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대표님."멀지 않을 곳에서 애교가 섞인 여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현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화려한 핑크색 원피스를 입은 송민영이 시선에 들어왔다.송민영은 만면에 화사한 웃음을 지으면서 걸어오더니 인사를 건넸다. "송 대표님도 있었네요."그러고는 시선이 유현진을 훑더니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현진 씨, 잘 지내셨어요?"강한서는 눈썹을 찌푸렸다. 송민영은 여기에 왜 온 거야?유현진은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손은 두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유현진은 송민영이 악센트를 어디에 뒀는지 알아들었다. 유현진의 처지에 깨고소해하는 그의 마음이 곧이곧대로 말투에서 전달되었다.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유현진은 강한서와 이혼한 것도 모자라 일전 한 푼도 못 받고 쫓겨났다. 유현진에게서 여러 차례 수모를 받아온 송민영은 이 소식이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얼마 전에 현진 씨의 어머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당시 출장으로 타지에 있어서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해 못내 미안했는데, 오늘 현진 씨 상태를 보니까 어머님을 여읜 슬픔에서는 벗어났나 보네요. 역시 시간은 약이에요."유현진은 눈빛이 어두워졌다.엄마가 돌아간 지 한 주밖에 안 되는데, 엄마를 여읜 슬픔에서 벗어났다니, 이건 분명 상처난 가슴에 비수를 꽂는 말이었다."민영 씨, 미안할 거 없어요. 우리 엄마를 북교 묘원에 모셨으니, 가서 몇 시간 정도 절하면서 민영 씨의 마음을 전하면 돼요. 말로만 하지 말고 행동에 옮겨야죠. 우리 엄마가 민영 씨의 정성에 감동되어 나중에 민영 씨의 꿈에 나타나 직접 고마움을 전할 수도 있잖아요."송민영은 입술을 바르르 떨었다.어떻게 저렇게 멀쩡한 표정을 짓고 저렇게 음산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지?이혼했는데도 독설은 여전하네!이혼까지 했으니 이젠 강한서의 눈치마저 볼 필요 없으니까 완전한 자유를 얻었다는 건가?송민영은 애써 웃으면서 답했다."현진 씨, 농담도 잘하시네요."그러면서 화제를 송민준에게로 돌
유현진......강한서는 순간 너무 놀라 멍해졌다. 위기감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송민영도 놀라서 되물었다. "누구 부모님께 소개시키는 거예요?""물론 저의 부모님이죠."송민준은 활짝 웃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만난 지 꽤 오래 됐는데, 부모님께 소개시켜 드려야 부모님도 걱정을 덜하실 것 같아서요. 아니면 제가 아직 싱글인 줄 알고 계속해서 저한테 여자친구를 소개시켜 주려고 해서요."강한서......유현진도 옆에서 놀란 표정으로 송민준을 쳐다보고 있었다.송민준의 대답은 유현진의 체면을 세워준 건 사실이지만, 어딘가가 수상하고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송민영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물었다. "송 대표님, 현진 씨와의 관계가 부모님께 인사드릴 정도까지 발전한 거예요?"송민준은 송민영을 흘끔 쳐다보더니 되물었다. "이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요?""조금요,"송민영은 두 주먹을 꽉 쥐더니 낮은 소리로 말했다. "현진 씨가 이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송 대표님과 함께 부모님께 인사 드리는 걸 보니, 빠르다는 생각이 드네요.""그런 부분이 없지 않아 있는데, 맞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한 순간도 기다리기 싫더라고요. 기존에는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강 대표님이 보석을 알아보지 못하니 저한테 기회가 온 거 아니겠어요?"송민준은 피식하더니 말을 이었다. "우리 두 사람이 나중에 잘 되면 다 강 대표님 덕이에요. 그때 가면 제가 푸짐한 선물 보내 드려야지요."유현진은 옆에서 무표정으로 송민준의 헛소리를 듣고 있었다.송민준은 엄청 진지하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특히 '나중에 우리 두 사람이 잘 되면'이라는 말을 할 때 일부러 유현진과 한번 눈을 마주쳤다. 마치 사랑에 빠진 남자처럼 말이다.강한서의 얼굴은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어두워졌다. 그는 독기 가득한 눈으로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유현진에게 물었다. "송민준이 한 말 진짜야?"유현진은 강한서의 눈빛에서 당황함과 슬픔을 보았다.그런데 그녀는 이내 그런 생각을 저
