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486화

Author: 조십일
강민서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강운 오빠, 유현진 말을 믿으면서 내 말은 안 믿어?"

"난 내가 직접 본 것만 믿어."

주강운은 쌀쌀한 눈빛으로 강민서를 흘겨보며 말했다.

"사람 데리고 당장 여기서 나가!"

옆에 있던 유현진도 이내 입을 열었다.

"거울은 배상하고 가. 비싼 거니까."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은 할 말을 잃었다.

주강운의 태도에 마음이 상한 강민서는 눈시울을 붉히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안하윤은 유현진의 눈빛에 소름이 돋아 이내 가방에서 현금을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고 강민서를 뒤따라 나갔다.

'인간쓰레기들!'

강민서 무리가 나가자마자 차이현이 들어왔다.

차이현은 누군가 소란을 피우며 유현진을 괴롭힌다는 말에 다급히 분장실로 달려왔다.

하지만 도착했을 때는 바닥에 깨진 거울 조각만 가득할 뿐, 상황은 이미 종료 된 뒤었다.

유현진은 의자에 앉아있고 주강운은 그 옆에 서 있었다. 진희연은 다급히 응급 상자를 들고 와서 그녀의 상처를 처치해 주었다.

차이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쳐들어왔다는 사람들은요?"

유현진이 답하기도 전에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말했다.

"현진이 언니한테 화나서 갔어요."

…...

'뭐, 그렇게 얘기할 수도 있지.'

차이현은 가까이 다가와 유현진의 상처를 살펴보았다.

"괜찮아요?"

유현진이 답했다.

"괜찮아요. 이따가 투명 반창고를 붙이면 잘 안 보일 거예요."

차이현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굳은 얼굴로 물었다.

"대체 누가 들여보냈어?"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세정의 안색은 확연히 부자연스러웠다.

유현진은 한세정을 힐끗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됐어요, 감독님. 아는 사람이에요. 나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겨서 죄송해요."

"그래요, 크게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촬영에 지장 주는 일 없도록 해요."

배우들이 소란을 피우는 걸 제일 귀찮아하는 차이현은 몇 마디하고 자리를 떠났다.

진희연이 유현진의 상처를 다 처치해 주고 나서야 주강운이 의자에 앉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요, 나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487화

    강한서는 표정이 굳어졌다."그러니까, 우리 엄마가 약을 바꿔치기했다는 말이죠?"민경하는 감히 그렇게 추측할 수 없었다."대표님, 어머님께서 사모님한테 잘해주셨어요?"강한서는 멈칫했다.신미정은 유현진에게 잘해주지 않았다.유현진과 결혼을 제일 말린 사람이 바로 신미정이다.신미정은 유씨 집안과 강씨 가문은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유현진에게서는 단정한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으며 항상 불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혼담을 먼저 꺼내야 할 사람도 신미정인데 신미정은 유현진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하여 당시 강한서는 신미정을 뛰어넘어 바로 정인월에게 먼저 결혼 의사를 밝혔다.두 사람의 혼사가 결정되고 나서야 신미정은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인월이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을 지인들에게 전할 때도 신미정은 내내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러다 두 사람은 결혼하게 되고 분가했으니 자주 마주치는 일이 없었다. 그래서 강한서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강한서가 그녀의 자궁에 한기가 들었다고 얘기한 뒤로, 갑자기 신미정은 열정적으로 한약을 보내오며 유현진의 임신을 기다렸다.강한서는 입술을 오므렸다.지금 생각해 보니 신미정의 태세 전환이 너무 빠른 것도 수상하다.유현진을 마음에 들어 하지도 않았으면서, 그녀의 임신을 기다렸던 것은 진심이었을까?곰곰이 생각하던 강한서는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강한서는 처방을 움켜쥐고 입술을 오므렸다."민 실장님 병원에 한 번 더 다녀와야겠어요. 그날 유현진이 왜 쓰러졌는지 잘 알아봐요.""그럴게요."사무실에서 나온 민경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만약 정말 신미정이 한약에 수작을 부렸다면, 이혼을 요구한 유현진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만약 사실이라면, 신미정은 너무 악독한 사람이다.민경하가 나간 뒤, 강한서는 강민서가 보내온 사진을 확인했다."오빠 와이프 좀 어떻게 해봐!"사진을 확인한 강한서는 서서히 얼굴이 굳어졌다.강한서는 이내 휴대폰을 들어 유현진에게 계좌 이체를 했다."어젯밤에 주강운이랑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488화

