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40화

작가: 조십일
유현아도 딱히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자 대충 얼버무렸다.

"적어도......일자리는 보존해야지. 다른 부서에 보내든가. 바로 짜르는 건 아니라고 봐."유현진은 한참 고민하다가 고개를 돌려 장씨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아주머니, 진짜 회사에 남고 싶은 거예요?"장씨 아주머니는 일자리를 잃고 싶지 않았다.

"네, 회사에 남겨만 준다면 뭘 해도 상관 없어요."유현진은 강한서를 향해 말했다.

"사실 난 장씨 아주머니를 방 사모님 댁으로 보내려고 연락도 다 해놓았어. 급여도 우리 집에서 받던 대로 협의했고. 그런데 아주머니가 회사에 이렇게 깊은 감정이 있는 걸 안 이상 바로 짜르는 건 아닌 것 같아. 현아 말대로 장씨 아주머니를 회사 청소부로 보내는 건 어때? 그러면 장씨 아주머니의 원대로 회사에 남을 수도 있고."이 말에 유현아의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그가 언제 장씨 아주머니를 회사 청소부로 보내라고 했던가?회사의 청소부라는 말에 장씨 아주머니는 손에 땀이 났다.회사 청소부는......가장 낮은 급여를 받으면서 가장 더럽고 힘든 일을 도맡아 한다. 그가 이곳에 와서 소란을 피운 건 이런 결과를 보려고 했던 게 아니다."강 대표님, 저---"장씨 아주머니가 말을 채 하기 전에 강한서는 신미정을 향해 물었다.

"엄마 생각은 어때?"체면이 구겨질 때로 구겨진 신미정은 최대한 빨리 해결하고 싶었다.

"네가 알아서 해."

신미정은 차갑게 한마디 하고는 바로 가 버렸다.그러자 강한서가 바로 민경하한테 분부했다.

"민 실장님, 인사팀에 연락해서 장씨 아주머니의 계약서를 새롭게 작성하라고 하세요."그러고는 장씨 아주머니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거기에 앉아서 계약서에 사인할 건가요?"
이 책을 계속 무료로 읽어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잠긴 챕터

관련 챕터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1화

    장씨 아주머니는 당장이라도 입이 싼 유현아를 물어 죽이고 싶었다.장씨 아주머니는 지금의 직업을 잃기 싫은 것이지 아무 일이라도 하겠다는 것이 아니었다.강한서는 이미 많이 양보해주었다. 하지만 신미정도 더는 상관하지 않으니 더는 장씨 아주머니를 위해 말해 줄 사람은 없었다.지금의 직업을 잃기는 싫고 다른 직업을 찾아준다고 해도 거절하고 진상을 부리는 것은 사리구별을 못 하는 행동이다.장씨 아주머니는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애써 눈물을 참고 웃어 보이며 말했다. "고마워요, 대표님."유현아는 그런 장씨 아주머니를 다 이해한다는 듯이 다가가 부축했다.그런데 장씨 아주머니는 가드레일을 넘어가더니 유현아를 밀쳐버렸다.유현아는 몸을 휘청이더니 뒤로 넘어갔다. 지나가던 행인들은 자기한테 넘어지기라도 할까 봐 잽싸게 피해버렸다.꼼짝없이 꼬꾸라진 유현아의 모습은 우습기 그지없었다.유현진은 유현아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현아야, 일어나. 바닥이 차다."유현아는 이를 악물고 갈라진 목소리로 답했다. "고마워, 언니."그러고는 유현진의 손을 잡으려고 팔을 뻗었다. 하지만 유현진은 이내 손을 거두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절로 일어나. 남들 보면 웃어."유현아는 주먹을 꽉 쥐더니 두 손으로 바닥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사건은 '원만'하게 마무리되었고 다들 질서 있게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강현우는 천천히 유현진에게 다가와 입꼬리를 올렸다. "형수님, 오랜만이에요. 더 아름다워지셨어요."유현진은 강현우를 쌀쌀맞게 쳐다보았다.분명 강한서와 비슷한 얼굴인데 매번 그녀를 보는 눈빛은 마치 독사같이 그녀를 소름 돋게 했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2화

