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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는 언니가 너무 싫어요
사랑받는 언니가 너무 싫어요
작가: 복주머니

제1화

“피 400ml 뽑는 것뿐이잖아. 그것도 못 해주는 거야? 내가 보기에 은주 넌 정신과에 가야 해. 내가 고통받는 모습을 즐기고 있는 거지?”

눈을 뜨자마자 울면서 말하고 있는 차은별이 보였다. 오빠 차은하는 성큼성큼 다가와서 나를 발로 차버렸다.

“차은주, 별이는 네 친언니야. 친언니를 위해 피 조금 뽑는 것도 못 해줘?”

나는 차은별을 위해 수도 없이 헌혈해 왔다. 그래서 몸이 항상 허약했다.

차은하에게 맞아서 바닥에 쓰러진 나는 온몸이 다 아파서 일어나지도 못했다. 차은하는 내 머리채를 잡아서 억지로 일으켰다.

“연기하지 마. 너 괜찮은 거 다 알아. 당장 일어나서 피 뽑아!”

머리카락이 생으로 뜯겨 나갔다. 나는 하도 아파서 눈물이 다 났다.

그의 손에서 벗어난 나는 있는 힘껏 외쳤다.

“필요하면 오빠가 직접 해! 난 안 할 거니까!”

차은별은 더 큰 목소리로 울음을 터뜨렸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은주는 내가 죽든 말든 상관없어. 아니, 내가 죽기를 바랄 거야. 좋아, 내가 그 소원 이뤄줄게.”

그녀는 죽겠다고 하며 스카프를 목에 살짝 둘렀다. 그런데도 차은하는 깜짝 놀라며 그녀를 막았다.

“잘못한 사람은 차은주야. 죽어도 차은주가 죽어야지, 네가 아니라!”

어머니 임지선이 곧장 달려오더니 내 뺨을 때렸다.

“당장 별이한테 사과하지 못해? 사과하고 병원에 피 뽑으러 가!”

내 얼굴은 금방 붓기 시작했다. 입안에도 피비린내가 맴돌았다. 그런데도 나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왜요? 차은별한테는 그럴 자격 없어요.”

차은별은 꽤 심각한 선천적 빈혈이 있었다. 부모님이 나를 낳은 이유도 탯줄의 피로 차은별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아쉽게도 탯줄의 피는 혈액형이 맞지 않는 관계로 쓸 수 없었다. 어머니도 나를 낳다가 몸이 안 좋아져서 더 이상 임신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모두가 차은별의 병이 낫지 못한 건 내 탓이라고 했다. 차은별을 포함해서 말이다.

나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차은별을 위해 헌혈했다. 팔에는 사라지지 않는 주사 자국으로 가득했다.

헌혈을 너무 자주 하면 몸이 안 좋아지기 마련이다. 나는 면역력이 안 좋아서 병을 달고 산다. 가족들은 그런 나를 귀찮아하면서 더 큰 병이 있는 차은별만 아꼈다.

차은별이 내 성적이 좋다고 질투하면 상장을 찢었다. 내가 오만하다면서 말이다. 차은별이 좋아하는 남자가 나에게 고백하면 친구들을 불러 모아서 나를 괴롭혔다. 어린 나이에 몸이나 파는 창녀라고 하면서 지하실에 가두기까지 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가족들은 무조건 차은별의 편을 들었다. 나는 서러운 한편에도 언젠가 괜찮아질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그러나 차은별은 내 작품, 내 남편까지 빼앗았다. 내 남편도 차은별의 편에 서서 나와 이혼했다. 내가 외국에서 살 때도 그랬다. 차은별이 미친 듯이 쫓아와서 나를 계단에서 민 것인데, 임지선은 나만 탓했다.

정말 허망한 생이지 않은가? 다행히 하늘이 나를 불쌍히 여겼는지, 두 번째 기회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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