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놔!"유현진은 강한서를 노려보았다.하지만 강한서는 그녀의 손을 놓지 않았고 오히려 손에 힘을 더 주면서 말했다."송민준 찾으러 가려고?""내가 누구 찾아가든 당신이랑 상관없어, 민 실장한테 데리러 오라고 해!"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리고 유현진의 말을 무시했다."제비처럼 생긴 송민준이 어디가 마음에 들어?"유현진은 어이가 없었다.'송 대표가 어딜 봐서 제비처럼 생겼어? 하여튼 술만 마시면 허튼소리야. 없는 소리나 하고.'유현진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그녀의 턱을 잡고 물었다."내가 송민준보다 부족한 게 뭐야?"강한서는 마치 철들지 않은 아이처럼 고집스러웠다.식사 자리에서 허튼소리를 한 강한서에게 이미 화가 난 유현진은 강한서를 훑어보며 말했다."어디나 다 부족해. 외모도 꿀리고 말하는 센스도 없고 게다가 쪼잔하기까지 한데, 어떻게 송 대표랑 비교해?"강한서는 유현진의 대답을 받아들일 수 없어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가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내가 당신한테 쪼잔하게 굴었어?"강한서는 그녀에게 쪼잔한 적이 없었다. 그녀에게 무제한 신용카드를 주었으며 종래로 어디에 돈을 썼는지 따져 물은 적도 없었다.감정만 요구하지 않으면 강한서는 최고의 신랑감이다.하지만 이혼 뒤에 맨몸으로 집에서 나온 유현진은 강한서의 좋은 점도 다 부정해 버렸다.그녀는 강한서를 힐끗 보며 말했다."맨몸으로 나왔는데 쪼잔한 거 아니고 뭐야?"그녀는 뒤끝이 있어서 이런 말을 꺼내는 게 아니다. 더군다나 맨몸으로 나온 건 그녀의 선택이다. 그녀는 그저 강한서가 술에 취한 김에 화풀이하고 싶었을 뿐이다. 어차피 다음날이면 강한서는 지금 이 대화들도 다 까먹을 테니까.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갑자기 휴대폰을 꺼냈다.유현진은 강한서가 민경하에게 전화를 거는 줄 알고 신경 쓰지 않았다.이내 그들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지만 민경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유현진은 고개를 돌려 물었다."민 실장한테 연락 안 했어?"강한서는
그녀는 자기가 잘못 본 줄 알고 3초 뒤에 다시 전등을 켰다.그녀는 온 집안에 쫙 깔린 금빛 지폐에 눈이 머는 줄 알았다.현관부터 거실까지 바닥에는 지폐 뭉치가 쌓여 있었으며 탁자에는 금괴로 쌓아 올린 피라미드도 보였다.그녀는 순식간에 범죄 소굴에 들어온 듯 다리가 후들거렸다.'경찰 오는 건 아니겠지?'강한서는 그녀에게 백허그를 하고 그녀의 가느다란 어깨에 턱을 내려놓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맘에 들어? 다 당신 거야."유현진은 할 말을 잃었다.지조가 없는 게 아니라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도 집안 가득 깔린 지폐와 금괴를 보면 눈이 돌아갈 것이다.더군다나 그녀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다."나랑 송민준 누가 더 쪼잔해?"…...한참 뒤, 그녀는 겨우 집 나간 정신을 다시 찾아왔다.돌이켜보니 강한서는 엘리베이터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설마 그때 민 실장한테 시킨 거야?이 한밤중에 어디서 이 많은 돈을.은행이 제집이야 뭐야?'유현진은 갑자기 머리가 아파 났다.'강한서 이 자식 워낙 제정신 아닌 데다가 술까지 마시니 더 심각하네.쪼잔하다고 말했다고 은행을 털어왔어?돈 자랑이야?'유현진이 아무 말 없자 강한서는 기분이 언짢아서 두 팔에 더 힘을 주어 그녀를 껴안았다."묻잖아. 누가 더 쪼잔해?"여기서 강한서가 쪼잔하다고 하면 강한서는 아마 또 다른 은행을 털어올 것이 뻔하다.유현진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송민준이 강한서에게 술을 따라줬을 때 말렸을 것을.그녀는 하는 수 없이 얼버무렸다."송민준이 당신보다 쪼잔해. 됐어?"그제야 강한서는 만족스러운 듯 그녀의 손을 잡고 당기며 말했다."기사한테 와서 돈 차에 실어달라고 하고 같이 당신 카드에 넣으러 가자."유현진은 강한서를 당기며 말했다."내일, 오늘은 늦었어."만약 기사가 이 어마어마한 돈을 보고 나쁜 마음이라도 품는다면 두 사람 모두 무사치 못할 것이다.'술에 취해 판단력도 잃고 머리도 잃은 거야?'유현진은 휴대폰을 꺼내 민경하에게 연
