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지도 않았는데 전화도 안 받는 상황에 한성우도 무턱대고 놀릴수는 없었다."아마도 잘못 누르거겠지? 한 번 더 걸어봐."이에 강한서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아까와 똑같은 상황이였다. 전화는 받자마자 끊켰다.네다섯번을 반복하였지만 변함이 없자 강한서의 얼굴에는 한치앞도 내다볼수 없는 어둠이 깔렸다.한성우는 이에 기침을 짖고는"내가 걸어볼게."한성우가 전화를 걸고 몇초가 지나지 않아 전화는 연결이 되였다.이어서 유현진의 부드럽고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한성우는 옆에서 뻗뻗하게 굳은 얼굴을 하고 있는 누군가를 힐끔 쳐다보고는 기침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형수님, 저녁식사를 대접해드리려고 하는데 시간 있으세요?"유현진은 농담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저한테 식사 대접하는게 아깝지 않아요?"한성우는 유명한 짠돌이였기에 종래로 다른 사람의 밥을 얻어먹고 다녔었다. 혹시 어느날 그가 식사를 대접한다고 하면 그 속에 숨은 의도는 절대로 순수한것이 아닐것이다."제가 아니라 신우예요, "법역" 이 이렇게 잘됐는데 식사라도 대접해드리는게 맞죠."이전 고여정이 그녀에게 식사를 대접하려고 했을때 그녀는 거절을 했었다. 그녀는 고여정이 다들 서로 엄청 친밀하지 않기에 초대에 거절한건 이해할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러자 신우는 한바퀴 빙 둘러서 한성우를 통해 그녀를 초대했다.유현진은 잠시 생각한후 물었다."주소가 어디예요? 그리고 언제 가야하죠?""지금 어디 계세요? 제가 이따가 차로 배웅해드릴게요.""괜찮아요, 저도 차 운전해서 가면 돼요.""그럼 저 좀 태워주실수 있나요? 마침 차 기름도 아끼고 저는 지금 구로에 있어요."유현진은 이에 말문이 막혔다.(기름 돈이 아깝다고?)전화를 끊은후 유현진은 진씨 아저씨와 작별인사를 나누고 차를 몰고 친정집을 떠났다.진 씨가 들어와서 보고를 할 때 할머니는 유현진이 보낸 만두를 먹고있었다.유현진은 진심을 담아서 손수 만든 만두를 선물했다.그녀의 요리실력은 그저그런 수준이였지만
진 씨는 부드럽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사모님께서 방금 떠났습니다.""언능 갔어야 했어, 여기 하루종일 눌러붙으면서 밥도 안 먹고, 누가 보면 내가 학대하는줄 알겠어."진 씨는 부드럽운 목소리로"사모님은 화 내시는게 두려웠던 것일 겁니다.""내가 화내는게 무섭다면 빨리 애기를 낳아야지!""젊은 사람들은 다 생각이 있겠지요, 사모님은 아직 젊으셔서 몇년 늦어도 괜찮으실 겁니다.""몇년 늦으면 나도 못 보겠네.""건강하셔서 백세까진 무병장수 하실겁니다."할머니는 그를 힐끔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그 계집애가 안마기 하나 선물 했다고 벌써 그 애 편드는 거니?"진 씨는 이에 미소를 지으며"할머니께서도 진짜로 화나신건 아니잖습니까. 진짜로 노하셨으면 문도 안 열어주실거 아닙니까? 만약 진짜로 임신한다면 놀라야 하는건 도련님이시겠죠. 그 수술이 어떤 부작용을......"할머니는 말을 하지 않고 그저 진 씨를 한번 바라보았다. 이에 상대방은 신중하게 입을 다물었다.할머니는 입을 닦고 무덤덤히 말했다."현우는 요즘 어때?""회사에 돌아온지 얼마 안돼서 잘 모르지만 아래사람들이 말하는걸 듣기론 많이 변했다고 합니다. 최근 일도 척척 잘하고 성격도 많이 수그러 들었다고 합니다. 아침에 특산물도 여기로 보낸걸 보면 몇개월동안 단련이 제대로 됐나 봅니다, 아마도 뜻을 깨달은 거겠죠.""걔가 진짜로 내 뜻을 알아냈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얼굴 한번 비추지 않는건 말이 안되지, 무조건 마음속으론 날 증오하거야."진 씨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강현우가 벌인 사고는 당시 회사에 아주 나쁜 영향을 끼쳤었기에 할머니도 훌륭한 사람이 되지 못하는걸 한스러워하며 회사환경이 제일 악랄한 곳에 보냈었다.기실 그 쪽 회사는 강한서도 가본적이 있었다. 게다가 그가 대학을 다닐때 실습차원으로 주동적으로 방문한 곳이였다.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한서 도련님은 엄청 겸손하게 인턴의 마음가짐으로 실습하러 갔기 때문이다.서부지역의 지사는 강한서의
