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진은 머리가 아파져 왔다.그를 쫓아내기엔 하현주가 입원을 하게 되었을 때 한성우는 그녀를 많이 도와주었기에 그녀는 싫은 소리를 할 수 없었다.그를 안 쫓아내기엔 한성우와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은 차미주가 마음에 걸렸기에 그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한성우는 온 주방을 다 뒤져보았지만, 수저를 발견하지 못하였다.그는 다시 식탁으로 걸어오더니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물었다.“설마 그릇도 네 개뿐이에요?”유현진이 답했다.“저희가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거든요. 그래서 아직 물건들을 채워 넣지 못했어요.”집에는 두 사람의 국그릇과 밥그릇만 있었고 다른 여분의 그릇은 없었다.차미주가 웃으면서 말했다.“집에 나랑 현진이만 같이 살고 있는데 굳이 그릇을 많이 사둬서 뭐 해?”차미주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눈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넌 그냥 손으로 집어 먹어. 넌 어차피 뻔뻔하니까 피부도 두꺼울 거 아냐. 어차피 넌 데이지 않을 거야.”한성우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떨려왔다.“난 딱히 상관없어. 그런데 말이야, 만약 내가 손으로 집어 먹으면 네가 먹을 수나 있고?”차미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됐어, 내가 그냥 사람 시켜서 그릇을 배달해 오라고 할게.”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더니 이내 누군가에게 연락했다.“그릇과 수저 세트 지금 당장 가져다줘. 난 지금 클라우드 아파트 7동 901호에 있어. 밥이 식기 전에 얼른 가져와. 나 배고프니까.”그는 자신이 할 말만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그는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에게 말했다.“절 기다리지 말고 먼저 드세요.”유현진과 차미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저 개자식이 올 줄 알았다면 음식에 미리 설사약이라도 타둘걸!”한성우의 말에 유현진은 젓가락을 차마 들 수가 없었다.주인은 식사를 하고 손님은 옆에 모시고 지켜보게 하는 도리가 어디 있겠는가.그녀는 몸을 일으키면서 말했다.“그럼 제가 과일이라도 깎아 드릴게요.”한성우는 전혀 눈치를 보지 않고 말했다.“형수님,
강한서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이것은 그가 두 번째로 그녀가 맡은 역할에 놀라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그가 첫 번째로 놀라움을 느낀 것은 바로 “법역”이라는 작품 속에서 그녀가 맡은 시체에 집착하는 사이코 역할이었다.유현진이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을 땐 그녀에게서 후광이 보였다.아무리 그녀의 얼굴이 익숙하다 하지만 그녀가 카메라를 보며 연기를 할 땐 그에게 그녀가 바로 사이코라는 느낌을 주었다.다른 사람 눈엔 그녀는 마치 먼지 속에 가려진 야명주 같아 먼지만 제거하면 밝게 빛이 나는 사람이기도 했다.하지만 강한서의 눈엔 그녀는 먼지 속에 가려진 적이 없었고 다만 그 빛은 그에게 가려져 혼자만 봤던 것이었다.그러나 어두우면 어두울수록 야명주의 빛은 더욱 밝게 빛나기에 그녀는 애초에 사람들의 선망의 눈빛을 받아야 할 사람이었다.그는 애초에 그 빛을 가릴 수가 없었다.과일을 깎아 접시에 담아 나오던 유현진은 주방에 있는 사람들을 보더니 이내 눈썹을 꿈틀거렸다.강한서와 한성우, 그리고 차미주는 이미 식탁에 앉아있었다.아무런 표정이 없는 강한서, 그리고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한성우와 차미주에 주방의 분위기는 아주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유현진이 나오자마자 그 이상한 분위기는 깨져버렸다.한성우가 눈치를 살피더니 이내 유현진의 손에 든 접시를 받아들면서 말했다.“아이고 형수님, 수고하셨어요. 얼른 앉으세요. 밥이 다 식겠네요.”“형수님, 한서도 오늘 저와 같이 이사를 도와주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오는 김에 제가 수저도 가지고 오라고 했죠. 온 하루 바쁘게 일만 해서 밥도 제대로 못 먹었다기에 제가 같이 먹자고 했는데, 괜찮죠?”“당연히 괜찮죠. 모르는 사이도 아니잖아요. 그렇죠, 강 대표님?”유현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긴 했지만, 속으로는 욕을 하고 있었다.그녀는 역시 한성우를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성우는 강한서의 옆에 찰싹 붙어있는 연애 고수였고 그녀와 강한서의 사이를 이어주려고 했다.