    유현진은 마음속의 증오를 억누르고 대강대강 대답하고서는 뒤돌아서 강한서에게로 갔다.강현우도 발을 움직여 그녀의 뒤를 따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셔츠를 입어야 진짜 미모를 알 수 있다는 말이 사실이었네요." 강현우의 눈빛은 그녀의 가슴을 쓸더니 이내 눈웃음을 지으며 소곤소곤 말했다. "흰색 셔츠를 입어도 섹시한 여자는 처음 봤어요."유현진은 강현우의 눈빛에 소름이 돋아 화를 누르며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도련님, 한서 씨가 있으니 좀 떨어져 주시죠."강현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형수님 생각에는 형이 신경 쓸 것 같아요?"강현우는 한마디로 유현진의 약점을 건드렸다. 유현진은 두 주먹을 꽉 쥐고는 입술을 깨물었다.강현우는 더 크게 비웃었다. "형이 요즘 어떤 연예인과 가까이 지낸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형수님을 두고 형도 참 좋은 줄을 모르네요. 내가 막 안타깝지 뭐예요."강현우는 한쪽으로 말을 하며 유현진에게 다가와 유현진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으려 했다. 그때 유현진이 쌀쌀하게 한마디 했다. "도련님은 서부에 가시고도 하나도 변한 게 없네요."강현우는 얼굴이 굳어지더니 주먹을 꽉 쥐었다.지난번 사건으로 인해 강현우의 아버지는 심복을 몇 명 잃었으며 강현우도 고생을 꽤 했다.그곳에서는 누구도 그를 강씨 가문 도련님 취급을 하지 않았으며 궂은일도 직접 해야 했다.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강현우가 언제 그런 고생을 해봤을까?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오겠다고 난리를 쳐봤지만, 정인월은 그의 카드를 정지시키고 차 키도 빼앗았으며 여권과 주민등록증도 몰수해버렸다.그곳을 벗어나려 악을 써봤지만 되는 일이 하나 없었다. 이 모든 것이 강한서의 덕분이었다.유현진은 발걸음을 움직여 자리를 떠나려 했다.이때 강현우가 그녀 뒤에서 담담하게 말했다. "형수님, 왜 임신이 안되는지 생각해 봤어요?"유현진은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물었다. "무슨 말씀이죠?"강현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아니에요. 강씨 가문 사람들을 쉽게 믿지 마시라고요."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3화

    유현진은 머리를 돌려 강한서를 바라보고는 표정을 숨기며 말했다. "별 얘기 아니야."그러고는 들고 있던 서류를 강한서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서류 여깄어. 나 먼저 갈게."그녀는 표정이 쌀쌀해서 한마디도 강한서와 더 나누고 싶지 않았다. 어젯밤에 그를 돌볼 때와 완전히 다른 사람인 것 같았다.민경하가 다가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표님, 회의 곧 시작해요."강한서는 입술을 오므리고는 손을 내밀어 서류가 아닌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 "사무실에서 좀 기다려."유현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안가, 나 볼 일 있어.""무슨 일?"유현진은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병원에 엄마 보러."강한서는 그녀를 힐끗 보며 말했다. "이따 데려다줄게."유현진은 강한서가 자기에게 누명을 씌운 것을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올랐다."대표님 바쁘실테니 그럼 이만."강한서는 그녀가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어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말 들을래 아니면 나한테 들려 갈래? 선택해."유현진은 입을 뻥긋거렸다. '강한서 이 자식,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갑자기 뭔 개소리야?'강한서의 표정을 자세히 관찰했지만, 장난은 아닌 듯싶었다."선택 안 하면 들고 가는 걸로 할게."말을 끝낸 강한서는 이내 그녀를 들어 올리려고 했다. 수많은 직원이 보고 있으니 유현진은 창피해 재빨리 그의 어깨를 밀치며 말했다. "나 지금 화난 상태로 당신 사무실에 가면 다 부숴버릴 수도 있어!"강한서는 담담하게 말했다. "당신이 좋은 대로."유현진은 목이 메여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엘리베이터에 탔다. 강한서도 표정을 가다듬고 뒤따라 올랐다.10층에 도착하자 강한서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민경하에게 유현진을 사무실로 데리고 가라고 분부했다.사무실에 들어 온 유현진은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재떨이를 메치려고 했다.민경하는 유유히 걸어와 말했다. "사모님, 그 재떨이는 대표님이 작년에 프랑스 출장하러 갔을 때 거래처에서 준 선물이에요. 크리스탈로 제작된 거라 60만 달러... 라고.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4화

    민경하가 다시 들어올 때, 그 뒤로 주강운도 함께 들어왔다.유현진은 주강운을 보고 깜짝 놀라며 물었다. "주 변호사님. 여긴 어떻게?""한서랑 일 때문에 약속이 있어서요." 주강운은 늘 그렇듯 온화했다. "설마, 한서 퇴근하길 기다리고 있어요?""누가 기다린대요?" 유현진은 입을 삐죽거렸다. 하지만 더는 그들 사이의 일을 말하고 싶지 않아 화제를 돌렸다. "두 사람 일도 같이 봐요?""그렇다고 할 수도 있죠."주강운도 일에 관한 일은 유현진에게 상세히 말하지 않았다.민경하는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머리를 들어 말했다. "사모님. 주 변호사님과 얘기 좀 나누세요. 저는 회의실로 가봐야 할 것 같아요."유현진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 "빨리 가보세요."민경하가 나간 뒤, 유현진은 주강운에게 차를 넘겨주었다. "주 변호사님, 차 한잔하세요."주강운이 가볍게 고맙다고 말은 했지만, 찻잔을 들지 않자 유현진이 물었다. "혹시 차 안 좋아하시면 커피 타드릴까요?""아니요, 안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금연할 때 자주 마셨어요. 근데 많이 마시니까 밤에 잠을 못 자서요. 그래서 많이 안 마시려고 조절하고 있어요.""금연 중이에요?"주강운은 머리를 끄덕였다. "의사 선생님께서 끊으라고 해서요."유현진은 그 말에 아주 찬성했다. "금연하면 건강에도 좋고, 강한... 우리 남편이 주 변호사님이 한동안 해외에서 치료받았다고 그러더라고요. 워낙 몸이 약하니 금연하면 좋죠."주강운은 의아했다. "한서가 그런 말도 해요?"유현진은 주강운이 불쾌할까 봐 다급히 해석했다. "그냥 잠깐 말한 거라, 상세하게는 잘 몰라요."주강운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긴장할 것 없어요. 저 괜찮아요. 비밀도 아닌데요, 뭐."유현진은 화제를 돌리고 싶었지만,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런데 어디가 아팠어요?"주강운은 머리를 짚으며 말했다. "여기요."유현진은 경악했다. "정신병이요?"주강운은 어이가 없었다.주강운은 입술을 오므리더니 낮은 소리로 말했다. "두개골에 문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5화

