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진의 눈가가 떨려왔다.“그럼 난 제일 먼저 너부터 때려죽일 거야!”강한서는 피식 웃어 보이더니 이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 명의로 돌린 그 집은 여기보다 더 커. 사람들을 시켜 청소해 두라고 할 테니까 거기 가서 살아.”유현진은 그를 밀쳐내며 말했다.“나를 스폰해 주려고? 전에 송민영을 스폰해 줬던 것처럼?”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언제 송민영을 스폰해 줬다고 그래?”유현진은 화가 나기 시작했다.“언론사에서 낸 기사를 아직도 모르는 사람 있어? 송민영의 스폰서가 당신이었잖아.”강한서는 눈썹을 꿈틀거리더니 이내 그 기사를 떠올린 듯하였다.그는 여전히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만약 내가 일거리 찾아준 것도 스폰에 속한다면 내가 그 사람의 스폰서가 맞는 거겠지. 하지만 난 절대 돈까지 쥐여주면서 스폰하지 않아. 난 그녀에게 일거리 말고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어.”유현진은 실소를 터뜨렸다.“그럼, 송민영이 도대체 어떻게 당신 아이를 임신한 건데? 무성 생식 기술이야?”강한서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말했다.“내 아이를 임신했다고?”유현진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열어 송민영의 3개월 전 게시물을 보여주었다.그 게시물은 임신 진단서가 찍힌 사진이었다.“송민영 씨가 이 사진을 게시했을 땐 이미 임신 6주였어. 6주 전에 당신은 그녀와 그녀의 별정에서 사진 찍혔지. 비록 그 사진은 너무 흐릿해서 사람을 알아보기는 힘들었지만 난 당신이 먼지가 된다 해도 알아볼 수 있었어!”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그 사진을 빤히 쳐다보았다. 한참을 쳐다보던 그는 이내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열고 송민영의 게시물을 뒤졌다.그러나 그가 그 게시물을 찾으려고 했을 땐 송민영의 게시물이 보이지 않았다.유현진도 그 점을 발견했다.그녀는 심지어 강한서가 송민영의 계정 알림을 꺼버렸다는 것도 발견했다.그녀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하, 지금 나에게만 게시물을 공개한 거야?”강한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현진도 순간 침묵하였다.곧이어 두 사람은
유현진은 살짝 집안을 치우더니 현관으로 달려가 문을 열어 주었다.송민준은 물건들을 바리바리 들고 있었고 그녀가 문을 열어 주자마자 다정한 눈빛으로 말했다.“식사는 하셨어요?”유현진이 답했다.“네, 방금 먹었거든요.”그녀의 시선은 그의 손으로 향했고 뜸을 들이며 말했다.“민준 오빠, 이게 다 ...”송민준은 머뭇거리며 말했다.“이틀 후면 단오잖아요. 그래서 회사에서 준비한 직원 명절 선물 세트에요. 원래는 현진 씨한테 직접 가져가라고 할 생각이었지만 제가 이따가 친구랑 술 약속이 있거든요. 그래서 약속 장소 가는 길에 그냥 가져다주려고 한 거예요.”“이렇게나 많아요?”그녀는 계약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회사를 위해 일전 한 푼도 벌어다 주지 못했고 먼저 회사가 주는 직원 복지부터 받게 되었다.“제가 들게요.”유현진은 손을 뻗어 물건들을 받으려고 했다.송민준은 그런 그녀의 손길을 쓱 피하면서 말했다.“조금 많이 무거워요. 그냥 문이나 열어 주세요. 제가 안까지 들어다 드릴게요.”회사의 보스가 직접 그녀에게 물건을 전해주러 왔으니 유현진은 당연히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녀는 자리를 슬쩍 비키며 말했다.“민준 오빠,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있으면 그냥 저를 불러주시면 돼요. 이렇게 직접 찾아올 필요 없어요.”순간 송민준은 생각했다.‘이런 수고는 아무것도 아닌데, 내가 원해서 오는 건데.’송민준은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그래요, 다음엔 현진 씨에게 연락하죠.”그가 집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한성우와 차미주가 거실의 소파에 앉아 게임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순간 그는 멈칫하더니 이내 경계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주위를 훑어보았다.강한서를 발견하지 못했지만,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커다란 꽃다발은 아주 뜬금없어 보였다.“한 대표가 여긴 어쩐 일이야?”한성우는 전에 자신이 눈여겨보고 있던 연예인을 빼앗아 간 송민준에게 심드렁한 어투로 답했다.“송 대표도 참 직원을 아끼네. 직접 선물 배달까지 해주는 거야? 왜? 밑에 쓸만한 직원은 없