유현진은 차를 구로로 몰고갔다, 바로 한성우를 발견했고 당연하게도 그 옆엔 1미터 87이나 되는 나무밑둥이 있었다.그녀는 액셀을 밟고 그냥 지나치고 싶었으나 한성우가 계속 부르고 있었다. 그는 분홍색 정장을 입고 있었기에 걸어다니는 꽃나비를 연상케 했다. 그는 차를 뒤따르며 소리를 질렀기에 너무 창피해서 차를 멈출수밖에 없었다.창문이 내려가고 한성우는 창문에 지대여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형수님, 온 도시를 놓고 봐도 저희들만큼 키 큰 사람이 없는데 못 보셨어요?"이에 유현진은 얼굴색도 안 변하고 말했다."연예계 스타가 거리에 나와서 화보를 찍는줄 알았네요, 옷차림이 너무 멋있어요, 잘 못 본줄 알았어요."강한서는 유현진을 힐끔 보고는 그는 생각했다. 그녀가 무조건 마음속으로 다른 생각이 있었다고 확신했다.그는 차 창문을 내리는 순간 그녀의 한순간 스친 혐오하는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그녀의 거짓말은 점점 더 터무니 없어졌다, 하지만 한성우한테는 유용했다.그는 자기애가 넘치는걸 표현이라도 하는듯 머리를 정리하곤 유현진을 향해 윙크를 날렸다."제가 혹시 연예계에 진출하면 못해도 톱스타는 되겠죠?""어찌 톱스타뿐만일까요, 국민남편도 따놓은 당상이죠. 패션유행을 휩쓸고 다닐거예요."한성우는 이에 기쁜듯한 어투로 말문을 열었다."역시 안목이 탁월하십니다!"필터를 던져버리니 유현진을 볼수록 호감이 갔다, 예쁘게 생긴건 뒤로하고 연기도 엄청 잘하고 말도 엄청 달콤했다.한성우는 이렇게 보니, 강한서는 이렇게나 예쁜 와이프가 있음에도 아끼거나 달래지 않고 사흘이 멀다 하고 서로 다투니 복에 겨웠다는 생각을 했다.강한서는 유현진의 두마디 겉치레에 자신의 친구가 마음속으로 넘어가고 있다는것은 꿈에도 몰랐다.한성우는 차문을 열었다, 강한서는 자연스레 조수석에 탔다.유현진은 그를 흘겨보았다."강 대표도 기름값 아끼는거야?"강한서는 이에 반문하였다."부가티는 운전할만해?"유현진은 이에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할머니집으로 갔을때는 언제나 부가티를
부가티는 그녀도 몇번 밖에는 운전하지 못해봤다, 왜냐하면 너무나도 비쌌기 때문에 어디 긁힐가 두려웠다.그 외 이 차는 너무나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엔 충분했다. 왜냐하면 한주시를 통틀어 놓고 봐도 몇 대 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녀가 운전할때면 그 누구든지 바로 강한서의 차임을 알수 있었다. 그리고는 그 소식이 강현우 귓속으로 들어갈게 뻔했고 자신도 강한서한테서 빌리지 못했던 그 차를 그녀가 몰고 있다는 걸 알면 신미정한테 가서 고자질할게 불 보듯 뻔했다.이전 그녀는 이런 불필요한 번거로움을 만들지 않기 위해 강한서의 차를 종래로 건들지 않았었다.하지만 최근, 그녀는 문뜩 생각이 텄다.어쨌든 결국엔 이혼할바엔 즐길수 있을때 즐기는게 낫지 않을까?강한서랑 같이 산지 3년이나 됐는데 차라도 못 탈까?그래서 그녀는 부가티를 운전했을 뿐만아니라 일부러 사람이 많은 시장을 지났다, 관심이란 관심은 모두 받으면서 말이다.강한서가 이 자리에서 말을 꺼내지 않았다면 유현진은 더한 짓도 할수 있었다.이에 그녀는 뻔뻔스러운 태도로 조곤조곤하게"나쁘진 않았어, 차고에 너무 오래 넣어두다간 엔진이라도 망가질까봐 탔지."강한서는 이 변명에 추궁하는 것도 귀찮았다.그는 그녀가 입놀림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진작 알고있었다, 말이 안되는 것으로도 논쟁이 가능할 정도였으니 말이다.(무슨 상냥하고 철이 들고 현모양처야? 하나도 맞는게 없어!)원래 다 끝난 대화였는데 한성우는 이어서 한마디를 거들었다."슈퍼카는 엔진을 계속 사용해줘야 오래 써요."유현진은 이에 따봉을 날리며"역시 배운 사람이네요."강한서는 입꼬리가 떨리면서 한성우를 흘겨보았다.(이 자식은 도대체 누구 편이야?)한성우는 돈의 편만 들지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다. 다만 그는 돈을 벌때 찌라시를 보는것을 좋아할 뿐이였다.그는 유현진이 그에 대한 호감이 오르기만을 기다린뒤 앞의 좌석에 기대며 머리를 내밀었다."형수님, 엔터테이먼트 회사와는 언제 계약할 생각이신가요, 저희 회사는 어때요? 만약 오신다면
섬블 컴퍼니에는 총 4개 SABC 계약이 존재하는데 A계약은 회사에서 중점적으로 자원을 몰아주는 대상이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상업적 가치가 높다고 생각하는 배우들에게만 건의하는 계약이였다, 수입배분도 비교적 높은 축이였다.그리고 BC는 이보다는 약간은 뒤처지는 계약이다. 일반적으로 신인들은 BC계약을 체결한다. 당연하게도 BC계약을 한 사람이 특출하게 인기가 많아질 경우 A계약으로 승급하는 경우도 드물지는 않았다.이에 S계약은 아주 드물었다, 보통 거물급 스타배우들과 하는 계약이였다, 일반적으로 국내 모든 상을 휩쓸고 국민들에게 아주 잘 알려졌으며, 심지어 회사의 지분도 가지고 있어 회사에 깊게 소속되는 상황이다.심블 컴퍼니는 창건이래, S계약은 이태까지 한번밖에 체결되지 않았다. 엄청 대단했던 여자 선배님이였다. 30몇세의 나이로 모든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며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고 영화계에 큰 획을 그은 인물이였다. 하지만 하늘이 이 재능을 질투하는듯이 2년전에 병으로 인해 세상을 떴다. 아니면 어떻게 송민영 따위가 회사간판으로 거듭날수 있었을까?