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는 손맛이야. 아빠 기억으로는 너 우리 집 만두가 제일 맛있다 그랬어."유현진은 입술을 오므리고는 더는 거절하지 않았다. "고마워요, 아빠.""가족끼리 고맙긴." 유상수는 잠시 멈칫하더니 계속 말을 이어갔다. "사실 요즘 아빠 마음이 좀 그래. 그깟 트러플을 누가 먹었으면 먹은 거지 가족끼리 그럴 거 뭐 있다고. 내가 왜 너한테..." 유상수는 한숨을 내쉬더니 자기의 잘못을 뉘우치며 말했다. "그날 병원에서 나오면서 사실 아차 했어. 그런데 부모가 되어서 자식한테 사과하려니 자존심이 허락되지 않더라고. 그날 너에게 준 팔찌에 이 아빠의 미안한 마음도 들어있어. 속상한 거 있으면 말해도 돼. 널 원망하지 않아."몇 년 전이었으면 유현진은 분명 이런 말에 흔들렸을 것이다.하현주가 사고 나기 전, 그녀는 항상 유현진에게 유상수가 좋은 아빠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유현진에게는 유상수가 좋은 아빠라는 환상이 존재했었다.하지만 하현주가 그렇게 되고 난 뒤 유상수의 매정한 행동은 유현진의 마음속의 아빠를 완전히 파괴했다.유상수는 이기적이고 매몰찬 사람이다. 매번 좋은 아빠인 척을 할 때마다 꼭 목적이 따라왔다.유현진은 속으로 그런 유상수를 비웃고는 차분하게 말했다. "됐어요. 다 지나간 일인데요, 뭐. 아빠도 가족을 위해 그랬잖아요.""그렇게 생각하니 고맙다." 유상수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현아가 한성 그룹에 출근하게 되었는데 처음이라 모르는 게 많을 테니 한서한테 잘 돌봐주라고 해."순간 유현진은 표정이 어두워졌다."다른데 출근하는 거 아니었어요? 왜 한성으로 출근해요?""원래 직장은 승진할 공간도 없고 해서, 마침 한성에서 채용 공고가 떴더라고. 그래서 면접 봤는데 통과했어. 오늘부터 출근이야. 그래서 다들 모여서 축하라도 해줄까 하다가 너 건강도 안 좋고 해서 그만뒀어. 다음날에 모이지 뭐."유현진은 믿어지지 않았다.'한성 그룹에 취직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석사 학위는 기본이고 본과 졸업생이라도 명문
유상수는 유현진의 말투에 이상을 느끼지 못하고 따뜻하게 말했다. "아빠한테 딸은 너 하나뿐이야. 앞으로 유씨 집안의 주인도 당연히 너고. 현아가 한성 그룹에서 발만 잘 부치면 내가 없어도 네 손발이 되어줄 거야. 다 널 위해서 그러는 거야."통화를 종료한 유현진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유현아의 실력으로 어떻게 한성에 들어온 걸까?아무리 생각해도 강한서가 손을 쓴 것 같았다.하지만 강한서는 워낙에 유씨 가문 사람들에게 호감이 없다 보니 유현아를 도울 이유가 없었다. 더군다나 이런 방식은 강한서의 스타일이 아니다.강한서는 공과 사가 분명한 사람이다. 2년 전, 한성 그룹에서 거래처를 물색하던 중에 강한서의 외삼촌이 신미정을 통해 한성 그룹과 손잡길 바랐다. 강한서의 외삼촌은 3개월이면 자질 검증을 끝낼 수 있다고 거듭 보증했지만 강한서는 결국 거절했다.엄마인 신미정도, 외삼촌도 통하지 않는데 유현아에게 통할 일은 더더욱 없다.유현진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얻지 못해 결국 민경하에게 연락했다.같은 시각 민경하는 사무실에서 강한서에게 업무 보고 중이었다. 강한서는 아침 일찍 회사로 나왔다.민경하는 강한서가 휴가를 낸 두 주 동안 편한 잠을 잘 줄 알았는데 강한서가 이렇게나 빨리 회사로 복귀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아마도 그의 팔자인가 보다.민경하가 한창 신세 한탄을 하는 도중에 휴대폰이 울렸다.