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진은 멈칫했다."뭐라고요?"흉터남은 유현진의 표정을 유심히 바라보며 물었다."설마 몰랐어?"유현진은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뭘 몰라요?""유상수와 하현주 이미 이혼했어. 유상수가 안주니까 병원에 찾아온 거야. 다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인데 우리가 왜 너처럼 예쁜 동생을 괴롭히겠어?"유현진은 몸이 굳어버렸다."뭐라고요?""예쁜 동생 부모님 이미 이혼했다고. 그러니까 유상수도 더는 예쁜 동생 엄마의 빚을 안 갚아 준다고."남자는 짜증 나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왜 자꾸 쓸데없는 말을 하게 만들어! 당장 돈 내놓지 않으면 아무도 여기서 못 나가!"유현진은 머리가 멍해졌다.'엄마 사고 났을 때 분명 이혼 절차는 아직이었는데, 왜 이혼했다고 그러는 거지?만약 정말 이혼했다면 언제 한 거지? 재산은 어떻게 분할했지?'유현진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녀는 입술을 오므리고 나지막하게 말했다."전화 한 통만 할게요."유현진은 바로 유상수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유상수는 받지 않았다.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주강운에게 연락하려다가 강한서의 말이 떠올랐다.이내, 유현진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더니 한성우에게 전화를 걸었다.한성우는 미팅 중에 유현진의 전화를 받았다.한성우도 요즘 인터넷에 퍼진 강연 사건을 지켜보았기에 유씨 집안의 추잡한 일들을 알게 되었다.하도 강한서가 요 며칠 화가 단단히 나서 말이지, 한성우는 진작에 그들 부부에게서 상세한 내용을 듣고 싶었다.그 와중에 유현진에게서 전화가 걸려 오니 한성우는 두 눈이 반짝였다.미팅이 끝나기도 전에 한성우는 휴대폰을 들고 나갔다. 한성우의 비서는 한성우에게 새 여자친구가 생긴 줄 알았다."여보세요, 형수님. 무슨 일 있어요?""한 대표님. 혹시 시간 되세요?"한성우는 서류를 비서에게 던져주며 말했다."시간 있어요. 왜요?""병원에 와주실래요? 부탁드릴 게 있어서요.""어느 병원요? 주소는요?""문자로 보내드릴게요.""그래요. 바로 갈게요."유현진은 조폭들을 훑어보며 나지막한
주강운은 입술을 오므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안갈래?"한성우가 물었다."어디래?""사무소로 데리러 갈게."주강운이 대답했다."그래, 이따 보자."흉터남은 통화하는 유현진에게 짜증을 부렸다."안됐어?""됐어요."유현진은 휴대폰을 들었던 팔을 내리며 말했다."친구가 곧 올 거니까 차용증에 대해서 상의하죠. 일단 당신 사람들 자리 비키게 해줘요. 그리고 간호사들에게 호흡기 세팅해 달라고 하세요."남자는 미덥지 않은 표정으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돈 내놓으면 꺼져줄게."유현진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도망이라도 갈까 봐 그래요? 만약 우리 엄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그땐 돈 문제가 아니에요. 당신들 싹 다 처넣을 거니까!"흉터남은 피식 웃으며 유현진의 턱을 잡았다."예쁜 동생 나 지금 협박하는 거야?"유현진은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본능적으로 흉터남의 손을 쳐냈다."퍽-"문신남은 유현진의 머리채를 잡고 따귀를 때렸다."이 년이! 감히 우리 형님한테 그딴 식으로 말해?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 당장 사과해!"유현진은 문신남이 뭐라 하는지 들리지도 않았다.남자와 여자의 힘은 완전히 다르다. 문신남에게 따귀를 맞은 유현진은 머리가 윙윙거리며 얼굴 절반이 아프고 저렸으며 귀도 잘 들리지 않았다.유현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문신남은 더 신나서 말했다."귀먹었어? 당장 사과해!"문신남은 다시 손을 휘둘렀다. 하지만 이번에는 누군가가 뒤에서 문신남을 세차게 걷어차는 바람에 유현진의 얼굴을 가격하지 못했다. 문신남은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은 깜짝 놀라 소리가 나는 방향을 보았다.한성우는 다리를 내저으며 혀를 차더니 문신남을 노려보며 말했다."요즘 내가 복싱을 그만둬서 말이지, 아니면 너 여기서 들려 나갔을 거야."문신남은 머리를 벽에 박아 커다란 혹이 올라왔으며 허리뼈는 부스러진 듯 아팠다. 문신남은 한참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주강운은 다급히 유현진을 일으켜 세웠다.따
