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수는 얼굴에 유현진이 몇 번 보지 못한 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이 사진은 유독 구김이 심했다. 세 사람의 웃음이 심지어 구김 속에서 흉해 보이기까지 했다. 유현진은 이 사진을 봤을 때 하현주의 심정이 어땠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유현진은 갑자기 등골이 오싹했다. 유상수가 유현아에 대한 태도를 다시 떠올려 보니 뭔가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그의 불길함을 증명이라도 하듯 맨 마지막에 친자확인서가 있었다.그의 예상대로 유현아와 유상수는 친자관계였다.확인서에는 유현아가 유상수의 친딸일 가능성이 99.996%라고 적혀 있었다.유현진은 갑자기 피가 거꾸로 솟는 것만 같았다.진실에 한번 놀랐고, 유상수의 잔혹함에 다시 한번 경악했다.그는 자신의 친딸을 양녀 신분으로 집에 끌어들여 자신의 아내가 십여 년을 키우게 하였다. 어느 만큼 잔인한 사람이었으면 이렇게 할 수 있는가?그는 하현주가 이 일을 발견했을 때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을지 상상이 안갔다.하현주는 유현진에게 이 일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없었다.하현주의 우울증과 정서 기복 때문에 힘들었던 유현진는 엄마가 이토록 충격적인 일로 큰 고통을 겪었으리라고 상상한 적이 없었다.그 생각만 하면 마음이 아파서 찢어질 것만 같았다.어쩌면 하현주가 말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말했는데 자신이 유의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유현진은 대학입시 당시 하현주가 자신에게 만약 자신이 유상수와 이혼하면 누구랑 살겠냐고 몇 번 물어봤던 생각이 떠올랐다.하지만 유현진은 당시 하현주의 말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 그 전에도 하현주는 유상수와 자주 싸웠고, 싸우고 나서는 항상 그 물음을 했기 때문이다.사실 하현주는 유상수와 이혼하고 싶지 않았다. 유현진에게서 답을 얻고자 했던 것이 아니라 이혼하지 않을 핑계를 찾고자 했을 뿐이다.그래서 유현진은 매번 아버지와 함께 살고 싶다고 대답했고, 그렇게 대답하면 엄마가 아빠와 이혼할 수가 없었기에그 답을 들으면 엄마는 늘 웃음을 지으면서 유현진을 품에 안아주었다.그런데 그러던
유현진이 현장에 도착하자 강한서가 보이지 않았다.한성우도 보이지 않았고, 현장은 케익이 군데군데 떨어져서 엄청 지저분했다. 게다가 여전히 시끄러웠고, 많은 사람들이 이미 취한 상태였다. 무대 위에서는 초청가수가 여전히 혼신을 다해 노래를 하고 있었고, 명암이 바뀌는 조명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한바퀴 돌아본 유현진은 구석진 곳에서 소파에 앉아있는 주강운을 발견했다.그의 머리카락에도 크림이 묻어있었다. 그는 팔뚝으로 테이블을 짚어 몸을 지탱하면서 눈을 감은 상태로 태양혈을 꾹꾹 누르고 있었다.유현진이 가까이 다가가서 두 번이나 불러서야 정신을 차린 주강운은고개를 들어 유현진을 보자 표정이 부드러워졌다."왔어요."유현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물었다."한서 씨는요?""한서가 좀 많이 취해서 제가 방금 전에 룸에 눕혔어요. 제가 룸까지 안내해 드릴게요.""네, 그럼 부탁할게요."주강운은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짚으면서 일어서더니 휘청거렸다. 유현진은 바로 그의 팔을 잡고는 부축하면서 물었다."강운 씨 괜찮아요?"