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영상속에 유현진은 붉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무표정으로 "해체" 를 진행하고 있었다.법률을 알려주는 드라마는 그렇게까지 잔인하게는 찍을순 없었다, 그리고 화면상으로도 직접 시체를 분해하는 장면은 볼수 없었다. 하지만 연기하는 그녀의 표정은 너무나도 섬뜩했다, 무뚝뚝한 표정, 차가운 눈빛, 시체를 자를때 뿜어져 나오는 피가 그녀의 볼을 타고 흘렀다, 그녀의 얼굴에서 잔인함과 아름다움을 엿볼수 있었다.그녀가 시체를 분해하는 그때 갑자기 벨이 울렸다.유현진은 일어서 세수를 한뒤 외투 한 개를 아무렇게나 몸에 걸친후 침착하게 향수를 뿌려 몸의 피비린내를 감췄다, 그리곤 문을 열기전 립스틱을 바르는것도 잊지 않았다.그녀는 자신의 이미지를 엄청 중요히 생각했다.택배원과 마주했을때, 그녀 방금까지의 차가운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고 얼굴에 미소를 띠며 택배를 받았다, 감사의 인사도 빼먹지 않았다.방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자 택배원은 약간의 호기심을 가지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이에 그녀는 한숨을 쉬며"집에서 기르던 강아지가 여기저기에 소변을 봐서 우리에 가뒀어요, 아마도 불편해서 저러는 걸거예요."그녀의 목소리는 남자가 여자목소리를 흉내내는듯이 굵은 목소리였다, 음색은 그녀가 평소에 말하는 것과 완전히 달랐다, 아마도 고의로 발음을 고친듯한 목소리였다.하지만 그녀의 이런 행동조차도 여인의 느낌이 물씬 났다.택배원은 말했다."강아지는 제대로 훈육해야돼요, 얘가 어디에서 오줌을 누면 거기로 데려가서 교육하세요, 강아지로 하여금 자신의 잘못을 알게 해야됩니다, 이걸 몇번만 반복하면 알게 될거예요. 어린애들도 잘못을 하면 맞아야 정신을 차리는데 하물며 강아지는요?"유현진은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확실히 그것도 방법이네요." 그녀의 뒤에 있는 객실에는 온몸이 묶여있고 말 못하게 입에 뭔가가 물려져있는 남성이 있었다, 그의 눈 앞에는 피 웅덩이가 고여져 있었다, 마치 방금까지 일어났던 일을 암시하는듯이.남자는 미친듯이 발버둥을 쳤지만 티비
이 안건은 바로 몇년전 한주시를 뒤흔든 넷카마 방송인 연쇄살인안건 이였다.피의자는 어릴적 계부의 몇차례의 성폭행을 당했었다, 그래서 남자를 증오했고 여자가 되기를 갈망했다, 그의 행동은 항상 여자를 모방하는듯 했다. 거기에 잘생겼었고 능력도 있었기에 졸업후 괜찮은 회사에 취직하기도 했다. 생활이 정상적인 상태에 들어갈 무렵 그의 계부가 집을 찾아와 돈을 요구했다, 그리고는 회사에 그가 여장을 하고있는 사진을 퍼뜨렸다, 이에 회사는 이미지의 손상을 우려해 그를 해고했다.당시 그와 썸을 타고 있던 동료도 그와 결별을 선언했다.당시 계부는 도박중독에 걸려 모든 집재산을 홀라당 날려먹고 커다란 빚덩이에 앉게 되였다, 심지어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골을 파해쳐 명혼에 사용해 돈을 받았다.또 다시 가정폭력에 더 이상 참을수 없게 된 피의자는 계부가 술에 취한 틈을 타서 상대방을 베개로 질식사하게 만들었다.계부는 생전 주위사람들과 관계가 엄청 나빴고 술을 입에 달고 살았으며 죽기 전에도 술을 대량으로 마셨었기 때문에 그의 사망은 그 누구의 의심도 불러일으키지 않았다.첫 번째 범행을 저질렀을때의 쾌감이 피의자의 정신을 자극했던 탓인지 약간의 시간이 지난뒤 이어서 빠르게 두번째 범행을 저질렀다.그는 미녀방송인으로 변신하여, 인터넷에서 표적을 물색하고 있었다, 상대방과 친해진뒤 오프라인 만남을 약속한후 상대방을 죽이고 물품을 갈취하는 방식으로 일상을 유지했다.처음엔 계부와 인성이 비슷한 사람들만 표적으로 노렸지만 후엔 무차별범행을 진행했다.시체 절단, 시체 요리 등 수법은 잔인했고 사람이 한 짓이라곤 믿을수 없었다. 사람들은 상대방이 무조건 무자비하고 악독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지만 피의자의 법정 동영상이 유출되자 인터넷에서 전례없는 큰 이슈가 되었다.왜냐하면 피의자의 용모는 엄청 가느리고 심지어는 예쁘다고도 할 수있었다. 그의 행동들은 완전히 여자 그 자체였다, 그리고 목소리도 부드러워서 전혀 살인범의 느낌이 들지 않았다.유현진의 연기는 그야말로 굉장했다, 그녀
