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45화

Auteur: 조십일
"그것도 봤어요?" 주강운이 웃으며 말했다. "사무소 동료들이 멋대로 올린 거라 수분이 많아요."

수분이 섞이긴 했지만 정기 간행물과 학력 등은 다 사실이다.

주강운 이 사람은, 너무 대단한 사람이다.

유현진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기록했는데도 묵인한 걸 보면 사실인가 보죠. 뭐 아니라도 노력해서 진짜로 만들어봐요."

주강운도 웃었다. "그래요, 노력할게요."

말을 끝낸 주강운은 잠시 멈칫하다가 또 입을 열었다. "아, 선셋 스타 계정이 지워졌더라고요."

"캡처본은 다 가지고 있어요." 유현진은 주강운이 재판을 위한 증거 취득 때문에 그러는 줄 알았다.

"그게 아니고요." 주강운이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다른 방식으로 루머를 해명해도 됐었어요, 계정은 그대로 두고요."

"어떤 방식요? 고소라도 해요?" 유현진이 웃으며 말했다. "누구라고 확실하게 밝히지 않았으니 내가 고소해도 그쪽에서 부인하면 그만이에요. 계정을 그대로 두면 내가 어떤 게시물을 올리든지 사람들은 그저 내가 변명을 늘어놓는다고 생각하여 루머는 점점 더 확산할 거예요. 변호사니까 나보다 더 잘 아시잖아요."

주강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강운이 말하는 방법은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고소하지 않더라도 경고장을 보내 사건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사실을 밝힐 수 없다. 이러한 루머들은 네티즌의 머리에 깊이 박혀 해명하려야 할 수가 없게 된다. 네티즌들이 이 일에 항상 관심을 가질 수는 없으니 말이다.

유현진이 계정을 지운 일은 비록 본인에게 더 큰 손해를 가져오지만 제일 직접적인 반격이 될 수도 있다.

네티즌들은 한세정이 폭로한 내용의 사실 여부를 중히 여기지 않는다. 다만 한세정의 근거 없는 루머로 천만 팬을 거느린 성우가 악플로 인해 계정을 지웠다는 사실에만 집중했다.

주강운과 차미주는 그저 그녀의 계정이 아까웠을 뿐이다.

하지만 유현진은 생각 밖으로 낙관적이었다. "계정은 지웠지만 고소해야 할 사람은 끝까지 고소할 생각이에요. 주 변
Continuez à lire ce livre gratuitement
Scanner le code pour télécharger l'application
Chapitre verrouillé

Related chapter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6화

    그녀의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주강운이 말했다. "요즘 로펌 계정으로 갠톡을 보냈어요. 악플과 루머를 지우고 인스타그램에 공개 사과를 한다면 합의를 볼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끝까지 갈 거라고요. 그랬더니 그 사람들이 뭐라는 줄 알아요?"유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주강운을 바라보았다."다들, 하나같이 그러더라고요. 고소할 테면 해 보라고. 절대 안 지울 테니 지금의 대화 내용도 포토샵으로 수정한 뒤에 협박당했다고 인스타그램에 올려 아무것도 모르는 네티즌들에게 알릴 거래요." 주강운은 잠시 멈칫하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어떻게 진심으로 사과하겠어요?"성의 없는 사과문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죄를 단정 짓기에는 방법이 없지만 보상은 힘써볼게요. 이런 사람들한테는 합의금을 받는 게 더 먹혀요. 하지만 그 미성년자들한테 더 집중할 거예요. 그러고." 주강운은 멈칫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임효우 알아요?"유현진은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 "들어본 적 없어요. 왜요?""그 계정의 소유자가 임효우라는 사람이에요. 위치는 한주시이고요."유현진은 멈칫했다. 한주시 사람이 유현아의 사진으로 프로필 사진을 설정하다니. 뭔가 수상한 냄새가 났다."혹시 다른 사람이 그 사람의 정보로 개설한 계정은 아닐까요?""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요. 지금은 전부 실명제이기도 하고 개설한 지 몇 년도 된 계정이거든요. 그 계정으로 많은 플랫폼도 연결했으니 다른 사람이 사용한다는 건 말도 안 돼요.""그러니까 주 변호사님 말씀대로 하면 그 계정은 본인이 사용하고 있거나 혹은 그의 지인이 사용한다는 얘기죠?"주강운은 머리를 끄덕였다.유현진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확실히 그 이름에 대해 기억이 없었다.주강운이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생각 안 나면 생각하지 말아요. 내가 민감했을 수도 있어요. 그냥 팬이라면 프로필 사진도 우연이겠죠. 고소하는 데 영향은 없어요."유현진은 한숨을 내쉬고 주강운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고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7화