주강운의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 투명했다. 입술에도 핏기가 전혀 없었다. 상태가 아주 안좋아 보였다. 그는 손을 절레절레하면서 답했다."오늘 술은 좀 과하게 마신 것 같아요. 두통이 심하네요."그러자 유현진은 주강운이 수술 후 두통 후유증이 남았다는 사실이 떠올라 그를 부축하여 자리에 앉혔다."우선 여기에 앉아요. 약을 가져왔어요? 술을 마셨으니 약은 최대한 안먹는 게 좋겠네요. 제가 물을 가져다 드릴게요."주강운이 말을 하기도 전에 유현진은 이미 몸을 돌려 물 가지러 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따뜻한 물을 들고 왔다.주강운은 물 반 컵을 몇 분에 걸쳐 마셨다. 그는 동작 하나하나가 점잖았다.따뜻한 물을 마시자 혈색이 조금 돌아온 주강운을 발견하자 유현진이 말했다."여전히 힘드시면, 조금 있다가 우리가 돌아갈 때, 제가 병원에 모셔다 드릴게요. 의사 선생님 보셔야 할 것 같은데.""자주 있었던 일이라 괜찮아요. 시간이 좀 지나
하현주가 교통사고가 난 당시 유현진은 대학생이었던 터라 하현주의 재산은 유상수가 전부 관리했다.유현진은 하현주의 병원비를 자신을 부담할 수 있도록 그의 명의 하에 있는 지분을 자신의 명의로 바꿀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그때마다 유상수는 자신이 아직 생전인데 벌써부터 재산을 분할할 궁리를 한다고 버럭 화를 냈다. 하현주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나서 유씨 가족 사업은 유상수의 수중에 들어갔기에 유상수가 동의하지 않는 한 유현진은 그의 수중에서 종이 한 장 가져가지 못할 것이다.강한서와 결혼 후 유상수는 권리를 유현진에게 주지 않을 이유가 더해졌다.출가외인이라고 하면서 만약 유현진이 유씨 가족 일에 너무 많이 관여하면 강씨 집안에서 욕할 거라고 하였다.강씨 집안의 태도가 어떤지는 몰라도 유상수가 원하지 않는 것만은 분명했다.자기 딸을 시집 보내면서 몇십 억 값어치의 예물을 받았으면서 1억도 안되는 차를 사준 사람이 지분을 스스로 내놓을 리가 없었다.외도, 사생아와 같은 사건은 이 바닥에서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이 일을 폭로하는 걸로 유상수를 위협하더라도 그는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주가 남긴 증거들을 이용하여 유상수가 스스로 하현주의 지분을 내놓토록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유현진은 순간 갈피를 못잡았다.머릿속에 온통 그 생각뿐이었던 터라 엘리베이터가 도착한 줄도 몰랐다.주강운은 유현진을 데리고 긴 복도를 거쳐 룸 입구에 도착해서방키를 찍었다. 그러자 유현진이 문을 밀고 들어갔다.하지만 들어가 몇 발자국 움직이지 않았는데, 널브러진 여자 힐을 발견했다.뒤이어 방 안에서는 여인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심장이 순간 움츠러진 유현진은 저도 모르게 두 주먹을 쥐었다. 수상함을 인지한 주강운도 안색이 바뀌었다.그 누가 이 광경을 보더라도 안에서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가늠할 수 있기에 주강운은 유현진에게 말했다."제가 들어가 볼게요."유현진은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고, 입술을 깨물면서 답했다."아니요. 제가 들어가 볼게요."말