주강운은 차용증을 훑어본후 고개를 들고 물었다."하현주여사님이 그쪽한테서 돈을 빌릴때 옆에 있었던 보증인이 있습니까? 아니면 담보로 물건을 맡아놨다던가?""없습니다."흉터가 있는 남자는 이렇게 대답했다."흰 종이에 그녀가 쓴 글이랑 도장만 있으면 되는거 아닙니까?""보증인도 없고 담보도 맡지 않았고 차용증 하나만으로 돈을 빌려줄 생각은 어떻게 한겁니까? 돌려받지 못할거 예상하지 못하셨습니까?"이에 남자는 경멸이 담긴 웃음을 지으며"저희 이쪽 업계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빌린 사람 인적사항 같은건 모를리가 없고 게다가 집에 있는 물건까지 다 알아요. 집주소만 알면 도망가지 못해요.""도망가지 못한다 해도 그러면 돈은 어쩝니까? 아무런 담보도 맡지 않은 상태에서 만약 상대방이 갑자기 파산해서 대출도 못 갚으면 어떡하십니까? 도망가지 않는다는 보장 있습니까?"주강운은 숨을 고른후 다시 입을 열었다."아니, 돈을 다시 돌려받을려는 심산이였으면 담보를 맡았어야 했는데 이런 경우는 또 처음 봅니다. 진짜 빌려준 돈 만을 받으려는 생각입니까?"흉터가 있는 남자는 질문세례에 안색이 점점 더 안 좋아졌다."무슨 뜻이지요?""아무것도 아닙니다."주강운은 손에 들고 있는 차용증을 만지작거리더니 고개를 들고 답했다."하여사님이 도장을 찍은거라고 하시니 필적검사 한 번 해봅시다."흉터가 있는 남자는 뭔가 꼬리를 밟힌듯이 목소리에 다급함이 묻어났다."몇 년동안 누워있었는데 어떻게 필적검사를 합니까? 그 도장에 그 사람 지문이 있으니 된거 아닙니까?""누가 무조건 하여사님이 깨어 있어야 필적검사를 할수 있다고 했습니까?"주강운은 상대방의 표정을 자세히 살펴보며 말을 계속해 이어갔다."예전에 글 썼던 필적만 있으면 됩니다."흉터가 있는 남자는 이에 표정이 급변했다.그는 의심어린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면서 방금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생각하고 있었다.(다 태웠다고 하지 않았나? 근데 또 뭔 필적검사야?)"갑시다."주강운은 태연하게 답했다."제
하지만 당시엔 급박한 상황이였기에 평범한 민사분쟁은 제아무리 빨리 출동한다해도 20분은 족히 걸릴것이였기때문이였다.주강운은 차에서 내린후 병원 앞 과일 파는 매점의 아주머니한테 몇시 몇분에 경적소리를 울려달라했다.그 아주머니는 5만원을 받은후 아주 흔쾌히 알았다고 했다."그래도 강운이가 똑똑하네. 저 쓰레기 놈들 경적소리를 듣자마자 도망가는거 좀 봐, 이럴줄 알았으면 얼른 경찰을 부를걸 그랬어, 감방에 처넣었어야 했는데."경적소리를 듣자마자 부리나케 도망간건 무조건 전과가 있는 사람들이였었을것이다. 아니면 이렇게까지 긴장할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그들 일행이 떠난후 간호사는 황급히 하현주의 호흡기를 다시 꽂은후 어질러진 병실을 정리했다.유현진은 병실이 남아서 의사 선생님의 진찰결과를 기다리고 있었고 주강운과 한성우는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아까 사진이라도 찍을걸 그랬어!"한성우는 갑자기 자신의 머리를 치며 말했다."만약 한서가 돌아왔을때 형수님 얼굴 상처가 다 아물지 않은걸 보고 화를 표출할 곳을 마련해줬어야 했는데.""한서는 어디갔어?""몰라, 듣기론 출장갔다는데 어디로 갔는지는 몰라, 핸드폰도 꺼놓고 연락이 안돼.""핸드폰을 꺼놨다고?"주강운은 눈을 감은뒤 긴 시간이 지난후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아직도 비행기안이야?""지금이면 이미 비행기에서 내렸을걸? 아마도 큰사모님께서 그한테 비밀스러운 일을 시킨거겠지? 다른 사람은 알지 못하게 은밀하게 말이야."이런 사실은 이전에도 있었기에 한성우는 별로 이상한을 느끼지 못했다.한성우는 다시 입을 열지는 않았다.하현주의 상태는 그렇게 낙관적이진 않았다, 전에 의사 선생님이 말하길 그녀의 몸상태는 이미 막바지에 다달라 몸의 여러 기관들은 이미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기에 방금 호흡기를 떼낸 행동이 아주 안 좋은 영향을 불러왔다고 설명했다.그녀의 폐는 이미 질병에 걸려 전과 같이 자주적으로 호흡을 할수 있는 상태가 아니였다, 그렇기에 호흡기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의사 선생님은