    주강운은 다정한 표정과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한서 대단한 사람이에요. 어르신들한테만 아니라 동년배 사이에서도 그래요. 학생 때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성적이 한서를 따라가지 못했어요. 운동도 우리보다 잘했다니까요. 그리고 한서 성격 좋아요. 인내심도 있고 능력도 있고 보는 눈도 있어요. 그러니까 졸업하고 차린 회사에 그 많은 동기가 도우러 온거죠. 그만큼 한서를 믿는다는 얘기예요."'강한서가 성격이 좋아?인내심이 있어?내가 아는 그 강한서 맞지?"강한서에 대해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에요? 성격이 좋다고요?"유현진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나 진짜 강한서보다 성질 더러운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툭 하면 화내고 얼굴 찡그리고 왜 화났냐고 물으면 잔소리만 가득 늘어놓고. 그래서 화난 거 모른 척하면 또 하루 종일 째리고 있어요. 얼마나 불편한데요." 유현진은 강한서의 흉내를 내며 말했다. "이게 강한서 표정이라니까요. 호박 같지 않아요?"주강운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유현진은 한창 강한서 흉내를 내고 있다가 무표정한 얼굴로 문 앞에 서 있는 강한서를 보고는 깜짝 놀라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았다.유현진은 마른 기침하고는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회의는 벌써 끝났어?"강한서는 쌀쌀한 눈으로 그녀를 힐끔 보며 말했다. "빨리 안 왔으면 어떻게 사모님의 모방 쇼를 보겠어?"유현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주강운도 옆에 있는지라 유현진은 입을 삐죽이고는 말대꾸하지 않았다.주강운이 웃으며 말했다. "현진 씨가 나 심심해한다고 장난 좀 친 거야."강한서는 유현진의 장난에 화날 것도 없었다. 하루 이틀 알고 지낸 여자도 아니고 말이다.하지만 주강운이 그녀를 위해 하는 변명은 듣기 불편했다.강한서는 유현진을 노려보며 두 사람 사이에 앉고는 입을 열었다. "오후에 만나기로 했는데 왜 이렇게 빨리 왔어?"주강운이 온화하게 말했다. "서 여사가 오후에 친구들이랑 피크닉 간다며 나한테 기사 좀 해달라고 그러더라고. 마침 서 여사랑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8화

    강한서의 사무용 책상에는 두 사람의 사진이 세워져 있었다.사진 속의 강한서는 슈트 차림으로 의자에 곧게 앉아 있었고 그 옆에는 유현진이 서 있었다.남자는 무뚝뚝한 표정이고 여자는 환히 웃고 있었다.이 사진은 그들의 결혼사진이다. 잠시 휴식을 취하던 도중에 사진작가는 그 장면이 아름답다고 여겨 촬영했었다.결과물도 좋았다. 유현진은 이 사진이 마음에 들었다.거실에 걸어 둔 큰 액자도 이 사진이다.그녀는 특별히 이 사진을 축소해 액자에 넣은 뒤 강한서 회사로 보냈다.민경하는 이 사진을 받고 강한서 사무용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유현진은 그 사진을 그림으로 그리고 있었다.그런데 강한서의 자리에는 목줄 맨 강아지 한 마리를 그려 넣고 옆에는 목줄을 쥔 채 웃고 있는 자신을 그렸다."뭘 그리고 있는거야?"섬뜩한 강한서의 목소리에 유현진은 깜짝 놀라더니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자화상인데, 비슷해?"강한서는 이를 악물고 물었다. "강아지는 뭐야?"유현진은 강한서의 눈을 피하며 말했다. "그냥 그려봤어. 강아지 못 키우게 하니까 그렸는데 그것도 안 돼?"유현진은 미술을 배운 적이 있다.하현주는 그녀의 교육에 많은 심혈을 기울였다. 그래서 그녀는 어릴 적부터 그림도 배우고 피아노도 배우고 플루트도 배웠으며 바이올린도 2년 동안 배웠었다.유현진은 비록 인내심이 없지만 타고난 재질이 좋아 배우는 것마다 잘 받아들였다. 하지만 끈기가 부족해 제대로 하는 건 하나도 없었다.지금 이 그림도 마찬가지다. 프로가 보면 별로이지만 아마추어들은 아마도 혀를 내두를 것이다.특히나 강아지의 눈빛은 강한서와 꼭 닮았다.그러니 강한서는 그녀의 말을 믿을 리가 없었다.주강운은 두 사람이 그림에 관해 대화하는 것을 보고 호기심에 그림을 한번 보더니 말을 내뱉었다. "이 강아지 한서랑 비슷하네요.""비슷해요?" 유현진은 역시나 인정하지 않았다. "안 비슷한데요, 강아지가 강한서보다 안 예뻐요."강한서는 어이가 없었다.주강운은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기류를 느끼고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9화

    주강운은 두 사람에게 말했다. "일식집 어때요? 두 사람 생각은?""좋아요. 사림동에 괜찮은 일식집 있어요."주강운은 강한서에게 물었다. "네 생각은?"​강한서는 주강운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유현진을 보며 말했다. "당신 일식 안 좋아하잖아?"주강운은 뜻밖의 말에 당황스러웠다. "일식 안 좋아하면 다른 거로 해요.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한 거예요."유현진은 강한서에게 눈빛을 주며 말했다. "아니에요. 이 사람 말 들을 것 없어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이에요. 나 일식 제일 좋아해요."강한서는 얼굴이 굳어지더니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주강운은 일식을 제일 좋아한다. 그는 일식에 대해 아는 것도 많았다.더군다나 주강운의 식사 매너는 우아하다는 단어가 떠오를 정도이다.예전에 그들이 학교 앞 맛집에서 밥을 먹었을 때는 아마도 환경의 영향을 받아 그런지 잘 몰랐었다.그런데 오늘 이렇게 고급스러운 일식집에서 주강운이 식사하는 모습을 보고 유현진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주강운은 새우도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해 발랐다.그는 먼저 포크로 새우 머리를 누르더니 나이프를 이용해 새우등에 칼집을 내고는 다시 포크로 새우살을 발라낸 후 새우살을 토막토막 잘라 한 점씩 입으로 넣었다.심지어 살을 다 바른 새우 껍질은 그대로 완벽한 모양을 유지했다.유현진은 이런 장면을 영화에서 봤을 때는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보니, 영화 속 내용들은 사실이었다.유현진은 단 한 번도 자기의 식사 매너를 의심한 적이 없었는데 오늘 주강운과 비기니 완전 거지와도 다름없었다. 마치 새우를 처음 보듯이 입으로 물어뜯고 캐비아는 숟가락으로 퍼먹었으며 수프는 그릇을 들고 마셔버렸다.주강운은 얼떨떨하게 자기를 바라보는 유현진을 향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나랑 밥 먹으면 식욕 떨어지죠?"유현진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마른 기침을 하며 말했다. "아니요, 식사 매너 교육 방송 같았어요."주강운이 웃으며 말했다. "집안이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50화