그래서 아무리 졸려도 꾹 참고 유현진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강한서는 손에 땀이 날 정도로 유현진의 팔을 꼭 잡고 있었다. 팔이 축축해지자 그녀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졸리면 들어가서 자."강한서는 눈을 반쯤 감고 말했다."당신 카드에 돈 넣고 나면 잘게. 아니면 당신 또 나 버리고 갈 거잖아."…...'넣든 안 넣든 어쨌든 집에 갈 건데 뭐. 이혼했으니 이 집은 더는 나랑 상관없어.'하지만 강한서의 집요한 모습에 유현진은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뭐 말해도 내일이면 다 까먹겠지만.'"현진아."강한서는 그녀를 끌어안고 지폐 위에 누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유현진은 대답하지 않았다."현진아."유현진이 답이 없으니 강한서는 또 한 번 불렀다.그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왜?""송민준 좋아하지 마."강한서는 그녀의 목에 얼굴을 대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이 내가 싫다면 내가 고칠게. 근데 얼굴은 안돼. 사실 자주 보다 보면 나도 잘 생겼어."강한서의 말에 유현진은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강한서가 계속 말했다."처음에 나도 당신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 당신 눈도 작고 코도 납작하고 웃는 모습도 어색하잖아. 근데 보다 보니 점점 예뻐지더라고…"유현진은 어이가 없었다. 그녀는 잡히는 대로 지폐를 들어 강한서의 입에 쑤셔 넣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강한서는 쉴 새 없이 그녀의 귓가에 대고 쫑알거렸다. 유현진은 그 소리에 질려 자기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돈은 보기에만 좋았지 수면에 도움은 안 된다.다음날 유현진은 지폐 때문에 불편해 잠에서 깼다. 익숙한 천장과 온 집안 가득한 지폐에 그녀는 어젯밤의 일을 떠올렸다.강한서는 아직도 그녀의 허리를 꼭 감싸고 달콤하게 자고 있었다.유현진은 강한서의 팔을 치우고 휴대폰을 확인했다. 고작 6시다.그녀는 민경하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민경하는 역시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강한서도 곧 잠에서 깰 시간이기도 하니 유현진은 한성우의 번호를 눌렀다.그녀는 그저 한성
"너 하나도 생각 안 나?"강한서는 태양혈을 꾹꾹 눌렀다.희미하게 유현진을 껴안고 지폐 위에 누웠던 장면이 떠올랐다.그리고 유현진의 접시에 새우를 가득 올려준 기억.강한서가 필름이 끊겼다는 사실을 알고 한성우는 어이가 없어 미간을 찌푸렸다."야 너, 집에까지 데려와 놓고 뭐 그런 성인들이 하는 행동은 안 했어?"강한서는 한성우를 힐끔 보며 말했다."넌 어떻게 된 사람이 머릿속에 온통 그런 생각밖에 없어? 다 너처럼 그런 생각만 하는 줄 알아?"한성우는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그래 너 잘났다. 그렇게 잘났으면 산에나 들어가 출가하지 왜 결혼했어?"강한서는 담담하게 대답했다."합벅적으로 자기 위해서 결혼했다, 왜! 다 너처럼 무책임한 줄 알아?"한성우는 콧방귀를 뀌며 강한서의 정곡을 찔렀다."너 이혼했잖아."강한서는 할 말을 잃었다.어두워진 강한서의 표정에 한성우는 이내 위로했다."현진 씨 어젯밤에 너 데려다준 걸로 보아서는 네가 막 그렇게 싫고 그런 건 아닌 거 같아. 술에 취해서 뭐 했는지 잘 좀 생각해 봐. 그러고 다음에는 술에 취했을 때 했던 행동 그래도 하는 거야. 어떻게 알아, 그러면 현진 씨가 돌아올지."강한서는 한성우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민경하에게 전화를 걸었다.민경하는 강한서가 직접 연락해 오자 그제야 전화를 받았다.전화기 저편에서 강한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민 실장님. 이 지폐들은 다 뭐예요?"민경하는 어이가 없었다."대표님, 기억 안 나세요?""뭘요?"민경하는 입술을 오므리고 말했다. "어제 저한테 이천억 현금으로 찾아와서 사모님한테 서프라이즈해 주시겠다고 그러셨잖아요."…...한성우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그러니까 돈으로 현진 씨를 꼬셔온 거였어?'"그런데 금액이 너무 커서 백억은 현금이고 나머지는 금괴로 가져왔어요."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렸다.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은행에 연락해서 와서 다 가지고 가라고 하세요."전화를 끊고 한성우가 옆에서 놀려주었다."야 너 이 방법 대
