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진은 송민영이 이 정도로 이성을 잃을 줄은 몰랐다. 다행히 반응이 빨라 이내 가드레일을 붙잡아서 망정이지 아니면 송민영과 함께 물에 빠질 뻔했다. 그런데 송민영은 괴력으로 유현진을 붙잡고 물에 함께 빠지려고 안간힘을 썼다. 갈수록 송민영의 힘을 당해내기 어려워지자 유현진은 급한 김에 송민영을 발로 찼다. 너나 빠져!그렇게 송민영은 질겁하는 표정으로 물에 빠졌다.그러자 뒤에서 전 여사의 외침이 들려왔다."사람 살려요! 여기 사람이 물에 빠졌어요!"그 소리에 갑판 위의 사람들이 모두 깜짝 놀랐다."누가 물에 빠졌어?""송민영 씨가 빠졌나봐.""정말? 갑자기 멀쩡하던 사람이 어떻게 물에 빠져?""전 여사 말로는 자신이 송민영 씨와 유현진 씨가 다투는 모습을 목격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물에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나?""그 말은 유현진 씨가 밀었다는 거야?""난 그렇게 말한 적 없어."크루즈 위에는 갑자기 이 사건을 둘러싼 의견들이 분분했다.그러다가 강한서를 보자 다들 입을 꾹 다물었다.강한서가 사람들의 틈 사이로 들어오자 유현진이 가드레일 옆에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무표정으로 구조인원들이 송민영을 구명선 위로 끌어 올리는 것을 바라보았다.강한서가 입술을 깨물먼서 앞으로 다가가 유현진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유현진은 멍하니 강한서를 쳐다보면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바닷물은 엄청 찼다. 송민영은 물에 잠기지는 않았지만 몸이 꽁꽁 얼었을 것이다.송민영은 주목을 받기 위해 4월의 날씨에 그저 레이스 한 겹을 걸친 옷차림이었다. 그런데 물에 빠졌으니 옷이 몸에 찰싹 달라붙어 바디라인이 있는 그대로 드러났다. 현장에 있던 남자들은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시선은 계속하여 송민영을 향해 흘끔거렸다.이때 주강운이 외투를 벗어서 앞으로 다가가 송민영에게 걸쳐 주었다.눈시울이 빨개진 송민영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고마워요."의사선생님이 와서 검사를 해보더니 다른 이상은 없고 그저 많이 놀랐다고 했다.의사선생님이 떠나가
"크게 다친 것도 아닌데 번거롭게 약까지 가져다 주시고."말은 그렇게 했지만 유현진은 주강운을 방으로 들어오라고 했다.그는 소파 위에 놓았던 옷을 한데 몰려 놓고는 주강운더러 앉으라고 하였다."강운 씨 따뜻한 물 드릴까요?"주강운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유현진은 따뜻한 물 한 잔을 주강운에게 건네주었다.주강운은 비닐봉투를 벌려 안에 있는 연고를 꺼내 유현진에게 건네면서 말했다."우선 상처에 발라요."유현진은 연고를 건네받고 웃으면서 고맙다고 전하고는 바로 뚜껑을 열어 연고를 손목에 바르기 시작했다.주강운은 방 안을 한번 훑어보더니 물었다."한서는요?"유현진이 동작을 멈칫하더니 답했다."모르겠어요."방금 전 경호원들이 송민영을 방까지 호송할 때 송민영이 강한서를 붙들고 몇 마디 하더니 송민영이 방으로 돌아가자마자 강한서도 뒤따라 나갔다.어딜 가긴 어딜 가? 송민영 찾으러 갔겠지! 유현진이 옷소매를 올리자 팔 안쪽 피부 한군데가 다른 데에 비해 피부색이 어두웠고 매끄럽지 않았다.주강운은 그 한군데 피부를 한참 지켜보다가 물었다."팔 안쪽 조금 어두운 피부는 어떻게 된 거예요?""이거요? 화상 흉터에요."말하고 나니 주강운의 화상이 떠올랐다. 유현진은 멈칫했다. 주강운의 화상에 비하면 자신의 화상은 아무것도 아니기에 화상 화제는 더이상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주강운 본인은 오히려 아무렇지 않은 듯 이어 물었다."어떻게 화상을 입을 거예요?"굳이 숨길 필요가 없는 일이라 유현진은 있는 그대로 답했다."몇 년 전에 엄마와 제가 차사고를 당했어요. 당시 엄마는 엄청 심하게 다쳐서 여태 병원에서 혼미상태로 누워 있어요. 저는 조금 경하게 다쳤고요. 이 흉터도 그때 남은 거예요."유현진은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지만, 실은 그때 사고를 떠올리면 여전히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그날은 유현진이 학교로 돌아가는 날이었다. 유상수가 운전기사를 보내 유현진을 학교까지 바래다 주기로 했는데, 갑자기 기사님이 일
