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받았으면 최선을 다해야죠."주강운은 단추를 잠궜다."저 먼저 가볼게요. 두 분 천천히 드세요."그러고는 바로 집을 나섰다. 강민서는 거부 당한 느낌에 표정 관리가 안 됐다. 주강운의 어머니도 아들이 너무 대놓고 거부하는 게 눈에 보였다. 강민서가 다쳤을 당시, 주강운의 어머니는 몇 번이나 주강운더러 병문안을 가 보라고 했지만, 주강운은 일을 핑계로 가지 않았다. 강민서가 다 나을 때까지 주강운의 어머니는 병문안을 두 번 갔었다. 하지만 주강운은 한 번도 가지 않았다. 강민서는 매번 주강운은 왜 오지 않았는지 물었다. 그럴 때마다 주강운의 어머니는 일이 바쁘다느니, 이 물건들을 주강운이 산 거라느니 하면서 아들을 위해 핑곗거리를 만들었다. 강민서는 그 말들을 믿어 의심치 않았고, 몸이 나아지자 바로 주강운을 찾으러 왔다. 그런데 주강운의 태도가 이토록 차가울 줄 몰랐다.어제는 억지로라도 몇 입 먹더니 오늘은 보지도 않고 의뢰인 만나러 가 버렸다. 이 야밤에 의뢰인은 무슨 의뢰인이야? 거짓말을 하더라도 믿음이 갈 만한 걸 찾아야지."민서야, 강운이 상관 말고 우리끼리 먹어. 먹지 않는 사람이 손해인 거지."강민서는 억지로 웃음을 짜내더니 잠시 후에 물었다. "강운이 오빠는 어떤 여자를 좋아해요? 예전에 사귀었던 분들은 어떤 유형이었어요?"주강운의 어머니는 멈칫하더니 웃으면서 말했다. "강운이가 여자친구를 사귀었으면 내가 이렇게 마음이 조급하지 않지."강민서는 눈썹을 찌푸렸다. 어렸을 때 한성우가 강운이 여자친구에 대해서 말한 적 있는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아니면 기억이 잘못됐나?"민서야, 강운이를 위해 강운이가 좋아하는 모습으로 바꿀 필요 없어. 너희 두 사람만 좋다면 우리 집안에서는 적극 찬성이야."강민서는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고마워요."주강운은 가게 주인이 보내온 주소에 따라 30분 후에 가게에 도착했다. 열 시가 되어 가게에는 손님이 없었다. 가게 주인은 청소까지 마치고 프론트에서 수입을 맞춰
이를 지켜보던 가게 주인이 옆에서 웃으면서 말했다. "여자친구가 참 재밌네요."주강운은 귀가 빨개졌다. 그는 가게 주인의 말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저 가게 주인에게 유현진의 차 문을 열어달라고 부탁했다. 주강운은 유현진을 조수석에 앉히고, 자신은 운전석에 앉았다. 유현진에게 안전벨트를 매주려고 가까이 가자 유현진의 술향이 섞인 숨결이 귓가에 닿았다. 주강운은 갑자기 더워졌다. 고개를 돌려 유현진의 눈매를 보자 그의 눈빛은 차츰 평온해졌다. 주강운은 자신의 안전벨트를 매고 시동을 걸었다. 중도에 유현진은 깨더니 눈을 거슴츠레 뜨고 물었다."지금 어디 가는 거야?"주강운이 물었다."어디 가고 싶어요?"유현진은 운전석에 누군지도 모르고 유리창에 기대어 잠깐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해변가로 가."말하고는 또 잠이 들었다. 주강운은 운전하여 해변가로 갔다. 해변가에 도착해서 주강운이 창을 내리자 찬 바람을 맞은 유현진은 잠에서 깨어났다. "추워."주강운이 답했다. "밤의 해변가는 추워요."그러면서 옷을 벗어 유현진에게 걸쳐 주었다. 유현진은 자신의 몸에 걸쳐진 옷을 보다가 한참 후에 낮은 소리로 물었다. "강한서, 당신 영혼이 체인지 됐지? 어떻게 나한테 옷을 걸쳐줘? 내 치마를 빼앗아 당신이 입어야 정상 아냐?"주강운......술이 덜 깬 유현진은 옆에 강한서가 있는 줄 알았다. 알코올은 사람의 신경을 마비시킬 수 있었다. 유현진은 자신이 누구 때문에 슬펐는지도 까먹었다. 그는 주강운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더니 가까이 가져와서 실눈으로 쳐다보았다.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주강운이 얼굴을 가져가려고 하자 유현진은 주강운의 턱을 잡아 다시 가까이로 가져왔다. "움직이지마."유현진은 화난 표정을 짓고는 두 손으로 주강운의 얼굴을 받쳐들고 멀뚱멀뚱 한참 동안이나 쳐다보다가 훅 밀어버리고는 말했다."영혼 체인지면 어때? 내가 반했던 건 어차피 당신 몸이니까."주강운......술 취하면 이렇게 저돌적으로 변하는 거야?주강