유현진은 뺨 때리기 경험이 아주 풍부했다.유현아를 대상으로 하룻밤 내내 연습을 했으니까.그래서 그가 날린 뺨에 맞은 유현아는 귀에서 웡웡 소리까지 들렸다."저 사람이 취했다고 너도 취했어?"유현진은 냉혹한 표정으로 더없이 차갑게 말했다."너 그러한 분수도 모르는 애였어?""감히 나를 때려?"유현아는 맞은 볼을 한 손으로 잡고는 다른 한 손으로 유현진의 뺨을 때리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유현진의 옆에 서있던 주강운이 그의 손목을 잡았다.이 기회에 유현진은 뺨을 한번 더 날렸다."내가 못 때릴 이유가 없지. 언니로서 분수도 모르고 설치는 동생을 교육하는데 큰 문제라도 있어? 분명 이 사람이 취한 걸 알면서도 이러고 있어? 넌 염치같은 건 없니?"말을 마치고 나서 유현진은 다시 한번 뺨을 날렸다. 힘이 어찌나 들어갔는지 유현아의 얼굴에 손가락 자국이 뚜렷하게 남았다.유현아는 맞은 볼이 얼얼하고 머리가 멍해졌다. 어릴 때부터 유상수의 편애로 유현진은 유현아를 털끝 하나 못 건드렸다. 유현진은 오늘 미친 게 분명하다.그는 뺨을 되돌려주고 싶었지만 주강운의 손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그래서 화난 어투로 소리쳤다."당장 이 손을 놔요!"이에 주강운은 담담하고 예의바르게 말했다."현아 씨, 말로 하셔야죠. 손을 대는 건 너무 체면 구기는 일이잖아요."유현아는 화가 치밀어서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손을 대면 체면이 구겨져? 그럼 유현진을 말려야지, 나를 잡고 있어 유현진더러 때리게 하는 건 뭐냐고!내가 때리면 체면이 구겨지고, 그럼 유현진은 사람을 함부로 때려도 된다는 거야?이런 식으로 싸움을 말리는 게 어딨어?유현진은 유현아의 뺨을 다섯 번이나 때렸다. 유현진의 손바닥이 저려올 즈음 주강운이 말렸다."우선 한서를 가서 봐요."유현진은 두 주먹을 꽉 쥐고는 더이상 뺨을 날리지 않았다.그는 차가운 시선으로 유현아를 한번 노려보고는 허리를 숙여 바닥에 널브러진 벨트와 넥타이를 주웠다.유현아는 얼굴이 벌겋게 부어올랐다. 주강운이 손목을
"운전 천천히 해요."주강운이 말했다."안전제일, 나 안 급해요.""죄송해요."유현진은 깊게 심호흡하며 천천히 속도를 낮추었다."내가 죄송하죠."주강운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방에서 기다렸어야 했는데."유현진은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상대가 함정을 파려고 작정했다면 아무리 피하려고 해도 어쩔 수 없어요."유현진이 장님도 아니고 강한서의 눈빛을 볼 때마다 느낄 수 있었다.오늘 하현주가 남긴 물건을 보았는데 마침 유현아가 고의로 그녀의 심기를 건드렸으니 그녀는 화가 나서 주강운을 앞에 두고 손찌검했다.'강한서 이 개자식, 주량도 안되면서 경계심도 없이 그렇게 많이 마셔대다니.'유현진이 한 발만 늦었더라면 유현아는 보나 마나 강한서의 몸에 올라탔을 것이다.주강운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난 또 현진 씨가 한서 오해할까 봐 걱정했는데 이렇게 자신 있다니, 내가 괜히 걱정했네요."그런 장면을 보고만 있을 여자는 없을 것이다.얼굴색이 확 변해버린 유현진을 보고 주강운은 그녀가 강한서를 버리고 갈 줄 알았다.하지만 예상 밖으로 그녀는 유현아를 응징한 뒤 강한서를 데리고 집으로 가려고 했다.유현진은 입술을 오므리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녀는 강한서에게 자신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강한서가 술을 마시면 안 된다는 것만 생각했다.알코올은 강한서의 천적인 듯 강한서에게만 들어가면 인사불성이 되게 하고 필름도 끊기게 만든다.재작년 옛 저택에서 설날을 보낼 때였다.그해 두 사람은 신혼이고 정인월은 가문에 새로운 식구가 생겼다며 아주 기뻐했다. 진수성찬으로 가득 채워진 설날 밥상에 정인월이 오랜 시간 소장한 좋은 술도 있었다.강한서는 두 잔만 마셨다. 주량이 좋은 유현진도 새댁이라 시댁에 잘 보이기 위해 아주 조금 마셨다.그날 밤, 밤이 깊었으니 그들은 옛 저택에서 하룻밤 묶기로 했다.방으로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강한서는 멀쩡해 보였다.샤워를 끝내고 나온 유현진은 침대 옆에 앉아 멍때리고 있는 강한서를 보았다.유현진은 강한서에