말하고는 바로 몸을 돌려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송민영은 씁슬했다. 골수 이식이 끝났으니 송민영은 더 이상 강한서에게 이용 가치가 없었다. 그렇다고 강한서는 몇 년 동안 알고 지내왔던 정을 싹둑 잘라버렸다.송민영은 어렵게 오늘의 성과를 얻었다. 그런데 유현진은 강한서와 이혼을 하더라도 송민준과 같은 저력이 넘치는 남자를 바로 찾았다. 대체 자신이 유현진보다 못한 게 뭐야?송민영은 한껏 어두워진 표정으로 폰을 들고 전화번호를 눌렀다.전화가 통하자 그는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송민영이에요."상대방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송민영은 계속하여 낮은 소리로 말했다. "시키는 대로 말했더니 강한서가 거부했어요. 저 무조건 도와주셔야 돼요."......엘리베이터에 오르고 나서야 유현진은 입을 열었다. "송 대표님, 방금 전에는 고마웠어요."송민준은 웃으면서 말했다. "현진 씨만을 위해서 그런 건 아니에요. 한서가 저한테 난제를 던져줬으니 저도 응당 되돌려주는 게 예의죠.""네?""한서가 저랑 현진 씨가 남녀 관계로 발전할까 봐 제가 선을 보게 하려고 우리 아빠에게 재벌집 아가씨들의 사진을 엄청 많이 보냈어요."유현진??"저를 먼저 건드렸으니 마땅히 돌려줘야죠."송민준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방금 전 한서 얼굴을 못 보셨어요? 화나서 울기 직전이던데."유현진......"그런 거 아닐 거예요."강한서가 눈물을 흘려? 강아지에게 눈물이 있더라도 강한서에게는 눈물이 없을 것이다.게다가 자신과 이제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전 와이프를 위해서 운다는 건 있을 수가 없었다.두 사람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종업원의 안내 하에 이내 룸에 도착했다.룸에 가까워질 수록 유현진은 긴장해졌다. 송민준이 문을 여는 순간, 저도 모르게 두 손을 꼭 쥐었다."아빠, 아줌마 현진 씨 왔어요."말하고는 바로 옆으로 가서 섰다. 유현진은 눈을 내리깔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회장님, 사모님, 안녕하세요."송병천은 유현진을 보고 깜짝
유현진은 갑자기 눈꺼풀이 뛰었다.송병천은 강한서를 반갑게 맞았다. "한서야, 여기는 어떻게 왔어?"손에 양주 두 병을 든 강한서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 "민준이에게서 아저씨가 여기서 식사하신다는 걸 들었어요. 그래서 술을 가져다 드리려고 왔어요."송민준도 눈꺼풀이 뛰었다. 저 자식은 핑곗거리를 잘 찾아!송병천은 술을 엄청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양주를 즐겨 마셨다.몇 해 동안 외국 생활을 하면서 아내가 술을 못마시도록 단속했기에 오랫동안 술을 입에 대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 마침 강한서가 그가 가장 즐겨 마시는 술을 들고 왔으니,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송병천이 스스로 술을 주문하려고 하면 서해금이 말렸을 텐데, 강한서가 들고 온 거라 서해금도 딱히 뭐라 하지 못할 것이다.송병천은 강한서를 보면서, 특히 강한서가 들고온 두 병의 술을 보면서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그냥 오면 될 일이지, 뭘 또 술까지 들고 왔어."그러면서 송민준에게 일렀다. "민준아, 뭐해. 얼른 가서 받지 않고."송민준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강한서에게로 다가가더니 술 두 병을 받아쥐고는 강한서를 담담하게 쳐다보면서 물었다. "강 대표님, 여덟 시에 약속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얼른 가 보세요."그 말인 즉, 술을 받았으니 얼른 꺼져라는 뜻이었다.송병천은 아들의 숨은 뜻을 알아채지 못했다."한서야, 약속이 있었어? 너랑 한 잔 마시려고 했는데."강한서는 안색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 "약속이 있었는데, 상대방이 갑자기 일이 생겨 오지 못한다고 연락왔어요. 지금 와서 메뉴를 취소할 수도 없고, 조금 있다가 그 메뉴들을 이 룸으로 보내달라고 할게요."송병천이 말했다. "우리도 많이 주문하긴 했는데. 어차피 네가 약속한 사람이 오지 않을 테니 우리랑 같이 먹자."강한서는 대뜸 답했다. "그럼 실례할게요."유현진......송민준은 눈가가 바르를 떨렸다.강한서의 낯짝이 이렇게 두꺼울 줄은 몰랐다. 저 놈 얼굴에 철판 깔았어?그저 인사치례로 한
