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티는 그녀도 몇번 밖에는 운전하지 못해봤다, 왜냐하면 너무나도 비쌌기 때문에 어디 긁힐가 두려웠다.그 외 이 차는 너무나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엔 충분했다. 왜냐하면 한주시를 통틀어 놓고 봐도 몇 대 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녀가 운전할때면 그 누구든지 바로 강한서의 차임을 알수 있었다. 그리고는 그 소식이 강현우 귓속으로 들어갈게 뻔했고 자신도 강한서한테서 빌리지 못했던 그 차를 그녀가 몰고 있다는 걸 알면 신미정한테 가서 고자질할게 불 보듯 뻔했다.이전 그녀는 이런 불필요한 번거로움을 만들지 않기 위해 강한서의 차를 종래로 건들지 않았었다.하지만 최근, 그녀는 문뜩 생각이 텄다.어쨌든 결국엔 이혼할바엔 즐길수 있을때 즐기는게 낫지 않을까?강한서랑 같이 산지 3년이나 됐는데 차라도 못 탈까?그래서 그녀는 부가티를 운전했을 뿐만아니라 일부러 사람이 많은 시장을 지났다, 관심이란 관심은 모두 받으면서 말이다.강한서가 이 자리에서 말을 꺼내지 않았다면 유현진은 더한 짓도 할수 있었다.이에 그녀는 뻔뻔스러운 태도로 조곤조곤하게"나쁘진 않았어, 차고에 너무 오래 넣어두다간 엔진이라도 망가질까봐 탔지."강한서는 이 변명에 추궁하는 것도 귀찮았다.그는 그녀가 입놀림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진작 알고있었다, 말이 안되는 것으로도 논쟁이 가능할 정도였으니 말이다.(무슨 상냥하고 철이 들고 현모양처야? 하나도 맞는게 없어!)원래 다 끝난 대화였는데 한성우는 이어서 한마디를 거들었다."슈퍼카는 엔진을 계속 사용해줘야 오래 써요."유현진은 이에 따봉을 날리며"역시 배운 사람이네요."강한서는 입꼬리가 떨리면서 한성우를 흘겨보았다.(이 자식은 도대체 누구 편이야?)한성우는 돈의 편만 들지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다. 다만 그는 돈을 벌때 찌라시를 보는것을 좋아할 뿐이였다.그는 유현진이 그에 대한 호감이 오르기만을 기다린뒤 앞의 좌석에 기대며 머리를 내밀었다."형수님, 엔터테이먼트 회사와는 언제 계약할 생각이신가요, 저희 회사는 어때요? 만약 오신다면
섬블 컴퍼니에는 총 4개 SABC 계약이 존재하는데 A계약은 회사에서 중점적으로 자원을 몰아주는 대상이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상업적 가치가 높다고 생각하는 배우들에게만 건의하는 계약이였다, 수입배분도 비교적 높은 축이였다.그리고 BC는 이보다는 약간은 뒤처지는 계약이다. 일반적으로 신인들은 BC계약을 체결한다. 당연하게도 BC계약을 한 사람이 특출하게 인기가 많아질 경우 A계약으로 승급하는 경우도 드물지는 않았다.이에 S계약은 아주 드물었다, 보통 거물급 스타배우들과 하는 계약이였다, 일반적으로 국내 모든 상을 휩쓸고 국민들에게 아주 잘 알려졌으며, 심지어 회사의 지분도 가지고 있어 회사에 깊게 소속되는 상황이다.심블 컴퍼니는 창건이래, S계약은 이태까지 한번밖에 체결되지 않았다. 엄청 대단했던 여자 선배님이였다. 30몇세의 나이로 모든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며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고 영화계에 큰 획을 그은 인물이였다. 하지만 하늘이 이 재능을 질투하는듯이 2년전에 병으로 인해 세상을 떴다. 아니면 어떻게 송민영 따위가 회사간판으로 거듭날수 있었을까?유현진은 엔터테이먼트 회사에서 제의를 받는것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렇지만 "봄의 연인" 에 캐스팅 될거라곤 생각도 못했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상황에 개인이 좋은 드라마에 캐스팅되는건 엄청 어려운 일이였다. 실력있는 회사에 있지 않는한은 어려웠다.심블 컴퍼니는 요 몇년간 좋은 기세를 타고 있었다, 한성우가 사교의 꽃이기도 해서 어떤 자원이든지 모두 끌어와 쓸수 있었다. 적어도 일거리가 없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였다. 하지만 그녀는 심블 컴퍼니랑 계약하고 싶지는 않았다, 거절하는 이유는 단 하나, 송민영 때문이였다.사적인 원한을 놓고 보아도, 그녀는 송민영이 주 업무를 바꾸려는 의도를 알 수있었다. 올해에도 새로운 시도를 엄청 많이했었기 때문이였다. 똑같은 A계약으로 놓고 보아도 송민영은 회사에 이미 엄청 많은 수익을 벌여들였기에 진짜 좋은 극본을 만난다 해도 송민영이 원한다면 제 아무리 한성우가 그녀를