송여우?송민준은 유현진의 안색을 살피더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회사 직원이 계약한 거예요. 저도 몰랐어요.”차미주는 필터를 거치지 않은 말을 그대로 내뱉었다.“송 대표님의 회사도 참 저 개자식의 회사처럼 보는 안목이 없으시네요. 외모도 별로, 연기도 별로, 심지어 업무 능력마저 하나도 없는 송민영과 도대체 왜 계약을 한 거예요?”“도둑아, 송민영은 내가 키워낸 톱스타야. 지금도 송민영은 연예계 또래들 사이에서 톱스타라고. 너 톱스타가 뭔지는 알아? 송민영은 서 있기만 해도 돈을 벌어준다는 거야. 게다가 송민영은 자본가들이 톱스타 자리에 앉힌 게 아니라 사람들이 송민영을 톱스타로 만든 거라고.”“만약 사람들이 송민영 같은 타입을 선호하지 않았다면 내가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톱스타로 만들 수 없어. 우리 회사 매출도 송민영의 인기에 좌지우지해. 송민영이 불법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한 누가 돈을 찍어내는 인쇄기를 마다할 리 있겠냐?”차미주는 이를 갈며 말했다.“그냥 너희 자본가들의 취향이 변한 거야. 너희들의 취향으로 사람들에게 가스라이팅을 하는 거잖아. 그래 놓고 뭐? 대중들의 선택?”한성우는 반박하려 했지만, 그녀의 말도 맞는 말이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차미주의 관점은 대중들 각도에서 한 말이었고, 특히 지나친 유행을 싫어하는 관점에서 한 말이었다. 반대로 그의 관점은 자본가의 각도에서 나온 관점이었기에 그는 더는 차미주와 논쟁을 벌일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는 다시 화제를 돌려 그의 주요 목적인 유현진과 송민준의 사이를 “이간질”하려 했다. “형수님, 바이브 엔터의 문은 언제나 형수님을 향해 활짝 열고 있겠습니다.”순간 송민준의 눈가가 떨려왔고 그는 얼른 한성우의 입을 막아버리고 싶었다.유현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이내 다시 표정을 갈무리하였다.한성우의 말이 맞았다. 자본가들은 돈을 벌어야 했고 아무리 송민영이 사악한 사람이라고 해도 그녀는 현재 돈을 제일 잘 버는 스타 중의 한 명이었다.원래 그녀는 강한서와
그녀는 긴장감에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기 시작했다.한성우와 차미주의 표정엔 변화가 없었고 마치 아무 소리도 못 들은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화장실에 사람 있었어요?”송민준이 물었다.“아... 그게 사실은 배관 수리 기사님이에요.”유현진이 태연한 표정으로 대충 둘러댔다.“화장실 배관에 문제가 생겼더라고요.”‘금방 이사한 집의 배관에 문제가 생겼다고?’송민준은 다시 시선을 돌려 한참 그들을 살펴보더니 입을 열었다.“그럼 전 이만, 먼저 가볼게요.”그는 말하면서 휴대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연락했다.순간 주방 쪽에서 휴대폰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송민준은 주방 식탁 위에 놓인 휴대폰을 보았다.유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화장실에 있던 강한서도 휴대폰이 울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문을 열고 나왔다. 그의 셔츠는 반쯤 풀려있었고 온몸이 젖은 상태로 뒷머리를 만지면서 나왔다.분명 옷을 입고 있었지만 마치 방금 막 샤워를 한 듯한 모습으로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그는 덤덤한 표정으로 송민준에게 말을 걸었다.“송 대표, 웬일이야? 송 대표도 밥 먹으러 왔어?”유현진의 눈동자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셔츠를 반쯤 풀어 헤친 강한서의 모습을 본 한성우는 얼른 차미주의 두 눈을 손으로 가렸다.“그렇게 보는 건 실례야.”순간 욱한 감정이 올라왔던 차미주는 팔꿈치로 그의 복부를 찔렀다.송민준은 입술을 꽉 깨물었고 그는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강운 그룹이 부도라도 났냐? 강 대표는 이젠 배관 수리도 하나 봐?”강한서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설마, 우리 회사는 아직도 잘 나가. 난 그냥 이웃을 도와주러 온 것뿐이어야. 이웃이랑 사이좋게 지내야지, 안 그래?”송민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이웃이라고?”이때 한성우가 손을 들면서 말했다.“여기 있잖아. 내가 바로 902호 이웃이야.”송민준은 강한서와 한성우를 번갈아 보더니 이내 뭔가 깨달은 듯하였다.저 두 사람이 멍청한 박해서를 속인 것이었다.그가 집에 관한 정보를