두 사람은 심지어 전통 쑥떡과 쑥인절미 파로 나뉘어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한성우는 남부 지방 사람이었기에 전통 쑥떡을 선호하고 있었고 차미주는 북부 지방의 사람이었기에 당연히 고소한 쑥인절미를 더 선호하고 있었다.그들의 논쟁은 차미주의 말에 의해 일이 커져 버렸다.“내가 내일 당장 너에게 쑥인절미 만들어 줄 테니까 누구의 말이 맞는지 한번 해 봐!”한성우가 입꼬리를 올리더니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그래, 어디 한번 해보자고, 누구의 말이 맞는지!”차미주는 잔뜩 비장한 얼굴로 답했다.“너 딱 기다려!”그리고 그녀는 이내 주방으로 들어가 쑥과 인절미 가루를 준비해 두었다. 그녀는 쑥인절미로 한성우를 굴복시킬 생각이었다.유현진은 한성우의 흥미로워 보이는 표정에 차미주가 마치 그가 파놓은 함정에 빠진 것 같았다.그들은 식탁 위에 있던 음식들을 깨끗하게 비웠다.사실 강한서는 별로 먹지도 못했다. 그녀도 강한서가 있으니 음식을 많이 먹지 않았고 차미주도 음식을 별로 먹지 않았다. 오직 대식가였던 한성우만이 음식을 잔뜩 먹었다.그는 말다툼하면서 오리백숙 절반을 혼자서 다 먹어버렸다.배불리 먹은 그가 먼저 그릇을 치우면서 말했다.“제가 할게요.”유현진이 그런 그에게 말했다.한성우도 사양하지 않고 거실로 가서 차를 홀짝였다.강한서는 겉옷을 벗더니 이내 소매를 걷고 그녀를 도와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그런 그의 행동에 유현진은 손을 거두었고 그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깨끗하게 씻어.”그녀는 그 말을 남기고 방으로 들어갔다.강한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가득 쌓인 그릇을 보니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았다.강한서는 어릴 때부터 곱게 자라 설거지를 해본 경험이 없었고 설거지 하나에 그의 와이셔츠와 바지, 그리고 땅엔 물이 가득 튀어 있었다.그는 주방에서 나왔다. 거실에선 한성우와 차미주가 휴대폰을 들고 같이 게임을 하고 있었다.“뭐냐? 벌써 노망났냐? 뭔 속도가 이렇게나 느려 터졌어!”차미주가 한성우에게 욕설을 날
유현진의 눈가가 떨려왔다.“그럼 난 제일 먼저 너부터 때려죽일 거야!”강한서는 피식 웃어 보이더니 이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 명의로 돌린 그 집은 여기보다 더 커. 사람들을 시켜 청소해 두라고 할 테니까 거기 가서 살아.”유현진은 그를 밀쳐내며 말했다.“나를 스폰해 주려고? 전에 송민영을 스폰해 줬던 것처럼?”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언제 송민영을 스폰해 줬다고 그래?”유현진은 화가 나기 시작했다.“언론사에서 낸 기사를 아직도 모르는 사람 있어? 송민영의 스폰서가 당신이었잖아.”강한서는 눈썹을 꿈틀거리더니 이내 그 기사를 떠올린 듯하였다.그는 여전히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만약 내가 일거리 찾아준 것도 스폰에 속한다면 내가 그 사람의 스폰서가 맞는 거겠지. 하지만 난 절대 돈까지 쥐여주면서 스폰하지 않아. 난 그녀에게 일거리 말고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어.”유현진은 실소를 터뜨렸다.“그럼, 송민영이 도대체 어떻게 당신 아이를 임신한 건데? 무성 생식 기술이야?”강한서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말했다.“내 아이를 임신했다고?”유현진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열어 송민영의 3개월 전 게시물을 보여주었다.그 게시물은 임신 진단서가 찍힌 사진이었다.“송민영 씨가 이 사진을 게시했을 땐 이미 임신 6주였어. 6주 전에 당신은 그녀와 그녀의 별정에서 사진 찍혔지. 비록 그 사진은 너무 흐릿해서 사람을 알아보기는 힘들었지만 난 당신이 먼지가 된다 해도 알아볼 수 있었어!”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그 사진을 빤히 쳐다보았다. 한참을 쳐다보던 그는 이내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열고 송민영의 게시물을 뒤졌다.그러나 그가 그 게시물을 찾으려고 했을 땐 송민영의 게시물이 보이지 않았다.유현진도 그 점을 발견했다.그녀는 심지어 강한서가 송민영의 계정 알림을 꺼버렸다는 것도 발견했다.그녀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하, 지금 나에게만 게시물을 공개한 거야?”강한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현진도 순간 침묵하였다.곧이어 두 사람은
