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008화

Author: 조십일
한현진은 움찔하고 말았다.

“설마 임산부를 어떻게 해보려고?”

이때 강한서가 혼인신고서를 흔들거리면서 피식 웃었다.

“난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이야.”

한현진이 잠깐 침묵을 지키더니 고개를 들면서 말했다.

“그럼 속전속결로 해.”

그러면서 강한서를 침대에 눕히고 그 위에 올라타고는 그의 잠옷을 풀어 헤치기 시작했다.

임신한 몸이라 큰 반응은 하지 못하고 그녀의 허리를 잡고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물었다.

“뭐 하는 거야?”

한현진이 터프하게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가만히 있어.”

할 말을 잃은 강한서는 그녀의 엉덩이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그만하고 내려와.”

“강한서. 어릴 적에 ‘대한 천자’라는 드라마를 본 적 있어?”

‘응? 지금 이 자세로 드라마 이야기를 한다고?’

별로 드라마를 보지 않는 강한서였지만 워낙 유명한 드라마라 알고있는 듯했다.

“들어봤어. 왜?”

한현진이 말했다.

“유철이 수옥에 갇혔을 때 드라마 속 다른 인물한테 성욕을 해결해달라고 했거든.”

강한서는 여전히 어리둥절했다.

“등급제가 심했던 옛날에 임금이 충분히 시킬 수 있는 일이었지. 그런데 그 사람은 워낙 물속에 오래 있어서 해결해 줄 수가 없었어.”

강한서가 멈칫하고 말았다.

“죽은 거야?”

“죽은 게 아니라 도와줄 수가 없었어. 물속에 너무 오래 있어서 자기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거지.”

그러면서 걱정스럽게 물었다.

“여보도 물에 꽤 오래 잠겨있었는데 그 기능이 괜찮은지 확인해 봤어?”

강한서는 할 말을 잃었다.

‘열심히 들었더니 지금 나의 성 기능을 의심하는 건가?’

강한서는 어처구니가 없어 피식 웃고 말았다. 하지만 얼굴은 유난히 평온했다.

“아직 확인해 본 적 없는 것 같은데? 건강을 회복하고 나서 그 생각을 해보지도 못했지.”

한현진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동안 옆에 누워있어도 꿈쩍하지 않았구나.’

강한서는 한현진의 눈빛이 의심에서 동정, 그리고 안타까움에서 확신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았다.

“별다른 생각하지 말고 병원에 가서 검사해 보자고. 아마도 약을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009화

    “누가 좋아한다고 그래! 여보가 먼저 첫날밤이라면서 날 놀려줬잖아!”“놀려준 적 없는데?”강한서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첫날밤 그냥 지나가서 내내 아쉬웠단 말이야.”“나도 아쉽긴 했어.”한현진이 말했다.“내 친구가 결혼했는데 첫날밤 내내 축의금을 세어봤다잖아. 그러면 얼마인 거야? 우리가 결혼했을 때는 내가 도련님이랑 싸우고 화도 삭일 겸 축의금을 세어보면서 기분 좀 풀어보려고 했는데 어머님이 전부 다 가져가서 세어보지도 못했잖아.”강한서는 할 말이 없었다.“그러면 민 실장님한테 현금 한 박스를 가져오라고 해서 세어볼래?”‘돈을 세어 보고 싶은 건가?’“내가 돈을 세어 보고 싶은 거로 보여?”한현진이 째려보면서 말했다.“난 신혼 첫날밤 남편이 없어서 심심했단 말이야.”“내 잘못이야.”“알면 됐어.”한현진이 화제를 돌리면서 물었다.“그래서 은서는 누구 아인데?”갑작스러운 화제전환에 강한서는 할 말을 잃었다.그는 시간을 확인해 보더니 말했다.“시간도 늦었는데 얼른 씻고 자. 의사 선생님께서도 임산부는 날새면 안 된다고 했잖아. 무조건 잘 자야 해.”한현진이 그를 발로 차면서 이를 꽉 깨물고 말했다.“여보 딸도 아닌데 왜 말 못 해?”강한서는 머리가 지끈거렸다.“내가 대답할 수 있는 질문 하면 안 될까? 은서는... 아직 사건이 종결된 것도 아니라서 말 못 해.”‘사건?’더 질문하려고 했을 때,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대표님, 사모님 우유 덥혀왔어요.”강한서는 한현진더러 조용히 하라고는 잠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가 우유를 받아왔다.한현진이 자리를 내어주면서 말했다.“올라와서 계속해.”“뭘?”강한서가 우유를 건네주었다.“난 머리가 아파서. 우유 다 마시고 씻어. 난 먼저 잘게.”그러더니 정말 이불 덮고 잘 준비를 하는 것이다.화가 치밀어오른 한현진은 우유를 협탁에 올려놓고는 강한서를 발로 걷어찼다.“이럴 거야? 내일 당장 이혼하고 싶어?”강한서는 바로 뒤돌아 누워 한현진을 품에 안았다.“현진아. 사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010화

