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서의 사무용 책상에는 두 사람의 사진이 세워져 있었다.사진 속의 강한서는 슈트 차림으로 의자에 곧게 앉아 있었고 그 옆에는 유현진이 서 있었다.남자는 무뚝뚝한 표정이고 여자는 환히 웃고 있었다.이 사진은 그들의 결혼사진이다. 잠시 휴식을 취하던 도중에 사진작가는 그 장면이 아름답다고 여겨 촬영했었다.결과물도 좋았다. 유현진은 이 사진이 마음에 들었다.거실에 걸어 둔 큰 액자도 이 사진이다.그녀는 특별히 이 사진을 축소해 액자에 넣은 뒤 강한서 회사로 보냈다.민경하는 이 사진을 받고 강한서 사무용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유현진은 그 사진을 그림으로 그리고 있었다.그런데 강한서의 자리에는 목줄 맨 강아지 한 마리를 그려 넣고 옆에는 목줄을 쥔 채 웃고 있는 자신을 그렸다."뭘 그리고 있는거야?"섬뜩한 강한서의 목소리에 유현진은 깜짝 놀라더니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자화상인데, 비슷해?"강한서는 이를 악물고 물었다. "강아지는 뭐야?"유현진은 강한서의 눈을 피하며 말했다. "그냥 그려봤어. 강아지 못 키우게 하니까 그렸는데 그것도 안 돼?"유현진은 미술을 배운 적이 있다.하현주는 그녀의 교육에 많은 심혈을 기울였다. 그래서 그녀는 어릴 적부터 그림도 배우고 피아노도 배우고 플루트도 배웠으며 바이올린도 2년 동안 배웠었다.유현진은 비록 인내심이 없지만 타고난 재질이 좋아 배우는 것마다 잘 받아들였다. 하지만 끈기가 부족해 제대로 하는 건 하나도 없었다.지금 이 그림도 마찬가지다. 프로가 보면 별로이지만 아마추어들은 아마도 혀를 내두를 것이다.특히나 강아지의 눈빛은 강한서와 꼭 닮았다.그러니 강한서는 그녀의 말을 믿을 리가 없었다.주강운은 두 사람이 그림에 관해 대화하는 것을 보고 호기심에 그림을 한번 보더니 말을 내뱉었다. "이 강아지 한서랑 비슷하네요.""비슷해요?" 유현진은 역시나 인정하지 않았다. "안 비슷한데요, 강아지가 강한서보다 안 예뻐요."강한서는 어이가 없었다.주강운은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기류를 느끼고
주강운은 두 사람에게 말했다. "일식집 어때요? 두 사람 생각은?""좋아요. 사림동에 괜찮은 일식집 있어요."주강운은 강한서에게 물었다. "네 생각은?"​강한서는 주강운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유현진을 보며 말했다. "당신 일식 안 좋아하잖아?"주강운은 뜻밖의 말에 당황스러웠다. "일식 안 좋아하면 다른 거로 해요.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한 거예요."유현진은 강한서에게 눈빛을 주며 말했다. "아니에요. 이 사람 말 들을 것 없어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이에요. 나 일식 제일 좋아해요."강한서는 얼굴이 굳어지더니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주강운은 일식을 제일 좋아한다. 그는 일식에 대해 아는 것도 많았다.더군다나 주강운의 식사 매너는 우아하다는 단어가 떠오를 정도이다.예전에 그들이 학교 앞 맛집에서 밥을 먹었을 때는 아마도 환경의 영향을 받아 그런지 잘 몰랐었다.그런데 오늘 이렇게 고급스러운 일식집에서 주강운이 식사하는 모습을 보고 유현진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주강운은 새우도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해 발랐다.그는 먼저 포크로 새우 머리를 누르더니 나이프를 이용해 새우등에 칼집을 내고는 다시 포크로 새우살을 발라낸 후 새우살을 토막토막 잘라 한 점씩 입으로 넣었다.심지어 살을 다 바른 새우 껍질은 그대로 완벽한 모양을 유지했다.유현진은 이런 장면을 영화에서 봤을 때는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보니, 영화 속 내용들은 사실이었다.유현진은 단 한 번도 자기의 식사 매너를 의심한 적이 없었는데 오늘 주강운과 비기니 완전 거지와도 다름없었다. 마치 새우를 처음 보듯이 입으로 물어뜯고 캐비아는 숟가락으로 퍼먹었으며 수프는 그릇을 들고 마셔버렸다.주강운은 얼떨떨하게 자기를 바라보는 유현진을 향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나랑 밥 먹으면 식욕 떨어지죠?"유현진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마른 기침을 하며 말했다. "아니요, 식사 매너 교육 방송 같았어요."주강운이 웃으며 말했다. "집안이
