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맨날 같이 살았으니까 몰랐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유현아 그 넙적한 얼굴은 유상수에게서 유전을 받은거였어. 그리고 큰 코도 그렇고 똑같은 부분이 너무 많아!"차미주는 일이 벌어지고 난뒤에 큰소리치는 유형이였다, 계속 말하다보니 여러 사건들은 모두 현재의 사건에 대한 징조같았다."유상수 진짜 뻔뻔하네, 불륜은 그렇다쳐도, 너희 어머니한테 사생녀를 키우게까지 해? 그러고도 사람이냐?"말하고 난뒤에도 오랫동안 유현진이 침묵을 지키자 차미주는 낮은 목소리로"현진아, 내가 유상수를 욕했던게 화난건 아니지?"유현진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태연하게 대답했다."맘대로 해도 돼."유상수가 했던 차마 입에도 올리기 힘든 일들은 진작에 그를 "아버지" 두 글자에 걸맞지 않은 사람으로 만들었다."미주야, 너 한성 그룹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는 알고있어?""그야, 욕 먹고 있는 상황이지. 회사 문앞에 기자들이 인터뷰하겠다고 난리를 치던데, 실검에 오른 정보들 모두 한성그룹과 유현아가 엮어있어, 그래서 이번 유현아의 추문은 당연히 회사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혔을꺼야. 아마 유현아가 페이스북 댓글을 막아놔서 사람들이 모두 한성 그룹 오피셜 계정에서 테러하고 있어."이 뿐만 아니라, 또 자칭 한성에서 근무했었던 네티즌들이 폭로하길, 한성 그룹의 채용에는 큰 흑막이 있고 그들이 주로 밀고 있는 채용 시스템은 사실 거짓이였고 물론 채용되었다 하더라도 인턴시기에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대체된다가 했다. 한성 그룹은 더 이상 공평하게 경쟁할수 있는 회사가 아니고 암묵적 규칙도 다수 존재한다고 못 박았다.유현아의 스펙을 보면 한성 그룹에 들어갈수 있는 최저의 요구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중에 숨어들어 이렇게 큰 직위를 따낼수 있던 원인은 강씨 가문과 친척관계라 낙하산이라는 의견이 다분했다.게다가 어떤 사람은 작년에 한성 그룹과 한 인턴사원과의 재판기록을 가져와서 한성 그룹의 채용 기준에 대해서 의문을 던졌다.당연하게도 이런 정보들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
그리고는 한장의 사진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자신이 한성 그룹 면접관에게 학력에 관하여 차별을 받았다는둥 지역때문에 차별을 받았다는둥, 게다가 희롱을 당했다는 사람까지 나타났다.여튼 결숙 유현아의 이미지 컨셉이 붕괴된후 한성 그룹도 뒤이어 기업 신용이 위기에 들어섰다.필경 반년전의 강현우의 그 사건으로부터 이번에 터진 유현아의 사건까지,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한성 그룹의 기업적 이미지를 믿게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이번 사건의 배후에는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등을 밀고 있는게 분명했다, 한성 그룹을 파멸로 이끌고 있었다.인터넷에선 유현아의 거짓말에 대한 토론보다 한성 그룹의 기업 이미지와 직원 소양에 대한 토론이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졌다.이런 결과는 유현진의 제일 처음 예측했었던것과는 아주 달라있었다.게다가 강한서쪽은 말할것도 없었다.일이 벌어진뒤 학교의 지도자들과 뒤이어 도착한 경찰들과의 협력하에 현장을 통제했다.강한서는 해 질 무렵이 다 되어서야 T대학교를 벗어날수 있었다.민경하는 기다란 링컨을 끌고 현장에 도착했다. 한성 그룹의 일행이 다 들어갈수 있을만한 차량이였다.돌아가는 차안에서 유현아는 계속해 울고 있었다, 이 울음소리는 모두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었다.왜냐하면 돌발적인 사고로 인해 한성 그룹에서 강연장으로 갔었던 인원들은 모두들 처참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현아는 그중에서 제일 처참했다. 얼굴의 절반이 벌겋게 부어올랐으며 얼굴에 묻어있는 피자국들은 채 닦지도 못했다.하지만 현장의 그 누구한명 그녀에게 동정어린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들 그녀의 사생활이 그 강연장을 망쳤을뿐만아니라 뻔뻔하게 울고있다고만 생각했다.강한서는 차가운 표정으로 욕을 뱉었다."입 닥치지 못해? 더 울거면 이 차에서 내려!"차 안에 있는 사람중 제일로 화가 난 사람은 아마도 강현우일것이였다. 그가 출장을 끝내고 돌아오자마자 할머니께서 주신 첫번째 프로젝트였는데 이런 상황으로 치닫자 그는 홧김에 유현아를 죽여버리고 싶은 생