    안부 한마디에 송가람은 마음이 뒤숭숭해지기 시작했다.그녀는 얼굴이 발그레해진 채 답장을 보냈다.[오빠, 난 괜찮아. 어제는 오빠가 날 집까지 데려다준 거야?]강한서는 지금 씻고 있었고 한현진은 그의 정장을 다려주고 있었다.마치 처음 결혼식을 올리는 것처럼 설레기만 했다. 옷장에서 와인색 정장을 꺼내 굳이 이 정장을 입겠다는 것이다.분명 자기 입으로 나중에 혼인 신고를 마쳤다는 사실을 공개하겠다고 하더니 다른 사람이 오해하든 말든 눈에 띄려고 환장한 모양이다.두 번째로 다림질할 때, 강한서의 핸드폰이 울리길래 다리미를 내려놓고 침대에 앉아 답장을 보내기 시작했다.얼마 후 송가람은 바로 답장받게 되었다.[아니. 아줌마가 널 데리러 왔어. 어젯밤은 미안했어. 아줌마 말이 맞아. 내가 널 말렸어야 했어. 여자를 혼자 밖에서 술을 마시게 해서는 안 되었어.]송가람은 멈칫하더니 미간을 찌푸린 채 답장을 보냈다.[한서 오빠, 엄마가 뭐라고 한 거야?][별거 아니야. 나도 이제는 다 회복했는데 최대한 너의 도움을 받지 않으려고.]다급해진 송가람은 무조건 서해금이 강한서한테 무슨 말을 했다고 생각했다.바로 강한서에게 전화했지만 받는 사람이 없었다.한현진은 무조건 받지 않을 사람이었고, 강한서가 받게 내버려 두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저 송가람이 애가 타게 놔두고 싶었다.송가람은 강한서의 일이라면 앞뒤를 가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서해금은 아니었다.서해금은 워낙 냉정해서 자식에 대한 사랑이 애틋하다는 이유로 그러는 꼴을 지켜볼 사람이 아니었다. 서해금과 백혜주는 본질적으로 달랐다. 백혜주는 모든 일을 남자한테 의지하는 사람이라 관계가 끝나면 남는 것이 없었다.하지만 서해금은 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 나중에 송병천과 이혼한다고 해도 여전히 자식들이 상류사회에서 생활하게 할 수 있었다.강씨 가문이 괜찮은 선택이긴 해도 강한서는 송가람에게 잡혀 살 남자가 아니었다. 서해금은 강한서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나서 사위 후보 중에서 영구 제명시켰다.전에 송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011화

    카톡을 한번 훑어보던 강한서는 한현진을 째려보며 말했다.“난 누구한테 이렇게 길게 문자를 보냈던 적이 없어. 들통날까 봐 두렵지도 않나 봐.”한현진은 뾰로통한 표정으로 말했다.“만약 한성우라면 의심하겠지만 송가람은 절대 그럴 리가 없어, 네가 지금 시 한 편을 써서 보낸다 해도 자기 노력이 빛을 본 거라고 생각할 뿐이야.”강한서는 못 믿겠다는 얼굴로 한현진을 쳐다봤다.한현진은 말을 이어 나갔다.“강한서, 너한테 물어볼게. 내가 만약 영화제에 참석해서 너한테 데려다 달라고 한다면 그건 왜일까?”강한서는 눈을 흘겨 뜨며 느릿느릿 대답했다.“나한테 너의 빛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아니면 희열의 순간을 공유하고 싶어서, 아니면 나를 좋아하기 때문에.”“땡! 틀렸어. 왜냐하면, 네 차는 공짜니까.”강한서는 마음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한현진은 결론을 내리듯이 말했다.“연애에 빠진 사람은 이성을 잃기 마련이지. 너 자신을 봐봐.”강한서...강한서는 인정하기 싫었지만, 한현진의 말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 연결이 안 되던 송가람이 카톡을 보내왔다.[오빠, 우리 엄마가 원래 이것저것 참견하기 좋아하셔. 그러니까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마. 나도 이젠 어른이야, 술을 마시고 취하던, 몇 시에 집에 들어가던, 그건 전부 내 자유야. 오빠 때문이 아니야.]강한서는 침묵을 지키며 서 있었다.턱을 괴고 있던 한현진은 송가람의 말투를 따라 하며 말했다.“오빠아 말 좀 해봐아”강한서는 휴대폰을 침대에 던지고 허리를 숙여 그녀를 가로 안아 올렸다.한현진은 목을 껴안으며 말했다 “오빠아 왜 거칠게 굴엉”강한서는 한현진을 째려보며 말했다.“말 똑바로 안 해?!”한현진은 그의 귀에 살며시 숨을 불어 넣으며 말했다.“그럼 어떤 목소리를 듣고 싶은데? 나 기술이 꽤 괜찮은데. 누구의 목소리도 다 모방할 수 있거든. 자극적인 목소리를 원해 아니면 소녀 같은 목소리를 원해? 아니면 당신 마음속의 누군가?”강한서는 품 안에 안겨 있는 매혹적이며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012화

