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서는 거실 소파에 앉아 방 안 가득한 지폐를 보더니 고개를 돌려 민경하에게 말했다."그 사람 카드에 넣으면 돼요."베테랑 비서인 민경하는 한 방에 강한서가 말하는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차렸다.강한서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만약 묻기라도 하면…""대표님이 주는 용돈이라고 할게요."강한서가 이내 대답했다.강한서의 찌푸렸던 미간은 반쯤 풀렸다.졸업하자마자 억대 연봉을 받으며 강한서의 옆에 오랜 시간 있을 수 있었던 원인은 뛰어난 실력과 뭐든지 강한서의 입장에서 강한서가 원하는 것을 바로 알아맞히는 눈썰미 때문이다.이 돈은 절대 위자료라고 말하면 안 된다. 만약 그렇게 얘기한다면 강한서가 이혼을 인정해 버리는 격이 되니 말이다.비록 이혼 절차는 밟았지만 강한서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니 민경하는 비서로서 당연히 강한서에게 적극 협조해야 한다."어제 내가 가고 신표는 언제 갔어요?"신표는 강한서의 외삼촌이자 신미정의 남동생이다.강한서의 외가는 의료기기로 가업을 일으켰으며 나중에는 부동산에 발을 디디며 벼락부자가 되었다. 하지만 주식 시장에 뛰어드는 바람에 자산 절반을 날려버리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신미정이 강씨 가문에 시집온 뒤로 신씨 가문은 이내 전자 제품 산업에 뛰어들었지만 마땅한 기술 팀이 없어서 자잘한 부품을 만들었다. 한마디로 그저 대리 생산 업체였다.게다가 퀄리티도 따라가지 못했지만 한성 그룹을 등에 업다 보니 주문량이 엄청났고 연간 수입 또한 어마어마했다.정인월은 그런 신씨 가문 사람들이 성에 차지 않았고 강한서도 그들과 가깝게 지내지 않았다.정인월이 속물이라 그런 것이 아니라 그저 두 가문의 차이가 너무 엄청났기 때문이다. 유씨 집안도 보잘 것 없었지만 정인월은 강한서의 결혼에 대해 한 번도 반기를 든 적 없었다. 정인월은 절대 배경을 보고 사람을 들이는 사람이 아니다.비록 유상수는 역겨운 사람이지만 유현진은 신미정보다 사리가 밝았다.유현진은 절대 두 가문 사이의 사업에 적극 개입하지
물론 신표도 강한서에게 원하는 게 있으니 찾아온 것이다.어제 신씨 그룹의 두 주요 생산 라인이 소방 불합격 신고를 받았다.관련 부서에서 갑자기 점검을 왔기에 신표도 준비 없이 털려버렸다. 생산 차간의 소방 설비가 불완전한 데다가 탈출구에 인화성 물건을 쌓아 올려 관련 부서에서는 바로 두 생산 라인을 일시 폐쇄 시켰다.작년에 한주시에서 한 화학공장의 폭발로 100명 이상의 사상자가 생겼다. 이런 중대한 안전사고는 정부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기에 관련 부서에서는 올해 한주시의 소방 문제를 엄격히 조사했다.그런데도 신씨 기업의 두 생산라인이 겁도 없이 행동했으니 벌을 받아 마땅하다.사건의 심각성을 알지 못한 신표는 돈으로 해결하려고 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으며 오히려 경찰서에 끌려갈 뻔했다.친한 지인이 말하길 이 일은 벌금이 문제가 아니라 잘못하면 강제 영구 폐쇠당할 수도 있다고 한다.신씨 가문의 주요 수입원이 바로 이 생란라인인데 만약 폐쇄라도 당하면 신씨 가문은 영원히 다시 일어설 수 없다. 하여 조급해진 신표는 강한서가 나서 신씨 가문의 위기를 해결해 주길 바랐다.하지만 신표가 모르고 있는 한 가지 사실, 신고자는 바로 강한서라는 것.그런데 신고자인 강한서가 어찌 그를 도우려고 할까?민경하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신 대표님이 한 시간도 더 기다리시다가 얼굴이 아주 시커메서 돌아가셨어요."이 일은 이미 신미정의 귀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러니 얼마 안 가 신미정은 강한서를 찾아올 게 뻔하다.강씨 가문에 시집온 지도 어언 30년이건만, 신미정의 마음속에는 항상 신씨 가문이 1위였다.정인월이 강씨 가문 안주인이 가져야 할 권리를 절대 신미정에게 넘겨주려고 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그 큰 권리를 맡겼다가는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격이 될 게 뻔하니까.강한서는 신씨 가문 사람들에 대해 더는 묻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유씨 집안에는 무슨 일 없었어요?""유상수는 요즘 잠잠하더라고요. 사모님과의 이혼… 별거 소식이 전해지고