하지만 유현아는 아주 흥분된 목소리로"강 대표님, 무조건 그 사람이예요. 그 사람이 제일 유력해요. 그때 저희가 강연일정에 대해서 토론할때 그 사람은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고 있었어요, 백퍼 그때 물건을 빼돌렸을거예요! 감시카메라를 한 번 돌려보면 다 알수 있을거예요, 강 대표님......""그만!"강한서는 엄숙한 목소리로 얘기했다."네가 보기엔 지금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게 중요해? 그게 회사가 입은 타격을 보상해줄수있을거라고 생각하는거야?"유현아는 사색이 되여서 떨리는 입을 붙잡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강현우는 강한서를 힐끔 쳐다보며"형, 주모자를 찾는게 회사이미지를 회복하는데엔 도움 될것같지 않아? 만약 누군가가 뒤에서 일을 벌이지 않았다면 오늘같은 상황이 벌어질수 있었을거라고 생각해?"이에 강한서는 그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내가 이전에도 말했지, 선전은 프로젝트를 위주로 해야된다고. 너무 많은 개인감정이 들어가선 안 된다고. 그래서 말인데 너는 어떻게 했지? 너는 유현아의 이미지를 팔아서 관심을 모을때부터 이 리스크에 대해선 전혀 고려하지 않지 않았어? 그리고 내가 뭘 하려고 하든, 내 처사에 의문을 가지려거든 내 자리까지 올라온뒤에 해야 맞지 않겠어?"강현우의 표정은 보기에 흉할 정도로 일그러졌다. 반나절이 지난후에야 입을 열었다."내가 맡은 프로젝트는 내가 책임져, 하지만 이 일에 대한 주모자는 절대로 내가 용서하지 않을꺼야!"강한서의 안색도 같이 어두워졌다.두 사람간의 기싸움은 최고조가 되였다."강 대표님."민경하는 두 사람의 대화를 끊고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큰 사모님 전화입니다."그제서야 강한서의 표정은 그나마 풀어졌다, 그리곤 민경하가 건네준 전화를 이어 받았다."네, 차에 올랐어요. 금방 도착할겁니다. 네 압니다, 네 알겠습니다."할머니는 간단하게 두마디정도 건넨후에 전화를 끊었다/강현우는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할머니께서 뭐라셔?"이에 강한서는 태연하게 답했다."회사에 이미 도착하셨대."
밖에서 사람들이 의논하는 소리를 듣던 정인월은 한참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 "한서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대체 어떻게 처리한 거야? 저 늙은이들 중 한서 편을 드는 사람이 한 명도 없네."진씨......그는 정인월이 입구에 서서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 건 가에 대해 고민하는 줄 알았더니, 조급한 기색 하나 없이 손주의 인간관계를 걱정하고 있었다. 정인월은 늘 대놓고 강한서를 편애했다. "도련님은 연구개발에 관심 있지, 인간관계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요.""어릴 때는 훌륭한 사람으로 키우기에 급급해서 정작 사람들과의 교제법에 대해 많이 가르치치 못했네. 이 부분은 현진이에게서 많이 배워야 할 텐데. 현진이 봐봐. 강할 때는 강하고, 유연할 때는 유연하잖아. 자신의 몫을 챙기는 데 있어서 추호의 양보 없이 정확히 목표를 타게팅하잖아."진씨가 의아해서 물었다."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일을 너무 키웠다고 하셨잖아요."정인월은 진씨를 흘겨보더니 말했다. "내가 일을 키워서 나쁘다고 했는가? 유씨 가족 일은 현진이가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하네. 계속해서 남한테 끌려다니면 영원히 매여서 살아가겠지. 그런데 현진이가 일을 이렇게 키울 줄은 예상하지 못했네. 어찌됐든 돈을 좀 밑지는 것 외 난 상관없네. 밑진 돈이야 한서한테서 돌려받으면 되는 거고."진씨......역시 큰사모님은 낙관적이시네요."가지."정인월이 말했다. "내가 가서 악역을 좀 맡아줘야지, 아니면 불만이 있을 사람이 있어."강한서와 그의 일행이 회사에 도착했을 때, 주주총회 현장에는 이미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정인월이 메인 좌석에 앉아 있었고, 강단해가 좌측에 자리해 있었다.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저마다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유현아는 회의실에 들어서자마자 다리에 힘이 빠져 휘청거렸다. 그녀는 이러한 광경이 처음이었다. 오늘 일이 한성 그룹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떠올리자, 자신에게 어떠한 심판이 이루어질지 상상이 안갔다. 그녀의 얼굴은 이미 창백해질 대
