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원은 순간 넋이 나갔다. 그녀는 최성운이 이런 말을 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서정원은 기분이 미묘해졌다. 그녀는 최성운을 보면서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지금 저한테 프러포즈하는 건가요?”“내가 프러포즈를 한다면 받아줄 생각인가요?”최성운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두 사람은 비록 약혼한 사이이긴 하지만 진짜 결혼식 날짜까지는 아직 멀었다.“여기에서 프러포즈하려고요? 최 대표님 로맨틱이라는 걸 너무 모르는 거 아니에요? 여기서 하면 받아주지 않을 거예요.”서정원은 입을 삐죽거리며 고개를 돌려 최성운의 어깨에 기대었는
...의외로 저녁 시간이 되었는데 서창호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최승철 이 소심한 노인네가 생일 선물을 챙겨주지 못했을 뿐인데 삐져가지고는 난리에 난리를 부렸다니까.”서창호는 전에 최승철의 비위를 맞춰주느라고 애를 써가며 통화한 걸 생각만 하면 너무 어이없어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서정원은 저도 모르게 미소를 띠었다. 그녀는 할아버지 두 분이 이 연세에도 애처럼 티격태격하는 게 너무 귀여웠다.“들어보니까 정원이 네가 고청림 그 영감에게 부탁해서 팔찌까지 만들었다며?”서창호는 서정원에게 물었다.서정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
최성운은 눈살을 찌푸렸다.“할아버지가 당부하신 일이 바로 이거에요.”서정원은 말하면서 일어서더니 웃어 보이며 최성운에게 말했다.“그러니까 요 며칠은 각방을 쓰는 거로 해요.”최성운은 고개를 들고 의문스러운 눈길을 보내며 약간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할아버지께서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신 거예요?”“할아버지가 성운 씨 보고 건강 잘 챙기라고 전해달래요.”서정원은 아주 완곡하게 뜻을 표달했다. 하지만 그녀의 교활한 눈빛은 슬며시 최성운 몸의 한 부위로 향했다.최성운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서정원이 재빠르게 몸을 돌려 방
‘그 여자가 뭐라고. 왜 임재민은 유나에게만 모든 사랑을 퍼붓는 거야. 원래 다 내 것이어야 했는데!’감독님은 임재민이 거절하는 걸 보고 약간 실망했다. 그러나 이내 같이 가자고 그를 설득했다.“이 뮤비 남자 주인공인데 식사 자리에 빠지면 재미가 없죠. 간단히 식사만 하는 건데 얼마 걸리지 않아요.”신유정은 임재민을 설득하려는 감독님을 보고 이내 생색을 내며 맞장구를 쳤다.“그러니까요. 재민 오빠가 빠지면 다들 제대로 못 논단 말이에요. 자꾸 주인공이 빠졌다는 생각밖에 안 한다니까요. 오빠도 여기 있는 스태프들을 실망시키기
임재민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눈을 뜨고 옆에 있는 사람이 신유정이라는 걸 발견했다.그는 두 사람 다 옷을 입지 않은 걸 보고는 얼른 이불로 몸을 가리고 신유정을 째려보며 물었다.“어제 나한테 뭐한 거야 대체?”신유정은 비몽사몽한 상태로 그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그제야 정신이 드는지 갑자기 얼굴을 막고 울먹이며 말했다.“어제 오빠가 너무 취해서 집까지 데려다주려고 했는데 자꾸 토할 것 같다고 해서 택시에서 내려서 근처 호텔로 와서 다 토하고 다시 집으로 데려다주려고 했어. 그런데 오빠가 갑자기 날 끌고 침대에 올라가서..
유나는 임재민의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착잡했다. 그녀는 서정원에게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을 얘기하고 싶었지만 서정원이 이 일로 임재민을 꾸짖을까 봐 고민 끝에 말하지 않기로 했다.‘됐어, 나와 임재민 사이에 일인데.’“괜찮아요. 그냥 어제 좀 피곤해서 집중이 잘 안 돼서 그러는 거예요. 한잠 푹 자면 괜찮아질 거예요.”서정원은 유나의 말을 듣고 계속 캐묻기도 난감해서 간단히 잘 쉬라고 몇 마디 당부만 했다. 그리고 문을 나서기 전에 거실에 있는 발코니에 가서 눈살을 찌푸리며 목소리를 깔고 임재민에게 말했다.“임재민, 유나 씨
서정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려 문을 나섰다.유나는 떠나는 서정원의 뒷모습을 보면서 약간 슬펐다.서정원과 최성운은 마침내 이쁜 사랑을 이룩하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데 자신은 망쳐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오랜 연애 끝에 영문도 모른 채 황찬성과 끝내 헤어졌고 나중엔 임재민과 갑작스레 원나잇을 보내고 임신까지 해버리고.힘겹게 황찬성에 대한 감정을 마음속 깊이 숨기고 점차 임재민을 받아들이고 평생 함께하려고 마음먹을 때 딴마음을 품고 있는 임재민이 신유정과 함께 스캔들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지금 신유정이 전화로 자신한테
유나는 정처 없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길거리를 걸어 다녔다. 그녀는 아이를 품은 배를 만지면서 이 아이를 남긴 게 옳은 선택인지 고민했다.이 아이만 아니었다면 그녀는 이미 파리로 돌아가서 자신이 열애하는 사업에 몰두하면서 서정원을 도와 레오 작업실 관리를 도맡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임씨 집안에 남아 매일 괴롭힘만 받는 것 같았다.유나는 더는 이런 일상을 견딜 수가 없었다.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유나가 한창 음울해 있을 때 그녀의 전화가 울렸다.낯선 번호였다.유나는 머뭇거리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