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소속사를 찾으려면 저의 회사를 우선순위에 둬요.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기만 하면 소속사 간판 배우는 물론이고, 저를 회사에서 퇴출시키고 스스로 사장님 해도 돼요."이 말에 유현진이 웃음면서 농담을 던졌다."그럼 조금 더 고민해 봐야 되겠네요. 그래야 거액의 계약금으로 저를 계약할 거 아니에요?"유현진이 명확하게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한성우는 급하지 않았다. 국내에 섬블 컴퍼니와 경쟁할 만한 회사도 많지 않거니와 강한서와의 관계를 봐서라도 유현진과 계약을 맺을 자신이 있었다.두 사람이 한창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전화 벨소리가 울렸다.신우의 전화였다. 이미 음식점에 도착했으니 빨리 오라는 내용이었다.그렇게 대화는 끊겼다.신우는 한세 한식당의 룸을 예약하였다. 한세는 한주시에서 가장 유명한 한식당으로서 음식 맛이든 환경이든 모든 최상위다.전국 각지에서 한세 한식당 한번 들르려고 한주시에 오는 경우도 많다. 이를 봐도 한세의 인기는 충분히 알 수 있다.음식점 매니저의 안내 하에 룸에 도착하자 유현진이 문을 열었다. 그러자 뜻밖에도 신우 부부 외에 송민준도 자리에 있었다.송민준 옆에는 여자분 한 명이 앉아있었는데, 유현진과 나이가 비슷해 보였다. 유럽 스타일의 메이컵에 히멧컷을 하고, 태닝을 하여 건강한 갈색 피부빛이었다. 예쁜 얼굴이었다. 그들이 룸에 들어설 때 그 여자분은 고개를 돌려 송민준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유현진이 눈앞의 여자분이 궁금하다 싶을 때 한성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름아, 언제 돌아왔어?"아름?엄청 귀에 익은데?그 여자분이 대답했다."며칠 전에요. 오늘 친구랑 약속이 있었는데, 마침 민준 오빠를 만나서 친구와의 약속을 취소하고 같이 왔어요."여자분은 유현진을 쳐다보다가 강한서와 인사를 나눴다."한서 오빠, 오랜만이에요."일부러 유현진을 물어보지 않았다.한성우가 입을 열기 전에 강한서가 한 발짝 내디디면서 소개했다."내 와이프야. 이름은 유현진."그리고는 작은 소리로 유현진한테 말했다.
하지만 고여정은 화를 내지 않았다. 그저 무덤덤한 표정으로 주아람을 한번 훑어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피부 아래 3인치면 모두 백골이에요. 그러니 죽은 사람이나 산 사람이나 거기서 거기죠."주아름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고여정을 흘끔 쳐다봤다.주씨 집안 젊은 세대에서 주아름이 가장 교만하고 예의가 없다. 말을 할 때 타인의 기분 따윈 관심이 없다.이때 한성우가 주아름이 또 뭔 말실수를 하여 사람들의 기분을 잡치게 할까봐 화제를 돌렸다."여정 씨, 물증과 아니었어요? 물증과에서 시체도 접하나요?"고여정이 답했다."필요하면 접하게 돼요. 하지만 통상 법의가 하죠. 그런데 바쁠 때에는 우리도 가서 부검을 도와요.""부검이요?"한성우의 입술이 떨렸다. "그러고 나면 식사를 할 수 있어요?""왜 못 먹어요? 그건 그저 일인데."그때 한성우가 고개를 돌려 신우한테 물었다."여정 씨가 시체를 만지던 손으로 너한테 반찬을 집어주면 속으로 넘어가?"그러자 한순간에 모든 사람의 시선이 신우에게 쏠렸다. 심지어 고여정도 신우를 바라보면서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유현진은 고여정의 직업이 엄청 멋있어 보였다. 하지만 부자들의 모임에서는 확실히 이색적인 직업이긴 하다. 매일이다시피 죽은 사람과 접촉하는 것은 비즈니스에 그렇게 좋은 건 아니었다.신우가 눈꺼풀을 올리더니 주변을 스윽 훑으면서 느릿하게 말했다."