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진은 뺨을 친 손에 혼신의 힘을 다 실었다. 강한서의 얼굴에 날카로운 손톱이 긁고 지난 흔적이 길게 남았다. 강한서는 순간 멍해졌다. 유현진이 자신에게 손을 댄 게 이번이 두 번째였다. 처음에는 자신이 막무가내로 덤벼드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미움을 해소하기 위함이었다. 뺨을 맞는 것은 어느 연령대라도 모욕감을 느끼는 일이다. 더욱이 강한서와 같이 오랫동안 떠받들려왔던 사람은 밀려오는 모욕감이 더 컸다. 유현진이 두 번째 뺨을 날리려고 손을 올리자, 강한서가 그의 손목을 확 잡아채더니 분노의 목소리로 말했다."유현진! 그만해! 내가 너 어쩌지 못해서 가만히 있는 줄 알아?"말이 끝나자마자 강한서는 제자리에 굳어버렸다. 그는 유현진의 빨개진 눈시울과 눈물 가득 고인 눈과 마주쳤기 때문이다. 유현진과 함께 생활하는 동안, 드라마를 보면서 우는 모습은 봤어도 이런 모습은 처음 봤다. 강한서는 줄곧 유현진이 생각이 없는 여자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그런 여자가 자신의 눈앞에서 눈물을 흘리자 가슴이 찢어졌다. 강한서는 유현진의 손목을 잡았던 손에서 힘을 풀면서 낮은 소리로 말했다. "정말 당신을 어떻게 한 거 아니잖아."유현진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강한서! 내가 평생 가장 후회되는 일이 당신이랑 결혼한 거야. 다시는 당신이랑 마주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말이 끝나자마자 유현진은 강한서의 손을 뿌리치고 물건을 가지고 떠나갔다. 강한서는 오랫동안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그러다가 정신을 차리고 쫓아나갔을 때는 이미 유현진이 차를 몰고 떠난 후였다. 유현진을 말리지 못한 도우미 아주머니는 아래층으로 내려온 강한서에게 감히 묻지 못하고, 몸을 돌려 방 청소 하러 갔다. 강한서가 아주머니를 불렀다. "아주머니, 지난 번에 현진이가 중약을 병원에 보내달라고 했죠?"아주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날에 보냈어요?""사모님 어머님 돌아가신 이튿날이요."강한서는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물었다. "다른 건
강한서는 당시 약 처방을 조하해 봤다. 하지만 확실히 여성의 자궁에 좋은 약재들이어서 신민정의 행위를 묵인했다. 하지만 사모님은 질색했고, 한약을 먹을 때마다 거부감을 호소했다. 두 사람은 임신하는 일로 자주 싸웠다. 임신만 거론되면 한약 때문에 싸우곤 했다. 대표님은 사모님의 몸조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까 봐 걱정이 됐고, 또 갑자기 애를 가졌다가 유산이라도 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까 봐 우려되어, 지난해 연말에 아예 임신의 가능성을 단절하려고 결찰 수술을 받았다. 당시 민경하가 강한서를 픽업하러 병원에 갔을 때, 그는 깜짝 놀랐다. 결찰술이 남성 기능에 영향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걸 시도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며, 또 여자를 위해 그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겠는가?강한서는 자신의 행위를 타인이 알면 체면이 깎일까 봐 다른 핑계를 댔다. "집 사람이 한약을 먹기 싫다는 소리에 지쳐서 한 거니, 다른 생각은 하지 마세요."이에 민경하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수술하고 나서는 사모님이 한약을 복용하는 일에 대표님은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았다. 최근 몇 달 동안은 사모님도 한약을 마시지 않을 텐데, 갑자기 왜 한약을 조사하라는 거지?강한서는 미간을 주무르면서 말했다. "우서 가서 조사해 봐요. 지금 머리가 좀 복잡해요. 앞으로 얼마 간 바쁠 텐데, 일이 한 단계 마무리되면 휴가 줄게요.""알겠습니다."전화를 끄려는 순간, 민경하는 갑자기 뭔가 떠올랐다. "대표님, 사모님을 위해 예약한 목걸이를 제가 가져왔어요. 언제쯤 사모님께 드릴 건가요? 시간 날 때 제가 가져다 드릴게요."강한서는 몇 초 간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우선 실장님이 보관하고 있어요."민경하는 강한서의 대답이 뜻밖이어서 물었다."대표님, 사모님과 싸우신 거예요?" 강한서는 잠깐 멈칫하더니 낮은 소리로 말했다. "우리 이혼했어요.""이혼이요?!"민경하가 너무 크게 소리쳐서 강한서는 귀가 멍멍했다. "실장님도 저 나무라실 건가요?"강한서는 기분