“그럼 가자.”유현진은 겉옷을 챙겨 들고 문을 열었다.드물게 눈치를 보고 있던 강한서가 낮게 말했다.“내가 들게.”유현진은 겉옷을 그에게 건넸다.강한서가 문밖으로 나가자마자 쾅 소리를 내며 유현진은 문을 닫아버렸다.강한서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이게 산책이냐!’강한서는 항상 휴대폰을 몸에 지니고 다녔다. 하지만 만약 이런 상황이 올 줄 알았다면 그는 분명 일부러 거실에 놔뒀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그의 얕은수에 넘어갈 바보가 아니었다.6월 20일, “봄의 연인” 그녀의 촬영 부분은 대부분 끝이 났다.차이현이 드라마 스태프들과 함께 유현진에게 작은 송별회를 준비해 줬다.그녀의 첫 작품도 이렇게 막을 내렸다.드라마 스태프들과 작별하게 된 그날, 그녀는 사실 아주 아쉬워했었다.차이현은 정직한 사람이었고 스태프들을 이끄는 능력이 아주 강했다. 드라마를 찍는 동안 사건 사고 하나 없었고 배우들도 모두 자신의 촬영에 열중하여 다들 화기애애하게 지냈었다.진희연의 말처럼 그녀는 운이 아주 좋았다. 첫 작품부터 차이현의 작품을 찍게 되었으니 아주 순조롭게 촬영을 끝마칠 수 있었다.사회 경험이 많지 않았던 유현진은 당시 진희연의 운이 좋았다는 말에 그저 웃어넘겼었다.드라마가 종연된 후, 회사는 그녀에게 며칠간 휴가를 내주었고 곧 다음 작품이 있으니 쉬면서 컨디션 조절을 하라고 했다.유현진은 그렇게 한가해지기 시작했다.반대로 차미주는 아주 바빠졌다.평일엔 출근하느라 바빴기에 그녀는 주말이나 휴일에만 요리하였다.하지만 최근엔 그녀가 요리하는 회차가 많이 늘어났다.유현진은 주방에서 바삐 움직이는 차미주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너 요즘 안 바빠?”차미주는 고기에 양념을 바르면서 말했다.“괜찮아, 그냥 평소랑 똑같지 뭐.”“그럼 매일 퇴근하고 와서 요리하는 건 힘들지 않아?”차미주는 고개를 돌리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거 조 선생님께 만들어 주는 거야.”순간 유현진의 머릿속엔 물음표들로 가득 찼다.“며칠 전에 내가 재검사
한성우가 태연하게 말했다.“당연히 조준 씨가 알려줬지. 넌 번마다 날 못 보게 하잖아. 네가 뭘 만들었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조준이 알려줬다는 말에 차미주는 얼른 귀를 기울였다.“조 선생님께서 또 다른 말씀 안 하셨어?”한성우가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별다른 말은 없었어. 그냥 단 것 싫어한다고 했지. 아참, 그리고 매운 것도 별로 안 좋아한다고 했어.”그의 말을 들은 차미주는 바로 시무룩해졌다.“일찍이 좀 말해주지. 나 오늘 고기반찬 했는데 그거 좀 맵단 말이야.”‘고기반찬?’순간 한성우의 눈이 반짝거렸고 이내 목소리를 가다듬으면서 말했다.“조금 매운 건 괜찮대. 약간 매운 건 입맛을 돌게 하잖아.”차미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며칠 동안 나 대신 도시락 전해주면서 도시락에 대한 조 선생님의 평가는 어때? 맛있대? 얼른 좀 말해봐. 그래야 나도 입맛에 따라 고칠 거 아냐.”한성우는 그녀의 진지한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살짝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그가 강한서를 도와 902호의 입주자가 된 것은 순전히 유현진의 동태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주요한 목적은 송민준의 동태를 살펴보는 것이었기에 그는 902호에 입주하게 되었다.며칠 전 그는 퇴근할 때 차미주가 식재료들을 바리바리 사 들고 집으로 뛰어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지난번 차미주의 요리 실력을 맛보게 된 후 그는 계속 그 맛을 그리워하고 있었다.강한서가 최근에 회사 일로 아주 바빠 이곳으로 올 수 없었기에 그는 줄곧 그녀의 집으로 가서 밥을 얻어먹지 못하고 있었다.그래서 식재료들을 들고 있는 차미주를 목격하자마자 그는 얼른 따라가 선뜻 먼저 짐들을 들어주겠다고 했었다.차미주는 원래부터 그를 아주 경계하고 있었다. 손도 못 대게 하는 그녀에 그는 옆에서 말로 그녀를 꼬드겼다.차미주는 비록 말은 심하게 했지만, 머리가 둔하여 몇 마디 말로 그녀를 꼬드길 수 있었고 그녀가 산 식재료는 모두 조준에게 음식을 만들어 주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한성우
