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서가 입술을 꾹 다물었다. 두 시 반이면 유현진이 화장실 가겠다고 잠깐 자리를 비운 시간이었다. 강한서는 복도 끝에서 유현진이 관제실을 지나 화장실로 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런데 방금 전에 돌린 동영상에는 그 모습마저 잡히지 않았다. 이건 분명 누군가가 동영상에 손을 댔다.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동영상을 바꿔치기 하다니, 혹시 유현진이 다른 사람과 공모한 건가?강한서는 눈을 감고 강연실 현장에서 주강운을 만났던 장면을 떠올렸다. 동영상에도 주강운의 모습이 잡힌 걸 보니 우연은 아닌 것 같았다. ------서교 공원. 송민준은 벤치에 기대어 패드로 인테넷에 올라와 있는 뉴스를 읽으면서 유유히 말했다. "유씨 가족의 사건은 드라마로 찍어도 될 것 같다."박해서가 답했다."뜻밖이긴 해요. 유현아가 유상수의 친딸일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유현진은 어째서 이 일을 이 시점에 폭로했을까? 이 일이 강한서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박해서가 답했다. "찌라시긴 한데, 강한서가 여배우랑 가깝게 지내서, 유현진이 그와 이혼을 준비하고 있다던데요.""그건 아닐 거야."송민준은 패드를 옆에 놓고 말했다. "강한서는 연예계의 안 좋은 풍기를 질색해. 여배우랑 가깝게 지낸다는 소식은 네가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냐?"박해서가 말했다."틀림 없을 건데. 강한서가 결혼식 당일에도 그 여배우를 따라갔잖아요.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 장면을 목격했다고 들었어요. 게다가 유현진도 반은 연예인이죠. 대표님이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에요?"송민준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유현진이 이혼하고 싶은 이유야 많고도 많겠지. 그런데 이렇게 쌍방 모두에 이익이 안 되는 방법을 사용할 필요는 없잖아. 지금 사건의 흐름을 보면, 한강 그룹을 욕하는 사람이 유현아를 욕하는 사람보다 훨씬 많아. 내가 추측하건대 누군가가 뒤에서 사건이 커지도록 조작하고 있어.""설마요. 한성 그룹과 대적할 수 있는 회사는 거의 없잖아요
하지만 이럴 때, 누가 선듯 나서서 이렇듯 복잡한 사건에 말려들고 싶겠는가?유상수는 한성 그룹과 사돈을 맺은 후로부터 거만해져서 예전에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에게 미움을 산 지 오래됐다.최근에 사귄 친구라고 해봐야 모두 이익 교환으로 맺은 우정이기에 진심으로 대하는 이가 없었다. 일부 사람들은 아예 그의 전화를 받지도 않았다. 타인의 폰으로 걸어봐도 유상수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바로 끊어버렸다. 그의 전화를 받는 사람이 있더라도 그저 진실을 알아보는 게 다였고, 도와줄 생각들이 없었다. 급해난 유상수는 안절부절못했다.백혜주는 훌쩍거리며 울고 있는 유현아를 위해 상처를 처리해주면서 말했다. "오빠, 이제 전화를 치지 마요. 이 일 이제는 되돌릴 수 없어요. 앞으로 어떻게 할지나 고민해요.""앞으로 어떡해? 말해봐봐 어떻게 해야 하는데?"유상수는 안색이 엄청 안 좋았다.유현아의 출신이 폭로되고 나서 영향이 어마어마했다. 인터넷에서는 이미 유씨 제품을 사지 말자는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오후에 이미 대량의 주문이 취소되었다. 유상수는 얼마 전에 연현테크에 160억을 투자하여, 주문을 취소한 계약금을 물어줄 돈이 없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회사에 남아있는 자금으로는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다. 유상수가 속수무책으로 속이 타들어갈 때, 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휴대폰 화면을 보자 유현진이었다. 유상수는 유현진에게 전화를 수없이 했지만 모두 거부당했다. 일이 이토록 커진 지금에야 전화가 온 것이다. 유상수는 분노를 눅잦히고 숨을 크게 한번 쉬고는 응답을 눌러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기 전, 그는 어떻게 유현진과 담판할지 머리를 굴려봤다. 하지만 유현진은 첫 마디에 바로 돌직구를 날렸다. "유상수 씨, 오늘 제가 연출한 작품 어땠나요?"이 말은 7년 전, 하현주가 증거를 내보이면서, 유상수를 대신해 회사 재무를 건드렸던 재무 담당자를 감옥에 보낼 때 한 말이랑 똑같았다. 유상수는 다시 한번 온 몸을 휘감는 한기를 느꼈다.