    강한서는 입술을 오므리더니 또 2억을 이체했다.[걱정돼서 그래…]유현진은 강한서의 이 말이 보기도 귀찮았다.강한서 정말 머리가 어떻게 됐나 보네.'유현진은 충분히 강한서에게 매정하게 굴었다고 생각했지만 강한서는 그저 장난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심지어 끊임없이 돈을 이체하는 이유는 유현진이 돈 때문에 자기와 이혼한 거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기분이 들었다.유현진에게서 답장이 오지 않으니, 강한서는 마음이 허탈해졌다.민경하는 강한서의 표정에서 강한서가 또 유현진에게 까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민경하는 강한서를 위로했다."대표님, 급하다고 되는 일이 아니에요. 사모님 지금 화나셨으니 충분한 시간을 주셔야죠.""그래요."강한서가 답했다."사람 풀어서 연현 테크에 관한 좋은 소식 좀 만드세요. 돈 들더라도 리얼하게, 그리고 스케일도 크게요."민경하는 반 박자 느리게 알아차렸다.강한서는 낚시를 시작했고 물고기가 미끼를 물 차례이다."맞다."강한서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주강운도 잘 지켜봐 주세요."민경하는 깜짝 놀랐다."주 변호사님이요?"'대표님 질투 스케일도 크시지, 설사 주 변호사님이 사모님한테 관심이 있더라도 사모님이 어떻게 대표님 친구를 만나겠어.'하지만 민경하는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게다가 강한서의 표정을 보아서는 단순 질투는 아닌 것 같았다."네, 자주 다니는 곳만 알아보면 돼요. 너무 따라붙을 필요는 없어요. 대충 알면 되니까요."민경하는 어쩔 수 없이 그러겠다고 했다.병원.신미정은 벌겋게 부어오른 강민서의 얼굴을 보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유현진! 또 이년이 한 짓이야!'강민서는 눈물 콧물 쥐어짜며 말했다."엄마, 유현진 그 천박한 년이 일부러 강운 오빠 앞에서 나 엿먹었어요. 강운 오빠 아마 나한테 엄청 실망했을 거예요. 아마 날 나쁜 년이라고 생각할 거예요."신미정은 마음이 아팠지만 강민서를 나무랐다."그러게 왜 내 말을 안 들어?"강민서는 훌쩍거리며 말했다."유현진에게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489화

    유현진은 아이를 좋아할 뿐만 아니라 잘 달랜다. 하늘은 장난기가 아주 심한데 유현진한테만 가면 고분고분해진다.한창 신나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휴대폰이 울렸다.휴대폰을 확인하니 신미정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유현진은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녀는 바로 통화 거부 버튼을 누르고 신미정의 번호를 차단했다.유현진이 전화를 받지 않자 신미정은 미간을 찌푸리고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이번에는 아예 통화 연결음도 들리지 않았다.'감히 내 전화 안 받는 거 보니 정말 민서 말대로 이혼한 게 맞겠네.'놀다 지친 하늘은 졸음이 몰려왔다. 유현진은 하늘을 소파에 눕혔다.식탁에 다시 돌아오는 순간, 또다시 휴대폰이 울렸다.처음 보는 번호에 유현진은 전화를 받았다."나야."신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싸늘하기 그지없는 목소리에 유현진은 등골이 오싹했다.유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신미정이 입을 열었다."민서 얼굴 네가 그랬다며."유현진은 당연히 그 말에 답하지 않았다. 신미정이 녹음하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그녀는 쌀쌀하게 말했다."별일 없으시면 저 끊을게요.""내일 오전 10시, 흥지로 카페에서 봐."유현진은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시간 없어요."신미정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내가 너나 네 친구 직장에 찾아가는 건 너도 원하지 않을 거 같은데?"유현진은 어두운 얼굴로 휴대폰을 꽉 움켜쥐었다.신미정이 담담하게 말했다."늦지 말고, 내일 보자."말을 끝낸 신미정은 전화를 끊었다.유현진은 휴대폰을 부숴버리고 싶었지만 차미주가 말렸다."현진아. 너 이제 재벌가 사모님 아니야. 아껴야지."차미주는 휴지를 꽁꽁 말아서 그녀에게 넘겨주며 말했다."이거 던져버려!"유현진은 어이가 없었다.하지만 이내 휴지 덩어리를 휴지통으로 힘껏 던져버렸다.차미주가 물었다."누군데 그래?""신미정.""전 시엄마가 너한테 왜?"유현진은 어금니를 깨물며 말했다."오늘 내가 강민서 얼굴에 뜨거운 물을 끼얹었거든. 그래서 그러겠지."진희연이 사건의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490화

    이튿날 아침, 유현진은 일찍 일어났다.그녀는 오늘따라 더 외모에 힘을 주었다. 아무리 강한서와 이혼했다고 해도 기세는 꺾이면 안 된다.게다가 오늘 만날 상대는 신미정이다.그녀는 9시 40분에 흥지로에 도착해 건너편에 차를 세우고 기다렸다.10시가 되자 카페 앞에 하얀색 BMW가 멈춰서더니 기사가 먼저 내려 뒷문을 열어주었다.신미정이 차에서 내렸다.신미정은 늘 그렇듯 정교한 옷차림이다. 클래식한 흰색의 샤넬 외투와 검정색 스커트, 웨이브를 넣은 머리 스타일, 오른손에는 악어백을 들고 왼손 검지는 비둘기알만 한 에메랄드 반지를 착용한 채로 턱을 쳐들고 카페에 들어갔다.카페에 들어선 신미정은 유현진이 보이지 않으니 미간을 찌푸렸다. 직원은 신미정을 테이블로 안내했다. 신미정은 미간을 찌푸리고 뭐라고 얘기하는 듯싶었다.직원은 이내 휴지를 꺼내 의자를 닦았다.유현진은 담담한 표정으로 카페에서 발생하는 일을 지켜보았다. 유현진과의 약속이 아니면 신미정같이 물질적인 여자는 자기의 비싼 구두가 더럽혀질까 봐 절대로 이런 거리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서두르지 않았다.시간을 확인하며 맞은편을 바라보았다. 신미정이 짜증을 부리는 모습에 그제야 유현진은 느릿느릿하게 차에서 내렸다.카페에 들어서자마자 신미정은 유현진을 차갑게 노려보며 말했다."늦었구나."유현진은 의자를 빼서 앉으며 말했다."와주는 것만 해도 고마워하셔야 할 텐데, 트집은 잡지 마시죠."신미정은 미간을 찌푸렸다."너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유현진은 코웃음을 쳤다."강씨 가문이 그렇게 대단해요? 당신이 뭔데요? 나라를 구하셨어요? 아니면 영부인이라도 돼요? 내 말버릇이 뭐요?"신미정은 표정이 일그러졌다."교양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것!""엄마도 없는데 교양이 왜 필요해요. 그런데 강민서는 당신이 살아있는데도 교양 없잖아요."유현진은 신미정을 힐끗 보며 말했다."살아있으면서도 딸을 그렇게 키웠으니, 죽은 우리 엄마보다도 못하시네요."그 말인즉슨, 당신은 죽기만 못하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491화