    강한서는 어이가 없었다.똑같은 친구지만 유현진은 한성우에게 이렇게 착하게 한 적이 없었다.주강운을 곰곰이 훑어보던 강한서는 갑자기 주강운도 잘 생겼다는 것을 느꼈다.강한서는 생각할수록 불쾌해 밥도 얼마 먹지 않았다.유현진은 눈치 없이 주강운과 식사하며 얘기를 나누었다. 식사가 끝날 때까지 그녀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결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온 강한서는 주강운과 다정하게 대화하는 유현진을 보았다. "주 변호사님. 어디 가세요, 태워드릴게요."올 때 같은 차로 이동했으니 유현진과 강한서가 가버리면 주강운은 택시를 타야 했다.주강운은 카운터에서 받은 박하사탕 몇 알을 그녀에게 넘겨주며 웃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마침 부근에 볼일이 있어서 걸어가면 돼요. 소화도 시킬 겸." 말을 끝낸 주강운은 앞에서 오는 강한서를 보고 유현진에게 말했다. "한서랑 가보세요. 늦었어요.""그래요, 연락하세요." 유현진도 더는 강요하지 않고 인사를 마치고는 차에 탔다.주강운은 그들을 향해 손을 저었다. 두 사람의 차는 천천히 움직였다.유현진은 강한서에게 박하사탕 한 알을 넘겨주며 물었다. "먹을래?"강한서는 굳은 얼굴을 하고 받지 않았다.유현진도 귀찮은 듯 더는 묻지 않았다. '이 자식 왜 또 이러는 거야. 밥 먹을 때도 표정이 안 좋더니만 누구한테 화난 건지.'강한서는 눈치 없는 유현진을 보며 이유 없이 마음이 복잡해졌다.강한서는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강운이랑은 어떻게 안 거야?"유현진은 멈칫하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얘기했잖아. 친구 대신에 변호사를 찾다가 우연히 알게 됐다고.""처음에 아마 병원에서 만났을 텐데 병원에서 친구를 대신해 자문했어? 처음 강운이랑 알았을 때 이름도 가짜였잖아. 유현진, 네 말에 진짜가 있기나 해?"유현진은 표정이 굳어졌다. "무슨 뜻이야?"강한서는 쌀쌀하게 말했다. "우리가 이혼해도 주강운이랑은 멀리해. 강운이한테 다른 마음 품지 말라는 얘기야. 네가 함부로 해도 되는 사람 아니야."유현진의 표정은 삽시에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51화

    "주 변호사님이 옥상에서 사진 촬영 중이었는데 나는 날 도촬하는 줄 알고 휴대폰을 빼앗았어. 이게 당신이 말하는 첫 만남이야. 날 탓하는 시간에 우리 결혼에 대한 두려움을 쌓아갔던 거야?"유현진은 이제야 좀 화가 내려가는 듯했는데 강한서의 말을 듣고는 또다시 욱했다."다들 자기 와이프 존중해. 근데 당신은? 장씨 아주머니가 회사에 가서 진상을 부릴 때 당신은 사람들이 당신을 매정하다고 할까 봐 날 들먹이며 나쁜 사람으로 만들었어. 계산이 왜 그렇게 빠른 거야?"강한서는 표정이 안 좋았다. "당신은 나를 여자한테 책임을 돌리는 비겁한 남자로 생각했던 거야?"유현진은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와 막말을 내뱉었다. "비겁하기만 한 게 아니지, 당신은 남자도 아니야! 당신이 아이를 원하지 않으면서 마치 내가 불임인 것처럼 나한테 책임을 넘기고 나는 매일 역겨운 한약을 먹었어. 그러고 피임했다고 당신 집안의 죄인이 되어버렸지. 당신 행동이 남자답기나 해?"강한서는 표정이 점점 더 일그러졌다. 불꽃 튀는 분위기에 민경하는 숨소리도 내지 못한 채 조용히 있었다.'사모님이 미쳤나 봐. 대표님한테 어떻게 저런 말을!'민경하는 다급히 강한서를 위해 말했다. "사모님, 오늘 일은 제 잘못이에요. 대표님 허락 없이 제가 사모님한테 전화했어요."유현진은 차갑게 웃었다. "이제는 인정도 못 하는거야?"민경하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사모님, 진짜예요. 대표님은 몰랐어요..."강한서는 그의 말을 중단시켰다. "유현진, 넌 어쩜 대학도 나온 애가 온통 애 낳을 생각만 해? 아이가 생기면 다 지킬 수 있을 것 같아? 만약 그게 목표라면 내가 얘기하는데, 평생 너랑 아이 가지는 일은 없어!"유현진은 강한서의 말에 기가 막혔다.유현진은 분명 불임 누명을 쓴 것을 말하는데 강한서는 이를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걸로 받아들였다. 하필 유현진이 제일 민감한 곳을 건드린 것이다.유현진은 쌀쌀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나도 얘기할게. 나 진짜 강아지랑 개새끼를 낳더라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52화

