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진이 당황하며 멈칫 모든 행동을 멈췄다. 주강운이 설명했다. “그때 화상을 입으면서 신경도 다쳐서요. 흉터가 있는 곳은 감각이 조금 무디거든요. 추위도 더위도, 통증도 사실은 크게 느껴지지 않아요.”옷에 불이 붙어 이렇게 크게 구멍이 났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던 것도 바로 그런 원인때문이었다. 유현진은 순간 울컥했다. ‘왜 매번 난 주 변호사님 상처를 건드리는 걸까?’입이 방정이지!“저도 다쳤는지 아닌건지 잘 모르겠어요. 혹시 모르니까 약 발라 드릴게요.”주강운이 그녀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 유현진은 의료진이 가져온 화상 연고를 손가락에 조금 짜고는 섬세한 손길로 그의 팔뚝에 약을 발랐다. 그녀의 차가운 손가락이 주강운의 피부에 닿자, 그의 마음도 떨려왔다. 분명 감각이 무딘 부분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녀의 손길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주강운은 유현진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는 자신도 모르고 꿀꺽 침을 삼켰다. 그는 아래를 향했던 시선을 거두고 다시 앞을 주시했다. 갑자기 모든 것이 또렷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한서는 아마 송가람 씨를 현진 씨로 착각한 것 같아요. 옷 색도 비슷하니까요. 현진 씨 많이 신경 쓰고 있어요.”연고를 바르던 유현진의 행동이 갑자기 멈췄다. 그녀는 고개로 들지 않은 채 대답했다. “옷 스타일도 다르고 가람 씨와 몸매도 키도 달라요. 얼마나 눈이 삐어야 그걸 착각할 수 있겠어요.”“아무래도 아까는 현장이 어수선했으니까...”유현진은 조금 짜증이 났다. “착각이든 아니든 전 강한서 도움은 필요 없어요!”주강운은 어두워진 유현진의 얼굴을 보고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됐어요.”잠시 후 유현진이 약을 다 바르자 주강운이 고개를 숙여 팔뚝을 바라보다가 침묵했다. 유현진은 그의 팔꿈치 주위에 연고를 발랐다. 그것도 엄청 두껍게. 주강운이 입술을 달싹이며 말했다. “이렇게 많이 바르지 않아도 되는데.”“많이 발라서 나쁠 건 없잖아요. 예전에 남은 흉터가 옅어질 수도 있고.
주강운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이제는 호칭을 이름으로 하는 게 어때요? 친구를 직업 호칭으로 부르지는 않으니까요.”“네, 주 변호사님.”주강운: ???유현진이 헛기침을 내뱉었다. “강... 강운 씨.”십여 분 만에 현장의 불이 마침내 모두 꺼졌다. 화상을 입은 하객은 십여 명이었는데 다행히 화상 정도가 심하지 않아 현장에 도착한 의료진들이 빠르게 처치해주었다. 정인월과 은영 선생님은 진씨가 보호해준 덕에 다치지 않았지만 진씨는 등에 화상을 입었다. 정인월이 급히 의료진을 불러 진씨의 화상을 치료하도록 했다. 신미정이 잔뜩 질린 얼굴을 하고 다가와 낮은 소리로 물었다. “어머님, 괜찮으세요?”그녀의 치마는 불꽃이 튀어 여기저기 구멍이 나있었다. 허겁지겁 도망치느라 머리를 산발이 되어있어 꼴이 말이 아니었다. 정인월이 차가운 눈빛으로 신미정을 흘겨보았다. “나한테 정말 큰 이벤트를 해주었구나!”얼굴이 창백해진 신미정이 변명을 늘어놓았다. “불꽃놀이는 전 여사가 준비한...”“책임을 떠넘기는 것 말고 네가 할 줄 아는게 뭐야?”정인월은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분명 자기 옆에 서있었던 신미정은 불꽃이 날아오자 자기 목숨 건지는 일에만 정신이 팔려 정인월은 나몰라라 내팽겨 두고 도망쳤다. 송민희는 부르기라도 했지만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신미정은 여전히 이기적인 며느리였다. “비키거라.”정인월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혈압 오르니까, 내 눈에 띄지 마!”신미정이 주먹을 꽉 움켜쥔 채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송민희가 얼른 정인월에게 물을 떠주며 말했다. “어머님, 물 좀 마시세요. 화 내지 마시고요. 건강 챙기셔야죠. 이미 현우가 조사하러 갔으니까 어떻게 된 일인지 금방 알아낼 수 있을 거예요.”물을 받아든 정인월이 당부했다. “민희야, 은영 선생님 모셔다 드리거라. 오늘 일은 정말 죄송하다고 말씀 드리고, 이제 선물을 준비해서 나 대신 꼭 다시 찾아뵙고.”“네, 어머님. 그렇게 준비할게요. 걱정하지 마세