강한서는 어이가 없었다.똑같은 친구지만 유현진은 한성우에게 이렇게 착하게 한 적이 없었다.주강운을 곰곰이 훑어보던 강한서는 갑자기 주강운도 잘 생겼다는 것을 느꼈다.강한서는 생각할수록 불쾌해 밥도 얼마 먹지 않았다.유현진은 눈치 없이 주강운과 식사하며 얘기를 나누었다. 식사가 끝날 때까지 그녀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결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온 강한서는 주강운과 다정하게 대화하는 유현진을 보았다. "주 변호사님. 어디 가세요, 태워드릴게요."올 때 같은 차로 이동했으니 유현진과 강한서가 가버리면 주강운은 택시를 타야 했다.주강운은 카운터에서 받은 박하사탕 몇 알을 그녀에게 넘겨주며 웃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마침 부근에 볼일이 있어서 걸어가면 돼요. 소화도 시킬 겸." 말을 끝낸 주강운은 앞에서 오는 강한서를 보고 유현진에게 말했다. "한서랑 가보세요. 늦었어요.""그래요, 연락하세요." 유현진도 더는 강요하지 않고 인사를 마치고는 차에 탔다.주강운은 그들을 향해 손을 저었다. 두 사람의 차는 천천히 움직였다.유현진은 강한서에게 박하사탕 한 알을 넘겨주며 물었다. "먹을래?"강한서는 굳은 얼굴을 하고 받지 않았다.유현진도 귀찮은 듯 더는 묻지 않았다. '이 자식 왜 또 이러는 거야. 밥 먹을 때도 표정이 안 좋더니만 누구한테 화난 건지.'강한서는 눈치 없는 유현진을 보며 이유 없이 마음이 복잡해졌다.강한서는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강운이랑은 어떻게 안 거야?"유현진은 멈칫하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얘기했잖아. 친구 대신에 변호사를 찾다가 우연히 알게 됐다고.""처음에 아마 병원에서 만났을 텐데 병원에서 친구를 대신해 자문했어? 처음 강운이랑 알았을 때 이름도 가짜였잖아. 유현진, 네 말에 진짜가 있기나 해?"유현진은 표정이 굳어졌다. "무슨 뜻이야?"강한서는 쌀쌀하게 말했다. "우리가 이혼해도 주강운이랑은 멀리해. 강운이한테 다른 마음 품지 말라는 얘기야. 네가 함부로 해도 되는 사람 아니야."유현진의 표정은 삽시에
"주 변호사님이 옥상에서 사진 촬영 중이었는데 나는 날 도촬하는 줄 알고 휴대폰을 빼앗았어. 이게 당신이 말하는 첫 만남이야. 날 탓하는 시간에 우리 결혼에 대한 두려움을 쌓아갔던 거야?"유현진은 이제야 좀 화가 내려가는 듯했는데 강한서의 말을 듣고는 또다시 욱했다."다들 자기 와이프 존중해. 근데 당신은? 장씨 아주머니가 회사에 가서 진상을 부릴 때 당신은 사람들이 당신을 매정하다고 할까 봐 날 들먹이며 나쁜 사람으로 만들었어. 계산이 왜 그렇게 빠른 거야?"강한서는 표정이 안 좋았다. "당신은 나를 여자한테 책임을 돌리는 비겁한 남자로 생각했던 거야?"유현진은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와 막말을 내뱉었다. "비겁하기만 한 게 아니지, 당신은 남자도 아니야! 당신이 아이를 원하지 않으면서 마치 내가 불임인 것처럼 나한테 책임을 넘기고 나는 매일 역겨운 한약을 먹었어. 그러고 피임했다고 당신 집안의 죄인이 되어버렸지. 당신 행동이 남자답기나 해?"강한서는 표정이 점점 더 일그러졌다. 불꽃 튀는 분위기에 민경하는 숨소리도 내지 못한 채 조용히 있었다.'사모님이 미쳤나 봐. 대표님한테 어떻게 저런 말을!'민경하는 다급히 강한서를 위해 말했다. "사모님, 오늘 일은 제 잘못이에요. 대표님 허락 없이 제가 사모님한테 전화했어요."유현진은 차갑게 웃었다. "이제는 인정도 못 하는거야?"민경하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사모님, 진짜예요. 대표님은 몰랐어요..."강한서는 그의 말을 중단시켰다. "유현진, 넌 어쩜 대학도 나온 애가 온통 애 낳을 생각만 해? 아이가 생기면 다 지킬 수 있을 것 같아? 만약 그게 목표라면 내가 얘기하는데, 평생 너랑 아이 가지는 일은 없어!"유현진은 강한서의 말에 기가 막혔다.유현진은 분명 불임 누명을 쓴 것을 말하는데 강한서는 이를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걸로 받아들였다. 하필 유현진이 제일 민감한 곳을 건드린 것이다.유현진은 쌀쌀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나도 얘기할게. 나 진짜 강아지랑 개새끼를 낳더라도
물론 유현진은 차이현이 자신의 연기가 마음에 들어 자신을 선택한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유현진의 연기력은 확실히 괜찮았다. 다만 연예계에는 연기력이 훌흉한 연기자가 수두룩했다. 상대방은 일정한 인지도도 있고, 인기도 많았다. 어떻게 따져도 자신이 상대방보다 더 나은 면이 없다는 것을 유현진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그러기에 차이현이 자신을 선택해야만 하는 이유 같은 건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유현진은 잠깐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제가 신인이고, 배경도 단순하며, 출연료도 싼 데다가 마침 연기력도 감독님께서 원하시는 배역에 맞춤하기에 자본의 힘을 저항하는 데 도움이 되고, 감독님이 굳이 싫어하는 연기자를 선정하지 않아도 되겠죠. 게다가 설령 저한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감독님께서는 모 회사를 대상으로 불미스러운 일에 엮이지 않아도 되고요."차이현이 순간 할말을 잃고 멍해졌다. 연예계에 이렇게 두 뇌가 명석한 친구는 극히 드물었다.단순히 유현진의 얼굴만 보면 사람들은 쉽게 얼굴이 예쁜 멍청한 여인으로 착각할 수 있다.물론 이는 유현진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그와 연령이 비슷하고 외모가 화려한 여배우들이 쉽게 보이는 단점이기 때문이다.