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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작가: 조십일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04-29 18:00:00
둘째 작은어머니가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그, 그게 아니라."

강한서의 시선은 둘째 작은어머니를 향했다. "그럼 무슨 뜻이죠? 확실하게 얘기해 주세요. 우리 집사람 어린 나이에 나한테 시집와서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식사 준비도 하고 내가 집일에 신경 쓰지 않고 회사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내조해 주고 있어요. 그런데 왜 웃음거리가 됐죠?"

유현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강한서는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도리어 옆에 있던 유현진의 얼굴이 빨개졌다.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 하루 종일 늦잠.

식사 준비 = 먹을 수 없는 요리.

내조 = 강한서의 카드로 쇼핑.

강한서 처에서 보면 내가 이혼을 얘기하는 게 그렇긴 하네.'

둘째 작은어머니는 얼굴이 뻘게져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넷째 작은어머니는 입꼬리를 올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잘난 척하더니. 쌤통이네!'

결국 유상수가 중재에 나섰다. "나이가 얼만데 말을 함부로 해, 애들 웃겠어!"

둘째 작은어머니는 그제야 표정 관리를 했다.

이내 유현아가 어르신을 부축해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어르신은 연세가 근 아흔이지만 나이에 비해 몸이 튼튼했다. 그저 허리가 구부정하고 얼굴에 주름이 많을 뿐이지 옷도 새 옷이라 깔끔하고 멀쩡해 보였다.

어르신은 모두를 한번 둘러보다가 강한서에게서 시선이 멈추더니 아래 우로 훑어보았다.

유상수가 어르신을 부축하려고 하자 어르신은 손을 저으며 거절했다.

유상수는 강한서를 소개했다. "할아버지, 이쪽은 내 사위 강한서에요. 전에 사진 보여드렸던 적이 있어요."

유상수는 평소보다 목소리를 크게 말했다. 어르신은 청력이 좋지 않아 목소리가 낮으면 잘 듣지 못한다.

"나이는?"

어르신이 물었다.

강한서가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 "서른이에요."

어르신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서른에 장가를 가? 어디 문제라도 있는 거야?"

강한서는 어이가 없었다.

어르신의 말에 모두 손에 땀을 쥐었다.

유현진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겨우 참았다. 하지만 강한서는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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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가람은 생각했다. ‘오빠는 그날 히비스커스 호텔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아직 나를 어떻게 마주하면 좋을지 모르겠는 거야. 게다가 내가 오빠 외숙모 때문에 다치기까지 했으니 분명 엄청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을 거야. 그러니 이렇게 간단한 문자에도 오래 고민하는 거겠지.’강한서가 대화창을 보며 물었다. “뭐라고 답장한 거야?”한현진이 불퉁한 말투로 말했다. “이래도 안 돼, 저래도 안 되라고 하니까 어쩌겠어. 어떻게 답장하면 좋을지 모르겠으니까 모르겠다고 했지.”한현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송가람에게서 답장이 왔다. [한서 오빠, 사실 그날 호텔에서 있었던 일은 저희 엄마가 너무 하셨어요. 오빠가 그렇게 대답한 것도 어쩔 수 없어서 그랬다는 거 알아요. 저 오빠 원망 안 해요.]눈을 마주친 강한서와 한현진 두 사람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이쪽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상대방이 알아서 넘어왔다. 두 사람이 이렇게 열띤 토론을 펼칠 이유가 전혀 없었다. 한현진이 문자를 보냈다. [몸은 어때. 삼촌 일은, 내가 미안해.]송가람은 다시 한 번 그동안 강한서가 연락하지 않은 이유를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가 얼른 답장을 보냈다. [전 괜찮아요, 오빠. 네가 멋대로 결정했다고 오빠가 널 미워하지만 않는다면요.]한현진: [치료 잘 받아.]송가람이 얌전함을 표현하는 이모티콘을 전송했다. [오빠, 생일 파티할 거예요?]한현진: [아니. 그럴 기분이 아니라서.]그 말에 송가람의 얼굴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느 사실 강한서가 조금 보고 싶었다. 고백 멘트를 작성하던 송가람은 서해금의 충고를 떠올리고 문자를 삭제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 한현진을 회사에서 쫓아낼 때까지만.’송가람이 여전히 문자를 작성하고 있던 그 시점에 상대방에게서 문자가 도착했다. [현진 씨에게 들으니까 요즘 회사에서 대회 준비가 한창이라던데. 요즘 바빠?]송가람: [네. 조향 대회가 있어서요. 지금 한창 참가자 신청을 받고 있어요.]한현진: [네가 대회에서 좋은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44화