    한성우는 단톡방에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이토록 큰 묘원에서 하현주 무덤 앞의 빨간 옷이 유난히도 눈에 띄었다.카메라가 멀리 떨어져 뒷모습만 찍혀 있어 한성우는 그게 강한서인 줄은 몰랐지만, 하현주를 묻을 때 한성우도 와 있던 터라 하현주의 묘소임은 정확히 알 수 있었다.한현진은 강한서가 빨간 옷을 입고 묘소에 갔다는 걸 누군가가 보고 웃음거리가 될까 걱정도 했었지만 설마 오늘이 전통적인 제삿날도 아니고, 볼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결국에는 설마가 사람을 잡는 일이 벌어졌다.누군가가 묘소에서 이 광경을 보고 인스타그램에 올린 것이었다.마당발에 가십거리를 즐기는 한성우는 마침 인스타그램을 훑어보다가 빨간 옷 입은 사람이 춤추었다는 묘소가 한현진 어머니의 묘소임을 단번에 알아차리고 단톡방에 전달했던 거였다.[도대체 얼마나 큰 원한을 품었길래 새해에 저따위로 입고 묘소에 찾아가서 경축하는 거예요? 형수님, 제가 찾아 드려요? 우리 이 자식 잡아다 뚜드려 팰까요?]차미주도 세 사람의 단톡방에서 불평을 늘어놓았다.[어떤 죽일 놈이야! 찾아서 목을 졸라 버릴 거야, 내가!]한현진은 메일을 보고 있는 강한서를 몰래 사진 찍어 단톡방에 보냈다.묘소에서 춤추던 놈을 패네 죽이네 하던 두 사람은 갑자기 조용해 졌다.차미주가 감탄하며 말했다[와, 진짜 멋지네!]한성우는 어리둥절 해졌다.차미주는 절대 아부를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진심으로 멋있어서 튀어나온 말이었다.그들은 한 번도 강한서가 빨간색을 입은 걸 본 적이 없었다.워낙에 어울리기 힘든 색이라 잘못 입으면 그야말로 재난이었다.그러나 하얗고 준수한 강한서한테는 빨간 정장이 난해하기는커녕 오히려 그의 분위기를 한층 더 끌어 올려줬다.만약 검은색 정장이 차분한 느낌이라면 빨간색 정장은 냄 염함 그 자체였다. 거기다 넥타이를 매지 않은 검정 셔츠는 그의 관능미를 플러스 해줬다. 현진이 괜히 색욕에 눈이 먼 게 아니었다.한성우는 툴툴거리며 말했다.[아무리 멋있어도 머리에 구멍 뚫린 건 막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013화

    한성우는 가슴이 답답해 났다.[그럼 두 사람 같이 지금 내 성질을 돋우는데, 나는 화도 못내? 넌 누구 여자친구야?]차미주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누가 뭐 어떻게 네 성질을 돋운 건데? 그냥 좋은 소식을 공유하는 거잖아. 속이 왜 그렇게 좁아!]한성우는 너무 화가 나 말문이 막혔다.‘이게 무슨 좋은 일 공유야? 응? 어느 누가 좋은 일 공유를 이렇게 뜸 들이면서 해, 말투는 왜 또 저렇게 깐족거리는 건데?’한성우가 강한서를 알고 지낸 지가 몇 년인데, 강한서가 손가락만 까딱거려도 뭘 할지 다 아는데, 한 이불 덮고 자는 한현진이 같은 부류의 사람이 아니면 한성우 손바닥에 장을 지진다.차미주는 오히려 신나서 말했다.[혹시 강한서가 기억을 되찾은 건 아니야? 전에 내가 강한서가 주의하지 않은 틈을 타서 벽돌로 때리면 이독공독 식으로 기억을 되돌아오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거든.]강한서가 연기하는 중에 입이 가벼운 미주가 괜히 나서서 말실수라도 할까 걱정된 한현진은 잠시 강한서의 기억이 돌아온 사실을 두 사람한테는 비밀로 하기로 하고 대답했다.[아니야,강한서는 아직 아무것도 기억 못 해. 그냥 내 배가 커져서 남들이 뭐라 할까 봐 먼저 증부터 발급받은 거야.]차미주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강한서 혹시 네가 쌍둥이를 빼앗아 도망이라도 칠까 봐 먼저 결혼 증으로 널 묶어둔 거 아니야! 잔머리 굴리는 거 봐!]한현진은 선심 쓰듯이 말했다.[휴, 기억 잃은 걸 뭐 어떡해, 져줘야지. 또 알아? 결혼 후에 차츰 기억이 돌아올 수도 있을지. 필경 애까지 있는데 어쩔 수가 없잖아.]한성우는 한현진이 두서없고 앞뒤 없는 말로 그의 여자친구를 속이는 것을 보고 있었다. 강한서가 기억을 잃었을 때와 잃지 않았을 때 한현진의 태도는 완전히 극과 극이었다.강한서가 기억을 잃었을 때 한현진은 강한서가 나를 잊었더라도, 나는 강한서가 날 다시 사랑하게끔 만들겠어! 안 그러면 결혼 안 해! 라는 태도였고,강한서가 기억을 잃지 않았을 때는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014화

