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진은 갑자기 눈꺼풀이 뛰었다.송병천은 강한서를 반갑게 맞았다. "한서야, 여기는 어떻게 왔어?"손에 양주 두 병을 든 강한서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 "민준이에게서 아저씨가 여기서 식사하신다는 걸 들었어요. 그래서 술을 가져다 드리려고 왔어요."송민준도 눈꺼풀이 뛰었다. 저 자식은 핑곗거리를 잘 찾아!송병천은 술을 엄청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양주를 즐겨 마셨다.몇 해 동안 외국 생활을 하면서 아내가 술을 못마시도록 단속했기에 오랫동안 술을 입에 대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 마침 강한서가 그가 가장 즐겨 마시는 술을 들고 왔으니,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송병천이 스스로 술을 주문하려고 하면 서해금이 말렸을 텐데, 강한서가 들고 온 거라 서해금도 딱히 뭐라 하지 못할 것이다.송병천은 강한서를 보면서, 특히 강한서가 들고온 두 병의 술을 보면서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그냥 오면 될 일이지, 뭘 또 술까지 들고 왔어."그러면서 송민준에게 일렀다. "민준아, 뭐해. 얼른 가서 받지 않고."송민준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강한서에게로 다가가더니 술 두 병을 받아쥐고는 강한서를 담담하게 쳐다보면서 물었다. "강 대표님, 여덟 시에 약속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얼른 가 보세요."그 말인 즉, 술을 받았으니 얼른 꺼져라는 뜻이었다.송병천은 아들의 숨은 뜻을 알아채지 못했다."한서야, 약속이 있었어? 너랑 한 잔 마시려고 했는데."강한서는 안색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 "약속이 있었는데, 상대방이 갑자기 일이 생겨 오지 못한다고 연락왔어요. 지금 와서 메뉴를 취소할 수도 없고, 조금 있다가 그 메뉴들을 이 룸으로 보내달라고 할게요."송병천이 말했다. "우리도 많이 주문하긴 했는데. 어차피 네가 약속한 사람이 오지 않을 테니 우리랑 같이 먹자."강한서는 대뜸 답했다. "그럼 실례할게요."유현진......송민준은 눈가가 바르를 떨렸다.강한서의 낯짝이 이렇게 두꺼울 줄은 몰랐다. 저 놈 얼굴에 철판 깔았어?그저 인사치례로 한
그 말에 송병천도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송병천은 송민준과 강한서가 서로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이 좋았다. 송민준은 잔머리를 잘 굴리기에 상상력이 풍부하지만 강한서는 그에 비해 차분하고 실속이 있었다.그리하여 송병천은 송민준이 강한서에게 더 많이 배우고 두 사람의 사이도 친해질 수 있기를 바랐다.유현진은 조용히 의자를 송가람 옆으로 옮겼다.송병천은 기분이 좋아져 강한서에게 유현진을 소개하더니 또 유현진이 송가람을 구해준 일을 연기까지 해가며 아주 생동하게 설명했다.서해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한서가 더 잘 알아요. 현진 씨와 부부인데 그것도 모르겠어요?"서해금의 말에 사람들은 표정이 각기 달랐다.젊은 세대 사람들은 두 사람이 이혼했다는 사실을 이리저리 소문을 통해 들어 다 알고 있었다. 유현진이 그날 올렸던 공개 구혼 게시물은 이미 쫙 퍼진 상태이니 말이다.하지만 어르신들은 잘 알지 못했다. 마치 송병천과 서해금처럼 말이다.송병천은 심지어 두 사람이 부부 사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런데 이혼이라니…만약 알았다면 강한서와 그리 즐겁게 대화를 나누지 못했을 것이다.유현진은 입술을 오므렸다.두 사람은 강한서와 유현진의 이혼 사실을 몰랐다. 그런데 만약 유현진이 그 상황에서 이혼 얘기를 꺼냈다면 송씨 가문 두 어르신은 분명 난처했을 것이다. 아무래도 그들이 강한서를 가지 말라고 남겨두었으니 말이다.그래서 유현진은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유현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송씨 남매도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또 강한서는 워낙 울며 겨자 먹기로 한 이혼이라 차라리 누구도 이 일을 입 밖에 내지 말길 바랐다.서해금의 말이 끝나고 강한서가 입을 열었다."나는 어떤 상황에도 유현진이 자기를 먼저 보호할 수 있길 바라요."비록 유현진이 흘려들을지라도 강한서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똑똑히 알고 있다. 그 말은 강한서가 지금 이 순간, 제일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유현진이 12층 외벽을 타고 여자 화장실로부터 남자 화장실로 이동했다는
