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하던 유현진은 자신의 뺨을 후려치고 싶어졌다. ‘이놈의 입!'그런 유현진의 모습을 본 강한서는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그가 정말 웃어버린다면 유현진이 곧바로 몸을 돌려 차로 도망칠 것을 알기에 그는 나오려는 웃음을 참았다. 그는 오른 주먹을 꽉 움켜쥐고 작게 기침하고는 말했다. “훈이랑 같이 좀 먹어. 네가 안 먹으면 쟤도 어색해서 못 먹잖아.”이훈: ...유현진은 자존심 때문에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 그러면. 훈이랑 같이 좀 먹지 뭐.”십 분 후, 이훈은 한 그릇 더 먹는 유현진을 보며 참지 못하고 말했다. “현진 누나, 연예인은 몸매 관리...”‘안 해?’그가 말을 채 끝맺지 않았는데, 누군가 책상 밑에서 그의 다리를 걷어찼다. 이훈은 입술을 달싹이더니 곧 입을 다물었다. 유현진이 이훈의 옆에 앉았고 강한서는 그의 맞은 쪽에 앉아있었다. 누가 그의 다리를 찼는지는 너무 뻔한 일이었다. “뭐라고?”유현진이 고개를 이훈을 쳐다보았다. 이훈이 입꼬리를 잔뜩 내리고는 대답했다. “아니에요.”먹지 않고 있는 이훈을 보며 유현진이 물었다. “이만큼 먹고 벌써 배부른 거야? 11시 30분이 되어야 시험이 끝나는데, 그렇게 먹고 그때까지 괜찮겠어?”이훈이 진지한 태도로 말했다. “조금 허기가 진 상태여야 머리가 더 빨리 돌아요. 너무 배가 부르면 오히려 두뇌 회전이 느려지거든요.”유현진이 콧방귀를 뀌었다. “순 헛소리.”밥을 다 먹자 민경하가 밴을 몰고 나타났다. 유현진은 민경하가 운전하고 있는 링컨을 보며 눈썹을 씰룩거렸다. ‘시험 치러 가는 건데, 밴을?’이 기회에 몇 마디 잔소리를 늘어놓으려던 유현진은 차에 오른 후 차 내부의 옵션들을 보더니 입을 다물었다. 차 안에는 식탁과 침대도 있어 이훈이 점심에 차에서 휴식을 취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였다. 확실히 그녀의 차보다는 훨씬 편안했다. 오늘은 날이 날인지라 교통 통제가 심해 길이 조금 막혔지만 다행이 유현진 일행
유현진은 모자와 마스크를 벗고 옆의 잔디 위에 올려놓았다. 그녀는 팔꿈치로 이훈을 툭툭 치며 말했다. “네가 왼손, 내가 오른손. 원장님께 하트 해드리자.”이훈이 눈을 움찔거렸다. 싫다는 말이 입가에 맴돌았지만 그는 강한서의 눈빛에 그 말은 삼켜야 했다. 이훈은 어쩔 수 없이 손을 내밀어 유현진과 하트를 만들었다. 유현진은 눈가가 휘어지게 미소를 지었다. 강한서가 휴대폰을 들었고, 그는 카메라로 유현진을 비췄다. 오랫동안 포즈를 유지하던 유현진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다 찍었어?”강한서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빛이 안 좋아. 좀 옆으로 서 봐.”유현진이 어쩔 수 없이 이훈을 왼쪽으로 밀었다. “이렇게?”유현진이 물었다. “응.”강한서가 대답하며 빠른 속도로 유현진의 카톡을 클릭했다. 그는 차단당한 자신의 카톡을 풀고 방금 찍은 사진을 보냈다. 또 몇 초가 흐르자 유현진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 “뭐 하는 거야!”그러더니 그녀는 강한서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그냥 내가 할게!”강한서가 태연하게 대화창을 삭제했다. 갤러리의 유현진의 사진도 삭제하고 다시 카메라를 켰다. 그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휴대폰 내놔.”강한서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그녀에게 휴대폰을 돌려주더니 태연하게 말했다. “잘 찍었어.”유현진이 의심 가득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받았다. 강한서가 사진을 여러 장 찍어두었다. 사진을 확인한 유현진의 얼굴이 울그락 푸르락 해졌다. 강한서는 168cm의 그녀를 작달막하게 찍어버렸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그녀가 말했다. “이걸 지금 잘 찍었다고 하는 거야? 대체 어디가?”강한서가 말했다. “얼굴이.”유현진: ... 이훈은 그 두 사람을 지켜볼 여유가 없었다. “사랑싸움.”이훈이 말했다. “저 먼저 들어가요.”유현진도 더는 사진에 대해 따지지 않고 뒤돌아 이훈에게 물 두 병을 건넸다. 이훈이 수험표를 보여주고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막 대문에 들어서자 유현