"나도 만류해 봤어. 그런데 민영이가 S계약을 고집하잖아. 나 이윤은 좀 더 양보할 수 있는데, 민영이는 아직 S계약을 체결할 레벨이 아니야. 민영이가 했던 작품들 얼굴이 어지간히 예쁘면 다 대박날 작품들이야. 민영이와 비슷한 연기자 만드는 거 그저 시간 문제야."한성우도 강한서처럼 타인에게 조종당하는 것을 질색한다.송민영이 인기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하다. 게다가 최근 몇 년 간 인기가 상승하면서 잘난척이 날로 심해진다. 연기 학과 졸업생도 아니고 천부가 있는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성우는 송민영이 뜨고 나서 그를 거물급 스타로 거듭나게 하기 위한 계획도 세웠었다.이를 위해 국내 엄청 유명한 연기 선생님을 모셔서 그를 가르치도록 했는데, 송민영이 정작 관심을 두고 있었던 건 연기가 아니었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서 사적으로 유명하지도 않은 브랜드의 홍보 대사 일을 하면서 1회에 몇 천만 원이 되는 연기 수업을 함부로 빼먹었다. 게다가 참석하더라도 건성건성 지나갔다. 연기 선생님도 수업으로 들어오는 수입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친구의 청을 못 이겨 승낙한 건데, 학생의 수업 태도를 보고는 바로 그만두었다.송민영 스스로가 정진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이 그저 눈앞의 인기에만 빠져 있으면서 지금 S계약으로 한성우를 위협하고 있다니!아무나 대체 가능한 연기자 쯤은 떠나가면 그만이다.유현진은 강한서를 힐끔 쳐다봤다.친구가 옛 애인을 이렇게 깍아내리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
"아무튼 소속사를 찾으려면 저의 회사를 우선순위에 둬요.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기만 하면 소속사 간판 배우는 물론이고, 저를 회사에서 퇴출시키고 스스로 사장님 해도 돼요."이 말에 유현진이 웃음면서 농담을 던졌다."그럼 조금 더 고민해 봐야 되겠네요. 그래야 거액의 계약금으로 저를 계약할 거 아니에요?"유현진이 명확하게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한성우는 급하지 않았다. 국내에 섬블 컴퍼니와 경쟁할 만한 회사도 많지 않거니와 강한서와의 관계를 봐서라도 유현진과 계약을 맺을 자신이 있었다.두 사람이 한창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전화 벨소리가 울렸다.신우의 전화였다. 이미 음식점에 도착했으니 빨리 오라는 내용이었다.그렇게 대화는 끊겼다.신우는 한세 한식당의 룸을 예약하였다. 한세는 한주시에서 가장 유명한 한식당으로서 음식 맛이든 환경이든 모든 최상위다.전국 각지에서 한세 한식당 한번 들르려고 한주시에 오는 경우도 많다. 이를 봐도 한세의 인기는 충분히 알 수 있다.음식점 매니저의 안내 하에 룸에 도착하자 유현진이 문을 열었다. 그러자 뜻밖에도 신우 부부 외에 송민준도 자리에 있었다.송민준 옆에는 여자분 한 명이 앉아있었는데, 유현진과 나이가 비슷해 보였다. 유럽 스타일의 메이컵에 히멧컷을 하고, 태닝을 하여 건강한 갈색 피부빛이었다. 예쁜 얼굴이었다. 그들이 룸에 들어설 때 그 여자분은 고개를 돌려 송민준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유현진이 눈앞의 여자분이 궁금하다 싶을 때 한성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름아, 언제 돌아왔어?"아름?엄청 귀에 익은데?그 여자분이 대답했다."며칠 전에요. 오늘 친구랑 약속이 있었는데, 마침 민준 오빠를 만나서 친구와의 약속을 취소하고 같이 왔어요."여자분은 유현진을 쳐다보다가 강한서와 인사를 나눴다."한서 오빠, 오랜만이에요."일부러 유현진을 물어보지 않았다.한성우가 입을 열기 전에 강한서가 한 발짝 내디디면서 소개했다."내 와이프야. 이름은 유현진."그리고는 작은 소리로 유현진한테 말했다.