송병천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송병천은 이 사건의 뒤에 강민서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강한서의 시선은 유현진을 향했다.유현진은 아무렇지 않게 강한서의 시선을 무시했다.그녀는 강한서가 강민서를 대신해 해석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역시나 강한서가 이내 입을 열었다."아저씨, 확실히 민서 때문에 발생한 일이에요. 반드시 직접 찾아와 사과드리도록 할게요."유현진은 어리둥절했다.분명 강민서를 대신해 핑계를 댈 줄 알았는데 반대로 인정해 버렸다.‘작전인가?'강한서가 이렇게까지 말하니 송병천은 아무리 기분이 언짢아도 사람들 앞에서 뭐라 하기 어려웠다.그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민서 그 아이 정말 교양이 없군. 아무리 가람이와 상관없다고 해도 어떻게 화났다고 현진 씨를 화장실에 가둘 수 있어? 가정 교육 제대로 못 받은 아이도 아니고."강한서는 입술을 오므리더니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제가 따끔하게 혼낼게요."굳어져 가는 분위기에 서해금이 이내 따뜻한 어조로 말했다."그만 하세요. 어렵게 한자리에 모였으니 즐거운 얘기만 나누자고요."유현진은 조금 놀랍다는 표정으로 서해금을 바라보았다.송가람은 그녀에게 엄마라고 부르지만 송민준은 아줌마라고 불렀다. 호칭으로 보았을 때, 송가람은 아마도 서해금의 친딸일 것으로 추정된다.송씨 가문의 두 남자는 송가람을 공주처럼 모시는데 오히려 친모가 더 쿨했다.송병천은 서해금의 말을 잘 듣는 것 같았다."교양 없이."서해금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송병천은 혼자서 한마디 더 하고는 더는 이 일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유현진은 작전이 먹히지 않자 다소 실망했다.'하도 교양 있는 사람들이라 말이지, 나 같았으면 내 딸을 누가 그렇게 만들었다면 아마 죽이려고 달려들었을 거야.'그녀는 술잔을 들고 송가람에게 말했다."가람 씨 몸도 안 좋으니 차로 대신하셔도 좋아요. 제가 한 잔 올릴게요."유현진은 술잔의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현진 씨 정말 털털하네요."송민준이 미소를 지으며 유현진의
하지만 이미 내뱉은 말이라 강한서도 거절하기 창피했다.그는 하는 수 없이 술잔을 들고 침을 꼴깍 삼키며 머리를 들고 말했다."그럼 제가 먼저 마실게요."말을 끝낸 강한서는 머리를 뒤로 젖히며 양주를 한꺼번에 들이켰다.그 컵은 최소 300밀리리터 용량으로 송민준은 컵에 양주가 넘쳐날 만큼 찰랑찰랑하게 부었다.강한서는 와인을 마셔도 취하는 사람이다. 그녀는 강한서가 양주를 마시는 것을 본 적 없다. 하지만 와인도 못 마시는 사람이 어떻게 양주를 마실까.다들 즐기려고 술을 마시지만 강한서에게 술은 순전히 고문이다.한 잔의 술이 들어가고, 강한서는 이내 물을 반 컵이나 마셨다.유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바보도 아니고, 못 마시겠으면 수단 좀 쓰지. 넘기지 말고 물컵에 따로 뱉어버리던가. 바로 치워버리면 아무도 모를걸.어쩜 사람이 저렇게 고정해.'지금까지 강한서가 자라 온 환경으로 보았을 때, 아무도 그에게 술을 감히 권하지 못했다. 그래서 강한서는 술을 피하는 방법을 잘 모르고 있다.하지만 유현진은 다르다. 그녀는 술독이다.대학교 시절에 혼자서도 여러 남학생을 쓰러 눕혔다. 주량이 좋은 것도 있지만 수도 많았다.절반 마시고 절반을 흘리는 수법, 물을 마시는 척하며 술을 뱉는 수법, 입가를 닦는 척 흡수력이 강한 손수건에 술을 뱉는 수법 등등…...술을 피하는 방법은 많고도 많았다. 사실 술을 마시고 취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취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덜 마셨기 때문이다.그녀는 강한서처럼 성실하게 마시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심지어 주량이 좋은 송민준도 반 잔만 마시고 강한서가 원샷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이내 또 한 잔을 채워주었다."몇 년 만에 만났는데, 주량이 좋아졌네. 자, 한 잔 더 해."간만에 술친구가 생긴 송병천은 이내 자기 술잔에 한 잔 더 따르려고 했다.하지만 술병이 잔에 닿기도 전에 서해금이 말했다."여보, 음식을 차려놓고 술만 마시는 게 어디 있어요? 현진 씨 식사 대접하는 자리지 세 사람이 술 마시는