“그날 네가 나한테 사탕을 주면서 쫓아냈을 때, 내가 가지 말았어야 했어. 그랬으면 내가 제일 먼저 널 잡을 수 있었을 텐데, 내가 너무 멀리 서 있었거든.”그래서 그날, 그는 주강운에게 기회를 뺏겼다. 유현진: ...유현진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틀 동안 생각해 낸 게, 겨우 이런 거야?”“아니...”강한서는 손에 들린 병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송가람이 날 잡게 놔두지 말았어야 했어. 그걸 밀쳐내지도 못했고. 사실 어떻게든 너한테만 갔으면 조금 늦어도 괜찮았을 텐데.”유현진: ...민경하는 아무렇지 않게 이어폰의 볼륨을 높였다. “나한테 그런 감정적인 호소는 하지 마.”유현진이 고개를 돌려 강한서의 얼굴을 외면했다. 강한서는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난 너랑 이런 감정적인 얘기들을 하고 싶어. 하지만 넌 우리 사이에는 감정조차 남아있지 않다며.”유현진: ...그녀는 문득 이혼하던 날, 그녀가 직원들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우리는 사실 아무런 감정도 없거든요. 억지로 함께 있는 게 더 고역이죠.”“사실 이혼하던 그날, 난 너무 힘들었어. 네가 정말로 이혼할 줄은 상상도 못 했거든. 넌 날 전혀 신경도 쓰지 않는 사람처럼 그렇게 쉽게 사인했고. 그래, 그러는 게 당연하지. 너만 잘못한 게 아니라, 내 잘못이 더 크니까. 내가... 내가 네가 날 제일 필요로 했을 때 네 곁에 있었어야 했어. 네가 우리 결혼에 대해 실망하는 일 없게, 잘했어야 했어.”유현진이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녀의 심장이 파르르 떨려왔다. ‘왜 이제야!’그녀는 입술을 앙다물고 불퉁하게 말했다. “이제 와서 그런 얘기 해봤자 무슨 소용이야. 난 이제 그런 거 신경 안 써.”“현진아.”고개를 든 강한서의 눈빛이 흐릿했다. 그는 다시 고개를 숙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맹세할게, 그런 일, 다시는 없을 거야. 강운이도 보지 말고, 송민준도 보지 마. 나 좀 봐줘, 현진아.”강한서의 말이 끝나자 “픽”하는 소리와 함께 강한서가 쓰러졌
민경하가 알겠다며 자리를 비켰다. 유현진은 고개를 돌려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이 자식이 신발도 안 벗었네. 나중에 훈이 오면 어디서 자라고.’그녀는 강한서에게 다가가 그의 신발을 벗겨주었다. 그러고는 그의 다리를 안아 그의 몸을 안으로 밀었다. 힘을 쓰는 순간 발목이 접질렸다. 그녀는 강한서의 몸 위로 넘어졌다. 턱이 강한서의 벨트에 찍혔고, 그 고통에 유현진이 이를 악물었다. 유현진은 침대를 짚으며 몸을 일으키려는데, 갑자기 아래쪽에서 무언가가 느껴졌다. 강한서의 몸 어느 한 곳이 고개를 들려고 했다. 멈칫하던 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녀는 옆에 놓인 베개를 들어 강한서의 머리를 내려쳤다. “죽어!”그녀는 잔뜩 굳어진 얼굴을 하고 차에서 내렸다. 강한서: ...민경하가 밀크티를 사서 돌아왔을 때, 강한서는 좌절한 얼굴을 하고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고 유현진을 보이지 않았다. “대표님, 사모님은요?”민경하가 물었다. 강한서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갔어요.”어디로 갔냐고 물으려던 민경하는 강한서의 표정을 확인하고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의미임을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잠시 후, 강한서가 민경하에게 물었다. “대체 어떻게 알아챈 걸까요?”민경하: ...그는 차에 없었으니 알 리가 만무했다. 3일 후, K가 유현진에게 연락했다. 7년 전 교통사고에 대한 조사에 진전이 없었다.그 당시 한주 유씨 가문의 운전기사는 최근에 갑자기 치매를 진단받았다. 그에게서는 잠시 아무런 정보도 캐낼 수가 없었다. 치매에 걸렸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설사 그에게서 어떤 정보를 알아낸다고 하더라고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그가 쫓고 있던 또 다른 단서인 그 당시 유현진이 타고 있던 차량과 충동했던 택시는 더 이상한 부분이 많았다. 운전기사는 물론, 그 당시 함께 사고를 당했던 승객도 찾을 수가 없었다. 아무런 정보도 알아낼 수 없다는 것이 정말 수상했다. K는 누가 개입해 그들의 정보를 없애버렸다고 추