유현진은 엔터테이먼트 회사에서 제의를 받는것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렇지만 "봄의 연인" 에 캐스팅 될거라곤 생각도 못했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상황에 개인이 좋은 드라마에 캐스팅되는건 엄청 어려운 일이였다. 실력있는 회사에 있지 않는한은 어려웠다.심블 컴퍼니는 요 몇년간 좋은 기세를 타고 있었다, 한성우가 사교의 꽃이기도 해서 어떤 자원이든지 모두 끌어와 쓸수 있었다. 적어도 일거리가 없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였다. 하지만 그녀는 심블 컴퍼니랑 계약하고 싶지는 않았다, 거절하는 이유는 단 하나, 송민영 때문이였다.사적인 원한을 놓고 보아도, 그녀는 송민영이 주 업무를 바꾸려는 의도를 알 수있었다. 올해에도 새로운 시도를 엄청 많이했었기 때문이였다. 똑같은 A계약으로 놓고 보아도 송민영은 회사에 이미 엄청 많은 수익을 벌여들였기에 진짜 좋은 극본을 만난다 해도 송민영이 원한다면 제 아무리 한성우가 그녀를
"나도 만류해 봤어. 그런데 민영이가 S계약을 고집하잖아. 나 이윤은 좀 더 양보할 수 있는데, 민영이는 아직 S계약을 체결할 레벨이 아니야. 민영이가 했던 작품들 얼굴이 어지간히 예쁘면 다 대박날 작품들이야. 민영이와 비슷한 연기자 만드는 거 그저 시간 문제야."한성우도 강한서처럼 타인에게 조종당하는 것을 질색한다.송민영이 인기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하다. 게다가 최근 몇 년 간 인기가 상승하면서 잘난척이 날로 심해진다. 연기 학과 졸업생도 아니고 천부가 있는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성우는 송민영이 뜨고 나서 그를 거물급 스타로 거듭나게 하기 위한 계획도 세웠었다.이를 위해 국내 엄청 유명한 연기 선생님을 모셔서 그를 가르치도록 했는데, 송민영이 정작 관심을 두고 있었던 건 연기가 아니었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서 사적으로 유명하지도 않은 브랜드의 홍보 대사 일을 하면서 1회에 몇 천만 원이 되는 연기 수업을 함부로 빼먹었다. 게다가 참석하더라도 건성건성 지나갔다. 연기 선생님도 수업으로 들어오는 수입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친구의 청을 못 이겨 승낙한 건데, 학생의 수업 태도를 보고는 바로 그만두었다.송민영 스스로가 정진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이 그저 눈앞의 인기에만 빠져 있으면서 지금 S계약으로 한성우를 위협하고 있다니!아무나 대체 가능한 연기자 쯤은 떠나가면 그만이다.유현진은 강한서를 힐끔 쳐다봤다.친구가 옛 애인을 이렇게 깍아내리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
"아무튼 소속사를 찾으려면 저의 회사를 우선순위에 둬요.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기만 하면 소속사 간판 배우는 물론이고, 저를 회사에서 퇴출시키고 스스로 사장님 해도 돼요."이 말에 유현진이 웃음면서 농담을 던졌다."그럼 조금 더 고민해 봐야 되겠네요. 그래야 거액의 계약금으로 저를 계약할 거 아니에요?"유현진이 명확하게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한성우는 급하지 않았다. 국내에 섬블 컴퍼니와 경쟁할 만한 회사도 많지 않거니와 강한서와의 관계를 봐서라도 유현진과 계약을 맺을 자신이 있었다.두 사람이 한창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전화 벨소리가 울렸다.신우의 전화였다. 이미 음식점에 도착했으니 빨리 오라는 내용이었다.그렇게 대화는 끊겼다.신우는 한세 한식당의 룸을 예약하였다. 한세는 한주시에서 가장 유명한 한식당으로서 음식 맛이든 환경이든 모든 최상위다.전국 각지에서 한세 한식당 한번 들르려고 한주시에 오는 경우도 많다. 이를 봐도 한세의 인기는 충분히 알 수 있다.음식점 매니저의 안내 하에 룸에 도착하자 유현진이 문을 열었다. 그러자 뜻밖에도 신우 부부 외에 송민준도 자리에 있었다.송민준 옆에는 여자분 한 명이 앉아있었는데, 유현진과 나이가 비슷해 보였다. 유럽 스타일의 메이컵에 히멧컷을 하고, 태닝을 하여 건강한 갈색 피부빛이었다. 예쁜 얼굴이었다. 그들이 룸에 들어설 때 그 여자분은 고개를 돌려 송민준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유현진이 눈앞의 여자분이 궁금하다 싶을 때 한성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름아, 언제 돌아왔어?"아름?엄청 귀에 익은데?그 여자분이 대답했다."며칠 전에요. 오늘 친구랑 약속이 있었는데, 마침 민준 오빠를 만나서 친구와의 약속을 취소하고 같이 왔어요."여자분은 유현진을 쳐다보다가 강한서와 인사를 나눴다."한서 오빠, 오랜만이에요."일부러 유현진을 물어보지 않았다.한성우가 입을 열기 전에 강한서가 한 발짝 내디디면서 소개했다."내 와이프야. 이름은 유현진."그리고는 작은 소리로 유현진한테 말했다.