    물론 유현진은 차이현이 자신의 연기가 마음에 들어 자신을 선택한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유현진의 연기력은 확실히 괜찮았다. 다만 연예계에는 연기력이 훌흉한 연기자가 수두룩했다. 상대방은 일정한 인지도도 있고, 인기도 많았다. 어떻게 따져도 자신이 상대방보다 더 나은 면이 없다는 것을 유현진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그러기에 차이현이 자신을 선택해야만 하는 이유 같은 건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유현진은 잠깐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제가 신인이고, 배경도 단순하며, 출연료도 싼 데다가 마침 연기력도 감독님께서 원하시는 배역에 맞춤하기에 자본의 힘을 저항하는 데 도움이 되고, 감독님이 굳이 싫어하는 연기자를 선정하지 않아도 되겠죠. 게다가 설령 저한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감독님께서는 모 회사를 대상으로 불미스러운 일에 엮이지 않아도 되고요."차이현이 순간 할말을 잃고 멍해졌다. 연예계에 이렇게 두 뇌가 명석한 친구는 극히 드물었다.단순히 유현진의 얼굴만 보면 사람들은 쉽게 얼굴이 예쁜 멍청한 여인으로 착각할 수 있다.물론 이는 유현진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그와 연령이 비슷하고 외모가 화려한 여배우들이 쉽게 보이는 단점이기 때문이다.그들은 아름다운 외모로 팬들의 사랑을 쉽게 차지한다. 너무 손쉽게 얻은 인기라 오히려 다른 일을 홀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다 보면 나중에는 결국 자본의 각축에 이용당하고 만다.하지만 유현진은 그 수많은 여배우들과 달리 처음부터 자신이 선택당한 것이 행운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의 머리는 아주 냉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그러자 차이현이 물었다."그 이유를 알면서 왜 계약을 체결한 거죠?"유현진도 숨김 없이 자신의 진실된 생각을 말했다."저는 이 일이 필요해요. 게다가 대본이 마음에 들어요."차이현은 유현진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현진 씨 이전에 제명되었던 여배우의 일도 한세정이 꾸민 일이에요. 배역 캐스팅 때부터 저와 한세정은 모순이 있었어요. 제가 캐스팅에 있어서는 한 표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53화

    유현진처럼 연기를 좋아해서 눈에서 빛이 나는 젊은 연기자를 차이현은 오랜만에 본다.차이현이 사람을 훈계하는 모습을 보면 학생 때 담임 선생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유현진은 그 모습에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면서 한편으로는 우스웠다."저는 인기 스타의 길은 관심 없어요. 연애 하나 하는 것도 팬들에 의해 조종당하기 싫거든요."차이현......결혼했다고 하지 않았나? 결혼했으면서 연애는 또 뭐지?차이현은 더이상 묻지 않고 그저 주의사항을 당부했다."아무튼 스스로 조심해요. 만약 무슨 일이 있으면 저한테 바로 연락하고요. 다음 주에 우리와 합류해야하는 거 알죠. 저 실망시키지 말아요."유현진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차 감독님, 고마워요."한세정은 요즘 네티즌들의 악플에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았다. 전화 벨소리가 울리기만 하면 네티즌들이 보내온 욕설로 생각되었다.이번 인터넷 드라마는 그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것이다. 심지어 송민영까지 카메오로 출현했는데, 아무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그래서 한세정은 돌아다니면서 홍보를 부탁했다. 하지만 그가 업계 거물급 성우를 압박하여 은퇴시킨 일에 연루된지라 모두 피하는 눈치였다.드라마가 방영되어서부터 시청률이 수직 하락세를 보이자, 한세정은 희망을 송민영에게 걸었고, 그의 홍보를 통해 손해를 만회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송민영도 바보가 아닌 이상, 이 시기에 한세정을 도와 홍보를 하는 것이 자신한테 불리할 게 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한세정이 아직 이용할 가치가 있었기에 송민영은 바로 승낙했다. 그리고는 슬쩍 물었다."한 감독님, 인스에 올린 내용을 보니 곧 새로운 작품을 촬영하는 것 같던데, 정말이에요?"한세정이 답했다."그래, 맞아. 방영시간이 올해로 앞당겨졌다고 하던데.""어떤 드라마이기에 이렇게 급해요?"". 내가 예전에 자기랑 말한 적 있잖아."송민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차이현 감독의 !이 작품은 각본이 나와서부터 사람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올