“네.”그들이 떠난 후 주위를 둘러보던 송민준은 옷 정리를 하고 있는 차미주를 발견하고는 걸음을 옮겼다. “미주 씨.”차미주가 순간 깜짝 놀랐다. “송... 송 대표님.”송민준이 부드럽게 웃으며 물었다. “부가티 베이론 타볼래요?”차미주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녀는 전혀 내숭없이 대답했다. “네!”“그럼 현진 씨도 불러요. 집에 데려다 줄게요.”차미주는 얼른 휴대폰을 들어 유현진에게 전화했다. 십분 후, 세 사람은 코닉세그 앞에 서있었다. 차미주가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부가티 베이론이라면서요?”송민준이 진지한 태도로 말했다. “부가티는 2인승이라서요. 그걸 타면 미주 씨를 태울 수 없어요.”차미주: ...‘이 자식이, 독설단에 새로운 멤버 한 명 더 늘었네!”‘촌스럽다는 걸 참 참신하게도 비꼬네!’유현진은 오히려 이 일을 빨리 받아들였다. 그녀는 단지 차를 얻어타고 싶었을 뿐이었으니까.시동을 걸자마자 차미주의 휴대폰이 울렸다. ‘개자식’이라고 뜨자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바로 끊어버릴 생각이었지만 아까 구해주었던 것을 떠올리고는 입을 삐죽이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도둑아, 유현진 씨 너랑 같이 있어?”차미주 휴대폰의 음량이 너무 컸던 탓에 차에 있는 두 사람도 통화내용을 전부 들었다. 유현진이 그녀에게 검지를 내밀며 흔들어보였다. 차미주가 씩 웃으며 이내 유현진의 뜻을 알아차렸다. “아니!”잠시 조용하던 한성우가 다시 말을 걸었다. “나 현장에서 보석을 하나 주웠는데 유현진 씨 목걸이에서 떨어진 게 아닌가 봐줘.”차미주가 고개를 돌려 보았다. 유현진이 그녀를 막으려는데 이미 그녀가 입을 열었다. “안 떨어뜨렸어.”유현진: ...송민준: ...유현진의 표정을 확인한 차미주가 그제야 알아차리고는 욕설을 퍼부었다. “너 이 개자식, 날 떠봐?!”한성우가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난 그저 물어본 것 뿐이야.”차미주가 씩씩 화를 내며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한성우를 향해 온
“착각한 거 아니야.”강한서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착각했을 리 없잖아.”설사 송가람과 유현진이 똑같은 옷을 입었다고 하더라도 그는 절대 사람을 착각할 리 없었다. “그러면 왜 송가람을 구한 거야?”강한서가 입술을 짓누르며 말했다. “송가람이 날 잡아당긴거야.”불꽃이 날아들던 그 순간, 그는 바로 유현진을 향해 달려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와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송가람이 잔뜩 놀란 얼굴을 하고 그의 옷깃을 잡았다. 강한서가 송가람과 실랑이를 하는 동안 주강운이 유현진을 데리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불꽃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날아들었고 그는 어쩔 수 없이 송가람을 데리고 안전한 곳으로 빠져나온 뒤 바로 유현진을 찾아갔다. 한성우: ...입술을 달싹이던 한성우가 한참 후에야 말을 꺼냈다. “뭐라고 할 말이 없네. 얼마나 좋은 기회였는데 다른 사람에게 끌려가다니. 하늘도 널 돕지 않네.”강한서도 잔뜩 짜증이 났다. 이제 겨우 가까워졌는데 또 유현진에게 차단 당했다. 한성우가 착잡한 표정으로 있는 강한서를 쳐다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뭐, 너무 나쁜 것만은 아니야. 네가 송가람을 챙겨주는 걸 보고 화를 냈다는 건, 너한테 아직 남은 감정이 있다는 뜻이잖아. 정말 아무 감정이 없다면 이런 일로 굳이 널 차단할 이유도 없지. 먼저 가서 현장 정리나 잘 해. 형수님도 돌아가서 화 좀 가라앉혀야지. 내일 형수님께 가서 변명이라도 해.”현실은 늘 생각과 많이 다른 편이었다. 다음 날, 강한서는 꽃다발을 들고 아파트 앞에서 온 밤을 기다린 후에야 유현진의 이웃에게 712호가 이미 방을 빼고 아침 일찍 이사를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강한서는 멍하니 그 자리에 서있었다. 한참 후에야 그가 입을 열었다. “혹시 어디로 이사 갔는지 아세요?”“모르죠. 야근하고 돌아오니까 이삿짐을 옮기고 있더라고요. 남자들도 여러 명 도와주는 것 같았어요.”강한서가 차로 돌아갔다. 민경하는 꽃을 그대로 들고 돌아오는 강한서를 보고는 낮은 목소