그들은 아름다운 외모로 팬들의 사랑을 쉽게 차지한다. 너무 손쉽게 얻은 인기라 오히려 다른 일을 홀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다 보면 나중에는 결국 자본의 각축에 이용당하고 만다.하지만 유현진은 그 수많은 여배우들과 달리 처음부터 자신이 선택당한 것이 행운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의 머리는 아주 냉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그러자 차이현이 물었다."그 이유를 알면서 왜 계약을 체결한 거죠?"유현진도 숨김 없이 자신의 진실된 생각을 말했다."저는 이 일이 필요해요. 게다가 대본이 마음에 들어요."차이현은 유현진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현진 씨 이전에 제명되었던 여배우의 일도 한세정이 꾸민 일이에요. 배역 캐스팅 때부터 저와 한세정은 모순이 있었어요. 제가 캐스팅에 있어서는 한 표
유현진처럼 연기를 좋아해서 눈에서 빛이 나는 젊은 연기자를 차이현은 오랜만에 본다.차이현이 사람을 훈계하는 모습을 보면 학생 때 담임 선생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유현진은 그 모습에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면서 한편으로는 우스웠다."저는 인기 스타의 길은 관심 없어요. 연애 하나 하는 것도 팬들에 의해 조종당하기 싫거든요."차이현......결혼했다고 하지 않았나? 결혼했으면서 연애는 또 뭐지?차이현은 더이상 묻지 않고 그저 주의사항을 당부했다."아무튼 스스로 조심해요. 만약 무슨 일이 있으면 저한테 바로 연락하고요. 다음 주에 우리와 합류해야하는 거 알죠. 저 실망시키지 말아요."유현진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차 감독님, 고마워요."한세정은 요즘 네티즌들의 악플에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았다. 전화 벨소리가 울리기만 하면 네티즌들이 보내온 욕설로 생각되었다.이번 인터넷 드라마는 그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것이다. 심지어 송민영까지 카메오로 출현했는데, 아무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그래서 한세정은 돌아다니면서 홍보를 부탁했다. 하지만 그가 업계 거물급 성우를 압박하여 은퇴시킨 일에 연루된지라 모두 피하는 눈치였다.드라마가 방영되어서부터 시청률이 수직 하락세를 보이자, 한세정은 희망을 송민영에게 걸었고, 그의 홍보를 통해 손해를 만회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송민영도 바보가 아닌 이상, 이 시기에 한세정을 도와 홍보를 하는 것이 자신한테 불리할 게 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한세정이 아직 이용할 가치가 있었기에 송민영은 바로 승낙했다. 그리고는 슬쩍 물었다."한 감독님, 인스에 올린 내용을 보니 곧 새로운 작품을 촬영하는 것 같던데, 정말이에요?"한세정이 답했다."그래, 맞아. 방영시간이 올해로 앞당겨졌다고 하던데.""어떤 드라마이기에 이렇게 급해요?"". 내가 예전에 자기랑 말한 적 있잖아."송민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차이현 감독의 !이 작품은 각본이 나와서부터 사람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올
송민영은 감정을 억누르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번에 또 다른 한개 역할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어요? 근데 이렇게 빨리 결정났다고요?"이에 한세정은"요전에 황후 역할 오디션을 봤을때 차이현한테 널 추천했었어, 사건만 안 터졌어도 무조건 너랑 계약했을거야. 조건도 좋고 인기도 있으니까, 근데 차이현이 언제 또 오디션을 봤는지 그때 마음에 드는 애가 있었나봐. 내 의견은 듣지도 않고 결국엔 그 경험도 없는 신인이랑 계약했어, 도대체 뭔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네!""신인이요?"송민영의 안색은 삽시에 어두워졌다."그 신인 이름이 뭔데요?""그......"한세정은 반나절을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그 성이 유 씨라고 들은것 같았는데, 잘은 모르겠고. 전에 본 적도 없고 이력서에서 아무런 연기경험도 없었는데 그냥 오디션 두번 본걸로 차이현 마음에 든 것 같아. 나는 당연히 너보단 연기를 못한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몰라, 차이현이 심은 낙하산이 아닐까?"송민영은 굳은 얼굴을 한채 입을 열지 않았다.한세정도 이 일에 대해선 자신이 책임이 얼마정도는 들어가 있다는걸 알았다. 필경 그녀는 당시 큰 소리를 치면서 어느쪽으로든 이 일에 대해 따놓은 당상이라고 말했었다.하지만 차이현의 고집이 그렇게 쎌줄은 누가 알았을까. 비록 그녀는 스태프명단에 부감독이라는 직책을 올렸었지만 사람 채용면에서는 발언권이 없었다.그녀는 곧바로 송민영을 위로했다."차이현은 짠돌이라서 출연료도 엄청 짜게 줘, 듣기론 그 배우와 계약할때 출연료가 한화에 600만원도 안된다는것 같던데. 필사적으로 제작비를 줄인다던데, 어디 좋은 배우라도 캐스팅 할수 있겠어? 다른 드라마에 출연하면 그 보다 백배는 더 받을수 있으니까 걱정마."송민영은 차갑게 웃었다.(누가 그 차이현이 주는 쬐끔한 출연료를 맘에 들어한대?)그녀가 급히 배우로 방향을 바꾸고 또 차이현의 명성에 눈길이 갔기 때문이지 이게 아니라면 누가 그하고 같이 드라마를 찍어?(한세정도 쓸모없어, 만약 이 일은 이미