홍보팀 팀장은 강한서의 표정을 살피지 못하고 계속해서 말했다."이 일이 터지고 나서 많은 네티즌들이 강 대표님 사모님에 대해 동정을 표하고 있어요. 만약 유현아 씨를 강 대표님 사모님이 사정하여 채용한 사실이 드러나면, 모든 초점이 강 대표님 사모님의 가족으로 돌려질 거예요. 강 대표님 사모님이 감쪽같이 속았다든가, 유씨 가족 모녀가 늑대를 집에 들였다든가와 같은 기사가 뜨면서 대중의 시선이 자연스레 옮겨지겠죠."유현아의 얼굴이 한층 더 창백해졌다.이건 자신을 불구덩이 속으로 밀어넣겠다는 뜻이다!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강한서 쪽으로 몰렸다.이러한 사태를 가장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대중의 시선을 옮기는 것이었다.이 사건이 만약 다른 시점에 터졌더라면, 그나마 해결하기 쉬웠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한성 그룹의 홍보팀도 허수아비가 아니기 때문에 사태를 이내 수습했을 수도 있었다. 다들 유현아의 이미지에는 관심이 없었다. 다만 유현아로 인해 회사의 이미지가 타격 받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하필 오늘같은 날에 일이 터진 것이 문제였다. 그렇게 많은 언론 카메라 앞에서, 아예 인터넷에서 생방송으로 나갔다. 사건은 바이러스처럼 빠른 속도로 확산됐고, 인기 검색어를 지운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홍보팀 팀장이 제안한 방법이 모질긴 하지만 지금으로는서는 최선의 방법이었다.이번 사건으로 인해 유현아의 이미지가 망가지긴 했지만, 정작 대중들은 유현아가 거짓말한 것보다는 유상수가 자신의 아내를 속이고, 유현아를 자신의 아내더러 키우게 했다는 사실에 더 큰 분노를 느꼈다. 이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유현진과 하현주였다. 만약 유현아가 유현진이 강한서에게 부탁하여 회사에 채용된 거라면 사람들은 유현진 모녀를 더 크게 동정할 것이다. 그러면 대중의 관심은 자연스레 유씨 가족으로 이전해, 이 사건에서 한성 그룹을 차츰 까먹을 것이다. 그때 가서 한성 그룹이 애매모호한 성명까지 발표하면 이 사건에서 손쉽게 빠질 수 있을 것이다.회의에 참석한
유현아의 눈빛이 순간 바뀌었다. 그녀는 지옥에 떨어지더라도 유현진의 발목을 붙잡고 같이 떨어질 생각이었다!강한서와 주주들이 대치하고 있을 때, 유현아가 갑자기 큰 소리로 말했다."회장님, 주주 여러분, 오늘 이 일 누가 한 짓인지 저는 알고 있어요. 누가 한성 그룹의 이미지에 먹칠했는지 알고 있다고요."강한서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는 민경하를 향해 말했다."민 실장님, 데리고 나가세요."유현아는 함께 망할 각오가 돼 있었다. 그는 끌려나가면서도 계속해서 소리쳤다."유현진이 한 짓이에요. 오늘 유현진도 현장에 있었고, 그 동영상 유현진이 튼 거예요."이 말에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표정을 지었다. 민경하가 유현아를 회의실 입구까지 데리고 갔을 때 강단해가 입을 열었다."민 실장, 잠깐만. 이 사건의 경과를 들어봐야할 것 같네. 다들 진실에 대해 알 권리가 있으니까."기회다 싶었던 유현아는 바로 민경하에게서 벗어나 앞으로 달려갔다. "유현진은 오래전부터 강 대표님과 이혼하고자 했어요. 그는 강 대표님이 여배우와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원한을 품고 있었죠. 저의 출생에 대해서도 이미 알고 있었고, 그걸 이용하여 한성 그룹의 명예를 훼손시켜 강 대표님이 책임을 피하지 못하도록 한 거예요. 이건 분명 강 대표님에 대한 복수예요."강한서의 안색은 갈수록 어두워졌다. 유현아의 말이 끝나자 강한서는 화난 어투로 소리쳤다. "허튼 소리!""강 대표님 그렇게 속단할 일이 아니죠. CCTV를 확인하면 사실의 진위 여부가 밝혀질 거 아니에요.""만약 진짜 강 대표님 사모님이 한 거라면?"사람들의 시선이 갑자기 정인월에게로 몰렸다."회장님께서 결단을 내려 주세요."정인월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 "만약 강씨 집안 사람이 한 일이라면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테니, 다들 걱정하지 마시게."강한서가 입술을 깨물더니 주먹을 꽉 쥐었다.학교로 CCTV는 이미 가지러 갔으니, 지금쯤 복제하고 있을 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발송해오겠지.진씨