    서해금은 송가람이 적을 얕잡아 보는 이런 태도가 매우 실망스러웠다.“한현진은 주얼리 디자인도 못 해. 그래도 내가 너한테 준 스트레인지를 자기 손에 있는 무기로 키웠어. 너를 봐봐, 지금 스트레인지를 언급하면 내가 너에게 준 혼수품 인 걸 누가 알겠니?”송가람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보석 파는 거랑 조향이 어떻게 같아? 운이 좋았을 뿐이야. 깔리느에서는 조향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누구도 인정 안 해.”“그래, 운이 좋다고 쳐, 하지만 그것도 한현진의 능력이야. 네가 조향에 대해 더 잘 알면 또 어때? 깔린느에 그렇게 많은 조향사가 있는데, 네가 없다고 회사가 멈출 것 같아? 회사 제품의 판로를 개척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게 진짜 능력이야, 근본을 버리고, 지엽적인걸 추구하지마.”송가람은 두려워할 필요도 없는 한현진 때문에 서해금의 걱정이 지나치다고 생각했다. 깔린느가 물론 아버지의 지분이 절반 있는 건 사실이지만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건 전부 어머니의 노력이었고 많은 사람이 인정한 것도 그의 어머니였다. 한현진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아무리 많은 주식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결국엔 고작 배당금을 받을 뿐이고 회사에서 핵심적인 팀들이 어머니한테 복종한다면 깔린느가 나누어져도 손해 보는 건 결국 한현진일 것이다.“내 말 들었지?”잠자코 아무 말도 않는 송가람을 보자 서해금은 언짢았다.근 몇 년 동안 위기의식이라고는 조금도 없이 너무 버릇을 잘못 들였다.한현진이 없었을 때는 어떻게든 상관없었다.송병천 부자들은 깔린느에 별로 관여하지도 않았다.심지어 송병천은 몇 년간 그의 어머니를 돌본 서해금에게 보상금 대신 깔린느의 모든 권한을 위임하였다.하지만 지금은 다르다.한현진이 돌아오자 송병천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깔린느의 지분을 한현진에게 넘겼다.한현진의 두 눈은 한아람과 너무도 닮았다.그러나 조향을 좋아했던 한아람의 눈빛과는 달리 한현진의 눈에는 야심이 서려 있었다.스트레인지는 고작 그가 칼을 갈기 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015화

    “적게 연락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강한서는 한현진의 약혼자야, 가깝게 지내서 뭐 할 건데?”송가람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엄마, 예전에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잖아, 신미정 이모한테 우리를 주선해 달라고 했었잖아, 왜...”“예전은 예전이고 지금은 지금이야.”서해금은 송가람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그때 한현진은 송씨가문에 인정받지 못했을 때고 이혼까지 했었잖아. 네가 강한서를 좋아한다 해서 지지했었지만, 지금은 어때? 한현진은 너의 의붓동생이고 강한서랑 약혼까지 했어. 그 두 사람 사이에 왜 끼어들어. 남들이 뭐라 하는지 알아? 이 세상에 무슨 남자가 없다고 하필 제삼자가 되려고 그러는 거야?”말이 귀에 거슬린 송가람은 창피하면서도 짜증 나는 표정으로 아랫입술을 깨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만약 한서 오빠가 날 좋아하면?”서해금은 차갑게 대답했다.“기억을 잃고 네가 며칠을 돌봐 줬다고 너한테 마음이 생겼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만약 그런 거면 그를 돌봤던 의사며 간호사며 강한서를 생사의 길에서 살려준 사람들인데 돌아가면서 다 좋아해야겠네?”“그래, 그렇다고 치자. 그렇다고 한들 큰 사모님 관문은 어떻게 넘을 건데? 큰 사모님은 가문의 명예를 가장 중요시하시는데 강한서가 너랑 결혼하게 놓아둘 거 같아? 강한서는 큰 사모님 말을 거역한 적이 없어. 강씨 가문에 들어도 못 갈 텐데 그럼 뭐 강한서의 숨겨놓은 여자라도 할래? 만 보를 물러서서 이 모든 걸 다 극복했다고 쳐, 강한서가 기억력을 회복한다면?”“송가람, 너와 강한서의 시간은 훔친 거에 불과해. 일단 강한서가 한현진을 떠올리고 그들 사이의 모든 것을 전부 기억해 내면 네가 한현진을 이길 승산이 있다고 생각해? 강한서 몸의 상처는 전부 한현진을 위한 거야. 유언장마저 한현진의 이름이고. 강한서 마음속에 있는 한현진이라는 무게는 고작 목숨을 구해준 은혜로 넘을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때 되면 넌 어떡할래?”송가람은 먼 훗날의 일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강한서를 빨리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016화

    송가람은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서해금은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가람아. 넌 어릴 때부터 말 잘 듣고, 엄마가 시키는 건 다 잘 해왔잖아. 엄마가 너를 위해 애쓴 건 네가 나중에 혼자서도 잘 해낼 수 있길 바란 거지, 누군가의 아내로 살게 하려고 한 게 아니었어.”“강한서가 설령 마음이 바뀌어 너를 좋아한다고 해도 생각해 봐. 오늘은 너를 위해 한현진을 버릴 수 있지만, 내일은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너를 버리지 않겠니?”서해금은 이를 악물고 다시 강하게 밀어붙였다.“넌 송씨 성을 가졌지만, 송씨 가문의 혈육이 아니야. 네 아빠와 오빠가 너를 아무리 사랑해도, 사람은 결국 자기 피붙이를 더 챙기기 마련이야. 그러니 송씨 가문은 네 평생의 뒷배가 될 수 없다고. 넌 반드시 스스로 힘을 키워야 해. 깔린느에서 중요한 자리에 오르면 아무도 널 함부로 대하지 못할 거야.”“내가 한현진 얘기를 꺼낼 때마다 그렇게 짜증 내지 마. 한현진은 네 아빠에게 인정받아 송씨 가문으로 돌아왔고 또 강한서와 다시 잘되고 있으니, 그녀의 인생은 대박 난 거야. 근데 그녀가 멈춘 적 있어? 네 아빠가 준 가게든 스트레인지든 심지어는 본인이 연기하는 영화나 드라마도 하나도 소홀히 한 적 없잖아.”“걔는 너만큼 스타트가 좋지 않았지만 네가 여기서 멈춰 있으면 걔가 널 추월하는 건 시간 문제야. 일단 걔가 깔린느에서 자리를 잡으면 넌 평생 걔한테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송가람은 아무 말도 못 하고 눈가가 살짝 붉어졌다.서해금은 물잔을 건네며 말했다.“강한서가 내 말 한마디에 너와 연락을 줄였다는 건, 네가 그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거야. 빨리 포기하는 게 너한테도 좋을 거야. 대보름이 지나면 정식으로 입사해. 그때 성월을 붙여줄게.”서해금의 쓴소리가 이제야 가슴에 와닿은 듯 송가람은 고개를 떨구고 조용히 응수했다. 서해금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이제는 어른이니 뭐가 중요한지 스스로 판단할 나이였기 때문이다

