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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화

옅은 회색의 방수천으로 덮인 소형 금고 위에는 수저가 놓여 있었다. 아마 테이블로 사용한 듯싶다.

노원장이 말했다.

"네 엄마가 사고 나기 한 달 전에 맡겨둔 물건이야. 회사 기밀 서류와 장부가 들어있다면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고 나더러 잘 보관하라고 했어. 아주 중요한 물건이니 꼭 찾으러 오겠다면서. 그런데 그렇게 됐지 뭐야."

노원장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네 엄마 사고 나고 유 대표님한테 전해주려고 연락했었는데 네 엄마 얘기만 꺼내면 짜증부터 내면서 이내 전화를 끊더라고. 그래서 나도 더는 얘기 안 했어. 오늘 네가 물어봤으니 망정이지, 나도 다 까먹을 뻔했네."

유상수는 하현주가 사고 난 지 며칠도 안 돼 회사 재정비부터 시작했고 심지어 치료를 포기하려고 했다. 하여 유현진은 유상수의 태도에 하나도 놀랍지 않았다.

유현진은 소형 금고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물었다.

"엄마가 다른 말씀은 없으셨어요?"

"별말은 없었는데 아주 다급해 보이긴 했어. 얼굴색도 좋지 않아 보였던 게 아마 중요한 물건인 것 같아."

보아하니 노원장도 이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제가 가져가도 될까요?"

"그럼, 네 엄마 물건이니 네가 가져가는 게 마땅하지. 손 선생님에게 네 차에 가져다 두라고 할게."

유현진은 시설에서 나와 은행에 들렀다. 그녀는 고아원 계좌로 1억을 송금했다.

퇴근한 강한서가 집에 왔을 때, 유현진은 거실 소파에 앉아 드릴을 들고 소형 금고를 열려고 했다.

강한서는 눈가를 씰룩거리며 말했다.

"당신 뭐 하고 있었어?"

유현진은 깜짝 놀라 드릴을 끄며 미간을 찌푸렸다.

"금고 열고 있었어."

강한서는 정장 외투를 소파에 내려놓고 테이블 위에 놓인 물을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이런 금고는 비번이 두 개야. 그런데 강제로 열게 되면 두 번째 비번이 가동되지. 두 번째 비번이 가동되면 첫 번째 비번을 입력해야만 열 수 있어."

그 말인즉슨, 강제로는 절대 열 수 없다는 뜻이다.

유현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럼 절단기는?"

강한서는 그녀를 힐끗 보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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