셰프가 엉덩이 만지던 손으로 만든 음식을 너도 잘 먹잖아."한성우......한성우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야, 누가 화장실 갔다가 손을 안 씻어?""그런 이치를 아는 놈이 그런 물음은 해?"신우가 갑자기 손을 고여정의 손등에 올려 놓더니 토다토닥 두드리면서 말했다."죽은 사람은 말할 수가 없는데, 이 사람은 시체랑 대화할 수 있어."그 말을 하고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신우는 웃으면서 고개를 돌려 고여정을 보면서 말했다."어느날 갑자기 내가 죽으면, 나를 위해 부검해 줄 수 있어? 엄청 로맨틱할 거 같은데."사람들......신우의
일반인이 감기에 걸리면 며칠이면 났는다. 하지만 신우는 입원 치료를 해야할 정도로 심각해진다. 고여정이 유별나게 과도한 반응을 하는 것이 아니다.그러나 다행히도 신우는 기침을 몇 번 하더니 멈췄다. 그러자 고여정이 물었다."여보 약은?""차에 있어.""내가 가서 가져올게. 우선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 있어."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고여정이 룸을 나서자 송민준이 입을 열었다."여정 씨가 널 그렇게 관심하고 있는데, 왜 갑자기 기침하면서 놀래고 그래?"신우가 낮은 소리로 웃더니 눈빛이 더없이 부드러워졌다."내가 아프면 여저이가 화났던 걸 바로 까먹거든."이때 한성우가 혀를 끌끌 찼다."잔꾀!"그리고는 강한서를 보고 눈을 껌뻑거리더니 한마디 했다."봤지? 배워!"강한서는 그를 거들떠 보지도 않고 고개를 돌려 신우한테 물었다."지난번에 나한테 선물로 준 와인 아직도 있어?"이 말에 신우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옆에 있던 한성우가 물었다."너 술 안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작년에도 신우가 준 걸 싫다면서 내 차에 던지더니 웬일이야?"강한서는 유현진을 흘끔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와이프가 좋아해. 혼자서 한 병 거의 다 마셔."이 말에 유현진은 입에 물었는 물을 하마터면 뿜을 뻔했다.강한서가 말한 그 와인은 강한서가 퇴원하는 날, 유현진이 강한서를 목욕해주기 전에 딴 그 와인이다.그가 와인을 좋아하는 건 사실이지만 강한서가 하필이면 그 와인을 언급하는 건 왠지 자신을 놀리는 것만 같았다."신우야, 많으면 나도 몇 병 줘."신우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친구가 하는 농장에서 직접 담근 건데, 올해에 있는지는 모르겠어. 나중에 내가 물어볼게.""그렇게 맛이 좋아? 나도 갑자기 궁금해지네. 친구가 운영하는 와이너리는 어디에 있어?"송민준이 물었다."와이너리까지는 아니고, 포도원인데, 관광원처럼 만들어놨어. 와인은 친구가 그저 취미 삼아 담그는 거고. 관심 있으면 다음에 갈 때 부를게."송민준이 답을 하기도 전에 주
주아름의 얼굴이 굳어졌다.신우는 전혀 주아름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다.한성우는 신우를 흘끔 쳐다봤다. 오늘 신우의 모습은 뜻밖이었다.그의 인상속에 신우는 엄청 신사다운 사나이었다. 알고 지낸 지 오래 되었지만, 남한테 직접적으로 싫은 소리를 하는 모습은 처음 본다.신우는 주아름과도 꽤 친한 사이이다. 설마 방금 전에 고여정에 대한 주아름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런 걸까?분위기가 갑자기 썰렁해지자 송민준이 웃으면서 침묵을 깼다."사실 오랜 시간 외국 생할을 하면서도 프랑스의 와이너리는 가본 적이 없어. 기회가 된다면 나도 가보고 싶어."