Latest chapter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70화

    강한서가 가식적인 말투로 말했다. “부탁할게. 나중에 내가 너랑 여정 씨에게 크게 한 턱 쏠게.”강한서에게 등을 돌린 신우가 손을 들어 중지를 내밀었다. 한현진이 강한서에게 나지막이 물었다. “신우 씨가 널 꽤 귀찮아하는 것 같아. 전에 여정 씨에게 신우 씨는 욕을 하지 않는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아닐 걸?”강한서가 헛소리를 지껄였다. “난 우리 사이가 좋다고 생각해. 봐봐, 지금 얼마나 열심히 우릴 도와주고 있어.”한현진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그래? 난 왜 신우 씨가 마지못해 하는 것 같지?’생각하던 한현진이 말했다. “이제 이런 일로 신우 씨 번거롭게 하지 말자. 우리 다른 방법 찾아보자. 언제까지 부탁할 순 없잖아.”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도 계속 신우에게만 매달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신우처럼 능력 있고 입도 무거운 사람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현진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언제까지 신우에게 부탁할 수는 없었다. 신우의 할아버지가 위독하시기 때문에 지금은 삼촌들의 후계자 싸움이 가장 치열한 시기였다. 수많은 눈이 서로의 약점을 노리고 있었기에 신우의 처지 역시 살얼음판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럴 때일수록 그 어떤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된다. 신씨 가문에서 요즘 경쟁이 제일 치열한 것이 바로 제일 많은 계약금이 걸린 프로젝트였다. 강한서는 이 기회를 빌려 신우에게 투자금을 보태 그동안 진 신세를 갚을 생각이었다. 그날 오후, 지문 대조 결과가 나왔다. 편지 봉투와 그림에는 한현진과 강한서의 지문을 제외한 세 사람의 지문이 있었다. 그 세 사람 중 한 명은 주혁의 아내였고 또 다른 사람은 주혁의 아들인 주지호였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지문 대조 시스템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또 다른 사람의 지문이었다. 그 결과에 한현진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이 정보를 따라 뭔가를 캐낼 수 있을 것이라 여겼지만 이렇게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사 결과는 결국 시스템에조차 등록되어 있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69화

    시원하게 욕을 날린 신우는 의리 있게 강한서의 부탁을 들어줬다.10여 년 전 주혁이 경찰서에 남겼던 지문을 받은 강한서는 곧 생체 인식 실험실에 보내 두 지문을 대조하도록 했다. 2시간도 지나지 않아 결과가 나왔다. 한지와 편지봉투에서는 주혁의 지문을 찾을 수 없었다. 그 결과에 한현진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말도 안 돼. 뭔가 착오가 있는 거 아냐? 그때 직접 손으로 나에게 건네줬었어. 심지어 장갑도 하지 않았는데, 지문이 안 나왔다고?”신우가 말했다. “여긴 여정이와 여정이 사수가 함께 만든 실험실이에요. 게다가 형사들과 자주 협력하는 곳이기도 하고요. 지문 대조 시스템은 여길 따라올 곳이 없어요. 한 번도 틀린 적 없었어요.”신우의 말은 지문 대조 결과가 틀렸을 리가 없다는 얘기였다. 신우는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갑을 꺼냈다. 이제 막 담배 한 대를 꺼내려던 그때, 손에 들린 담배가 강한서의 손에 내쳐져 툭, 쓰레기통으로 떨어졌다. 신우: ???머리가 복잡했던 한현진은 두 사람을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럼 왜 없는 거지?”여전히 오리무중에 빠진 한현진과 달리 강한서는 이미 눈치 채고 있은 듯 말했다. “혹시... 지금 그 사람은 애초부터 주혁이 아니었던 거야. 그래서 경찰에게 지문이 남아있을까 봐 그런 방법의 자신의 모든 지문을 지워버린 거야. 자신의 진짜 신분을 들키지 않기 위해.”강한서의 추측에 한현진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어떻게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거야? 그건 너무 많이 앞서간 거 아냐? 기사님은 가족도 있고 아이도 있어. 만약 정말 사람이 바뀐 거라면 가족들은 눈치 채야 하는 거 아냐?”“데가 이 세상에는 그렇게 똑같이 생긴 사람은 없어. 아무리 닮은 쌍둥이라고 해도 가족들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잖아.”강한서가 입술을 짓이겼다. “어쩌면 가족들은 원래 그 사람이 돌아오길 바라지 않을 수도 있지.”한현진은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그녀는 얼른 강한서에게 물었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68화