유현진은 머리가 지끈거려 어금니를 깨물며 답장했다."나한테 두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내가 이 돈 못 쓸 것 같아요?"민경하는 바로 답장했다."대표님이 그 돈은 사모님 마음대로 처리하라고 하셨어요. 그저 배당금 일부니 재테크를 하든 쇼핑하든 마음대로 하셔도 좋아요."'이게 사람이 할 소리야?배당금의 일부? 보통 사람은 평생을 벌어도 못 버는 돈인데. 잘난 척은. 정말 꼴 보기 싫어.'민경하에게서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하자 유현진은 차라리 답장하지 않았다.'마음대로 해. 바빠죽겠는데, 똑같이 유치하게 놀아 줄 시간 없어.'명예 소송은 모레 재판이 열리는데 유현진은 직접 참석하기 위해 차이현에게 상의했다.차이현은 이 사건이 송민영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듣고 걱정이 앞섰다."이렇게 되면 현진 씨 정체가 알려져 그쪽 팬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기자들도 붙을 건데 만약 패소라도 하면 드라마가 방영하기도 전에 조작 배우라는 누명을 쓸게 뻔해요.""감독님. 저랑 송민영은 업무상의 원한뿐만 아니라 사적인 원한도 있어요. 그러니 저 무조건 해야 해요. 그리고 절대 패소하는 일 없어요."업무상의 원한은 차이현이 타이를 수 있지만 사적인 원한은 차이현이 타이를 수 없었다."사적인 원한은 뭐죠?"유현진은 입술을 오므리더니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내 개를 훔쳤어요."…...같은 시간, 송민영의 엘 하트 펜션.임효우가 노크했다.통화 중인 송민영이 아무 대답이 없으니 임효우는 바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전화를 끊은 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왜 말도 없이 들어와?"임효우는 입술을 오므렸다.송민영은 곧 열리는 소송을 생각하더니 표정이 잠시 굳었다가 이내 미소를 지었다."효우야, 걱정돼서 그래?"임효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송장을 받은 뒤로 그녀는 매일 불안에 떨었다.그녀의 계정은 선셋 스타에게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당했다.하지만 그 계정의 진짜 주인은 사실 송민영이다.그저 그녀의 이름으로 되어있어서 결국 법
하지만 송민영은 임효우를 이 바닥에 들여놓을 생각이 전혀 없다. 송민영 옆에 있은 지도 어언 1년도 넘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송민영의 물이나 따라주는 하녀 노릇만 했다.송민영과 함께 촬영장을 뛰면서 그녀도 많은 연예인 매니저와 친분을 쌓게 되었다. 송민영보다 출연료가 낮은 연예인들도 매니저에게 매달 400만 원은 주었는데 송민영은 임효우에게 월 160만 원밖에 주지 않았다.160만 원. 너무 적은 월급은 아니지만 한주시처럼 물가가 높은 곳에서는 빠듯하게 지내야 했다.그녀는 몇 번이고 송민영에게 월급 인상에 관해 말을 꺼냈지만 매번 송민영은 그녀가 아직 어리고 스펙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민효우는 지방대를 졸업했기에 한주시처럼 인재가 모여있는 도시에서 발을 붙이기 힘들다. 만약 송민영을 떠난다면 그녀의 상황은 더 어려워질 것이며 기껏해야 힘으로 벌어먹고 살아 갈 수 있다.임효우가 그렇게 부지런한 사람이었다면 절대 송민영 옆으로 오지 않았을 것이다.남들보다 쉽게 월급을 받던 사람이 어찌 힘든 일을 하려고 할까?하지만 임효우도 잘 알고 있다. 지금 송민영이 그녀에게 촬영팀으로 들여보내 주겠다는 말은 그저 그녀를 달래서 대신 죄를 뒤집어쓰게 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것을.만약 계정의 실제 사용자가 송민영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송민영은 반드시 큰 타격을 입기 마련이다.송민영은 늘 팬들과 허물없이 털털하게 지내는 친한 언니와도 같은 이미지를 지켜왔다. 그런데 사적으로 악플이나 다는 사람이라는 것이 밝혀진다면 그녀의 배우 생활은 크게 흔들릴 것이다.임효우도 바보가 아니다. 정말 송민영의 도움으로 스크린에 데뷔한다고 해도 만약 이후에라도 이 사건이 밝혀진다면 그녀는 한순간에 몰락하고 만다.송민영은 배우로서 이 도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데 어찌 임효우가 자기 대신에 죄를 뒤집어쓴 결과를 모를 수 있을까?그저 아직 어린 임효우의 꿈을 이용해 달래는 것뿐이다.만약 송민영이 정말 그녀를 도와줄 마음이 있었다면 지금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었을까?사실 임효우는