"그래, 좋아."한성우는 이에 놀라면서"진심으로 하는 소리야?"강한서는 무덤덤하게 말했다."계약료 2000억."한성우는 입꼬리를 씰룩거렸다."그럼, 너는?""나랑 하면 그건 위법이지 않아?"한성우는 이에 할말을 잃었다.그는 강한서가 이렇게 나올줄 진작에 알고있었다, 게다가 그냥 대충 던져본거 였다.강씨 가문사람이라는 신분이 유현진으로하여금 배우하는 걸 쉽게 허락하기란 어려웠다.말하는 도중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고개를 숙여 확인하고는 소리를 질렀다."형수님이 페이스북 개인정보를 바꿨어.""선셋 스타" 이 아이디를 제외하고는 유현진은 또 하나의 사적인 아이디가 있었다.이 아이디는 예전에 "화성사육사" 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한적이 있었다.그녀는 자신의 요리 일상을 전문적으로 기록하기 위한 아이디였다, 대부분 자신이 요리하고 있는 사진을 게재했었다, 여기엔 적지 않은 실패 작품도 올라가 있었다. 그리고 가끔 가다가 자신의 셀카도 올렸었다.여기까지 말하고 꼭 말해야 하는 한마디를 보탠다면 유현진의 셀카실력은 엄청 안좋았기에 그의 미모를 다 담을순 없었다.그녀의 얼굴은 원래 엄청나게 예뻤지만 굳이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필터를 씌워 남보여주기 부끄럽게 찍었었다. 그는 강한서가 그녀의 페이스북을 검색하는걸 몰랐었더라면 그 사진의 여자가 유현진이라는것도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였다.이전에 이 아이디는 그래도 갱신속도가 빨랐었는데 그 뒤론 어째선지 잠잠했다. 가끔 가다가 실종된 사람을 찾는걸 도와주는거나 병에 걸린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모금하는 게시물을 올린다거나 할뿐이였다. 마지막으로 올린 페이스북도 반년전이였다.이때 마침 그녀는 페이스북에 배우 인증마크를 달고 닉네임을 자신의 이름으로 고친것 이였다그 후 "법역" 의 최신 홍보 페이스북아이디를 공유하면서 그 아래 댓글을 달았다."여자일가요? 남자일가요?"오피셜에서 빠르게 그녀의 페이스북을 고정했다.한성우는 댓글이 실시간으로 수천개가 달리는것을 목격했다."아아아아아아, 언니!""언
송민영은 한세정의 새 드라마에서 카메오로 출연한 여자가 남자분장을 한 역할을 일컫는 거였다.이 뉴스는 그녀가 매수한것이였다.유현진은 송민영과 달라서 화장을 안해도 그 아름다움이 흘러나오고 오관도 아주 정교해서 눈 화장을 조금만 보태면 카리스마있는 자태를 연출할수 있었다.그리고 그녀는 대부분의 여자배우들보다 더욱 과감했다, 여배우들은 이런 짧은 머리 역할을 대부분 시도하려고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였다.왜냐하면 이런 역할들을 자신의 오관이나 몸매의 단점들을 가감없이 보여주기 때문에 아무리 미인이라 하더라도 어떤 각도에선 불리하기 때문이였다.하지만 유현진에게는 사각이란 없었다.짧은 머리에 날카로운 눈썹은 관중들로 하여금 여자인지 남자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게 했다.이어 송민영의 생김새는 비교적 청순했기 때문에 그녀는 캐릭터를 잘 만나서 인기가 많아진 케이스였다, 강한서가 그녀한테 추천해준 극본과 컨셉은 아주 교묘해서 그녀의 이미지와도 부합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굴로만 따진다면 연예계에서는 그렇게 예쁜쪽에 속하지 않았다.과도하게 납작한 오관은 화장덕을 많이 보기 때문에 송민영도 그녀자신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다. 연기에서나 레드카펫에서의 포토존에서나 화장은 언제나 그녀의 안전구역이였다.그리고 그녀가 연기한 남자분장역할도 예외는 아니였다. 넓은 이마는 분칠로 가리고 비록 남자분장이였지만 눈썹화장도 똑같이 따라했기때문에 평소와 큰 다른 점은 없었다. 거기에 평범한 연기까지 더해지니 멋진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그리고 이 뉴스는 유현진의 실검뒤를 졸졸 따라가는 모양새가 되여 아주 처참하기 그지 없었다.팬들도 이거까진 칭찬하기 부끄러웠는듯 실검에 그렇게 오랫동안 머물지는 못하고 급속도로 인기가 떨어졌다.한성우는 고개를 들어 강한서를 보았다. 이 녀석은 눈썹을 찌푸리며 타자를 하고 있었다. 그는 궁금해서 옆으로 다가가자 강한서는 핸드폰을 거두고는 차가운 눈길을 보며 눈을 들었다."아직도 할 일이 남았어?"이 말의 숨은 뜻은 사람을 쫓아내려는 것이였다
싸우지도 않았는데 전화도 안 받는 상황에 한성우도 무턱대고 놀릴수는 없었다."아마도 잘못 누르거겠지? 한 번 더 걸어봐."이에 강한서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아까와 똑같은 상황이였다. 전화는 받자마자 끊켰다.네다섯번을 반복하였지만 변함이 없자 강한서의 얼굴에는 한치앞도 내다볼수 없는 어둠이 깔렸다.한성우는 이에 기침을 짖고는"내가 걸어볼게."한성우가 전화를 걸고 몇초가 지나지 않아 전화는 연결이 되였다.이어서 유현진의 부드럽고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한성우는 옆에서 뻗뻗하게 굳은 얼굴을 하고 있는 누군가를 힐끔 쳐다보고는 기침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형수님, 저녁식사를 대접해드리려고 하는데 시간 있으세요?"유현진은 농담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저한테 식사 대접하는게 아깝지 않아요?"