시우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전화를 걸려고 하던 찰나 다시 그녀가 막아서며"아니, 이렇게 말하면 안돼, 내가 연기할때 심하게 다쳐서 빨리 와달라고 해."시우진은 이에 놀라며"그럼 강 대표님이 와서 보면 거짓말인걸 들키지 않을까요?"매니저는 강한서 그 사람과 몇 번 만나본 결과 그렇게 쉽게 속일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와 송민영의 관계도 아주 이상했다, 끊임없이 원하는대로 지원을 해주지만 여느 부자들과 스타사이의 관계와는 사뭇 달랐다.심지어 강한서가 송민영을 직접 만나보러 오는것도 몇번밖에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경을 완전히 안 쓰나? 그것도 아니였다. 매 번 송민영이 작은 부상을 당했을때 한 걸음에 달려온것도 그였다. 예를 들면 추돌사고 그 때와 자선사업 만찬회였다.송민영이 그렇게 심하게 다치지 않았음에도 그의 태도는 아주 다정했다.그는 강한서 이 사람에 대해 전혀 알수 없었다, 그리고 매니저로써 그는 송민영과 강한서의 사이가 밀접해지는걸 원하지 않았다.그래도 송민영은 엄청 인기있는 연예인이고 열심히만 한다면 1류배우들 반열에는 들수 있다고 생각했다. 앞으로의 앞날이 창창하였기에 강한서와 같은 가정이 있는 사람과의 스캔들이 터진다면 송민영에게는 파멸적인 결과만 있을게 뻔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것은 매니저 한 명의 생각이지 그 혼자서 송민영의 결정을 돌릴순 없었다, 어쩔수 없이 그녀를 위해 위험을 사전에 처리하는 것 말고는."내가 말한대로 해, 나도 다 생각이 있어."시우진은 어쩔수없이 강한서한테 연락을 거는수밖에 없었다.- - - -강한서는 요 며칠간 기분이 좋지 않았다.회사내의 사람들도 조금이나마 이를 알고 있었다.강한서는 비록 사람을 대함에 있어서 엄청 쌀쌀맞았지만 그래도 적어도 인사정도는 주고받았었다.하지만 두날간 그는 누구를 만나도 눈썹을 찌푸리며 뭔가에 불만인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래서 다들 사업임무를 보고할때도 조심조심하며 행동하였다, 말 한마디 잘못해서 강한서가 화를 내는 광경은 누구도 보
대장은 고개를 여러 번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건 물론이죠. 이미 먼저 주혁 씨에게 연락했어요. 집에서 가족들과 상의한 후 곧바로 답을 준다고 했습니다. 그의 집안 사정으로 회사가 이렇게 좋은 혜택을 주는데 그가 신청하지 않겠어요? 절대 그럴 리 없죠.”원율은 잠시 담배를 피운 뒤 담배 끝을 비벼 끄며 말을 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다른 부서에도 더 전해야 하니까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대장님, 일 보세요.”원율을 보내고 나서 대장은 다시 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혁 씨, 가족이 두 명이니까 연간 십만 원도 안 되게 더 내면 돼. 한 달에 만 원도 안 되고 가족이 병원 갈 때 드는 비용은 전부 보장돼. 이 작은 돈 아끼려고 하지 말고 큰 기회를 놓치지 마.”주혁은 돈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그가 가장 싫어한 건 그 돈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가족을 위한 보험에 가입하면 이번 주 금요일에 반드시 그들과 함께 건강검진을 받아야 했다. 설령 병원이 서대금이 손수 준비한 곳이라 해도 그에게는 그 사실이 부담스럽고 꺼려지는 일이었다.대장은 계속해서 재촉하며 보험 가입 후의 이점을 설명했다. 결국 주혁은 마지못해 동의했다. “그럼 내 아내와 아들도 함께 가입시켜줘. 나중에 주민등록증 사진 보내줄게.”“알겠어. 잘 쉬고 빨리 회복해. 듣자 하니 곧 송가람 씨 밑에서 일하게 된다면서? 잘 됐어. 정해지면 꼭 한턱 쏴.”주혁은 송가람 밑에서 일하게 될 생각에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눈빛에 부드러운 감정이 스며들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확정되면 한 번 쏠게.”최종적으로 제출된 명단에 주혁의 가족이 포함된 것을 확인한 한현진은 비로소 안심했다. 체크업은 금요일과 토요일로 이틀에 걸쳐 나뉘어 진행되었고 한현진은 주혁이 토요일에 가는 것을 일부러 확인한 후 같은 날에 병원을 가기로 했다.주혁은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왔다. 그의 아내는 평범한 주부였고 깔끔하게 차려입고 있었다. 한현진이 그녀를 보았을 때 그녀는 주혁