강한서는 불쾌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민경하는 미안한 마음에 신속히 휴대폰을 확인했다. 머리를 숙여 휴대폰을 확인한 순간, 그는 움직임을 멈추고 헛기침하더니 강한서를 향해 말했다. "대표님, 사모님한테 온 연락이에요. 대표님을 찾으시는 것 같은데요."강한서는 멈칫하더니 옆에 놓인 자기의 휴대폰을 힐끔 보고는 표정을 굳혔다.어제 유현진이 외출한 뒤부터 지금까지, 그녀는 강한서에게 전화는커녕 메시지도 보내지 않았다.유현진은 강한서가 연락이 되지 않을 때만 민경하에게 연락했었다. 하지만 지금, 강한서에게 한 통의 연락도 없이 바로 민경하에게 연락했다
'첫사랑이 약 발라줘서 빨리 낫기라도 한 거야?"유현진의 머릿속은 온통 물음표들로 꽉 찼지만 묻지 않았다. 전화기 저편에서 강한서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바꿔 달래요? 멋대로 행동할 거에요?"유현진......민경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사모님 신경 쓰지 마세요. 대표님이 사모님에게 화내는 게 아니라 아침부터 안색이 좋지 않으셨어요. 열도 좀 나는 것 같아요. 모시고 병원에 가려 했는데 굳이 일 다 보시면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셔서요. 지금은 또 다친 곳이 아프셔서 화가 올라오는 것 같아요. 사모님 다른 일 없으시면 회사 한 번 들러주세요. 대표님이 약을 두고 오셨다네요.""뭔 쓸데없는 소리예요?" 강한서의 한마디는 유현진의 얼마 남지 않은 미안한 마음까지도 사라지게 했다.유현진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대표님 말투로 봐서는 아픈 곳이 전혀 없어 보이네요. 좋아졌으니 출근했겠죠. 대표님이 그렇게 나약한 사람이 아니잖아요? 정말 아프다고 해도 여자들이 약 발라줬을 테니 난 빠지려고요. 대표님이 날 보면 안 아픈 데도 아플 테니까."민경하가 대답하기도 전에 유현진은 통화를 종료했다.민경하는 멍한 표정으로 강한서를 바라보았다. 강한서의 얼굴은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그는 헛기침하고는 유현진을 위해 한마디 했다. "사모님도 마침 화나는 일이 있나 봐요."강한서가 쌀쌀한 눈빛으로 민경하를 쏘아보자 민경하는 입을 꾹 다물었다.이때, 또다시 휴대폰이 울렸다. 민경하는 휴대폰을 확인하고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어머님께서 전화 주셨네요."워낙 기분이 좋지 않았던 강한서는 신미정에게서 연락이 왔다는 말을 듣고 더 불쾌한 마음에 차갑게 말했다. "받지 마세요."민경하는 이내 벨 소리를 끄고 휴대폰을 뒤집어 놓았다.강한서는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장수미 씨 사직서는 아직이에요?"장수미는 장씨 아주머니의 본명이다.신미정이 이른 시간에 연락해 온 건 무조건 이 일 때문이다. 강한서가 전화를 받지 않았으니 그의 입지는 확고했다."인사팀에서
그녀는 당연히 듣기 싫은 욕지거리들을 보냈을 줄로만 알고 혹시나 사건에 도움이 될까 주강운에게 넘기려고 캡처 준비를 하려고 확인하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멈칫했다.송민영의 매니저라고 자칭하는 사람이 그녀에게 '보이스'에 출연하길 권했다.'보이스' 출연 거절을 한 지 얼마 안 돼서 이런 갠톡이 날라오다니, 소식이 빠르긴 정말 빠르다.유현진은 계속 아래로 보았다. 그쪽의 말로 인하면 그녀가 페이스북에서 '정상에서'의 배역을 스틸당했다는 글을 올린 뒤 네티즌들은 송민영에게 반감을 품게 되었지만, 이 또한 송민영 본인의 뜻이 아니었으니 송민영도 굳이 문제 삼지 않았다고 했다.'비밀의 연인'의 흥행 또한 두 사람이 합작한 결과이며 양측 모두에게 큰 의미가 있으므로 지나간 일은 뒤로하고 이번 예능 방송에 출연하길 바랐다.