하지만 고여정은 화를 내지 않았다. 그저 무덤덤한 표정으로 주아람을 한번 훑어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피부 아래 3인치면 모두 백골이에요. 그러니 죽은 사람이나 산 사람이나 거기서 거기죠."주아름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고여정을 흘끔 쳐다봤다.주씨 집안 젊은 세대에서 주아름이 가장 교만하고 예의가 없다. 말을 할 때 타인의 기분 따윈 관심이 없다.이때 한성우가 주아름이 또 뭔 말실수를 하여 사람들의 기분을 잡치게 할까봐 화제를 돌렸다."여정 씨, 물증과 아니었어요? 물증과에서 시체도 접하나요?"고여정이 답했다."필요하면 접하게 돼요. 하지만 통상 법의가 하죠. 그런데 바쁠 때에는 우리도 가서 부검을 도와요.""부검이요?"한성우의 입술이 떨렸다. "그러고 나면 식사를 할 수 있어요?""왜 못 먹어요? 그건 그저 일인데."그때 한성우가 고개를 돌려 신우한테 물었다."여정 씨가 시체를 만지던 손으로 너한테 반찬을 집어주면 속으로 넘어가?"그러자 한순간에 모든 사람의 시선이 신우에게 쏠렸다. 심지어 고여정도 신우를 바라보면서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유현진은 고여정의 직업이 엄청 멋있어 보였다. 하지만 부자들의 모임에서는 확실히 이색적인 직업이긴 하다. 매일이다시피 죽은 사람과 접촉하는 것은 비즈니스에 그렇게 좋은 건 아니었다.신우가 눈꺼풀을 올리더니 주변을 스윽 훑으면서 느릿하게 말했다."셰프가 엉덩이 만지던 손으로 만든 음식을 너도 잘 먹잖아."한성우......한성우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야, 누가 화장실 갔다가 손을 안 씻어?""그런 이치를 아는 놈이 그런 물음은 해?"신우가 갑자기 손을 고여정의 손등에 올려 놓더니 토다토닥 두드리면서 말했다."죽은 사람은 말할 수가 없는데, 이 사람은 시체랑 대화할 수 있어."그 말을 하고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신우는 웃으면서 고개를 돌려 고여정을 보면서 말했다."어느날 갑자기 내가 죽으면, 나를 위해 부검해 줄 수 있어? 엄청 로맨틱할 거 같은데."사람들......신우의
여러 루트를 통해 송가람은 드디어 시계 관련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지금은 재고가 없어 7일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오늘 마침 빈해시의 한 고객이 시계를 반품했고 송가람이 동의한다면 먼저 그 시계를 가질 수 있다고 했다. 빈해시는 한주와 그리 멀지 않았다. 오늘 저녁이면 시계를 받을 수 있었다. 전화를 받은 매니저가 말했다. “고객님은 오늘 두 번째로 이 시계에 관해 물어보신 분이세요. 점장님 친구 분이라고 하셔서 먼저 연락드렸어요. 만약 구매 의향이 있으시다면 지금 바로 보내드릴게요.”송가람이 물었다. “저 말고 또 누가 물어본 거죠?”“죄송해요, 고객님. 그건 고객님 개인 정보라 말씀 드릴 수가 없어요.”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한현진이 분명했다. 송가람은 괜히 어깨가 으쓱해졌다. 결국은 자신이 한현진보다 먼저 시계를 구해내고야 말았다. 송가람이 태연한 말투로 말했다. “지금 준비해줘요. 물건은 바로 저에게 보내주시고요.”“알겠어요. 돈을 입금해주시면 저희가 영수증과 함께 시계를 포장해 최대한 빨리 보내드릴게요.”송가람은 자신이 가진 절반 이상의 돈을 신미정에게 사기 당했다. 이 시계까지 사고 나면 송가람은 거의 전 재산을 탕진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한현진에게 골탕을 먹이는 것은 물론 강한서의 마음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니 송가람은 큰마음을 먹고 계좌 이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송가람이 입금을 하자마자 한성우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세상에, 대박. 팔렸어요. 형수님, 저희 회사에서 영업을 하시는 게 어때요? 한 달 매출의 절반을 원하신대도 괜찮아요.”한현진이 말했다.“꿈 깨요. 이렇게 쉽게 속는 바보가 그렇게 많을 줄 알아요?”그 시계는 신우의 사촌 동생의 것이었다. 사긴 했지만 하고 다닌 적은 없었고 집에 한 달 째 고이 모셔두고 있다가 갑자기 실증이 나 환불한 것이다. 이런 명품 시계는 애초부터 재고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구매한 지 한 달이 되어서야 환불을 하려니 쉽지 않