유현진은 입술을 만지며"그래도요, 민폐를 끼쳤잖아요.""괜찮아요."주강운은 태연하게 답했다."한서도 화가 나서 한 일이였을거예요. 제가 어릴때부터 봐왔는데 걔 성격하나 모르겠어요?"그는 잠시 숨을 고른뒤 다시 입을 열었다."걔가 현진씨한테 뭘 한 건 아니겠죠?""아뇨."유현진은 말을 이어갔다."강한서는 저한테 손을 댄적이 없어요."주강운은 웃으며"한서가 현진씨를 많이 사랑하나 봐요."유현진은 답을 하지 않았다.(좋든 안 좋든 어차피 돌아오면 이혼할건데.)그녀는 이 화제를 계속 이어가고 싶지 않았기에 말을 돌렸다."주 변호사님, 아까 사람들이 유상수가 이미 저희 엄마랑 이혼했다고 했는데 제가 보기엔 거짓말은 아닌것 같아요."유현진은 이 점에 대해서 아주 걱정이 많았다, 만약 유상수가 그녀가 모르게 조용히 이혼수속을 밟은 거라면 그녀가 유상수한테 말했던 재산 분할에 관한건 그한테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였다."먼저 진정해요, 제가 친구한테 먼저 조사해보라고 할게요, 뭔가를 알아내면 다시 알려줄게요."흉터가 있는 남자는 차에 올랐다. 일행의 노란 머리 남자는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형님, 한 방 먹었는데요? 무슨 수를 써서든 그 여자 한테서 돈을 받아내야 돼요.""알았으니까 그만 해."흉터가 있는 남자는 핸드폰을 들어 한 곳으로 전화를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 저편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일은 확실히 처리했겠지?""걱정 마십쇼, 그녀가 지금 유상수가 이혼한걸 알아챘으니 유상수를 찾아가서 따질게 분명합니다. 사모님, 돈은......""좀 이따가 보내겠네.""그리고 일 처리 도중에 불가피하게 피를 봤습니다. 저희 일행이 당해서 지금 누워있습니다."백혜주는 이에 눈썹을 찌푸리며"400만원 정도 더 얹어줄테니 일만 잘 처리한다면 돈을 제대로 받을수 있을거야."흉터가 있는 남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역시 사모님 호탕하십니다. 이 후에 또 일 맡기시려면 저희를 찾아주세요, 바로 달려가겠습니다."백혜주는 물었다.
그는 감히 핸드폰을 켤수가 없었다, 유현아에게 시선이 몰린 이상 핸드폰을 켜놓으면 온갖 매체에서 전화폭탄을 던질게 뻔했기 때문이다.그리고 그들이 살고 있는 동네분위기도 흉흉한건 마찬가지였다, 가정부가 아침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을때 집 주위에 수상한 사람이 떠돌고 있다는걸 전해 들었다.그녀는 음식을 들고 서재 문앞에 서있었다. 문들 두번 두드리자 유상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서야 그녀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상수 오빠, 뭐 좀 먹으면서 하세요."그녀는 음식을 탁자위에 대령한후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어제 저녁에 별로 주무시지 못하고 오늘도 하루종일 분주하게 바삐 돌아다녔는데 이것 좀 드시고 하세요, 그러다 몸 다 망쳐요."유상수는 얼굴에 짜증을 드러내며 쏘아붙였다."계약금도 채 배상하지 못했는데 밥 먹을 시간이 어디있어?""상수 오빠, 돈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지금 이 시기만 넘어가면 어떻게 잘 될거예요, 지금 급한게 그게 아니라......"백혜주는 숨을 고른후 가볍게 입을 열었다."방금 병원에서 소식을 들었는데 하현주가 의식이 살짝 돌아왔다는것 같네요."이에 유상수는 안색이 확 변하며"방금 뭐라고 했어?"백혜주는 유상수가 굳은 마음을 먹길 바랬기에 하현주의 상황을 과장해서 말했다.유상수의 표정에는 당황스러움이 묻어났다."확실해? 의사는 깨어날 확률이 엄청 낮다고 했잖아?""낮다고 절대로 깨어나지 않는건 아니잖아요."백혜주는 목소리를 깔고 말을 계속했다."상수 오빠, 그 여자가 만약 깨어나기라도 한다면 그 사건은 더 이상 감출수 없을거예요. 만약 유현진이 그 때 벌어진 일들을 알게 된다면 더 이상 돈 문제 같은 간단한걸로는 끝나지 않을거예요."유상수는 섬뜩한 예감이 들었다, 동공은 초점을 잃었고 제정신이 아닌듯했다."그럼 어떡하지?"백혜주는 그의 한심한 모습을 보고 마음속으로 당시 왜서 이런 남자에게 끌렸는지 계속 되뇌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속의 증오를 가라앉히며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상수 오빠, 유현진이