    한현진이 귀를 쫑긋 세웠다.“누구야?”강한서가 휴대폰을 한현진에게 건넸다. “내 불륜녀.”그 말 한 마디에 수화기 너머의 한성우는 머리가 어지러웠다. “네 뭐라고?”강한서를 힐끔 쳐다본 한현진은 강한서의 손에서 휴대폰을 건네받았다. 강한서는 한현진이 보내는 칭찬의 눈빛을 알아보고는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성우는 호기심에 겨워 잔뜩 흥분한 채 난리를 부리고 있었다. “두 사람 대체 뭐하는 거야? 네 불륜녀를 감히 조강지처 앞에서 이렇게 당당하게 밝힌다고?”두 사람은 한성우를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한현진은 사랑의 라이벌을 한 번 떠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송가람의 질문에 대답하지는 않고 오히려 반문했다. [가람아, 다친 건 어때? 아직도 아파?]강한서의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이건 너무 하잖아. 내가 언제 이렇게 오글거리는 말을 한다고 그래?”한현진이 생각해도 이건 너무 강한서 답지 않은 문자였다. 그녀는 [아직도 아파?]라는 문자를 삭제했다. 하지만 강한서는 여전히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이렇게 자상하게 얘기하지마. 지난 번에 홍혜림 씨를 만났을 때도 다신 연락하지 않겠다고 얘기했어. 하지만 네가 이렇게 답장을 보내면 나중에 만났을 때 내가 더는 선을 긋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들이대면 나더러 어떡하라고.”강한서의 말에 한현진은 [다친 건 어때?]라는 글을 지우고 문자를 다시 작성했다. [계획 없어. 좋은 제안이라도 있어?]강한서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생일에 뭐할까 고민한 건 가까운 사이에서만 가능한 거야. 네가 이렇게 물어보면 걔가 뭐라고 생각하겠어?”한현진이 눈썹을 씰룩였다. “조용히 해. 애초부터 네 불륜녀에게는 내가 답장할 거라고 얘기했잖아. 네가 뭔데 나서?”강한서가 말했다. “내가 답장은 네가 하라고 얘기한 건 맞지만 이렇게 하는 건 아니지. 현실 반영은 해야 하잖아.”한성우는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형수님, 불륜녀라뇨. 강한서에게 언제부터 불륜녀가 있었어요. 남자예요, 여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43화