한성우는 유명한 짠돌이였기에 종래로 다른 사람의 밥을 얻어먹고 다녔었다. 혹시 어느날 그가 식사를 대접한다고 하면 그 속에 숨은 의도는 절대로 순수한것이 아닐것이다."제가 아니라 신우예요, "법역" 이 이렇게 잘됐는데 식사라도 대접해드리는게 맞죠."이전 고여정이 그녀에게 식사를 대접하려고 했을때 그녀는 거절을 했었다. 그녀는 고여정이 다들 서로 엄청 친밀하지 않기에 초대에 거절한건 이해할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러자 신우는 한바퀴 빙 둘러서 한성우를 통해 그녀를 초대했다.유현진은 잠시 생각한후 물었다."주소가 어디예요? 그리고 언제 가야하죠?""지금 어디 계세요? 제가 이따가 차로 배웅해드릴게요.""괜찮아요, 저도 차 운전해서 가면 돼요.""그럼 저 좀 태워주실수 있나요? 마침 차 기름도 아끼고 저는 지금 구로에 있어요."유현진은 이에 말문이 막혔다.(기름 돈이 아깝다고?)전화를 끊은후 유현진은 진씨 아저씨와 작별인사를 나누고 차를 몰고 친정집을 떠났다.진 씨가 들어와서 보고를 할 때 할머니는 유현진이 보낸 만두를 먹고있었다.유현진은 진심을 담아서 손수 만든 만두를 선물했다.그녀의 요리실력은 그저그런 수준이였지만
진 씨는 부드럽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사모님께서 방금 떠났습니다.""언능 갔어야 했어, 여기 하루종일 눌러붙으면서 밥도 안 먹고, 누가 보면 내가 학대하는줄 알겠어."진 씨는 부드럽운 목소리로"사모님은 화 내시는게 두려웠던 것일 겁니다.""내가 화내는게 무섭다면 빨리 애기를 낳아야지!""젊은 사람들은 다 생각이 있겠지요, 사모님은 아직 젊으셔서 몇년 늦어도 괜찮으실 겁니다.""몇년 늦으면 나도 못 보겠네.""건강하셔서 백세까진 무병장수 하실겁니다."할머니는 그를 힐끔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그 계집애가 안마기 하나 선물 했다고 벌써 그 애 편드는 거니?"진 씨는 이에 미소를 지으며"할머니께서도 진짜로 화나신건 아니잖습니까. 진짜로 노하셨으면 문도 안 열어주실거 아닙니까? 만약 진짜로 임신한다면 놀라야 하는건 도련님이시겠죠. 그 수술이 어떤 부작용을......"할머니는 말을 하지 않고 그저 진 씨를 한번 바라보았다. 이에 상대방은 신중하게 입을 다물었다.할머니는 입을 닦고 무덤덤히 말했다."현우는 요즘 어때?""회사에 돌아온지 얼마 안돼서 잘 모르지만 아래사람들이 말하는걸 듣기론 많이 변했다고 합니다. 최근 일도 척척 잘하고 성격도 많이 수그러 들었다고 합니다. 아침에 특산물도 여기로 보낸걸 보면 몇개월동안 단련이 제대로 됐나 봅니다, 아마도 뜻을 깨달은 거겠죠.""걔가 진짜로 내 뜻을 알아냈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얼굴 한번 비추지 않는건 말이 안되지, 무조건 마음속으론 날 증오하거야."진 씨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강현우가 벌인 사고는 당시 회사에 아주 나쁜 영향을 끼쳤었기에 할머니도 훌륭한 사람이 되지 못하는걸 한스러워하며 회사환경이 제일 악랄한 곳에 보냈었다.기실 그 쪽 회사는 강한서도 가본적이 있었다. 게다가 그가 대학을 다닐때 실습차원으로 주동적으로 방문한 곳이였다.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한서 도련님은 엄청 겸손하게 인턴의 마음가짐으로 실습하러 갔기 때문이다.서부지역의 지사는 강한서의
유현진은 차를 구로로 몰고갔다, 바로 한성우를 발견했고 당연하게도 그 옆엔 1미터 87이나 되는 나무밑둥이 있었다.그녀는 액셀을 밟고 그냥 지나치고 싶었으나 한성우가 계속 부르고 있었다. 그는 분홍색 정장을 입고 있었기에 걸어다니는 꽃나비를 연상케 했다. 그는 차를 뒤따르며 소리를 질렀기에 너무 창피해서 차를 멈출수밖에 없었다.창문이 내려가고 한성우는 창문에 지대여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형수님, 온 도시를 놓고 봐도 저희들만큼 키 큰 사람이 없는데 못 보셨어요?"이에 유현진은 얼굴색도 안 변하고 말했다."연예계 스타가 거리에 나와서 화보를 찍는줄 알았네요, 옷차림이 너무 멋있어요, 잘 못 본줄 알았어요."강한서는 유현진을 힐끔 보고는 그는 생각했다. 그녀가 무조건 마음속으로 다른 생각이 있었다고 확신했다.그는 차 창문을 내리는 순간 그녀의 한순간 스친 혐오하는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그녀의 거짓말은 점점 더 터무니 없어졌다, 하지만 한성우한테는 유용했다.그는 자기애가 넘치는걸 표현이라도 하는듯 머리를 정리하곤 유현진을 향해 윙크를 날렸다."제가 혹시 연예계에 진출하면 못해도 톱스타는 되겠죠?""어찌 톱스타뿐만일까요, 국민남편도 따놓은 당상이죠. 패션유행을 휩쓸고 다닐거예요."한성우는 이에 기쁜듯한 어투로 말문을 열었다."역시 안목이 탁월하십니다!"필터를 던져버리니 유현진을 볼수록 호감이 갔다, 예쁘게 생긴건 뒤로하고 연기도 엄청 잘하고 말도 엄청 달콤했다.한성우는 이렇게 보니, 강한서는 이렇게나 예쁜 와이프가 있음에도 아끼거나 달래지 않고 사흘이 멀다 하고 서로 다투니 복에 겨웠다는 생각을 했다.강한서는 유현진의 두마디 겉치레에 자신의 친구가 마음속으로 넘어가고 있다는것은 꿈에도 몰랐다.한성우는 차문을 열었다, 강한서는 자연스레 조수석에 탔다.유현진은 그를 흘겨보았다."강 대표도 기름값 아끼는거야?"강한서는 이에 반문하였다."부가티는 운전할만해?"유현진은 이에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할머니집으로 갔을때는 언제나 부가티를