유현진은 살짝 집안을 치우더니 현관으로 달려가 문을 열어 주었다.송민준은 물건들을 바리바리 들고 있었고 그녀가 문을 열어 주자마자 다정한 눈빛으로 말했다.“식사는 하셨어요?”유현진이 답했다.“네, 방금 먹었거든요.”그녀의 시선은 그의 손으로 향했고 뜸을 들이며 말했다.“민준 오빠, 이게 다 ...”송민준은 머뭇거리며 말했다.“이틀 후면 단오잖아요. 그래서 회사에서 준비한 직원 명절 선물 세트에요. 원래는 현진 씨한테 직접 가져가라고 할 생각이었지만 제가 이따가 친구랑 술 약속이 있거든요. 그래서 약속 장소 가는 길에 그냥 가져다주려고 한 거예요.”“이렇게나 많아요?”그녀는 계약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회사를 위해 일전 한 푼도 벌어다 주지 못했고 먼저 회사가 주는 직원 복지부터 받게 되었다.“제가 들게요.”유현진은 손을 뻗어 물건들을 받으려고 했다.송민준은 그런 그녀의 손길을 쓱 피하면서 말했다.“조금 많이 무거워요. 그냥 문이나 열어 주세요. 제가 안까지 들어다 드릴게요.”회사의 보스가 직접 그녀에게 물건을 전해주러 왔으니 유현진은 당연히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녀는 자리를 슬쩍 비키며 말했다.“민준 오빠,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있으면 그냥 저를 불러주시면 돼요. 이렇게 직접 찾아올 필요 없어요.”순간 송민준은 생각했다.‘이런 수고는 아무것도 아닌데, 내가 원해서 오는 건데.’송민준은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그래요, 다음엔 현진 씨에게 연락하죠.”그가 집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한성우와 차미주가 거실의 소파에 앉아 게임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순간 그는 멈칫하더니 이내 경계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주위를 훑어보았다.강한서를 발견하지 못했지만,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커다란 꽃다발은 아주 뜬금없어 보였다.“한 대표가 여긴 어쩐 일이야?”한성우는 전에 자신이 눈여겨보고 있던 연예인을 빼앗아 간 송민준에게 심드렁한 어투로 답했다.“송 대표도 참 직원을 아끼네. 직접 선물 배달까지 해주는 거야? 왜? 밑에 쓸만한 직원은 없
송여우?송민준은 유현진의 안색을 살피더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회사 직원이 계약한 거예요. 저도 몰랐어요.”차미주는 필터를 거치지 않은 말을 그대로 내뱉었다.“송 대표님의 회사도 참 저 개자식의 회사처럼 보는 안목이 없으시네요. 외모도 별로, 연기도 별로, 심지어 업무 능력마저 하나도 없는 송민영과 도대체 왜 계약을 한 거예요?”“도둑아, 송민영은 내가 키워낸 톱스타야. 지금도 송민영은 연예계 또래들 사이에서 톱스타라고. 너 톱스타가 뭔지는 알아? 송민영은 서 있기만 해도 돈을 벌어준다는 거야. 게다가 송민영은 자본가들이 톱스타 자리에 앉힌 게 아니라 사람들이 송민영을 톱스타로 만든 거라고.”“만약 사람들이 송민영 같은 타입을 선호하지 않았다면 내가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톱스타로 만들 수 없어. 우리 회사 매출도 송민영의 인기에 좌지우지해. 송민영이 불법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한 누가 돈을 찍어내는 인쇄기를 마다할 리 있겠냐?”차미주는 이를 갈며 말했다.“그냥 너희 자본가들의 취향이 변한 거야. 너희들의 취향으로 사람들에게 가스라이팅을 하는 거잖아. 그래 놓고 뭐? 대중들의 선택?”한성우는 반박하려 했지만, 그녀의 말도 맞는 말이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차미주의 관점은 대중들 각도에서 한 말이었고, 특히 지나친 유행을 싫어하는 관점에서 한 말이었다. 반대로 그의 관점은 자본가의 각도에서 나온 관점이었기에 그는 더는 차미주와 논쟁을 벌일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는 다시 화제를 돌려 그의 주요 목적인 유현진과 송민준의 사이를 “이간질”하려 했다. “형수님, 바이브 엔터의 문은 언제나 형수님을 향해 활짝 열고 있겠습니다.”순간 송민준의 눈가가 떨려왔고 그는 얼른 한성우의 입을 막아버리고 싶었다.유현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이내 다시 표정을 갈무리하였다.한성우의 말이 맞았다. 자본가들은 돈을 벌어야 했고 아무리 송민영이 사악한 사람이라고 해도 그녀는 현재 돈을 제일 잘 버는 스타 중의 한 명이었다.원래 그녀는 강한서와
