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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7화

강한서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것은 그가 두 번째로 그녀가 맡은 역할에 놀라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그가 첫 번째로 놀라움을 느낀 것은 바로 “법역”이라는 작품 속에서 그녀가 맡은 시체에 집착하는 사이코 역할이었다.

유현진이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을 땐 그녀에게서 후광이 보였다.

아무리 그녀의 얼굴이 익숙하다 하지만 그녀가 카메라를 보며 연기를 할 땐 그에게 그녀가 바로 사이코라는 느낌을 주었다.

다른 사람 눈엔 그녀는 마치 먼지 속에 가려진 야명주 같아 먼지만 제거하면 밝게 빛이 나는 사람이기도 했다.

하지만 강한서의 눈엔 그녀는 먼지 속에 가려진 적이 없었고 다만 그 빛은 그에게 가려져 혼자만 봤던 것이었다.

그러나 어두우면 어두울수록 야명주의 빛은 더욱 밝게 빛나기에 그녀는 애초에 사람들의 선망의 눈빛을 받아야 할 사람이었다.

그는 애초에 그 빛을 가릴 수가 없었다.

과일을 깎아 접시에 담아 나오던 유현진은 주방에 있는 사람들을 보더니 이내 눈썹을 꿈틀거렸다.

강한서와 한성우, 그리고 차미주는 이미 식탁에 앉아있었다.

아무런 표정이 없는 강한서, 그리고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한성우와 차미주에 주방의 분위기는 아주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유현진이 나오자마자 그 이상한 분위기는 깨져버렸다.

한성우가 눈치를 살피더니 이내 유현진의 손에 든 접시를 받아들면서 말했다.

“아이고 형수님, 수고하셨어요. 얼른 앉으세요. 밥이 다 식겠네요.”

“형수님, 한서도 오늘 저와 같이 이사를 도와주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오는 김에 제가 수저도 가지고 오라고 했죠. 온 하루 바쁘게 일만 해서 밥도 제대로 못 먹었다기에 제가 같이 먹자고 했는데, 괜찮죠?”

“당연히 괜찮죠. 모르는 사이도 아니잖아요. 그렇죠, 강 대표님?”

유현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긴 했지만, 속으로는 욕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역시 한성우를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성우는 강한서의 옆에 찰싹 붙어있는 연애 고수였고 그녀와 강한서의 사이를 이어주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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