Latest chapter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76화

    한성우가 흥, 콧방귀를 뀌었다. “형수님도 양심은 없으시네요. 아무리 그대로 강운이가 형수님을 좋아하는 건 사실이잖아요. 이렇게 이용하시면 마음에 안 찔리세요?”한성우의 말에 한현진의 말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좋아하면 강한서를 자극하기 위해 절 간민혜 씨 모습으로 분장시킬 수 있어요? 저와 주 변호사님은 그저 지인 딱 그 정도예요. 말 할 거예요, 말 거예요? 말 안 할 거면 됐어요.”‘강한서에게 덫을 놓은 건 내가 평생 기억하고 있을 거야.’말을 잘못 꺼냈음을 인지한 한성우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얘기하면 되잖아요. 왜 화를 내고 그래요. 하지만 제가 얘기한다고 해서 강운이가 나설 거란 보장은 저도 못해요.”한현진이 덤덤하게 말했다. “할 거예요.”주강운이라는 사람의 모든 면을 잘 안다고 할 수 없었지만 한현진은 변호사로서의 그의 능력은 의심한 적이 없었다. 정서희의 의뢰를 받고 정설희 사건을 조사하고 있으니 당연히 장준도 눈여겨보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제 발로 찾아온 기회는 주강운은 거절할 리가 없었다. 주강운에게 전화해 안부를 묻던 한성우는 돌고 돌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불법 레이싱 교통사고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3명이 죽고 15명이 부상을 입었대. 전부 이제 갓 20살이 된 어린 애들이던데 안타깝게 됐어. 학교나 열심히 다닐 것이지 레이싱은 대체 왜 한 거야. 목숨이 아깝지도 않나 봐.”커피를 한 모금이 마신 주강운이 서류를 넘기며 말했다. “이젠 사회 뉴스도 봐?”“아니, 그냥 우연하게 본 건데 놀라워서 그러지. 바로 주변에서 일어난 일이잖아. 부상자 중에 진수 그룹 막내아들도 있었고. 탄식이 절로 나오더라니까.”물을 한 모금 마신 한성우가 툭 던지듯 물었다. “넌 이런 뉴스 안 봐?”주강운이 말했다. “봤는데 자세히는 안 봤어.”“사건 관련 기사는 아무것도 아니야. 숨겨진 뒷이야기가 더 충격적이야. 그러니까...”“잠깐만.”주강운이 한성우의 말을 잘랐다. “나 할 일이 있어서 나중에 끝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75화

    [아니, 지금 중요한 건 사고 원인을 밝히는 거 아녜요? 대체 왜 부상자 신상정보나 캐고 있는 거예요? 일부러 여론 몰이 하려는 거 아녜요?][그러니까요. 이렇게 큰 교통사고면 한 사람만의 문제는 아닐 텐데, 이 경기의 주최 측에 문제점을 둬야하는 거잖아요.][속도 제한 구간에서 불법 레이싱을 하다 교통사고가 발생했어요. 뭐 더 할 말 있어요? 위에 댓글 혹시 진수 그룹 알바 아니세요?][그래서 진모 씨는 경기에 참가하지 않은 건가요? 피해자라도 된대요? 피해자는 그 인간들 차에 치인 사람이에요. 논리적인 척 하는 거 웃기네요. 쓰레기 같은 인간 때문에 목숨을 잃은 피해자는 나 몰라라 하면서 그것도 인간이라고 신상정보가 털리는 게 안타까워요?][진윤. 남. 서화 대학 전기정보공학과 2학년. 주민등록 번호: XXXX. 전화번호: XXXX.]진윤의 신상정보가 인터넷에 전부 폭로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정보를 공유했다. 심지어 진윤의 수능성적을 폭로하며 그의 성적으로는 서화 대학에 입학할 수 없다며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불법 레이싱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한 사람을 향해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고 여론은 이미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었다. 여론 몰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해도 그 대상이 진윤이 될 이유가 없었다. 누군가 진윤을 이용해 사건의 요점을 흐리려는 의도이거나 이번 일을 계기로 진수 그룹에 타격을 주려는 것이 분명했다.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 한현진이 한성우에게 연락했다. 진윤의 일로 전화했다는 것을 안 한성우가 말했다. “이번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녜요. 일단 불법 레이싱도 문제이긴 하지만 제일 중요하건 레이싱에 참가한 사람 중 마약을 한 인간이 있다는 거예요. 그게 이번 사고가 일어난 제일 중요한 원인이기도 하고요.”“지금 그 인간을 숨기기 위해 인터넷에서는 이 사건의 모든 화살을 진윤 씨에게 돌리고 있어요. 형수님과 한서는 이번 일에 끼어들지 말아요.”한현진이 멈칫하며 물었다. “그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74화

