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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노인들은 조용한 걸 좋아했다. 나도 내 일 때문에 윤백과 이정순의 휴식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차은하를 만나러 갔다.

차은하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은 전과 확연히 달랐다. 오늘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것은 후회와 죄책감이었다.

“미안해, 은주야. 내가 잘못했어. 나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그 두 사람한테 속은 바람에... 그래서 그랬어. 내가 이미 그 두 사람을 집안에서 쫓아냈어. 앞으로는 무슨 일이 생겨서 네 편에 설게!”

차은하는 책 몇 권을 꺼내서 나에게 건네줬다.

“네가 좋아하는 작가들 책이야. 내가 특별히 한정판으로 구해봤어. 그리고 작가들이 직접 너를 위해 한 사인도 있어.”

나는 책들을 밀어냈다.

“5년 전 생일 선물로 달라고 했던 거잖아. 이제는 안 좋아해.”

예전의 차은하는 1년 동안 모은 월급으로 차은별에게 명품 시계를 사줬다. 그러나 내가 직접 2만 원을 주고 산 소설에 작가 사인 받아주는 것도 해주지 않았다.

차은하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전에는 내가 잘못했어. 앞으로는 네가 뭘 원하든 다 해줄게, 응? 만회할 기회를 줘.”

“그럼 오빠가 받을 유산을 나한테 넘겨줘. 내 정신적인 트라우마, 그리고 신체적인 피해는 6억으로 갚는 게 낫겠어.”

차은하는 혹시라도 내 기분이 나빠질까 봐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럼! 내가 바로 절차를 밟을게!”

그는 부리나케 내가 시킨 일을 하러 갔다. 예전과 같은 무시는 전혀 볼 수 없었다.

내 기억 속에서 차은하는 한 번도 이런 대접을 해준 적 없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기쁘기는커녕 역겹기만 했다. 내가 가장 필요할 때는 안 주던 사랑을, 이제 필요하지 않은데도 억지로 주고 있다.

어차피 내려온 김에 나는 소화할 겸 산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늘 재수가 없는 날인지, 몇 걸음 가지도 않고 임지선과 마주쳤다.

나는 몸을 홱 돌려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러자 임지선이 빠른 걸음으로 걸어 와서 나를 붙잡았다.

짜증 섞인 표정으로 손을 쳐내자 그녀는 힘없이 바닥에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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