은서의 눈이 반짝였다."진짜요?"민경하도 옆에서 말을 거들었다."강 대표님은 거짓말을 안 한단다."하지만 은서는 눈을 뒤집으며 입을 열었다."매번 보러올때마다 유 이모한테서 전화가 오면 항상 회사라고 거짓말하던데요?"민경하는 이에 할 말을 잃었다.(계집애, 속이기 쉽지 않네.)"저를 계속 숨기는 이유가 뭐예요? 누가보면 사생녀인줄 알겠어요."강한서는 은서를 힐끔 쳐다보더니 답했다."내가 이렇게 못 생긴 애를 낳을리가 없지."이에 은서도 할 말을 잃었다.간호사는 이 말을 듣고 웃음을 참을수가 없었다.이렇게 웃긴 부녀지간은 처음 봤었기 때문이였다."강 선생님, 이 팔찌를 잘 보관하세요. 최근에 병원에서 사람들 통제를 하고 있어서 이 팔찌를 끼고 있으면 경비의 통제를 받지 않을수 있을겁니다."강한서는 팔찌를 건네받은뒤 한마디 강조했다."저희는 부녀지간이 아닙니다.""네?"은서도 한 마디 거들었다."저희 아빠는 저렇게 저를 막 대하지 않으세요."이에 간호사도 할 말을 잃은듯 했다.아버지와 딸도 아닌데 입원할때 보호자명단에는 분명히 강한서의 이름이 쓰여져 있었다.그리고는 두사람을 번갈아 살펴보더니 확실히 서로 닮은 구석도 없었다.하지만 성격하나는 엄청나게 비슷했다.하지만 간호사는 더 이상 묻지 않았고 대신에 이따가 해야될 검사에 대해서 설명한후 등기를 완료하고 떠났다.은서는 침대위에서 뒹굴기 시작했다. 뒹굴면서 한 편으론 한숨을 팍팍 내쉬었다. 강한서는 원래 아이패드로 메일을 검토하려고 했으나 전혀 집중이 되지 않았다."개한테라도 물린거야?"은서는 그를 힐끔 쳐다봤다."저를 달래주면 어디 덧나요?"이에 강한서는"저번에 달랠땐 자기를 어린 애 취급하지 말라더니?"은서는 말문이 막혔다.은서는 침대위를 뒹굴다가 갑자기 질문을 날렸다."이 수술만 끝나면 이모를 만날수 있는거예요?"강한서는 답했다."네 표현 보고."은서는 벌떡 일어서며"강 삼촌, 저 다 나으면 이모 만나게 해줘요, 전에 같은 병실에 있었던 할머니
그녀는 어려보이는 의상을 입고 있었고 포니테일을 하고 있었다, 보기엔 스물살좌우 돼보였다.강한서는 물었다."의사 선생님은 뭐라 하셨지?""의사 선생님은 밥 다 먹은후에 한 번 더 측정하러 오겠다고 했어요. 내일 아침 공복 혈당이 어떤지 한 번 봐야겠다고 했어요."여자애는 숨을 고른후에 다시 입을 열었다."뭔가 사람이 힘이 없어 보였어요."강한서는 원래 그냥 돌려보낼려고 했으나 2일후의 수술을 다시 생각하더니 눈썹을 찡그리며 일어섰다."갑시다, 상태를 한 번 보죠."강한서가 떠나자마자 은서는 입을 삐죽 내밀면서 말했다."또 수작부리네, 맨날 머리가 아프지 않으면 열이 난다고 하지."이에 민경하는 작게 웃으며"그런 말은 또 어디서 배웠니?"은서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저도 인터넷 하거든요? 저 여자 팬들이 도대체 어떤 부분이 좋아서 팬이 된걸까요? 저렇게나 위선적인데.""저 사람은 네 목숨을 살릴수 있는 사람인데, 왜 그렇게 싫어하는거야?""그건 강 삼촌이 돈이 엄청 많기 떄문이잖아요, 돈을 안 줬더라면 절 구하려고 했을까요?"그들은 은서가 아직 세상물정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라 이런 일을 직접적으로 알려주진 않았었다.그 여자가 매번마다 삼촌이 불러서 헌혈을 할때, 계속 삼촌한테 보상을 요구해왔었다.한 번은 대본을 요구했고 한 번은 광고를 요구했고 다른 날은 차, 가방 같은걸 요구했었다.아무튼 한 번을 그냥 돌아가지 않았었다. 그리고 그녀는 강한서가 있을땐 은서한테 살갑게 대했고 없을땐 관심도 없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비록 애들은 욕심에는 끝이 없다는 말을 모르겠지만 흐릿하게나마 송민영의 행동에서 불쾌함을 느낀게 분명했다.민경하는 웃기만 하고 말을 잇진 않았다.어린 아이들은 의외로 어른을 잘 파악하는 경향이 있었다.송민영의 관심이 진심인지 가짠지는 한 눈에 보아낼수 있었다.하지만 이번엔 그저 순조롭길 바랄뿐이였다.- - - -카운터에 도착한 유현진은 계좌를 확인했다, 이어서 하현주의 계좌엔 이미 돈이 없었
“아니면 뭐 다른 이유라도 있을까 봐?”차미주는 물 한 모금 마시며 한성우의 눈길을 피했다.그런 그녀를 몇 초 동안 뚫어져라 보던 한성우는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럼 나는 뭐라고 저장해줄까? 슈크림?”순간, 차미주는 입안에 있던 물을 푸하고 내뿜었다. 얼굴에 묻은 물기를 닦아내자 촉촉한 미간과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을 한 한성우는 관능미가 한층 더해져 매혹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그가 가까이 다가오자 턱에 고여있던 물방울이 차미주의 손에 떨어져 차미주는 저절로 손이 움츠러들었다.“크리미가 이런 뜻이었어? 도대체 그 머릿속엔 무슨 야리꾸리한 생각이 들어있는 거야?”차미주는 얼굴이 빨개지고 말을 더듬기까지 했다.“뭐라는 거야? 네가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으니까 생사람 잡지 마!”눈꼬리가 올라간 한성우의 눈매는 유달리 이뻤다.“오늘 어때?”“뭐라고?”차미주는 자신의 충동적인 행동을 후회하고 있어서 한성우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한성우는 더욱 목소리를 낮춰 그녀의 귀를 깨물며 물었다.“크리미의 저력을 알고 싶지 않아?”차미주가 도망치려고 하는 순간, 한성우는 그녀를 잡아 소파에 눕혔다.차미주는 발버둥 치며 말했다.“이거 놔줘.”