강한서는 눈을 내리깔고 가볍게 응했다. "네 수중에 있는 '리치 칩' 프로젝트를 당분간 왕 팀장에게 넘겨. 그리고 사과할 건 사과하고, 성명할 건 성명하고. 이 일 깔끔하게 처리해.""알겠어요."이때 누군가가 이의를 제기했다. "회장님, 이거 부당한 처사인 것 같은데요."듣기에는 엄한 벌인 것 같지만, 강한서에게는 타격이 크지 않았다. 한성 그룹에서 강한서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카드가 연현 테크라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연현 테크는 강한서가 극력 주장하여 매수하고, 거액의 R&D 비용을 투입하여 만든 회사로서 올해 개발에 있어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연현 테크 M&A 당시 반대하는 사람들의 워낙 많았기에 한성 그룹의 출자 지분은 10%밖에 안 되었다. 나머지 50%는 강한서가 개인 자산으로 투자한 것이었다. 그 누구도 눈에 띄지도 않는 작은 회사가 몇 년 만에 판을 뒤집어 업계의 촉망을 한 몸에 받는 기업으로 성장하리라 상상하지 못했다. 회사가 이윤을 창출하지 못할 때에는 모두 피하기에 급급하더니, 회사가 돈을 벌기 시작하니 다들 질투하기 시작했다. 그후 많은 주주들이 한성 그룹의 지분이 너무 적다며 연현 테크의 주식을 사들이려고 강한서를 여러 차례 찾아갔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연현 테크가 일단 상장하면 그 성장 속도는 더 어마어마할 것이다. 강한서 한 사람이 회사의 50%이상의 지분을 쥐고 있으니, 그 눈덩이 효과는 가히 상상할 만했다. 이를 누가 가만히 보고만 있겠는가? 정인월은 그 말을 한 이 사장을 흘겨보더니 물었다. "그럼 이 사장은 내가 이 일을 어떻게 처리했으면 좋겠는가?""회장님, 이 일로 주주들의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만약 강 대표님께서 보상할 마음이 있다면 연현 테크 지분 20%를 한성에 매도하는 건 어떨까요?"이 말에 정인월이 피식 웃었다. "이 사장, 한서가 연현 테크에 투자할 당시 반대가 가장 심했던 게 자네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연현 테크가 미숙한 데다가 ,투자가 너무 많고,
강한서가 입술을 꾹 다물었다. 두 시 반이면 유현진이 화장실 가겠다고 잠깐 자리를 비운 시간이었다. 강한서는 복도 끝에서 유현진이 관제실을 지나 화장실로 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런데 방금 전에 돌린 동영상에는 그 모습마저 잡히지 않았다. 이건 분명 누군가가 동영상에 손을 댔다.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동영상을 바꿔치기 하다니, 혹시 유현진이 다른 사람과 공모한 건가?강한서는 눈을 감고 강연실 현장에서 주강운을 만났던 장면을 떠올렸다. 동영상에도 주강운의 모습이 잡힌 걸 보니 우연은 아닌 것 같았다. ------서교 공원. 송민준은 벤치에 기대어 패드로 인테넷에 올라와 있는 뉴스를 읽으면서 유유히 말했다. "유씨 가족의 사건은 드라마로 찍어도 될 것 같다."박해서가 답했다."뜻밖이긴 해요. 유현아가 유상수의 친딸일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유현진은 어째서 이 일을 이 시점에 폭로했을까? 이 일이 강한서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박해서가 답했다. "찌라시긴 한데, 강한서가 여배우랑 가깝게 지내서, 유현진이 그와 이혼을 준비하고 있다던데요.""그건 아닐 거야."송민준은 패드를 옆에 놓고 말했다. "강한서는 연예계의 안 좋은 풍기를 질색해. 여배우랑 가깝게 지낸다는 소식은 네가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냐?"박해서가 말했다."틀림 없을 건데. 강한서가 결혼식 당일에도 그 여배우를 따라갔잖아요.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 장면을 목격했다고 들었어요. 게다가 유현진도 반은 연예인이죠. 대표님이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에요?"송민준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유현진이 이혼하고 싶은 이유야 많고도 많겠지. 그런데 이렇게 쌍방 모두에 이익이 안 되는 방법을 사용할 필요는 없잖아. 지금 사건의 흐름을 보면, 한강 그룹을 욕하는 사람이 유현아를 욕하는 사람보다 훨씬 많아. 내가 추측하건대 누군가가 뒤에서 사건이 커지도록 조작하고 있어.""설마요. 한성 그룹과 대적할 수 있는 회사는 거의 없잖아요
한현진이 거울을 보며 옷을 정리했다. “이름이 뭐야?”“문채영.”“꽃부리 영?”강한서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영리할 영.”“특이한 이름이네.”한현진이 멈칫했다. “너 전에 오빠가 맞선을 싫어한다고 하더니 그 여자를 못 잊어서 그런 거였어?”강한서가 말했다. “그런 것 같아.”“그럼 두 사람은 왜 안 만났던 건데?”강한서가 말했다. “자세한 건 네 오빠만 알 거야. 내가 알고 있는 건 고등학교 시절 누나 이모가 누나 아버지를 횡령, 뇌물수수 그리고 사생활이 문란한 문제를 신고했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이 연루되어 누나 아버지는 형량을 꽤 많이 받았어. 누나 어머니도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하시고 실성하신 분처럼 구셨어. 그렇게 문씨 가문은 나락으로 떨어진 거야. 그때 누나는 아직 대학도 졸업하지 못했었어.”