유현진은 그렇게 거리를 누비다가 술집 앞에 차를 세웠다.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술은 부정적인 정서 해소에 도움이 된다. 유현진이 주량이 아무리 좋다고 한들, 소주, 와인, 맥주를 마구 섞어 들이부으면 탈 나지 않을 사람이 없다. 그는 안주도 먹지 않고 빈 속에 술을 엄청 급하게 마셨다. 술집 주인은 매상을 올리기 위해 처음에는 유현진이 요구하는 대로 줬지만, 나중에는 두려웠다. 행여나 유현진이 술 마시고 뭔 일이라도 생기면 큰일이었다. 그래서 유현진이 술을 더 달라고 하자 더 이상 주지 않았다. "아가씨, 너무 많이 마셨어요. 안주라도 드세요. 우리 가게 안주가 맛이 괜찮아요.""저 배고프지 않아요."유현진은 두 볼이 발그스름해서 턱을 괴고 있었다. 술에 취한 게 분명한데 발음은 또렷했다. "저 한 병 더 따주세요.""운전해서 오신 것 같던데, 제가 대리 운전을 불러 드릴까요? 아니면 직접 부르실래요? 더 마셨다가 취하시면 어떻게 돌아가시려고요? 가족들이 걱정하고 있을 거예요.""저 가족이 없어요."유현진은 잠긴 목소리로 답했다. "엄마가 돌아가셔서 제가 돌아가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요. 더 이상 저를 걱정해줄 사람도 없고요."가게 주인은 자신의 딸보다 몇 살 위로 보이는 유현진이 안쓰러워서 타일렀다. "그렇더라도 자신의 몸을 이렇게 혹사하면 안 돼요. 어머님이 아시면 얼마나 마음이 아프시겠어요."유현진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가게 주인은 그에게 물 한 잔 건네주면서 말했다. "인생의 모든 고비는 넘어가기 마련이에요. 술도 마셨으니 한잠 자고 일어나서 다시 힘차게 출발하면 돼요."유현진은 더 이상 술을 요구하지 않고 천천히 물을 마셨다. 가게 주인은 유현진의 상태가 좋아지자 다른 손님들을 접대했다. 손님들이 하나 둘 떠나고 가게가 조금 조용해지자 다시 유현진에게로 와 보니 테이블에 엎드려 잠이 든 상태였다. 테이블 위에 놓은 휴대폰이 계속하여 울리는 데도 유현진은 듣지 못했고, 가게 주인이
"돈을 받았으면 최선을 다해야죠."주강운은 단추를 잠궜다."저 먼저 가볼게요. 두 분 천천히 드세요."그러고는 바로 집을 나섰다. 강민서는 거부 당한 느낌에 표정 관리가 안 됐다. 주강운의 어머니도 아들이 너무 대놓고 거부하는 게 눈에 보였다. 강민서가 다쳤을 당시, 주강운의 어머니는 몇 번이나 주강운더러 병문안을 가 보라고 했지만, 주강운은 일을 핑계로 가지 않았다. 강민서가 다 나을 때까지 주강운의 어머니는 병문안을 두 번 갔었다. 하지만 주강운은 한 번도 가지 않았다. 강민서는 매번 주강운은 왜 오지 않았는지 물었다. 그럴 때마다 주강운의 어머니는 일이 바쁘다느니, 이 물건들을 주강운이 산 거라느니 하면서 아들을 위해 핑곗거리를 만들었다. 강민서는 그 말들을 믿어 의심치 않았고, 몸이 나아지자 바로 주강운을 찾으러 왔다. 그런데 주강운의 태도가 이토록 차가울 줄 몰랐다.어제는 억지로라도 몇 입 먹더니 오늘은 보지도 않고 의뢰인 만나러 가 버렸다. 이 야밤에 의뢰인은 무슨 의뢰인이야? 거짓말을 하더라도 믿음이 갈 만한 걸 찾아야지."민서야, 강운이 상관 말고 우리끼리 먹어. 먹지 않는 사람이 손해인 거지."강민서는 억지로 웃음을 짜내더니 잠시 후에 물었다. "강운이 오빠는 어떤 여자를 좋아해요? 예전에 사귀었던 분들은 어떤 유형이었어요?"주강운의 어머니는 멈칫하더니 웃으면서 말했다. "강운이가 여자친구를 사귀었으면 내가 이렇게 마음이 조급하지 않지."강민서는 눈썹을 찌푸렸다. 어렸을 때 한성우가 강운이 여자친구에 대해서 말한 적 있는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아니면 기억이 잘못됐나?"민서야, 강운이를 위해 강운이가 좋아하는 모습으로 바꿀 필요 없어. 너희 두 사람만 좋다면 우리 집안에서는 적극 찬성이야."강민서는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고마워요."주강운은 가게 주인이 보내온 주소에 따라 30분 후에 가게에 도착했다. 열 시가 되어 가게에는 손님이 없었다. 가게 주인은 청소까지 마치고 프론트에서 수입을 맞춰