한성우는 그녀의 얼굴에 뽀뽀하며 말했다.“나쁜 생각은 네가 먼저 한 거잖아. 너에 비하면 난 아무것도 아닌걸.”차미주는 부끄러워하며 소리쳤다.“헛소리하지 마, 난 아무 생각하지 않았다고.”“그래, 그래, 다 내 탓이야.”한성우는 티셔츠를 벗어 던지고 조잘조잘 말하는 차미주의 입을 자신의 입술로 막았다.차미주는 해명하려고 했으나 한성우는 기회를 주지 않고 그녀를 침대로 이끌었고 결국 차미주는 해명은 커녕 화를 낼 기력도 얼마 남지 않았다.한성우는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으며 더더욱 가까이 다가가자 그녀의 팔에 끼어있던 한현진이 선물했던 팔찌가 손에 닿았다.그는 그녀의 팔을 들어 전등불에 비추자 미주는 아프다고 팔을 빼며 말했다.“망가뜨리면 안 돼. 함부로 다치지 마.”한성우는 팔찌를 만지작거
한성우가 멍때리고 있을 사이, 차미주는 그를 바닥에 제압해 버렸다.“아파 아파.”한성우는 크리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할 틈도 없이 아프다고 외쳤다.그는 처음으로 차미주가 밥을 너무 잘 먹어도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밥심을 모두 자신을 제압하는 데 썼다간 언젠가는 자신의 몸이 고장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차미주는 이를 갈며 핸드폰을 내놓으라고 말했다.“줄게 줄게, 나를 먼저 놔줘.”강한서와 달리 한성우는 바로 투항하는 타입이었다.차미주는 한성우가 폰을 돌려주자 그제야 완전히 그를 풀어주었다.한성우는 바닥에 앉아 아픈 어깨를 문지르며 불평했다.“아가씨, 내 나이가 이제 서른이 넘어요. 신체기능이 점점 떨어질 나이라고요. 나를 이렇게 함부로 다루다가는 큰일 난다고요.”“도둑놈 잡는 게 습관 대서 그래. 그러니까 돌려달라고 할 때 줬으면 됐잖아. 핸드폰을 가지고 튀니까 직업병이 도져서 그런 거지.”차미주는 폰을 호주머니에 넣으며 괜히 기침 한번 했다.“정의 구현이 아니라 찔리는 것이 있어서 그러는 거 아니야?”한성우가 되묻자 차미주는 귀가 빨개지며 부정했다.“찔리긴 뭐가 찔려, 괜한 트집 잡지 마.”한성우는 어깨를 문지르며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찔리는 게 없는데 왜 안 보여줘? 혹시 조준한테 미련이 있어서 그러는 건 아니지? 전번 날에도 두 사람이 통화하는 것을 들었어, 재검진 시간 예약하던데.”“헛소리하지 마, 언제 시간 되냐고 묻길래 다음 주 목요일이라고 대답한 거거든. 그날은 자신의 외래 날이 아니라고 했어. 난 그걸 알고 일부러 그날에 가려고 한 거고. 네가 괜히 오해할까 봐. 넌 내 통화를 엿들은 것도 모자라 혼자 시나리오까지 쓰고 앉아 있네. 피해망상증이 있는 거 아니야?”차미주의 말을 들은 한성우는 기분이 좋아져 가까이 붙으며 물었다.“주치의 바꿨어?”차미주가 내일 당장 원래대로 바꾸겠다고 말하자 한성우는 그녀를 껴안으며 사과했다.“여보, 내가 미안해, 일부러 엿들으려고 한 건 아니었어. 방에 물건 가지러
두 사람은 모두 한성우를 관여하지 않았지만, 만약 그가 잘못을 저지르면 서로의 유전자를 탓하며 비난하기에 바빴다.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처음부터 삐그덕거렸고 양측 부모님들은 아이가 생기면 나아질 거라며 두 사람에게 아이를 낳을 것을 권유한 덕에 그가 태어났다.어찌저찌하여 가정은 유지해 왔지만 두 사람의 사이는 딱히 좋아지지 않았다.혼인 관계에서 두 사람은 모두 이기적으로 행동해 왔고 그 영향으로 인해 한성우는 결혼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었다. 차미주를 만나기 전까지 말이다.사실 한성우는 일찌감치 부모님에게 자신의 태도 의사를 밝혔다.진지하게 만나고 있는 여자 친구가 있고 부잣집 딸이 아니라 평범한 아가씨라고, 만나고 싶으면 인사시킬 수는 있으나 지적하거나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고, 그럴 거면 인사시키지 않겠다고 말이다. 그러고는 두 사람이 화내기 전에 가버렸다.그들의 성격상 만남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과 달리 언제 인사시키겠냐고 연락이 왔고 한성우는 이를 차미주에게 알렸다.그리고 나서는 이내 또 후회가 밀려왔다. 한편으로는 미주가 자신의 가정 상황을 알고 나서 흔들릴까 봐 두려웠고 또 한편으로는 부모님들이 말을 함부로 할까 봐 걱정됐다.하지만 차미주가 이번 만남을 신중히 생각하고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이 모든 걱정이 눈 녹듯 사라졌다.결혼 당사자는 본인이니 다른 사람들의 말보다도 자신이 소중한 사람을 놓치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차미주가 손을 씻고 씻을 때, 누군가 다가와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으며 귓속말했다.“다 씻었어?”차미주는 간지러워 목을 움츠리며 말했다.“귓속말하지 마. 간지러워.”한성우는 더욱 가까이 붙으며 간지럽히듯 여보라고 불렀고 차미주는 귀가 빨개지도록 부끄러웠다.“뭐라고?”한성우는 웃으며 말했다.“나랑 결혼하면 여보 맞잖아. 여보 아니면 뭐라고 부를까? 애기? 자기야?”차미주는 얼굴이 빨개졌다.“마음대로 해.”“그럼 난 여보. 카카오톡도 여보라고 저장