    "그것도 봤어요?" 주강운이 웃으며 말했다. "사무소 동료들이 멋대로 올린 거라 수분이 많아요."수분이 섞이긴 했지만 정기 간행물과 학력 등은 다 사실이다.주강운 이 사람은, 너무 대단한 사람이다.유현진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기록했는데도 묵인한 걸 보면 사실인가 보죠. 뭐 아니라도 노력해서 진짜로 만들어봐요."주강운도 웃었다. "그래요, 노력할게요."말을 끝낸 주강운은 잠시 멈칫하다가 또 입을 열었다. "아, 선셋 스타 계정이 지워졌더라고요.""캡처본은 다 가지고 있어요." 유현진은 주강운이 재판을 위한 증거 취득 때문에 그러는 줄 알았다."그게 아니고요." 주강운이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다른 방식으로 루머를 해명해도 됐었어요, 계정은 그대로 두고요.""어떤 방식요? 고소라도 해요?" 유현진이 웃으며 말했다. "누구라고 확실하게 밝히지 않았으니 내가 고소해도 그쪽에서 부인하면 그만이에요. 계정을 그대로 두면 내가 어떤 게시물을 올리든지 사람들은 그저 내가 변명을 늘어놓는다고 생각하여 루머는 점점 더 확산할 거예요. 변호사니까 나보다 더 잘 아시잖아요."주강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주강운이 말하는 방법은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고소하지 않더라도 경고장을 보내 사건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하지만 이런 방법은 사실을 밝힐 수 없다. 이러한 루머들은 네티즌의 머리에 깊이 박혀 해명하려야 할 수가 없게 된다. 네티즌들이 이 일에 항상 관심을 가질 수는 없으니 말이다.유현진이 계정을 지운 일은 비록 본인에게 더 큰 손해를 가져오지만 제일 직접적인 반격이 될 수도 있다.네티즌들은 한세정이 폭로한 내용의 사실 여부를 중히 여기지 않는다. 다만 한세정의 근거 없는 루머로 천만 팬을 거느린 성우가 악플로 인해 계정을 지웠다는 사실에만 집중했다.주강운과 차미주는 그저 그녀의 계정이 아까웠을 뿐이다.하지만 유현진은 생각 밖으로 낙관적이었다. "계정은 지웠지만 고소해야 할 사람은 끝까지 고소할 생각이에요. 주 변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6화

    그녀의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주강운이 말했다. "요즘 로펌 계정으로 갠톡을 보냈어요. 악플과 루머를 지우고 인스타그램에 공개 사과를 한다면 합의를 볼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끝까지 갈 거라고요. 그랬더니 그 사람들이 뭐라는 줄 알아요?"유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주강운을 바라보았다."다들, 하나같이 그러더라고요. 고소할 테면 해 보라고. 절대 안 지울 테니 지금의 대화 내용도 포토샵으로 수정한 뒤에 협박당했다고 인스타그램에 올려 아무것도 모르는 네티즌들에게 알릴 거래요." 주강운은 잠시 멈칫하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어떻게 진심으로 사과하겠어요?"성의 없는 사과문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죄를 단정 짓기에는 방법이 없지만 보상은 힘써볼게요. 이런 사람들한테는 합의금을 받는 게 더 먹혀요. 하지만 그 미성년자들한테 더 집중할 거예요. 그러고." 주강운은 멈칫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임효우 알아요?"유현진은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 "들어본 적 없어요. 왜요?""그 계정의 소유자가 임효우라는 사람이에요. 위치는 한주시이고요."유현진은 멈칫했다. 한주시 사람이 유현아의 사진으로 프로필 사진을 설정하다니. 뭔가 수상한 냄새가 났다."혹시 다른 사람이 그 사람의 정보로 개설한 계정은 아닐까요?""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요. 지금은 전부 실명제이기도 하고 개설한 지 몇 년도 된 계정이거든요. 그 계정으로 많은 플랫폼도 연결했으니 다른 사람이 사용한다는 건 말도 안 돼요.""그러니까 주 변호사님 말씀대로 하면 그 계정은 본인이 사용하고 있거나 혹은 그의 지인이 사용한다는 얘기죠?"주강운은 머리를 끄덕였다.유현진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확실히 그 이름에 대해 기억이 없었다.주강운이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생각 안 나면 생각하지 말아요. 내가 민감했을 수도 있어요. 그냥 팬이라면 프로필 사진도 우연이겠죠. 고소하는 데 영향은 없어요."유현진은 한숨을 내쉬고 주강운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고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7화