강한서의 말투에서 유현진은 강한서가 취했음을 알 수 있었다.이게 바로 강한서의 무서운 구석이다. 술을 마신 강한서는 잠만 자지 않으면 누구도 그가 취했다는 것을 모른다.송병천은 그것도 모르고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그래?"유현진은 화를 억누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이 사람 말 듣지 마세요."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렸다."당신이 그랬잖아."유현진은 어이가 없었다.그녀는 입술을 오므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강한서가 취했을 때는 대꾸를 하면 안 된다. 그러다가 무슨 말이 나올지도 모르기 때문에 제일 좋은 방법은 바로 대답하지 않는 것이다.유현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강한서도 입을 다물었다.그러더니 그녀의 접시에 까지 않은 새우를 산처럼 쌓아 올렸다.다들 손대지 않은 새우 한 접시를 강한서는 모두 유현진의 그릇에 쌓아 올렸다.…...그녀는 멍하니 그 장면을 바라보는 송씨 가문 네 식구를 번갈아 보았다.'강한서 때문에 창피해 죽겠네.'보다 못한 송병천이 마른기침을 하며 말했다."한서 아내 사랑이 아주 대단하네."강한서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 맨날 이 사람 화나게 만들어요."송병천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부부가 살다 보면 싸우기 마련이지. 요즘 어느 젊은 부부가 안 싸우고 살아. 싸우면서 더 정이 드는 거야. 민준이 봐봐. 싸울 사람도 없잖아. 한서 너랑 동갑인데 아직 여자친구도 없어."송민준은 어이가 없었다.'갑자기 왜 나한테 불똥이 튀는 거야?'송병천의 말에 강한서는 아주 공감했다."쟤는 여자친구도 없는 데다가 남의 와이프한테 눈독 들여요."술을 마시던 송민준은 하마터면 술을 뿜을 뻔했다.송병천은 흠칫했다."뭘 눈독들여?""내 와이프한테- 웁-"강한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현진은 강한서의 입을 막아버렸다."아저씨, 아줌마. 오늘은 이만 돌아갈게요. 한서가 취해서 먼저 데려다줘야 할 것 같아요."'미친놈, 술만 마시면 개소리야! 내가 조금만 늦었어도 무슨 폭탄을 터뜨렸
"이거 놔!"유현진은 강한서를 노려보았다.하지만 강한서는 그녀의 손을 놓지 않았고 오히려 손에 힘을 더 주면서 말했다."송민준 찾으러 가려고?""내가 누구 찾아가든 당신이랑 상관없어, 민 실장한테 데리러 오라고 해!"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리고 유현진의 말을 무시했다."제비처럼 생긴 송민준이 어디가 마음에 들어?"유현진은 어이가 없었다.'송 대표가 어딜 봐서 제비처럼 생겼어? 하여튼 술만 마시면 허튼소리야. 없는 소리나 하고.'유현진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그녀의 턱을 잡고 물었다."내가 송민준보다 부족한 게 뭐야?"강한서는 마치 철들지 않은 아이처럼 고집스러웠다.식사 자리에서 허튼소리를 한 강한서에게 이미 화가 난 유현진은 강한서를 훑어보며 말했다."어디나 다 부족해. 외모도 꿀리고 말하는 센스도 없고 게다가 쪼잔하기까지 한데, 어떻게 송 대표랑 비교해?"강한서는 유현진의 대답을 받아들일 수 없어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가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내가 당신한테 쪼잔하게 굴었어?"강한서는 그녀에게 쪼잔한 적이 없었다. 그녀에게 무제한 신용카드를 주었으며 종래로 어디에 돈을 썼는지 따져 물은 적도 없었다.감정만 요구하지 않으면 강한서는 최고의 신랑감이다.하지만 이혼 뒤에 맨몸으로 집에서 나온 유현진은 강한서의 좋은 점도 다 부정해 버렸다.그녀는 강한서를 힐끗 보며 말했다."맨몸으로 나왔는데 쪼잔한 거 아니고 뭐야?"그녀는 뒤끝이 있어서 이런 말을 꺼내는 게 아니다. 더군다나 맨몸으로 나온 건 그녀의 선택이다. 그녀는 그저 강한서가 술에 취한 김에 화풀이하고 싶었을 뿐이다. 어차피 다음날이면 강한서는 지금 이 대화들도 다 까먹을 테니까.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갑자기 휴대폰을 꺼냈다.유현진은 강한서가 민경하에게 전화를 거는 줄 알고 신경 쓰지 않았다.이내 그들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지만 민경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유현진은 고개를 돌려 물었다."민 실장한테 연락 안 했어?"강한서는