주아름의 굳었던 표정이 비로소 조금 풀렸다.그 뒤로는 계속하여 화제를 찾아 송민준과 대화를 나눴다.한창 무료함을 느끼고 있는 유현진의 접시에 갑자기 껍질을 벗긴 새우가 놓여 있었다.유현은 눈앞의 접시를 멍하니 쳐다보다가 수상한 시선으로 강한서를 흘끔 쳐다보았다.이 남자 대체 또 무슨 꿍꿍이야. 설마 독약 뿌린 거 아니지? 유현진의 속마음을 알아챈 강한서는 유현진을 보면서 말했다."한세의 새우 요리가 엄청 맛있어."유현진은 일부러 강한서와 맞짱 떴다."나 새우 껍질 빨아 먹는 거 엄청 좋아하는데, 이렇게 다 벗겨 놓으면 뭔 맛에 먹어?"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강한서는 유현진의 접시에 놓았던 새우를 가져가고, 껍질을 벗기지 않은 새우를 놓으면서 말했다."빨아 먹어."유현진......강한서는 어떤 종류의 강아지일까?송민준은 한참 동안 유현진에게 시선을 고정하더니 갑자기 물었다."현진 씨, 연기 학과 나왔죠?"유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송민준이 웃으면서 말을 이어갔다."오늘 영상을 보면서 현진 씨가 연기하는 모습을 봤는데, 칼을 들고 있는 모습에 깜짝 놀랐어요. 연기가 엄청 훌륭했어요."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칭찬을 받은 유현진은 살짝 쑥스러웠다."주로 짧은 동영상으로 간주하고 촬영한 거라 요구도 그렇게 높지 않아서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어요.""그 남자 목소리는 어떻게 낸 거
한성우가 입술을 떨었다."새치기 없다. 줄 서서 순서를 기다려."이때 송민준이 유현진을 향해 명함을 내밀면서 말했다."저한테 새치기할 기회를 주세요."유현진은 상대방이 농담을 하는 건지, 진지한 건지 알 수가 없었다.그는 명함을 건네받고는 명함 내용을 얼핏 훑어보았다―브랜드 뉴 엔터테인먼트.한성우는 넋놓고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현진 씨, 저 자식 말 듣지 말아요. 악덕 사장으로 따지면 강한서가 2위이고, 송민준이 1위에요. 속이 시커먼 녀석이죠."강한서가 입술을 바르를 떨더니 입을 열었다."입 닥쳐."유현진은 명함을 도로 돌려 주면서 말했다."송 사장님의 초대는 고맙지만, 아직은 연기로 데뷔할 계획이 없어요.""괜찮아요. 우선 명함을 넣어둬요. 언제 생각이 바뀌면 연락 줘요. 물론 일 뿐만 아니라 사적인 일도 좋아요. 제가 현진 씨한테 큰 빚을 졌잖아요."상대방이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유현진은 더이상 명함을 안 받을 명분이 없었다.송민준이 외국에서 돌아온 지 꽤 됐지만 여태껏 한자리에 모인 적이 없었다. 오늘 마침 기회가 되어 술도 몇 병 땄다. 운전해야 할 유현진 외에는 다들 술을 좀 마셨다.송민준이 의도적으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녁 식사 내내 강한서에게 술을 권했다. 주량이 작은 강한서는 몇 잔을 안 마셨는데도 얼굴이 벌겋게 되었다.유현진은 강한서한테 적당히 마시라고 하고 싶었지만,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와서는 차마 입밖으로 나가지 않았다.쓸데없이 걱정하는 오지랖은 언제쯤 고쳐질지?다들 술을 어느 정도 마시자 룸 안에는 술 냄새로 가득찼다. 유현진은 실내가 갑갑하여 화장실 간다는 핑계로 나왔다.테라스가 있는 곳으로 오니 공기가 훨씬 맑은 느낌이었다.유현진은 휴대폰을 꺼내 보았다. 방금 전에 차미주가 캡처 이미지 한 장과 문자를 보냈다. 새로운 계정이 팔로워가 백 만을 돌파한 것이다."백만 돌파한 기념으로 보너스를 주는 건 어때?""인터넷에서는 난리가 났는데, 정작 본인은 하루 종일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았다니."