임효우는 어깨를 움츠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말한 게 아니라, 계정 언니가 쓰고 있는 걸 아빠도 알아요. 그런데 갑자기 이 사건이 실검에 오르니 아빠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 거예요."송민영의 굳은 표정은 도무지 풀리지 않았다."됐어. 상관하지 마. 이모부한테는 내가 얘기할게. 더는 이 일에 대해서 이모부한테 입도 뻥긋하지 마. 연락도 하지 말고. 특히, 내 연락처 절대 주면 안 돼, 알겠지?"임효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다가송민영에게 물었다."언니, 강 대표님이 그날 출석하실까요?""아직 연락 안 됐어."송민영은 짜증이 몰려왔다. 사실 패소가 두려운건 아니다. 어차피 임효우라는 희생양이 있으니 기껏해야 잠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를 뿐, 배우 생활에 타격은 없다.그런데 하필 상대는 강한서의 법정 출석을 요구했다.송민영과 강한서의 거래는 이미 끝났고, 법정 출석은커녕 전화도 받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상대에게 약점이 잡혀있었고, 계약 해지 후의 일도 상대에게 의지해야 하므로 어쩔 수 없이 상대의 지시를 따라야 했다."언니,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요."임효우가 신비스러운 말투로 말했다."강 대표님은 사생아가 공개될까 봐 두려워하고 있잖아요. 이걸로 딜 하면 반드시 출석하실 거예요."송민영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했다.그녀는 비록 은서와 강한서의 사이를 모르지만, 확실한 건 강한서가 그 아이를 아주 아낀다는 것이다.강한서가 송민영을 띄워준 이유는 그녀의 실력 때문이 아니라 희귀한 혈액형 때문이다. 송민영의 피는 은서를 살릴 수 있다.당시 강한서는 전국을 뒤져 같은 혈액형을 가진 사람 다섯 명을 찾아냈다. 하지만 어떤 이는 나이가 너무 어리고 어떤 이는 나이가 너무 많았으며 혹은 기저질환이 있어 이식 요구에 부합되지 않았다.송민영은 다섯 명 중 가장 적합한 인물이다.마땅한 나이에 몸도 건강한 데다가 특히 그녀는 돈도 필요했고 유명세도 얻고 싶었다.강한서의 능력으로 그녀에게 돈과 명예를 주기는 아주 쉬운 일이다. 그들은 이내
송민영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너 배우 되고 싶은 거 아니었어?"임효우가 말했다."내 주제에 배우는 무슨. 배우 하려면 언니처럼 예뻐야 할 수 있잖아요. 난 외모도 딸리는 데 누가 나 같은 사람을 배우로 쓰려고 하겠어요? 차라리 매니저 일이나 배우는 게 나아요. 언니만 계속 활동하면 나도 굶어 죽지는 않을 거 아니에요?"자기를 깎아내리며 송민영을 치켜세우는 방식은 송민영의 마음에 쏙 들었다.송민영은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그렇게 생각한다니 정말 다행이다. 이번 사건만 잘 마무리되면 우진이한테 너 잘 가르치라고 할 테니 너도 잘 배워둬. 나중에 우리 두 자매끼리 일인 기획사 세워서 너한테 주식도 줄게."임효우는 미소를 지었다."우리는 친자매나 다름없으니까, 언니만 좋다면 나도 좋아."송민영을 대신해 죄를 뒤집어쓰는 일은 공을 세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한성 그룹.강한서는 한창 회의 중이다.홍보 강연 사건 이후, 강한서는 큰 손해를 보았고 강단해는 이때다 싶어 많은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임원들도 바람에 나부끼는 갈대처럼 강단해의 편에 서기 시작했다.강한서에게 붙었던 임원들이 새로운 추세에 강단해에게로 넘어간 것이다.회사의 개발팀도 잠잠해지는 바람에 세미나에 참석하는 임원들도 많이 적어졌다.하지만 강한서는 이에 대해 개의치 않고 여전히 개발 중인 제품에 중점을 두었다.세미나가 끝나기도 전에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비켜! 나 강한서 만나러 왔어!"경호원은 다급히 막아섰다."대표님 지금 회의 중이라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하셨어요.""회의는 무슨? 내가 상관할 바 아니고, 지금 당장 만나야 해!"소란스러운 소리는 회의실에서도 똑똑히 들렸다.회의실의 사람들은 서로 눈치 보기 바빴다. 보고를 올리던 직원도 말을 멈추고 강한서의 눈치를 보았다.강한서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계속하세요."직원은 헛기침하더니 계속 보고를 올렸다."당신 신입이야?"신미정이 화를 냈다."내가