    “얼른 다시 가져와. 급히 쓸데가 있어.”강한서: ?“왜 그래?”한현진이 말했다. “전화로 얘기하긴 복잡한 일이야. 아무튼 얼른 전화해서 그림 다시 가져오라고 해. 만약 안 건드렸으면 못 건드리게ㅔ 하고 만약 꺼냈으면 얼른 다시 포장하라고 해. 내가 금방 갈게. 만나서 더 자세하게 얘기해 줄게.”강항서가 대답했다. “알겠어. 지금 당장 다시 가져올게.”한현진은 일찍 퇴근하고 집으로 향했다. 전화에서 한현진이 워낙 급하게 얘기한 탓에 강한서도 그녀가 걱정이라 손에 있던 일을 미리 마친 후 칼퇴근해 집으로 돌아왔다. 만나자마자 강한서를 본 한현진이 물었다. “기사님 아직 그림 안 넣었지?”강한서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네가 너무 일찍 얘기해서 넣지도 못한 상황이야. 네가 그림을 가진 후로 우리 두 사람을 제외하면 아무도 그림을 본 적이 없어.”한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랍에서 일회용 장갑을 꺼내 낀 후 그림과 평지를 함께 꺼내 일회용 봉투에 넣었다. 한현진의 행동을 본 강한서의 눈가가 파를 뛰었다. “증거 수집해?”한현진은 봉토를 밀봉하며 말했다. “정말 증거가 될 수도 있어. 일단 가직해 둬.”“대체 무슨 일이야?”한현진이 장갑을 벗고 나서야 강한서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과 본인의 의심과 의혹을 얘기했다. “이번 주에 기사님께서 뭔가 사고를 친게 틀림없어. 그래서 재판장에서 지문 인식하는 걸 거부하는 거겠지. 만약 기사님이 전과범이고 회사에서 그 사람을 그대로 둔다면 기사님이 영향을 끼치는 것 나뿐만이 아니야. 그건 말이 안 되는 것 같아.”“내가 생각해봤는데 일단 지문을 수집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일단 고여정 씨께 이 사람이 대체 무슨 죄를 지었는지 알아봐. 그래야 만일이 사태에 대비를 하지.”한현진의 말을 들은 강한서가 의문을 제기했다. “주혁 씨의 지문은 이미 시스템에 등록되어 있어. 무슨 범죄를 저질렀는지는 신상 조회를 하면 바로 나올 텐데 지문을 지우는 게 무슨 소용 있어?”한현진이 멈칫했다. “없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67화

    주현의 생각은 성월과 달랐다. 송가람은 사랑에 눈이 멀어 남자의 사랑을 바랐지만 주현은 아니었다. 그녀의 목표를 애초부터 매우 명확했다. 주현은 상대방이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신분과 지위를 노렸다. 그건 20년, 30년을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것들이었다. 지금 주현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지름길이 눈앞에 놓였는데 그 기회를 잡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주현은 성월의 성격을 잘 알았다. 성월은 반평생을 야심으로 가득 찬 서해금 곁을 지키며 진작 서해금의 충직한 개가 되었다. 성월에게 신분은 뛰어넘을 수 없는 벽 같은 거였고 자신의 미래는 스스로 기회를 잡아 개척해 나가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서해금 역시 자신의 두 손으로 그 자리에 오른 것은 아니었다. 송병천과의 결혼이 아니었다면 서민 출신에 남편을 잃고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 무슨 수로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까?‘웃기지 말라 그래.’하지만 그 말을 주현은 감히 성월 앞에선 할 수 없었다. 주현은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 “이모, 도와줘요. 신씨 가문으로 돌아가든 아니든 저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송가람 씨와 조금이라도 가까이 할 수 있는 일로 부탁해요. 활동이든 파티든 데리고 다닐 수 있는 자리로요. 그래야 신씨 가문에 호감을 살 수 있죠.”성월의 학창 시절, 그녀의 집안은 그야말로 찢어지게 가난했다. 주현의 부모님이 빌려주신 돈으로 급한 불을 끈 덕에 성월은 늘 주현의 집안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주현의 애교에 견디지 못한 성월이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송가람 씨 비서로 전근 보내볼게. 너, 네 남자친구한테 기본적인 건 잘 가르쳐. 묻는 말에 아무 것도 대답 못하면 안 돼.”주현이 순간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성월에게 팔짱을 끼고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요, 이모! 역시 이모가 날 제일 예뻐할 줄 알았어. 주말에 집에 와서 식사해요. 안 가신지 꽤 됐잖아요...”한편, 사무실로 돌아온 한현진의 마음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만약 어제 바로 세정제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66화