    비록 유현진은 그 이유를 모르지만 신미정은 잘 알고 있다.옥반지 자체는 가치가 없지만, 의미는 대단했다. 옥반지를 가진 사람이 바로 집안 안주인이 되는 것이다.옥반지의 유래는 아주 오래되었다. 강씨 가문에서 대대손손 내려온 옥반지는 정인월의 손에 들어갔다. 정인월은 젊었을 적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분투했고 어느새 그녀 손가락의 옥반지는 강씨 가문 안주인이라는 상징성이 부여되었다.정인월은 두 아들과 딸 하나를 낳았다. 딸은 멀리 시집갔기에 현재는 두 아들만 남았다.이치대로라면 두 아들이 결혼하면 정인월은 옥반지에게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 마땅했다. 관례상으로는 맏며느리에게 주어야 한다.하지만 정인월은 신미정에게 옥반지를 물려주지 않았다.당시 신미정은 강단한과 혼전임신으로 어쩔 수 없이 결혼하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정인월은 신미정에게 편견을 가지고 옥반지를 물려주지 않았다. 다행인 것은 정인월은 송민희에게도 물려주지 않았다.만약 쭉 그렇게 했더라면 누구도 얻지 못했으니 다들 그런 거니 했겠지만 하필 유현진이 시집오자마자 정인월은 그 옥반지를 유현진에게 주었다.그것도 차를 따르는 도중에 아무렇지 않게 유현진에게 선물로 주었다.강한서는 신미정과 사이가 친밀하지 않다 보니 아들이 아내를 얻는 것도 엄마인 그녀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처음부터 유현진을 못마땅하게 여겼는데 하필 마음에 들지도 않는 며느리가 자기는 평생 애써도 받지 못했던 옥반지를 쉽게 받았으니 유현진이 미울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두 사람이 이혼했으니 신미정은 당연히 그 반지를 받아 낼 속셈이다.직접 유현진에게서 가졌으니 정인월도 도로 내놓으라는 말을 하지 못할 것이니 말이다.유현진은 창밖을 힐끔 보더니 휴대폰을 들어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휴대폰을 테이블에 엎어놓고 머리를 들었다."내가 왜 강민서한테 사과해요? 내가 일하는 곳에 쳐들어와 분장실을 아작내서 나 손까지 다쳤어요. 사과받아야 할 사람은 나예요. 그런데 왜 나한테 사과하라고 하세요?"신미정은 표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492화

    신미정은 속으로는 당황했지만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내가 약을 먹여서 불임이 됐다고 하는데, 너 증거 있어? 그깟 약 가지고?"신미정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너 워낙 몸에 냉기가 많아서 내가 특별히 한의사를 찾아 널 위해 지은 약이야. 아무 데나 가서 성분 분석해 봐. 어디서 분석해도 독성은 없어."유현진은 주먹을 꼭 쥐었다.이게 바로 신미정의 대단한 구석이다.독을 탔으면 너무 명백하여 성분 분석만 해도 바로 나올 수 있어 바로 신미정의 기를 꺾을 수 있다.하지만 한약재는 다르다.한약재는 한 번에 효과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의 축적이 필요하다. 아무리 한약에서 임신을 방해하는 성분이 검출된다 해도 그녀는 신미정을 어떻게 할 수 없다.상해죄는 증거가 충분해야 만이 성립된다. 하지만 그녀는 고작 신미정의 이번 약물 분석 리스트만 가지고 있었다. 전에 마신 약이 이 약과 성분이 같다고 증명할 방법이 없기에 이 리스트는 유효 증거가 될 수 없다.이게 바로 신미정의 무서운 점이다. 그녀는 빠질 길을 미리 생각하고 일을 저질렀다.신미정이 인정하지 않고 유현진이 더 확실한 증거를 가져오지 못하면 신미정의 죄를 증명할 다른 방법은 없다.신미정은 천천히 컵을 돌리며 머리를 들고 말했다."네 몸이 그따위라 내가 좋은 마음으로 보약까지 지어다 주었는데 인제 와서 내 탓 하는 거야? 유현진, 넌 양심이란 게 있기나 해?"유현진은 주먹을 꼭 쥐었다. 신미정을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다. 증거를 내밀어도 전혀 표정이 변하지 않으니 말이다."맞아요. 독성 검출 증거는 없어요. 그런데 만약 내가 이 일을 떠벌리고 다닌다면 어떨까요?"유현진이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강한서의 아이를 임신했는데 당신이 준 약을 먹고 유산. 그래서 강한서와 이혼. 만약 이 스토리가 할머니 귀에 들어간다면 할머니는 어떻게 하실까요?"신미정은 멈칫하더니 독기 가득한 눈길로 유현진을 노려보았다."그딴 거짓말을 어머님이 믿으실까?"유현진은 몸을 의자에 기대며 말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493화