이를 지켜보던 가게 주인이 옆에서 웃으면서 말했다. "여자친구가 참 재밌네요."주강운은 귀가 빨개졌다. 그는 가게 주인의 말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저 가게 주인에게 유현진의 차 문을 열어달라고 부탁했다. 주강운은 유현진을 조수석에 앉히고, 자신은 운전석에 앉았다. 유현진에게 안전벨트를 매주려고 가까이 가자 유현진의 술향이 섞인 숨결이 귓가에 닿았다. 주강운은 갑자기 더워졌다. 고개를 돌려 유현진의 눈매를 보자 그의 눈빛은 차츰 평온해졌다. 주강운은 자신의 안전벨트를 매고 시동을 걸었다. 중도에 유현진은 깨더니 눈을 거슴츠레 뜨고 물었다."지금 어디 가는 거야?"주강운이 물었다."어디 가고 싶어요?"유현진은 운전석에 누군지도 모르고 유리창에 기대어 잠깐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해변가로 가."말하고는 또 잠이 들었다. 주강운은 운전하여 해변가로 갔다. 해변가에 도착해서 주강운이 창을 내리자 찬 바람을 맞은 유현진은 잠에서 깨어났다. "추워."주강운이 답했다. "밤의 해변가는 추워요."그러면서 옷을 벗어 유현진에게 걸쳐 주었다. 유현진은 자신의 몸에 걸쳐진 옷을 보다가 한참 후에 낮은 소리로 물었다. "강한서, 당신 영혼이 체인지 됐지? 어떻게 나한테 옷을 걸쳐줘? 내 치마를 빼앗아 당신이 입어야 정상 아냐?"주강운......술이 덜 깬 유현진은 옆에 강한서가 있는 줄 알았다. 알코올은 사람의 신경을 마비시킬 수 있었다. 유현진은 자신이 누구 때문에 슬펐는지도 까먹었다. 그는 주강운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더니 가까이 가져와서 실눈으로 쳐다보았다.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주강운이 얼굴을 가져가려고 하자 유현진은 주강운의 턱을 잡아 다시 가까이로 가져왔다. "움직이지마."유현진은 화난 표정을 짓고는 두 손으로 주강운의 얼굴을 받쳐들고 멀뚱멀뚱 한참 동안이나 쳐다보다가 훅 밀어버리고는 말했다."영혼 체인지면 어때? 내가 반했던 건 어차피 당신 몸이니까."주강운......술 취하면 이렇게 저돌적으로 변하는 거야?주강
주강운은 갑자기 유현진과 결혼한 강한서도 보통 인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유현진은 강한서의 잘못을 일일이 끄집어내다가 갑자기 하현주의 생각에 눈물을 왈칵 흘렸다.주강운은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등을 두드리며 위로했다.유현진은 울다 지쳐 훌쩍이며 잠에 들었다.주강운은 무표정한 얼굴로 먼 곳의 바다를 바라보며 셔츠의 단추를 풀었다쇄골 아래에는 커다란 화상이 보였다.다음날, 유현진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깼다.비몽사몽한 표정으로 눈을 뜬 그녀는 눈앞의 광경에 태양혈을 지끈 눌렀다. 어떻게 호텔에 들어왔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노크 소리는 끊임없이 들려왔다."잠깐만요."그녀는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내려와 문을 열었다."주 변호사님?"주강운이 깔끔한 옷차림으로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는 유현진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갈아입을 옷 좀 가져왔어요."유현진은 반 박자 늦게 입을 열었다."변호사님이 데려다주신 거예요?""기억 안 나요?"주강운이 말했다."어제 명예권 사건으로 얘기 좀 나누려고 전화했었는데 술집 사장님이 전화를 대신 받으셨어요. 현진 씨가 많이 취했으니 데리러 좀 와달라고요."유현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주강운의 설명에 유현진은 언뜻 기억이 떠올랐다. 바다를 간 기억도 있지만 구체적으로 무슨 말을 했는지는 생각나지 않고 주강운의 뺨을 때린 것이 희미하게 떠올랐다.…..."기억이… 조금 나는 것 같기도 해요."유현진은 마른기침하며 말했다."술주정 부리며 뺨 때렸어요?"주강운은 멈칫하다가 말했다."하나도 기억 안 나요?"유현진은 조심스럽게 물었다."더 심한 것도 했어요?""내 옷에 콧물을 닦기는 했는데, 심한 거 맞아요?"유현진은 할 말을 잃었다.그녀는 당장이라도 땅으로 꺼지고 싶었다.'강한서가 술만 마시면 날 귀찮게 한다고 그랬었는데, 이제는 나도 술 마시고 다른 사람을 귀찮게 만드는 재주가 있네.'"정말 생각 안 나요. 옷은 제가 세탁해 드릴게요."주강운은 환히 웃