이삿짐을 차에 싣고 송민준은 두 사람을 태우고 이삿짐센터의 트럭과 함께 클라우드 아파트로 향했다. 한주시의 최고급 아파트답게 클라우드 아파트는 환경이 아름다운 것은 물론 분수대의 수질 관리도 철저히 하고 있어 예전의 아파트들과는 다르게 맑은 수질을 유지하고 있었다. 건물 간격 또한 넓어서 1층이라고 할지라도 햇빛을 보지 못할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층마다 오픈 테라스가 있어 여름에는 친구들과 함께 테라스에서 고기를 구워 먹을 수도 있었다. 유현진은 송민준이 말한 집이 조금 구석진 곳에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를 들면 1층이나 도로와 가까이에 있는 위치 말이다. 하지만 송민준이 임대한 집은 클라우드 아파트의 센터에 위치한 집이었다. 클라우드 아파트는 총 15층이었는데 그녀의 집은 9층에 위치했다.창문은 통유리창으로 되어있었고 커튼을 젖히면 아파트 단지 중앙에 있는 분수대의 모형이 한눈에 들어와 전망이 좋았다. 제일 대박인 건 이 집은 90평이나 된다는 것이다. 흥분한 차미주가 이방 저방을 뛰어다니며 구경했다. 하지만 유현진은 조금 망설여졌다. “민준 오빠, 이런 집은 월세가 얼마예요?”송민준이 웃으며 대답했다. “이미 일 년 치 월세를 다 지불했어요. 이제 와 물어도 어쩔 수 없어요. 현진 씨는 그저 편안하게 마음먹고 어떻게 돈을 벌어야 내가 투자금을 모두 회수할 수 있을지 그 생각만 해요. 그리고 전 이 집이 별로 큰 것 같지 않아요. 바빠지기 시작하면 브랜드의 협찬품인 옷이나 액세사리들을 진열해야 할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드레스룸은 좀 작은 것 같아요.”유현진: ...송민준과 유현진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 송민준이 문을 열고 방을 나서며 말했다. “기다려요.”30대에 가까운 남자 한 명과 평범하게 생긴 남자가 따라 들어왔다. 그는 평범한 옷차림에 외모 또한 별것 없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그의 눈동자가 얼굴 전체 이미지를 변화시켰다. “현진 씨, 이리 와요. 제
유현진은 조금 충격에 휩싸였다. 숙소를 마련해 준 것으로 이미 충분했는데 매니저 역시 엘리트로 보내줬다. ‘민준 오빠가 나한테 너무 잘해주는 거 아냐?’좀... 지나치게 잘해주는 것 같았다. 유현진이 데굴 머리를 굴렸다. 그녀에겐 아무리 생각해도 송민준이 탐낼만한 것이 없었다. 송민준의 모습은 그녀를 마음에 둔 사람 같지도 않았다. 그럼 설마... 송민준이 유현진에게 여배우가 될 자질이 있는 것 같아 그녀를 전적으로 밀어주려는 걸까?유현진이 자조적으로 생각했다. ‘됐어. 이미 계약서에 사인도 했고 이사도 했으니 하나씩 해결하자.’이때 유현진의 휴대전화가 울렸고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확인하니 강한서 그 미친놈이 그녀에 계좌이체를 한 것이었다. 그녀는 힐끗 그가 보낸 문자를 확인했다. 「너가 걔한테 안기기까지 했잖아. 난 그때 화도 내지 않았어.」처음에는 큰 변화없던 유현진은 문자를 읽고 입술을 움찔거렸다. ‘또 옛 일을 들먹이다니!’「너도 그냥 아주 조금만 화내면 안 돼?」그녀는 문자 내용을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이를 악물고 2000만 원을 입금했다. 「아니!」강한서가 이내 2000만 원을 다시 입급했다. 「언제까지 화 낼꺼야?」유현진이 대답을 하지 않자 강한서가 또 2억을 보내왔다. 「훈이 곧 수능이야. 아까 전화 와서 시험 장소까지 데려다주면 안 되냐고 해서 알겠다고 했어. 넌 올 거야?」유현진: ...이훈이 아직 그녀에게는 연락도 하지 않았는데 강한서와는 만나기까지 했다고? '어떻게 강한서랑 연락하고 있었던 거지?'그녀는 강한서가 자신에게 장난을 치고 있다는 생각에 답장을 하지 않았고 이훈에게 연락을 넣었다.다른 한편 구암동 고아원에선 민경하가 이훈을 도와 짐을 풀고 있었다. “이것뿐이예요?”민경하가 물었다. 이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머릿속에 다 있어요.”민경하가 웃으며 말했다. “타세요.”힐끗 쳐다본 민경하가 핸들을 돌리며 말했다. “사실대로 얘기해요.”이훈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전화를 받