    여러 루트를 통해 송가람은 드디어 시계 관련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지금은 재고가 없어 7일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오늘 마침 빈해시의 한 고객이 시계를 반품했고 송가람이 동의한다면 먼저 그 시계를 가질 수 있다고 했다. 빈해시는 한주와 그리 멀지 않았다. 오늘 저녁이면 시계를 받을 수 있었다. 전화를 받은 매니저가 말했다. “고객님은 오늘 두 번째로 이 시계에 관해 물어보신 분이세요. 점장님 친구 분이라고 하셔서 먼저 연락드렸어요. 만약 구매 의향이 있으시다면 지금 바로 보내드릴게요.”송가람이 물었다. “저 말고 또 누가 물어본 거죠?”“죄송해요, 고객님. 그건 고객님 개인 정보라 말씀 드릴 수가 없어요.”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한현진이 분명했다. 송가람은 괜히 어깨가 으쓱해졌다. 결국은 자신이 한현진보다 먼저 시계를 구해내고야 말았다. 송가람이 태연한 말투로 말했다. “지금 준비해줘요. 물건은 바로 저에게 보내주시고요.”“알겠어요. 돈을 입금해주시면 저희가 영수증과 함께 시계를 포장해 최대한 빨리 보내드릴게요.”송가람은 자신이 가진 절반 이상의 돈을 신미정에게 사기 당했다. 이 시계까지 사고 나면 송가람은 거의 전 재산을 탕진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한현진에게 골탕을 먹이는 것은 물론 강한서의 마음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니 송가람은 큰마음을 먹고 계좌 이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송가람이 입금을 하자마자 한성우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세상에, 대박. 팔렸어요. 형수님, 저희 회사에서 영업을 하시는 게 어때요? 한 달 매출의 절반을 원하신대도 괜찮아요.”한현진이 말했다.“꿈 깨요. 이렇게 쉽게 속는 바보가 그렇게 많을 줄 알아요?”그 시계는 신우의 사촌 동생의 것이었다. 사긴 했지만 하고 다닌 적은 없었고 집에 한 달 째 고이 모셔두고 있다가 갑자기 실증이 나 환불한 것이다. 이런 명품 시계는 애초부터 재고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구매한 지 한 달이 되어서야 환불을 하려니 쉽지 않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42화

    송가람은 조금 멍해졌다. 서해금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한서와의 만남을 강력하게 반대했다. 그 때문에 모녀가 몇 번을 싸웠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 서해금이 갑자기 뜻을 굽히니 송가람은 심지어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은 아닌지 의아하기까지 했다. 그녀는 한참만에야 정신을 차리고 환한 얼굴로 말했다. “엄마, 정말 반대 안 할 거야?”서해금이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내가 아무리 반대해도 무슨 소용 있어? 내가 반대한다고 네가 내 말을 들은 적이나 있어? 넌 엄마를 원수 취급하려고 했잖아.”“엄마, 정말 날 속이려고 하는 말 아니지?”송가람이 몇 번이고 서해금의 마음을 확인했다. 서해금이 한숨을 내쉬었다. “세상에 자식 이기는 부모가 어디 있어? 지금 네 꼴을 봐봐. 강한서를 위해 얼마나 비참한 모습을 하고도 돌아서려 하지 않는지. 이런 널 보고 내가 뭘 어떡할 수 있겠어?”송가람이 와락 서해금을 끌어안았다. 날아갈 듯이 기쁜 마음이 도무지 감춰지지 않았다. “엄마, 전엔 다 내가 잘못했어. 난 그냥 한서 오빠가 너무 좋아서 그랬어. 엄마, 걱정하지 마. 내가 한서 오빠를 좋아하는 걸 반대하지만 않으면 앞으로 뭐든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할게.”서해금이 가볍게 송가람의 등을 쓸었다. 그녀의 눈빛이 밝게 빛났다. “벌써 좋아하지 마. 내가 말한 조건 잊지 마. 엄마는 깔린느에 반 평생을 쏟아부었어. 깔린느는 엄마가 너에게 남겨주는 거야. 그러니까 네가 깔린느를 지킬 능력이 있다는 걸 보여줘. 네에게 그런 능력이 있어야 앞으로 네 결혼 생활이 어떻든, 깔린느가 네 손에 있는 이상 아무도 널 함부로 대할 수 없어.”“알겠어, 엄마. 엄마가 날 위해서 그러는 거 알아. 엄마를 실망시키지 않을게.”전엔 아무리 말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더니 강한서를 미끼로 사용하니 이제야 조금 말귀를 알아듣는 것 같았다. 서해금이 답답한 마음을 꾹 누르며 나지막이 말했다.“세은이가 회사에 입사할 때, 한현진이 어떤 약속을 했었는지 기억해?”송가람은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41화