"두 가지 중에 선택해요. 하나는 맨몸으로 나가는 거예요. 하지만 주식은 어느 정도 줄 테니까 굶어 죽을 걱정은 하지 마세요. 그렇지만 회사와 아빠 딸은 욕심내지 말아요. 다른 하나는 이 증거들 법원에 제출하고 아빠의 남은 인생 감방에서 지내는 거예요."하현주는 유상수에게 본인과 재산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하지만 유현진의 말은 유상수에게 본인과 유현아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는 뜻이다.유상수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유현진의 말이 끝난 뒤, 유상수는 유현아와 백혜주를 바라보았다.백혜주도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유상수가 먼저 말했다."거짓말하지 마. 너한테 증거는 없어!""과연 그럴까요?"유현진은 담담하게 대답하고는 유상수의 카톡으로 유현아의 기부 사기 증거를 보냈다."더 필요해요?"유현진은 무덤덤하게 말했다."더 있어요."유상수는 안색이 변하더니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현진아. 네 엄마와 난 부부야. 그리고 넌 내 첫딸이지. 내가 한 행동들 너한테 용서받지 못할 거란 거 알고 있어. 하지만 난 세상 남자들이라면 다들 한 번쯤은 할법한 실수를 했을 뿐이야. 그래도 난 여전히 네 아빠고 난 널 사랑해. 그런데 만약 나한테 일이라도 생기면 이 집안에 널 지켜줄 사람도 없어지는 거야. 너 잘 생각해.""아빠…..."유현진은 나지막한 소리로 유상수를 불렀다.유상수는 유현진이 자기 말에 흔들렸을 거라 판단해 계속 말했다."현진아. 혹시 구암동 고아원 후원금 때문에 그러는 거면 다시 상의해 보자. 아무래도 네 엄마가 한평생 했던 일이라 나도 많이 후회했어.""그래서 일부러 바람난 게 아니라는 거죠?""네 엄마와는 서로 사랑해서 만났어. 그런데 저 여자가 목적을 가지고 나한테 꼬리 쳐서 나도 실수한 거야."백혜주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유현아도 유상수의 말에 경악했다. 유상수는 결국 자기를 선택했다."하하-"전화기 너머로 유현진의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유상수 당신, 정말
유상수가 떠난 뒤, 그의 비서가 남아 백혜주를 돌보았다.그녀는 제왕절개로 거의 보름 동안 병원에 있었지만 유상수는 단 한 번도 와보지 않았다.몇 번이고 전화를 걸었지만 매번 그저 그녀더러 몸조리를 잘하고 있으라고, 바쁜 일이 끝나면 가겠다면서 핑계를 둘러댔다.백혜주는 그 말을 믿었다. 그녀가 퇴원하게 되니 유상수는 사람을 보내 그녀를 아파트로 데려왔으며 도우미를 보내주었다.산후조리가 끝나고 몸이 거의 회복되어서야 유상수는 아파트로 찾아왔다.하지만 유상수의 목적은 단 하나, 그녀와의 잠자리를 위해서 온 것이다.출산한 지 얼마 안 되는 데다 워낙 체질이 좋지 못하다 보니 그녀는 출혈로 인해 또다시 입원하게 되었다.당시 의사는 두 사람을 한바탕 교육했다. 수술 부위가 완전히 회복되기 전에 안전 조치도 없이 잠자리했으니 만약 또다시 임신이라도 하면 산모는 아주 위험하다.유상수는 아주 불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의사에게 물었다."그럼 언제쯤이면 다시 임신할 수 있을까요."병원에서는 제왕절개 수술 후 산모와 다시 태어날 아이를 위해 최소 2년 뒤에야 재임신이 가능하다고 했다.유상수는 그 말에 얼굴이 확 굳어지더니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딸을 낳았기 때문에 그런 태도라는 것을 백혜주는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그러다 유상수의 연락이 뜸해지고 점점 무관심해지자 그녀는 그때야 문제가 생겼음을 알아차렸다.백혜주는 총명한 여자다. 그녀는 이내 유상수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하현주의 강한 성격과 아이 문제로 두 사람이 자주 다툰다는 것을 알아냈다.유상수는 아들을 낳아 대를 잇는 일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출산한 지 얼마 안 된 하현주는 몸도 회복이 되지 않았으니 둘째는 절대로 낳지 않겠다고 했다.유상수는 백혜주가 마음에 들어서 그녀를 원했다기보다는 배를 빌려 아들을 낳고 싶었을 뿐이다.직장인을 찾으면 번거로운 일이 많을 테고 학력이 너무 낮거나 예쁘지 않으면 여자로 보이지 않았는데 마침 그녀는 배경도 없고 대학생인 데다