주강운은 갑자기 유현진과 결혼한 강한서도 보통 인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유현진은 강한서의 잘못을 일일이 끄집어내다가 갑자기 하현주의 생각에 눈물을 왈칵 흘렸다.주강운은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등을 두드리며 위로했다.유현진은 울다 지쳐 훌쩍이며 잠에 들었다.주강운은 무표정한 얼굴로 먼 곳의 바다를 바라보며 셔츠의 단추를 풀었다쇄골 아래에는 커다란 화상이 보였다.다음날, 유현진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깼다.비몽사몽한 표정으로 눈을 뜬 그녀는 눈앞의 광경에 태양혈을 지끈 눌렀다. 어떻게 호텔에 들어왔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노크 소리는 끊임없이 들려왔다."잠깐만요."그녀는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내려와 문을 열었다."주 변호사님?"주강운이 깔끔한 옷차림으로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는 유현진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갈아입을 옷 좀 가져왔어요."유현진은 반 박자 늦게 입을 열었다."변호사님이 데려다주신 거예요?""기억 안 나요?"주강운이 말했다."어제 명예권 사건으로 얘기 좀 나누려고 전화했었는데 술집 사장님이 전화를 대신 받으셨어요. 현진 씨가 많이 취했으니 데리러 좀 와달라고요."유현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주강운의 설명에 유현진은 언뜻 기억이 떠올랐다. 바다를 간 기억도 있지만 구체적으로 무슨 말을 했는지는 생각나지 않고 주강운의 뺨을 때린 것이 희미하게 떠올랐다.…..."기억이… 조금 나는 것 같기도 해요."유현진은 마른기침하며 말했다."술주정 부리며 뺨 때렸어요?"주강운은 멈칫하다가 말했다."하나도 기억 안 나요?"유현진은 조심스럽게 물었다."더 심한 것도 했어요?""내 옷에 콧물을 닦기는 했는데, 심한 거 맞아요?"유현진은 할 말을 잃었다.그녀는 당장이라도 땅으로 꺼지고 싶었다.'강한서가 술만 마시면 날 귀찮게 한다고 그랬었는데, 이제는 나도 술 마시고 다른 사람을 귀찮게 만드는 재주가 있네.'"정말 생각 안 나요. 옷은 제가 세탁해 드릴게요."주강운은 환히 웃
신미정은 사진을 곰곰이 들여다보았다. 사진 속에 남자는 확실히 유현진과 주강운이다.신미정은 미간을 찌푸린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한서는 화가 나서 욕설을 내뱉었다."이 천한 년이! 얼굴 좀 반반하다고 아무한테나 꼬리를 쳐? 당장 오빠한테 알려야겠어요!""잠깐만."신미정이 강민서를 불러세웠다."까짓 사진 한 장이 뭘 의미한다고? 두 사람이 손을 잡은 것도 아니고 스킨십이 있는 것도 아닌데. 네 오빠한테 보냈다가 네가 트집 잡는다고 할 게 뻔해."강민서는 이를 악물었다."같은 방에서 나온 게 증거 아니에요?""그건 하윤이의 일방적인 증언이야. 사진에 찍히지 않았잖아."주강운에게 흑심을 품은 강민서는 주강운이 다른 여자와 함께 호텔에서 나오는 사진을 보고 나니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왔다.하지만 신미정은 방관자의 관점에서 냉철하게 판단했다.유씨 집안의 크고 작은 일들과 강한서와의 이혼까지, 유현진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런데 이 와중에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만약 안하윤이 직접적인 증거를 찍었다면 강한서에게 가져가 스토리를 짜 볼 법도 한데 이런 사진으로는 어림도 없었다.이때쯤이면 강한서도 신미정이 유현진의 카드를 정지시켰다는 것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 상황에 강한서에게 이런 일을 일러바치면 강한서는 신미정의 말을 더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그만해."신미정이 위로했다."화낼 것 없어. 너 강운이랑 알고 지낸 지 얼마나 됐는데 아직도 강운이를 잘 모르는 거야? 유현진이 네 오빠 와이프인 줄 뻔히 아는데 어떻게 다른 생각을 하겠어? 몸도 안 좋은 애가 밖으로 돌지 말고 멘탈이나 부여잡아. 곧 졸업식인데 얼굴 엉망 됐다고 짜증 부리지 말고."신미정이 전혀 추궁하려고 하지 않으니 강민서는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하지만, 사실 신미정은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길에서 주강운은 유현진에게 사건의 세부적인 상황을 확인했다. 명예권 사건은