    주강운은 다정한 표정과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한서 대단한 사람이에요. 어르신들한테만 아니라 동년배 사이에서도 그래요. 학생 때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성적이 한서를 따라가지 못했어요. 운동도 우리보다 잘했다니까요. 그리고 한서 성격 좋아요. 인내심도 있고 능력도 있고 보는 눈도 있어요. 그러니까 졸업하고 차린 회사에 그 많은 동기가 도우러 온거죠. 그만큼 한서를 믿는다는 얘기예요."'강한서가 성격이 좋아?인내심이 있어?내가 아는 그 강한서 맞지?"강한서에 대해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에요? 성격이 좋다고요?"유현진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나 진짜 강한서보다 성질 더러운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툭 하면 화내고 얼굴 찡그리고 왜 화났냐고 물으면 잔소리만 가득 늘어놓고. 그래서 화난 거 모른 척하면 또 하루 종일 째리고 있어요. 얼마나 불편한데요." 유현진은 강한서의 흉내를 내며 말했다. "이게 강한서 표정이라니까요. 호박 같지 않아요?"주강운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유현진은 한창 강한서 흉내를 내고 있다가 무표정한 얼굴로 문 앞에 서 있는 강한서를 보고는 깜짝 놀라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았다.유현진은 마른 기침하고는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회의는 벌써 끝났어?"강한서는 쌀쌀한 눈으로 그녀를 힐끔 보며 말했다. "빨리 안 왔으면 어떻게 사모님의 모방 쇼를 보겠어?"유현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주강운도 옆에 있는지라 유현진은 입을 삐죽이고는 말대꾸하지 않았다.주강운이 웃으며 말했다. "현진 씨가 나 심심해한다고 장난 좀 친 거야."강한서는 유현진의 장난에 화날 것도 없었다. 하루 이틀 알고 지낸 여자도 아니고 말이다.하지만 주강운이 그녀를 위해 하는 변명은 듣기 불편했다.강한서는 유현진을 노려보며 두 사람 사이에 앉고는 입을 열었다. "오후에 만나기로 했는데 왜 이렇게 빨리 왔어?"주강운이 온화하게 말했다. "서 여사가 오후에 친구들이랑 피크닉 간다며 나한테 기사 좀 해달라고 그러더라고. 마침 서 여사랑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8화

    강한서의 사무용 책상에는 두 사람의 사진이 세워져 있었다.사진 속의 강한서는 슈트 차림으로 의자에 곧게 앉아 있었고 그 옆에는 유현진이 서 있었다.남자는 무뚝뚝한 표정이고 여자는 환히 웃고 있었다.이 사진은 그들의 결혼사진이다. 잠시 휴식을 취하던 도중에 사진작가는 그 장면이 아름답다고 여겨 촬영했었다.결과물도 좋았다. 유현진은 이 사진이 마음에 들었다.거실에 걸어 둔 큰 액자도 이 사진이다.그녀는 특별히 이 사진을 축소해 액자에 넣은 뒤 강한서 회사로 보냈다.민경하는 이 사진을 받고 강한서 사무용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유현진은 그 사진을 그림으로 그리고 있었다.그런데 강한서의 자리에는 목줄 맨 강아지 한 마리를 그려 넣고 옆에는 목줄을 쥔 채 웃고 있는 자신을 그렸다."뭘 그리고 있는거야?"섬뜩한 강한서의 목소리에 유현진은 깜짝 놀라더니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자화상인데, 비슷해?"강한서는 이를 악물고 물었다. "강아지는 뭐야?"유현진은 강한서의 눈을 피하며 말했다. "그냥 그려봤어. 강아지 못 키우게 하니까 그렸는데 그것도 안 돼?"유현진은 미술을 배운 적이 있다.하현주는 그녀의 교육에 많은 심혈을 기울였다. 그래서 그녀는 어릴 적부터 그림도 배우고 피아노도 배우고 플루트도 배웠으며 바이올린도 2년 동안 배웠었다.유현진은 비록 인내심이 없지만 타고난 재질이 좋아 배우는 것마다 잘 받아들였다. 하지만 끈기가 부족해 제대로 하는 건 하나도 없었다.지금 이 그림도 마찬가지다. 프로가 보면 별로이지만 아마추어들은 아마도 혀를 내두를 것이다.특히나 강아지의 눈빛은 강한서와 꼭 닮았다.그러니 강한서는 그녀의 말을 믿을 리가 없었다.주강운은 두 사람이 그림에 관해 대화하는 것을 보고 호기심에 그림을 한번 보더니 말을 내뱉었다. "이 강아지 한서랑 비슷하네요.""비슷해요?" 유현진은 역시나 인정하지 않았다. "안 비슷한데요, 강아지가 강한서보다 안 예뻐요."강한서는 어이가 없었다.주강운은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기류를 느끼고