“우리 수능이 끝나자 누나는 어머니를 모시고 해외로 갔어. 그리고 2년이 지난 후 결혼했지. 남편은 부자인 교포였어. 귀국해서 결혼식을 올린 거라 민준이도 일부러 M국에서 돌아왔어. 결혼식이 끝나고 누나는 남편과 함께 해외로 갔어. 그 후로 우리는 연락이 뜸해졌고. 그리고 2년 전, 누나가 이혼하고 나서야 다시 연락하기 시작한 거야.”한현진이 물었다. “넌 그 여자와 오빠를 이어주고 싶은 거야?”강한서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누나는 민준이를 만나고 싶어 해. 난 그저 중간에서 다리를 놓아주는 것뿐이야. 두 사람이 어떤 사이로 발전할지는 두 사람 일이지.”강한서가 멈칫하더니 말을 이었다. “어렸을 때 그 감정이 지금은 얼마나 남아있을지 모르지. 누나가 이혼 후 2년이 흘렀어. 만약 나라면 그리고 아직도 그 사람을 사랑한다면 바로 전남편에게 꽃이라도 사 들고 찾아가 이혼을 축하해줄 거야. 그리고 바로 누나를 찾아갔겠지. 하지만 네 오빠는 그저 가만히 있었어. 이혼한 걸 몰랐을 리가 없어.”한현진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만약 너였다면 넌 출국하기도 전에 잡혔을 거야. 그리고 오빠는 너처럼 멍청하지 않아. 그렇게 창피한 일은
문자를 확인한 강한서는 몸을 일으키며 답장을 했다.[고마워요, 누나도 잘 지내죠?][응, 잘 지내지. 나 내일 귀국하는데 시간 되면 밥이나 먹자.][그래요.][네 와이프 송씨 집안에서 잃어버린 딸이라던데, 너랑 민준이는 형님 동생 하면서 지내는 거야? 어떻게 지낼만해?]송민준의 상황을 묻기 위해 연락했다는 걸 알아챈 강한서가 바로 답장을 보내주었다.[괜찮긴 한데 너무 동생 바보라서 나 별로 안 좋아해요. 누나도 송민준 못 본 지 오래됐죠? 내일 같이 나갈게요.][그래, 안 바쁘면 민준이 여자친구도 같이 불러.]강한서는 문채영이 떠보기 위해 하는 말인 걸 알았지만 모른 척 대꾸했다.[송민준 여자친구 없어요, 솔로에요.]그 말에 적잖이 놀란 건지 글자뿐인 문자에서도 문채영의 놀라움이 전해져왔다.[진짜?][누나도 송민준 성격 알잖아요. 얼마나 사람 짜증 나게 하는데, 그렇게 쓸데없는 말 많이 하는 사람이 여자친구를 사귈 리가 없잖아요.]그 말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입은 웃고 있는 이모티콘을 보내온 문채영은 곧바로 한마디 더 보탰다.[너도 와이프 데려와, 선물 준비했으니까.][네.]이튿날 아침, 강한서는 머리를 말리고 있는 한현진 곁으로 다가가 어젯밤 문채영과 했던 말을 전했다.“내가 아는 사람이야?”그 말에 강한서가 고개를 젓자 한현진은 또 물었다.“남자야 여자야?”“여자.”그 말에 한현진이 잠시 멈칫하자 강한서가 한마디 더 보탰다.“네 새언니가 될뻔한 여자야.”“우리 오빠 첫사랑?”깜짝 놀라며 묻는 한현진에 강한서는 웃으며 대답했다.“그렇다고 할 수도 있는데 실제로 만난 건 아니고 그냥 송민준이 혼자 좋아했어. 그때 같이 다니던 애들은 다 알고 있었지. 그런데...”갑자기 말을 멈추는 강한서에 한현진은 다급히 그를 재촉했다.“왜 갑자기 여기서 말을 끊어, 그런데 뭐?”강한서는 그런 한현진의 볼을 귀엽다는 듯 쓰다듬으며 입꼬리를 올렸다.“나처럼 원하는 여자를 쟁취하진 못한 거지. 그런 쪽으론 영 능력이 없어.”“우
신미정은 결혼을 재촉했지만 할머니는 결혼은 평생을 같이할 사람을 찾는 거라고 마음에 들고 잘 맞는 사람과 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서두르지 않고 있었다.그래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결혼 상대를 물색하던 중 한현진의 강한서의 눈에 들게 된 것이다.교통사고까지 다 해서 고작 네 번 본 사이었고 말 한번 섞어본 적도 없어 그다지 좋아하는 건 아니었지만 보면 볼수록 한현진이 마음에 들었다.강한서도 마침 모르는 사람과 결혼해서 서로를 알아가는 게 시간 낭비 같았는데 한현진도 저런 늙은이한테 시집가는 건 원하지 않을 것 같았다.그리고 그날 교통사고도 실수이기는 하지만 한현진의 엄마가 간민혜를 차로 쳐서 죽인 건 맞기에 주강운이 갑자기 한현진한테 무슨 짓을 하기라도 할까 봐 신경 쓰이는 것도 있었다.어쨌든 주강운한테 고모가 간민혜를 만나려고 해서 그녀를 데리고 가다가 사고가 났다고 해명한 건 자신이었기에 강한서는 이 일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한현진을 데리고 있고 싶었다.그렇게 자신을 설득한 강한서는 이틀 뒤 바로 한현진에 연락해 그녀와 맞선자리를 가졌다.맞선자리에서 한현진은 강한서를 알아본 듯했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기에 강한서도 굳이 그 일을 꺼내진 않았다.한현진은 이 맞선자리가 유상수가 꾸며낸 자리인 줄로만 알고 혹시라도 실수할까 싶어 말을 최대한 아끼고 있었지만 사실 유상수는 꿈만 꿀 뿐이지 그럴 능력이 못 되는 사람이었다.선 자리를 끝내고 본가로 돌아간 강한서는 바로 한현진의 자료를 건네주며 결혼 의사를 밝혔지만 유씨 집안을 조사해본 할머니는 바로 반대부터 했다.유씨 집안의 지위보다 아내가 아픈데도 들여다보지 않고 비서랑만 붙어있는 유상수의 사람 됨됨이가 별로라서 그의 딸도 비슷할 거라 생각해 거절한 걸 알아챈 강한서는 평소에는 그렇게 말을 아꼈으면서 이번에는 웬일로 한현진을 감싸기 시작했다.그녀가 친구를 도와 나서던 일과 그녀의 지금 상황까지 다 말한 강한서는 한현진이 아니면 결혼은 하지 않겠다고 단호히 말한 뒤 집을 나섰다.그 말에 답답해