그 말에 송병천도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송병천은 송민준과 강한서가 서로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이 좋았다. 송민준은 잔머리를 잘 굴리기에 상상력이 풍부하지만 강한서는 그에 비해 차분하고 실속이 있었다.그리하여 송병천은 송민준이 강한서에게 더 많이 배우고 두 사람의 사이도 친해질 수 있기를 바랐다.유현진은 조용히 의자를 송가람 옆으로 옮겼다.송병천은 기분이 좋아져 강한서에게 유현진을 소개하더니 또 유현진이 송가람을 구해준 일을 연기까지 해가며 아주 생동하게 설명했다.서해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한서가 더 잘 알아요. 현진 씨와 부부인데 그것도 모르겠어요?"서해금의 말에 사람들은 표정이 각기 달랐다.젊은 세대 사람들은 두 사람이 이혼했다는 사실을 이리저리 소문을 통해 들어 다 알고 있었다. 유현진이 그날 올렸던 공개 구혼 게시물은 이미 쫙 퍼진 상태이니 말이다.하지만 어르신들은 잘 알지 못했다. 마치 송병천과 서해금처럼 말이다.송병천은 심지어 두 사람이 부부 사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런데 이혼이라니…만약 알았다면 강한서와 그리 즐겁게 대화를 나누지 못했을 것이다.유현진은 입술을 오므렸다.두 사람은 강한서와 유현진의 이혼 사실을 몰랐다. 그런데 만약 유현진이 그 상황에서 이혼 얘기를 꺼냈다면 송씨 가문 두 어르신은 분명 난처했을 것이다. 아무래도 그들이 강한서를 가지 말라고 남겨두었으니 말이다.그래서 유현진은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유현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송씨 남매도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또 강한서는 워낙 울며 겨자 먹기로 한 이혼이라 차라리 누구도 이 일을 입 밖에 내지 말길 바랐다.서해금의 말이 끝나고 강한서가 입을 열었다."나는 어떤 상황에도 유현진이 자기를 먼저 보호할 수 있길 바라요."비록 유현진이 흘려들을지라도 강한서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똑똑히 알고 있다. 그 말은 강한서가 지금 이 순간, 제일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유현진이 12층 외벽을 타고 여자 화장실로부터 남자 화장실로 이동했다는
송병천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송병천은 이 사건의 뒤에 강민서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강한서의 시선은 유현진을 향했다.유현진은 아무렇지 않게 강한서의 시선을 무시했다.그녀는 강한서가 강민서를 대신해 해석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역시나 강한서가 이내 입을 열었다."아저씨, 확실히 민서 때문에 발생한 일이에요. 반드시 직접 찾아와 사과드리도록 할게요."유현진은 어리둥절했다.분명 강민서를 대신해 핑계를 댈 줄 알았는데 반대로 인정해 버렸다.‘작전인가?'강한서가 이렇게까지 말하니 송병천은 아무리 기분이 언짢아도 사람들 앞에서 뭐라 하기 어려웠다.그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민서 그 아이 정말 교양이 없군. 아무리 가람이와 상관없다고 해도 어떻게 화났다고 현진 씨를 화장실에 가둘 수 있어? 가정 교육 제대로 못 받은 아이도 아니고."강한서는 입술을 오므리더니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제가 따끔하게 혼낼게요."굳어져 가는 분위기에 서해금이 이내 따뜻한 어조로 말했다."그만 하세요. 어렵게 한자리에 모였으니 즐거운 얘기만 나누자고요."유현진은 조금 놀랍다는 표정으로 서해금을 바라보았다.송가람은 그녀에게 엄마라고 부르지만 송민준은 아줌마라고 불렀다. 호칭으로 보았을 때, 송가람은 아마도 서해금의 친딸일 것으로 추정된다.송씨 가문의 두 남자는 송가람을 공주처럼 모시는데 오히려 친모가 더 쿨했다.송병천은 서해금의 말을 잘 듣는 것 같았다."교양 없이."서해금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송병천은 혼자서 한마디 더 하고는 더는 이 일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유현진은 작전이 먹히지 않자 다소 실망했다.'하도 교양 있는 사람들이라 말이지, 나 같았으면 내 딸을 누가 그렇게 만들었다면 아마 죽이려고 달려들었을 거야.'그녀는 술잔을 들고 송가람에게 말했다."가람 씨 몸도 안 좋으니 차로 대신하셔도 좋아요. 제가 한 잔 올릴게요."유현진은 술잔의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현진 씨 정말 털털하네요."송민준이 미소를 지으며 유현진의
