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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하지만 고여정은 화를 내지 않았다. 그저 무덤덤한 표정으로 주아람을 한번 훑어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피부 아래 3인치면 모두 백골이에요. 그러니 죽은 사람이나 산 사람이나 거기서 거기죠."

주아름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고여정을 흘끔 쳐다봤다.

주씨 집안 젊은 세대에서 주아름이 가장 교만하고 예의가 없다. 말을 할 때 타인의 기분 따윈 관심이 없다.

이때 한성우가 주아름이 또 뭔 말실수를 하여 사람들의 기분을 잡치게 할까봐 화제를 돌렸다.

"여정 씨, 물증과 아니었어요? 물증과에서 시체도 접하나요?"

고여정이 답했다.

"필요하면 접하게 돼요. 하지만 통상 법의가 하죠. 그런데 바쁠 때에는 우리도 가서 부검을 도와요."

"부검이요?"

한성우의 입술이 떨렸다.

"그러고 나면 식사를 할 수 있어요?"

"왜 못 먹어요? 그건 그저 일인데."

그때 한성우가 고개를 돌려 신우한테 물었다.

"여정 씨가 시체를 만지던 손으로 너한테 반찬을 집어주면 속으로 넘어가?"

그러자 한순간에 모든 사람의 시선이 신우에게 쏠렸다. 심지어 고여정도 신우를 바라보면서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유현진은 고여정의 직업이 엄청 멋있어 보였다. 하지만 부자들의 모임에서는 확실히 이색적인 직업이긴 하다. 매일이다시피 죽은 사람과 접촉하는 것은 비즈니스에 그렇게 좋은 건 아니었다.

신우가 눈꺼풀을 올리더니 주변을 스윽 훑으면서 느릿하게 말했다.

"셰프가 엉덩이 만지던 손으로 만든 음식을 너도 잘 먹잖아."

한성우......

한성우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야, 누가 화장실 갔다가 손을 안 씻어?"

"그런 이치를 아는 놈이 그런 물음은 해?"

신우가 갑자기 손을 고여정의 손등에 올려 놓더니 토다토닥 두드리면서 말했다.

"죽은 사람은 말할 수가 없는데, 이 사람은 시체랑 대화할 수 있어."

그 말을 하고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신우는 웃으면서 고개를 돌려 고여정을 보면서 말했다.

"어느날 갑자기 내가 죽으면, 나를 위해 부검해 줄 수 있어? 엄청 로맨틱할 거 같은데."

사람들......

신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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