부가티는 그녀도 몇번 밖에는 운전하지 못해봤다, 왜냐하면 너무나도 비쌌기 때문에 어디 긁힐가 두려웠다.그 외 이 차는 너무나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엔 충분했다. 왜냐하면 한주시를 통틀어 놓고 봐도 몇 대 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녀가 운전할때면 그 누구든지 바로 강한서의 차임을 알수 있었다. 그리고는 그 소식이 강현우 귓속으로 들어갈게 뻔했고 자신도 강한서한테서 빌리지 못했던 그 차를 그녀가 몰고 있다는 걸 알면 신미정한테 가서 고자질할게 불 보듯 뻔했다.이전 그녀는 이런 불필요한 번거로움을 만들지 않기 위해 강한서의 차를 종래로 건들지 않았었다.하지만 최근, 그녀는 문뜩 생각이 텄다.어쨌든 결국엔 이혼할바엔 즐길수 있을때 즐기는게 낫지 않을까?강한서랑 같이 산지 3년이나 됐는데 차라도 못 탈까?그래서 그녀는 부가티를 운전했을 뿐만아니라 일부러 사람이 많은 시장을 지났다, 관심이란 관심은 모두 받으면서 말이다.강한서가 이 자리에서 말을 꺼내지 않았다면 유현진은 더한 짓도 할수 있었다.이에 그녀는 뻔뻔스러운 태도로 조곤조곤하게"나쁘진 않았어, 차고에 너무 오래 넣어두다간 엔진이라도 망가질까봐 탔지."강한서는 이 변명에 추궁하는 것도 귀찮았다.그는 그녀가 입놀림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진작 알고있었다, 말이 안되는 것으로도 논쟁이 가능할 정도였으니 말이다.(무슨 상냥하고 철이 들고 현모양처야? 하나도 맞는게 없어!)원래 다 끝난 대화였는데 한성우는 이어서 한마디를 거들었다."슈퍼카는 엔진을 계속 사용해줘야 오래 써요."유현진은 이에 따봉을 날리며"역시 배운 사람이네요."강한서는 입꼬리가 떨리면서 한성우를 흘겨보았다.(이 자식은 도대체 누구 편이야?)한성우는 돈의 편만 들지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다. 다만 그는 돈을 벌때 찌라시를 보는것을 좋아할 뿐이였다.그는 유현진이 그에 대한 호감이 오르기만을 기다린뒤 앞의 좌석에 기대며 머리를 내밀었다."형수님, 엔터테이먼트 회사와는 언제 계약할 생각이신가요, 저희 회사는 어때요? 만약 오신다면
한성우가 흥, 콧방귀를 뀌었다. “형수님도 양심은 없으시네요. 아무리 그대로 강운이가 형수님을 좋아하는 건 사실이잖아요. 이렇게 이용하시면 마음에 안 찔리세요?”한성우의 말에 한현진의 말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좋아하면 강한서를 자극하기 위해 절 간민혜 씨 모습으로 분장시킬 수 있어요? 저와 주 변호사님은 그저 지인 딱 그 정도예요. 말 할 거예요, 말 거예요? 말 안 할 거면 됐어요.”‘강한서에게 덫을 놓은 건 내가 평생 기억하고 있을 거야.’말을 잘못 꺼냈음을 인지한 한성우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얘기하면 되잖아요. 왜 화를 내고 그래요. 하지만 제가 얘기한다고 해서 강운이가 나설 거란 보장은 저도 못해요.”한현진이 덤덤하게 말했다. “할 거예요.”주강운이라는 사람의 모든 면을 잘 안다고 할 수 없었지만 한현진은 변호사로서의 그의 능력은 의심한 적이 없었다. 정서희의 의뢰를 받고 정설희 사건을 조사하고 있으니 당연히 장준도 눈여겨보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제 발로 찾아온 기회는 주강운은 거절할 리가 없었다. 주강운에게 전화해 안부를 묻던 한성우는 돌고 돌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불법 레이싱 교통사고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3명이 죽고 15명이 부상을 입었대. 전부 이제 갓 20살이 된 어린 애들이던데 안타깝게 됐어. 학교나 열심히 다닐 것이지 레이싱은 대체 왜 한 거야. 목숨이 아깝지도 않나 봐.”커피를 한 모금이 마신 주강운이 서류를 넘기며 말했다. “이젠 사회 뉴스도 봐?”“아니, 그냥 우연하게 본 건데 놀라워서 그러지. 바로 주변에서 일어난 일이잖아. 부상자 중에 진수 그룹 막내아들도 있었고. 탄식이 절로 나오더라니까.”물을 한 모금 마신 한성우가 툭 던지듯 물었다. “넌 이런 뉴스 안 봐?”주강운이 말했다. “봤는데 자세히는 안 봤어.”“사건 관련 기사는 아무것도 아니야. 숨겨진 뒷이야기가 더 충격적이야. 그러니까...”“잠깐만.”주강운이 한성우의 말을 잘랐다. “나 할 일이 있어서 나중에 끝