하지만 고여정은 화를 내지 않았다. 그저 무덤덤한 표정으로 주아람을 한번 훑어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피부 아래 3인치면 모두 백골이에요. 그러니 죽은 사람이나 산 사람이나 거기서 거기죠."주아름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고여정을 흘끔 쳐다봤다.주씨 집안 젊은 세대에서 주아름이 가장 교만하고 예의가 없다. 말을 할 때 타인의 기분 따윈 관심이 없다.이때 한성우가 주아름이 또 뭔 말실수를 하여 사람들의 기분을 잡치게 할까봐 화제를 돌렸다."여정 씨, 물증과 아니었어요? 물증과에서 시체도 접하나요?"고여정이 답했다."필요하면 접하게 돼요. 하지만 통상 법의가 하죠. 그런데 바쁠 때에는 우리도 가서 부검을 도와요.""부검이요?"한성우의 입술이 떨렸다. "그러고 나면 식사를 할 수 있어요?""왜 못 먹어요? 그건 그저 일인데."그때 한성우가 고개를 돌려 신우한테 물었다."여정 씨가 시체를 만지던 손으로 너한테 반찬을 집어주면 속으로 넘어가?"그러자 한순간에 모든 사람의 시선이 신우에게 쏠렸다. 심지어 고여정도 신우를 바라보면서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유현진은 고여정의 직업이 엄청 멋있어 보였다. 하지만 부자들의 모임에서는 확실히 이색적인 직업이긴 하다. 매일이다시피 죽은 사람과 접촉하는 것은 비즈니스에 그렇게 좋은 건 아니었다.신우가 눈꺼풀을 올리더니 주변을 스윽 훑으면서 느릿하게 말했다."셰프가 엉덩이 만지던 손으로 만든 음식을 너도 잘 먹잖아."한성우......한성우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야, 누가 화장실 갔다가 손을 안 씻어?""그런 이치를 아는 놈이 그런 물음은 해?"신우가 갑자기 손을 고여정의 손등에 올려 놓더니 토다토닥 두드리면서 말했다."죽은 사람은 말할 수가 없는데, 이 사람은 시체랑 대화할 수 있어."그 말을 하고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신우는 웃으면서 고개를 돌려 고여정을 보면서 말했다."어느날 갑자기 내가 죽으면, 나를 위해 부검해 줄 수 있어? 엄청 로맨틱할 거 같은데."사람들......신우의
일반인이 감기에 걸리면 며칠이면 났는다. 하지만 신우는 입원 치료를 해야할 정도로 심각해진다. 고여정이 유별나게 과도한 반응을 하는 것이 아니다.그러나 다행히도 신우는 기침을 몇 번 하더니 멈췄다. 그러자 고여정이 물었다."여보 약은?""차에 있어.""내가 가서 가져올게. 우선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 있어."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고여정이 룸을 나서자 송민준이 입을 열었다."여정 씨가 널 그렇게 관심하고 있는데, 왜 갑자기 기침하면서 놀래고 그래?"신우가 낮은 소리로 웃더니 눈빛이 더없이 부드러워졌다."내가 아프면 여저이가 화났던 걸 바로 까먹거든."이때 한성우가 혀를 끌끌 찼다."잔꾀!"그리고는 강한서를 보고 눈을 껌뻑거리더니 한마디 했다."봤지? 배워!"강한서는 그를 거들떠 보지도 않고 고개를 돌려 신우한테 물었다."지난번에 나한테 선물로 준 와인 아직도 있어?"이 말에 신우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옆에 있던 한성우가 물었다."너 술 안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작년에도 신우가 준 걸 싫다면서 내 차에 던지더니 웬일이야?"강한서는 유현진을 흘끔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와이프가 좋아해. 혼자서 한 병 거의 다 마셔."이 말에 유현진은 입에 물었는 물을 하마터면 뿜을 뻔했다.강한서가 말한 그 와인은 강한서가 퇴원하는 날, 유현진이 강한서를 목욕해주기 전에 딴 그 와인이다.그가 와인을 좋아하는 건 사실이지만 강한서가 하필이면 그 와인을 언급하는 건 왠지 자신을 놀리는 것만 같았다."신우야, 많으면 나도 몇 병 줘."신우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친구가 하는 농장에서 직접 담근 건데, 올해에 있는지는 모르겠어. 나중에 내가 물어볼게.""그렇게 맛이 좋아? 나도 갑자기 궁금해지네. 친구가 운영하는 와이너리는 어디에 있어?"송민준이 물었다."와이너리까지는 아니고, 포도원인데, 관광원처럼 만들어놨어. 와인은 친구가 그저 취미 삼아 담그는 거고. 관심 있으면 다음에 갈 때 부를게."송민준이 답을 하기도 전에 주