유현진이 말을 끝낸 뒤에야 주강운은 물었다. "병원에서 처음 만났을 때, 엄마 보러 간 거예요?"유현진은 머리를 끄덕였다."지금은 어때요?"머리를 젓는 유현진의 눈빛은 금세 어두워졌다. "그냥 그래요. 숨만 쉬고 계셔요. 다시 깨어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주강운은 부드러운 말투로 위로했다. "여태 잘 버텨왔으니, 기적은 꼭 일어날 거예요."유현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요즘은 반응이 있으세요.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좋은 징조래요."주강운은 부드러운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나 해외에서 치료받을 때 알게 된 실력 좋은 의사 친구가 있어요. 필요하면 다리 놓을게요.""고마워요, 필요하면 얘기할게요."유현진은 멈칫하다가 다시 말을 꺼냈다. "주 변호사님, 소송 건은 어떻게 됐어요?""경고장은 다 완성했어요. 한번 보실래요?"유현진은 머리를 끄덕였다.주강운은 유현진의 휴대폰으로 경고장을 전송해 주었다.경고장의 내용은 유현진이 인터넷에서 봤듯이 구체적이었다.루머를 지우고 지속적인 가해를 멈출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맞아요." 주강운이 갑자기 물었다. "저번에 심리 치료 다닌다 그랬죠?"유현진은 머리를 끄덕였다. 유현진은 지난번에 사건과 관련된 증거를 제출할 때 대충 얘기한 적이 있었다. "한동안 이 사람들이 어떻게 내 메일을 알아낸 건지 지속해 저주가 섞인 폭력적인 메일을 보내왔어요. 그때 좀 우울했거든요. 내 친구가 이상한 걸 느끼고 날 데리고 심리 클리닉으로 갔어요."병원에서는 그녀가 우울증세를 보인다고 했다. 확실히 유현진은 한동안 우울해 있었고 악몽에 시달렸다. 네티즌들은 그녀를 향해 저주를 퍼부었고 유현진은 매일 밤 저주가 현실이 되는 악몽을 꾸었다.외출하는 날에는 지나가던 사람이 그녀를 힐끗 보기만 해도 오만가지 생각이 떠오르면서 두려워졌다.다행히도 차미주가 일찍 발견했기에 망정이지 그대로 두었다가는 의사의 말처럼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도 있었다.주강운은 입술을 오므리더니 물었다. "한서는
하지만 상대 기업과 강씨 집안은 절친한 사이였다. 유상수와의 협력 또한 강씨 집안의 신용을 바탕으로 진행했다.그런데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게 되자 이 불똥은 결국 한성 그룹으로 튀게 되었다.당시 강한서는 둘째 삼촌인 강단해와 제일 사이가 안 좋았을 때였다. 그런데 이런 일이 발생하니 강단해는 바로 이 일을 문제 삼아 강한서의 기세를 눌렀다.강한서는 이 일을 조사하던 과정에 유현진도 개입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녀와 한바탕 다투었다.하지만 유현진은 정말 억울했다.유현진은 유상수가 자기의 명의로 계약할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 그날 유상수는 유현진에게 같이 외식도 할 겸 하현주에게 가자고 제안했다.유상수는 한동안 병원에 가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하현주와 가까운 사람들이 자주 하현주와 대화를 나누게 되면 회복에 도움이 있다고 했었다.그래서 유상수는 이 일을 핑계로 유현진을 속였다.도착하고 보니 두 사람뿐만 아니라 식사 자리에는 처음 보는 사람도 있었다. 유상수는 유현진은 말끝마다 강씨 집안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유현진은 그 자리가 불편해 이내 자리를 떠났다.유현진은 자기의 등장이 유상수의 계약을 도운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다.그 일로 인해 강한서는 강단해를 제거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기게 되어 골머리를 앓다 보니 유현진의 해석이 머리에 들어갈 리가 없었다.자발적이었든 우발적이었든 어쨌든 유현진으로 인해 발생한 일이니, 말이다.강한서는 회사 일로 바쁘다 보니 유현진에게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게다가 아이의 일로 다투기까지 하다 보니 강한서는 아예 안방에서 나가 서재에서 지냈다.유현진은 매일 루머와 악플에 시달려 불면증을 앓다가 그날은 수면제 여덟 알을 복용하고 오래간만에 깊은 잠을 자게 되었다. 잠에서 깬 유현진은 강한서의 한마디에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이 상황에서 잠이 와?"유현진은 강한서에게 자기의 상황을 얘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강한서의 한마디에 유현진은 마음을 접고 말았다.강한서가 그 사실을 안다 해도 그저 '투정 부리지