박해서는 눈썹을 치켜세웠다. '대표님이 그 집 사모님한테… 아, 아니다. 이제는 사모님이 아니지. 유현진 씨한테 관심이 있는 게 틀림없어.유현진 씨 이혼한 지 얼마나 됐다고, 대표님은 너무 성급하신 거 아니야?큰 송 대표님이 아시게 되면 아주 난리가 나실 텐데. 확실히 너무한단 말이야.'송민준과의 통화를 종료한 뒤, 유현진은 고개를 돌려 주강운에게 물었다."주 변호사님, 사무소는 어디에 있어요. 먼저 태워다 드릴게요."주강운은 유현진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반문했다."그 '법역'은 아직도 촬영해요?"유현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요, 얼마 전에 오디션 봤었거든요. 요즘 새 작품 촬영 중이에요.""촬영요?"주강운은 급 흥미가 생겼다."어떤 작품이에요?""궁중 분투기라고 할 수 있죠.""어떤 배역이에요?"유현진은 진지하게 말했다."이렇게 생겼으니 나라를 말아먹는 요괴 같은 후궁이겠죠."주강운은 멈칫하더니 이내 유현진의 농담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능청스럽게 답했다."잘 어울리겠네요."유현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농담이에요. 냉대받는 중궁전 역할이에요. 여주도 괴롭히고 후궁들도 아이를 낳지 못하게 수작을 부리는 진정한 보스 역할이요.""냉대받는 중궁전이라."주강운은 이 말을 되뇌며 진지하게 말했다."현진 씨가 중전인데 냉대받는다면 그 왕은 눈병이 있는 게 뻔해요."멈칫하던 유현진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주강운은 정말 칭찬을 센스있게 잘한다.만약 유현진을 예쁘다고 직접 얘기했다면 유현진도 '그런가 보다' 이랬을 것이다.유현진도 자기가 예쁘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으니 말이다.하지만 이렇게 센스있게 훅 들어오다니.'현진 씨가 중전인데 냉대받는다면 그 왕은 눈병이 있는 게 뻔해요.'기분이 좋아진 유현진은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사실 여배우들 다들 정말 예뻐요. 그런데 감독님은 내가 너무 어리다고 분장할 때 일부러 더 나이 들어 보이게 하라고 해요. 나이에서 나오는 아우라가 있잖아요. 그래야 배역을 잘 소화
유현진은 멈칫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 머리에 얹은 소품이 너무 무거워 행동을 크게 할 수 없었다.분장실 문이 열리더니 강민서가 두 남자와 한 여자를 데리고 나타났다.두 남자는 초면이다. 나이는 어려 보이지만 차림새는 양아치와 같았다. 손에는 야구 방망이를 들고 있었는데 아마 강민서의 무리로 추정된다.여자는 잘 아는 사람이다. 팔찌를 샀던 안하윤.분장실의 여배우들은 그들을 피해 숨거나 혹은 사람을 부르려고 달려 나갔다.유현진은 쌀쌀한 눈빛으로 강민서를 훑어보고는 입을 열었다."이젠 안 아파?"강민서는 얼굴색이 창백해지며 말했다."이 천한 년이, 역시 너였구나!"유현진은 여유롭게 거울을 보며 비녀를 꽂았다."강민서. 소란 피우러 온 거면 지금이라도 꺼지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너 그 주둥아리, 평생 아프게 만들어 줄 테니까."강민서는 어금니를 깨물었다."유현진, 너 너무 뻔뻔한 거 아니야? 우리 오빠랑 결혼 해놓고 다른 남자랑 호텔에서 외박해? 나 오늘 우리 오빠 대신해서 너 혼내주러 온 거야!"유현진은 미간을 찌푸렸다."뭔 개소리야. 내가 누구랑 외박했어?"강민서는 싸늘하게 웃었다."본 사람이 없는 줄 알아?"그러고는 이내 사진 몇 장을 뿌려주었다."네가 한 그 더러운 짓, 다 찍혔어!"강민서는 인쇄한 사진을 분장실에 있는 사람들에게 뿌려주었다."다들 이것 좀 보세요. 유부녀가 다른 남자랑 호텔에서 외박하다 딱 걸려놓고 아니라고 발뺌이에요! 배우 사생활 조사도 안 해요? 이러다가 드라마가 방영되면 외도 스캔들부터 뜰 텐데 그때면 이 드라마 완전히 망할걸요!"유현진은 강민서가 왜 이렇게 조급해하는지 알 것 같았다.만약 유현진이 외도를 했다는 증거를 잡았다면 아마 먼저 강한서에게 일러바쳤을 것이다. 비록 두 사람은 이미 이혼한 상태지만 강민서는 아마 그 사실을 모르는 눈치다.강민서는 그저 사진에 찍힌 상대가 주강운이라는 이유로 소란을 피우러 온 것이 틀림없다.주강운을 짝사랑하는 강민서는 유현