신미정은 사진을 곰곰이 들여다보았다. 사진 속에 남자는 확실히 유현진과 주강운이다.신미정은 미간을 찌푸린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한서는 화가 나서 욕설을 내뱉었다."이 천한 년이! 얼굴 좀 반반하다고 아무한테나 꼬리를 쳐? 당장 오빠한테 알려야겠어요!""잠깐만."신미정이 강민서를 불러세웠다."까짓 사진 한 장이 뭘 의미한다고? 두 사람이 손을 잡은 것도 아니고 스킨십이 있는 것도 아닌데. 네 오빠한테 보냈다가 네가 트집 잡는다고 할 게 뻔해."강민서는 이를 악물었다."같은 방에서 나온 게 증거 아니에요?""그건 하윤이의 일방적인 증언이야. 사진에 찍히지 않았잖아."주강운에게 흑심을 품은 강민서는 주강운이 다른 여자와 함께 호텔에서 나오는 사진을 보고 나니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왔다.하지만 신미정은 방관자의 관점에서 냉철하게 판단했다.유씨 집안의 크고 작은 일들과 강한서와의 이혼까지, 유현진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런데 이 와중에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만약 안하윤이 직접적인 증거를 찍었다면 강한서에게 가져가 스토리를 짜 볼 법도 한데 이런 사진으로는 어림도 없었다.이때쯤이면 강한서도 신미정이 유현진의 카드를 정지시켰다는 것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 상황에 강한서에게 이런 일을 일러바치면 강한서는 신미정의 말을 더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그만해."신미정이 위로했다."화낼 것 없어. 너 강운이랑 알고 지낸 지 얼마나 됐는데 아직도 강운이를 잘 모르는 거야? 유현진이 네 오빠 와이프인 줄 뻔히 아는데 어떻게 다른 생각을 하겠어? 몸도 안 좋은 애가 밖으로 돌지 말고 멘탈이나 부여잡아. 곧 졸업식인데 얼굴 엉망 됐다고 짜증 부리지 말고."신미정이 전혀 추궁하려고 하지 않으니 강민서는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하지만, 사실 신미정은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길에서 주강운은 유현진에게 사건의 세부적인 상황을 확인했다. 명예권 사건은
박해서는 눈썹을 치켜세웠다. '대표님이 그 집 사모님한테… 아, 아니다. 이제는 사모님이 아니지. 유현진 씨한테 관심이 있는 게 틀림없어.유현진 씨 이혼한 지 얼마나 됐다고, 대표님은 너무 성급하신 거 아니야?큰 송 대표님이 아시게 되면 아주 난리가 나실 텐데. 확실히 너무한단 말이야.'송민준과의 통화를 종료한 뒤, 유현진은 고개를 돌려 주강운에게 물었다."주 변호사님, 사무소는 어디에 있어요. 먼저 태워다 드릴게요."주강운은 유현진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반문했다."그 '법역'은 아직도 촬영해요?"유현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요, 얼마 전에 오디션 봤었거든요. 요즘 새 작품 촬영 중이에요.""촬영요?"주강운은 급 흥미가 생겼다."어떤 작품이에요?""궁중 분투기라고 할 수 있죠.""어떤 배역이에요?"유현진은 진지하게 말했다."이렇게 생겼으니 나라를 말아먹는 요괴 같은 후궁이겠죠."주강운은 멈칫하더니 이내 유현진의 농담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능청스럽게 답했다."잘 어울리겠네요."유현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농담이에요. 냉대받는 중궁전 역할이에요. 여주도 괴롭히고 후궁들도 아이를 낳지 못하게 수작을 부리는 진정한 보스 역할이요.""냉대받는 중궁전이라."주강운은 이 말을 되뇌며 진지하게 말했다."현진 씨가 중전인데 냉대받는다면 그 왕은 눈병이 있는 게 뻔해요."멈칫하던 유현진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주강운은 정말 칭찬을 센스있게 잘한다.만약 유현진을 예쁘다고 직접 얘기했다면 유현진도 '그런가 보다' 이랬을 것이다.유현진도 자기가 예쁘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으니 말이다.하지만 이렇게 센스있게 훅 들어오다니.'현진 씨가 중전인데 냉대받는다면 그 왕은 눈병이 있는 게 뻔해요.'기분이 좋아진 유현진은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사실 여배우들 다들 정말 예뻐요. 그런데 감독님은 내가 너무 어리다고 분장할 때 일부러 더 나이 들어 보이게 하라고 해요. 나이에서 나오는 아우라가 있잖아요. 그래야 배역을 잘 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