침대에서는 늘 신사다웠던 강한서였기에 한현진은 하면서도 아픈 적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였다.그래서 당연히 실망은 하지 않았지만 그저 간간이 색다른 그의 모습을 바랐던 적은 있었다.사실 별로 감출 것도 없는 일이지만 갑자기 물어오는 강한서에 부끄러워진 한현진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며 말했다.“잠이나 자!”그에 웃음을 흘리던 강한서는 한현진을 이불과 함께 끌어와 제 품에 안더니 낮은 목소리로 놀리기 시작했다.“얘기마저 하고 자. 앞으로 어떻게 널 만족시켜야 하는지는 알려줘야지.”“현진아, 현진아. 좀 더 자세하게 얘기해보라니까?”진짜 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어떻게 하면 만족할지를 자세하게 말하라니, 한현진이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었다.강한서는 그렇게 한현진을 한참 놀리다가 자리에 제대로 누우며 천천히 다시 입을 열었다.“나 오늘 내가 부계정으로 올렸던 피드들 다시 봤는데 진짜 너무 유치하더라, 전에는 내가 그 정도인 줄은 몰랐는데.”“너 원래 유치하잖아, 닉네임만 봐도 알리지 않아?”코웃음을 치며 말하는 한현진에 강한서가 웃어 보였다.“그 이름 내가 지은 거 아니야.”사실 그 계정은 일상을 공유하기 위해 만든 게 아니라 사업에 필요해서 만든 거였다.그때 한성 그룹에서 개발 중인 신제품에 대해 말이 좀 많았었는데 영향력이 좀 있는 사람들까지 그간의 데이터들을 언급하며 한성에는 그 정도 기술이 없다고, 전부 허위 홍보일 뿐이라는 소문을 퍼뜨리고 있어서 그걸 반격하기 위해 만들어진 계정이었다.그 신제품이 진짠지 가짠지 누구보다 잘 아는 강한서는 화가 나서 자신의 본 계정으로 반박문을 내려고 했지만 본 계정으로 낸 입장문이라면 큰 효과가 없을 거라던 한성우의 말에 설득당해 ‘다이아몬드 수저의 일상’이라는 계정이 생기게 된 것이었다.한성우의 말대로 부계정을 사용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니 사람들이 좀 더 쉽게 받아들였고 덕분에 팔로워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었다.자신의 화려한 배경이 사라지니 허구한 날 걸고넘어지던 사람들도
한현진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딱딱하게 물었다.“말해 빨리, 나 잘 거니까.”“네가 싫다고 해도 내가 강제로 몰아붙이는 거 좋아한다고 했잖아. 그런데 하다가 네가 진짜로 하기 싫어질 수도 있는 건데 그걸 내가 구별할 수 있을까? 네가 진짜 싫은 건지 아니면 그냥 하는 말인지 잘 몰라서 실수하면 어떡해?”“잘 나가다가 내가 갑자기 왜 화를 내겠어?”“지금도 갑자기 화내잖아, 아까는 막 나 유혹하더니. 아무 예고도 없이 화내는 게 한두 번이야?”그 말을 들은 한현진은 돌아누워 강한서와 눈을 맞추며 따지기 시작했다.“그러니까 네 말은 내가 이유도 없이 자꾸 화만 낸다 그거야?”“아니, 그런 게 아니라 네가 진짜 하기 싫은 건데 내가 그걸 못 알아보고 계속하다가 너 다치게 할까 봐 그러지.”“진짜 싫으면 내가 너 물 거니까 그딴 걱정 할 필요 없어.”그 말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던 강한서는 언제 풀었는지는 모르지만 이미 자유로워진 손으로 한현진의 손목을 잡으며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한현진이 그걸 왜 혼자 풀어냈냐고 따지기도 전에 혀를 입속으로 밀어 넣으며 치열을 고르게 훑고 지나가는 강한서에 한현진의 몸은 빠르게 나른해졌다.강한서가 입을 뗐을 때 한현진의 얼굴과 입술은 이미 빨개져 있었고 그녀는 가만히 누운 채 숨만 내뱉으며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있었다.한현진 위에 올라타 있었던 강한서는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띤 채 그녀를 바라보더니 득의양양하게 말했다.“안 깨물었네.”한현진이 그 말의 뜻의 완전히 깨닫기도 전에 강한서는 또다시 입을 맞춰왔다.시간을 얼추 계산해보니 3달은 넘은 것 같아 사실상 관계를 한다고 해도 문제 될 건 없었기에 한현진은 쥐고 있던 강한서의 머리채를 놓아주고 몸에 힘을 뺐다.그렇게 키스를 이어나가던 강한서는 한참 만에 한현진을 놓아주더니 그대로 이불을 덮어주고는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자자 이제.”그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천장만 바라보던 한현진은 문득 인터넷에서 봤던 피드가 하나 떠올랐다.