그녀는 강한서가 절대 유현아를 건드리지 않는다고 장담했다.유현진은 강한서를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이 모든 것이 유현아가 짠 판이라는 것을 확신했다.결국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유현진은 그래도 화가 났다.강한서가 술을 마셔 기회를 제공해 준 것도 화가 났지만 유현아의 출생의 비밀에 더 화가 났다.하지만 유현진은 주강운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없었기에 그저 담담히 말했다."부부 사이에 믿음도 없으면 어떻게 같이 살겠어요. 우리가 결혼한 지도 꽤 됐으니 나 그런데 안 속아요. 그리고 난 그 사람 인품을 믿어요."'현진 씨 같은 아내가 세상에 더 있을까? 남편이 다른 여자와 엉켜있는 모습을 보았는데도 편을 들어주다니.강한서 이 자식, 2,000억 정말 아깝지 않겠네!'주강운은 이내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러면 됐어요."이 말을 끝으로 주강운도 더는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유현진은 주강운을 주씨 저택에 내려준 뒤 강한서를 태우고 집으로 향했다.주강운을 내려놓고 나니 유현진은 속력을 가해 난폭 운전을 했다.강한서는 롤러코스터에 앉은 것처럼 이리저리 앞뒤 좌우로 치었다.유현진의 난폭 운전은 대략 십여 분이나 지속되다가 드디어 멈춰 섰다.도우미 아줌마는 경적에 다급히 나와 차 문을 열었다. 강한서는 결국 참지 못하고 오바이트를 했다.유현진은 강한서를 보는 척도 하지 않고 차 문을 닫고 집으로 들어갔다.도우미 아줌마는 강한서를 도저히 옮기기 힘들어 경비원 두 명을 불러 겨우 방으로 옮겼다.욕조에서 입욕 중이던 유현진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려 깜짝 놀랐다.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리고 비틀거리며 걸어들어오더니 물을 틀고 샤워를 시작했다.그렇다, 강한서는 옷도 벗지 않은 채로 씻기 시작했던 것이다.유현진은 어이가 없었다.'주량이 안 되면 마시지나 말든가, 왜 처마시고 사람을 힘들게 구는 건데!'그녀는 강한서를 그대로 내버려 두고 가운을 걸치고 욕실에서 나갔다.'씻으라고 해! 정신 좀 차리게!'피부 관리도 끝났는데 강한서는 여전히 욕실에서 나오지 않았다.유현진은
그녀는 여전히 구암동 고아원을 들먹이며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거짓말로 후원을 사기 쳤다.더 역겨운 것은 유상수도 이 영상을 가족 단체톡방에 공유해서 호응을 얻으려 했다.이미지 메이킹으로 유명해진 사람이 이미지가 몰락하면 어떻게 될까?문뜩 그녀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한창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몸이 무거워졌다.강한서는 가운을 입고 나왔다.그는 유현진의 몸을 누르고 턱을 당겨왔다.유현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왜 그래?"강한서는 머리를 숙여 그녀의 입가에 입 맞추고 나지막하게 말했다."나 하고 싶어."유현진은 어이가 없었다.'술만 마시면 사람이 왜 이렇게 느끼해지는 거야?'그녀는 강한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착하지, 당신 안돼."