회의실의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떠나자 한현진은 물건을 정리한 뒤 아직 자리에 앉아 있는 서해금을 향해 파일을 들고 다가갔다. “아주머니, 방금 지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해금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네가 직원들을 생각해서 한 거니까 당연히 지지해야지. 우리 모두 같은 회사에 있는 한 하나의 팀이니까.” 한현진도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아주머니가 제가 먼저 조사를 했다고 문제 삼지 않으셔서 다행이에요. 그리고 집에 보내주신 곤약도 가람 씨 통해 잘 받았어요.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서해금은 여유 있게 말했다. “가족끼리 서로 아끼는 거지. 너무 예의 차리지 마.”한현진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주머니, 제가 회사에 온 이래로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쓰게 해드렸어요. 제가 성격이 직설적이고 고집도 세서 가끔 말이 거칠어질 때도 있어요. 그런데도 아주머니께서 항상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주셔서 감사해요.” “아빠한테 들었어요. 아주머니가 아빠한테 저를 칭찬해 주셨다고요. 그 말을 들으니 저도 마음이 무겁고 어쩌면 제가 너무 어리석게 행동했나 싶어요.”“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서해금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얘가 무슨 말이야. 어른이 아이와 다툴 일이 뭐가 있겠어? 현진아, 아주머니는 네 친엄마는 아니지만 너희 어머니와는 정말 소중한 친구였어. 네가 송씨 가문에 돌아올 수 있게 되어 아주머니는 그 누구보다 기뻐.” “지금 네가 집안에서 가람이랑 함께 지내는 걸 보니 젊은 시절 너희 어머니와 함께 보낸 시간들이 가끔 떠올라. 우리가 반평생을 함께 지냈고 너희는 진짜 자매가 된 거지. 이것도 하나의 인연이란 거야.”한현진은 속으로 토할 뻔했다. ‘정말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다고?’만약 당시 아이를 바꾼 일과 그녀 어머니의 죽음이 모두 바로 눈앞에 있는 이 온화하고 친절한 여자과 관련이 있었다는 여러 가지 증거들이 없다면 이렇게 진심 어린 말투를 들었을 때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
하지만 이 제안이 실행되면 소문이 돌아 사람들이 그것을 한현진 덕분이라고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서해금은 아마도 이를 기꺼이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것이다. 서해금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제안은 나쁘지 않지만 실비보험은 본래 회사가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기본적인 보장이기에 만약 직원들에게 요금을 부과하게 되면 일부 사람들은 이를 회사가 급여를 삭감하려는 방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직원들의 가족은 병원을 거의 가지 않아 이 비용이 꼭 필요한 지출은 아닐 수 있어요. 그런데 전액을 회사가 부담하게 된다면 일부 직원들이 가족을 허위로 신고해 다른 사람의 보험을 대신 받으려 할 가능성도 생길 수 있을 겁니다.”한현진은 그녀가 이렇게 말할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기에 처음부터 말하는 방식에 약간의 여유를 두었다. 서해금이 자신의 의문을 제기하자 그녀는 다시 말을 이었다. “직원들이 가족을 위한 보험을 구매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자발적입니다. 회사는 강제로 요구하지 않아요. 다만 구매의 문턱을 낮춰놓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죠. 원하는 사람은 구입하고 원하지 않는 사람은 추가 비용을 부담하지 않도록 말이에요.” “서 대표님 생각은 어떠신가요?”서해금은 입술을 꽉 다물고 잠시 침묵한 후 말문을 열었다. “현진 씨, 구입을 개방하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우리 쪽은 괜찮지만 보험사와의 협상이 필요해요. 어떤 보험사도 손해 보려고 하진 않잖아요.” 한현진이 살짝 웃으며 답했다. “보험사와의 협상은 제가 맡을게요. 지금 여쭤보는 건 서 대표님 개인의 의견이에요. 동의하시는지요?” 서해금은 당연히 반대한다고 말할 수 없었다. 회의실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반대한다고 말하면 그 소문이 바로 회사 전체에 퍼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녀가 그동안 쌓아온 직원들을 위하는 좋은 상사의 이미지가 무너질 게 뻔했다. 서해금은 절대 자기를 망칠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서해금은 잠시 침묵한 뒤