백혜주는 마음이 식었다. 그것보다 화가 나고 치가 떨렸다.유상수는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리고 머리를 돌려 백혜주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두 눈에는 실망과 원망이 가득 찼다. 유상수는 다급히 그녀를 다독였다."그 말은 신경 쓰지 마. 들으라고 괜히 한 말이니까. 얼마나 알고 있는지 궁금해서 그랬어. 걱정하지 마, 내가 죽더라도 우리 현아 꼭 지킬게."백혜주는 불쾌함을 꾹꾹 눌러 삼키고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 "함께한 세월이 얼만데 그 정도로 흔들리겠어요? 오빠, 유현진에게 기대를 버려요. 걔는 이미 모든 걸 다 알고 있으니 오빠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강한서한테 투자한 돈도 기회를 봐서 다시 빼와요."유현진은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말투로 말했다."이 일은 우리만 영향받는 게 아니야. 한성에서 받는 데미지가 더 강해. 유현진이 일을 키워서 강한서의 프로젝트가 날아간다면 강한서도 가만있지 않을 거야. 언제 우리 신경이나 쓰겠어? 연현 테크 프로젝트 곧 출시 될 거야. 강한서가 눈치채기도 전에 돈은 내 손에 들어올 거야."백혜주는 그래도 불안한 마음에 한마디 하려고 했는데 유상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이 일에서 신경 꺼. 내가 알아서 할 테니."백혜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유상수는 늘 이렇듯 독단적이다. 어쩐지 하현주는 회사 경영권을 유상수에게 절대 넘겨주려 하지 않았다. 유상수는 오만한 데다가 누구의 충고도 듣지 않으려고 했다.유현진이 강한서와 이혼하지 않은 이상, 유상수는 그 "가족애"로 유현진을 묶어둘 수 있다.하지만 유상수는 유현진에 대해 너무 몰랐다. 유현진에게 아버지로서 사랑을 준 적이 별로 없는데 어찌 유현진에게서 감정을 바라겠는가?유현진이 유씨 집안에서의 입지가 다져지면 제일 먼저 처리할 사람은 바로 그들이다.그녀는 빨리 움직여야 했다.다음 날.한성 그룹의 메인 계정에는 손 글씨로 된 사과문이 올라왔다.유현진은 바로 사과문을 클릭했다.그녀는 한눈에 강한서의 필적을 알아보았다.강한서의 글씨는 예리하면서도 정교하
문제가 생기면 직원에게 덮어씌우고 해고하는 일은 기업들의 일관 된 방식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면접 영상을 공개하는 건 구직자들의 초상권을 침해하는 게 아닌지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었으며새로운 룰이 비록 구직자들에게는 유리한 점이 많다 하지만 면접 과정에서 학력 때문에 무시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많았다.아무튼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다. 아무리 성의 있는 사과문도 모니터 뒤에 숨은 사람들은 흠집을 내려고 애썼다.보통 악플을 다는 사람들은 자기 정보를 하나도 공개하지 않거나 어린 학생들, 혹은 한성 그룹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어쨌든 이 사과문은 여론을 잠재우지 못했다. 점심 무렵, 그린 테크에서도 새로운 직원 채용 규칙을 공개했다. 그 내용은 한성 그룹과 정확히 일치했다.오후 한 시, 운해 그룹에서도 똑같은 룰을 공개했다.그제야 여론의 흐름은 역전되기 시작했다.그린 테크는 신씨 가문의 기업으로서 인터넷 산업의 선두 주자이고 운해 그룹은 송씨 가문의 고급 제조업 기업이다.두 회사는 한성 그룹과 마찬가지로 채용 문턱이 아주 높았다. 그런데 새로운 규정을 발표한 데서 충분히 두 기업의 한성의 강연 사고에 대한 태도를 보아낼 수 있다.이러한 규칙은 수많은 구직자의 지지를 받았다.웨스턴가든.송민준은 자기가 한발 늦었다는 것이 불쾌해졌다.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나한테만 빚지게 만들려고 했는데 한발 늦었네. 신씨네 그 또라이는 왜 먼저 나서고 난리야?"박해서가 말했다."그린 테크는 신학의 사망으로 신우가 관리한다고 해요."송민준은 한참 생각하고 말했다."너무 닮았어."유현진은 강한서에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여론이 잠잠해지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그녀는 그나마 마음의 평온을 찾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주강운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주강운도 여론이 바뀌는 걸 확인하고 유현진에게 강한서의 컨디션을 물었다.유현진은 입술을 오므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했다."나도 잘 몰라요. 내 전화 안 받아요."일