강한서는 영문은 몰랐지만 그래도 한현진에게 벨트를 건네주었다.“뒤돌아서 손 등 뒤로 보내.”강한서는 한현진이 뭘 할지 알았지만 그래도 고분고분하게 뒤로 돌고는 손을 등 뒤로 교차시켰다.오래전에 배웠던 로프 묶는 방법을 오늘에서야 쓰게 되니 기뻤는지 한현진은 잔뜩 흥분한 채로 강한서의 손목을 묶었다.“이제 뒤 돌아도 돼.”한현진의 말에 따라 뒤로 돈 강한서는 손이 묶인 채로 그녀 앞에 꿇어앉았다.방금 샤워를 하고 나와 젖은 머리카락을 대충 뒤로 넘겨두었는데 강한서가 고개를 숙이니 머리카락도 앞으로 툭 하고 떨어져나와 그의 반쪽 얼굴을 가려버렸다.얼굴 앞에 드리운 머리칼 사이로 보이는 검은 눈동자에 한현진의 심장은 다시금 두근대기 시작했다.이제 보니 여자들이 정장을 입은 남자가 꿇어앉아 있는데 환장하는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맘에 들어?”낮은 목소리로 누구 하나 홀리려고 작정한 듯이 말하는 강한서에 한현진은 귀를 붉힌 채 말했다.“응, 맘에 들어.”“강운 그룹 사모님이 이런 취향인 줄은 몰랐는데, 진작에 나 이렇게 묶어 놓고 싶었겠네?”웃음을 흘리며 말하는 강한서에 한현진은 헛기침을 하며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고는 입을 열었다.“그건 아니고. 난 네가 날 이렇게 대해주길 더 원했어.”오랜 시간 동안 부부로 살아온 좋은 점이라 하면 아마도 서로에게 더 뻔뻔해질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그래서 이런 낯간지러운 말을 해도 부끄러움이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강한서는 가만히 꿇어앉아 제 아내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나는 내가 싫다고 해도 네가 억지로 하는 걸 더 좋아해. 그리고 다 한 다음에 침대에 꿇어앉아서 나한테 용서를 비는 게 보고 싶었어. 내 취향은 그런 거라서.”한현진의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던 강한서는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그럼 전에 우리가 싸울 때 내가 화나서 입 맞췄을 때는 왜 나 때린 거야? 그날도 내가 억지로 너 몰아세우고 하려고 했었잖아, 좋아한다면서 그때는 왜 나 죽이겠다고 그런 건데?”“진짜
송가람은 생각했다. ‘오빠는 그날 히비스커스 호텔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아직 나를 어떻게 마주하면 좋을지 모르겠는 거야. 게다가 내가 오빠 외숙모 때문에 다치기까지 했으니 분명 엄청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을 거야. 그러니 이렇게 간단한 문자에도 오래 고민하는 거겠지.’강한서가 대화창을 보며 물었다. “뭐라고 답장한 거야?”한현진이 불퉁한 말투로 말했다. “이래도 안 돼, 저래도 안 되라고 하니까 어쩌겠어. 어떻게 답장하면 좋을지 모르겠으니까 모르겠다고 했지.”한현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송가람에게서 답장이 왔다. [한서 오빠, 사실 그날 호텔에서 있었던 일은 저희 엄마가 너무 하셨어요. 오빠가 그렇게 대답한 것도 어쩔 수 없어서 그랬다는 거 알아요. 저 오빠 원망 안 해요.]눈을 마주친 강한서와 한현진 두 사람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이쪽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상대방이 알아서 넘어왔다. 두 사람이 이렇게 열띤 토론을 펼칠 이유가 전혀 없었다. 한현진이 문자를 보냈다. [몸은 어때. 삼촌 일은, 내가 미안해.]송가람은 다시 한 번 그동안 강한서가 연락하지 않은 이유를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가 얼른 답장을 보냈다. [전 괜찮아요, 오빠. 네가 멋대로 결정했다고 오빠가 널 미워하지만 않는다면요.]한현진: [치료 잘 받아.]송가람이 얌전함을 표현하는 이모티콘을 전송했다. [오빠, 생일 파티할 거예요?]한현진: [아니. 그럴 기분이 아니라서.]그 말에 송가람의 얼굴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느 사실 강한서가 조금 보고 싶었다. 고백 멘트를 작성하던 송가람은 서해금의 충고를 떠올리고 문자를 삭제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 한현진을 회사에서 쫓아낼 때까지만.’송가람이 여전히 문자를 작성하고 있던 그 시점에 상대방에게서 문자가 도착했다. [현진 씨에게 들으니까 요즘 회사에서 대회 준비가 한창이라던데. 요즘 바빠?]송가람: [네. 조향 대회가 있어서요. 지금 한창 참가자 신청을 받고 있어요.]한현진: [네가 대회에서 좋은