    스쳐지나면 바로 잊어버릴 만큼 그저 평범하기 그지없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 평범한 미모에 파묻힌 두 눈은 은서하의 등골을 서늘하게 했다.저도 모르게 뒤로 한걸음 물러선 은서하는 실수로 바닥에 놓인 화분을 건드렸다. 꽃병이 흔들리는 소리에 은서하가 번뜩 정신을 차렸다. 한현진 역시 그 소리를 듣고 무의식적으로 은서하를 쳐다보았다. 은서가 얼른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죄송해요, 대표님.”은서하의 목소리가 작게 떨렸다. 하지만 그리 티가 나는 떨림은 아니라 한현진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괜찮아요.”한현진이 사인을 마친 서류철을 은서하에게 건넸다. “결재 다 했어요. 가봐요.”한현진이 건넨 서류철을 받아 꼭 끌어안은 은서하가 가볍게 허리를 숙여 한현진에게 인사를 하고는 몸을 돌려 사무실을 나섰다. 은서하는 사무실 문을 닫으며 다시 한 번 주혁을 쳐다보았다. 그 시선을 느낀 듯, 상대방 역시 사무실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은서하는 얼른 시선을 피하며 문을 닫았다. 서류철을 끌어안은 은서하의 머릿속은 백짓장이 되었다. 그녀는 멍한 눈으로 서류철을 쥔 손에 꽉 힘을 실었다. 결재 서류에 크고 작은 구겨진 자국이 났다. 흐리멍덩한 정신으로 걷던 은서하는 누군가와 부딪혔다. 품 안의 서류가 툭 날리며 바닥 여기저기에 엉망으로 흩어졌다. 은서하가 부딪힌 건 그녀와 친분이 있는 사람이었다. 꽤 가까운 사이였던 그 사람은 허리를 숙여 은서하를 도와 서류를 주으며 핀잔을 줬다. “넌 키가 작아서 내 얼굴에 부딪히지 않아서 다행이야. 아니면 내가 얼마 전에 고친 코가 너 때문에 부러질 뻔 했잖아.”은서하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코를 고쳐? 너 성형했어?”“기억력이 너무 형편없는 거 아냐? 성형한지 이제 6개월도 지났어. 이번엔 다시 손 좀 본 거야.”상대방은 말하며 은서하의 이마를 톡 쳤다. “너도 얼른 그 복코 수술 좀 해. 네 얼굴은 코 때문에 다 망쳤어. 날 수술해준 의사 선생님이 기술이 꽤 좋아. 할 생각 있으면 얘기해. 소개해줄게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40화

    은서하는 부끄러운 듯 두 손을 움켜쥐고 웅얼거리며 말을 이었다. “이건 대표님께서 전에 이 팀장님을 통해 주신 외할머니 병원비예요. 2000만 원. 카드 비밀 번호는 000000이예요.”한현진은 카드를 받는 대신 펜을 내려놓으며 은서하에게 물었다. “돈은 어디서 났어요?”은서하는 말이 없었다. 한현진이 태연하게 말했다. “합법적인 루트로 얻은 돈이 아니라면, 제가 이 돈을 받는다고 해도 결국 다시 돌려주어야 할 거예요.”은서하가 다급하게 말했다. “불법적인 돈이 아녜요. 저 회사 사내 대출을 받았어요.”깔린느에는 직원 복지를 위한 사내 대출이 있었다. 대출 이자는 3년에 3% 정도로 낮은 편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이자가 낮다고 해도 결국은 갚아야 하는 빚이었다. 은서하는 안 그래도 경제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대출 이자는 그녀에겐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한현진이 손가락으로 책상 위의 마우스를 살며시 쓸더니 갑자기 말했다. “혹시 제가 이 일을 계기로 서하 씨를 제 사람으로 끌어들일까 걱정인 거예요? 서하 씨에게 은혜를 베풀었다는 것을 빌미로 곤란한 일이라도 시킬까 봐?”한현진의 말에 은서하는 그만 멍해졌다. 그녀는 한현진이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은 몰랐다. 은서하는 입술을 짓이기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묵인이었다. 한현진이 입사한지도 시간이 꽤 지났다. 사람들은 이젠 한현진이 회사에 들어온 목적을 어느 정도는 눈치 챌 수 있었다. 다만 서해금이 깔린느에 너무 오랫동안 몸담고 있었던 터라 깔린느의 핵심부서에는 전부 서해금의 사람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런 서해금에게서 실권을 빼앗으려는 한현진을 좋게 보는 사람은 없었다. 설사 서해금의 편에 서지는 않더라도 그녀의 눈 밖에 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물론 은서하도 그들과 같은 생각이었다. 그녀는 그 어떤 진영에도 서고 싶지 않았다. 은서하는 그저 조용히 출근하고 월급을 받아 외할머니의 병을 치료할 수 있다면 충분했다. 은서하의 침묵의 의미를 알아차린 한현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39화

