이 아닌가!그렇게 되면 아마 서로 물고 뜯으며 싸우게 될 것이고 어쩌면 뜻밖의 사실도 알게 될 수 있을 것이다.한성우는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이 머리에 상상력 하나는 풍부하네. 불륜녀가 또 다른 불륜을 저지른다고?”차미주는 그의 손을 쳐내면서 말했다.“백혜주는 여전히 아름답고 우아하고 손에 돈도 많은데 정말 현진이 아빠 한 명으로 만족할 것 같아 보여?”한성우가 웃으면서 말했다.“넌 이런 묘사를 어디서 배워? 평소에 하도 거칠게 말하길래 난 네가 문맹인 줄 알았잖아.”차미주가 입꼬리를 씰룩이며 말했다.“나와 현진이는 동창이기도 해. 너 설마 정말로 내가 태주대에서 대충 공부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말
차미주가 그제야 그에게 물었다.“어때, 백여우 임신 맞아?”한성우는 아직도 손에 든 검사 결과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생각하고 있었다.‘딱 한 번이었는데 임신했다고?’차미주의 물음에 그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응, 임신이더라.”“젠장, 내가 그럴 줄 알았어! 나 심지어 방금 고통 없는 유산 광고 전단지를 가져가는 것까지 다 봤다니까! 누가 임신했다고 이런 걸 가져가. 백여우의 배 속에 있는 아이는 분명 현진이 아빠의 아이가 아닐 거야!”한성우는 그 순간까지도 백혜주의 배 속의 아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었고 그는 계속 차미주의 배 속에 있는 아이가 자신의 아이인지 아닌지 의심하고 있었다.한성우는 그렇게 한참 생각에 빠졌고 차에 타려고 할 때 그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아이... 어떻게 할 생각이야?”“뭐?”“내가 먼저 말할게. 난 일단 결혼할 생각은 없어. 아이도 그렇게 갖고 싶은 것도 아니야. 하지만 네가 낳겠다고 하면 나도 아이를 지우라고 하지는 않을 거야. 아이는 네가 낳고 네가 키워, 내가 양육비는 꼬박꼬박 잘 챙겨줄 테니까. 네가 키우기 싫다면 내가 키울게.”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던 차미주의 표정이 점차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지금 내가 자기 아이를 가졌다고 생각하는 거야?’‘그래서 지금 이렇게 진지한 얼굴로 아이를 어떻게 처리할 건지 말하고 있는 거야?’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모습에 한성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차미주는 이를 콱 깨물며 말했다.“난 앞으로 널 갈아버릴 생각이야. 갈아서 변기에 버릴 거야!”“누가 너 같은 개자식의 아이를 가졌대? 그건 내가 다른 사람의 소변을 훔친 거라고!”그는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말했다.“너 임신 아니야?”“누가 임신이야! 나 어제 생리 금방 끝났어!”차미주가 그를 노려보면서 말했다.“미친놈!”한성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시동을 건지 얼마 지나지 않아 차미주가 무언가 생각난 듯 말했다.“이따
한참을 운전하던 한성우가 갑자기 물었다.“근데 현진 씨 어머님께선 이미 돌아가셨잖아. 그리고 현진 씨도 더 이상 유상수 씨의 딸도 아닌데 이걸 조사해서 뭐 하게?”유현진은 유씨 가문의 재산을 두고 분쟁을 벌일 인물 같아 보이지 않았다. 요컨대 그녀는 강한서가 주겠다던 위자료도 받지 않았던 사람이니 어찌 유씨 가문의 재산을 탐내겠는가.유현진과 유상수는 더 이상 부녀 사이가 아니었고 심지어 이 기회에 가족의 연마저 깔끔하게 끊어낼 수 있는데 굳이 왜 다시 유씨 가문을 물고 늘어지려 하는지 그는 이해되지 않았다.차미주가 입을 열었다.“사람이 죽었다고 복수하지 말란 법 있어? 그 두 사람은 함께 어머님의 교통사고를 사주하고 식물인간으로 만들었어. 어머님은 그 두 사람 때문에 7년 동안 식물인간으로 버티시다가 결국 돌아가셨지. 근데 왜 그 두 사람이 잘 살게 놔둬야 해? 이건 공평하지 않잖아?”한성우는 순간 깜짝 놀랐다.“현진 씨 어머님이 사고 나신 게 유상수 씨가 사주한 거라고?”“그럼? 어머님께서는 이미 유상수를 알몸으로 쫓아낼 준비를 하고 계셨어. 근데 교통사고가 나버렸지. 어머님이 사고를 당하면 제일 큰 이익을 볼 사람은 누구겠어? 그것만으로도 유상수가 용의자일 가능성이 아주 커!’“왜 신고하지 않은 거야?”“현진이가 경찰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친구한테 물어봤거든. 근데 사고 차량은 이미 그때 처리가 되었다더라. 직접적인 증거를 찾아서 사건을 뒤집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래. 그래서 현진이가 탐정 사무소를 찾아갔거든? 근데 탐정이 말하길 유상수와 백여우 사이를 이간질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 두 사람의 관계를 와해시키라고 하더라. 