주아름의 얼굴이 굳어졌다.신우는 전혀 주아름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다.한성우는 신우를 흘끔 쳐다봤다. 오늘 신우의 모습은 뜻밖이었다.그의 인상속에 신우는 엄청 신사다운 사나이었다. 알고 지낸 지 오래 되었지만, 남한테 직접적으로 싫은 소리를 하는 모습은 처음 본다.신우는 주아름과도 꽤 친한 사이이다. 설마 방금 전에 고여정에 대한 주아름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런 걸까?분위기가 갑자기 썰렁해지자 송민준이 웃으면서 침묵을 깼다."사실 오랜 시간 외국 생할을 하면서도 프랑스의 와이너리는 가본 적이 없어. 기회가 된다면 나도 가보고 싶어."주아름의 굳었던 표정이 비로소 조금 풀렸다.그 뒤로는 계속하여 화제를 찾아 송민준과 대화를 나눴다.한창 무료함을 느끼고 있는 유현진의 접시에 갑자기 껍질을 벗긴 새우가 놓여 있었다.유현은 눈앞의 접시를 멍하니 쳐다보다가 수상한 시선으로 강한서를 흘끔 쳐다보았다.이 남자 대체 또 무슨 꿍꿍이야. 설마 독약 뿌린 거 아니지? 유현진의 속마음을 알아챈 강한서는 유현진을 보면서 말했다."한세의 새우 요리가 엄청 맛있어."유현진은 일부러 강한서와 맞짱 떴다."나 새우 껍질 빨아 먹는 거 엄청 좋아하는데, 이렇게 다 벗겨 놓으면 뭔 맛에 먹어?"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강한서는 유현진의 접시에 놓았던 새우를 가져가고, 껍질을 벗기지 않은 새우를 놓으면서 말했다."빨아 먹어."유현진......강한서는 어떤 종류의 강아지일까?송민준은 한참 동안 유현진에게 시선을 고정하더니 갑자기 물었다."현진 씨, 연기 학과 나왔죠?"유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송민준이 웃으면서 말을 이어갔다."오늘 영상을 보면서 현진 씨가 연기하는 모습을 봤는데, 칼을 들고 있는 모습에 깜짝 놀랐어요. 연기가 엄청 훌륭했어요."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칭찬을 받은 유현진은 살짝 쑥스러웠다."주로 짧은 동영상으로 간주하고 촬영한 거라 요구도 그렇게 높지 않아서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어요.""그 남자 목소리는 어떻게 낸 거
한성우가 입술을 떨었다."새치기 없다. 줄 서서 순서를 기다려."이때 송민준이 유현진을 향해 명함을 내밀면서 말했다."저한테 새치기할 기회를 주세요."유현진은 상대방이 농담을 하는 건지, 진지한 건지 알 수가 없었다.그는 명함을 건네받고는 명함 내용을 얼핏 훑어보았다―브랜드 뉴 엔터테인먼트.한성우는 넋놓고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현진 씨, 저 자식 말 듣지 말아요. 악덕 사장으로 따지면 강한서가 2위이고, 송민준이 1위에요. 속이 시커먼 녀석이죠."강한서가 입술을 바르를 떨더니 입을 열었다."입 닥쳐."유현진은 명함을 도로 돌려 주면서 말했다."송 사장님의 초대는 고맙지만, 아직은 연기로 데뷔할 계획이 없어요.""괜찮아요. 우선 명함을 넣어둬요. 언제 생각이 바뀌면 연락 줘요. 물론 일 뿐만 아니라 사적인 일도 좋아요. 제가 현진 씨한테 큰 빚을 졌잖아요."상대방이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유현진은 더이상 명함을 안 받을 명분이 없었다.송민준이 외국에서 돌아온 지 꽤 됐지만 여태껏 한자리에 모인 적이 없었다. 오늘 마침 기회가 되어 술도 몇 병 땄다. 운전해야 할 유현진 외에는 다들 술을 좀 마셨다.송민준이 의도적으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녁 식사 내내 강한서에게 술을 권했다. 주량이 작은 강한서는 몇 잔을 안 마셨는데도 얼굴이 벌겋게 되었다.유현진은 강한서한테 적당히 마시라고 하고 싶었지만,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와서는 차마 입밖으로 나가지 않았다.쓸데없이 걱정하는 오지랖은 언제쯤 고쳐질지?다들 술을 어느 정도 마시자 룸 안에는 술 냄새로 가득찼다. 유현진은 실내가 갑갑하여 화장실 간다는 핑계로 나왔다.테라스가 있는 곳으로 오니 공기가 훨씬 맑은 느낌이었다.유현진은 휴대폰을 꺼내 보았다. 방금 전에 차미주가 캡처 이미지 한 장과 문자를 보냈다. 새로운 계정이 팔로워가 백 만을 돌파한 것이다."백만 돌파한 기념으로 보너스를 주는 건 어때?""인터넷에서는 난리가 났는데, 정작 본인은 하루 종일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았다니."