    "옥반지만 내놓으면 한서한테서 받은 돈에 대해서는 묻지 않을게."유현진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신미정 씨, 잘못 알고 계신 거 아니에요? 내가 맨몸으로 나왔다고 강한서가 말 안 해요?"비록 이혼 뒤에 강한서가 미친놈처럼 그녀에게 돈을 이체했지만 말이다.유현진의 "신미정 씨"라는 호칭에 신미정은 안색이 굳어지며 미간을 찌푸렸다."맨몸으로 나왔다고?"유현진은 답답했다.'강한서 이 자식은 왜 이혼 얘기를 알리지 않은 거지? 강민서도 모르고 신미정도 모르네?'신미정은 유현진의 옷차림을 훑어보았다. 그녀의 확실히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내산 브랜드를 착용하고 있었다. 기껏해야 몇십만 원 정도의 의상에 백만 원 대의 핸드백을 들고나온 거로 보아서 확실히 위자료를 많이 받은 모양새는 아니다.'한서가 위자료를 한 푼도 안 줬다고?'생각 밖의 전개에 신미정은 의아했지만 계속 말했다."비록 사이는 좋지 않았지만 한때는 고부 사이였고 나도 정이란 게 있는 사람이야. 그러니까 원하는 가격 말해. 그 반지 나한테 판다고 생각하고 너도 내 돈 받고 편히 살아."유현진은 신미정의 가증스러운 말투가 역겨웠다.그녀는 신미정의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정말 사실 거예요?"신미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게 아니라면 내가 이런 얘기 왜 하겠어?"유현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정 사시겠다면 가격 매겨드리죠."신미정은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유현진은 빨간 입술을 열더니 담담하게 세글자를 뱉었다."이백억."신미정은 안색이 창백해졌다."유현진, 너 돈에 미쳤어?"유현진은 신미정의 눈을 빤히 보며 말했다."적게 불렀는데요. 강한서가 사겠다면 최소 이천억에 팔았을 거예요."강한서는 어이가 없었다.유현진은 신미정의 차림새를 훑어보며 말했다."설마요. 여사님이 이백억도 없으려고요?"신미정은 화가 나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이백억이라는 돈은 신미정에게도 큰돈이다. 신미정은 기껏해야 유현진이 4억을 요구할 줄 알았다.'나한테도 이백억이 없는데 그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494화

    "네가 뭔데?"신미정은 이를 꽉 깨물었다.카페에 들어선 강한서는 눈앞의 상황에 표정이 굳어졌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커피는 유현진의 얼굴에서부터 턱으로, 이어 목으로 흘러내리며 그녀의 하얀 셔츠를 갈색으로 물들였다.초여름의 따뜻한 날씨에 유현진은 옷을 얇게 입었다. 그런데 커피를 끼얹었으니 그녀의 얇은 셔츠는 몸에 착 달라붙으며 속옷이 훤히 들여다보였다.강한서는 굳은 표정으로 코트를 벗어 다급히 걸어가 그녀의 몸에 걸쳐주고는 고개를 돌려 신미정을 차갑게 노려보았다."엄마 지금 뭐 하는 짓이야?"강한서는 워낙 신미정에게 존댓말을 사용했지만 이 순간 그는 반말로 소리를 질렀다.신미정은 갑자기 나타난 강한서 때문에 당황스러웠다.담담하게 커피를 닦아내는 유현진의 모습에 신미정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유현진 짓이야! 이년이 강한서를 여기로 불렀어!'신미정은 유현진이 무슨 짓을 했는지 곰곰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다급히 설명했다."한서야, 그게 아니고. 유현진이 먼저 버릇없이 굴었어."강한서는 표정이 일그러졌다."이백억이 아니면 안 팔겠다니까 창피해서 화났어요?"신미정은 표정이 굳어지며 말했다."그 옥반지 원래 강씨 가문 물건이야. 너랑 이혼하고 내가 돈 주고 사겠다는데 고마워하지도 못할망정 나한테 흥정했어. 그런데 내가 어떻게 화가 안 나?"강한서는 목소리를 깔았다."할머니가 준 반지예요. 어떻게 하던 유현진 마음이고 누구도 빼앗을 자격 없어요. 그게 엄마라도 말이에요!"신미정은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왔다."강한서, 너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난 네 엄마야!"강한서는 주먹을 꽉 쥐었다."그러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하세요."강한서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유현진은 커피잔을 들어 신미정의 얼굴에 똑같이 커피를 뿌렸다.그녀의 동작은 빠르고 정확해서 옆에 있던 강한서도 제때 보지 못했다.신미정은 한참 뒤에야 반응하며 소리를 질렀다."강한서, 이게 네가 감싸고 있는 사람이야!""강한서가 날 감싸지 않았어도 똑같이 했을 거예요."유현진