[아니, 지금 중요한 건 사고 원인을 밝히는 거 아녜요? 대체 왜 부상자 신상정보나 캐고 있는 거예요? 일부러 여론 몰이 하려는 거 아녜요?][그러니까요. 이렇게 큰 교통사고면 한 사람만의 문제는 아닐 텐데, 이 경기의 주최 측에 문제점을 둬야하는 거잖아요.][속도 제한 구간에서 불법 레이싱을 하다 교통사고가 발생했어요. 뭐 더 할 말 있어요? 위에 댓글 혹시 진수 그룹 알바 아니세요?][그래서 진모 씨는 경기에 참가하지 않은 건가요? 피해자라도 된대요? 피해자는 그 인간들 차에 치인 사람이에요. 논리적인 척 하는 거 웃기네요. 쓰레기 같은 인간 때문에 목숨을 잃은 피해자는 나 몰라라 하면서 그것도 인간이라고 신상정보가 털리는 게 안타까워요?][진윤. 남. 서화 대학 전기정보공학과 2학년. 주민등록 번호: XXXX. 전화번호: XXXX.]진윤의 신상정보가 인터넷에 전부 폭로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정보를 공유했다. 심지어 진윤의 수능성적을 폭로하며 그의 성적으로는 서화 대학에 입학할 수 없다며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불법 레이싱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한 사람을 향해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고 여론은 이미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었다. 여론 몰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해도 그 대상이 진윤이 될 이유가 없었다. 누군가 진윤을 이용해 사건의 요점을 흐리려는 의도이거나 이번 일을 계기로 진수 그룹에 타격을 주려는 것이 분명했다.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 한현진이 한성우에게 연락했다. 진윤의 일로 전화했다는 것을 안 한성우가 말했다. “이번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녜요. 일단 불법 레이싱도 문제이긴 하지만 제일 중요하건 레이싱에 참가한 사람 중 마약을 한 인간이 있다는 거예요. 그게 이번 사고가 일어난 제일 중요한 원인이기도 하고요.”“지금 그 인간을 숨기기 위해 인터넷에서는 이 사건의 모든 화살을 진윤 씨에게 돌리고 있어요. 형수님과 한서는 이번 일에 끼어들지 말아요.”한현진이 멈칫하며 물었다. “그
한현진은 어쩔 수 없이 민경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약혼식 준비를 하는 민경하를 위해 강한서는 특별 휴가를 지급했다. 그러니 민경하도 지금은 강한서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했다.“아주머니 말로는 아침 여섯 시부터 급하게 나갔다고 해요.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돼서요.”한현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사람에게 물어봐야겠어요.”“잠깐만요, 사모님.”갑자기 한현진을 부른 민경하가 나지막이 물었다. “오늘 아침 뉴스 보셨어요?”“아직요. 왜요?”민경하가 말했다. “어젯밤 남서신길에서 레이싱 경기가 있었는데 큰 교통사고가 발생했어요. 3명이 죽고 15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해요. 남서신길 쪽에 저희 자회사에서 시공을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어요.”“오늘 아침 6시쯤에 뉴스가 터진 거니까 대표님께서 급히 나간 게 그 일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남서신길이요?”잠깐 생각에 잠겼던 한현진이 움찔 몸을 떨었다. ‘진윤 씨가 전에 참가하겠다고 고집 부리던 경기잖아?’한현진이 곧바로 진윤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뿐만 아니라 홍혜림도 연락을 받지 않았다. 비록 진씨 가문과 연이 깊은 것도 아니었고 진윤에게 다가간 것도 홍혜림에게 물어볼 것이 있기 때문이었지만 혹시라도 사고를 당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다. ‘이 자식! 분명 강한서와 더는 그런 위험한 경기엔 참가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면서. 대체 왜 이렇게 말을 듣지 않는 거야.’아무도 연락을 받지 않자 한현진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한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하리에게 물어봐달라고 할 생각이었다. 진윤의 사촌누나이니 어쩌면 남인 그들보다 먼저 소식을 들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한열이 말했다. “진윤 씨도 다쳐서 아직 깨어나지 못했대요. 신하리 씨도 아까 공항으로 가서 아마 지금쯤 그쪽으로 출발했을 거예요. 아직 사람을 보지도 못했으니 신하리 씨도 상황은 잘 모르고 있을 거예요.”제일 염려했던 일이 결국은 일어나고 말았다. 진윤도 그 사고 현장에 있었다. 그