강한서가 집에 들어왔을 때, 유현진은 이미 잠에 들고 오직 어두운 불빛만이 그를 맞이했다.강한서는 코트를 소파에 벗어 던지고는 침대에 앉았다.유현진은 강한서를 등지고 누워있었지만, 강한서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귀찮은 듯 미간을 찌푸렸다.강한서의 몸에는 은은한 향이 풍겨왔다. 송민영에게서 나는 바로 그 향이었다.주강운과 대화를 나누던 중에 불쾌한 기억이 떠올라 짜증이 몰려왔는데 강한서에게서 풍겨오는 향을 맡으니 더 짜증 났다.'개자식, 씻지도 않고 보긴 뭘 봐, 짜증 나게!'얼마 지나지 않아 강한서는 이불을 들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유현진이 손을 빼려고 하는 순간, 강한서는 차가운 무언가를 그녀의 손목에 발라주었다.유현진은 깜짝 놀라 다급히 손을 뺐다.강한서는 그녀가 잠에 들지 않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연기 끝났어?"유현진은 이를 바득바득 갈며 말했다. "뭐가 연기야? 당신이 여기서 부스럭거리는데 내가 잠이 오기나 하겠어?"강한서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약 발라주고 있잖아."유현진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이미 다 나았거든."강한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한서는 그제야 침대 머리에 있는 자기의 손에 들려있는 것과 똑같은 약을 보았다.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렸다. "의사한테 갔었어?""아니." 유현진은 이불을 뒤집어쓰며 말했다. "주 변호사님이 가져왔어."강한서는 얼굴이 어두워졌다."주강운이 왜 너한테 약을 가져다줘?"유현진은 이 말에 더 화가 나서 웃음이 나왔다. "당신도 송민영한테 간 거 아니야? 왜, 당신은 되고 다른 사람은 안 돼?"강한서는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사람을 물에 밀어버리고 뭘 잘했다고 그래?"유현진은 멈칫하더니 강한서를 바라보며 물었다. "송민영이 그래? 내가 밀었다고?"강한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송민영이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전 여사를 비롯해 많은 사람이 유현진이 송민영을 미는 모습을 보았다.강한서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손전등으로 선실을 비추던 강한서는 주저앉은 유현진을 발견했다. 유현진은 빨개진 눈으로 강한서의 이름을 불렀다.강한서는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강한서는 이내 선실 문을 닫고 큰 걸음으로 유현진을 향해 다가와 그녀의 손을 당겨 안전 시트에 앉히려고 했다.하지만 유현진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강한서는 화난 말투로 말했다. "지금이 성질부릴 때야?"유현진은 서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언제 성질부렸다고 그래. 나 다리 아파서 못 움직이겠어."강한서는 손전등으로 그녀의 다리를 비추어 보았다. 유현진의 다리에는 타박상으로 인한 크고 작은 멍이 가득했다.'어쩐지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다 했어. 다리를 다쳤네.'"이거 들어."강한서는 손전등을 유현진에게 넘겨주었다. 유현진은 언제 싸웠냐는 듯 고분고분 시키는 대로 행동했다.강한서는 유현진을 놀려주고 싶었지만, 그녀의 서러운 표정을 보고는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말을 다시 삼켰다.그는 몸을 낮추고 공주님 안기로 그녀를 번쩍 들어 안았다.유현진은 강한서의 목을 두 팔로 감싸더니 이내 멍해졌다.강한서의 등은 다 젖어있었다.강한서는 멍해 있는 그녀를 안전 시트에 앉히고 안전벨트를 매주었다.바로 이때, 선체는 또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강한서는 넘어지고 말았다. 어둠 속에서 강한서의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유현진은 다급한 목소리로 강한서를 불렀다. "강한서!""움직이지 마!" 강한서는 거친 숨을 내쉬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괜찮아. 가만히 있어. 가만히 있는 게 나 도와주는 거야."유현진은 손전등을 켰다. 강한서는 침대 옆에 넘어져 있었다.다행히도 많이 다친 것 같지는 않았다."빨리 앉아."유현진이 다급하게 말했다.강한서가 바닥을 짚고 일어서려는 순간 선체는 또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강한서는 침대 다리를 더 힘주어 잡았다.선체는 끊임없이 흔들렸다. 유현진은 안전 시트에서도 멀미가 났다. 강한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몇 미터 안 되는 거리였지만 강한서는 몸을