최신 챕터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73화

    염색은 한 시간이 지나서야 끝이 났다. 잘생긴 포즈로 거울 셀카를 찍은 진윤이 강한서에게 사진을 전송했다. [다시 시작.]강한서는 사진 속 검은 머리에 순해 보이는 젊은이를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의 웃음소리에 읽던 책을 내려놓은 한현진이 고개를 돌려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왜?”강한서가 진윤의 셀카를 한현진에게 보여주었다. 한현진 역시 사진을 보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 “어쩐지 금발에 눈썹도 살짝 밀어버리는 스타일을 고집하더라니. 눈썹 피어싱까지 빼니까 그냥 아기였네. 너무 귀엽게 생겼잖아. 훈이보다 어려 보여.”강한서도 한현진을 따라 웃었다. “선배도 그렇잖아. 50살도 넘은 분이 아직도 30대처럼 보이니까. 성우가 처음 선배를 봤을 때 형이라고 불렀다가 예의 없다고 혼났어. 그러다 다른 애들도 형이라고 하니까 말이 없더라고.”그 장면을 상상한 한현진은 웃음을 멈추질 못했다. “역시 동안이 좋아. 50대가 되어서도 얼굴 하나로 젊은이들의 마음을 살 수 있잖아. 난 왜 동안이 아닐까?”그 말에 멈칫한 강한서가 한현진을 힐끔 쳐다보았다. “누구 마음을 사려고?”한현진이 눈웃음을 지었다. “강 대표님, 몇 십 년 후의 일도 미리 질투하실 거예요?”강한서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 정도는 아냐.”한현진이 의외라는 듯 물었다. “정말?”강한서가 확신에 찬 말투로 대답했다. “안 해, 질투.”예상 밖의 대답에 호기심이 불타오른 한현진이 물었다. 몇 십 년 후엔 사랑보다 정으로 사는 거라 신경 쓰지 않는 거야?”강한서가 대답했다. “그건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어.”“뭔데?”강한서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몸이 살아있는 한 그대들은 그저 첩에 불과해.”멍해졌던 한현진이 폭소를 터뜨렸다. 그녀는 강한서를 품에 안고 뽀뽀 세례를 날렸다. “진지한 얼굴로 실없는 농담을 던질 때 정말 귀여워 죽겠다니까.”강한서가 힐끔 한현진을 쳐다보았다. “이런 걸 바로 조강지처의 자신감이라고 하는 거야.”한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72화

    순간 불쾌한 기분에 빠진 진윤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런 아마추어 경기는 사석에서 주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전문적인 레이싱 경기도 아니었다. 오직 속도에서 주는 쾌락만을 추구하는 경기였다. 상금이 높은 만큼 위험부담도 컸다. 하지만 진윤이 경기에 참가한 것은 상금 때문이 아니었다. 돈 걱정 없이 산 진윤이 목숨 건 돈에 욕심낼 필요는 없었다. 그는 단지 경기의 주최 측에 F1 레전드 인물도 있다는 소식에 우승을 하면 그 사람과 만나 얘기를 나눌 기회라도 있지 않을까 싶어 참가한 것이었다. 진윤은 그의 팀원들 역시 레이싱에 대한 열정으로 함께 지금까지 뭉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자신을 무시하는 친구의 말은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모든 사람이 진윤처럼 레이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프로 선수가 되길 꿈꾸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이들이 사랑하는 것은 어쩌면 레이싱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지니고 있는 상금이라는 거대한 유혹일 수도 있었다. 팀원 중 위험한 내기 경기에 참석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진윤은 알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경주마처럼 미친 듯이 산길을 휘저었다. 목숨을 내걸고 재벌들의 도박판에서 기꺼이 주사위가 되었다. 아차 하는 사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경기에서 이기면 그만큼 어마어마한 상금이 주어졌다. 불행히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고 해도 그의 가족들은 놀라운 액수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었으니 위험을 감수하고 뛰어드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었다. 처음으로 팀원에게 그 얘기를 들었을 때의 진윤은 충격에 빠졌었다. 하지만 팀원들은 마치 일상적이 대화를 하듯 당연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그때의 진윤은 그저 그들이 비슷한 일을 너무 많이 들은 탓에 익숙해져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 보니 그들은 그렇게 위험 부담마저도 부러웠었던 같았다. 팀원 중 대부분의 사람에게 레이싱은 그저 짧은 시간 사이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도구에 불과했다. 뜬 눈으로 꿈을 꾸고 있는 진윤이야말로 그들에겐 이상한 인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71화