이틀 후 깔린느 정기 회의에서 서해금은 직원들의 건강검진을 언급하며 각 부서가 직원들의 시간을 조율하고 차례로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말했다. 말을 마친 후 시간을 확인하며 말을 이었다.“그럼 특별한 사항 없으면 오늘 회의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잠깐만요.” 한현진이 서해금의 말을 가로막았다. 모두가 그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서해금도 눈을 들어 한현진을 응시하며 여유 있게 말했다. “현진 씨, 더 지시할 거라도 있어요?” 한현진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지시라뇨. 이 자리에 계신 분들 모두 제 선배님들이세요. 업무적인 부분은 앞으로도 많이 배우고 의지해야 할 분들입니다. 다만 서 대표님께서 직원 건강검진에 대해 언급하신 걸 듣고 마침 오늘 회사 고위층 분들도 다 계셔서 한 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어서요.” “서 대표님, 괜찮으실까요?”모두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한현진이 아마도 회사 관리와 관련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회사에 온 지 몇 달이 되었고 비록 진씨 가문 사모님 홍혜림을 중심으로 몇몇 고객을 끌어들였지만 서해금의 기반은 그렇게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두 사람의 실력 차이가 매우 컸고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 큰 진전이 없었으니 한현진은 분명히 조급할 것이다.서해금은 두 손을 가볍게 포개어 테이블에 놓고 여유롭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정기 회의는 원래 경영진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자리입니다. 어떤 의견이라도 편하게 말씀하세요. 좋은 제안이라면 우리는 반드시 적극적으로 채택할 겁니다.” 그녀는 매우 너그러운 태도로 민주적인 자세를 보여주었고 이것이 바로 서해금이 이렇게 확고한 위치를 유지하는 이유였다. 회의에서 나온 의견과 제안은 결코 당면에서 거절하지 않으며 오히려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뒤에서는 다른 수단을 써서 상대를 밀어내는 법이었다. 사람들의 마음을 다루는 데 그녀는 능숙했다.한현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서 대표님이 이렇게 말씀하신다면 직설적을 말
송가람은 급히 말을 이었다. [지금 저도 정확히 알 수가 없어요.] 그녀는 강한서보다 더 초조해했다. 황 닥터는 금지된 물품을 소지하고 있던 이유로 출국 금지 명령을 받았고 당분간 국내로 돌아오지 못한다고 했다. 그가 오지 않으면 강한서를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그는 분명히 모든 것을 기억해 낼 것이다. 송가람은 점점 더 초조해졌다.[한서 오빠, 저랑 같이 외국에 가서 교수님한테 진료받으러 갈래요? 그쪽에서 꼭 잘 봐주실 거예요.] 송가람은 더 이상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강한서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가람아, 평소 같았으면 바로 갔겠지만 지금은 안 될 것 같아. 너도 알잖아. 요즘 한주시 상황이 얼마나 복잡한지. 난 지금 이곳을 떠날 수 없어. 정말 어쩔 수 없으면 여기서 다른 의사를 찾아서 진료를 받는 방법을 찾아볼게.][그럴 수는 없어요!] 송가람이 목소리를 높였다. 강한서는 잠시 멈칫했다. [왜 안 되지?] 송가람은 자신이 너무 지나치게 행동했다는 걸 깨닫고 잠시 말을 더듬으며 겨우 입을 열었다. [교수님은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뇌과학 전문가 중 한 분이세요. 국내 의사들하고는 비교도 안 되죠.]의사를 바꾸면 강한서가 예전에 사용한 약에 대해 물어볼 것이었고 그렇다면 그녀는 그것을 말해야 하므로 폭로될 위험이 있었다.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날 수 없었다. 강한서는 난처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네.] 그는 잠시 침묵을 지킨 후 다시 말을 이었다. [사실 그 약은 효과가 좋았어. 매번 먹고 나면 머리가 맑아지고 잡생각들이 사라졌거든.] [그런데 지금은 그 약이 다 떨어져서 최근에 다시 두통이 찾아왔어. 그 약만 있으면 황 닥터가 올 때까지 버틸 수 있을 텐데.]송가람의 눈이 번쩍였다. ‘맞다. 그 약이 있었지.’ 그녀는 속으로 들뜬 마음을 억누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서 오빠, 너무 서두르지 마세요.