    한현진은 어쩔 수 없이 민경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약혼식 준비를 하는 민경하를 위해 강한서는 특별 휴가를 지급했다. 그러니 민경하도 지금은 강한서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했다.“아주머니 말로는 아침 여섯 시부터 급하게 나갔다고 해요.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돼서요.”한현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사람에게 물어봐야겠어요.”“잠깐만요, 사모님.”갑자기 한현진을 부른 민경하가 나지막이 물었다. “오늘 아침 뉴스 보셨어요?”“아직요. 왜요?”민경하가 말했다. “어젯밤 남서신길에서 레이싱 경기가 있었는데 큰 교통사고가 발생했어요. 3명이 죽고 15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해요. 남서신길 쪽에 저희 자회사에서 시공을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어요.”“오늘 아침 6시쯤에 뉴스가 터진 거니까 대표님께서 급히 나간 게 그 일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남서신길이요?”잠깐 생각에 잠겼던 한현진이 움찔 몸을 떨었다. ‘진윤 씨가 전에 참가하겠다고 고집 부리던 경기잖아?’한현진이 곧바로 진윤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뿐만 아니라 홍혜림도 연락을 받지 않았다. 비록 진씨 가문과 연이 깊은 것도 아니었고 진윤에게 다가간 것도 홍혜림에게 물어볼 것이 있기 때문이었지만 혹시라도 사고를 당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다. ‘이 자식! 분명 강한서와 더는 그런 위험한 경기엔 참가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면서. 대체 왜 이렇게 말을 듣지 않는 거야.’아무도 연락을 받지 않자 한현진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한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하리에게 물어봐달라고 할 생각이었다. 진윤의 사촌누나이니 어쩌면 남인 그들보다 먼저 소식을 들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한열이 말했다. “진윤 씨도 다쳐서 아직 깨어나지 못했대요. 신하리 씨도 아까 공항으로 가서 아마 지금쯤 그쪽으로 출발했을 거예요. 아직 사람을 보지도 못했으니 신하리 씨도 상황은 잘 모르고 있을 거예요.”제일 염려했던 일이 결국은 일어나고 말았다. 진윤도 그 사고 현장에 있었다. 그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73화

    염색은 한 시간이 지나서야 끝이 났다. 잘생긴 포즈로 거울 셀카를 찍은 진윤이 강한서에게 사진을 전송했다. [다시 시작.]강한서는 사진 속 검은 머리에 순해 보이는 젊은이를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의 웃음소리에 읽던 책을 내려놓은 한현진이 고개를 돌려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왜?”강한서가 진윤의 셀카를 한현진에게 보여주었다. 한현진 역시 사진을 보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 “어쩐지 금발에 눈썹도 살짝 밀어버리는 스타일을 고집하더라니. 눈썹 피어싱까지 빼니까 그냥 아기였네. 너무 귀엽게 생겼잖아. 훈이보다 어려 보여.”강한서도 한현진을 따라 웃었다. “선배도 그렇잖아. 50살도 넘은 분이 아직도 30대처럼 보이니까. 성우가 처음 선배를 봤을 때 형이라고 불렀다가 예의 없다고 혼났어. 그러다 다른 애들도 형이라고 하니까 말이 없더라고.”그 장면을 상상한 한현진은 웃음을 멈추질 못했다. “역시 동안이 좋아. 50대가 되어서도 얼굴 하나로 젊은이들의 마음을 살 수 있잖아. 난 왜 동안이 아닐까?”그 말에 멈칫한 강한서가 한현진을 힐끔 쳐다보았다. “누구 마음을 사려고?”한현진이 눈웃음을 지었다. “강 대표님, 몇 십 년 후의 일도 미리 질투하실 거예요?”강한서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 정도는 아냐.”한현진이 의외라는 듯 물었다. “정말?”강한서가 확신에 찬 말투로 대답했다. “안 해, 질투.”예상 밖의 대답에 호기심이 불타오른 한현진이 물었다. 몇 십 년 후엔 사랑보다 정으로 사는 거라 신경 쓰지 않는 거야?”강한서가 대답했다. “그건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어.”“뭔데?”강한서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몸이 살아있는 한 그대들은 그저 첩에 불과해.”멍해졌던 한현진이 폭소를 터뜨렸다. 그녀는 강한서를 품에 안고 뽀뽀 세례를 날렸다. “진지한 얼굴로 실없는 농담을 던질 때 정말 귀여워 죽겠다니까.”강한서가 힐끔 한현진을 쳐다보았다. “이런 걸 바로 조강지처의 자신감이라고 하는 거야.”한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72화

    순간 불쾌한 기분에 빠진 진윤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런 아마추어 경기는 사석에서 주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전문적인 레이싱 경기도 아니었다. 오직 속도에서 주는 쾌락만을 추구하는 경기였다. 상금이 높은 만큼 위험부담도 컸다. 하지만 진윤이 경기에 참가한 것은 상금 때문이 아니었다. 돈 걱정 없이 산 진윤이 목숨 건 돈에 욕심낼 필요는 없었다. 그는 단지 경기의 주최 측에 F1 레전드 인물도 있다는 소식에 우승을 하면 그 사람과 만나 얘기를 나눌 기회라도 있지 않을까 싶어 참가한 것이었다. 진윤은 그의 팀원들 역시 레이싱에 대한 열정으로 함께 지금까지 뭉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자신을 무시하는 친구의 말은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모든 사람이 진윤처럼 레이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프로 선수가 되길 꿈꾸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이들이 사랑하는 것은 어쩌면 레이싱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지니고 있는 상금이라는 거대한 유혹일 수도 있었다. 팀원 중 위험한 내기 경기에 참석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진윤은 알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경주마처럼 미친 듯이 산길을 휘저었다. 목숨을 내걸고 재벌들의 도박판에서 기꺼이 주사위가 되었다. 아차 하는 사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경기에서 이기면 그만큼 어마어마한 상금이 주어졌다. 불행히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고 해도 그의 가족들은 놀라운 액수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었으니 위험을 감수하고 뛰어드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었다. 처음으로 팀원에게 그 얘기를 들었을 때의 진윤은 충격에 빠졌었다. 하지만 팀원들은 마치 일상적이 대화를 하듯 당연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그때의 진윤은 그저 그들이 비슷한 일을 너무 많이 들은 탓에 익숙해져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 보니 그들은 그렇게 위험 부담마저도 부러웠었던 같았다. 팀원 중 대부분의 사람에게 레이싱은 그저 짧은 시간 사이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도구에 불과했다. 뜬 눈으로 꿈을 꾸고 있는 진윤이야말로 그들에겐 이상한 인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71화