말을 마친 유현진은 강한서를 밀어내려고 했다.하지만 강한서는 꼼짝도 하지 않고 화가 난 듯 말했다."할 거야!"'이건 뭐 신종 술주정이야?'유현진은 잠이 몰려와 강한서의 어깨를 살며시 밀며 나지막하게 말했다."그만해, 빨리 자자."강한서는 그녀의 반응에 아주 불만족스러웠다.강한서는 씩씩거리며 그녀의 잠옷을 벗기기 시작했다.실크 잠옷은 워낙 얇은지라 이내 찢겼다.그리고 그녀의 몸에 화풀이를 시작했다.유현진도 힘이 빠져 그저 강한서가 하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뭐 보기라도 한 거야? 오늘 왜 이렇게 잘해?'이내 유현진도 온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강한서는 만족스러운 듯 본론으로 넘어가려고 했다.하지만 기적은 발생하지 않았다.강한서는 아무 반응도 없는 자기의 몸을 믿기 어려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하지만 유현진은 그저 그런 거니 했다.다행히도 강한서는 매번 술만 마시면 필름이 끊긴다. 만약 자기의 바보 같은 술주정을 기억한다면 아마 베란다에서 뛰어내릴 수도 있다.유현진이 강한서를 달래려고 할 때, 강한서가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병났어."…...그녀는 입만 벌린 채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강한서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그녀는 웃음이 터질 것 같았다."병 안 났어. 푹 자고 깨면 좋아질 거야."그녀는 웃음을 애써
당연히 유현아는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만약 유현아가 강한서를 어떻게 해 보려고 했다는 것을 알았다면 먼저 유현아를 혼냈을 것이다.교활한 유현아는 자기가 한 짓은 생략하고 말했다."왜겠어요? 오늘 한 대표 생일이라 강한서가 취하는 바람에 난 그냥 부축해 줬을 뿐인데 유현진이 막무가내로 달려와서 내 뺨을 때렸지 뭐에요!"백혜주는 씩씩거리며 말했다."가만히 있었어?""날 잡고 있어서 움직일 수도 없었어요!"유현아는 눈물 콧물 짜가면서 말했다."엄마, 아빠랑 혼인 신고도 했는데 난 왜 아직도 이런 대접 받아야 해? 나 대체 언제까지 참아야 하냐고!" 백혜주도 사실 많이 억울했다.다른 부부는 당당하게 결혼하는데 백혜주는 혼인신고도 남들 눈을 피해 해야 했으며 파티 같은 장소에는 아직도 비서 자격으로 동행해야 했다.그녀는 20년을 죽은 듯이 참아왔다. 게다가 하현주에게 사고가 나면서 드디어 유상수도 이혼을 마음먹었는데 하필 강씨 가문에서 유현진을 선택했다.마침 이때 유상수의 사업은 정체기에 들어섰고 유현진의 결혼은 유상수에게 동아줄 같은 기회가 되었다. 그러니 유상수는 당연히 유현진을 조상님 섬기듯 섬길 수밖에 없었다.그때 유현진이 이혼을 반대하니 유상수도 바로 이혼 결심을 접었다.백혜주와 유현아의 오랜 기다림과 인내는 유현진의 한마디에 짓밟히고 말았다.막내아들의 초등학교 입학 절차를 빌미로 백혜주가 억울함을 토로하지 않았다면 유상수는 아마 지금까지도 하현주와 이혼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제는 이혼도 했고 혼인신고도 했는데 예전과 비교했을 때 큰 변화가 없다.그녀는 여전히 유상수의 숨겨둔 여자다.그녀는 이 모든 것이 불만족스러웠다.하현주와 유현진에 대한 증오, 그리고 유상수의 우유부단함에 대한 불만.유현진이 이혼하지 않는 이상, 백혜주와 유현아는 영원히 빛을 볼 수 없다.한평생 명분도 없는 데다가 유현아까지 괴롭힘을 당하니, 그녀도 더는 참기 힘들었다!시끌벅적한 소리에 서재에 있던 유상수가 문을 열고 나섰다. 아래층에서 유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