    강한서의 말에 죄책감이 든 한현진이 말했다. [널 탓하는 게 아니야. 그냥 물어본 거야.]강한서: [물어보는 네 말투가 나에겐 너무 상처였어. 지금 그 문자를 봐도 마음이 아픈 것 같아.]한현진: [...]강한서는 지식만 빨리 습득하는게 아니었다. 그의 비꼬기 기술도 무서운 속도로 발전했다. 하지만 강한서는 자신의 상대가 누군지 잊은 모양이었다. 한현진이 미안함이 가득 담긴 말투로 문자를 작성했다. [그럼 어떡해? 이젠 메시지를 삭제해도 소용없는데. 아니면 네가 아예 날 삭제할래? 그럼 내가 보낸 문자도 볼 수 없고, 그렇게 괴로워할 필요가 없잖아.]강한서는 한참 동안 답장이 없었다. 아마 한현진의 제안에 충격을 받은 듯 했다. 한현진: [삭제했어?]강한서: [...]한현진: [오빠, 얼른 삭제해. 난 오빠가 슬픈 건 싫어.]한현진은 차례로 문자를 잔뜩 전송했다. 결국 한현진의 등살에 못 이긴 강한서가 체념하며 답장했다. [여보, 내가 잘못했어.]한현진이 배배 꼬인 말투로 말했다. [오빠는 그저 자랑이 하고 싶었을 뿐인데, 오빠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어? 잘못한 건 나야. 이렇게 사소한 일로 시시콜콜 따지기나 하고.]말이 없던 강한서는 잠시 후 한현진에게 가방 사진을 잔뜩 보냈다. [자기야, 하나 골라.]한현진은 버럭 화를 내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오빠, 이게 무슨 뜻이야? 지금 내가 가방 때문에 이러는 것 같아?]강한서: [다 사.]한현진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됐어. 농담이야. 사긴 뭘 사. 회사 조직개편에 성공하면 네 수입도 지금처럼 높지는 않을 거야. 우리 아이도 키워야 하는데 아껴야지. 돈 함부로 쓰지마.]강한서에게 한성 그룹이 유일한 수입원은 아니었다. 앞으로 한성 그룹의 수입이 줄어들더라도 그는 여전히 적지 않은 돈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강한서는 이 가족을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는 한현진의 모습이 귀엽기만 했다. [애들은 애들이고, 넌 너야. 아직 우리 와이프를 희생시켜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38화