주강운은 흠칫했다. "설마 한서랑 이혼하게요?"유현진…...'내가 강한서랑 이혼하면 주 변호사님한테 소송 부탁하겠어요?'"내가 아니고, 우리 엄마가요."유현진은 하현주와 유상수 사이의 7년 전 이혼 합의서를 포함한 정황을 간결하게 설명했다."주 변호사님. 이 상황에 우리 엄마 이혼하게 되면 7년 전 이혼 합의서처럼 재산 분할이 가능할까요?"주강운이 말했다."어려워요."유현진은 가슴이 철렁했다."비록 합의서에 사인은 했지만 공증받지 않았어요. 게다가 현진 씨 말처럼 대부분 주식은 다 아버님 손에 있잖아요. 그리고 어머님이 사고가 나신 뒤 아버님이 치료비용을 지불했기에 법적으로 보았을 땐 남편의 도리를 다한 거죠. 그러니 맨몸으로 나가기는 힘들어요.""외도 증거도 소용없어요?"주강운이 웃었다."외도는 이혼 사유가 되죠. 판사님도 당연히 무책배우자한테 더 많이 기울 거지만 그래도 결국 재산은 분할해야 해요. 아까도 얘기했다시피 어머님의 치료비용을 지불했으니 상대 쪽 변호사가 이 점을 물고 놓지 않는다면 승소 가능성은 적어요."유현진은 미간을 찌푸리고 울컥해서 말했다."혼인법은 부부 쌍방의 이익을 보호해 주는 게 아니에요? 왜 유책배우자의 이익을 보호해 주죠?"주강운은 머리를 숙이고 한참 뒤에야 대답했다."아무리 법이라도 절대적인 공정이란 없어요."유현진은 눈을 감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죄송해요, 주 변호사님한테 화낸 거 아니에요.""괜찮아요. 이혼 소송 많이 해봤어요. 현진 씨 어머니의 상황보다 더 악질적인 사건도 맡아봤어요."주강운이 계속 말했다."맨몸으로 나가게 할 방법은 하나뿐이에요. 스스로 포기하게 하는 방법밖에 없어요.""그런 사람이 어떻게 재산을 포기해요?""어머님의 방법은 아주 훌륭했어요. 참고하세요."유현진은 고개를 저었다."우리 엄마는 힘들게 찾은 증거들을 내놓고 그 인간에게 사인을 시켰어요. 그런데 사고가 났죠. 유상수가 가만히 있었겠어요? 아마 그 약점들 다 지웠을 거예
"그래요."유현진은 금고를 열며 물었다."어디서 볼까요?""처음 소송 때문에 만났던 그 카페에서 보죠."주강운이 부드럽게 말했다."길에서 조심해요. 퇴근 시간이라 길에 차가 많아요. 조금 늦어도 괜찮아요.""그래요. 이따 봐요."전화를 끊고 유현진은 금고에서 하현주가 정리한 물건을 꺼내 가방에 넣고는 코트를 걸치고 외출했다.주강운의 말대로 차가 많이 막혔다.평소 20분이면 도착했던 거리를 30여 분이나 걸려서 도착했다.그녀가 도착했을 때, 주강운은 이미 도착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주강운은 역시나 창가 자리에 앉아 오가는 차들을 바라보았다.유현진은 의자를 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죄송해요, 오래 기다리셨죠."주강운이 온화하게 말했다."괜찮아요. 저도 금방 퇴근했어요. 뭐 마실래요?""우유로 할게요."주강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종업원에게 말했다."따뜻한 우유 한잔, 그리고 라테 한잔 당도 적게 우유는 빼고 주세요.""그냥 우유 두 잔 해요. 저녁에 커피 마시면 잠 못 자요."유현진은 말을 내뱉고 나서야 후회했다.그녀와 주강운은 이래라저래라하기에는 아직 그 정도로 친한 사이가 아니다.강한서도 한밤중에 커피를 마시는 습관이 있었다. 커피를 마시면 비록 업무 효율은 올라가지만 잠을 설쳤다.그녀는 강한서에게 하던 그대로 저도 모르게 주강운에게 그런 말을 내뱉었다.주강운은 조금 뜻밖이라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유현진은 빠르게 머리를 굴려 말했다."저번에 커피 많이 마시면 카페인 중독 때문에 불면증이 올 수도 있다고 그랬잖아요? 금연이 힘들면 껌이나 씹어요."말을 끝내고 그녀는 가방에서 껌을 꺼내 넘겨주었다.며칠 전 촬영장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에게 준 껌이다.주강운이 웃었다."기억하고 있네요."주강운은 껌을 넘겨받으며 종업원에게 말했다."그럼 우유 두잔으로 할게요."길가에 세워진 마세라티에서 강한서는 어두운 얼굴로 창가에 마주 앉은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유현진은 가방에서 자료를 꺼내 주강운에게 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