방송이 나갈 때는 제작직과 함께 그녀의 이름을 태그해 그녀의 인지도를 올리는 한편 두 사람의 불화설도 잠재우고 또 본인의 호감도를 올릴 수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윈윈이었다.하지만 부탁이라고 하기엔 미안한 감정 하나 들어있지 않는 오만한 말투였다.송민영의 매니저가 맞는지 아닌지를 막론하고 만약 그렇다고 해도 상대는 아마 유현진이 송민영의 덕을 보는 일이니, 감지덕지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유현진은 뭐라고 쏘아붙이려다가 다시 신중하게 생각하고 답장을 보냈다. "안녕하세요. 송민영 씨의 호의에 감사드려요. 제작진의 섭외를 받았을 때 송민영 씨와 함께 같은 방송에 출연한다는 소식에 기대 많이 했었어요. 하지만 개인적인 사유로 이번 방송 녹화에는 함께하지 못하겠네요. 죄송하게 됐어요. 송민영 씨는 전 국민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기에 저도 부러운 건 사실이지만 제가 역량이 아직 부족하다 보니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기에는 부족해요. 그래서 죄송하지만, 송민영 씨의 호의를 거절할게요. 그럼, 녹화 잘하시길 바랄게요."문자를 보내고 얼마 안 지나 상대에게서 답장이 왔다."얘기하세요. 얼마면 출연하실 건가요?"유현진은 차갑게 웃었다. '연기조차
'좋게 말해서 안 들으면 나도 어쩔 수 없지!'________유현진이 페이스북을 끄자마자 민경하에게서 연락이 왔다.'한밤중에 기분 나쁘게 왜 다들 연락하고 난리야?'그녀는 미간을 찌푸리고 민경하의 연락을 무시했다.그녀는 민경하가 귀찮은 것이 아니라 강한서와 연관 된 말이 듣기 싫었을 뿐이다. 그녀는 강한서와 엮이기 싫었다.유현진이 전화를 받지 않으니 민경하는 쉴 새 없이 전화를 걸어왔다.보다 못한 간병인이 말했다. "현진 씨, 전화 받아봐요. 혹시라도 급한 일이면 어떡해요?""급한 일은 무슨."유현진은 입술을 삐죽거리더니 결국 전화를 받았다."사모님, 대표님 체온이 39도까지 올라갔어요. 집에 해열제 있어요?"유현진은 멈칫하더니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39도까지 올라갔는데 해열제가 뭔 도움이 되겠어요! 얼른 병원부터 데려가요!""대표님이 안 간다고 고집부리시니 저도 어쩔 수 없어요. 해열제라도 드시고 열 내려야죠. 게다가 아주머니까지 자르셔서 어디에 뭐가 있는지 저도 잘 몰라서 사모님한테 연락드리는 거예요."'열이 펄펄 나는데도 병원에 안 간다니 강한서 미쳤네.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유현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강한서의 아버지도 처음에 고열에 시달리다 병원에 간 뒤로 병세가 심해져 세상을 떠났다. 아마 그때 트라우마가 생겼는지 강한서는 열만 나면 투정이 많아지고 약도 먹기 싫어하고 병원은 더더욱 가기 싫다며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고집을 부렸다.그러니 유현진은 민경하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유현진은 입술을 한번 깨물더니 급히 말했다. "아래층 거실 테이블 서랍에 약상자가 있어요. 거기 보면 해열제 있을 거예요. 일단 하나 먹여보고 반 시간 뒤에도 열이 내려 안 가면 끌어서라도 병원 가세요!"민경하는 간결한 대답을 끝으로 급히 전화를 끊었다.유현진은 다른데 신경 팔 틈이 없이 병실에서 쉴 새 없이 갔다 왔다 하며 불안해했다.강한서가 마지막으로 열이 난건 작년이었다.때는 가을에 들어설 무렵이었다. 갑자기 날씨
