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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6화

주변이 조용해졌다. 그저 물소리와 피아노 소리면 귓전에 울렸다.

유현진은 송민영처럼 옷차림에 신경을 쓰지 않았고, 추위를 타는지라 치마 밖에 흰 외투를 걸쳤다.

그리고 머리는 간단하게 포니테일 하고, 고개를 숙여 피아노를 칠 때마다 이마 앞 잔머리가 살랑살랑 날렸다. 거기에 입술을 살짝 깨무니 세속을 벗어난 것만 같은 청초함에 더없이 아름다웠다.

이 모습을 지긋이 쳐다보던 주강운은 저도 모르게 술잔을 든 손에 힘을 주었다.

옆에서 이를 듣고 있던 한강운을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갑자기 이러한 대사가 떠올랐다.

과인이 아직 놀랄 일이 더 남았나?

그중 강한서만 담담한 표정으로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유현진이 곡을 선택한 것은 확실히 송민영한테 불공평했다.

그는 집에 있는 피아노로 매번 이 곡을 연습했다.

맨 처음에 칠 때에는 그도 송민영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매번 같을 곡을 치다 보니, 처음에는 듣기 거북하던 곡이 차츰 나아지면서 나중에는 훌륭한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이 곡을 숙지하고 나서도 피아노방만 가면 이 곡을 쳤다.

나중에 강한서가 듣다 못해 유현진에게 어째서 한 곡만 계속 치냐고 물었다.

유현진의 답은 심플했다. 이 곡이 뽐내기에 가장 좋아서.

그러니 오늘 드디어 뽐내기에 성공했다.

강한서가 그런 유현진을 보고 피아노 연주에 대한 태도가 올바르지 않다고 하자, 유현진은 되레 엄청 진지한 태도로 답했다. 자신은 모든 피아노곡을 익힐 필요가 없이,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경악할 정도의 곡만 능수능란하게 연주할 수 있으면 된다고 말이다.

유현진은 재주는 많지 않지만 이상한 논리만은 가득하다.

강한서가 예전의 일을 떠올리면서 입술을 말아올렸다.

맨 마지막 음을 마치자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유현진의 소원이 드디어 이루어졌다. 그의 말대도 듣는 사람들이 경악하고 있었다. 피아노를 십여 년 간 쳐 온 사람들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반해 송민영은 낯빛이 하얗게 질렸다. 방금 전의 자신만만하던 태도는 온데간데 사라졌다.

유현진은 불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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