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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차은별은 빨개진 눈으로 달려와서 나를 때리려고 했다. 다행히 나는 가볍게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생 내내 쌓였던 분노가 드디어 참지 못하고 터져버렸다.

“언니가 소설을 썼다고? 증거 있어?”

나는 노트북을 열었다.

“이건 내가 2년 전부터 쓰기 시작한 소설이야. 줄거리부터 설정까지 전부 있어. 문서를 만든 시간까지 다 나와 있고, 이건...”

짝!

임지선이 걸어와서 내 뺨을 때렸다.

“이거 별이 컴퓨터잖아. 별이가 힘들게 쓴 글이 너랑 무슨 상관인데?”

임지선이 힘을 얼마나 줬는지 나는 눈앞이 희미해질 정도였다.

“내 핸드폰에 컴퓨터 구매기록이 있어요. 이 컴퓨터가 내 거라는 걸 증명할 수 있다고요.”

차은별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생일선물로 컴퓨터를 선물할 때부터 이럴 작정이었던 거야?”

“이게 미쳤다고 친언니 성과를 가로채? 내가 널 때려죽이고 말 거야!”

임지선은 미친 듯이 달려와서 나를 때리려고 했다. 내가 정말 그녀가 주장하는 일을 한 것처럼 말이다.

이때 내 약혼남 강서혁도 다가와서 짜증 난다는 듯이 설득했다.

“그런 일을 저질렀으면 인정할 줄도 알아야지. 네가 순순히 인정하면 전에 만났던 정을 봐서라도 약혼 취소하지 않을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핸드폰을 들어 나를 찍기 시작했다. 가족과 약혼남이 나를 모함하고 있다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

“사과해!”

“빨리 사과해!”

악의로 가득한 목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차은하는 동정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

“조용히 하세요! 제가 편집장으로서 공식 발표를 할 거예요!”

그는 또 나를 바라보며 경고했다.

“어차피 다 한 가족이니까 별이도 신고하지는 않을 거야. 팬들 앞에서 사과하고 별이가 작가라는 걸 인정해. 안 그러면 어떻게 될지 나도 보장 못 해.”

그의 이런 모습이 나는 역겹기만 했다. 내가 말하려고 할 때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은주가 한 글자 한 글자 타자하는 걸 내 눈으로 똑똑히 봤네요. 근데 오늘 갑자기 나타난 이 사람은 누구죠?”

압도적인 분위기의 노인이 나타나서 현장을 장악했다. 그의 이름은 윤백으로 세계적인 상까지 받은 유명한 작가이자 내 친구였다.

그를 본 나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작가님.”

“도움은 무슨, 난 있는 말을 했을 뿐이야. 내가 있는 한 아무도 널 모함하지 못해!”

윤백은 속상한 듯 내 어깨를 토닥였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그의 말을 안 믿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지금은 임지선 등과 강서혁을 나무라고 있었다.

“자기 친동생을 모함하는 거야?”

“뻔뻔하네.”

“수치심도 없어.”

차은하의 안색은 이미 창백해졌다.

“윤...”

그가 입을 열기 바쁘게 윤백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잘랐다.

“신인 작가를 이런 식으로 모함하다니, 잘하는 짓이다. 그러고도 편집장 일을 할 낯이 있어? 그런 도덕심으로는 우리 문학계에 종사할 자격이 없어!”

차은별은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녀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리 문학계의 거장이라고 해도 남의 집안일에 간섭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

물론 그녀의 수법은 윤백에게 통하지 않았다.

“별 게 다 나를 의심하는구나. 너 같이 눈물로 사람 홀릴 줄밖에 모르는 교활한 애는 천 년을 살아도 작품다운 작품을 만들지 못해!”

차은별이 혼나는 것을 듣고 임지선 등과 강서혁은 반박하려고 했다. 그러자 윤백이 눈을 뒤집으며 말을 보탰다.

“쯧, 시간 낭비만 했어. 내가 이미 신고했으니까, 할 말 있으면 경찰한테 가서 해!”

경찰이 와서 그들을 서로 데려갔다. 증거가 명확하기 때문에 임지선, 차은별, 차은하까지 20일 구속되고 한 사람이 20만 원씩 벌금 해야 했다.

경찰서에서 나서며 강서혁은 고래고래 나를 탓했다.

“별이 씨 몸이 얼마나 약한데 구속되게 해? 구치소에서 사고라도 생기면 네가 감당할 수 있어? 너...”

화악!

나는 손에 들고 있던 물을 그의 얼굴로 뿌렸다. 그가 물에 쫄딱 젖었는데도 화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전생에 그는 나와 이혼하기 위해 조폭들을 찾아와서 나를 성추행 하게 했다. 아직 복수할 겨를도 없는 나에게 그가 먼저 찾아온 셈이다.

그는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을 닦아내며 물었다.

“너 미쳤어?!”

“물 한 번 뿌린 걸로 벌써 못 버티겠어? 내가 널 욕하고 때리고 주마다 피까지 뽑아달라고 하면 아주 살인을 하겠다? 너처럼 공감 능력이 없는 사람은 딱 질색이야.”

“차은주!”

“목소리 낮춰. 나 귀 멀쩡하거든?”

강서혁은 애써 심호흡하며 감정을 억눌렀다.

“아주 작은 잘못이야. 가족끼리는 당연히 용서해야 하는 잘못이라고. 너처럼 꼬치꼬치 따지는 사람도 없어. 너 같은 애랑은 나도 못 만나겠어. 지금 당장 경찰한테 별이 씨 풀어달라고 해. 그래야 너랑 결혼해 줄 수 있겠어.”

“됐어. 헤어져. 너 같은 새끼는 나한테 어울리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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