그럼 어쩌면 뜻밖의 중요한 정보를 알게 될 수도 있대.”차미주는 순간 멈칫거렸다.“이거 다른 사람들한테는 비밀이야. 누구한테도 말하지 마. 안 그러면 널 지금 당장 죽여버릴 거야!”한성우는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난 입 무거운 남자야.”차미주를 회사로 데려다준 후 한성우는 강한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뜻이 있는 자, 반드시 이룬다.”그는 이 한마디 좌우명을 갖고 일 년 동안 미친 듯이 한성의 설립 과정, 회사의 히스토리와 현재 상품의 특점과 판매 현황 등을 포함한 모든 자료를 수집했다. 그다음 해 신입사원을 모집할 때, 그는 다시 입사 면접에 도전했고 일사천리로 면접을 통과했다. 마지막 면접은 바로 강한서와의 일대일 면접이었다. 민경하는 이제껏 그런 긴장감을 느껴 본 적이 없었다. 간단하게 몇 가지 질문을 한 강한서는 바로 그를 통과시켰다. 강한서와 조금 편한 사이가 된 후 민경하는 강한서에게 그때의 일을 언급했다. 그는 감격스러운 말투로 만약 이력서 뒤에 써준 말이 아니었다면 그가 한성에 다시 도전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한서에게 말했다. 강한서가 그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준 것과 다름이 없었다. 민경하의 말에 멈칫하던 강한서가 말했다. “그건 민 실장 능력이었죠.”나중에야 민경하는 매년 면접 후 마지막 라운드까지 진입한 사람의 이력서 뒷면에 글을 써주는 것이 강한서의 습관임을 알게 되었다. 대부분은 응원의 메시지였으나 한성이 워낙 들어가기 어려운 회사였고, 면접을 보러 오는 대부분의 사람 역시 명문대 출신이었으니 면접에 떨어지면 불만들을 늘어놓을 뿐 이력서를 다시 들여다보지 않았다. 강한서는 매년 이력서에 응원의 메시지를 써주었지만 민경하처럼 자존심을 굽히고 다시 도전하는 사람은 아주 적었다고 인사팀의 부장이 알려주었다. 강한서의 업무 스타일은 많은 사람에게 냉정하고 보수적으로 비추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실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업가로 그의 방식은 사실 더 많은 구직자들에게 평등한 기회를 마련해 줄 수 있었다. “꽃 도착했어요?”강한서가 고개를 들고 물었다. 딴생각에 잠겼던 민경하가 그의 말에 다시 정신을 차렸다. ‘음… 그리고 조금은 사랑꾼인 것 같아.’“오늘 받으셨어요.”민경하의 대답에 강한서는 조금 의외라고 생각했다. 며칠 전에는 보낸 꽃을 전부 버렸으니 그럴 만도 했다. “뭐라고 하던가요?”민경하가
이준은 그런 유현진의 태도를 아주 만족했다. 연기력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이준은 생각했다. 오디션 당일, 이준은 빈해시에 신인배우를 캐스팅하러 가야 했다. 때문에 유현진과 함께 오디션장이 갈 수 없었고 어쩔 수 없이 회사의 다른 동료에게 그녀를 데리고 오디션 장소에 가주기를 부탁했다. 원래 매니저였던 진희연은 그녀가 휴식기를 가지는 동안 다른 배우를 케어하러 갔다. 비록 송민준은 유현진을 특별히 신경써줬지만 회사의 내부 규칙도 지켜야 했다. 지금 유현진 정도로는 아직 전담 매니저의 케어를 받을 수는 없었다. 때문에 그녀의 휴식기 동안 진희연이 다른 연예인의 일정을 함께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이준은 그녀에게 동료의 전화번호를 건넸다. 동료의 이름은 서영이었고 그녀는 브랜드 뉴 엔터테인먼트가 킹 엔터에서 스카우트해 온 매니저였다. 예전엔 차미주와 같은 회사에 다녔다. 차미주의 말로는 서영도 굉장히 실력 있는 매니저라고 했다. 많은 유명 연예인을 데리고 있었지만 무슨 이유인지 회사 대표와 사이가 틀어져 다른 매니저에게 일을 인계하고 퇴사했었다. 브랜드 뉴 엔터테인먼트가 설립 후, 그녀는 킹 엔터를 그만두고 이쪽으로 회사를 옮겼다. 그녀는 회사 제일 먼저 계약한 매니저였다. 유현진은 일찍 준비를 마치고 기다렸지만 저녁 6시 40분이 되어도 서영의 전화가 없자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서영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통화연결음이 한참을 울려서야 서영이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전화를 받은 여자의 목소리가 조금은 냉담했다. 유현진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서영 씨, 도착하셨어요?""아뇨, 길이 좀 막혀서요."유현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곳에서 딥블루 클럽까지 가려면 차가 막하지 않아도 삼사십 분은 걸려야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서영은 아직 도착하지도 못했다. 서영이 오기를 기다려 같이 출발한다면 시간을 맞춰 오디션 장소에 도착할 수 있을까?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