"법역"의 방송 효과는 엄청났다.스토리의 힘도 있지만 유현진의 연기도 한몫했다.감독도 이에 대해 알고 있으니 출연료를 걸고 유현진과의 지속적인 촬영을 희망했다.유현진은 한참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촬영은 해드릴 수 있어요. 출연료는 안 받는 거로 하죠. 하지만 도와주셔야 할 일이 있어요."고여정이 의아한 말투로 물었다. "제가요?"유현진은 머리를 끄덕이고는 그녀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소곤거렸다. "가능할까요?"고여정은 그녀를 바라보며 한참 생각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가능해요."잔잔한 바람에 꽃향기가 풍겨왔다. 고여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꽃향기가 이상하네요.""다투라에요." 유현진은 베란다의 꽃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오래 맡고 있으면 안 좋아요."'여기 왜 이래, 발코니에 이런 꽃이나 두고. 누가 잘못 다치기라도 하면 어떡하려고.'"꽃을 잘 아시나 봐요. 한번 보고 바로 아시다니.""우리 집에도 있어요. 다투라는 꽃은 이쁘지만요, 독성이 강해요. 그래서 항상 조심해야 해요."유현진은 휴대폰을 꺼내 집에서 키운 다투라의 사진을 보여주었다.고여정은 꽃의 아름다움에 깜짝 놀랐다. "정말 예쁘네요.""마음에 드시면 꽃씨 좀 나눠 드릴게요."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며 걸었다. 복도까지 걸어왔을 때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려왔다."신우 씨, 미쳤어요? 방금 한 말 무슨 뜻이에요?"주아름은 화가 난 듯한 말투지만 애써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신우는 그녀의 손을 밀치며 귀찮은 듯한 표정으로 옷깃을 정돈하며 말했다. "선 넘지 마, 주아름. 나 가정 있는 사람이야."주아름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내 앞에서까지 연기 할 필요 있어요? 나한테 복수하기 위해 부검하는 여자랑 결혼한 거 아니에요? 뭐 이제 진짜 감정이라도 생기셨나? 그 여자 때문에 날 이렇게 버려둘 거예요?"유현진은 깜짝 놀랐다.'이게 무슨 일이야?'유현진은 고여정을 슬쩍 보았다. 고여정의 표정은 담담했지만, 요구르트를 들고 있는 손에는 힘이 꽉 들어갔
송민준은 서류 봉투를 열어 몇 장 읽어보았다.유현진의 배경은 간단했다. 출생부터 입학, 그리고 강한서와의 결혼까지 분명하고 상세하게 적혀져 있었다.어느 병원에서 출생했는지, 어느 학교에 다녔는지, 어렸을 때 어느 병원에서 병 치료를 받았는지, 심지어 6년 전의 사고까지 다 기록돼 있었다.그리고 모든 성장 과정의 사진도 첨부되어 있었다.송민준은 손가락으로 입술을 만지며 눈살을 찌푸렸다.비서가 의아한 듯 물었다. "대표님, 근데 왜 갑자기 유현진을 조사하시는 거예요?"송민준은 서류를 넘기며 담담하게 말했다. "계약하려고 뒤 조사 좀 하는것뿐이야."'계약하는데 왜 어릴 적부터의 정보가 필요한 거지?다른 연예인들도 이렇게 상세하게 캐고 계약한 게 아닌데 말이야.혹시 강 대표님의 사모님이라 더 신중하게 하시는 건가?'송민준은 얇디얇은 서류를 몇 번이고 훑어보다가 머리를 들어 말했다. "유상수와 하현주도 조사해. 상세하면 상세할수록 좋아.""네."갑자기 송민준의 휴대폰이 울렸다.