한성우가 흥, 콧방귀를 뀌었다. “형수님도 양심은 없으시네요. 아무리 그대로 강운이가 형수님을 좋아하는 건 사실이잖아요. 이렇게 이용하시면 마음에 안 찔리세요?”한성우의 말에 한현진의 말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좋아하면 강한서를 자극하기 위해 절 간민혜 씨 모습으로 분장시킬 수 있어요? 저와 주 변호사님은 그저 지인 딱 그 정도예요. 말 할 거예요, 말 거예요? 말 안 할 거면 됐어요.”‘강한서에게 덫을 놓은 건 내가 평생 기억하고 있을 거야.’말을 잘못 꺼냈음을 인지한 한성우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얘기하면 되잖아요. 왜 화를 내고 그래요. 하지만 제가 얘기한다고 해서 강운이가 나설 거란 보장은 저도 못해요.”한현진이 덤덤하게 말했다. “할 거예요.”주강운이라는 사람의 모든 면을 잘 안다고 할 수 없었지만 한현진은 변호사로서의 그의 능력은 의심한 적이 없었다. 정서희의 의뢰를 받고 정설희 사건을 조사하고 있으니 당연히 장준도 눈여겨보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제 발로 찾아온 기회는 주강운은 거절할 리가 없었다. 주강운에게 전화해 안부를 묻던 한성우는 돌고 돌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불법 레이싱 교통사고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3명이 죽고 15명이 부상을 입었대. 전부 이제 갓 20살이 된 어린 애들이던데 안타깝게 됐어. 학교나 열심히 다닐 것이지 레이싱은 대체 왜 한 거야. 목숨이 아깝지도 않나 봐.”커피를 한 모금이 마신 주강운이 서류를 넘기며 말했다. “이젠 사회 뉴스도 봐?”“아니, 그냥 우연하게 본 건데 놀라워서 그러지. 바로 주변에서 일어난 일이잖아. 부상자 중에 진수 그룹 막내아들도 있었고. 탄식이 절로 나오더라니까.”물을 한 모금 마신 한성우가 툭 던지듯 물었다. “넌 이런 뉴스 안 봐?”주강운이 말했다. “봤는데 자세히는 안 봤어.”“사건 관련 기사는 아무것도 아니야. 숨겨진 뒷이야기가 더 충격적이야. 그러니까...”“잠깐만.”주강운이 한성우의 말을 잘랐다. “나 할 일이 있어서 나중에 끝
[아니, 지금 중요한 건 사고 원인을 밝히는 거 아녜요? 대체 왜 부상자 신상정보나 캐고 있는 거예요? 일부러 여론 몰이 하려는 거 아녜요?][그러니까요. 이렇게 큰 교통사고면 한 사람만의 문제는 아닐 텐데, 이 경기의 주최 측에 문제점을 둬야하는 거잖아요.][속도 제한 구간에서 불법 레이싱을 하다 교통사고가 발생했어요. 뭐 더 할 말 있어요? 위에 댓글 혹시 진수 그룹 알바 아니세요?][그래서 진모 씨는 경기에 참가하지 않은 건가요? 피해자라도 된대요? 피해자는 그 인간들 차에 치인 사람이에요. 논리적인 척 하는 거 웃기네요. 쓰레기 같은 인간 때문에 목숨을 잃은 피해자는 나 몰라라 하면서 그것도 인간이라고 신상정보가 털리는 게 안타까워요?][진윤. 남. 서화 대학 전기정보공학과 2학년. 주민등록 번호: XXXX. 전화번호: XXXX.]진윤의 신상정보가 인터넷에 전부 폭로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정보를 공유했다. 심지어 진윤의 수능성적을 폭로하며 그의 성적으로는 서화 대학에 입학할 수 없다며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불법 레이싱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한 사람을 향해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고 여론은 이미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었다. 여론 몰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해도 그 대상이 진윤이 될 이유가 없었다. 누군가 진윤을 이용해 사건의 요점을 흐리려는 의도이거나 이번 일을 계기로 진수 그룹에 타격을 주려는 것이 분명했다.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 한현진이 한성우에게 연락했다. 진윤의 일로 전화했다는 것을 안 한성우가 말했다. “이번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녜요. 일단 불법 레이싱도 문제이긴 하지만 제일 중요하건 레이싱에 참가한 사람 중 마약을 한 인간이 있다는 거예요. 그게 이번 사고가 일어난 제일 중요한 원인이기도 하고요.”“지금 그 인간을 숨기기 위해 인터넷에서는 이 사건의 모든 화살을 진윤 씨에게 돌리고 있어요. 형수님과 한서는 이번 일에 끼어들지 말아요.”한현진이 멈칫하며 물었다. “그
한현진은 어쩔 수 없이 민경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약혼식 준비를 하는 민경하를 위해 강한서는 특별 휴가를 지급했다. 그러니 민경하도 지금은 강한서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했다.“아주머니 말로는 아침 여섯 시부터 급하게 나갔다고 해요.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돼서요.”한현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사람에게 물어봐야겠어요.”“잠깐만요, 사모님.”갑자기 한현진을 부른 민경하가 나지막이 물었다. “오늘 아침 뉴스 보셨어요?”“아직요. 왜요?”민경하가 말했다. “어젯밤 남서신길에서 레이싱 경기가 있었는데 큰 교통사고가 발생했어요. 3명이 죽고 15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해요. 남서신길 쪽에 저희 자회사에서 시공을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어요.”