하지만 이미 내뱉은 말이라 강한서도 거절하기 창피했다.그는 하는 수 없이 술잔을 들고 침을 꼴깍 삼키며 머리를 들고 말했다."그럼 제가 먼저 마실게요."말을 끝낸 강한서는 머리를 뒤로 젖히며 양주를 한꺼번에 들이켰다.그 컵은 최소 300밀리리터 용량으로 송민준은 컵에 양주가 넘쳐날 만큼 찰랑찰랑하게 부었다.강한서는 와인을 마셔도 취하는 사람이다. 그녀는 강한서가 양주를 마시는 것을 본 적 없다. 하지만 와인도 못 마시는 사람이 어떻게 양주를 마실까.다들 즐기려고 술을 마시지만 강한서에게 술은 순전히 고문이다.한 잔의 술이 들어가고, 강한서는 이내 물을 반 컵이나 마셨다.유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바보도 아니고, 못 마시겠으면 수단 좀 쓰지. 넘기지 말고 물컵에 따로 뱉어버리던가. 바로 치워버리면 아무도 모를걸.어쩜 사람이 저렇게 고정해.'지금까지 강한서가 자라 온 환경으로 보았을 때, 아무도 그에게 술을 감히 권하지 못했다. 그래서 강한서는 술을 피하는 방법을 잘 모르고 있다.하지만 유현진은 다르다. 그녀는 술독이다.대학교 시절에 혼자서도 여러 남학생을 쓰러 눕혔다. 주량이 좋은 것도 있지만 수도 많았다.절반 마시고 절반을 흘리는 수법, 물을 마시는 척하며 술을 뱉는 수법, 입가를 닦는 척 흡수력이 강한 손수건에 술을 뱉는 수법 등등…...술을 피하는 방법은 많고도 많았다. 사실 술을 마시고 취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취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덜 마셨기 때문이다.그녀는 강한서처럼 성실하게 마시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심지어 주량이 좋은 송민준도 반 잔만 마시고 강한서가 원샷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이내 또 한 잔을 채워주었다."몇 년 만에 만났는데, 주량이 좋아졌네. 자, 한 잔 더 해."간만에 술친구가 생긴 송병천은 이내 자기 술잔에 한 잔 더 따르려고 했다.하지만 술병이 잔에 닿기도 전에 서해금이 말했다."여보, 음식을 차려놓고 술만 마시는 게 어디 있어요? 현진 씨 식사 대접하는 자리지 세 사람이 술 마시는
강한서의 말투에서 유현진은 강한서가 취했음을 알 수 있었다.이게 바로 강한서의 무서운 구석이다. 술을 마신 강한서는 잠만 자지 않으면 누구도 그가 취했다는 것을 모른다.송병천은 그것도 모르고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그래?"유현진은 화를 억누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이 사람 말 듣지 마세요."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렸다."당신이 그랬잖아."유현진은 어이가 없었다.그녀는 입술을 오므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강한서가 취했을 때는 대꾸를 하면 안 된다. 그러다가 무슨 말이 나올지도 모르기 때문에 제일 좋은 방법은 바로 대답하지 않는 것이다.유현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강한서도 입을 다물었다.그러더니 그녀의 접시에 까지 않은 새우를 산처럼 쌓아 올렸다.다들 손대지 않은 새우 한 접시를 강한서는 모두 유현진의 그릇에 쌓아 올렸다.…...그녀는 멍하니 그 장면을 바라보는 송씨 가문 네 식구를 번갈아 보았다.'강한서 때문에 창피해 죽겠네.'보다 못한 송병천이 마른기침을 하며 말했다."한서 아내 사랑이 아주 대단하네."강한서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 맨날 이 사람 화나게 만들어요."송병천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부부가 살다 보면 싸우기 마련이지. 요즘 어느 젊은 부부가 안 싸우고 살아. 싸우면서 더 정이 드는 거야. 민준이 봐봐. 싸울 사람도 없잖아. 한서 너랑 동갑인데 아직 여자친구도 없어."송민준은 어이가 없었다.'갑자기 왜 나한테 불똥이 튀는 거야?'송병천의 말에 강한서는 아주 공감했다."쟤는 여자친구도 없는 데다가 남의 와이프한테 눈독 들여요."술을 마시던 송민준은 하마터면 술을 뿜을 뻔했다.송병천은 흠칫했다."뭘 눈독들여?""내 와이프한테- 웁-"강한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현진은 강한서의 입을 막아버렸다."아저씨, 아줌마. 오늘은 이만 돌아갈게요. 한서가 취해서 먼저 데려다줘야 할 것 같아요."'미친놈, 술만 마시면 개소리야! 내가 조금만 늦었어도 무슨 폭탄을 터뜨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