    “아들. 네가 공부가 하고 싶다면 복수 전공이 아니라 10개 전공을 배우겠다고 해도 엄마는 찬성이야. 엄마 지금 너무 기뻐. 만약 농담하는 거라면 지금 당장 거짓말이었다고 얘기해. 안 그럼 엄마는 진심으로 받아들일 거야.”진윤이 웃으며 홍혜림의 팔을 끌어안았다. “엄마. 저도 형처럼 엄마의 자랑이면 안 돼요?”홍혜림이 진윤의 금발을 어루만졌다. “너도 예전엔 엄마의 자랑이었지. 금발로 염색한 후로는 자랑이 아니게 되었지만.”진윤: ...“그럼 다시 염색할게요.”홍혜림이 얼른 헤어숍 VIP카드를 건네며 말했다. “얼른 가. 여긴 새벽 12시가 되어야 영업이 끝나는 곳이야. 지금 가면 아직 시간 있어.”진윤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홍혜림이 얼마나 진윤의 금발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네, 네, 네. 지금 갈게요.”외투를 챙겨주며 문앞까지 배웅 나온 홍혜림이 진윤에게 물었다. “아들. 조금 전에 누구한테 들은 말 때문에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잖아. 그 분 너희 교수님이셔?”“우리 교수님은 아녜요. 하지만 좋은 스승님이긴 해요.”‘사기꾼이기도 해. 하지만 꽤 능력 있는 사기꾼.’홍혜림이 호기심에 가득 찬 말투로 물었다. “그 분 한 마디에 바로 생각이 바뀐 거야? 내가 너한테 얼마나 많이 얘기했었는데, 그땐 들은 척도 안 하더니.”진윤이 말했다. “절 데리고 20km를 뛰었어요. 자길 이기면 날 뉴벨리 팀에 입단시켜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나보다 10살이나 많아서 나이 많은 어르신한테 지겠어? 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졌어요.”진윤이 창피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저보다 빨리 뛴 건 아니었어요. 제가 적을 만만하게 생각한 거죠. 하지만 무서운 사람이에요. 지독하게 강해서 무서운 사람. 그 사람은 못 해낼 일이 없는 것 같아요. 입단은 무슨, 그냥 그 기회를 벌어 저에게 설교를 하려던 것뿐이었어요.”“내가 공부에 전념할 수 있게 레이싱을 그만두게 하려고. 처음엔 엄마가 보낸 스파이인 줄 알았다니까요. 하지만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70화

    진윤에게 묻는 홍혜림은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랐다. ‘얘기해. 엄마 괜찮아. 파산이라도 하지, 뭐. 돈은 없으면 다시 벌 수 있어. 아빠가 안 된다고 하면 쫓아내면 돼.’처음으로 느끼는 죄책감에 진윤은 고개를 숙였다. 홍혜림이 비록 관리를 잘 하긴 했지만 귀밑머리는 이미 하얀 서리가 내려있었다. 큰형은 어려서부터 얌전하고 말을 잘 듣는 아이라 부모님의 속을 썩인 적이 없었다. 유독 진윤이 고집을 부리며 걸음마를 뗄 때부터 뒤에서 마음을 졸이게 했다. 진윤의 수능성적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지금 그가 다니고 있는 대학교 전공은 전부 부모님이 수많은 돈을 들여 기획한 결과였다. 하지만 진윤은 본인이 좋아하지 않는 전공이라는 이유로 자포자기하며 지냈다. 부모님이 통제욕이 강하다는 것은 그저 진윤이 그들에게 씌워놓은 프레임에 불과했다. 정말 부모님의 통제 속에서 살아가는 친구들은 매일 모든 스케줄, 심지어 먹는 음식까지 전부 부모님에게 보고해야 했다. 그런 사람에 비하면 그의 부모님은 그저 애교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레이싱을 좋아하는 진윤이 못마땅했지만 그럼에도 그저 설득하는 것이 전부였다. 홍혜림은 단 한 번도 진윤의 레이싱 장비를 부순 적이 없었다. 매번 더는 새 장비를 사주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 다짐도 진윤의 애교 몇 번에 곧 무너지고 말았다. ‘언제까지 실망만 안겨드릴 순 없잖아. 나도 엄마의 자랑이 되어야지 않겠어?’“엄마. 저 복수 전공하고 싶어요. 전 레이싱이 좋아요. 도무지 포기가 안 돼요. 저 실력 그 정도 아닌 거 알아요. 하지만 자동차 관련한 전공을 배워보고 싶어요. 지금 전공은 절대, 두 번 다시는 F학점 받는 일 없을 거라 약속 드려요. 복수 전공하게 해주면 안 돼요?”홍혜림: ??“그거 말고 다른 건 없어?”진윤이 멍해졌다. “네?”홍혜림이 말했다. “네가 나에게 하려는 말이 그거야?”진윤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물었다. “네. 그게 아니면요?”홍혜림: “사람을 치거나, 교통사고를 낸 게 아니고?”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69화

    눈에 띄게 변한 진윤의 모습을 홍혜림은 믿을 수가 없었다.집 바로 앞이 학교라 진윤은 기숙사 생활을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집에 자주 들어오는 것도 아니었다. 집에서 레이싱 게임을 할 때마다 부모님의 잔소리가 끊이질 않아 진윤은 큰형 아파트에 몰래 숨어있는 것을 좋아했다. 진윤의 큰형은 일 때문에 그에게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9살이나 더 많은 그의 형은 가끔 부모님보다 더 진윤을 아끼기도 했다. 심지어 가끔은 진윤의 편을 들어 그의 비밀을 지켜주기도 했다. 큰형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가 있었다. 그러니 제발 눈치껏 본가로 들어오라고 홍혜림은 몇 번이고 진윤에게 얘기했었다. 사실 예비 며느리는 그저 핑계에 불과했다. 진윤을 본가로 불러들이는 이유는 진윤이 곁에 없으니 도무지 관리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진윤은 그 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매번 홍혜림이 같은 얘기를 꺼낼 때마다 그는 두 귀를 닫고 못 듣는 척 연기했다. 하지만 이번엔 홍혜림이 먼저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진윤 스스로 본가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진윤에 홍혜림은 혹시 형제가 싸우기라도 한 걸까 전화를 했지만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말에 홍혜림은 생각했다. ‘이 자식 또 무슨 사고라도 치고 돌아와서 얌전한 척 연기하는 거 아냐?’‘교통사고라도 내서 배상해 줘야 하는 건가? 아니면 레이싱 카가 망가져서 새 차를 살 돈이 필요한 건가?’‘설마 사람을 친 건 아니겠지?’진윤이 집에서 열심히 공부할수록 홍혜림은 점점 더 사람을 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녀는 매일 밤 아무 일도 없는 척 진윤의 방 앞을 서성이며 생각했다. ‘먼저 잘못을 인정하면 요즘 얌전하게 지냈던 걸 정상참작해서 욕을 좀 덜해야겠어.’하지만 3일이 지나도록 진윤은 홍혜림을 부르지 않았다. ‘이상해.’‘너무 이상하잖아!’‘설마 사람을 친 것보다 더 큰 사고는 아니겠지?’‘대체 얼마를 배상해야 하는 거야?’1 주일이 지나자 더 이상 참지 못한 홍혜림은 진윤의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68화

