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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나는 집에 남아서 괜히 혼나기 싫었다. 그래서 힘겹게 일어나서 떠나려고 했다.

차은별은 거의 아우성을 치며 말했다.

“은주는 이제 헌혈 안 해주는 거예요? 내 건강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까지 빼앗아 가놓고, 이제는 내 건강까지 빼앗는 거예요?”

차은별의 말을 듣고 분노한 임지선을 나를 쫓아와서 붙잡았다.

“넌 별이를 위해 태어났어! 네가 원하든 말든 별이를 위해 헌혈해야 해!”

내가 끝까지 반항하려고 하자, 임지선은 진정제까지 꺼내서 나에게 놓으려고 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녀는 차은별을 감쌌다.

차은하는 미간을 찌푸렸다. 동정과 불만 사이에서 머뭇거리던 그는 끝내 나를 제압하는 걸 선택했다.

“이거 놔! 날 조금이라도 건드린다면 콩밥 먹게 해줄 거야!”

나는 미친 듯이 버둥거렸다. 하지만 어떻게 해도 벗어날 수 없었다. 절망과 분노가 내 가슴 속에 차올랐다. 금방이라도 나를 갈기갈기 찢을 것만 같았다.

진정제가 내 피부를 파고드는 순간, 도우미가 달려왔다.

“사모님! 도련님! 출판사 책임자가 둘째 아가씨를 만나러 왔습니다. 바로 문 앞에 와 있습니다.”

우리 집안사람들은 명성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남이 나타난 순간 바로 나를 풀어줬다.

나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밖으로 달려갔다. 차은하가 쫓아와서는 나에게 연고를 건네줬다.

“얼굴 부었어. 약이라도 발라.”

차은하는 이렇듯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주는 데 익숙했다. 차은별이 없을 때는 주로 당근이 주어졌다. 그러나 내가 차은별과 대치하는 순간 그는 주저 없이 차은별의 편에 섰다.

임지선은 재혼했다. 차은별은 그녀가 데려온 아이다. 그러므로 차은하와 차은별 사이에는 혈연관계가 없었다. 차은하의 친동생은 다름 아닌 나였다.

나는 연고를 받지 않고 그를 노려보기만 했다. 그러자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별이는 네 친언니야. 둘 다 희귀 혈액형인 게 어디 흔한 일이야? 네가 도와주지 않으면 별이는 살지 못해.”

“뭐라고 하든 난 헌혈 안 해. 언니가 죽을지 안 죽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러다가는 내가 먼저 죽고 말 거야.”

“400ml씩 헌혈하는 거 큰 문제 아니야. 우린 피 한 방울도 더 뽑지 않았어. 네 건강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어! 근데 넌 왜 별이를 괴롭히지 못해서 안달이야?!”

차은하는 말하는 동안 점점 언성을 높이더니 마지막에는 거의 소리 지르다시피 말했다.

체중이 45kg 이하의 여성은 헌혈을 하면 안 된다. 나는 몸이 약했다. 키가 170cm를 넘는데도 체중은 40kg 언저리였다.

건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헌혈은 6개월에 한 번 하는 것을 제안한다. 하지만 나는 지금 한 달에 최소 두 번씩 하고 있다.

그들은 나를 인간 취급도 하지 않는 것 같다.

전생에 나는 몇 번이고 그들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다. 믿지 않는다고 하기보다는 나에게 관심이 없었다.

이번 생에 나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말없이 책임자의 차에 올라서 빨리 출발하자고 했다.

내 얼굴에 손바닥 자국이 있는 것을 보고 책임자는 보기 안 좋다며 마스크를 건넸다. 마스크를 쓰면 다행히 얼굴을 가릴 수 있었다.

오늘은 내 팬 사인회 일정이 있는 날이다. 참가자들은 모두 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처음에는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하지만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차은별 등이 광기에 서려서 찾아왔다.

“날 이 꼴로 만들어서 대학도 못 붙게 만들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죄다 꼬시고... 나 이제 못 참아! 내걸 이만큼 빼앗았으면 만족할 때도 됐잖아! 이제 내가 힘들게 쓴 책까지 빼앗으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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