강한서는 거실 소파에 앉아 방 안 가득한 지폐를 보더니 고개를 돌려 민경하에게 말했다."그 사람 카드에 넣으면 돼요."베테랑 비서인 민경하는 한 방에 강한서가 말하는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차렸다.강한서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만약 묻기라도 하면…""대표님이 주는 용돈이라고 할게요."강한서가 이내 대답했다.강한서의 찌푸렸던 미간은 반쯤 풀렸다.졸업하자마자 억대 연봉을 받으며 강한서의 옆에 오랜 시간 있을 수 있었던 원인은 뛰어난 실력과 뭐든지 강한서의 입장에서 강한서가 원하는 것을 바로 알아맞히는 눈썰미 때문이다.이 돈은 절대 위자료라고 말하면 안 된다. 만약 그렇게 얘기한다면 강한서가 이혼을 인정해 버리는 격이 되니 말이다.비록 이혼 절차는 밟았지만 강한서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니 민경하는 비서로서 당연히 강한서에게 적극 협조해야 한다."어제 내가 가고 신표는 언제 갔어요?"신표는 강한서의 외삼촌이자 신미정의 남동생이다.강한서의 외가는 의료기기로 가업을 일으켰으며 나중에는 부동산에 발을 디디며 벼락부자가 되었다. 하지만 주식 시장에 뛰어드는 바람에 자산 절반을 날려버리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신미정이 강씨 가문에 시집온 뒤로 신씨 가문은 이내 전자 제품 산업에 뛰어들었지만 마땅한 기술 팀이 없어서 자잘한 부품을 만들었다. 한마디로 그저 대리 생산 업체였다.게다가 퀄리티도 따라가지 못했지만 한성 그룹을 등에 업다 보니 주문량이 엄청났고 연간 수입 또한 어마어마했다.정인월은 그런 신씨 가문 사람들이 성에 차지 않았고 강한서도 그들과 가깝게 지내지 않았다.정인월이 속물이라 그런 것이 아니라 그저 두 가문의 차이가 너무 엄청났기 때문이다. 유씨 집안도 보잘 것 없었지만 정인월은 강한서의 결혼에 대해 한 번도 반기를 든 적 없었다. 정인월은 절대 배경을 보고 사람을 들이는 사람이 아니다.비록 유상수는 역겨운 사람이지만 유현진은 신미정보다 사리가 밝았다.유현진은 절대 두 가문 사이의 사업에 적극 개입하지
물론 신표도 강한서에게 원하는 게 있으니 찾아온 것이다.어제 신씨 그룹의 두 주요 생산 라인이 소방 불합격 신고를 받았다.관련 부서에서 갑자기 점검을 왔기에 신표도 준비 없이 털려버렸다. 생산 차간의 소방 설비가 불완전한 데다가 탈출구에 인화성 물건을 쌓아 올려 관련 부서에서는 바로 두 생산 라인을 일시 폐쇄 시켰다.작년에 한주시에서 한 화학공장의 폭발로 100명 이상의 사상자가 생겼다. 이런 중대한 안전사고는 정부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기에 관련 부서에서는 올해 한주시의 소방 문제를 엄격히 조사했다.그런데도 신씨 기업의 두 생산라인이 겁도 없이 행동했으니 벌을 받아 마땅하다.사건의 심각성을 알지 못한 신표는 돈으로 해결하려고 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으며 오히려 경찰서에 끌려갈 뻔했다.친한 지인이 말하길 이 일은 벌금이 문제가 아니라 잘못하면 강제 영구 폐쇠당할 수도 있다고 한다.신씨 가문의 주요 수입원이 바로 이 생란라인인데 만약 폐쇄라도 당하면 신씨 가문은 영원히 다시 일어설 수 없다. 하여 조급해진 신표는 강한서가 나서 신씨 가문의 위기를 해결해 주길 바랐다.하지만 신표가 모르고 있는 한 가지 사실, 신고자는 바로 강한서라는 것.그런데 신고자인 강한서가 어찌 그를 도우려고 할까?민경하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신 대표님이 한 시간도 더 기다리시다가 얼굴이 아주 시커메서 돌아가셨어요."이 일은 이미 신미정의 귀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러니 얼마 안 가 신미정은 강한서를 찾아올 게 뻔하다.강씨 가문에 시집온 지도 어언 30년이건만, 신미정의 마음속에는 항상 신씨 가문이 1위였다.정인월이 강씨 가문 안주인이 가져야 할 권리를 절대 신미정에게 넘겨주려고 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그 큰 권리를 맡겼다가는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격이 될 게 뻔하니까.강한서는 신씨 가문 사람들에 대해 더는 묻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유씨 집안에는 무슨 일 없었어요?""유상수는 요즘 잠잠하더라고요. 사모님과의 이혼… 별거 소식이 전해지고