그녀는 긴장감에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기 시작했다.한성우와 차미주의 표정엔 변화가 없었고 마치 아무 소리도 못 들은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화장실에 사람 있었어요?”송민준이 물었다.“아... 그게 사실은 배관 수리 기사님이에요.”유현진이 태연한 표정으로 대충 둘러댔다.“화장실 배관에 문제가 생겼더라고요.”‘금방 이사한 집의 배관에 문제가 생겼다고?’송민준은 다시 시선을 돌려 한참 그들을 살펴보더니 입을 열었다.“그럼 전 이만, 먼저 가볼게요.”그는 말하면서 휴대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연락했다.순간 주방 쪽에서 휴대폰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송민준은 주방 식탁 위에 놓인 휴대폰을 보았다.유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화장실에 있던 강한서도 휴대폰이 울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문을 열고 나왔다. 그의 셔츠는 반쯤 풀려있었고 온몸이 젖은 상태로 뒷머리를 만지면서 나왔다.분명 옷을 입고 있었지만 마치 방금 막 샤워를 한 듯한 모습으로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그는 덤덤한 표정으로 송민준에게 말을 걸었다.“송 대표, 웬일이야? 송 대표도 밥 먹으러 왔어?”유현진의 눈동자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셔츠를 반쯤 풀어 헤친 강한서의 모습을 본 한성우는 얼른 차미주의 두 눈을 손으로 가렸다.“그렇게 보는 건 실례야.”순간 욱한 감정이 올라왔던 차미주는 팔꿈치로 그의 복부를 찔렀다.송민준은 입술을 꽉 깨물었고 그는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강운 그룹이 부도라도 났냐? 강 대표는 이젠 배관 수리도 하나 봐?”강한서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설마, 우리 회사는 아직도 잘 나가. 난 그냥 이웃을 도와주러 온 것뿐이어야. 이웃이랑 사이좋게 지내야지, 안 그래?”송민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이웃이라고?”이때 한성우가 손을 들면서 말했다.“여기 있잖아. 내가 바로 902호 이웃이야.”송민준은 강한서와 한성우를 번갈아 보더니 이내 뭔가 깨달은 듯하였다.저 두 사람이 멍청한 박해서를 속인 것이었다.그가 집에 관한 정보를
“그럼 가자.”유현진은 겉옷을 챙겨 들고 문을 열었다.드물게 눈치를 보고 있던 강한서가 낮게 말했다.“내가 들게.”유현진은 겉옷을 그에게 건넸다.강한서가 문밖으로 나가자마자 쾅 소리를 내며 유현진은 문을 닫아버렸다.강한서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이게 산책이냐!’강한서는 항상 휴대폰을 몸에 지니고 다녔다. 하지만 만약 이런 상황이 올 줄 알았다면 그는 분명 일부러 거실에 놔뒀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그의 얕은수에 넘어갈 바보가 아니었다.6월 20일, “봄의 연인” 그녀의 촬영 부분은 대부분 끝이 났다.차이현이 드라마 스태프들과 함께 유현진에게 작은 송별회를 준비해 줬다.그녀의 첫 작품도 이렇게 막을 내렸다.드라마 스태프들과 작별하게 된 그날, 그녀는 사실 아주 아쉬워했었다.차이현은 정직한 사람이었고 스태프들을 이끄는 능력이 아주 강했다. 드라마를 찍는 동안 사건 사고 하나 없었고 배우들도 모두 자신의 촬영에 열중하여 다들 화기애애하게 지냈었다.진희연의 말처럼 그녀는 운이 아주 좋았다. 첫 작품부터 차이현의 작품을 찍게 되었으니 아주 순조롭게 촬영을 끝마칠 수 있었다.사회 경험이 많지 않았던 유현진은 당시 진희연의 운이 좋았다는 말에 그저 웃어넘겼었다.드라마가 종연된 후, 회사는 그녀에게 며칠간 휴가를 내주었고 곧 다음 작품이 있으니 쉬면서 컨디션 조절을 하라고 했다.유현진은 그렇게 한가해지기 시작했다.반대로 차미주는 아주 바빠졌다.평일엔 출근하느라 바빴기에 그녀는 주말이나 휴일에만 요리하였다.하지만 최근엔 그녀가 요리하는 회차가 많이 늘어났다.유현진은 주방에서 바삐 움직이는 차미주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너 요즘 안 바빠?”차미주는 고기에 양념을 바르면서 말했다.“괜찮아, 그냥 평소랑 똑같지 뭐.”“그럼 매일 퇴근하고 와서 요리하는 건 힘들지 않아?”차미주는 고개를 돌리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거 조 선생님께 만들어 주는 거야.”순간 유현진의 머릿속엔 물음표들로 가득 찼다.“며칠 전에 내가 재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