“제육볶음은 안 돼. 최근에 돼지고기 가격이 많이 비싸졌거든. 먹고 싶으면 고기 살 돈 주던가.”한성우는 순간 어이가 없었다.그는 눈썹을 치켜뜨면서 말했다.“조준 씨에게 해주는 요리는 돈 받았냐?”“너랑 조 선생님이랑 같아?”차미주는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조 선생님은 미래의 내 남편이 될 사람이야. 그러니까 내 돈으로 사서 요리해 주는 거지. 근데 넌 뭐냐? 넌 내 처음을 빼앗아 간 색마야! 내가 너를 용서해 준 것만으로도 고맙게 여겨. 감히 조 선생님이랑 비교해?”“지금 마트 가면 품질 좋은 흑돼지는 1kg에 7만 원이나 해. 게다가 넌 많이 먹잖아. 그럼, 대충 사도 2kg은 사야 하잖아. 거기에 각종 양념과 조리비, 가스비까지 합하면 대충 40만 원 받을게.”한성우의 입가가 떨려왔다.‘2kg이라고? 내가 돼지인 줄 아나!’그는 손을 들어 지갑을 꺼내더니 차미주의 품에 휙 던졌다.“알아서 가져가.”차미주는 곧바로 그의 지갑을 열고 안에서 40만 원을 빼갔다. 그녀가 지갑을 닫으려던 순간 오래된 사진 한 장을 발견하였다.사진 속에는 어떤 할아버지가 나무 의자에 앉아있었고 그 옆에는 대략 9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서 있었다.사진 속 두 사람 뒤에는 아주 귤나무들이 가득했고 사진 속 먼 곳에 있는 귤나무 밑엔 통통한 아이가 앉아있었다. 카메라와 꽤 먼 거리에서 찍힌 탓에 아이의 얼굴도 잘 보이지 않았고 아이가 여자아이인지 남자아이인지도 알아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사진 속 할아버지 옆에 서 있는 남자아이는 한눈에 봐도 한성우의 어린 시절 모습이었다.살짝 미소를 짓고 있는 그의 모습은 여우 같았다.“사진을 보니 어릴 땐 꽤 귀여웠네.”차미주가 사진 속 그의 모습을 보며 말했다.그녀의 말에 한성우는 입꼬리를 올렸다.“난 말이야, 학창 시절에 얼굴로 인기 꽤 많았었지. 알아?”만약 한주시로 전학을 오지 않았다면 그 인기는 영원했을 것이다.한주 시로 온 후 잘생긴 강한서와 주강운 덕분에 그의 얼굴은 그다지 잘생겨 보이지
백혜주는 길을 건너자마자 다시 선글라스를 꼈다.그리고 그녀는 주위를 살피더니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병원으로 들어갔다.차미주는 바로 백혜주의 옆에 서 있었다. 검은색 뿔테안경에 머리를 푼 그녀는 전체적으로 보면 마치 고등학생 같아 보였기에 백혜주도 당연히 그녀를 눈치채지 못했다.백혜주는 원래부터 차미주와 별로 마주친 적이 없었다.하지만 차미주와 유현진은 아주 절친한 사이였기에 차미주는 이미 백혜주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해 두고 있었다.백혜주는 병원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산부인과를 찾았다.차미주도 그녀를 따라 산부인과로 향했다.그녀를 따라 엘리베이터 타는 순간까지도 차미주의 머릿속엔 물음표들로 가득 찼다.‘뭐야, 설마 임신이라도 한 거야?’차미주는 유상수의 나이와 허약해진 모습을 떠올리며 전혀 그럴 능력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요컨대 강한서도 아직 유현진을 임신시키지 못했으니까.그녀는 절대 유상수가 임신시켰을 거라고 믿지 않았다.백혜주는 자신과 같은 층을 누르는 차미주를 힐끔 바라봤다.차미주는 일부러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휴대폰을 들고 누군가와 통화하는 척하였다.“응, 자기야. 나 병원에 도착했어. 응, 지금 엘리베이터 탔어. 사람 엄청 많은 거 있지. 이럴 줄 알았으면 예약이라도 하고 올 걸 그랬어. 응응... 알았어. 그럼, 일찍 와야 해.”백혜주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차미주는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이 몇 년 동안 드라마 스태프들을 따라다니며 능구렁이들 속에서 다른 건 몰라도 사람을 속이는 재주는 많이 배운 것 같았다.그녀의 연기는 전문가가 보기엔 아주 어색해 보일지 몰라도 일반인들을 속이기엔 딱 적합하였다.산부인과에 온 사람은 아주 많았다. 복도에도 임산부들이 잔뜩 줄을 서고 있었고 혼자 온 사람도 있었고 남편과 같이 온 사람도 있었다.그녀는 백혜주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순간 옆에 있던 임산부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검진하러 오셨어요?”“네? 아, 네.”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