    서해금이 입술을 짓이기며 중얼거렸다. “이렇게 냉정하다니, 한현진 답지 않아.”성월이 말했다. “사실 전 그렇게 냉담한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오일을 깨뜨린 것도 주혁 씨였고 몰래 부업을 하다 한 대표님 얼굴에 먹칠한 것도 주혁 씨잖아요. 그러니 당연히 원망하는 마음이 있을 거예요.”말이 없던 서해금이 잠시 후 입을 열었다. “인사팀에 잠깐 다녀와요. 일단 주혁을 가람이 운전기사로 전근시켜요.”성월이 놀란 얼굴로 말했다. “대표님, 가람 아가씨에게 운전기사를 붙일 생각이시면 제가 다른 기사님을 찾을게요. 회사에는 지금 마침 새로 입사한 젊은 신입사원들이 많아요. 어리고 건강하고 운전 경력도 전부 5년이 넘었어요. 주혁 씨는 한현진 곁에서 한동안 일을 하신 분인데, 가람 아가씨 운전기사로는 적합하지 않을 것 같아요.”“전근시키라고 하면 시켜요. 제가 이렇게 하는 덴 이유가 있어요. 그러니 성 비서는 나서지 말아요.”성월이 다급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네.”성월이 사무실을 나서자 주현이 곧바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이모, 어떻게 됐어요? 대표님께 말씀 드렸어요?”성월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대표님께서 이미 송가람 씨에게 다른 운전기사를 붙이셨어. 이미 결정된 일이야.”순간 주현은 조바심이 났다. “왜 갑자기 결정 난 거예요? 회사에서 요즘 새로 신입사원 모집했잖아요. 보안팀은 싫어할 거란 말이에요.”성월이 말했다. “대표님께서 주혁을 송가람 씨 운전기사로 전근시켰어. 지금 인사팀에 가서 그 일부터 처리해야 해.”그 말을 들은 주현이 투덜거렸다. “한현진 밑에 있던 사람이잖아요. 게다가 본인 상사를 배신까지 했고요. 대표님은 무슨 생각으로 그런 사람을 딸 운전기사로 쓰시겠다는 거예요?”순간 얼굴을 일그러뜨린 성월이 주현을 구석진 곳으로 끌고 갔다. 성월은 주변을 확인하고 나서야 주혁의 팔을 내치며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너 미쳤어? 여긴 회사야. 여기서 집인 줄 알고 그렇게 큰 소리로 대표님 뒷담화를 하는 거야?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65화

    직원들은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어떤 직원은 회사의 조치가 꽤 인간적이라며 칭찬했고 또 어떤 직원은 아무리 화장실 청소라도 그렇게 부식성이 강한 세제를 쓰진 말았어야 했다며 안전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 회사의 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비난했다. 이번 일은 단순히 청소 직원이 화상을 입은 것으로 그쳤지만 만약 누군가 범행을 저지르려고 한다면 부식성이 강한 세정제는 범죄자에게 칼을 준비해준 것과 다를 것이 없는 꼴이었다. 의문을 제기하던 직원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한현진과 눈을 마주쳤다. 그제야 실언했다는 것을 인지한 직원이 다급하게 말했다. “대표님, 전 회사에서 조치를 제대로 못했다는 뜻이 아니라요. 단지 위험 요소가 될 수도 있는 거니까, 저도 모르게 제일 최악의 상황을 상상해본 거예요.”한현진이 고개를 들었다. “무슨... 위험 요소요?”그 직원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못... 못 들으셨어요?”“죄송해요.”한현진이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전 친구 문자에 답장하느라 못 들었어요.”직원이 입술을 달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옆에 있던 또 다른 직원이 얼른 말을 이었다. “회사에서 며칠 동안 청소하시는 직원분들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잖아요. 그 일 때문에 다들 마음이 뒤숭숭해요.”한현진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한 직원이 말을 이었다. “아, 맞다. 대표님. 다치신 분 중에 대표님이 아는 사람도 있어요. 전에 대표님 운전 기사셨던 주혁 기사님이요. 그 분이 제일 심하게 다치셨어요.”한현진이 미간을 찌푸렸다.“기사님이요? 확실해요? 어제 볼 일 보러 갔다가 기사님 만났을 때까지만 해도 멀쩡하셨는데. 언제 다치신 거예요?”한현진의 말에 직원이 멍해졌다.“그럴 리가요. 며칠 전에 이미 다치셨어요. 대표님과 비슷한 시기에 휴가를 내셨어요.”한현진이 곰곰이 생각했다. “그날 제가 급한 일 때문에 길게 얘기를 나누진 못했어요. 손에 붕대 같은 건 본 기억도 없고 기사님께서도 저한테 그런 얘기는 없으셨는데... 심하게 다치셨어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64화

    막 전화를 끊으려던 그 순간, 박안수가 다시 불렀다.“아, 그리고...”“뭔데?”“오늘 경찰서에서 한현진과 마주쳤어.”서해금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한현진이 경찰서엔 왜?”“나도 자세한 건 안 물어 봐서 잘 몰라. 하지만 갑자기 일이 생겨서 간 것 같아. 혼자가 아니라 6, 7살 쯤 되는 어린 아이와 함께 왔었어.”미간을 찌푸리며 잠시 생각하던 서해금이 또 물었다. “한현진이랑 얘기했어? 무슨 얘기했는데?”“괜히 의심할까봐 내가 경찰서에 간 이유를 사실대로 얘기했어. 한현진도 더 묻지 않았고.”우물 쭈물거리며 숨기는 것보다는 차라리 당당하게 대답하는 편이 오히려 의심을 덜 사는 방법이었다. “그게 다야?”“응.”생각의 잠겼던 해금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경찰한테 손에 상처는 뭐라고 얘기했는데?”“회사에서 청소하다가 부식성 제품에 다친 거라고 했어.”서해금이 원망하듯 말했다. “왜 회사에서 다친 거라고 했어. 회사에서 그렇게 부식성이 강한 제품을 쓸 리가 없잖아.”“그렇다고 내가 집에서 다친 거라고 할 순 없잖아. 집에는 회사에서 다친 거라고 했는데. 조사 협조 요청을 나한테만 하는 게 아니잖아. 게다가 그 두 사람은 거짓말을 아예 못 해. 만약 경찰이 내 손에 관해 묻기라도 한다면 바로 들켜 버리는 거잖아.”서해금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여자는 미쳤고 애는 귀가 먹었는데, 그런 병X도 제대로 통제 못 해?”순간 얼굴을 찡그린 박안수가 말했다. “말 그렇게 하지 마. 두 사람 불쌍한 사람들이야.”“뭐가 불쌍해. 도박쟁이 가정폭력범을 성실하고 부지런한데다 박학다식한 남편으로 바꿔줬는데. 우리한테 고마워해도 모자라.”서해금의 말에 박안수는 왠지 마음이 불편해졌다.너는 대화를 이어 가고 싶지 않았던 서해금이 당부하며 말했다. “이만 끊어. 가람이한테 당신을 기사로 쓰라고 얘기하러 갈 거야. 소식 기다려.”박안수는 목 끝까지 차오른 말을 삼키며 나지막하게 대답했다.“그래.”전화를 끊은 서해금은 아무리 생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63화