송민준은 상대를 확인하더니 찡그러진 얼굴을 펴고 전화를 받았다."오빠, 왜 아직도 안 와?"송민준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가고 있어. 곧 도착해. 왜, 혼자 있는 게 무서워?""누가 무섭대? 아빠가 오빠 또 술에 떡이 될까 봐 나한테 감시하라고 시키지만 않았어도 전화 안 했을 거야.""내가 술에 떡이 되면 네가 알아서 날 도와주면 되지.""싫거든! 아빠가 그리 쉽게 속히 울 사람이야? 뻥치는 거 들키다가 나도 같이 벌 받아."말을 끝낸 송가람은 기침하기 시작했다.송민준은 표정이 굳어졌다. "왜 기침해? 감기 걸렸어?""아니, 한주시는 너무 건조해서 목이 좀 불편한 것뿐이야.""가습기 켜고 물 많이 마셔. 나 금방 도착해. 먹고 싶은 거 있어?""아주머니가 해준 밥 먹어서 배 안고파. 빨리 와. 아니면 이따 아빠랑 영통할 때 오빠가 안 보이면 난리나.""그래, 곧 도착해."전화를 끊은 송민준은 비서에게 물었다. "해서야, 인공 강수 가능하겠어?"박
강한서는 술버릇이 이랬다.다른 사람들은 술에 취하면 잠을 자거나 주정을 부리거나 하지만 강한서는 술만 마시면 생각이 멈춘 듯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지만 사실 이미 인사불성이었다.강한서의 주량은 친한 친구들만 알고 있는 사실이다. 비즈니스 술자리에서 강한서는 대부분 술을 피하거나 민경하가 대신 마시기도 했다.아니면 이 주량으로 취한 틈을 타서 회사를 팔아먹어도 모를 것이다."누구야?"강한서는 태양혈을 꾹 누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유현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술 먹고 기억상실이라도 걸린 거야?'그녀는 능청스럽게 강한서를 놀려먹기 시작했다. "너 이 자식, 엄마도 못 알아보는 거야?""엄마?""그래~"'어디서 아들놈이 떨어졌네!'유현진은 강한서를 놀려줄 생각에 휴대폰을 꺼내 증거 영상을 찍으려 했지만 시작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강한서가 그녀의 팔목을 잡으며 말했다. "유현진?"'아씨!벌써 깼어?'유현진은 머리를 들어 강한서를 보았다. 분명 아까와 같은 표정인 거로 보아 정신을 차린 건 아니다."머리 아파."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머리를 푹 숙이고는 유현진의 손을 들어 자기의 이마에 올려놓았다.유현진은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술에 취한 강한서는 왜 이렇게 착한 거야?""취했으니 머리 아프지."유현진은 애써 손을 빼보려 했지만 그럴수록 강한서는 손에 힘을 더 주었다."아니, 너 때문에 화나서 아파."강한서는 진지했다.유현진은 입꼬리를 실룩이며 말했다. "내가 그런 힘이 있었어?"강한서는 두 눈을 감고 갈라진 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날 자꾸 짜증 나게 해... 이혼도, 다툼도, 그리고 내 말을 씹을 때 제일 짜증 나."유현진은 멈칫하더니 나지막하게 물었다. "당신 말을 씹는 게 왜 짜증 나?"강한서는 눈을 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현진은 머리를 숙여 강한서를 바라보았다. 강한서는 어느새 잠이 들었다.그녀는 한숨을 내 쉬었다. '왜 신경 쓰게 만들어.'________엘 하트 펜션송민영은 짜증 섞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