염색은 한 시간이 지나서야 끝이 났다. 잘생긴 포즈로 거울 셀카를 찍은 진윤이 강한서에게 사진을 전송했다. [다시 시작.]강한서는 사진 속 검은 머리에 순해 보이는 젊은이를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의 웃음소리에 읽던 책을 내려놓은 한현진이 고개를 돌려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왜?”강한서가 진윤의 셀카를 한현진에게 보여주었다. 한현진 역시 사진을 보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 “어쩐지 금발에 눈썹도 살짝 밀어버리는 스타일을 고집하더라니. 눈썹 피어싱까지 빼니까 그냥 아기였네. 너무 귀엽게 생겼잖아. 훈이보다 어려 보여.”강한서도 한현진을 따라 웃었다. “선배도 그렇잖아. 50살도 넘은 분이 아직도 30대처럼 보이니까. 성우가 처음 선배를 봤을 때 형이라고 불렀다가 예의 없다고 혼났어. 그러다 다른 애들도 형이라고 하니까 말이 없더라고.”그 장면을 상상한 한현진은 웃음을 멈추질 못했다. “역시 동안이 좋아. 50대가 되어서도 얼굴 하나로 젊은이들의 마음을 살 수 있잖아. 난 왜 동안이 아닐까?”그 말에 멈칫한 강한서가 한현진을 힐끔 쳐다보았다. “누구 마음을 사려고?”한현진이 눈웃음을 지었다. “강 대표님, 몇 십 년 후의 일도 미리 질투하실 거예요?”강한서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 정도는 아냐.”한현진이 의외라는 듯 물었다. “정말?”강한서가 확신에 찬 말투로 대답했다. “안 해, 질투.”예상 밖의 대답에 호기심이 불타오른 한현진이 물었다. 몇 십 년 후엔 사랑보다 정으로 사는 거라 신경 쓰지 않는 거야?”강한서가 대답했다. “그건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어.”“뭔데?”강한서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몸이 살아있는 한 그대들은 그저 첩에 불과해.”멍해졌던 한현진이 폭소를 터뜨렸다. 그녀는 강한서를 품에 안고 뽀뽀 세례를 날렸다. “진지한 얼굴로 실없는 농담을 던질 때 정말 귀여워 죽겠다니까.”강한서가 힐끔 한현진을 쳐다보았다. “이런 걸 바로 조강지처의 자신감이라고 하는 거야.”한
순간 불쾌한 기분에 빠진 진윤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런 아마추어 경기는 사석에서 주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전문적인 레이싱 경기도 아니었다. 오직 속도에서 주는 쾌락만을 추구하는 경기였다. 상금이 높은 만큼 위험부담도 컸다. 하지만 진윤이 경기에 참가한 것은 상금 때문이 아니었다. 돈 걱정 없이 산 진윤이 목숨 건 돈에 욕심낼 필요는 없었다. 그는 단지 경기의 주최 측에 F1 레전드 인물도 있다는 소식에 우승을 하면 그 사람과 만나 얘기를 나눌 기회라도 있지 않을까 싶어 참가한 것이었다. 진윤은 그의 팀원들 역시 레이싱에 대한 열정으로 함께 지금까지 뭉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자신을 무시하는 친구의 말은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모든 사람이 진윤처럼 레이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프로 선수가 되길 꿈꾸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이들이 사랑하는 것은 어쩌면 레이싱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지니고 있는 상금이라는 거대한 유혹일 수도 있었다. 팀원 중 위험한 내기 경기에 참석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진윤은 알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경주마처럼 미친 듯이 산길을 휘저었다. 목숨을 내걸고 재벌들의 도박판에서 기꺼이 주사위가 되었다. 아차 하는 사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경기에서 이기면 그만큼 어마어마한 상금이 주어졌다. 불행히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고 해도 그의 가족들은 놀라운 액수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었으니 위험을 감수하고 뛰어드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었다. 처음으로 팀원에게 그 얘기를 들었을 때의 진윤은 충격에 빠졌었다. 하지만 팀원들은 마치 일상적이 대화를 하듯 당연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그때의 진윤은 그저 그들이 비슷한 일을 너무 많이 들은 탓에 익숙해져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 보니 그들은 그렇게 위험 부담마저도 부러웠었던 같았다. 팀원 중 대부분의 사람에게 레이싱은 그저 짧은 시간 사이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도구에 불과했다. 뜬 눈으로 꿈을 꾸고 있는 진윤이야말로 그들에겐 이상한 인간