한현진이 귀를 쫑긋 세웠다.“누구야?”강한서가 휴대폰을 한현진에게 건넸다. “내 불륜녀.”그 말 한 마디에 수화기 너머의 한성우는 머리가 어지러웠다. “네 뭐라고?”강한서를 힐끔 쳐다본 한현진은 강한서의 손에서 휴대폰을 건네받았다. 강한서는 한현진이 보내는 칭찬의 눈빛을 알아보고는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성우는 호기심에 겨워 잔뜩 흥분한 채 난리를 부리고 있었다. “두 사람 대체 뭐하는 거야? 네 불륜녀를 감히 조강지처 앞에서 이렇게 당당하게 밝힌다고?”두 사람은 한성우를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한현진은 사랑의 라이벌을 한 번 떠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송가람의 질문에 대답하지는 않고 오히려 반문했다. [가람아, 다친 건 어때? 아직도 아파?]강한서의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이건 너무 하잖아. 내가 언제 이렇게 오글거리는 말을 한다고 그래?”한현진이 생각해도 이건 너무 강한서 답지 않은 문자였다. 그녀는 [아직도 아파?]라는 문자를 삭제했다. 하지만 강한서는 여전히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이렇게 자상하게 얘기하지마. 지난 번에 홍혜림 씨를 만났을 때도 다신 연락하지 않겠다고 얘기했어. 하지만 네가 이렇게 답장을 보내면 나중에 만났을 때 내가 더는 선을 긋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들이대면 나더러 어떡하라고.”강한서의 말에 한현진은 [다친 건 어때?]라는 글을 지우고 문자를 다시 작성했다. [계획 없어. 좋은 제안이라도 있어?]강한서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생일에 뭐할까 고민한 건 가까운 사이에서만 가능한 거야. 네가 이렇게 물어보면 걔가 뭐라고 생각하겠어?”한현진이 눈썹을 씰룩였다. “조용히 해. 애초부터 네 불륜녀에게는 내가 답장할 거라고 얘기했잖아. 네가 뭔데 나서?”강한서가 말했다. “내가 답장은 네가 하라고 얘기한 건 맞지만 이렇게 하는 건 아니지. 현실 반영은 해야 하잖아.”한성우는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형수님, 불륜녀라뇨. 강한서에게 언제부터 불륜녀가 있었어요. 남자예요, 여
여러 루트를 통해 송가람은 드디어 시계 관련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지금은 재고가 없어 7일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오늘 마침 빈해시의 한 고객이 시계를 반품했고 송가람이 동의한다면 먼저 그 시계를 가질 수 있다고 했다. 빈해시는 한주와 그리 멀지 않았다. 오늘 저녁이면 시계를 받을 수 있었다. 전화를 받은 매니저가 말했다. “고객님은 오늘 두 번째로 이 시계에 관해 물어보신 분이세요. 점장님 친구 분이라고 하셔서 먼저 연락드렸어요. 만약 구매 의향이 있으시다면 지금 바로 보내드릴게요.”송가람이 물었다. “저 말고 또 누가 물어본 거죠?”“죄송해요, 고객님. 그건 고객님 개인 정보라 말씀 드릴 수가 없어요.”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한현진이 분명했다. 송가람은 괜히 어깨가 으쓱해졌다. 결국은 자신이 한현진보다 먼저 시계를 구해내고야 말았다. 송가람이 태연한 말투로 말했다. “지금 준비해줘요. 물건은 바로 저에게 보내주시고요.”“알겠어요. 돈을 입금해주시면 저희가 영수증과 함께 시계를 포장해 최대한 빨리 보내드릴게요.”송가람은 자신이 가진 절반 이상의 돈을 신미정에게 사기 당했다. 이 시계까지 사고 나면 송가람은 거의 전 재산을 탕진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한현진에게 골탕을 먹이는 것은 물론 강한서의 마음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니 송가람은 큰마음을 먹고 계좌 이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송가람이 입금을 하자마자 한성우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세상에, 대박. 팔렸어요. 형수님, 저희 회사에서 영업을 하시는 게 어때요? 한 달 매출의 절반을 원하신대도 괜찮아요.”한현진이 말했다.“꿈 깨요. 이렇게 쉽게 속는 바보가 그렇게 많을 줄 알아요?”그 시계는 신우의 사촌 동생의 것이었다. 사긴 했지만 하고 다닌 적은 없었고 집에 한 달 째 고이 모셔두고 있다가 갑자기 실증이 나 환불한 것이다. 이런 명품 시계는 애초부터 재고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구매한 지 한 달이 되어서야 환불을 하려니 쉽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