유현진은 머리가 지끈거려 어금니를 깨물며 답장했다."나한테 두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내가 이 돈 못 쓸 것 같아요?"민경하는 바로 답장했다."대표님이 그 돈은 사모님 마음대로 처리하라고 하셨어요. 그저 배당금 일부니 재테크를 하든 쇼핑하든 마음대로 하셔도 좋아요."'이게 사람이 할 소리야?배당금의 일부? 보통 사람은 평생을 벌어도 못 버는 돈인데. 잘난 척은. 정말 꼴 보기 싫어.'민경하에게서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하자 유현진은 차라리 답장하지 않았다.'마음대로 해. 바빠죽겠는데, 똑같이 유치하게 놀아 줄 시간 없어.'명예 소송은 모레 재판이 열리는데 유현진은 직접 참석하기 위해 차이현에게 상의했다.차이현은 이 사건이 송민영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듣고 걱정이 앞섰다."이렇게 되면 현진 씨 정체가 알려져 그쪽 팬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기자들도 붙을 건데 만약 패소라도 하면 드라마가 방영하기도 전에 조작 배우라는 누명을 쓸게 뻔해요.""감독님. 저랑 송민영은 업무상의 원한뿐만 아니라 사적인 원한도 있어요. 그러니 저 무조건 해야 해요. 그리고 절대 패소하는 일 없어요."업무상의 원한은 차이현이 타이를 수 있지만 사적인 원한은 차이현이 타이를 수 없었다."사적인 원한은 뭐죠?"유현진은 입술을 오므리더니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내 개를 훔쳤어요."…...같은 시간, 송민영의 엘 하트 펜션.임효우가 노크했다.통화 중인 송민영이 아무 대답이 없으니 임효우는 바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전화를 끊은 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왜 말도 없이 들어와?"임효우는 입술을 오므렸다.송민영은 곧 열리는 소송을 생각하더니 표정이 잠시 굳었다가 이내 미소를 지었다."효우야, 걱정돼서 그래?"임효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송장을 받은 뒤로 그녀는 매일 불안에 떨었다.그녀의 계정은 선셋 스타에게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당했다.하지만 그 계정의 진짜 주인은 사실 송민영이다.그저 그녀의 이름으로 되어있어서 결국 법
하지만 송민영은 임효우를 이 바닥에 들여놓을 생각이 전혀 없다. 송민영 옆에 있은 지도 어언 1년도 넘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송민영의 물이나 따라주는 하녀 노릇만 했다.송민영과 함께 촬영장을 뛰면서 그녀도 많은 연예인 매니저와 친분을 쌓게 되었다. 송민영보다 출연료가 낮은 연예인들도 매니저에게 매달 400만 원은 주었는데 송민영은 임효우에게 월 160만 원밖에 주지 않았다.160만 원. 너무 적은 월급은 아니지만 한주시처럼 물가가 높은 곳에서는 빠듯하게 지내야 했다.그녀는 몇 번이고 송민영에게 월급 인상에 관해 말을 꺼냈지만 매번 송민영은 그녀가 아직 어리고 스펙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민효우는 지방대를 졸업했기에 한주시처럼 인재가 모여있는 도시에서 발을 붙이기 힘들다. 만약 송민영을 떠난다면 그녀의 상황은 더 어려워질 것이며 기껏해야 힘으로 벌어먹고 살아 갈 수 있다.임효우가 그렇게 부지런한 사람이었다면 절대 송민영 옆으로 오지 않았을 것이다.남들보다 쉽게 월급을 받던 사람이 어찌 힘든 일을 하려고 할까?하지만 임효우도 잘 알고 있다. 지금 송민영이 그녀에게 촬영팀으로 들여보내 주겠다는 말은 그저 그녀를 달래서 대신 죄를 뒤집어쓰게 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것을.만약 계정의 실제 사용자가 송민영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송민영은 반드시 큰 타격을 입기 마련이다.송민영은 늘 팬들과 허물없이 털털하게 지내는 친한 언니와도 같은 이미지를 지켜왔다. 그런데 사적으로 악플이나 다는 사람이라는 것이 밝혀진다면 그녀의 배우 생활은 크게 흔들릴 것이다.임효우도 바보가 아니다. 정말 송민영의 도움으로 스크린에 데뷔한다고 해도 만약 이후에라도 이 사건이 밝혀진다면 그녀는 한순간에 몰락하고 만다.송민영은 배우로서 이 도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데 어찌 임효우가 자기 대신에 죄를 뒤집어쓴 결과를 모를 수 있을까?그저 아직 어린 임효우의 꿈을 이용해 달래는 것뿐이다.만약 송민영이 정말 그녀를 도와줄 마음이 있었다면 지금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었을까?사실 임효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