강한서 이 개자식!‘이훈을 데려가면 내가 뭐 거기에 낚여서 갈 줄 알고? 안 가!’하지만 몇 분 지나지 않아 노원장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현진아, 매번 신세가 많아. 훈이 시험장이 고아원이랑 너무 멀어서 말이야. 나랑 손 선생님은 경험 부족이라 시험장 나온 후 호텔을 예약하려니까 이미 방이 없더라고. 시험 전에 훈이가 제대로 쉬지 못할까 봐 걱정이었는데,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수능 시즌에는 시험장 부근의 호텔은 늘 만실이었다. 심지어 가격도 평소보다 몇 배는 비싸져 환경도 안 좋고 방음도 전혀 되지 않는 객실이 1박에 60만 원이 넘었다. 좋은 객실은 100만 원 이상이었지만, 그것마저 전부 예약이 나간 상태였다. 노원장은 원래 캠핑카를 빌려 운전기사를 고용해 이훈을 데려다줄 생각이었다. 캠핑카에서는 쉴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였다. 하지만 이훈이 캠핑카 대여 가격을 듣더니 바로 노원장을 만류했다. 이훈은 저녁 9시부터 잠을 자면 다음 날 아침 5시에는 일어날 수 있다며 그 정도면 늦지 않게 시험장에 도착할 수 있다고 했다. 비록 이훈이 그렇게 말하며 노원장을 안심시켰지만 노원장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바로 그때, 유현진이 마침 사람을 보내 이훈을 데려가 노원장의 걱정을 단번에 해결했다. 노원장의 말을 들은 유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강한서 이 자식이 내가 데려간 것처럼 얘기해 놓다니!’노원장이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하니 유현진이 오히려 어쩔 줄 몰라 했다. “저도 지금 마침 한가하던 참이라, 전혀 번거롭지 않아요, 하하.”“현진아, 그리고 한 가지 더 할 얘기가 있어.”“네, 말씀하세요.”“고아원 쪽에는 이제 더 이상 돈을 보내지 않아도 돼. 지난주에 기부 기관을 통해 기부금이 들어왔는데 고아원의 1년 지출에 가까운 돈을 받았어. 그리고 그분이 기부 기관을 통해 앞으로 우리 고아원의 장기 후원자가 되겠다고 하시더라고. 네가 유상수와 소송 중인 거 알아. 너도 지금 돈이 필요할 텐데, 돈은 네가 꼭 필요한 곳에
유현진의 말처럼 강한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10여 년은 넘었다. 그런데 강의를?하지만 곧 이훈은 강한서의 실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강한서가 가르쳐주는 것은 일반적인 계산법이 아니었다. 그는 이훈에게 문제를 푸는 방법을 가르쳤다. 예를 들어 선택 문제 같은 경우, 강한서는 대부분 문제를 계산을 거치지 않고 주어진 선택항을 이용해 역으로 답안을 유추해 냈다. 혹은 문제 자체를 제대로 파악하여 틀린 선택항을 배제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풀었다. 이런 방법은 사실 선생님도 가르친 적이 있다. 하지만 강한서처럼 핵심을 파악하지는 못했다. 이훈은 빠른 속도로 빠져들었다. 시험지 두 장을 강의한 강한서는 아직 풀어보지 못한 문제집을 가져와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훈은 기초가 탄탄하고 뭐든지 빨리 배우는 편이라 두 시간 만에 선택 문제를 완성하는 속도가 예전보다 10여 분이 빨라졌고 정확도는 70% 이상이었다. 이훈은 특훈의 결과에 아주 만족했다. 전에는 선택 문제를 푸는데 많은 시간을 들였지만 정확도는 제일 높아야 80%였다. 하지만 강한서는 이훈이 푼 문제집을 들여다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아직 기초가 조금 약하네.”이훈: … 강한서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가 민경하임을 확인한 강한서가 통화 버튼을 눌러 전화를 받았다. “대표님, 사모님께서 지금 클라우드 아파트 7동 901호에서 지내신다고 합니다.”강한서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누구 집이에요?”“송 대표님 명의로 되어있습니다.”잠시 머뭇거리던 민경하가 말했다. “8, 9, 10층 전부 송 대표님 명의의 자택입니다.”‘그러니까 제 말은, 사모님과 이웃사촌으로 지내시긴 어려울 것 같다는 뜻이죠.’이웃은커녕, 아래 윗집 사는 같은 동네 주민도 할 수가 없었다.송민준의 이 방법은 정말이지 묘책이었다. 누구를 막기 위한 것인지 목적이 너무나도 분명했다. 그는 심지어 강한서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에 대해 예측하고 있었다. 강한서: …강한서가 입술을 짓이기며 말했다. “송민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