Latest chapter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53화

    은서하는 송가람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한현진과 가깝게 지내다 또다시 송가람에게 당할까 두렵지는 않은 걸까?한현진은 도무지 이 어린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시연은 그런 은서하의 모습에 환하게 웃으며 반갑게 은서하와 인사를 나누었다. “서하 씨, 외할머니도 아직 퇴원하지 않으셨을 텐데 오늘은 어떻게 회사에서 점심을 먹는 거예요?”은서하가 대답하기도 전에 이미 누군가 비꼬며 말했다. “진작 회사에서 먹어야 했어요. 도시락도 매일 구정물 같은 것만 싸 오던데 식욕이 있겠어요? 서하 씨. 구내식당은 직원 할인도 있잖아요. 매달 6만 원만 내면 돼요. 그 정도 돈도 없는 건 아니겠죠. 그 도시락, 서하 씨는 괜찮을지 몰라도 전 이제 못 봐주겠어요.”그 말에 은서하의 얼굴이 순간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젓가락을 꽉 움켜쥐고 부끄러워 어쩔 줄 몰랐다. 이시연이 미간을 찌푸렸다. “안규리 씨,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구내식당을 이용하든 도시락을 싸든 그건 다른 사람 마음이에요. 6만 원으로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게 뭐 그리 고상한 일 같아요?”안규리라고 불린 사람은 송가람 옆에 앉아 있었다. 한현진도 전에 본 적 있는 재무팀 직원이었다. 안규리가 눈썹을 씰룩였다.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게 고상하다는 얘기는 전 한 적 없어요. 하지만 매일 죽 같은 도시락을 싸 와 식당에서 데워 먹는 모습은 사실 저희 식욕을 떨어뜨리거든요. 다들 안 그래도 일하느라 힘든데 밥 먹을 때도 이렇게 입맛이 떨어져서야 저희더러 어떻게 살라는 거죠?”주현도 안규리의 말을 거들었다. “서하 씨도 돈이 없어 보이지는 않던데요. 전에 한 대표님이 옷 선물을 하셨을 때도 제일 비싼 옷을 가져갔잖아요. 딱 봐도 그런 걸 처음 본 사람은 아니잖아요. 보자마자 제일 좋은 거로 가져갔는데.”“200만 원이 넘는 옷을 입는 사람이 식비 6만 원을 아낀다고요?”“그게 어떻게 같아요? 몇백만 원짜리 옷은 볼 수도 있고 만질 수도 있잖아요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52화

    한현진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집을 나선 한현진은 강한서에게 황씨 아주머니의 월급 인상에 관해 상의했다. 강한서와 강민서가 집을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아 주혁이 한현진을 데리러 도착했다. 별장을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한현진은 순간 길가에서 누군가의 움직임을 포착했다. 어쩐지 눈에 익은 인영이었다. 한현진이 탄 차가 그 사람과 가까워져서야 한현진은 그 사람이 은서하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한현진은 다급히 주혁에게 차를 세우라고 말하고는 차창을 내려 은서하를 불렀다. “서하 씨!”고개를 돌린 은서하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대표님이 여긴 어떻게...?”“저 이 근처에 살아요.”한현진이 물었다. “그러는 서하 씨는 여긴 어쩐 일이에요?”이 근처엔 별장을 제외하면 길가에 오가는 차가 전부였다. 사람의 그림자조차 흔하지 않은 길이었다. 은서하가 말했다. “집이 이 근처라서요.”한현진이 놀라며 말했다. “이 근처에 사신다고요?”은서하가 꿋꿋이 거짓말을 이어갔다. “네. 오늘 늦잠을 잤더니 택시가 안 잡혀서요.”한현진은 아무 말 없이 은서하를 살펴보더니 몇 초 후에야 입을 열었다. “일단 타요. 타서 얘기해요.”은서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는 종종 달려와 한현진 반대편의 문을 열고 차에 탔다. 은서하는 그제야 차에는 한현진과 운전기사뿐만 아니라 평범한 외모의 젊은 청년도 함께인 것을 발견했다. 한현진이 소개하며 말했다. “여긴 원율 씨. 제 개인 비서예요.”은서하가 원율에게 인사를 건네고는 안전벨트를 했다. 그녀는 자신의 가방을 꼭 끌어안고 공손한 자세로 한현진 옆에 앉아 있었다. 차가 출발하자 한현진이 질문을 이어갔다. “여긴 회사와 거리도 있는데 평소 출퇴근 시간이 꽤 걸리지 않아요?”은서하가 어색하게 대답했다. “외할머니 치료 때문에 집을 팔았어요. 하지만 회사 근처엔 월세가 높아서 어쩔 수 없이 먼 곳으로 옮겼어요. 평소엔 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어젯밤엔... 일이 조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51화

