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서는 입술을 오므리더니 또 2억을 이체했다.[걱정돼서 그래…]유현진은 강한서의 이 말이 보기도 귀찮았다.강한서 정말 머리가 어떻게 됐나 보네.'유현진은 충분히 강한서에게 매정하게 굴었다고 생각했지만 강한서는 그저 장난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심지어 끊임없이 돈을 이체하는 이유는 유현진이 돈 때문에 자기와 이혼한 거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기분이 들었다.유현진에게서 답장이 오지 않으니, 강한서는 마음이 허탈해졌다.민경하는 강한서의 표정에서 강한서가 또 유현진에게 까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민경하는 강한서를 위로했다."대표님, 급하다고 되는 일이 아니에요. 사모님 지금 화나셨으니 충분한 시간을 주셔야죠.""그래요."강한서가 답했다."사람 풀어서 연현 테크에 관한 좋은 소식 좀 만드세요. 돈 들더라도 리얼하게, 그리고 스케일도 크게요."민경하는 반 박자 느리게 알아차렸다.강한서는 낚시를 시작했고 물고기가 미끼를 물 차례이다."맞다."강한서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주강운도 잘 지켜봐 주세요."민경하는 깜짝 놀랐다."주 변호사님이요?"'대표님 질투 스케일도 크시지, 설사 주 변호사님이 사모님한테 관심이 있더라도 사모님이 어떻게 대표님 친구를 만나겠어.'하지만 민경하는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게다가 강한서의 표정을 보아서는 단순 질투는 아닌 것 같았다."네, 자주 다니는 곳만 알아보면 돼요. 너무 따라붙을 필요는 없어요. 대충 알면 되니까요."민경하는 어쩔 수 없이 그러겠다고 했다.병원.신미정은 벌겋게 부어오른 강민서의 얼굴을 보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유현진! 또 이년이 한 짓이야!'강민서는 눈물 콧물 쥐어짜며 말했다."엄마, 유현진 그 천박한 년이 일부러 강운 오빠 앞에서 나 엿먹었어요. 강운 오빠 아마 나한테 엄청 실망했을 거예요. 아마 날 나쁜 년이라고 생각할 거예요."신미정은 마음이 아팠지만 강민서를 나무랐다."그러게 왜 내 말을 안 들어?"강민서는 훌쩍거리며 말했다."유현진에게
유현진은 아이를 좋아할 뿐만 아니라 잘 달랜다. 하늘은 장난기가 아주 심한데 유현진한테만 가면 고분고분해진다.한창 신나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휴대폰이 울렸다.휴대폰을 확인하니 신미정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유현진은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녀는 바로 통화 거부 버튼을 누르고 신미정의 번호를 차단했다.유현진이 전화를 받지 않자 신미정은 미간을 찌푸리고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이번에는 아예 통화 연결음도 들리지 않았다.'감히 내 전화 안 받는 거 보니 정말 민서 말대로 이혼한 게 맞겠네.'놀다 지친 하늘은 졸음이 몰려왔다. 유현진은 하늘을 소파에 눕혔다.식탁에 다시 돌아오는 순간, 또다시 휴대폰이 울렸다.처음 보는 번호에 유현진은 전화를 받았다."나야."신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싸늘하기 그지없는 목소리에 유현진은 등골이 오싹했다.유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신미정이 입을 열었다."민서 얼굴 네가 그랬다며."유현진은 당연히 그 말에 답하지 않았다. 신미정이 녹음하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그녀는 쌀쌀하게 말했다."별일 없으시면 저 끊을게요.""내일 오전 10시, 흥지로 카페에서 봐."유현진은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시간 없어요."신미정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내가 너나 네 친구 직장에 찾아가는 건 너도 원하지 않을 거 같은데?"유현진은 어두운 얼굴로 휴대폰을 꽉 움켜쥐었다.신미정이 담담하게 말했다."늦지 말고, 내일 보자."말을 끝낸 신미정은 전화를 끊었다.유현진은 휴대폰을 부숴버리고 싶었지만 차미주가 말렸다."현진아. 너 이제 재벌가 사모님 아니야. 아껴야지."차미주는 휴지를 꽁꽁 말아서 그녀에게 넘겨주며 말했다."이거 던져버려!"유현진은 어이가 없었다.하지만 이내 휴지 덩어리를 휴지통으로 힘껏 던져버렸다.차미주가 물었다."누군데 그래?""신미정.""전 시엄마가 너한테 왜?"유현진은 어금니를 깨물며 말했다."오늘 내가 강민서 얼굴에 뜨거운 물을 끼얹었거든. 그래서 그러겠지."진희연이 사건의