“아들. 네가 공부가 하고 싶다면 복수 전공이 아니라 10개 전공을 배우겠다고 해도 엄마는 찬성이야. 엄마 지금 너무 기뻐. 만약 농담하는 거라면 지금 당장 거짓말이었다고 얘기해. 안 그럼 엄마는 진심으로 받아들일 거야.”진윤이 웃으며 홍혜림의 팔을 끌어안았다. “엄마. 저도 형처럼 엄마의 자랑이면 안 돼요?”홍혜림이 진윤의 금발을 어루만졌다. “너도 예전엔 엄마의 자랑이었지. 금발로 염색한 후로는 자랑이 아니게 되었지만.”진윤: ...“그럼 다시 염색할게요.”홍혜림이 얼른 헤어숍 VIP카드를 건네며 말했다. “얼른 가. 여긴 새벽 12시가 되어야 영업이 끝나는 곳이야. 지금 가면 아직 시간 있어.”진윤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홍혜림이 얼마나 진윤의 금발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네, 네, 네. 지금 갈게요.”외투를 챙겨주며 문앞까지 배웅 나온 홍혜림이 진윤에게 물었다. “아들. 조금 전에 누구한테 들은 말 때문에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잖아. 그 분 너희 교수님이셔?”“우리 교수님은 아녜요. 하지만 좋은 스승님이긴 해요.”‘사기꾼이기도 해. 하지만 꽤 능력 있는 사기꾼.’홍혜림이 호기심에 가득 찬 말투로 물었다. “그 분 한 마디에 바로 생각이 바뀐 거야? 내가 너한테 얼마나 많이 얘기했었는데, 그땐 들은 척도 안 하더니.”진윤이 말했다. “절 데리고 20km를 뛰었어요. 자길 이기면 날 뉴벨리 팀에 입단시켜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나보다 10살이나 많아서 나이 많은 어르신한테 지겠어? 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졌어요.”진윤이 창피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저보다 빨리 뛴 건 아니었어요. 제가 적을 만만하게 생각한 거죠. 하지만 무서운 사람이에요. 지독하게 강해서 무서운 사람. 그 사람은 못 해낼 일이 없는 것 같아요. 입단은 무슨, 그냥 그 기회를 벌어 저에게 설교를 하려던 것뿐이었어요.”“내가 공부에 전념할 수 있게 레이싱을 그만두게 하려고. 처음엔 엄마가 보낸 스파이인 줄 알았다니까요. 하지만
진윤에게 묻는 홍혜림은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랐다. ‘얘기해. 엄마 괜찮아. 파산이라도 하지, 뭐. 돈은 없으면 다시 벌 수 있어. 아빠가 안 된다고 하면 쫓아내면 돼.’처음으로 느끼는 죄책감에 진윤은 고개를 숙였다. 홍혜림이 비록 관리를 잘 하긴 했지만 귀밑머리는 이미 하얀 서리가 내려있었다. 큰형은 어려서부터 얌전하고 말을 잘 듣는 아이라 부모님의 속을 썩인 적이 없었다. 유독 진윤이 고집을 부리며 걸음마를 뗄 때부터 뒤에서 마음을 졸이게 했다. 진윤의 수능성적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지금 그가 다니고 있는 대학교 전공은 전부 부모님이 수많은 돈을 들여 기획한 결과였다. 하지만 진윤은 본인이 좋아하지 않는 전공이라는 이유로 자포자기하며 지냈다. 부모님이 통제욕이 강하다는 것은 그저 진윤이 그들에게 씌워놓은 프레임에 불과했다. 정말 부모님의 통제 속에서 살아가는 친구들은 매일 모든 스케줄, 심지어 먹는 음식까지 전부 부모님에게 보고해야 했다. 그런 사람에 비하면 그의 부모님은 그저 애교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레이싱을 좋아하는 진윤이 못마땅했지만 그럼에도 그저 설득하는 것이 전부였다. 홍혜림은 단 한 번도 진윤의 레이싱 장비를 부순 적이 없었다. 매번 더는 새 장비를 사주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 다짐도 진윤의 애교 몇 번에 곧 무너지고 말았다. ‘언제까지 실망만 안겨드릴 순 없잖아. 나도 엄마의 자랑이 되어야지 않겠어?’“엄마. 저 복수 전공하고 싶어요. 전 레이싱이 좋아요. 도무지 포기가 안 돼요. 저 실력 그 정도 아닌 거 알아요. 하지만 자동차 관련한 전공을 배워보고 싶어요. 지금 전공은 절대, 두 번 다시는 F학점 받는 일 없을 거라 약속 드려요. 복수 전공하게 해주면 안 돼요?”홍혜림: ??“그거 말고 다른 건 없어?”진윤이 멍해졌다. “네?”홍혜림이 말했다. “네가 나에게 하려는 말이 그거야?”진윤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물었다. “네. 그게 아니면요?”홍혜림: “사람을 치거나, 교통사고를 낸 게 아니고?”