    한현진이 거울을 보며 옷을 정리했다. “이름이 뭐야?”“문채영.”“꽃부리 영?”강한서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영리할 영.”“특이한 이름이네.”한현진이 멈칫했다. “너 전에 오빠가 맞선을 싫어한다고 하더니 그 여자를 못 잊어서 그런 거였어?”강한서가 말했다. “그런 것 같아.”“그럼 두 사람은 왜 안 만났던 건데?”강한서가 말했다. “자세한 건 네 오빠만 알 거야. 내가 알고 있는 건 고등학교 시절 누나 이모가 누나 아버지를 횡령, 뇌물수수 그리고 사생활이 문란한 문제를 신고했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이 연루되어 누나 아버지는 형량을 꽤 많이 받았어. 누나 어머니도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하시고 실성하신 분처럼 구셨어. 그렇게 문씨 가문은 나락으로 떨어진 거야. 그때 누나는 아직 대학도 졸업하지 못했었어.”“우리 수능이 끝나자 누나는 어머니를 모시고 해외로 갔어. 그리고 2년이 지난 후 결혼했지. 남편은 부자인 교포였어. 귀국해서 결혼식을 올린 거라 민준이도 일부러 M국에서 돌아왔어. 결혼식이 끝나고 누나는 남편과 함께 해외로 갔어. 그 후로 우리는 연락이 뜸해졌고. 그리고 2년 전, 누나가 이혼하고 나서야 다시 연락하기 시작한 거야.”한현진이 물었다. “넌 그 여자와 오빠를 이어주고 싶은 거야?”강한서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누나는 민준이를 만나고 싶어 해. 난 그저 중간에서 다리를 놓아주는 것뿐이야. 두 사람이 어떤 사이로 발전할지는 두 사람 일이지.”강한서가 멈칫하더니 말을 이었다. “어렸을 때 그 감정이 지금은 얼마나 남아있을지 모르지. 누나가 이혼 후 2년이 흘렀어. 만약 나라면 그리고 아직도 그 사람을 사랑한다면 바로 전남편에게 꽃이라도 사 들고 찾아가 이혼을 축하해줄 거야. 그리고 바로 누나를 찾아갔겠지. 하지만 네 오빠는 그저 가만히 있었어. 이혼한 걸 몰랐을 리가 없어.”한현진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만약 너였다면 넌 출국하기도 전에 잡혔을 거야. 그리고 오빠는 너처럼 멍청하지 않아. 그렇게 창피한 일은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50화

    문자를 확인한 강한서는 몸을 일으키며 답장을 했다.[고마워요, 누나도 잘 지내죠?][응, 잘 지내지. 나 내일 귀국하는데 시간 되면 밥이나 먹자.][그래요.][네 와이프 송씨 집안에서 잃어버린 딸이라던데, 너랑 민준이는 형님 동생 하면서 지내는 거야? 어떻게 지낼만해?]송민준의 상황을 묻기 위해 연락했다는 걸 알아챈 강한서가 바로 답장을 보내주었다.[괜찮긴 한데 너무 동생 바보라서 나 별로 안 좋아해요. 누나도 송민준 못 본 지 오래됐죠? 내일 같이 나갈게요.][그래, 안 바쁘면 민준이 여자친구도 같이 불러.]강한서는 문채영이 떠보기 위해 하는 말인 걸 알았지만 모른 척 대꾸했다.[송민준 여자친구 없어요, 솔로에요.]그 말에 적잖이 놀란 건지 글자뿐인 문자에서도 문채영의 놀라움이 전해져왔다.[진짜?][누나도 송민준 성격 알잖아요. 얼마나 사람 짜증 나게 하는데, 그렇게 쓸데없는 말 많이 하는 사람이 여자친구를 사귈 리가 없잖아요.]그 말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입은 웃고 있는 이모티콘을 보내온 문채영은 곧바로 한마디 더 보탰다.[너도 와이프 데려와, 선물 준비했으니까.][네.]이튿날 아침, 강한서는 머리를 말리고 있는 한현진 곁으로 다가가 어젯밤 문채영과 했던 말을 전했다.“내가 아는 사람이야?”그 말에 강한서가 고개를 젓자 한현진은 또 물었다.“남자야 여자야?”“여자.”그 말에 한현진이 잠시 멈칫하자 강한서가 한마디 더 보탰다.“네 새언니가 될뻔한 여자야.”“우리 오빠 첫사랑?”깜짝 놀라며 묻는 한현진에 강한서는 웃으며 대답했다.“그렇다고 할 수도 있는데 실제로 만난 건 아니고 그냥 송민준이 혼자 좋아했어. 그때 같이 다니던 애들은 다 알고 있었지. 그런데...”갑자기 말을 멈추는 강한서에 한현진은 다급히 그를 재촉했다.“왜 갑자기 여기서 말을 끊어, 그런데 뭐?”강한서는 그런 한현진의 볼을 귀엽다는 듯 쓰다듬으며 입꼬리를 올렸다.“나처럼 원하는 여자를 쟁취하진 못한 거지. 그런 쪽으론 영 능력이 없어.”“우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49화

    신미정은 결혼을 재촉했지만 할머니는 결혼은 평생을 같이할 사람을 찾는 거라고 마음에 들고 잘 맞는 사람과 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서두르지 않고 있었다.그래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결혼 상대를 물색하던 중 한현진의 강한서의 눈에 들게 된 것이다.교통사고까지 다 해서 고작 네 번 본 사이었고 말 한번 섞어본 적도 없어 그다지 좋아하는 건 아니었지만 보면 볼수록 한현진이 마음에 들었다.강한서도 마침 모르는 사람과 결혼해서 서로를 알아가는 게 시간 낭비 같았는데 한현진도 저런 늙은이한테 시집가는 건 원하지 않을 것 같았다.그리고 그날 교통사고도 실수이기는 하지만 한현진의 엄마가 간민혜를 차로 쳐서 죽인 건 맞기에 주강운이 갑자기 한현진한테 무슨 짓을 하기라도 할까 봐 신경 쓰이는 것도 있었다.어쨌든 주강운한테 고모가 간민혜를 만나려고 해서 그녀를 데리고 가다가 사고가 났다고 해명한 건 자신이었기에 강한서는 이 일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한현진을 데리고 있고 싶었다.그렇게 자신을 설득한 강한서는 이틀 뒤 바로 한현진에 연락해 그녀와 맞선자리를 가졌다.맞선자리에서 한현진은 강한서를 알아본 듯했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기에 강한서도 굳이 그 일을 꺼내진 않았다.한현진은 이 맞선자리가 유상수가 꾸며낸 자리인 줄로만 알고 혹시라도 실수할까 싶어 말을 최대한 아끼고 있었지만 사실 유상수는 꿈만 꿀 뿐이지 그럴 능력이 못 되는 사람이었다.선 자리를 끝내고 본가로 돌아간 강한서는 바로 한현진의 자료를 건네주며 결혼 의사를 밝혔지만 유씨 집안을 조사해본 할머니는 바로 반대부터 했다.유씨 집안의 지위보다 아내가 아픈데도 들여다보지 않고 비서랑만 붙어있는 유상수의 사람 됨됨이가 별로라서 그의 딸도 비슷할 거라 생각해 거절한 걸 알아챈 강한서는 평소에는 그렇게 말을 아꼈으면서 이번에는 웬일로 한현진을 감싸기 시작했다.그녀가 친구를 도와 나서던 일과 그녀의 지금 상황까지 다 말한 강한서는 한현진이 아니면 결혼은 하지 않겠다고 단호히 말한 뒤 집을 나섰다.그 말에 답답해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48화

