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려 문을 나섰다.유나는 떠나는 서정원의 뒷모습을 보면서 약간 슬펐다.서정원과 최성운은 마침내 이쁜 사랑을 이룩하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데 자신은 망쳐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오랜 연애 끝에 영문도 모른 채 황찬성과 끝내 헤어졌고 나중엔 임재민과 갑작스레 원나잇을 보내고 임신까지 해버리고.힘겹게 황찬성에 대한 감정을 마음속 깊이 숨기고 점차 임재민을 받아들이고 평생 함께하려고 마음먹을 때 딴마음을 품고 있는 임재민이 신유정과 함께 스캔들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지금 신유정이 전화로 자신한테
유나는 정처 없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길거리를 걸어 다녔다. 그녀는 아이를 품은 배를 만지면서 이 아이를 남긴 게 옳은 선택인지 고민했다.이 아이만 아니었다면 그녀는 이미 파리로 돌아가서 자신이 열애하는 사업에 몰두하면서 서정원을 도와 레오 작업실 관리를 도맡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임씨 집안에 남아 매일 괴롭힘만 받는 것 같았다.유나는 더는 이런 일상을 견딜 수가 없었다.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유나가 한창 음울해 있을 때 그녀의 전화가 울렸다.낯선 번호였다.유나는 머뭇거리다가
김시우가 유서혜한테로 걸어가려고 할 때 유서혜가 먼저 그를 보고 달려와서는 그의 품에 안겼다. 김시우는 멈칫하다가 이내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어디 가요?”유서혜는 홍조를 띤 얼굴을 하고 고개를 들고 김시우를 보며 물었다.김시우가 고개를 숙이고 무언갈 말하려고 할 때 유서혜가 입을 내밀며 다가왔는데 키스를 원하는 듯했다.이를 본 김시우는 손으로 유서혜의 볼살을 만지며 말했다.“술 마셨어요?”유서혜는 눈을 뜨고 얼버무리며 대답했다.“시우 씨랑 빨리 만나고 싶어서요.”그녀의 목소리는 애교 부리는 듯 나른했
술기운이 느껴지는 키스는 김시우로 하여금 미간을 찌푸리게 했다. 그는 손으로 유서혜의 어깨를 살짝 눌렀다. 하지만 유서혜가 앞서 그에게 매달렸다.“서혜 씨...”김시우는 작은 목소리로 유서혜를 부르며 그녀를 진정시키려 했다.순간 분위기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서로의 숨결이 섞이는 걸 느낀 유서혜는 얼굴이 빨개졌다. 그녀는 이상야릇한 눈빛으로 눈앞의 김시우를 바라보았다.김시우는 숨이 멎는 듯했다. 그는 위험한 눈길로 유서혜를 보면서 쉰 목소리로 유유히 말했다.“서혜 씨, 지금 취했어요.”하지만 유서혜는 웃으며 손을 뻗어 그
“도장 찍는 거예요. 이제부터 김시우 씨는 내 것이에요.”김시우는 그저 목이 따끔하면서도 간지러울 뿐이었다. 유서혜의 웃는 모습을 보고 있는 그의 눈빛이 변했다.하지만 위험을 감지하지 못한 유서혜는 여전히 김시우의 가슴을 쿡쿡 찌르며 장난치고 있었다.“헬스 하는 거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몸은 왜 이렇게 좋은 거예요?”유서혜의 손가락이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김시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녀의 귓가에 대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뭐 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요?”유서혜는 고개를 들고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가까
김시우는 유서혜의 기대 가득한 눈빛을 보면서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한참을 더 붙어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되어 김시우가 유서혜를 회사로 데려다주었다.회사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유서혜는 매니저에게 잡혔다.“유서혜 씨, 연애하더니만 이젠 일도 안 하겠다 이건가요? 네?”매니저는 유서혜의 이마를 콕 하고 한 번 찌르면서 말했다.“미안해요. 딱 이번 한 번만 봐줘요. 게다가 어제 드라마 촬영이 끝나서 너무 신나서 그랬어요.”유서혜는 애교부리며 이 일을 얼버무리고 넘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매니저가 그녀의 애교에 넘
기자는 우스운 답변이라도 들은 듯 얼굴의 웃음기가 더 짙어졌다.“기사에 따르면 촬영할 때 무단결근한 적이 있다고 하던데, 이게 바로 유서혜 씨가 말한 책임감인가요? 게다가 전에 양다리를 걸친다고 이슈가 되었던 일에 관해 아주 모호한 입장발표를 하셨던데 지금 그때 일에 관해 정확한 설명을 해주실 수 있나요?”유서혜는 기자가 이런 질문을 던질 줄 예상 못 했는지라 얼굴빛이 삽시에 어두워졌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매니저를 보았다.기자회견 주최자도 일이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기자들의 원고
서정원은 이 일들이 단순히 유서혜만 겨냥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지금 급선무는 언론들을 상대하는 것이었다.서정원은 불현듯 최승철의 생신 잔치 때 손윤서가 끌려가면서 지었던 의미심장한 미소가 떠올랐다.무언가 생각난 서정원은 다급히 최성운에게 연락했다. 그러나 최성운은 뭘 하는 건지 그녀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이때 유서혜가 매니저와 함께 회사로 돌아와 곧장 서정원의 사무실로 향했다.“대표님.”유서혜의 매니저는 표정이 심각했다. 그녀는 손을 뻗어 유서혜의 팔목을 잡고는 그녀를 끌고 와서 서정원의 앞에 섰다.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