이튿날 아침, 유현진은 일찍 일어났다.그녀는 오늘따라 더 외모에 힘을 주었다. 아무리 강한서와 이혼했다고 해도 기세는 꺾이면 안 된다.게다가 오늘 만날 상대는 신미정이다.그녀는 9시 40분에 흥지로에 도착해 건너편에 차를 세우고 기다렸다.10시가 되자 카페 앞에 하얀색 BMW가 멈춰서더니 기사가 먼저 내려 뒷문을 열어주었다.신미정이 차에서 내렸다.신미정은 늘 그렇듯 정교한 옷차림이다. 클래식한 흰색의 샤넬 외투와 검정색 스커트, 웨이브를 넣은 머리 스타일, 오른손에는 악어백을 들고 왼손 검지는 비둘기알만 한 에메랄드 반지를 착용한 채로 턱을 쳐들고 카페에 들어갔다.카페에 들어선 신미정은 유현진이 보이지 않으니 미간을 찌푸렸다. 직원은 신미정을 테이블로 안내했다. 신미정은 미간을 찌푸리고 뭐라고 얘기하는 듯싶었다.직원은 이내 휴지를 꺼내 의자를 닦았다.유현진은 담담한 표정으로 카페에서 발생하는 일을 지켜보았다. 유현진과의 약속이 아니면 신미정같이 물질적인 여자는 자기의 비싼 구두가 더럽혀질까 봐 절대로 이런 거리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서두르지 않았다.시간을 확인하며 맞은편을 바라보았다. 신미정이 짜증을 부리는 모습에 그제야 유현진은 느릿느릿하게 차에서 내렸다.카페에 들어서자마자 신미정은 유현진을 차갑게 노려보며 말했다."늦었구나."유현진은 의자를 빼서 앉으며 말했다."와주는 것만 해도 고마워하셔야 할 텐데, 트집은 잡지 마시죠."신미정은 미간을 찌푸렸다."너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유현진은 코웃음을 쳤다."강씨 가문이 그렇게 대단해요? 당신이 뭔데요? 나라를 구하셨어요? 아니면 영부인이라도 돼요? 내 말버릇이 뭐요?"신미정은 표정이 일그러졌다."교양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것!""엄마도 없는데 교양이 왜 필요해요. 그런데 강민서는 당신이 살아있는데도 교양 없잖아요."유현진은 신미정을 힐끗 보며 말했다."살아있으면서도 딸을 그렇게 키웠으니, 죽은 우리 엄마보다도 못하시네요."그 말인즉슨, 당신은 죽기만 못하다.
비록 유현진은 그 이유를 모르지만 신미정은 잘 알고 있다.옥반지 자체는 가치가 없지만, 의미는 대단했다. 옥반지를 가진 사람이 바로 집안 안주인이 되는 것이다.옥반지의 유래는 아주 오래되었다. 강씨 가문에서 대대손손 내려온 옥반지는 정인월의 손에 들어갔다. 정인월은 젊었을 적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분투했고 어느새 그녀 손가락의 옥반지는 강씨 가문 안주인이라는 상징성이 부여되었다.정인월은 두 아들과 딸 하나를 낳았다. 딸은 멀리 시집갔기에 현재는 두 아들만 남았다.이치대로라면 두 아들이 결혼하면 정인월은 옥반지에게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 마땅했다. 관례상으로는 맏며느리에게 주어야 한다.하지만 정인월은 신미정에게 옥반지를 물려주지 않았다.당시 신미정은 강단한과 혼전임신으로 어쩔 수 없이 결혼하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정인월은 신미정에게 편견을 가지고 옥반지를 물려주지 않았다. 다행인 것은 정인월은 송민희에게도 물려주지 않았다.만약 쭉 그렇게 했더라면 누구도 얻지 못했으니 다들 그런 거니 했겠지만 하필 유현진이 시집오자마자 정인월은 그 옥반지를 유현진에게 주었다.그것도 차를 따르는 도중에 아무렇지 않게 유현진에게 선물로 주었다.강한서는 신미정과 사이가 친밀하지 않다 보니 아들이 아내를 얻는 것도 엄마인 그녀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처음부터 유현진을 못마땅하게 여겼는데 하필 마음에 들지도 않는 며느리가 자기는 평생 애써도 받지 못했던 옥반지를 쉽게 받았으니 유현진이 미울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두 사람이 이혼했으니 신미정은 당연히 그 반지를 받아 낼 속셈이다.직접 유현진에게서 가졌으니 정인월도 도로 내놓으라는 말을 하지 못할 것이니 말이다.유현진은 창밖을 힐끔 보더니 휴대폰을 들어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휴대폰을 테이블에 엎어놓고 머리를 들었다."내가 왜 강민서한테 사과해요? 내가 일하는 곳에 쳐들어와 분장실을 아작내서 나 손까지 다쳤어요. 사과받아야 할 사람은 나예요. 그런데 왜 나한테 사과하라고 하세요?"신미정은 표