송가람은 조금 멍해졌다. 서해금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한서와의 만남을 강력하게 반대했다. 그 때문에 모녀가 몇 번을 싸웠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 서해금이 갑자기 뜻을 굽히니 송가람은 심지어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은 아닌지 의아하기까지 했다. 그녀는 한참만에야 정신을 차리고 환한 얼굴로 말했다. “엄마, 정말 반대 안 할 거야?”서해금이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내가 아무리 반대해도 무슨 소용 있어? 내가 반대한다고 네가 내 말을 들은 적이나 있어? 넌 엄마를 원수 취급하려고 했잖아.”“엄마, 정말 날 속이려고 하는 말 아니지?”송가람이 몇 번이고 서해금의 마음을 확인했다. 서해금이 한숨을 내쉬었다. “세상에 자식 이기는 부모가 어디 있어? 지금 네 꼴을 봐봐. 강한서를 위해 얼마나 비참한 모습을 하고도 돌아서려 하지 않는지. 이런 널 보고 내가 뭘 어떡할 수 있겠어?”송가람이 와락 서해금을 끌어안았다. 날아갈 듯이 기쁜 마음이 도무지 감춰지지 않았다. “엄마, 전엔 다 내가 잘못했어. 난 그냥 한서 오빠가 너무 좋아서 그랬어. 엄마, 걱정하지 마. 내가 한서 오빠를 좋아하는 걸 반대하지만 않으면 앞으로 뭐든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할게.”서해금이 가볍게 송가람의 등을 쓸었다. 그녀의 눈빛이 밝게 빛났다. “벌써 좋아하지 마. 내가 말한 조건 잊지 마. 엄마는 깔린느에 반 평생을 쏟아부었어. 깔린느는 엄마가 너에게 남겨주는 거야. 그러니까 네가 깔린느를 지킬 능력이 있다는 걸 보여줘. 네에게 그런 능력이 있어야 앞으로 네 결혼 생활이 어떻든, 깔린느가 네 손에 있는 이상 아무도 널 함부로 대할 수 없어.”“알겠어, 엄마. 엄마가 날 위해서 그러는 거 알아. 엄마를 실망시키지 않을게.”전엔 아무리 말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더니 강한서를 미끼로 사용하니 이제야 조금 말귀를 알아듣는 것 같았다. 서해금이 답답한 마음을 꾹 누르며 나지막이 말했다.“세은이가 회사에 입사할 때, 한현진이 어떤 약속을 했었는지 기억해?”송가람은
스쳐지나면 바로 잊어버릴 만큼 그저 평범하기 그지없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 평범한 미모에 파묻힌 두 눈은 은서하의 등골을 서늘하게 했다.저도 모르게 뒤로 한걸음 물러선 은서하는 실수로 바닥에 놓인 화분을 건드렸다. 꽃병이 흔들리는 소리에 은서하가 번뜩 정신을 차렸다. 한현진 역시 그 소리를 듣고 무의식적으로 은서하를 쳐다보았다. 은서가 얼른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죄송해요, 대표님.”은서하의 목소리가 작게 떨렸다. 하지만 그리 티가 나는 떨림은 아니라 한현진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괜찮아요.”한현진이 사인을 마친 서류철을 은서하에게 건넸다. “결재 다 했어요. 가봐요.”한현진이 건넨 서류철을 받아 꼭 끌어안은 은서하가 가볍게 허리를 숙여 한현진에게 인사를 하고는 몸을 돌려 사무실을 나섰다. 은서하는 사무실 문을 닫으며 다시 한 번 주혁을 쳐다보았다. 그 시선을 느낀 듯, 상대방 역시 사무실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은서하는 얼른 시선을 피하며 문을 닫았다. 서류철을 끌어안은 은서하의 머릿속은 백짓장이 되었다. 그녀는 멍한 눈으로 서류철을 쥔 손에 꽉 힘을 실었다. 결재 서류에 크고 작은 구겨진 자국이 났다. 흐리멍덩한 정신으로 걷던 은서하는 누군가와 부딪혔다. 품 안의 서류가 툭 날리며 바닥 여기저기에 엉망으로 흩어졌다. 은서하가 부딪힌 건 그녀와 친분이 있는 사람이었다. 꽤 가까운 사이였던 그 사람은 허리를 숙여 은서하를 도와 서류를 주으며 핀잔을 줬다. “넌 키가 작아서 내 얼굴에 부딪히지 않아서 다행이야. 아니면 내가 얼마 전에 고친 코가 너 때문에 부러질 뻔 했잖아.”은서하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코를 고쳐? 너 성형했어?”“기억력이 너무 형편없는 거 아냐? 성형한지 이제 6개월도 지났어. 이번엔 다시 손 좀 본 거야.”상대방은 말하며 은서하의 이마를 톡 쳤다. “너도 얼른 그 복코 수술 좀 해. 네 얼굴은 코 때문에 다 망쳤어. 날 수술해준 의사 선생님이 기술이 꽤 좋아. 할 생각 있으면 얘기해. 소개해줄게