......강한서는 유현진의 모습에 화가 나기도 우습기도 해서 한참 뒤에야 답했다. "한마디도 지는 법이 없지. 이 상황에 왜 왔냐고? 내가 안 오면 당신 이리저리 부딪혀서 바보라도 되면 어떡하려고. 나 바보랑 살기 싫어.강한서는 무슨 생각이라도 난 듯 계속 말했다. "뭐 부딪히기 전에도 이미 바보였지만. 정상적인 사람이었다면 안전 시트에 가만히 앉아있었겠지."유현진은 기가 막혔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증조할아버지 걱정돼서 나가려고 한 것뿐이야. 이렇게 흔들릴 줄 내가 알았겠어?""네 걱정이나 해. 증조할아버지는 제일 빠른 시간에 구명조끼를 입고 안전 시트에 앉아계시더라.""당신이 어떻게 알아?"강한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나 거기서 오는 길이야."유현진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증조할아버지한테 갔었던 거야?"유현진의 반응에 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럼 나 어디가?"유현진은 입을 삐죽였다. '송민영한테 간 거 아니었어?'여기까지 생각한 유현진은 강한서를 힐끗 바라보며 물었다. "비도 많이 오는데 송민영 씨는 어때?"강한서는 의아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너처럼 바보는 아니겠지."…...'송민영한테 간 거 아니었네.'유현진은 점점 궁금해졌다. 강한서는 대체 송민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유현진은 도저히 알 수 없었다.'물에 빠졌으니 저번 자선 파티에서보다 더 많이 다쳤을 텐데… 저번에는 바로 송민영을 안고 나가더니 왜 오늘은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거지?더군다나 편애받는 사람은 더 제멋대로 행동할 텐데, 왜 강한서를 쳐다보는 송민영의 눈빛에서 두려움이 느껴지는 걸까?난 강한서를 막 대하는데 말이야.'이때 강한서의 휴대폰이 울렸다.강한서는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 저편에서 한성우의 목소리가 바람 소리와 함께 들려왔다. "한서야, 두 사람 괜찮은 거지?""괜찮아, 넌 어때?""나 괜찮아. 나 강운이랑 같이 있어. 강운이가 구명조끼 가져왔어. 구명조끼 안 부족해? 강
"나 부동산 계약서 본 적 있어. 당신 그 집 77억에 샀던데 지금은 아마 시세가 올라서 120억은 됐을 거야. 인테리어랑 두루두루 해서 6억은 들었을 거 아니야? 그럼 이렇게 하자. 집 명의 나한테 넘겨주고 위자료 2,000억에서 140억은 빼고 줘. 부부로 지낸 정도 있고 하니 나 너무 독하게는 안 할게."강한서는 기가 막혔다.나쁜 년, 매번 이런 식으로 나한테 서프라이즈를 준단 말이야.이혼도 안 했는데 벌써 나 내쫓을 궁리나 하고!140억이라니. 뻔뻔스럽기는!'강한서는 확실히 77억에 집을 구매했지만 때는 8년 전의 가격이다.지역 개발이 잘 되다 보니 가격도 미친 듯이 올라 지금의 시세로는 250억도 훨씬 넘었는데 유현진은 가격을 절반이나 잘라먹고는 착한 척 행동했다.'이 여자 계산 잘하네.'유현진은 확실히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때렸다. 한 방면으로는 그 집에 적응되기도 했고 집 구조도 마음에 들었다. 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린 뒤에 유현진은 자기의 취향대로 리모델링을 했었다.강한서는 업무가 바쁘기도 했고 귀찮기도 해서 유현진이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 두었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게 그녀의 취향대로 바뀌었다.유현진은 다른 집을 알아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구조가 마음에 들지 않는가 하면 햇빛이 잘 들어오지 않았다. 간혹 구조도 좋고 햇빛도 잘 들어오는 집이 있긴 했지만, 위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아무리 보아도 지금의 집처럼 편한 곳이 없었다. 그리고 남산 병원과도 20분 거리에 있었다. 이것은 그녀가 이 집을 고집하는 두 번째 원인이다.이 집의 1층에는 햇빛이 잘 들어오는 안방이 있고 2층에는 헬스 방도 있어서 노인이 살기에는 최고의 환경이다. 혹시라도 하현주가 회복되면 유현진은 헬스 방을 재활 방으로 개조해 하현주의 재활을 도울 수도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더군다나 강한서의 명의로 된 부동산은 수두룩하니 하나 적어져도 그만이다. 그래서 유현진은 요즘 이 말을 꺼낼 기회를 찾고 있었다.강한서가 아무 대답이 없자 유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