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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물론, 유상수를 욕하는 말이었다. 유현진은 오히려 자기의 증조할아버지가 아직도 너무 정정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유상수는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한서가 현진이한테 얼마나 잘하는데요. 현진이가 복 받은 거죠. 그게 어떻게 구렁텅이에요?"

어르신은 콧방귀를 뀌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강한서가 어려운 걸음을 했으니, 유상수는 기어코 강한서에게 식사하고 가라고 권했다.

두 사람은 워낙 어르신을 모시고 바로 출발하려 했지만, 유상수의 만류에 식사하고 얘기도 나누다가 오후 네 시가 되어서야 어르신을 모시고 집으로 향했다.

"편히 누우실래요?" 유현진이 어르신에게 물었다.

하지만 어르신은 기어코 앉아서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누우면 창밖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말이다.

유현진은 우습기도 했지만 자기 증조할아버지의 뜻이니 그 뜻에 따랐다.

어르신은 평생 고향에서 지내시다가 처음으로 한주시에 왔다. 한평생 가장 멀리 온 곳이다.

민경하는 운전을 천천히 했다. 움푹하게 파인 두 눈으로 뚫어져라 창밖의 경치를 감상했다. 한주시의 번화한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한참 홀린 듯 경치를 감상하던 어르신은 감탄하며 말했다. "우리나라도 높은 건물이 많이 들어선 거로 보아 많이 발전했구나."

유현진은 그 말에 마음이 짠해 났다. 그녀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증조할아버지만 좋으시다면 오래 계셔도 좋아요."

어르신은 웃으며 장난식으로 받아쳤다. "이 나이에 이런 복도 들어오다니."

말을 끝낸 어르신은 손을 가슴에 넣고 이리저리 더듬다가 페레로 초콜릿을 꺼내 유현진에게 건네주며 아이처럼 천진한 말투로 말했다. "이거 현아 방에서 가지고 나온 거야. 현아가 이거 그렇게 맛있다고 하던데. 나는 이가 다 빠져서 못 먹어. 네가 나 대신 맛 좀 보렴."

유현진은 멈칫했다.

사실 유현아는 증조할아버지에게 큰 인상이 없었다. 어렸을 때 고향에 내려간 적이 별로 없거니와 가더라도 얼마 못 있고 집에 돌아왔으니, 그녀는 그저 증조할아버지가 옷 주머니에서 사탕 봉지를 꺼내 그녀에게 주었던 기억만 희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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