말을 마친 K가 자리를 떠났다. 유현진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 당시 교통사고는 확실히 강한서가 그녀를 구해주었다. 그녀는 한 번도 그 일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강한서가 왜 그 교통사고 현장에 있었던 걸까?그날 사고로 차가 뒤집어진 뒤, 두 차량에는 전부 불이 났고, 뒤에 있던 차들은 모두 사고에 휘말릴까 멀리 떨어져 있었다. 모르는 사람에게 무심한 태도를 보이는 강한서가 자신을 구했다는 것은 확실히 이상한 일이기는 했다. 그 교통사고는 단순히 한 사람이 만들어 낸, 사고를 위장한 살인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인제 보니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K가 말한 것처럼 제일 직접적인 방법은 바로 두 사람을 이간질 하는 것이었다. 만약 그 살인을 두 사람이 같이 계획한 것이라면,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기만 하면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었다. 생각을 마친 유현진이 휴대폰을 꺼내 전화번호를 눌렀다. 유상수는 이번 달 내내 운이 따르지 않았다. 연현 테크는 일주일 내내 상승세였다. 많은 경제학자들도 연현 테크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일주일 동안 주시하고 있던 유상수도 결국 참지 못하고 또 40조를 투자했다. 다음날도 주가가 오르자 그는 자신감이 점점 더 커져 또 수십조를 들여 주식을 사들였다. 하지만 그다음 주부터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많이 떨어지지 않았기에 유상수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는 심지어 그때를 주식을 추가 매수할 기회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돈은 벌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는 그는 주식을 추가 매수했고 그다음 날, 주가는 하한가로 떨어졌다. 그는 원시 주식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하한가에도 불구하고 총자금을 생각하면 마이너스는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또 추가 매수를 진행했다. 하한가.추가 매수.하한가. 추가 매수.무한 반복이었다. 유상수가 손에 있는 자금을 거의 다 썼을 때도 주식은 여전히 오르지 않았다. 어느
그 모습을 본 유현아가 손에 들린 가방을 내려놓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엄마도 아빠가 안타까워서 그러죠. 몇 년 동안 고생만 하셨는데, 좋은 거 사드리고 싶어서.”“이게 내가 안타까워서 그러는 거야? 내 돈으로 생색내는 게?”돈 얘기를 꺼낸 유상수는 화가 치미는 것 같았다. “그냥 취미로 백화점 몇 개씩 돌고, 뭐가 살 게 그렇게 많다고. 너희들 옷방에 옷, 가방, 구두 얼마나 많은데, 아직도 사들이는 거야!”참다못한 백혜주가 말했다. “내가 이렇게 많이 사는 게 내 허영심 때문인 것 같아요? 나는 다 오빠를 위해서! 내가 좀 더 잘 입고 다니고, 좋은 가방을 들고 다녀야 그 사모님들과 어울려 다니죠! 그 사모님들이랑 친해져야 오빠 사업도 도와줄 수 있고!”유상수가 백혜주의 입장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말했다. “우리가 재혼인 거, 모르는 사람도 있어? 그 사모님들 콧대가 얼마나 높은데, 네가 아무리 몸에 금을 휘두르고 다녀도 그 사람들 눈에 들리가 없어. 그럴 시간에 서훈이한테 조금 더 신경 써줘. 그게 백배는 나아!”말을 마친 유상수가 멈칫했다. “서훈이는?”화가 머릴 끝까지 났던 백혜주도 아들이 보이지 않자 다급해졌다. “방금까지 거실에 있었는데.”유상수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빨리 찾아.”한참 후에야 그들은 다락방에서 유서훈을 발견했다. 그는 바닥에 앉아 스케치북에 무언가를 그리고 있었다. 백혜주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가가 물었다. “너 한참을 불러도 대답도 없고...”유서훈이 그리고 있던 그림으로 시선을 옮긴 백혜주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오, 오빠. 빨리 와봐요...”다락방으로 올라오자마자 보이는 영혼이 나간 것 같은 백혜주의 모습에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왜 그래?”“빨리 와서 봐요!”유상수가 미간을 찌푸린 채 다가갔다. 백혜주가 가리킨 물건을 똑바로 본 유상수의 얼굴로 귀신처럼 창백해졌다. 그의 손가락이 부들부들 떨렸다. 유서훈이 그린 것은 뒤집힌 차였는데, 차와 멀지 않은