눈에 띄게 변한 진윤의 모습을 홍혜림은 믿을 수가 없었다.집 바로 앞이 학교라 진윤은 기숙사 생활을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집에 자주 들어오는 것도 아니었다. 집에서 레이싱 게임을 할 때마다 부모님의 잔소리가 끊이질 않아 진윤은 큰형 아파트에 몰래 숨어있는 것을 좋아했다. 진윤의 큰형은 일 때문에 그에게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9살이나 더 많은 그의 형은 가끔 부모님보다 더 진윤을 아끼기도 했다. 심지어 가끔은 진윤의 편을 들어 그의 비밀을 지켜주기도 했다. 큰형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가 있었다. 그러니 제발 눈치껏 본가로 들어오라고 홍혜림은 몇 번이고 진윤에게 얘기했었다. 사실 예비 며느리는 그저 핑계에 불과했다. 진윤을 본가로 불러들이는 이유는 진윤이 곁에 없으니 도무지 관리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진윤은 그 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매번 홍혜림이 같은 얘기를 꺼낼 때마다 그는 두 귀를 닫고 못 듣는 척 연기했다. 하지만 이번엔 홍혜림이 먼저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진윤 스스로 본가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진윤에 홍혜림은 혹시 형제가 싸우기라도 한 걸까 전화를 했지만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말에 홍혜림은 생각했다. ‘이 자식 또 무슨 사고라도 치고 돌아와서 얌전한 척 연기하는 거 아냐?’‘교통사고라도 내서 배상해 줘야 하는 건가? 아니면 레이싱 카가 망가져서 새 차를 살 돈이 필요한 건가?’‘설마 사람을 친 건 아니겠지?’진윤이 집에서 열심히 공부할수록 홍혜림은 점점 더 사람을 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녀는 매일 밤 아무 일도 없는 척 진윤의 방 앞을 서성이며 생각했다. ‘먼저 잘못을 인정하면 요즘 얌전하게 지냈던 걸 정상참작해서 욕을 좀 덜해야겠어.’하지만 3일이 지나도록 진윤은 홍혜림을 부르지 않았다. ‘이상해.’‘너무 이상하잖아!’‘설마 사람을 친 것보다 더 큰 사고는 아니겠지?’‘대체 얼마를 배상해야 하는 거야?’1 주일이 지나자 더 이상 참지 못한 홍혜림은 진윤의
진윤: ...강한서가 진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싫다면서 현 상황을 바꿔보려고 하지도 않은 거야?”진윤: ...‘왜 선생님께 혼나는 기분이 드는 거지? 진지하게 핵심만 꼬집고 있잖아.’입을 달싹이던 진윤은 변명이라도 해보고 싶었지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한참만에야 입을 열었다. “그런 생각은 안 해봤어요.”진윤은 그동안 어떻게 반항해야할지, 그런 생각만 하고 있었다. 강한서가 말했다. “네 인생은 네 거야. 네가 열심히 살든, 대충 살든 네 하루하루는 다름없이 흘러가고 있어. 네 태도에 따라 싫었던 그 경험들이 사라지지 않아. 단지 네가 싫다는 이유로 아무 문제도 해결하지 않고 대충 흘려보냈을 뿐 그것들은 계속 존재해.”“대충 공부해서 대충 졸업하면 또 대충 취직이나 하겠지. 아니면 아예 너희 회사로 입사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 다음에? 그렇게 평생을 대충 흘려보낼 거야? 그게 네가 원하는 인생이야?”멍하니 강한서를 쳐다보던 진윤이 한참만에야 대답했다. “아뇨.”부모님이 선택해준 전공이 싫어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얼른 졸업하기만을 바랐다. 하지만 강한서의 말처럼 졸업 후엔? 전공에 맞는 직업을 찾아 그저 그런 삶을 살아갈까, 아니면 부모님 회사에 입사해 되는대로 살아갈까. 어떤 선택이든 그건 진윤이 원하는 인생은 아니었다. 4년이란 시간을 허무히 흘러 보내고 나면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전 이미 3학년이에요. 전과를 하기엔 늦었잖아요. 이젠 뭘 하려고 너무 늦은 것 같아요.”속상한 듯 대답하는 진윤의 말에 한현진이 말했다. “진윤 씨는 완전 MZ세대잖아요. 이제 갓 이십 대 초반인데 뭘 해도 늦지 않은 나이예요. 너무 빨리 본인의 가능성을 단정 짓지 말아요. 60세에 대학생이 됐다는 기사 못 봤어요?”“진윤 씨보다 나이가 훨씬 많아도 늦었다고 생각 안 하는데, 진윤 씨가 왜 겁을 내요?”“전...”입술을 달싹이던 진윤이 한참이 지나서야 한숨을 내뱉었다. “두 사람 문제아 갱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