유현진은 마음이 식어버렸다. 그녀는 그때부터 마음속에 강한서에 대한 화를 심었었다.강한서가 자기와 결혼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과 강한서의 마음속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은 유현진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어린 유현진은 자신감이 가득해 결혼도 했으니 강한서도 마음속의 사람을 내보내고 자기를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했다.하지만 이 모든 것은 그녀의 착각이었다. 강한서의 마음에는 늘 다른 여자가 있었고 유현진이 아무리 노력해도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없었다.38도가 조금 넘었을 때도 인사불성이었는데 이번에는 더 심하니 저번보다 더 상태가 좋지 않을 게 뻔하다. 아마도 상처가 덧나면서 염증으로 인한 발열 증세일 것이다.아무리 강한서를 원망한다 해도 그녀는 강한서가 아프길 원하지 않았다.잠깐의 생각을 마친 그녀는 간병인과 인사를 나누고 병원을 나섰다.전화를 끊고 민경하는 이내 해열제를 찾았다. 민경하는 물 한 컵을 들고 계단을 올랐다.강한서는 침대에 누워 한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창백한 얼굴은 보기에도 상태가 안 좋아 보였다.민경하는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대표님, 일단 약부터 드세요. 사모님이 그러는데 약 드시고 반 시간 뒤에 다시 체온을 재 보아서 열이 내리기 시작하면 병원에 안 가도 된대요."강한서는 힘겹게 눈을 뜨더니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누가 전화하라고 그랬어요?"분명 화를 내는데 열이 나서 그런지 목소리에는 힘이 하나도 없어 위압감이 느껴지지 않았다.민경하가 말했다. "해열제를 찾지 못해서요. 열이 이렇게나 나시는데."강한서는 입술을 오므리더니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 "뭐래요?""그러니까... 약 꼭 드시게 하라고 그랬어요. 많이 걱정하시더라고요."강한서는 민경하의 어처구니없는 말을 믿을 리가 없었다.강한서는 한참 침묵하다가 차갑게 말했다. "나가보세요.""대표님, 약부터 드세요."강한서는 눈살을 찌푸리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가라고요!"민경하도 더는 말을 안 하고 해열제를 놓은 뒤 거실에서 나왔
유현진은 그 모습에 화나기도, 우습기도 했다.강한서의 모습은 마치 유현진이 어릴 때 집 앞에서 보았던 들고양이와 같았다.반년을 넘어 먹이를 주었는데 어느 날 집 문을 열다 실수로 들고양이의 머리를 발로 차버린 후로는 절대 자기를 못 만지게 했다.그녀가 손을 내밀 때마다 들고양이는 강한서처럼 머리를 돌려 피했다.유현진은 비록 들고양이는 못 잡았지만, 강한서를 상대하는 데는 방법이 있었다.그녀는 강한서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신발을 벗어 던지고 그의 몸을 타고 앉아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강한서는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어쩔 바를 모르고 있다가 한참 뒤에야 바둥거렸다.평소 같으면 유현진의 힘으로는 강한서의 상대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의 강한서는 도리어 아픈 고양이처럼 유현진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유현진은 손쉽게 강한서의 단추를 풀어버렸다."유현진, 당신 지금 뭐 하는 짓이야!"