    침대에서는 늘 신사다웠던 강한서였기에 한현진은 하면서도 아픈 적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였다.그래서 당연히 실망은 하지 않았지만 그저 간간이 색다른 그의 모습을 바랐던 적은 있었다.사실 별로 감출 것도 없는 일이지만 갑자기 물어오는 강한서에 부끄러워진 한현진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며 말했다.“잠이나 자!”그에 웃음을 흘리던 강한서는 한현진을 이불과 함께 끌어와 제 품에 안더니 낮은 목소리로 놀리기 시작했다.“얘기마저 하고 자. 앞으로 어떻게 널 만족시켜야 하는지는 알려줘야지.”“현진아, 현진아. 좀 더 자세하게 얘기해보라니까?”진짜 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어떻게 하면 만족할지를 자세하게 말하라니, 한현진이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었다.강한서는 그렇게 한현진을 한참 놀리다가 자리에 제대로 누우며 천천히 다시 입을 열었다.“나 오늘 내가 부계정으로 올렸던 피드들 다시 봤는데 진짜 너무 유치하더라, 전에는 내가 그 정도인 줄은 몰랐는데.”“너 원래 유치하잖아, 닉네임만 봐도 알리지 않아?”코웃음을 치며 말하는 한현진에 강한서가 웃어 보였다.“그 이름 내가 지은 거 아니야.”사실 그 계정은 일상을 공유하기 위해 만든 게 아니라 사업에 필요해서 만든 거였다.그때 한성 그룹에서 개발 중인 신제품에 대해 말이 좀 많았었는데 영향력이 좀 있는 사람들까지 그간의 데이터들을 언급하며 한성에는 그 정도 기술이 없다고, 전부 허위 홍보일 뿐이라는 소문을 퍼뜨리고 있어서 그걸 반격하기 위해 만들어진 계정이었다.그 신제품이 진짠지 가짠지 누구보다 잘 아는 강한서는 화가 나서 자신의 본 계정으로 반박문을 내려고 했지만 본 계정으로 낸 입장문이라면 큰 효과가 없을 거라던 한성우의 말에 설득당해 ‘다이아몬드 수저의 일상’이라는 계정이 생기게 된 것이었다.한성우의 말대로 부계정을 사용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니 사람들이 좀 더 쉽게 받아들였고 덕분에 팔로워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었다.자신의 화려한 배경이 사라지니 허구한 날 걸고넘어지던 사람들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47화

    한현진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딱딱하게 물었다.“말해 빨리, 나 잘 거니까.”“네가 싫다고 해도 내가 강제로 몰아붙이는 거 좋아한다고 했잖아. 그런데 하다가 네가 진짜로 하기 싫어질 수도 있는 건데 그걸 내가 구별할 수 있을까? 네가 진짜 싫은 건지 아니면 그냥 하는 말인지 잘 몰라서 실수하면 어떡해?”“잘 나가다가 내가 갑자기 왜 화를 내겠어?”“지금도 갑자기 화내잖아, 아까는 막 나 유혹하더니. 아무 예고도 없이 화내는 게 한두 번이야?”그 말을 들은 한현진은 돌아누워 강한서와 눈을 맞추며 따지기 시작했다.“그러니까 네 말은 내가 이유도 없이 자꾸 화만 낸다 그거야?”“아니, 그런 게 아니라 네가 진짜 하기 싫은 건데 내가 그걸 못 알아보고 계속하다가 너 다치게 할까 봐 그러지.”“진짜 싫으면 내가 너 물 거니까 그딴 걱정 할 필요 없어.”그 말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던 강한서는 언제 풀었는지는 모르지만 이미 자유로워진 손으로 한현진의 손목을 잡으며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한현진이 그걸 왜 혼자 풀어냈냐고 따지기도 전에 혀를 입속으로 밀어 넣으며 치열을 고르게 훑고 지나가는 강한서에 한현진의 몸은 빠르게 나른해졌다.강한서가 입을 뗐을 때 한현진의 얼굴과 입술은 이미 빨개져 있었고 그녀는 가만히 누운 채 숨만 내뱉으며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있었다.한현진 위에 올라타 있었던 강한서는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띤 채 그녀를 바라보더니 득의양양하게 말했다.“안 깨물었네.”한현진이 그 말의 뜻의 완전히 깨닫기도 전에 강한서는 또다시 입을 맞춰왔다.시간을 얼추 계산해보니 3달은 넘은 것 같아 사실상 관계를 한다고 해도 문제 될 건 없었기에 한현진은 쥐고 있던 강한서의 머리채를 놓아주고 몸에 힘을 뺐다.그렇게 키스를 이어나가던 강한서는 한참 만에 한현진을 놓아주더니 그대로 이불을 덮어주고는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자자 이제.”그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천장만 바라보던 한현진은 문득 인터넷에서 봤던 피드가 하나 떠올랐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46화