“오늘 아침 6시쯤에 뉴스가 터진 거니까 대표님께서 급히 나간 게 그 일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남서신길이요?”잠깐 생각에 잠겼던 한현진이 움찔 몸을 떨었다. ‘진윤 씨가 전에 참가하겠다고 고집 부리던 경기잖아?’한현진이 곧바로 진윤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뿐만 아니라 홍혜림도 연락을 받지 않았다. 비록 진씨 가문과 연이 깊은 것도 아니었고 진윤에게 다가간 것도 홍혜림에게 물어볼 것이 있기 때문이었지만 혹시라도 사고를 당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다. ‘이 자식! 분명 강한서와 더는 그런 위험한 경기엔 참가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면서. 대체 왜 이렇게 말을 듣지 않는 거야.’아무도 연락을 받지 않자 한현진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한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하리에게 물어봐달라고 할 생각이었다. 진윤의 사촌누나이니 어쩌면 남인 그들보다 먼저 소식을 들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한열이 말했다. “진윤 씨도 다쳐서 아직 깨어나지 못했대요. 신하리 씨도 아까 공항으로 가서 아마 지금쯤 그쪽으로 출발했을 거예요. 아직 사람을 보지도 못했으니 신하리 씨도 상황은 잘 모르고 있을 거예요.”제일 염려했던 일이 결국은 일어나고 말았다. 진윤도 그 사고 현장에 있었다. 그
염색은 한 시간이 지나서야 끝이 났다. 잘생긴 포즈로 거울 셀카를 찍은 진윤이 강한서에게 사진을 전송했다. [다시 시작.]강한서는 사진 속 검은 머리에 순해 보이는 젊은이를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의 웃음소리에 읽던 책을 내려놓은 한현진이 고개를 돌려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왜?”강한서가 진윤의 셀카를 한현진에게 보여주었다. 한현진 역시 사진을 보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 “어쩐지 금발에 눈썹도 살짝 밀어버리는 스타일을 고집하더라니. 눈썹 피어싱까지 빼니까 그냥 아기였네. 너무 귀엽게 생겼잖아. 훈이보다 어려 보여.”강한서도 한현진을 따라 웃었다. “선배도 그렇잖아. 50살도 넘은 분이 아직도 30대처럼 보이니까. 성우가 처음 선배를 봤을 때 형이라고 불렀다가 예의 없다고 혼났어. 그러다 다른 애들도 형이라고 하니까 말이 없더라고.”그 장면을 상상한 한현진은 웃음을 멈추질 못했다. “역시 동안이 좋아. 50대가 되어서도 얼굴 하나로 젊은이들의 마음을 살 수 있잖아. 난 왜 동안이 아닐까?”그 말에 멈칫한 강한서가 한현진을 힐끔 쳐다보았다. “누구 마음을 사려고?”한현진이 눈웃음을 지었다. “강 대표님, 몇 십 년 후의 일도 미리 질투하실 거예요?”강한서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 정도는 아냐.”한현진이 의외라는 듯 물었다. “정말?”강한서가 확신에 찬 말투로 대답했다. “안 해, 질투.”예상 밖의 대답에 호기심이 불타오른 한현진이 물었다. 몇 십 년 후엔 사랑보다 정으로 사는 거라 신경 쓰지 않는 거야?”강한서가 대답했다. “그건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어.”“뭔데?”강한서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몸이 살아있는 한 그대들은 그저 첩에 불과해.”멍해졌던 한현진이 폭소를 터뜨렸다. 그녀는 강한서를 품에 안고 뽀뽀 세례를 날렸다. “진지한 얼굴로 실없는 농담을 던질 때 정말 귀여워 죽겠다니까.”강한서가 힐끔 한현진을 쳐다보았다. “이런 걸 바로 조강지처의 자신감이라고 하는 거야.”한
순간 불쾌한 기분에 빠진 진윤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런 아마추어 경기는 사석에서 주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전문적인 레이싱 경기도 아니었다. 오직 속도에서 주는 쾌락만을 추구하는 경기였다. 상금이 높은 만큼 위험부담도 컸다. 하지만 진윤이 경기에 참가한 것은 상금 때문이 아니었다. 돈 걱정 없이 산 진윤이 목숨 건 돈에 욕심낼 필요는 없었다. 그는 단지 경기의 주최 측에 F1 레전드 인물도 있다는 소식에 우승을 하면 그 사람과 만나 얘기를 나눌 기회라도 있지 않을까 싶어 참가한 것이었다. 진윤은 그의 팀원들 역시 레이싱에 대한 열정으로 함께 지금까지 뭉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자신을 무시하는 친구의 말은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모든 사람이 진윤처럼 레이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프로 선수가 되길 꿈꾸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이들이 사랑하는 것은 어쩌면 레이싱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지니고 있는 상금이라는 거대한 유혹일 수도 있었다. 팀원 중 위험한 내기 경기에 참석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진윤은 알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경주마처럼 미친 듯이 산길을 휘저었다. 목숨을 내걸고 재벌들의 도박판에서 기꺼이 주사위가 되었다. 