강한서는 화가 난 건지 몸이 불편해서인지 얼굴에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다가 목까지 빨개지기 시작했다.강한서의 허리에 올라탄 그녀는 갑자기 이 남자를 정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기분이 나쁘지 않았다.유현진은 체온계를 강한서의 겨드랑이에 넣고는 이불을 덮어주더니 인터넷에서 배운 애교스러운 말투로 강한서에게 말했다. "당신 몸을 못 본 것도 아닌데 부부끼리 왜 그래?"강한서는 화가 나 헛기침이 나왔다.유현진은 강한서의 가슴을 쓸어내리며 진정시켜 주었다. "당신이 내 앞에서 이렇게 다 벗고 있는 걸 내가 불쾌해하지 않는데 당신이 왜 투정이야."강한서가 뚜껑이 열릴 것 같은 기분에 유현진을 한바탕 혼내려고 입을 벌리는 순간, 유현진은 기회를 틈타 강한서의 입에 해열제를 밀어 넣고는 그의 턱을 받쳐 들었다. 약은 이내 목구멍으로 흘러 내려갔다.강한서는 워낙에 몸이 안 좋은 데다가 유현진의 시달림까지 받았는데 결국 한마디도 못 하고 웃고있는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어때, 안 쓰지?"강한서는 화가 나는데도 화가 나오지 않았다.강한서는 짜증을 내며 말했다. "쓴지 안 쓴지는 당신도 목구멍에 약 넣
강한서는 열이 펄펄 끓었다. 작은 움직임에도 헐떡거릴 정도였다. 그가 내쉬는 숨결도 뜨겁기 그지없었다.'병든 고양이가 따로 없는데 아직도 날뛰네.'유현진은 이 모습을 비웃고 싶었지만, 그녀가 만약 진짜로 비웃었을 땐 강한서가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몰랐기 때문에 생각을 접었다.'환자랑 다툴 거 뭐 있다고.'유현진은 한숨을 내쉬고는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내가 잘못했어, 강 대표. 화내지 마, 열이 이렇게 끊는데 약도 안 먹고 병원도 안 가길래 내가 걱정해주는 거잖아.""날 그만 속여. 날 걱정한다면 두 날 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은 건 어떻게 설명할 거야? 내가 어떻게 되기라도 하면 재산을 가로채 가려고 하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아? 유현진, 이 세상에서 당신보다 거짓말을 잘하는 여자는 없을 거야!"'개자식, 아까는 자기밖에 모른다더니 이제는 거짓말쟁이라고? 아프지만 않았어도 발로 차버렸을 거야.'유현진은 그를 달래며 입을 열었다."만약 당신이 바보가 된다면 이혼하러 법정에 가도 나는 승산이 없어. 우리가 혼인신고하러 갔을때 생로병사를 막론하고 떠나지 않는다고 선서까지 했었는데 병에 걸렸다고 이혼하는건 말도 안되지."그 말에 강한서는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았었는데 뒤이어 피도 눈물도 없는 유현진의 말이 들려왔다."적어도 2, 3년은 기다린 뒤에 그때까지도 완치 안 된다면 다시 이혼하지 뭐."강한서는 열이 하늘 끝까지 솟구쳤다.그는 그녀의 얼굴을 꼬집으면서 이를 악물고 말했다."꿈도 꾸지 마! 당신은 내가 낫길 바라지 않는 거잖아!"이혼을 생각도 하지 말라는 건지 아니면 재산을 탐내지 말라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유현진도 이에 꼬치꼬치 캐물을 생각은 없었다. 강한서가 감기 때문에 정신이 온전치 않았기 때문이다.정신이 또렷할 땐 듣지 못했을 말이었기 때문이다.소리를 지른 강한서는 기침이 나왔다.유현진은 손을 뻗어 그의 등을 토닥이며 입을 열었다."나는 당연히 당신이 빨리 낫길 바라. 왜냐면 당신이 빨리 나아야 돈 많이 벌고, 돈 많이 벌어야 이혼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