    “아들. 네가 공부가 하고 싶다면 복수 전공이 아니라 10개 전공을 배우겠다고 해도 엄마는 찬성이야. 엄마 지금 너무 기뻐. 만약 농담하는 거라면 지금 당장 거짓말이었다고 얘기해. 안 그럼 엄마는 진심으로 받아들일 거야.”진윤이 웃으며 홍혜림의 팔을 끌어안았다. “엄마. 저도 형처럼 엄마의 자랑이면 안 돼요?”홍혜림이 진윤의 금발을 어루만졌다. “너도 예전엔 엄마의 자랑이었지. 금발로 염색한 후로는 자랑이 아니게 되었지만.”진윤: ...“그럼 다시 염색할게요.”홍혜림이 얼른 헤어숍 VIP카드를 건네며 말했다. “얼른 가. 여긴 새벽 12시가 되어야 영업이 끝나는 곳이야. 지금 가면 아직 시간 있어.”진윤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홍혜림이 얼마나 진윤의 금발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네, 네, 네. 지금 갈게요.”외투를 챙겨주며 문앞까지 배웅 나온 홍혜림이 진윤에게 물었다. “아들. 조금 전에 누구한테 들은 말 때문에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잖아. 그 분 너희 교수님이셔?”“우리 교수님은 아녜요. 하지만 좋은 스승님이긴 해요.”‘사기꾼이기도 해. 하지만 꽤 능력 있는 사기꾼.’홍혜림이 호기심에 가득 찬 말투로 물었다. “그 분 한 마디에 바로 생각이 바뀐 거야? 내가 너한테 얼마나 많이 얘기했었는데, 그땐 들은 척도 안 하더니.”진윤이 말했다. “절 데리고 20km를 뛰었어요. 자길 이기면 날 뉴벨리 팀에 입단시켜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나보다 10살이나 많아서 나이 많은 어르신한테 지겠어? 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졌어요.”진윤이 창피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저보다 빨리 뛴 건 아니었어요. 제가 적을 만만하게 생각한 거죠. 하지만 무서운 사람이에요. 지독하게 강해서 무서운 사람. 그 사람은 못 해낼 일이 없는 것 같아요. 입단은 무슨, 그냥 그 기회를 벌어 저에게 설교를 하려던 것뿐이었어요.”“내가 공부에 전념할 수 있게 레이싱을 그만두게 하려고. 처음엔 엄마가 보낸 스파이인 줄 알았다니까요. 하지만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70화

    진윤에게 묻는 홍혜림은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랐다. ‘얘기해. 엄마 괜찮아. 파산이라도 하지, 뭐. 돈은 없으면 다시 벌 수 있어. 아빠가 안 된다고 하면 쫓아내면 돼.’처음으로 느끼는 죄책감에 진윤은 고개를 숙였다. 홍혜림이 비록 관리를 잘 하긴 했지만 귀밑머리는 이미 하얀 서리가 내려있었다. 큰형은 어려서부터 얌전하고 말을 잘 듣는 아이라 부모님의 속을 썩인 적이 없었다. 유독 진윤이 고집을 부리며 걸음마를 뗄 때부터 뒤에서 마음을 졸이게 했다. 진윤의 수능성적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지금 그가 다니고 있는 대학교 전공은 전부 부모님이 수많은 돈을 들여 기획한 결과였다. 하지만 진윤은 본인이 좋아하지 않는 전공이라는 이유로 자포자기하며 지냈다. 부모님이 통제욕이 강하다는 것은 그저 진윤이 그들에게 씌워놓은 프레임에 불과했다. 정말 부모님의 통제 속에서 살아가는 친구들은 매일 모든 스케줄, 심지어 먹는 음식까지 전부 부모님에게 보고해야 했다. 그런 사람에 비하면 그의 부모님은 그저 애교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레이싱을 좋아하는 진윤이 못마땅했지만 그럼에도 그저 설득하는 것이 전부였다. 홍혜림은 단 한 번도 진윤의 레이싱 장비를 부순 적이 없었다. 매번 더는 새 장비를 사주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 다짐도 진윤의 애교 몇 번에 곧 무너지고 말았다. ‘언제까지 실망만 안겨드릴 순 없잖아. 나도 엄마의 자랑이 되어야지 않겠어?’“엄마. 저 복수 전공하고 싶어요. 전 레이싱이 좋아요. 도무지 포기가 안 돼요. 저 실력 그 정도 아닌 거 알아요. 하지만 자동차 관련한 전공을 배워보고 싶어요. 지금 전공은 절대, 두 번 다시는 F학점 받는 일 없을 거라 약속 드려요. 복수 전공하게 해주면 안 돼요?”홍혜림: ??“그거 말고 다른 건 없어?”진윤이 멍해졌다. “네?”홍혜림이 말했다. “네가 나에게 하려는 말이 그거야?”진윤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물었다. “네. 그게 아니면요?”홍혜림: “사람을 치거나, 교통사고를 낸 게 아니고?”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69화