강한서는 신미정을 힐끗 보며 말했다."굳이 회사까지 와서 난동 부려야 겠어요?"신미정은 표정을 굳히며 물었다."네 외삼촌 회사에 어려움이 생겼는데 왜 안 도와줘?"민경하는 신미정의 질문에 저도 몰래 미간을 찌푸렸다.강씨 가문의 어려움도 아닌 신씨 가문의 일인데 도움을 청하는 사람이 저렇게 당당할 수 있을까? 참 보기 드문 장면이야.'강한서는 신미정을 훑어보며 말했다."신씨 그룹의 생산라인이 왜 강제 폐쇄당했는 지는 알고 있어요?"신미정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방 문제 아니야? 그게 큰일이야? 너 관련 부서에 아는 사람도 많잖아. 네가 한마디만 해주면 돼."강한서는 안색이 어두워졌다."차간 탈출구에 가연성 제품과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물건을 쌓아뒀어요. 그것들은 허가도 받지 못한 물건이라고요. 만약 사고라도 난다면 차간의 그 많은 노동자는 어떻게 될지 생각은 해보셨어요? 그렇게 되면 누가 책임져요?"신미정은 항상 신씨 가문만 중요한 사람이라 강한서의 말이 전혀 귀에 들리지 않았다. 하여 강한서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입을 열었다."사고 안 났잖아? 일단 폐쇄부터 풀고 다시 정돈하면 되지. 세상에 실수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어딨어? 누가 신고했는지 찾아내기만 해봐.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그럴래요?"강한서는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내가 했는데, 신고."신미정은 몸이 굳어버렸다."너 지금 뭐라고 했어?""신씨 가문 생산라인 소방 문제, 내가 신고했다고요."신미정의 놀랍다는 표정으로부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리고 원망의 표정으로 변했다. 그녀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말했다."너 왜 그랬어? 외삼촌 부부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넌 양심이란 게 있기나 해?""별다른 이유는 없어요."강한서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신미정을 바라보았다."그저 엄마도 소중한 걸 빼앗기는 기분을 느꼈으면 해서요."신미정은 멈칫하더니 이내 강한서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강한서는 유현진 때문에 신미정에게 화풀이하는 것이다.그녀는 일그러진
비록 강한서가 당시 17살이라고 해도 몸은 이미 성인과 다를게 없었다.180cm의 거구를 들려면 적어도 두 사람이 같이 힘을 합쳐야했다.그 날 간호사 한명이 점심을 가지러 가서 자리에 한 명밖에 없었기에 남겨진 간호사는 신미정한테 도움을 청했었다.하지만 몸을 옮기는 도중 카테터가 실수로 빠지는 바람에 안에 있던 액체가 침대에 쏟아지자 신미정은 재빨리 받치고 있던 손을 뗐었다. 간호사가 그의 허리를 받쳐주고 있지 않았다면 그의 상처에 심각한 충격을 받았을것이였었다.그는 그때 신미정이 드러냈던 표정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그녀의 눈빛에서 묻어났던 혐오감과 불쾌감은 침대에 누워있던 사람이 그녀의 혈육이 아니라는 착각까지 불러일으켰다.신미정은 평소에도 그한테 무뚝뚝한 태도로 일관했었지만 이 일로 신미정이 얼마나 그를 보잘것없이 여기는지를 깨달았다.(내 어머니도 날 이렇게나 싫어하는데 나한테 진심인 사람이 과연 있을까?)허리 수술이후 강한서는 병원이라는 곳을 싫어하기 시작했다, 그는 침대에 누워 아무것도 못하는 무력감을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자신이 제일 무력할때야말로 주위의 사람에 대해 제일 잘 알기 때문에.그리고 그가 열이 났었을때, 그는 화장실에서 널부러져있는 상태로 유현진한테 화를 냈었다, 그의 알량한 자존심 말고도 유현진의 표정에서 신미정의 모습을 보고싶지 않았었기 때문이였다.하지만 유현진의 반응은 신미정하고는 전혀 달랐다.그녀는 그를 부축하고 씻겨줬으며 서로의 관계가 아직 나아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자존심을 지켜줬었다.강한서도 눈치가 없는건 아니였고 신미정이 이 혼사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것도 알고 있었다.그가 결혼한지 두달도 채 되지 않아 분가를 한 건 두 사람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였다.하지만 그는 신미정이 이토록 잔인한 짓을 할줄은 생각 못했었다.유현진이 어떤 마음으로 이혼얘기를 꺼냈을지 생각만 해도 그는 마음이 아려왔다.신미정은 떨리는 손으로 강한서를 가리키며 욕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