신미정은 속으로는 당황했지만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내가 약을 먹여서 불임이 됐다고 하는데, 너 증거 있어? 그깟 약 가지고?"신미정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너 워낙 몸에 냉기가 많아서 내가 특별히 한의사를 찾아 널 위해 지은 약이야. 아무 데나 가서 성분 분석해 봐. 어디서 분석해도 독성은 없어."유현진은 주먹을 꼭 쥐었다.이게 바로 신미정의 대단한 구석이다.독을 탔으면 너무 명백하여 성분 분석만 해도 바로 나올 수 있어 바로 신미정의 기를 꺾을 수 있다.하지만 한약재는 다르다.한약재는 한 번에 효과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의 축적이 필요하다. 아무리 한약에서 임신을 방해하는 성분이 검출된다 해도 그녀는 신미정을 어떻게 할 수 없다.상해죄는 증거가 충분해야 만이 성립된다. 하지만 그녀는 고작 신미정의 이번 약물 분석 리스트만 가지고 있었다. 전에 마신 약이 이 약과 성분이 같다고 증명할 방법이 없기에 이 리스트는 유효 증거가 될 수 없다.이게 바로 신미정의 무서운 점이다. 그녀는 빠질 길을 미리 생각하고 일을 저질렀다.신미정이 인정하지 않고 유현진이 더 확실한 증거를 가져오지 못하면 신미정의 죄를 증명할 다른 방법은 없다.신미정은 천천히 컵을 돌리며 머리를 들고 말했다."네 몸이 그따위라 내가 좋은 마음으로 보약까지 지어다 주었는데 인제 와서 내 탓 하는 거야? 유현진, 넌 양심이란 게 있기나 해?"유현진은 주먹을 꼭 쥐었다. 신미정을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다. 증거를 내밀어도 전혀 표정이 변하지 않으니 말이다."맞아요. 독성 검출 증거는 없어요. 그런데 만약 내가 이 일을 떠벌리고 다닌다면 어떨까요?"유현진이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강한서의 아이를 임신했는데 당신이 준 약을 먹고 유산. 그래서 강한서와 이혼. 만약 이 스토리가 할머니 귀에 들어간다면 할머니는 어떻게 하실까요?"신미정은 멈칫하더니 독기 가득한 눈길로 유현진을 노려보았다."그딴 거짓말을 어머님이 믿으실까?"유현진은 몸을 의자에 기대며 말
"옥반지만 내놓으면 한서한테서 받은 돈에 대해서는 묻지 않을게."유현진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신미정 씨, 잘못 알고 계신 거 아니에요? 내가 맨몸으로 나왔다고 강한서가 말 안 해요?"비록 이혼 뒤에 강한서가 미친놈처럼 그녀에게 돈을 이체했지만 말이다.유현진의 "신미정 씨"라는 호칭에 신미정은 안색이 굳어지며 미간을 찌푸렸다."맨몸으로 나왔다고?"유현진은 답답했다.'강한서 이 자식은 왜 이혼 얘기를 알리지 않은 거지? 강민서도 모르고 신미정도 모르네?'신미정은 유현진의 옷차림을 훑어보았다. 그녀의 확실히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내산 브랜드를 착용하고 있었다. 기껏해야 몇십만 원 정도의 의상에 백만 원 대의 핸드백을 들고나온 거로 보아서 확실히 위자료를 많이 받은 모양새는 아니다.'한서가 위자료를 한 푼도 안 줬다고?'생각 밖의 전개에 신미정은 의아했지만 계속 말했다."비록 사이는 좋지 않았지만 한때는 고부 사이였고 나도 정이란 게 있는 사람이야. 그러니까 원하는 가격 말해. 그 반지 나한테 판다고 생각하고 너도 내 돈 받고 편히 살아."유현진은 신미정의 가증스러운 말투가 역겨웠다.그녀는 신미정의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정말 사실 거예요?"신미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게 아니라면 내가 이런 얘기 왜 하겠어?"유현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정 사시겠다면 가격 매겨드리죠."신미정은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유현진은 빨간 입술을 열더니 담담하게 세글자를 뱉었다."이백억."신미정은 안색이 창백해졌다."유현진, 너 돈에 미쳤어?"유현진은 신미정의 눈을 빤히 보며 말했다."적게 불렀는데요. 강한서가 사겠다면 최소 이천억에 팔았을 거예요."강한서는 어이가 없었다.유현진은 신미정의 차림새를 훑어보며 말했다."설마요. 여사님이 이백억도 없으려고요?"신미정은 화가 나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이백억이라는 돈은 신미정에게도 큰돈이다. 신미정은 기껏해야 유현진이 4억을 요구할 줄 알았다.'나한테도 이백억이 없는데 그