그녀는 자기가 잘못 본 줄 알고 3초 뒤에 다시 전등을 켰다.그녀는 온 집안에 쫙 깔린 금빛 지폐에 눈이 머는 줄 알았다.현관부터 거실까지 바닥에는 지폐 뭉치가 쌓여 있었으며 탁자에는 금괴로 쌓아 올린 피라미드도 보였다.그녀는 순식간에 범죄 소굴에 들어온 듯 다리가 후들거렸다.'경찰 오는 건 아니겠지?'강한서는 그녀에게 백허그를 하고 그녀의 가느다란 어깨에 턱을 내려놓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맘에 들어? 다 당신 거야."유현진은 할 말을 잃었다.지조가 없는 게 아니라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도 집안 가득 깔린 지폐와 금괴를 보면 눈이 돌아갈 것이다.더군다나 그녀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다."나랑 송민준 누가 더 쪼잔해?"…...한참 뒤, 그녀는 겨우 집 나간 정신을 다시 찾아왔다.돌이켜보니 강한서는 엘리베이터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설마 그때 민 실장한테 시킨 거야?이 한밤중에 어디서 이 많은 돈을.은행이 제집이야 뭐야?'유현진은 갑자기 머리가 아파 났다.'강한서 이 자식 워낙 제정신 아닌 데다가 술까지 마시니 더 심각하네.쪼잔하다고 말했다고 은행을 털어왔어?돈 자랑이야?'유현진이 아무 말 없자 강한서는 기분이 언짢아서 두 팔에 더 힘을 주어 그녀를 껴안았다."묻잖아. 누가 더 쪼잔해?"여기서 강한서가 쪼잔하다고 하면 강한서는 아마 또 다른 은행을 털어올 것이 뻔하다.유현진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송민준이 강한서에게 술을 따라줬을 때 말렸을 것을.그녀는 하는 수 없이 얼버무렸다."송민준이 당신보다 쪼잔해. 됐어?"그제야 강한서는 만족스러운 듯 그녀의 손을 잡고 당기며 말했다."기사한테 와서 돈 차에 실어달라고 하고 같이 당신 카드에 넣으러 가자."유현진은 강한서를 당기며 말했다."내일, 오늘은 늦었어."만약 기사가 이 어마어마한 돈을 보고 나쁜 마음이라도 품는다면 두 사람 모두 무사치 못할 것이다.'술에 취해 판단력도 잃고 머리도 잃은 거야?'유현진은 휴대폰을 꺼내 민경하에게 연
그래서 아무리 졸려도 꾹 참고 유현진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강한서는 손에 땀이 날 정도로 유현진의 팔을 꼭 잡고 있었다. 팔이 축축해지자 그녀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졸리면 들어가서 자."강한서는 눈을 반쯤 감고 말했다."당신 카드에 돈 넣고 나면 잘게. 아니면 당신 또 나 버리고 갈 거잖아."…...'넣든 안 넣든 어쨌든 집에 갈 건데 뭐. 이혼했으니 이 집은 더는 나랑 상관없어.'하지만 강한서의 집요한 모습에 유현진은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뭐 말해도 내일이면 다 까먹겠지만.'"현진아."강한서는 그녀를 끌어안고 지폐 위에 누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유현진은 대답하지 않았다."현진아."유현진이 답이 없으니 강한서는 또 한 번 불렀다.그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왜?""송민준 좋아하지 마."강한서는 그녀의 목에 얼굴을 대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이 내가 싫다면 내가 고칠게. 근데 얼굴은 안돼. 사실 자주 보다 보면 나도 잘 생겼어."강한서의 말에 유현진은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강한서가 계속 말했다."처음에 나도 당신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 당신 눈도 작고 코도 납작하고 웃는 모습도 어색하잖아. 근데 보다 보니 점점 예뻐지더라고…"유현진은 어이가 없었다. 그녀는 잡히는 대로 지폐를 들어 강한서의 입에 쑤셔 넣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강한서는 쉴 새 없이 그녀의 귓가에 대고 쫑알거렸다. 유현진은 그 소리에 질려 자기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돈은 보기에만 좋았지 수면에 도움은 안 된다.다음날 유현진은 지폐 때문에 불편해 잠에서 깼다. 익숙한 천장과 온 집안 가득한 지폐에 그녀는 어젯밤의 일을 떠올렸다.강한서는 아직도 그녀의 허리를 꼭 감싸고 달콤하게 자고 있었다.유현진은 강한서의 팔을 치우고 휴대폰을 확인했다. 고작 6시다.그녀는 민경하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민경하는 역시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강한서도 곧 잠에서 깰 시간이기도 하니 유현진은 한성우의 번호를 눌렀다.그녀는 그저 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