    눈에 띄게 변한 진윤의 모습을 홍혜림은 믿을 수가 없었다.집 바로 앞이 학교라 진윤은 기숙사 생활을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집에 자주 들어오는 것도 아니었다. 집에서 레이싱 게임을 할 때마다 부모님의 잔소리가 끊이질 않아 진윤은 큰형 아파트에 몰래 숨어있는 것을 좋아했다. 진윤의 큰형은 일 때문에 그에게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9살이나 더 많은 그의 형은 가끔 부모님보다 더 진윤을 아끼기도 했다. 심지어 가끔은 진윤의 편을 들어 그의 비밀을 지켜주기도 했다. 큰형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가 있었다. 그러니 제발 눈치껏 본가로 들어오라고 홍혜림은 몇 번이고 진윤에게 얘기했었다. 사실 예비 며느리는 그저 핑계에 불과했다. 진윤을 본가로 불러들이는 이유는 진윤이 곁에 없으니 도무지 관리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진윤은 그 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매번 홍혜림이 같은 얘기를 꺼낼 때마다 그는 두 귀를 닫고 못 듣는 척 연기했다. 하지만 이번엔 홍혜림이 먼저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진윤 스스로 본가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진윤에 홍혜림은 혹시 형제가 싸우기라도 한 걸까 전화를 했지만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말에 홍혜림은 생각했다. ‘이 자식 또 무슨 사고라도 치고 돌아와서 얌전한 척 연기하는 거 아냐?’‘교통사고라도 내서 배상해 줘야 하는 건가? 아니면 레이싱 카가 망가져서 새 차를 살 돈이 필요한 건가?’‘설마 사람을 친 건 아니겠지?’진윤이 집에서 열심히 공부할수록 홍혜림은 점점 더 사람을 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녀는 매일 밤 아무 일도 없는 척 진윤의 방 앞을 서성이며 생각했다. ‘먼저 잘못을 인정하면 요즘 얌전하게 지냈던 걸 정상참작해서 욕을 좀 덜해야겠어.’하지만 3일이 지나도록 진윤은 홍혜림을 부르지 않았다. ‘이상해.’‘너무 이상하잖아!’‘설마 사람을 친 것보다 더 큰 사고는 아니겠지?’‘대체 얼마를 배상해야 하는 거야?’1 주일이 지나자 더 이상 참지 못한 홍혜림은 진윤의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68화

    진윤: ...강한서가 진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싫다면서 현 상황을 바꿔보려고 하지도 않은 거야?”진윤: ...‘왜 선생님께 혼나는 기분이 드는 거지? 진지하게 핵심만 꼬집고 있잖아.’입을 달싹이던 진윤은 변명이라도 해보고 싶었지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한참만에야 입을 열었다. “그런 생각은 안 해봤어요.”진윤은 그동안 어떻게 반항해야할지, 그런 생각만 하고 있었다. 강한서가 말했다. “네 인생은 네 거야. 네가 열심히 살든, 대충 살든 네 하루하루는 다름없이 흘러가고 있어. 네 태도에 따라 싫었던 그 경험들이 사라지지 않아. 단지 네가 싫다는 이유로 아무 문제도 해결하지 않고 대충 흘려보냈을 뿐 그것들은 계속 존재해.”“대충 공부해서 대충 졸업하면 또 대충 취직이나 하겠지. 아니면 아예 너희 회사로 입사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 다음에? 그렇게 평생을 대충 흘려보낼 거야? 그게 네가 원하는 인생이야?”멍하니 강한서를 쳐다보던 진윤이 한참만에야 대답했다. “아뇨.”부모님이 선택해준 전공이 싫어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얼른 졸업하기만을 바랐다. 하지만 강한서의 말처럼 졸업 후엔? 전공에 맞는 직업을 찾아 그저 그런 삶을 살아갈까, 아니면 부모님 회사에 입사해 되는대로 살아갈까. 어떤 선택이든 그건 진윤이 원하는 인생은 아니었다. 4년이란 시간을 허무히 흘러 보내고 나면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전 이미 3학년이에요. 전과를 하기엔 늦었잖아요. 이젠 뭘 하려고 너무 늦은 것 같아요.”속상한 듯 대답하는 진윤의 말에 한현진이 말했다. “진윤 씨는 완전 MZ세대잖아요. 이제 갓 이십 대 초반인데 뭘 해도 늦지 않은 나이예요. 너무 빨리 본인의 가능성을 단정 짓지 말아요. 60세에 대학생이 됐다는 기사 못 봤어요?”“진윤 씨보다 나이가 훨씬 많아도 늦었다고 생각 안 하는데, 진윤 씨가 왜 겁을 내요?”“전...”입술을 달싹이던 진윤이 한참이 지나서야 한숨을 내뱉었다. “두 사람 문제아 갱생

Découvrez et lisez de bons romans gratuitement
Accédez gratuitement à un grand nombre de bons romans sur GoodNovel. Téléchargez les livres que vous aimez et lisez où et quand vous voulez.
Lisez des livres gratuitement sur l'APP
Scanner le code pour lire sur l'application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