말을 하며 차미주를 화장실로 데려가 손에 세정제를 좀 묻히고 힘껏 팔에 끼워넣었다. 차미주는 손목을 돌리며 이 팔찌가 지금 입고 있는 옷과 너무 잘 어울린다는 걸 느꼈다. 그녀는 이전에 옥이 별로라고 말한 게 너무 과했던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 팔찌, 진짜 너무 아름다워. 말 그대로 예술이잖아.’ 그녀가 팔찌를 감탄하며 들여다보다가 갑자기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강한서가 내 손목 둘레를 재었다고 하는데, 이 팔찌는...?” 한현진이 눈을 살짝 좁히며 웃었다. “이건 너를 위한 신혼 선물이야. 아직 결혼은 안 했지만 미리 즐겨봐. 나한테 며칠 더 두면 내가 못 참고 껴버릴까 봐 그래.” 차미주는 그 말을 듣고 팔찌를 빼려고 했다. “너 미쳤어? 이거 얼마나 비싼데. 너 결혼할 때 내가 500만 원밖에 안 줬는데 이건 너무 과하지 않냐고.” 처음 끼울 땐 힘들었는데 이제 빼려니 더 어려웠다.한현진이 차미주를 막았다. “미주야, 그건 다르지. 그렇게 비교하면 안 돼. 내가 결혼할 때 너는 한 달 월급이 300만 원도 안 됐잖아. 그런데도 500만 원을 선물로 줬고 그 마음이 그 선물보다 훨씬 더 값지고 중요한 거야. 지금은 내가 능력이 생겨서 너 결혼할 때 더 좋은 선물을 줄 수 있게 된 거고 그건 내 마음이야. 가치가 높고 낮고로 그 마음의 소중함이 달라지지 않아.” 한현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팔찌는 강한서가 고른 건 맞지만 처음 봤을 때부터 이상하게 너도 이걸 좋아할 거라는 느낌이 들었어. 마음에 들어?” 차미주가 대답했다. “좋아. 근데...” “좋으면 됐어. 앞으로도 우리 둘 다 더 많이 벌 수 있을 거야. 그때 가면 팔찌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니야. 건물이라도 망설이지 않고 너한테 줄 수 있어.” 차미주가 웃으며 말했다. “그건 됐어. 건물은 너무 비싸. 너랑 강한서가 또 이혼하고 나한테 재산 반환을 요구하면 어떻게 해?” 한현진은 혀를 차며 이빨을 간 채 말했다. “우리 둘한테
한현진이 그녀의 손등을 툭 쳤다. “그만 떠들고 가만히 서 있어 봐.” 차미주는 바로 허리를 펴고 자세를 잡았다. 한현진이 그녀를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뭔가 하나가 부족한데...” 차미주는 고개를 갸웃했다. “뭐가?” 한현진의 입꼬리가 의미심장하게 올라갔다. “조금만 기다려 봐.”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차미주가 문을 열자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강한서였다. 그는 손에 작은 상자 하나를 들고 있었고 표정은 평소처럼 담담했다. 차미주는 놀라서 물었다. “너 여기 웬일이야?” “너희 집에서는 현관문 열고 얘기하면 몇 년 받냐?” 차미주는 말문이 막혔다. 차미주는 멋쩍게 길을 비켜주며 그 귀한 분을 집 안으로 들였다. 강한서는 한현진의 눈짓에 따라 손에 든 상자를 거실 테이블 위에 내려놨다. 한현진이 소파 가장자리에 앉아 상자를 열자 차미주는 호기심에 슬쩍 고개를 내밀어 안을 들여다봤다. 그리고 바로 눈이 휘둥그레졌다. 상자 안에는 투명한 광택을 띠는 옥 팔찌가 들어 있었다. 차미주는 옥 팔찌에 대해 잘 몰랐다. 엄마가 몇 개 가지고 있긴 했지만 대부분 짙은 녹색이라 촌스럽다고 생각했었다. 늘 옥 팔찌는 나이 든 사람이나 좋아하는 물건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이 팔찌는 달랐다. 맑고 투명한 빛에 가장자리엔 은은한 황금빛이 스며들어 있었고 자연광 아래에선 촉촉하게 윤기가 돌았다. 마치 물기를 머금은 꽃잎 같았다. 차미주는 눈앞에 옥 팔찌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미주야, 이리 와.” 한현진이 불렀다. 차미주는 정신이 번쩍 들어 그녀 앞으로 다가갔다. 한현진은 차미주의 손목을 잡고 팔찌를 들어올렸다. 팔찌를 손목에 끼웠다. 안 들어갔다. 다시 시도했다. 또 안 들어갔다. 세 번, 네 번, 다섯 번... 차미주의 손목은 붉게 달아올랐고 팔찌는 손목 중간쯤에서 멈춰서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않았다.