    진윤: ...강한서가 진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싫다면서 현 상황을 바꿔보려고 하지도 않은 거야?”진윤: ...‘왜 선생님께 혼나는 기분이 드는 거지? 진지하게 핵심만 꼬집고 있잖아.’입을 달싹이던 진윤은 변명이라도 해보고 싶었지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한참만에야 입을 열었다. “그런 생각은 안 해봤어요.”진윤은 그동안 어떻게 반항해야할지, 그런 생각만 하고 있었다. 강한서가 말했다. “네 인생은 네 거야. 네가 열심히 살든, 대충 살든 네 하루하루는 다름없이 흘러가고 있어. 네 태도에 따라 싫었던 그 경험들이 사라지지 않아. 단지 네가 싫다는 이유로 아무 문제도 해결하지 않고 대충 흘려보냈을 뿐 그것들은 계속 존재해.”“대충 공부해서 대충 졸업하면 또 대충 취직이나 하겠지. 아니면 아예 너희 회사로 입사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 다음에? 그렇게 평생을 대충 흘려보낼 거야? 그게 네가 원하는 인생이야?”멍하니 강한서를 쳐다보던 진윤이 한참만에야 대답했다. “아뇨.”부모님이 선택해준 전공이 싫어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얼른 졸업하기만을 바랐다. 하지만 강한서의 말처럼 졸업 후엔? 전공에 맞는 직업을 찾아 그저 그런 삶을 살아갈까, 아니면 부모님 회사에 입사해 되는대로 살아갈까. 어떤 선택이든 그건 진윤이 원하는 인생은 아니었다. 4년이란 시간을 허무히 흘러 보내고 나면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전 이미 3학년이에요. 전과를 하기엔 늦었잖아요. 이젠 뭘 하려고 너무 늦은 것 같아요.”속상한 듯 대답하는 진윤의 말에 한현진이 말했다. “진윤 씨는 완전 MZ세대잖아요. 이제 갓 이십 대 초반인데 뭘 해도 늦지 않은 나이예요. 너무 빨리 본인의 가능성을 단정 짓지 말아요. 60세에 대학생이 됐다는 기사 못 봤어요?”“진윤 씨보다 나이가 훨씬 많아도 늦었다고 생각 안 하는데, 진윤 씨가 왜 겁을 내요?”“전...”입술을 달싹이던 진윤이 한참이 지나서야 한숨을 내뱉었다. “두 사람 문제아 갱생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67화

    진윤은 6분 차이로 강한서에게 패배했다. 그가 결승점에 도착했을 때, 강한서는 이미 안정적인 호흡을 되찾고 있었다. 결승점을 통과한 진윤은 다리가 풀려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려 했다. 강한서가 다가가 그런 진윤을 일으켜 세웠다. “서서 쉬다가 나중에 앉아.”말하며 물뚜껑을 따 진윤에게 건넸다. “천천히 마셔.”진윤은 이 상황이 창피하기 그지없었다. 처음엔 강한서를 얕보고 경기에 진 자신에게 화가 났다. 하지만 챙겨주는 강한서를 보며 자신이 너무 유치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숨을 몰아쉬며 강한서가 내민 물을 받은 진윤은 아무 말 없이 꿀꺽꿀꺽 물을 삼켰다. 한현진이 강한서에게 또 물을 한 병 가져다주며 나지막이 물었다. “넌 괜찮아?”강한서가 머리를 가로 저었다. “괜찮아.”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 비록 꾸준히 러닝을 하고 있었지만 하프 마라톤을 뛴 건 오랜만이었다. 강한서가 고개를 돌려 진윤을 쳐다보았다. 충격이 꽤 컸는지 입술을 삐죽이고 있는 아이는 풀이 죽은 얼굴로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만 같았다. 기대했던 것만큼 큰 실망이 안겨왔다. 진윤은 심지어 주호를 앞에 두고도 대화를 나눌 의욕조차 찾지 못했다. “가자. 쉬다가 같이 밥이나 먹어.”진윤이 시선을 올렸다. “이겼다고 저랑 축하라도 하시게요?”강한서가 웃으며 대답했다. “조 회장님 소개해줄게.”멈칫한 진윤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제가 졌잖아요.”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졌으니까 팀에 입단할 수는 없지만 소개는 받을 수 있잖아.”강한서가 말을 이었다. “아니면 소개받고 싶지 않은 거야?”“아뇨!”다급하게 대답하던 진윤이 곧 쑥스러운 듯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 뭐야... 형님 그 나이에 체력이 아직도 좋으시네요. 제가 졌어요. 인정해요. 형님이 이기셨어요.”진윤의 말에 강한서가 멈칫했다. “그 나이라니?”곧 불혹의 나이라고 대답하려던 진윤은 강한서 뒤에서 눈짓을 보내는 한현진의 모습에 순간 뭔가를 깨달은 듯 아부했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66화