은서하는 부끄러운 듯 두 손을 움켜쥐고 웅얼거리며 말을 이었다. “이건 대표님께서 전에 이 팀장님을 통해 주신 외할머니 병원비예요. 2000만 원. 카드 비밀 번호는 000000이예요.”한현진은 카드를 받는 대신 펜을 내려놓으며 은서하에게 물었다. “돈은 어디서 났어요?”은서하는 말이 없었다. 한현진이 태연하게 말했다. “합법적인 루트로 얻은 돈이 아니라면, 제가 이 돈을 받는다고 해도 결국 다시 돌려주어야 할 거예요.”은서하가 다급하게 말했다. “불법적인 돈이 아녜요. 저 회사 사내 대출을 받았어요.”깔린느에는 직원 복지를 위한 사내 대출이 있었다. 대출 이자는 3년에 3% 정도로 낮은 편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이자가 낮다고 해도 결국은 갚아야 하는 빚이었다. 은서하는 안 그래도 경제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대출 이자는 그녀에겐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한현진이 손가락으로 책상 위의 마우스를 살며시 쓸더니 갑자기 말했다. “혹시 제가 이 일을 계기로 서하 씨를 제 사람으로 끌어들일까 걱정인 거예요? 서하 씨에게 은혜를 베풀었다는 것을 빌미로 곤란한 일이라도 시킬까 봐?”한현진의 말에 은서하는 그만 멍해졌다. 그녀는 한현진이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은 몰랐다. 은서하는 입술을 짓이기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묵인이었다. 한현진이 입사한지도 시간이 꽤 지났다. 사람들은 이젠 한현진이 회사에 들어온 목적을 어느 정도는 눈치 챌 수 있었다. 다만 서해금이 깔린느에 너무 오랫동안 몸담고 있었던 터라 깔린느의 핵심부서에는 전부 서해금의 사람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런 서해금에게서 실권을 빼앗으려는 한현진을 좋게 보는 사람은 없었다. 설사 서해금의 편에 서지는 않더라도 그녀의 눈 밖에 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물론 은서하도 그들과 같은 생각이었다. 그녀는 그 어떤 진영에도 서고 싶지 않았다. 은서하는 그저 조용히 출근하고 월급을 받아 외할머니의 병을 치료할 수 있다면 충분했다. 은서하의 침묵의 의미를 알아차린 한현진
강한서의 말에 죄책감이 든 한현진이 말했다. [널 탓하는 게 아니야. 그냥 물어본 거야.]강한서: [물어보는 네 말투가 나에겐 너무 상처였어. 지금 그 문자를 봐도 마음이 아픈 것 같아.]한현진: [...]강한서는 지식만 빨리 습득하는게 아니었다. 그의 비꼬기 기술도 무서운 속도로 발전했다. 하지만 강한서는 자신의 상대가 누군지 잊은 모양이었다. 한현진이 미안함이 가득 담긴 말투로 문자를 작성했다. [그럼 어떡해? 이젠 메시지를 삭제해도 소용없는데. 아니면 네가 아예 날 삭제할래? 그럼 내가 보낸 문자도 볼 수 없고, 그렇게 괴로워할 필요가 없잖아.]강한서는 한참 동안 답장이 없었다. 아마 한현진의 제안에 충격을 받은 듯 했다. 한현진: [삭제했어?]강한서: [...]한현진: [오빠, 얼른 삭제해. 난 오빠가 슬픈 건 싫어.]한현진은 차례로 문자를 잔뜩 전송했다. 결국 한현진의 등살에 못 이긴 강한서가 체념하며 답장했다. [여보, 내가 잘못했어.]한현진이 배배 꼬인 말투로 말했다. [오빠는 그저 자랑이 하고 싶었을 뿐인데, 오빠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어? 잘못한 건 나야. 이렇게 사소한 일로 시시콜콜 따지기나 하고.]말이 없던 강한서는 잠시 후 한현진에게 가방 사진을 잔뜩 보냈다. [자기야, 하나 골라.]한현진은 버럭 화를 내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오빠, 이게 무슨 뜻이야? 지금 내가 가방 때문에 이러는 것 같아?]강한서: [다 사.]한현진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됐어. 농담이야. 사긴 뭘 사. 회사 조직개편에 성공하면 네 수입도 지금처럼 높지는 않을 거야. 우리 아이도 키워야 하는데 아껴야지. 돈 함부로 쓰지마.]강한서에게 한성 그룹이 유일한 수입원은 아니었다. 앞으로 한성 그룹의 수입이 줄어들더라도 그는 여전히 적지 않은 돈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강한서는 이 가족을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는 한현진의 모습이 귀엽기만 했다. [애들은 애들이고, 넌 너야. 아직 우리 와이프를 희생시켜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한성 그룹의 신제품 발표회는 전례 없는 성공을 걷었다. 신제품은 전부 품절되었고 루나의 테스트 영상은 밤새 조회수 1억을 넘겼다. 