차미주는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아직 안 정했어. 그의 생일에 맞춰서 먼저 혼인신고를 하고 결혼식은 양쪽 부모님이 서로 만나고 만족하면 우리 엄마가 사람을 불러서 날짜를 정해줄 거야. 우리한테 맞는 날을 고르기만 하면 돼.”한현진은 놀라서 물었다. “너희 둘 진도가 언제 이렇게 빨라졌어?”차미주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 개자식이 나한테 청혼할 때 내가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받아 줬어. 후에 웃으면서 말하더라구. 내가 너무 급하게 받아줬다고. 좀 더 밀당했어야 한다고. 근데 그때는 전혀 그런 생각이 안 들었어. 내 머릿속엔 오직 ‘그래. 나도 결혼하는구나.’라는 생각뿐이었어. 하하.”한현진은 웃으면서도 어이가 없었다. “누가 너를 자극한 거야?”“자극이라기보단...” 차미주는 입술을 삐죽이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너 기억나? 내가 말했던 그 큰 이모. 그 이모는 두 아들을 두었는데 첫째는 나보다 두 살 많고 둘째는 아직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어. 우리 할머니는 그 집안을 아주 좋게 봤어. 그래서 어릴 때부터 그 집에 편애가 심했지. 내가 사촌오빠랑 싸우면 그 오빠가 나를 이기지 못하고 항상 고자질을 했거든.”“그 큰 이모는 나를 볼 때마다 그런 얘기를 했어.” ‘너처럼 덩치 크고 성격도 안 좋으면 커서 누가 너랑 결혼해주냐?’ “사실 그 말이 나한텐 꽤 큰 걱정거리였어. 물론 자라면서 그 이모가 입이 가벼운 사람이란 걸 알게 됐지만 그때는 정말 결혼 못할까 봐 불안했어. 아니면 왜 20년이 넘도록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았겠어.”한현진은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너한테 남자가 없는 게 아니라 너를 좋아했던 사람들을 네가 죄다 친구로 만들어버린 건 아닐까?”사실 그녀가 알기로만 해도 대학 시절 차미주에게 호감을 보였던 남자는 둘이나 있었다. 첫 번째 남자가 어떻게 포기했는지는 몰라도 두 번째 남자는 차미주에게 농구 경기를 같이 보러 가자고 직접 데이트 신청까지 했었다. 차미주는 선뜻 따라갔지만 농구장은 그저 핑계일 뿐이었다
한현진은 그녀의 호적지를 보고 잠시 멈칫했다.이시연은 오래 기다렸고 그 사이 네 명이 더 끼어든 후에야 은서하가 비로소 돌아왔다. 그녀는 땀에 젖어 얼굴이 여전히 창백했고 얼굴색이 좋지 않아 보였다.이시연은 그녀를 보며 걱정스레 물었다. “아직도 괜찮지 않은 거예요? 의사한테 같이 가줄까요?”은서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화장실 갔다 오니까 많이 나아졌어요.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이시연은 결과지를 건네며 웃으면서 말했다. “미안하면 승진하고 나 좀 잘 챙겨줘요.”은서하는 웃으며 대답했다. “일자리만 지킬 수 있어도 감사하죠. 승진은 꿈도 안 꿔요.”잠시 멈추고선 덧붙였다. “대회 준비는 어떻게 돼가요?”“그냥 그럭저럭이죠. 서 대표님이 이번에 강력한 카드를 데려왔으니까 우리는 그저 배경일 뿐이죠.” 이시연의 자조 섞인 웃음이 흘러나왔다. “친선 경기라고 보면 되죠 뭐.”은서하는 향료 조향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그래도 좀 더 열심히 해봐야죠. 안 그러면 너무 아쉬울 거 같아요.”이시연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 차례가 되었기 때문이다.클라우드 아파트 902.“현진아, 이건 어때?”차미주는 흰 티에 청바지 오버롤을 입고 한현진 앞에서 빙그르르 돌며 물었다. “어때?”한현진은 턱을 괴고 생각에 잠긴 듯 여유 있게 대답했다. “나쁘지 않아.”“그럼 아까 그 꽃무늬 원피스는?”“그것도 괜찮아.”차미주는 눈꺼플이 살짝 뛰었다. “그럼 이 노란 운동복은?”“비슷해.”차미주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너 지금 뭐야? 그냥 대충 말하는 거지? 다 비슷하면 난 도대체 뭘 입어야 해?”한현진은 웃으며 그녀를 달래듯 말했다. “내가 너 대충 대하는 게 아니야. 오면서 계속 생각했어. 너한테 좀 더 격식을 차린 옷을 입힐지 아니면 너의 스타일에 맞는 옷을 입힐지 말이야. 평소에 이렇게 캐주얼한 옷을 입고 다니니까 갑자기 정장 스타일을 입으면 길도 제대로 못 걸을 거고 스