    한현진은 한참을 멍한 얼굴로 앉아있었다. 그녀는 강한서에게 그날의 일에 관해 물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강한서는 본인 덕에 한현진이 월급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얘기하지 않았다. 그러니 한현진은 줄곧 월급을 전부 돌려받을 수 있었던 건 주최 측에서 한현진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밝혀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보니 꽤 단순한 생각이었다. 모터쇼라는 큰 활동에 주최 측에서 안내 요원까지 신경 쓸 리가 없었다. 알바의 잘못이든 아니든, 그건 그들의 관심 밖의 얘기였다. 문제가 생겼을 때 그들이 원하는 것은 제일 간단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강한서였어... 강한서가...’“강한서 그 자식, 마음을 꼭꼭 숨기기도 했네. 이미 그때부터 눈 여겨 보고 있었던 거네요.”감탄하는 주한과 달리 한현진은 웃음을 터뜨렸다. “선배님, 강한서가 절 도와줬을 땐 아무런 사심도 없었을 거라고 전 생각해요. 그날 그런 일을 당한 사람이 저든 아니든, 한서는 그렇게 했을 거예요.”당시 강한서는 한현진을 부르지도, 인사도 하지 않았었다. 심지어 시간이 흘러 한현진이 다시 그 얘기를 꺼냈지만 그는 여전히 솔직한 사실을 털어놓지 않았고 그 일을 핑계로 점수를 더 받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러니 한현진은 확신할 수 있었다. 강한서가 한현진을 도운 건 절대 사심이 있어서가 아니라는 것을. 조한이 웃으며 말했다. “사심이 있었든 아니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죠. 어쨌든 두 사람 인연은 삼심할 매가 쇠줄로 꽉 묶어놓은 것 같네요. 인연이 깊어도 너무 깊어.”한현진도 그 말에 깊이 공감하는 바였다. 만약 한현진이 죽은 그 태아와 바뀌지 않았다면 그녀와 강한서는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둘도 없는 사이였을 것이다. 바뀌었어도 결국은 돌고 돌아 다시 만나게 되었으니 하늘이 이어준 인연이 틀림없었다. 진윤은 빠른 속도로 첫 바퀴를 완주했다. 강한서는 진윤과 2km정도 뒤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 바퀴부터 진윤의 속도는 점점 느려졌지만 강한서는 여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65화

    조한이 선글라스를 벗자 지적인 이미지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는 입꼬리를 올려 씩 웃으며 말했다. “학교 다닐 땐 선배라고 부르더니 졸업하니까 회장님이야?”강한서가 한현진을 향해 설명했다. “대학원 선배님이셔. 같은 지도교수님이었거든.”한현진이 조한의 비위에 맞게 대답했다. “선배님, 안녕하세요.”“역시, 제수씨가 한서보다 낫네.”한현진과 인사 몇 마디를 나눈 조한이 강한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넌 나이가 몇인데 어린애랑 따지고 그래?”강한서가 말했다. “선배보다는 어려요. 제 아내는 아직도 대학생 같다고 하던데요.”조한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한참만에야 입을 열었다. “제수씨가 아이 달래듯 잘 하나봐.”한현진: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진윤도 도착했다. 강한서가 승부를 인정하지 않을까 걱정된 그는 증인이 되어줄 친구 두 명을 데리고 나타났다. 기세등등하게 걸어오던 진윤은 한현진을 보더니 곧바로 우물쭈물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러더니 조한을 발견하고는 말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진윤은 그제야 강한서의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정말 날 뉴벨리 팀에 추천해줄 수 있나봐.’조한이 장난스러운 말투로 진윤을 응원했다. “청년, 저 자식을 쓰러뜨릴 수 있다면 내가 팀장 자리도 고민해볼게요.”한현진도 진윤을 향해 말했다. “파이팅! 결승점에서 기다릴게요.”두 사람의 응원에 후끈 달아오른 진윤은 마음속으로 각오를 다지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진윤에게 한현진과 조한은 그야말로 우주대스타였다. 그러니 그들의 응원은 그에게 흥분제와도 다를 바가 없었다. 이 경기에서 진다는 것은 자신의 우상 앞에서 망신을 당하는 일이었다. 준비 운동을 마치고 시작을 알리는 경보음이 울리자 진윤은 쏜살같이 앞으로 달려 나갔다. 어린 나이라 그런지 폭발력이 대단했다. 그는 곧 강한서와 차이를 벌리며 앞서나갔다. 강한서는 진윤의 속도를 따라 빨리 달리지 않고 꾸준히 똑같은 페이스를 유지했다. 한현진은 망원경을 통해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책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책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