아차 하는 사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경기에서 이기면 그만큼 어마어마한 상금이 주어졌다. 불행히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고 해도 그의 가족들은 놀라운 액수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었으니 위험을 감수하고 뛰어드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었다. 처음으로 팀원에게 그 얘기를 들었을 때의 진윤은 충격에 빠졌었다. 하지만 팀원들은 마치 일상적이 대화를 하듯 당연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그때의 진윤은 그저 그들이 비슷한 일을 너무 많이 들은 탓에 익숙해져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 보니 그들은 그렇게 위험 부담마저도 부러웠었던 같았다. 팀원 중 대부분의 사람에게 레이싱은 그저 짧은 시간 사이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도구에 불과했다. 뜬 눈으로 꿈을 꾸고 있는 진윤이야말로 그들에겐 이상한 인간
“아들. 네가 공부가 하고 싶다면 복수 전공이 아니라 10개 전공을 배우겠다고 해도 엄마는 찬성이야. 엄마 지금 너무 기뻐. 만약 농담하는 거라면 지금 당장 거짓말이었다고 얘기해. 안 그럼 엄마는 진심으로 받아들일 거야.”진윤이 웃으며 홍혜림의 팔을 끌어안았다. “엄마. 저도 형처럼 엄마의 자랑이면 안 돼요?”홍혜림이 진윤의 금발을 어루만졌다. “너도 예전엔 엄마의 자랑이었지. 금발로 염색한 후로는 자랑이 아니게 되었지만.”진윤: ...“그럼 다시 염색할게요.”홍혜림이 얼른 헤어숍 VIP카드를 건네며 말했다. “얼른 가. 여긴 새벽 12시가 되어야 영업이 끝나는 곳이야. 지금 가면 아직 시간 있어.”진윤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홍혜림이 얼마나 진윤의 금발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네, 네, 네. 지금 갈게요.”외투를 챙겨주며 문앞까지 배웅 나온 홍혜림이 진윤에게 물었다. “아들. 조금 전에 누구한테 들은 말 때문에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잖아. 그 분 너희 교수님이셔?”“우리 교수님은 아녜요. 하지만 좋은 스승님이긴 해요.”‘사기꾼이기도 해. 하지만 꽤 능력 있는 사기꾼.’홍혜림이 호기심에 가득 찬 말투로 물었다. “그 분 한 마디에 바로 생각이 바뀐 거야? 내가 너한테 얼마나 많이 얘기했었는데, 그땐 들은 척도 안 하더니.”진윤이 말했다. “절 데리고 20km를 뛰었어요. 자길 이기면 날 뉴벨리 팀에 입단시켜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나보다 10살이나 많아서 나이 많은 어르신한테 지겠어? 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졌어요.”진윤이 창피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저보다 빨리 뛴 건 아니었어요. 제가 적을 만만하게 생각한 거죠. 하지만 무서운 사람이에요. 지독하게 강해서 무서운 사람. 그 사람은 못 해낼 일이 없는 것 같아요. 입단은 무슨, 그냥 그 기회를 벌어 저에게 설교를 하려던 것뿐이었어요.”“내가 공부에 전념할 수 있게 레이싱을 그만두게 하려고. 처음엔 엄마가 보낸 스파이인 줄 알았다니까요. 하지만
진윤에게 묻는 홍혜림은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랐다. ‘얘기해. 엄마 괜찮아. 파산이라도 하지, 뭐. 돈은 없으면 다시 벌 수 있어. 아빠가 안 된다고 하면 쫓아내면 돼.’처음으로 느끼는 죄책감에 진윤은 고개를 숙였다. 홍혜림이 비록 관리를 잘 하긴 했지만 귀밑머리는 이미 하얀 서리가 내려있었다. 큰형은 어려서부터 얌전하고 말을 잘 듣는 아이라 부모님의 속을 썩인 적이 없었다. 유독 진윤이 고집을 부리며 걸음마를 뗄 때부터 뒤에서 마음을 졸이게 했다. 진윤의 수능성적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지금 그가 다니고 있는 대학교 전공은 전부 부모님이 수많은 돈을 들여 기획한 결과였다. 하지만 진윤은 본인이 좋아하지 않는 전공이라는 이유로 자포자기하며 지냈다. 부모님이 통제욕이 강하다는 것은 그저 진윤이 그들에게 씌워놓은 프레임에 불과했다. 정말 부모님의 통제 속에서 살아가는 친구들은 매일 모든 스케줄, 심지어 먹는 음식까지 전부 부모님에게 보고해야 했다. 그런 사람에 비하면 그의 부모님은 그저 애교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레이싱을 좋아하는 진윤이 못마땅했지만 그럼에도 그저 설득하는 것이 전부였다. 홍혜림은 단 한 번도 진윤의 레이싱 장비를 부순 적이 없었다. 매번 더는 새 장비를 사주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 다짐도 진윤의 애교 몇 번에 곧 무너지고 말았다. ‘언제까지 실망만 안겨드릴 순 없잖아. 나도 엄마의 자랑이 되어야지 않겠어?’“엄마. 저 복수 전공하고 싶어요. 전 레이싱이 좋아요. 도무지 포기가 안 돼요. 저 실력 그 정도 아닌 거 알아요. 하지만 자동차 관련한 전공을 배워보고 싶어요. 지금 전공은 절대, 두 번 다시는 F학점 받는 일 없을 거라 약속 드려요. 복수 전공하게 해주면 안 돼요?”홍혜림: ??“그거 말고 다른 건 없어?”진윤이 멍해졌다. “네?”홍혜림이 말했다. “네가 나에게 하려는 말이 그거야?”진윤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물었다. “네. 그게 아니면요?”홍혜림: “사람을 치거나, 교통사고를 낸 게 아니고?”