강민서는 얼굴을 부여잡고 비명을 질렀다.텀블러에 담긴 물은 최소 70~80도 이상이라 데일 정도는 아니더라고 충분히 아팠을 것이다.안하윤은 그 모습에 다리가 후들거렸다. 유현진에게 본때를 보여주어 화풀이하려고 했는데 유현진이 이렇게 강하게 나올 줄 생각도 못 했다.'강한서 동생 강민서, 강씨 가문 보배 딸한테!미친 거야?'안하윤의 뜨거운 눈빛에 유현진은 시선을 안하윤에게로 돌렸다."물 더 있는데, 하윤 씨도 얼마나 뜨거운지 궁금해요?"안하윤은 감히 강민서를 부축하지도 못하고 두려운 눈길로 유현진을 바라보았다.두 남자는 더 겁을 먹었다. 아무래도 강씨 가문 며느리다 보니 물건은 부숴도 되지만 그녀에게 감히 손을 댈 용기가 없었다.유현진은 혀를 차며 말했다."비싼 차 낭비했네."강민서는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유현진을 밀쳤다.유현진은 강민서의 행동을 주시하며 언제든지 반격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강민서가 그녀를 밀치는 순간, 문 앞에 누군가가 나타났고 유현진은 상대를 확인하고는 강민서의 손을 피하지 않았다.강민서는 힘이 굉장했다. 유현진은 의자에 부딪혀 바닥에 나 떨어졌고 손바닥은 거울 조각에 긁혔다. 그녀는 고통에 미간을 찌푸렸다."천박한 년!"강민서는 유현진에게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려고 했다. 이때 누군가 그녀의 팔을 잡았다."어떤 새끼야, 이거 놓지 못해!"강민서의 두 눈에는 독기가 가득했다. 그녀는 당장에라도 유현진의 입을 찢어버리고 싶었다."강민서, 여기가 네가 함부로 소란 피워도 되는 곳이야?"주강운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강민서는 멈칫하더니 이내 두 팔에 힘을 풀었다."강운 오빠?"주강운은 표정이 일그러졌다. 어릴 적부터 같이 자라왔건만 그녀는 주강운이 화난 모습을 본 적 없었다.이번이 처음이다. 주강운의 표정은 마치, 쓰레기를 보는 듯한 표정이다.강민서는 당황했다."강운 오빠, 내 말 좀 들어봐. 유현진이 먼저 나한테 뜨거운 물을…""강민서, 너 왜 이렇게 변했어?"주강운은 쌀쌀한 표정으로 강민
강민서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강운 오빠, 유현진 말을 믿으면서 내 말은 안 믿어?""난 내가 직접 본 것만 믿어."주강운은 쌀쌀한 눈빛으로 강민서를 흘겨보며 말했다."사람 데리고 당장 여기서 나가!"옆에 있던 유현진도 이내 입을 열었다."거울은 배상하고 가. 비싼 거니까."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은 할 말을 잃었다.주강운의 태도에 마음이 상한 강민서는 눈시울을 붉히며 밖으로 뛰쳐나갔다.안하윤은 유현진의 눈빛에 소름이 돋아 이내 가방에서 현금을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고 강민서를 뒤따라 나갔다.'인간쓰레기들!'강민서 무리가 나가자마자 차이현이 들어왔다.차이현은 누군가 소란을 피우며 유현진을 괴롭힌다는 말에 다급히 분장실로 달려왔다.하지만 도착했을 때는 바닥에 깨진 거울 조각만 가득할 뿐, 상황은 이미 종료 된 뒤었다.유현진은 의자에 앉아있고 주강운은 그 옆에 서 있었다. 진희연은 다급히 응급 상자를 들고 와서 그녀의 상처를 처치해 주었다.차이현은 미간을 찌푸렸다."쳐들어왔다는 사람들은요?"유현진이 답하기도 전에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말했다."현진이 언니한테 화나서 갔어요."…...'뭐, 그렇게 얘기할 수도 있지.'차이현은 가까이 다가와 유현진의 상처를 살펴보았다."괜찮아요?"유현진이 답했다."괜찮아요. 이따가 투명 반창고를 붙이면 잘 안 보일 거예요."차이현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굳은 얼굴로 물었다."대체 누가 들여보냈어?"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세정의 안색은 확연히 부자연스러웠다.유현진은 한세정을 힐끗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됐어요, 감독님. 아는 사람이에요. 나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겨서 죄송해요.""그래요, 크게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촬영에 지장 주는 일 없도록 해요."배우들이 소란을 피우는 걸 제일 귀찮아하는 차이현은 몇 마디하고 자리를 떠났다.진희연이 유현진의 상처를 다 처치해 주고 나서야 주강운이 의자에 앉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