하지만 이 보험은 직원 개인에게만 해당되며 가족은 이 보험을 가입할 수 없다. 지금 강한서의 의도는 이 혜택을 직원의 가족에게까지 확장하려는 것이다. 주혁은 집에 두 명의 환자가 있고 약을 자주 복용해야 한다. 만약 그가 회사의 이 선의를 거절한다면 그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 예전에 아들을 위해 인공 와우 이식 수술을 받을 돈을 마련하려고 위험을 무릅쓰고 직장을 잃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절대로 거절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강한서의 개인적인 의도도 있었다. 이런 세심한 직원에 대한 배려는 점차 아래 직원들이 한현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바꿀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위층은 작은 이익에 별로 신경 쓰지 않지만 일반 직원들에게는 다르다. 대부분 사람들이 열심히 돈을 버는 이유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다. 그들 대부분은 삼십대에서 마흔다섯 사이로 이 나이대의 사람들은 부모님을 부양하고 자식들을 키워야 한다. 회사가 약속한 성과급 같은 허황한 말보다는 이런 쉽게 보상받을 수 있는 실비보험이 직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기 때문에 더욱 마음을 얻을 수 있다. 한현진은 마치 뭔가 깨달은 듯 강한서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이렇게 사람 마음을 얻는 거구나.” 강한서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사실 처음엔 이런 생각까지는 못 했어. 할머니가 병원에 갈 때는 항상 진씨 아저씨랑 같이 가서 내가 직접 겪을 일이 거의 없었거든. 이런 일도 거의 없었고.” “그런데 한 번은 민 실장이랑 같이 출장 가는 길이였어. 그때 민 실장 어머니께서 비를 맞으면서 우리를 마중 나왔는데 길이 미끄러워서 자전거를 타다 넘어지셨어. 가벼운 사고가 나이었고 수술이 필요한 정도로 심했었지.”“그때 민 실장한테 병원에 남아서 어머니를 돌보라고 하고 혼자 고객을 만나러 갔어. 며칠 만에 일을 마치고 병원에 들렀더니 수술은 다행히 성공적이었어.” “그런데 입원부터 치료까지 전부 합쳐서 거의 천만 원 가까이 들었더라. 민 실장은 보험 청구를 했
강한서가 가식적인 말투로 말했다. “부탁할게. 나중에 내가 너랑 여정 씨에게 크게 한 턱 쏠게.”강한서에게 등을 돌린 신우가 손을 들어 중지를 내밀었다. 한현진이 강한서에게 나지막이 물었다. “신우 씨가 널 꽤 귀찮아하는 것 같아. 전에 여정 씨에게 신우 씨는 욕을 하지 않는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아닐 걸?”강한서가 헛소리를 지껄였다. “난 우리 사이가 좋다고 생각해. 봐봐, 지금 얼마나 열심히 우릴 도와주고 있어.”한현진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그래? 난 왜 신우 씨가 마지못해 하는 것 같지?’생각하던 한현진이 말했다. “이제 이런 일로 신우 씨 번거롭게 하지 말자. 우리 다른 방법 찾아보자. 언제까지 부탁할 순 없잖아.”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도 계속 신우에게만 매달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신우처럼 능력 있고 입도 무거운 사람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현진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언제까지 신우에게 부탁할 수는 없었다. 신우의 할아버지가 위독하시기 때문에 지금은 삼촌들의 후계자 싸움이 가장 치열한 시기였다. 수많은 눈이 서로의 약점을 노리고 있었기에 신우의 처지 역시 살얼음판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럴 때일수록 그 어떤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된다. 신씨 가문에서 요즘 경쟁이 제일 치열한 것이 바로 제일 많은 계약금이 걸린 프로젝트였다. 강한서는 이 기회를 빌려 신우에게 투자금을 보태 그동안 진 신세를 갚을 생각이었다. 그날 오후, 지문 대조 결과가 나왔다. 편지 봉투와 그림에는 한현진과 강한서의 지문을 제외한 세 사람의 지문이 있었다. 그 세 사람 중 한 명은 주혁의 아내였고 또 다른 사람은 주혁의 아들인 주지호였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지문 대조 시스템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또 다른 사람의 지문이었다. 그 결과에 한현진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이 정보를 따라 뭔가를 캐낼 수 있을 것이라 여겼지만 이렇게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사 결과는 결국 시스템에조차 등록되어 있
