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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3화

그 모습을 본 유현아가 손에 들린 가방을 내려놓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엄마도 아빠가 안타까워서 그러죠. 몇 년 동안 고생만 하셨는데, 좋은 거 사드리고 싶어서.”

“이게 내가 안타까워서 그러는 거야? 내 돈으로 생색내는 게?”

돈 얘기를 꺼낸 유상수는 화가 치미는 것 같았다.

“그냥 취미로 백화점 몇 개씩 돌고, 뭐가 살 게 그렇게 많다고. 너희들 옷방에 옷, 가방, 구두 얼마나 많은데, 아직도 사들이는 거야!”

참다못한 백혜주가 말했다.

“내가 이렇게 많이 사는 게 내 허영심 때문인 것 같아요? 나는 다 오빠를 위해서! 내가 좀 더 잘 입고 다니고, 좋은 가방을 들고 다녀야 그 사모님들과 어울려 다니죠! 그 사모님들이랑 친해져야 오빠 사업도 도와줄 수 있고!”

유상수가 백혜주의 입장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말했다.

“우리가 재혼인 거, 모르는 사람도 있어? 그 사모님들 콧대가 얼마나 높은데, 네가 아무리 몸에 금을 휘두르고 다녀도 그 사람들 눈에 들리가 없어. 그럴 시간에 서훈이한테 조금 더 신경 써줘. 그게 백배는 나아!”

말을 마친 유상수가 멈칫했다.

“서훈이는?”

화가 머릴 끝까지 났던 백혜주도 아들이 보이지 않자 다급해졌다.

“방금까지 거실에 있었는데.”

유상수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빨리 찾아.”

한참 후에야 그들은 다락방에서 유서훈을 발견했다.

그는 바닥에 앉아 스케치북에 무언가를 그리고 있었다.

백혜주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가가 물었다.

“너 한참을 불러도 대답도 없고...”

유서훈이 그리고 있던 그림으로 시선을 옮긴 백혜주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오, 오빠. 빨리 와봐요...”

다락방으로 올라오자마자 보이는 영혼이 나간 것 같은 백혜주의 모습에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왜 그래?”

“빨리 와서 봐요!”

유상수가 미간을 찌푸린 채 다가갔다. 백혜주가 가리킨 물건을 똑바로 본 유상수의 얼굴로 귀신처럼 창백해졌다.

그의 손가락이 부들부들 떨렸다. 유서훈이 그린 것은 뒤집힌 차였는데, 차와 멀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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