    한성 그룹의 신제품 발표회는 전례 없는 성공을 걷었다. 신제품은 전부 품절되었고 루나의 테스트 영상은 밤새 조회수 1억을 넘겼다. 강한서도 신제품 발표회 후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짧디 짧은 3일 사이, 강한서의 페이스북 팔로워는 2000만 명을 넘기고 있었다. 그의 댓글창에는 벌써 골수팬도 잔뜩 찾아볼 수 있었다. 슬쩍 훑어보기만 해도 [오빠]라며 부르짖는 댓글이 가득이었다. 남녀를 불문하고 말이다. 예약 판매를 앞당기라는 요청과 페이스북의 업로드를 바라는 요청이 난무했다. 시간이 지나도 강한서가 페이스북에 피드를 올리지 않자 네티즌들은 그의 지난 피드를 캐기 시작했다. 그러다 결국 [결혼한 다이아몬드 수저 남편의 일상]이라는 계정을 발견했다. 오래 전부터 [결혼한 다이아몬드 수저 남편의 일상] 계정을 팔로워했고 요즘은 또 강한서에게 빠진 팬들은 순간 두 사람의 말투, 문장부호 사용 습관이 똑같다는 것을 발견했다. 심지어 두 계정이 동일한 휴대폰 기종을 사용하고 있고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피드를 올린 적이 있다는 것까지 전부 알아냈다. ‘이건 강한서 부계정이잖아!’비록 [결혼한 다이아몬드 수저 남편의 일상]은 친구만 볼 수 있게 설정이 되어 지금은 아무 것도 확인할 수 없었지만 오래된 팬들이 남긴 애정행각 캡쳐본은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천재는 아내 자랑도 남다르게 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행을 떠난 아내가 오랫동안 집을 비우자 강한서는 아내가 보고 싶었지만 그는 보고 싶다는 말 대신 이런 글을 남겼다. [꽃에 물을 준지 7일 째. 이미 한계야. 내일도 안 돌아오면, 시들든 말든 다신 상관 안 해. 난 말한대로 할 거야.]10일이 지나도 한현진이 돌아오지 않자 강한서는 말했다. [꽃은 죄가 없잖아. 죄가 있다면 기른다면서 물도 제대로 주지 않는 사람이겠지.]12일 째: [나한테 사진을 보냈어. 보고 싶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난 그저 저 꽃들에게 신경을 끄고 싶을 뿐이야.]18일 째: [돌아왔어. 물을 너무 많이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37화

    한현진의 말에 강한서가 조용해졌다. 그녀는 손을 뻗어 강한서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눈물이 손바닥을 가득 적셨다. 발표회가 무사히 마무리된 그날 밤, 가여운 두 영혼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 안방 밖에 쭈그리고 앉아있던 강민서는 결국 그 방문을 열 용기를 내지 못했다. 강민서의 휴대폰은 끊임없이 진동이 울렸다. 신미정이 쉴새없이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민서야, 오빠에게 얘기했어?][엄마는 네 삼촌에게 속은 거야. 누가 더 중요한지 엄마가 모르겠니? 엄만 그저 외할아버지가 남긴 회사가 이렇게 무너지는 게 안타까워서 그럴 뿐이야.][엄만 한서와 모자의 인연을 끊을 생각이 없었다. 한서는 내 아들이야. 내가 설마 걔를 버리겠니? 한현진이 날 속여서 그 각서를 쓰게 한 거야. 난 그 각서는 법적 효력이 없다는 걸 알고 사인한 건데 그 X가 이런 식으로 날 X 먹일 줄 어떻게 알았겠니.][민서야, 인터넷에 떠도는 헛소리는 보지도 마. 한서도 내 아들이야. 내가 어떻게 한서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다만 한서는 너무 오랫동안 네 할머니 곁에서 자랐잖니. 할머니는 날 좋아하지 않으시고. 그러니 나도 네 오빠가 날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서 가끔은 한서를 멀리했던 거야. 하지만 한서도 내 배 아파 낳은 내 자식이야. 한서가 힘들면 당연히 엄마도 더 힘들지.]강민서가 입술을 짓이겼다. 바닥에서 몸을 일으킨 강민서는 아래층으로 내려가며 신미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마 줄곧 휴대폰만 쳐다보고 있었던 듯, 신미정은 연결음이 들리자마자 전화를 받았다. “민서야, 우리 딸. 엄마가 부탁한 건 어떻게 됐어? 오빠한테 전부 얘기했어?”강민서가 갑자기 물었다. “엄마, 다음 주 수요일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신미정은 순간 강민서의 질문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었다. “얘는, 갑자기 왜 그런 걸 묻고 그래. 엄마는 이제 나이도 많은데 그런 걸 어떻게 기억하겠니. 힌트라도 줘.”강민서가 말했다. “다음 주 수요일은 오빠 생일이잖아요, 엄마. 다른 댁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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