유현진은 휴대폰을 들고 낮은 목소리로 몇 마디 하고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차미주가 마지막 반찬을 들고 고개를 돌려 유현진을 향해 외쳤다. “여왕님~ 저녁 드실 시간입니다~”유현진이 풋 웃음을 터뜨리고는 신발을 신고 식탁으로 갔다. 네 가지 반찬에 국 하나였는데, 국은 오리백숙이었다. “미주야, 너 아이디어 아주 끝내줬어. 아빠가 깜짝 놀란 것 같아.”차미주가 눈을 반짝였다. “어떻게 됐어? 어떻게?”유현진이 유씨 가문에서 있었던 일을 차미주에게 알려주었다. 그날 K가 그녀에게 이간질 작전을 얘기한 뒤 그녀는 차미주와 함께 토론했다. 빠른 속도로 머리를 굴리던 차미주는 그들의 막내아들을 이용하자고 제안했다. 어린아이라 어르기도 쉬웠고, 어린아이가 그런 일을 벌이면 공포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국외의 공포 드라마에서 어린아이의 그림을 이용해 죽음을 예언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그런 상황을 마주한다면 누구든 공포에 떨게 될 것이다. 게다가 유상수는 겁쟁이였으니 말이다. 두 사람은 백혜주의 스케줄을 알아낸 후 변장하고 백혜주를 미행했다. 백화점에 도착한 뒤 백혜주와 유현아는 쇼핑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유서훈은 혼자 옆에 앉아 휴대폰을 하고 있었다. 차미주가 아이를 유인했고 할머니로 분장한 유현진이 아이에게 게임을 제안했다. 그녀는 간단한 마술을 배운 적이 있었는데 아이들을 속이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유서훈도 곧바로 유현진의 마술에 빠져들었다. 유현진은 하현주의 사진을 꺼내더니 아이에게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하는지 알려주었다. 그러고는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이 마술처럼 아이의 엄마, 아빠와 누나를 전부 사라지게 만들겠다고 했다. 물론 이 비밀을 다른 사람에게 말해도 그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 말은 들은 유서훈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사실 유서훈의 몸에 도청기를 달고 싶었다. 하지만 도청기가 워낙 눈에 띄는 데다, 여름옷이 얇아 숨길 곳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유씨 가문의 도우미를 통해 소식을
“이런 우연이 있네요. 901호에 두 분이 살고 계실 줄은 몰랐는데.”한성우가 음식 냄새를 맡더니 눈을 반짝였다. “형수님께서 직접 하셨어요?”유현진이 말했다. “제가 아니라, 미주가 한 거예요.”유현진은 의아했다. ‘성우 씨와 왜 여기로 이사를 온 거지?’며칠 전 아파트 관리소에서 입주자 정보를 확인할 때, 유현진은 그제야 그들이 살고 있는 집의 집주인이 송민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매니저 이준에게 떠보듯 물었었다. 이준은 회사에서 연예인에게 마련해준 집은 현재까지는 전부 송민준의 명의로 되어있다고 말했다. 회사가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라 그렇게 하는 것이 제일 편리하다고 했다. 그리고 이준은 또 그녀의 위아래 층은 모두 회사 소유라고 했고 때가 되면 다른 연예인들에게 배정되거나 인플루언서에게 임대를 주어 월세라도 벌 계획이라고 했다. 이준의 말을 들은 유현진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요 며칠 동안 902호에 사람들이 드나들면서 요란스럽게 구는 바람에, 유현진은 회사에서 신인에게 집을 배정해 주어 이사 중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이사를 온 사람은 한성우였다. 이런 우연은, 너무도 우연히 일어나 오히려 억지스러웠다. 한성우는 이 모든 음식을 차미주가 만들었다는 말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홈그라운드를 격투장에서 주방으로 바꾼 거야?”차미주가 콧방귀를 뀌었다. “난 뭐든 다 잘하는 사람이야. 대본을 쓰는 것도 사람을 박살 내는 것도 전부 내 전공이지.”한성우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 당당한 표정을 짓는 차미주를 보는 한성우의 마음이 간질간질해졌다. 마치 길가에서 털이 복실복실한 반려동물을 보면 저도 모르고 장난을 치고 싶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어떻게 박살 내는데?”차미주가 손날을 들어 올려 한성우의 어깨를 찍었다. “이렇게.”한성우: ...“여기서 더 할 일 없으면 빨리 가.”차미주가 사람을 내쫓기 시작했다. 식탁 위의 반찬 향이 솔솔 올라오자 한성우가 배고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