    “아니.”서해금이 미간을 찌푸렸다. 도무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경찰에겐 뭐라고 했어?”수화기 너머의 사람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사실대로 얘기했어.”“박안수!”서해금은 참기 힘들 정도로 화가 끓어올랐다. “지금이 농담할 때야?”“농담 아냐.”말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더 가라앉았다. “그럼 내가 뭐라고 말할까? 네가 준 신분이니 난 당연히 주어진 대본대로 연기할 수밖에. 그럼 내가 난 박안수라고 얘기했어야 해? 죽은지 27년도 더 된 사람이야. 박안수가 어떻게 돌아와?”그의 목소리엔 고통과 원망으로 가득 했다. 그 순간, 서해금의 얼굴이 끔찍하게 일그러졌다. “지금 날 탓하는 거야?”말이 없던 상대방은 잠시 후 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 적 없어.”“박안수, 지금 날 탓하는 거잖아.”서해금이 공격적인 말투로 말을 이었다. “그때 빚을 진 사람도 당신이고, 그 아이디어를 낸 사람도 당신이었어. 당신이 가람이를 키울 능력이 없었던 거고, 당신이 가람이가 더 좋은 환경에서 살길 바랐고, 그래서 나한테 도와달라고 사정한게 당신이었어.”“내가 당신한테 돈 안 줬어? 지금껏 내가 당신한테 준 돈이 얼만데. 당신은 얼마든지 해외에서 지금보다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었어. 굳이 한주에 남겠다고 한 건 당신이야. 내가 당신에게 그럴 듯한 신분을 만들어주지 않았으면 당신이 무슨 명분으로 가람이 앞에 나타날 건데? 당신이 이렇게 당당하게 가람이를 만날 수나 있었을 것 같아?”목이 메인 남자는 한참만에야 눈을 감으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네 탓한 거 아냐. 난 그저 이렇게 조마조마 마음 졸이는 생활에 지쳤을 뿐이야. 난 집에서도 감히 옷을 못 벗어. 잠도 깊게 잘 수가 없어. 길에서는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그 사람은 날 보면서 반갑게 인사하는데 난 그 사람이 누군지도 몰라. 그러면서도 아는 척, 반가운 척 인사를 해야 해. 심지어 아무리 아파도 검사도 못 해. X발, 병원도 가질 못한다고!”남자가 깊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62화

    “네, 볼 일 봐요. 회사로 복귀하면 다시 얘기하죠.”한현진이 전화를 끊었을 때 차는 이미 회사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한현진은 곧바로 로비로 향했다. 회사의 프런트가 한현진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짧게 인사를 받은 엘리베이터에 탄 한현진은 사무실이 아닌 2층을 눌렀다. 회사 건물은 2층부터 화장실이 있었기에 1층엔 화장실이 없었다. 한현진은 아예 2층부터 일일이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역시 공교롭게도 2층에 도착한 한현진은 마친 청소 중인 직원과 마주쳤다. 근무 시간이 화장실엔 사람이 없었다. 직원은 바닥을 닦고 있었고 세면대와 멀지 않은 곳에 청소차가 세워져 있었다. 그 위엔 청소 용품으로 가득 했다. 한현진은 고개를 숙여 청소 용품을 확인했다. 청소차엔 수많은 플라스틱 통과 병이 있었고 그 안엔 전부 액체가 담겨져 있었다. 굳이 뚜껑을 열지 않아도 소독제의 냄새가 올라왔다. 그러나 그 제품들은 그 어떤 별다른 표시도 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부식성이 그렇게 강한 용액을 플라스틱 병에 담진 않았을 거 아냐.’“누구세요?”청소차를 관찰하는 한현진의 등 뒤로 사투리 억양이 섞인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현진이 몸을 돌리니 청소 중이던 직원이 보였다. 그 직원은 아래층 청소를 도맡아 하는 분이라 한현진을 본 적이 없었다. 단순히 한현진이 화장실을 사용하려는 것이라 생각한 직원이 말했다. “아직 소독제를 쓰지 않았으니까 볼 일 보려면 얼른 봐요.”한현진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은 채 청소차의 물건들을 쳐다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여쭤볼게 있어요. 화장실 청소를 하실 때 어느 브랜드의 농도가 얼마인 세정제를 사용하세요?”직원이 말했다. “도매 시장에서 파는 회색통이요. 커다란 거. 엄청 싸요. 이름이 뭔지는 모르겠는데. 사려고요?”한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화장실이 항상 깨끗해서요. 저도 집에서 써보려고요.”청소 직원이 얼른 한현진을 말렸다. “절대 사지 마요. 변기의 때는 우리가 항상 솔로 조금씩 닦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