강한서도 신제품 발표회 후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짧디 짧은 3일 사이, 강한서의 페이스북 팔로워는 2000만 명을 넘기고 있었다. 그의 댓글창에는 벌써 골수팬도 잔뜩 찾아볼 수 있었다. 슬쩍 훑어보기만 해도 [오빠]라며 부르짖는 댓글이 가득이었다. 남녀를 불문하고 말이다. 예약 판매를 앞당기라는 요청과 페이스북의 업로드를 바라는 요청이 난무했다. 시간이 지나도 강한서가 페이스북에 피드를 올리지 않자 네티즌들은 그의 지난 피드를 캐기 시작했다. 그러다 결국 [결혼한 다이아몬드 수저 남편의 일상]이라는 계정을 발견했다. 오래 전부터 [결혼한 다이아몬드 수저 남편의 일상] 계정을 팔로워했고 요즘은 또 강한서에게 빠진 팬들은 순간 두 사람의 말투, 문장부호 사용 습관이 똑같다는 것을 발견했다. 심지어 두 계정이 동일한 휴대폰 기종을 사용하고 있고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피드를 올린 적이 있다는 것까지 전부 알아냈다. ‘이건 강한서 부계정이잖아!’비록 [결혼한 다이아몬드 수저 남편의 일상]은 친구만 볼 수 있게 설정이 되어 지금은 아무 것도 확인할 수 없었지만 오래된 팬들이 남긴 애정행각 캡쳐본은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천재는 아내 자랑도 남다르게 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행을 떠난 아내가 오랫동안 집을 비우자 강한서는 아내가 보고 싶었지만 그는 보고 싶다는 말 대신 이런 글을 남겼다. [꽃에 물을 준지 7일 째. 이미 한계야. 내일도 안 돌아오면, 시들든 말든 다신 상관 안 해. 난 말한대로 할 거야.]10일이 지나도 한현진이 돌아오지 않자 강한서는 말했다. [꽃은 죄가 없잖아. 죄가 있다면 기른다면서 물도 제대로 주지 않는 사람이겠지.]12일 째: [나한테 사진을 보냈어. 보고 싶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난 그저 저 꽃들에게 신경을 끄고 싶을 뿐이야.]18일 째: [돌아왔어. 물을 너무 많이
한현진의 말에 강한서가 조용해졌다. 그녀는 손을 뻗어 강한서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눈물이 손바닥을 가득 적셨다. 발표회가 무사히 마무리된 그날 밤, 가여운 두 영혼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 안방 밖에 쭈그리고 앉아있던 강민서는 결국 그 방문을 열 용기를 내지 못했다. 강민서의 휴대폰은 끊임없이 진동이 울렸다. 신미정이 쉴새없이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민서야, 오빠에게 얘기했어?][엄마는 네 삼촌에게 속은 거야. 누가 더 중요한지 엄마가 모르겠니? 엄만 그저 외할아버지가 남긴 회사가 이렇게 무너지는 게 안타까워서 그럴 뿐이야.][엄만 한서와 모자의 인연을 끊을 생각이 없었다. 한서는 내 아들이야. 내가 설마 걔를 버리겠니? 한현진이 날 속여서 그 각서를 쓰게 한 거야. 난 그 각서는 법적 효력이 없다는 걸 알고 사인한 건데 그 X가 이런 식으로 날 X 먹일 줄 어떻게 알았겠니.][민서야, 인터넷에 떠도는 헛소리는 보지도 마. 한서도 내 아들이야. 내가 어떻게 한서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다만 한서는 너무 오랫동안 네 할머니 곁에서 자랐잖니. 할머니는 날 좋아하지 않으시고. 그러니 나도 네 오빠가 날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서 가끔은 한서를 멀리했던 거야. 하지만 한서도 내 배 아파 낳은 내 자식이야. 한서가 힘들면 당연히 엄마도 더 힘들지.]강민서가 입술을 짓이겼다. 바닥에서 몸을 일으킨 강민서는 아래층으로 내려가며 신미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마 줄곧 휴대폰만 쳐다보고 있었던 듯, 신미정은 연결음이 들리자마자 전화를 받았다. “민서야, 우리 딸. 엄마가 부탁한 건 어떻게 됐어? 오빠한테 전부 얘기했어?”강민서가 갑자기 물었다. “엄마, 다음 주 수요일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신미정은 순간 강민서의 질문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었다. “얘는, 갑자기 왜 그런 걸 묻고 그래. 엄마는 이제 나이도 많은데 그런 걸 어떻게 기억하겠니. 힌트라도 줘.”강민서가 말했다. “다음 주 수요일은 오빠 생일이잖아요, 엄마. 다른 댁 사모