시원하게 욕을 날린 신우는 의리 있게 강한서의 부탁을 들어줬다.10여 년 전 주혁이 경찰서에 남겼던 지문을 받은 강한서는 곧 생체 인식 실험실에 보내 두 지문을 대조하도록 했다. 2시간도 지나지 않아 결과가 나왔다. 한지와 편지봉투에서는 주혁의 지문을 찾을 수 없었다. 그 결과에 한현진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말도 안 돼. 뭔가 착오가 있는 거 아냐? 그때 직접 손으로 나에게 건네줬었어. 심지어 장갑도 하지 않았는데, 지문이 안 나왔다고?”신우가 말했다. “여긴 여정이와 여정이 사수가 함께 만든 실험실이에요. 게다가 형사들과 자주 협력하는 곳이기도 하고요. 지문 대조 시스템은 여길 따라올 곳이 없어요. 한 번도 틀린 적 없었어요.”신우의 말은 지문 대조 결과가 틀렸을 리가 없다는 얘기였다. 신우는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갑을 꺼냈다. 이제 막 담배 한 대를 꺼내려던 그때, 손에 들린 담배가 강한서의 손에 내쳐져 툭, 쓰레기통으로 떨어졌다. 신우: ???머리가 복잡했던 한현진은 두 사람을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럼 왜 없는 거지?”여전히 오리무중에 빠진 한현진과 달리 강한서는 이미 눈치 채고 있은 듯 말했다. “혹시... 지금 그 사람은 애초부터 주혁이 아니었던 거야. 그래서 경찰에게 지문이 남아있을까 봐 그런 방법의 자신의 모든 지문을 지워버린 거야. 자신의 진짜 신분을 들키지 않기 위해.”강한서의 추측에 한현진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어떻게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거야? 그건 너무 많이 앞서간 거 아냐? 기사님은 가족도 있고 아이도 있어. 만약 정말 사람이 바뀐 거라면 가족들은 눈치 채야 하는 거 아냐?”“데가 이 세상에는 그렇게 똑같이 생긴 사람은 없어. 아무리 닮은 쌍둥이라고 해도 가족들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잖아.”강한서가 입술을 짓이겼다. “어쩌면 가족들은 원래 그 사람이 돌아오길 바라지 않을 수도 있지.”한현진은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그녀는 얼른 강한서에게 물었다.
“얼른 다시 가져와. 급히 쓸데가 있어.”강한서: ?“왜 그래?”한현진이 말했다. “전화로 얘기하긴 복잡한 일이야. 아무튼 얼른 전화해서 그림 다시 가져오라고 해. 만약 안 건드렸으면 못 건드리게ㅔ 하고 만약 꺼냈으면 얼른 다시 포장하라고 해. 내가 금방 갈게. 만나서 더 자세하게 얘기해 줄게.”강항서가 대답했다. “알겠어. 지금 당장 다시 가져올게.”한현진은 일찍 퇴근하고 집으로 향했다. 전화에서 한현진이 워낙 급하게 얘기한 탓에 강한서도 그녀가 걱정이라 손에 있던 일을 미리 마친 후 칼퇴근해 집으로 돌아왔다. 만나자마자 강한서를 본 한현진이 물었다. “기사님 아직 그림 안 넣었지?”강한서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네가 너무 일찍 얘기해서 넣지도 못한 상황이야. 네가 그림을 가진 후로 우리 두 사람을 제외하면 아무도 그림을 본 적이 없어.”한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랍에서 일회용 장갑을 꺼내 낀 후 그림과 평지를 함께 꺼내 일회용 봉투에 넣었다. 한현진의 행동을 본 강한서의 눈가가 파를 뛰었다. “증거 수집해?”한현진은 봉토를 밀봉하며 말했다. “정말 증거가 될 수도 있어. 일단 가직해 둬.”“대체 무슨 일이야?”한현진이 장갑을 벗고 나서야 강한서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과 본인의 의심과 의혹을 얘기했다. “이번 주에 기사님께서 뭔가 사고를 친게 틀림없어. 그래서 재판장에서 지문 인식하는 걸 거부하는 거겠지. 만약 기사님이 전과범이고 회사에서 그 사람을 그대로 둔다면 기사님이 영향을 끼치는 것 나뿐만이 아니야. 그건 말이 안 되는 것 같아.”“내가 생각해봤는데 일단 지문을 수집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일단 고여정 씨께 이 사람이 대체 무슨 죄를 지었는지 알아봐. 그래야 만일이 사태에 대비를 하지.”한현진의 말을 들은 강한서가 의문을 제기했다. “주혁 씨의 지문은 이미 시스템에 등록되어 있어. 무슨 범죄를 저질렀는지는 신상 조회를 하면 바로 나올 텐데 지문을 지우는 게 무슨 소용 있어?”한현진이 멈칫했다. “없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