눈에 띄게 변한 진윤의 모습을 홍혜림은 믿을 수가 없었다.집 바로 앞이 학교라 진윤은 기숙사 생활을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집에 자주 들어오는 것도 아니었다. 집에서 레이싱 게임을 할 때마다 부모님의 잔소리가 끊이질 않아 진윤은 큰형 아파트에 몰래 숨어있는 것을 좋아했다. 진윤의 큰형은 일 때문에 그에게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9살이나 더 많은 그의 형은 가끔 부모님보다 더 진윤을 아끼기도 했다. 심지어 가끔은 진윤의 편을 들어 그의 비밀을 지켜주기도 했다. 큰형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가 있었다. 그러니 제발 눈치껏 본가로 들어오라고 홍혜림은 몇 번이고 진윤에게 얘기했었다. 사실 예비 며느리는 그저 핑계에 불과했다. 진윤을 본가로 불러들이는 이유는 진윤이 곁에 없으니 도무지 관리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진윤은 그 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매번 홍혜림이 같은 얘기를 꺼낼 때마다 그는 두 귀를 닫고 못 듣는 척 연기했다. 하지만 이번엔 홍혜림이 먼저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진윤 스스로 본가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진윤에 홍혜림은 혹시 형제가 싸우기라도 한 걸까 전화를 했지만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말에 홍혜림은 생각했다. ‘이 자식 또 무슨 사고라도 치고 돌아와서 얌전한 척 연기하는 거 아냐?’‘교통사고라도 내서 배상해 줘야 하는 건가? 아니면 레이싱 카가 망가져서 새 차를 살 돈이 필요한 건가?’‘설마 사람을 친 건 아니겠지?’진윤이 집에서 열심히 공부할수록 홍혜림은 점점 더 사람을 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녀는 매일 밤 아무 일도 없는 척 진윤의 방 앞을 서성이며 생각했다. ‘먼저 잘못을 인정하면 요즘 얌전하게 지냈던 걸 정상참작해서 욕을 좀 덜해야겠어.’하지만 3일이 지나도록 진윤은 홍혜림을 부르지 않았다. ‘이상해.’‘너무 이상하잖아!’‘설마 사람을 친 것보다 더 큰 사고는 아니겠지?’‘대체 얼마를 배상해야 하는 거야?’1 주일이 지나자 더 이상 참지 못한 홍혜림은 진윤의
진윤: ...강한서가 진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싫다면서 현 상황을 바꿔보려고 하지도 않은 거야?”진윤: ...‘왜 선생님께 혼나는 기분이 드는 거지? 진지하게 핵심만 꼬집고 있잖아.’입을 달싹이던 진윤은 변명이라도 해보고 싶었지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한참만에야 입을 열었다. “그런 생각은 안 해봤어요.”진윤은 그동안 어떻게 반항해야할지, 그런 생각만 하고 있었다. 강한서가 말했다. “네 인생은 네 거야. 네가 열심히 살든, 대충 살든 네 하루하루는 다름없이 흘러가고 있어. 네 태도에 따라 싫었던 그 경험들이 사라지지 않아. 단지 네가 싫다는 이유로 아무 문제도 해결하지 않고 대충 흘려보냈을 뿐 그것들은 계속 존재해.”“대충 공부해서 대충 졸업하면 또 대충 취직이나 하겠지. 아니면 아예 너희 회사로 입사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 다음에? 그렇게 평생을 대충 흘려보낼 거야? 그게 네가 원하는 인생이야?”멍하니 강한서를 쳐다보던 진윤이 한참만에야 대답했다. “아뇨.”부모님이 선택해준 전공이 싫어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얼른 졸업하기만을 바랐다. 하지만 강한서의 말처럼 졸업 후엔? 전공에 맞는 직업을 찾아 그저 그런 삶을 살아갈까, 아니면 부모님 회사에 입사해 되는대로 살아갈까. 어떤 선택이든 그건 진윤이 원하는 인생은 아니었다. 4년이란 시간을 허무히 흘러 보내고 나면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전 이미 3학년이에요. 전과를 하기엔 늦었잖아요. 이젠 뭘 하려고 너무 늦은 것 같아요.”속상한 듯 대답하는 진윤의 말에 한현진이 말했다. “진윤 씨는 완전 MZ세대잖아요. 이제 갓 이십 대 초반인데 뭘 해도 늦지 않은 나이예요. 너무 빨리 본인의 가능성을 단정 짓지 말아요. 60세에 대학생이 됐다는 기사 못 봤어요?”“진윤 씨보다 나이가 훨씬 많아도 늦었다고 생각 안 하는데, 진윤 씨가 왜 겁을 내요?”“전...”입술을 달싹이던 진윤이 한참이 지나서야 한숨을 내뱉었다. “두 사람 문제아 갱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