"네가 뭔데?"신미정은 이를 꽉 깨물었다.카페에 들어선 강한서는 눈앞의 상황에 표정이 굳어졌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커피는 유현진의 얼굴에서부터 턱으로, 이어 목으로 흘러내리며 그녀의 하얀 셔츠를 갈색으로 물들였다.초여름의 따뜻한 날씨에 유현진은 옷을 얇게 입었다. 그런데 커피를 끼얹었으니 그녀의 얇은 셔츠는 몸에 착 달라붙으며 속옷이 훤히 들여다보였다.강한서는 굳은 표정으로 코트를 벗어 다급히 걸어가 그녀의 몸에 걸쳐주고는 고개를 돌려 신미정을 차갑게 노려보았다."엄마 지금 뭐 하는 짓이야?"강한서는 워낙 신미정에게 존댓말을 사용했지만 이 순간 그는 반말로 소리를 질렀다.신미정은 갑자기 나타난 강한서 때문에 당황스러웠다.담담하게 커피를 닦아내는 유현진의 모습에 신미정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유현진 짓이야! 이년이 강한서를 여기로 불렀어!'신미정은 유현진이 무슨 짓을 했는지 곰곰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다급히 설명했다."한서야, 그게 아니고. 유현진이 먼저 버릇없이 굴었어."강한서는 표정이 일그러졌다."이백억이 아니면 안 팔겠다니까 창피해서 화났어요?"신미정은 표정이 굳어지며 말했다."그 옥반지 원래 강씨 가문 물건이야. 너랑 이혼하고 내가 돈 주고 사겠다는데 고마워하지도 못할망정 나한테 흥정했어. 그런데 내가 어떻게 화가 안 나?"강한서는 목소리를 깔았다."할머니가 준 반지예요. 어떻게 하던 유현진 마음이고 누구도 빼앗을 자격 없어요. 그게 엄마라도 말이에요!"신미정은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왔다."강한서, 너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난 네 엄마야!"강한서는 주먹을 꽉 쥐었다."그러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하세요."강한서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유현진은 커피잔을 들어 신미정의 얼굴에 똑같이 커피를 뿌렸다.그녀의 동작은 빠르고 정확해서 옆에 있던 강한서도 제때 보지 못했다.신미정은 한참 뒤에야 반응하며 소리를 질렀다."강한서, 이게 네가 감싸고 있는 사람이야!""강한서가 날 감싸지 않았어도 똑같이 했을 거예요."유현진
"신경 쓰지 마!"고개를 돌린 유현진은 눈시울이 빨개졌다."필요할 땐 어디 있다가 인제 와서 가증스럽게 구는 거야? 아니면 설마 당신 엄마한테 커피 끼얹었다고 따지러 왔어?"평소 같으면 강한서는 반박했을 것이다.하지만 오늘, 강한서는 눈을 내리깔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심스럽게 그녀 얼굴의 커피를 닦아주며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뜨거웠어?"강한서의 한마디에 유현진은 코끝이 찡해지며 눈물이 나올 뻔했다.그녀는 강한서의 손을 뿌리쳤다."당신이 상관할 일 아니야. 우리 이젠 남이야. 당신이랑 당신 엄마, 더는 내가 임신할까 봐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돼. 당신들 때문에 난 이미 평생 아이는 못 가지게 되었으니 말이야. 이젠 만족해?"강한서는 목이 메어와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미안해.""세상에서 제일 부질없는 말이 미안하다는 말이더라."유현진은 애써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강한서, 당신 집안사람들 잘 관리해. 강민서든 신미정이든, 또다시 나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어차피 우리 엄마도 돌아가셨으니 난 이 거지 같은 세상에 더는 미련없어. 죽어도 그만이니까 두 사람이랑 같이 죽는 것도 나쁘지 않아!"유현진의 말이 끝나자마자 신호등이 바뀌었다.그녀는 매정하게 몸을 돌려 성큼성큼 길을 건넜다.얼마 안 되는 거리는 마치 건너갈 수 없는 높은 산처럼 그와 그녀를 갈라놓았다. 강한서는 처음으로 유현진과의 거리가 이렇게 멀게 느껴졌다.강한서는 그녀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그런 행동들이 그녀에게 가장 상처가 된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민경하는 천천히 차를 강한서 앞에 세웠다."대표님, 일단 타세요. 사모님 아직 솔로잖아요. 기회는 많아요."강한서는 정신을 차리고 차 문을 열고 차에 탔다."회사로 가세요."차에 탄 유현진은 옥반지를 찾아 꺼내 들었다.아무리 봐도 너무 평범하고 깨끗한 디자인이다. 그저 반지 안쪽 부분에 "강"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었으며 다른 장식은 없었다.'왜 이걸 돈 주고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