한현진은 잠시 동작을 멈추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살짝 웃으며 말했다. “서해금 옆에 있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데 벌써 사람들 사이를 이간질하는 법을 배우셨군요.”은서하의 얼굴이 잠시 창백해졌지만 이내 급히 마음을 가다듬었다. “한 대표님, 저를 싫어하시든 미워하시든 상관없어요. 하지만 주혁이라는 사람. 그 사람만큼은 정말 조심하셔야 해요. 단순한 사람이 아니에요.”“주혁 씨가 왜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냥 운전기사일 뿐인데? 당신 말대로라면 그 사람이 다른 정체를 숨기고 있다는 건가요?” “정확하게 말하지 않으면 난 당신이 정말로 걱정해서 경고해 주는 건지 아니면 고의로 우리 사이를 흔들려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은서하는 더 조급해졌다. “저는 이간질하려는 게 아니에요. 그 사람만큼은 가까이 하지 말고 멀리 하세요. 한 대표님, 당신이 저를 도와주셨어요. 제가 아무리 배은망덕한 사람이라도 당신에게 해가 되는 일은 절대 안 할 거예요.”초조해하는 은서하와는 달리 한현진은 차분한 태도를 유지한 채 단호하게 물었다. “내가 그때 당신을 도와줬을 때 당신은 어떻게 했죠? 갑자기 등을 돌리지 않았나요? 은서하 씨, 내가 당신을 믿을 수 있을까요?”은서하는 갑자기 몸을 움츠리며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한 대표님, 저는 겁이 많고 피할 줄 밖에 모르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 정도는 알아요. 최소한 저를 도와주셨던 대표님을 해칠 수 없다는거요.” 그녀의 진지한 말투에 한현진은 마음이 흔들렸다. 침묵을 지키며 그녀를 바라보다 차갑게 입을 열었다. “그럼 주혁 씨를 멀리하라는 이유라고 말해보세요. 내가 믿을 수 있도록 설득 될 만한 이유요.”은서하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손을 움켜잡은 채 잠시 입을 다물었다.한현진은 지칠 대로 지쳐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이유가 없다면 더 이상 여기서 나를 걱정한다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 하지 말고 그냥 가세요.”은서하는 급히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말했다. “아니에요. 제가 말하지
[서해금이 나를 눈엣가시로 여기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나를 회사에서 쫓아내려고 하고 있어. 만약 네가 은서하고 우연히 내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걸 이용해서 서대금이 나를 잠시라도 회사에서 밀어낼 수 있게 할 수 있어. 그리고 넌 그 기회를 통해 승진하고 월급도 올리고 사장 앞에서 좋은 이미지도 쌓을 수 있어. 그 상황에서 너라면 그걸 참을 수 있겠어?]차미주는 그 말에 감탄하며 말했다. [임신한 채로도 이렇게 계산적이네? 너 아이 낳으면 두 명의 도깨비가 나올까 봐 걱정돼.]한현진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럴 리 없을 거야. 강한서가 매일 내 옆에서 를 읽어주고 있어. 맨날 애들한테도 읽어주니까 조금은 성품이 좋을 거야.][강한서 진짜 대단하다. 넌 그걸 듣고 있어?][안 듣지.] 한현진이 대답했다. [난 이어폰 끼고 드라마 봐. 강한서가 애들한테 읽어주고.]차미주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결국 는 아무 소용없다는 거네.][왜?] 한현진이 물었다.차미주가 익살스럽게 웃으며 답했다. [우리 엄마가 항상 그러셨어. 아이는 유전이 중요하다고.] [옛말에 그런 말 있잖아. 용은 용을 낳고 봉항은 봉황이 낳는다고. 네가 도덕이 없다면 강한서이 아무리 를 많이 읽어줘도 소용없어.”[너 진짜!] 한현진이 이빨을 갈며 말했다. [한성우 씨랑 있더닌 이제는 입만 잘 돌아가네.][오래 배운 거 이럴 때 써먹어야지.]한현진은 코웃음을 쳤다. [나랑 연습하면 뭐 해. 능력 있으면 너희 사장한테 가서 연습해.]차미주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건 안 돼. 사장한테서 월급 받아야 해.]차미주는 잠시 말을 멈추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있잖아.그 사람이 나를 자기 집에 초대해서 밥을 먹자고 하는데 네가 봤을 때 첫 만남에 뭘 입고 어떤 선물을 가져가야 할까? 정말 고민돼.]한현진은 답했다. [내가 경험이 많아 보여?][두 번이나 결혼했잖아. 너가 없으면 누가 경험 있겠어.]한현진은 담담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