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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머리띠를 벗은 지 얼마 되지 않은지라 그녀의 머리는 그대로 뒤로 넘겨져 있었고 담담한 중전 메이크업은 그녀의 차가움을 한껏 돋보이게 했다.

"당신들 누구죠? 누가 보냈어요?"

흉터남은 유현진에게서 시선을 멈추더니 머리를 치켜들며 물었다.

"넌 뭐야?"

유현진은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이 병실에 있는 사람, 우리 엄마예요."

남자는 유현진의 차림과 명품 백을 보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잘 찾아왔네."

남자는 겨드랑이의 가죽가방에서 차용증을 가득 꺼냈다.

"이건 당신 엄마가 빌린 돈이야. 딸이니까 대신 갚아야겠지?"

유현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차용증을 넘겨받았다.

대충 보아도 열댓 장이다.

몇백만 원짜리 차용증으로부터 몇억짜리 차용증까지, 차용증에는 모두 신미정의 사인과 지장이 찍혀있었다.

제일 오래된 거로는 십여 년 전이고 가장 최근이라야 팔 년 전이다.

"모두 열일곱 장이야. 이자까지 다 하면 80억. 나이도 젊어 보이니 할부로 받으려 했는데, 프라다에 루이비통에 어마어마한 걸 보니 이 정도 돈은 모자라지 않겠지? 한꺼번에 내놔."

유현진은 바로 차용증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우리 엄마가 빌린 거 아니니까, 빌린 사람한테 가서 받아요."

유현진은 담담하게 말했다.

"비켜요!"

흉터남은 얼굴이 굳어지며 말했다.

"차용증까지 다 있는데 인정 안 해?"

유현진은 흉터남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말투를 바꿔 말했다.

"저기요, 누구 대신 빚 받으러 왔는지 모르겠지만 이 차용증의 진위를 떠나 이자만 봐도 은행 대출보다 4배나 높아요. 이거 사채예요. 사채는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어요. 경찰서에 가져가도 기껏해야 30% 정도의 이자만 받을 수 있다는 거 아시잖아요."

빚받이만 몇 년을 다닌 남자들은 처음 겪는 상황에 웃음이 나왔다.

"어이, 예쁜 동생. 가방끈 좀 긴가 봐? 나한테 법을 따져? 이 오빠가 법학 석사과정 밟을 때, 예쁜 동생은 발육도 못 했어."

흉터남의 성희롱에 세 시다바리는 음흉한 눈빛으로 유현진을 바라보며 웃었다.

"예쁜 동생이 이 돈 갚으면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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