집에 도착하고 나서야 송병천의 답장을 확인한 한현진은 다행이면서도 안타까운 감정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송병천의 답장에 마음이 놓이는 것은 사실이었다. 최소한 지금의 송병천은 비록 화가 나긴 했지만 아예 마음을 돌릴 수도 없는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주문 제작이야, 장인어른의 마음을 사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해내야만 했다. 송병천에게 답장을 한 한현진은 고개를 돌려 침대에 누워있는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수트는 방금 민경하의 도움으로 벗길 수 있었다. 강한서 스스로 끌어내린 넥타이는 느슨하게 풀린 채 가슴 앞에 걸려있었다. 풀린 단추 사이로 붉게 물든 가슴이 보였다. 강한서의 안경은 여전히 그의 콧등에 걸려있었다. 날카로운 이목구비가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상하리만치 부드러워 보였다. 한현진이 강한서의 옆에 누워 그의 몸에 기댄채 귓가에 속삭였다. “강한서, 강한서. 여보...”강한서는 조금 시끄러운 듯 머리에 힘을 실어 베개에 푹 파묻혔다. 위로 솟은 목 때문에 그의 목젖이 더 도드라져 보였다. 강한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한현진을 유혹하고 있었다. 한현진이 손을 뻗어 강한서의 안경을 벗겼다. 그녀는 그의 이마를 살며시 쓸었다. “여보, 샤워하고 자. 나 너 못 일으켜.”강한서가 흐리멍텅한 눈빛으로 눈을 떴다. 그는 눈앞에 보이는 흐릿한 인영에 갑자기 손을 뻗어 한현진을 끌어안고는 그녀의 얼굴에 입을 맞췄다. “현진아, 현진아...”강한서가 웅얼거리며 한현진의 이름을 불렀다. 한현진의 그의 부름이 일일이 대답하며 단추를 풀렀다. “나 여기 있어.”한현진의 이름을 부르던 강한서가 또 바보처럼 웃음을 터뜨렸다. 평소의 진지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그저 한없이 아이 같은 모습이었다. 강한서가 나지막이 말했다. “현진아, 내가 해냈어. 내가 해냈어, 현진아. 현진아...”십년이었다...강한서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한성을 지지하는 모든 고객에게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놓기까지 걸린 시간이.
송병천이 송민준을 재촉했다. 송민준은 제일 위에 있던 이모티콘을 삭제하곤 휴대폰을 송병천에게 돌려주었다. 이모티콘이 삭제된 것을 본 송병천이 순간 놀란 얼굴을 하며 물었다. “어떻게 사라진 거야?”송민준이 말했다. “인터넷 지연이 있었던 것 같아요.”송병천이 투덜거렸다. “업데이트를 하면 할수록 엉망이네.”송민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송병천은 휴대폰을 들고 귀한 따님에게 답장을 보내며 송민준을 나무랐다. “너 이젠 나한테 이상한 이모티콘 보내지 마. 내가 실수로 이모티콘을 잘못 보내 네 동생이 보면 내 이미지가 깨지지 않겠어?”송민준이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미지가 어떨진 모르겠지만 아빠 아이큐가 몇인지는 깨달았을 것 같네요.’송병천은 문자를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그는 한참 동안 어떻게 답장을 보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는 결국 오다 주운 것 같은 아들에게 도움을 청해야 했다. “민준아, 내가 뭐라고 답장하면 현진이도 상처 안 받고 강한서에 대한 내 분노를 표현할 수 있을까?”송민준이 말했다. “엄마는 약을 주고, 아들은 술을 주네. 하나는 손자를 노리고 다른 하나는 아빠를 노리니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다 죽어야 끝나겠어, 라고 보내요.”송병천이 송민준을 걷어찼다. “X 놈의 자식!”송민준이 소파에 기대 앉아 웃음을 터뜨렸다. “대체 강한서를 사위로 받아들이시긴 할 거예요? 그럴 생각이 없으신 거면 대체 왜 강한서 체면 따위를 생각해주시는 거예요? 바로 현진이를 데려와서 평생 못 만나게 하면 그만이잖아요.”송병천이 송민준을 노려보았다. “내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서 뭐가 달라져? 네 동생이 좋다고 하잖아. 뱃속의 아이에게도 아빠는 필요해.”“그러지 마시라니까요. 아빠가 마음에 안 드시면 마지못해 사위로 받아들이셨다고 해도 결국 마음에 넘지 못한 산이 생길 거예요. 저라면 차라리 받아들이지 않겠어요. 현진이에게 다른 남자를 찾아주면 되죠. 현진이도 한서 외모에 반한 거잖아요. 우리 회사에 잘생긴 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