    강한서는 영문은 몰랐지만 그래도 한현진에게 벨트를 건네주었다.“뒤돌아서 손 등 뒤로 보내.”강한서는 한현진이 뭘 할지 알았지만 그래도 고분고분하게 뒤로 돌고는 손을 등 뒤로 교차시켰다.오래전에 배웠던 로프 묶는 방법을 오늘에서야 쓰게 되니 기뻤는지 한현진은 잔뜩 흥분한 채로 강한서의 손목을 묶었다.“이제 뒤 돌아도 돼.”한현진의 말에 따라 뒤로 돈 강한서는 손이 묶인 채로 그녀 앞에 꿇어앉았다.방금 샤워를 하고 나와 젖은 머리카락을 대충 뒤로 넘겨두었는데 강한서가 고개를 숙이니 머리카락도 앞으로 툭 하고 떨어져나와 그의 반쪽 얼굴을 가려버렸다.얼굴 앞에 드리운 머리칼 사이로 보이는 검은 눈동자에 한현진의 심장은 다시금 두근대기 시작했다.이제 보니 여자들이 정장을 입은 남자가 꿇어앉아 있는데 환장하는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맘에 들어?”낮은 목소리로 누구 하나 홀리려고 작정한 듯이 말하는 강한서에 한현진은 귀를 붉힌 채 말했다.“응, 맘에 들어.”“강운 그룹 사모님이 이런 취향인 줄은 몰랐는데, 진작에 나 이렇게 묶어 놓고 싶었겠네?”웃음을 흘리며 말하는 강한서에 한현진은 헛기침을 하며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고는 입을 열었다.“그건 아니고. 난 네가 날 이렇게 대해주길 더 원했어.”오랜 시간 동안 부부로 살아온 좋은 점이라 하면 아마도 서로에게 더 뻔뻔해질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그래서 이런 낯간지러운 말을 해도 부끄러움이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강한서는 가만히 꿇어앉아 제 아내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나는 내가 싫다고 해도 네가 억지로 하는 걸 더 좋아해. 그리고 다 한 다음에 침대에 꿇어앉아서 나한테 용서를 비는 게 보고 싶었어. 내 취향은 그런 거라서.”한현진의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던 강한서는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그럼 전에 우리가 싸울 때 내가 화나서 입 맞췄을 때는 왜 나 때린 거야? 그날도 내가 억지로 너 몰아세우고 하려고 했었잖아, 좋아한다면서 그때는 왜 나 죽이겠다고 그런 건데?”“진짜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45화

    송가람은 생각했다. ‘오빠는 그날 히비스커스 호텔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아직 나를 어떻게 마주하면 좋을지 모르겠는 거야. 게다가 내가 오빠 외숙모 때문에 다치기까지 했으니 분명 엄청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을 거야. 그러니 이렇게 간단한 문자에도 오래 고민하는 거겠지.’강한서가 대화창을 보며 물었다. “뭐라고 답장한 거야?”한현진이 불퉁한 말투로 말했다. “이래도 안 돼, 저래도 안 되라고 하니까 어쩌겠어. 어떻게 답장하면 좋을지 모르겠으니까 모르겠다고 했지.”한현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송가람에게서 답장이 왔다. [한서 오빠, 사실 그날 호텔에서 있었던 일은 저희 엄마가 너무 하셨어요. 오빠가 그렇게 대답한 것도 어쩔 수 없어서 그랬다는 거 알아요. 저 오빠 원망 안 해요.]눈을 마주친 강한서와 한현진 두 사람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이쪽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상대방이 알아서 넘어왔다. 두 사람이 이렇게 열띤 토론을 펼칠 이유가 전혀 없었다. 한현진이 문자를 보냈다. [몸은 어때. 삼촌 일은, 내가 미안해.]송가람은 다시 한 번 그동안 강한서가 연락하지 않은 이유를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가 얼른 답장을 보냈다. [전 괜찮아요, 오빠. 네가 멋대로 결정했다고 오빠가 널 미워하지만 않는다면요.]한현진: [치료 잘 받아.]송가람이 얌전함을 표현하는 이모티콘을 전송했다. [오빠, 생일 파티할 거예요?]한현진: [아니. 그럴 기분이 아니라서.]그 말에 송가람의 얼굴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느 사실 강한서가 조금 보고 싶었다. 고백 멘트를 작성하던 송가람은 서해금의 충고를 떠올리고 문자를 삭제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 한현진을 회사에서 쫓아낼 때까지만.’송가람이 여전히 문자를 작성하고 있던 그 시점에 상대방에게서 문자가 도착했다. [현진 씨에게 들으니까 요즘 회사에서 대회 준비가 한창이라던데. 요즘 바빠?]송가람: [네. 조향 대회가 있어서요. 지금 한창 참가자 신청을 받고 있어요.]한현진: [네가 대회에서 좋은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