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도착한 뒤 서정원은 유나를 부축해서 차에서 내린 뒤 당부했다.“지금 속이 막 울렁거리죠? 눈 감고 길을 보지 않으면 좀 괜찮을 거예요.”유나는 서정원의 말대로 눈을 감고 그녀에게 몸을 맡겼다.조금 전 그 말은 헛소리였다. 이 병원이 임재민이 있는 병원이라는 걸 들키지 않기 위해서 한 말이었다.서정원은 조금 전 오는 길에 온라인으로 예약했기에 그들은 곧바로 산부인과 진료실로 향했다.한 임산부가 진료를 받고 있었고 서정원은 유나를 자리에 앉혔다.“의사 선생님, 저 피를 봤는데 혹시...”“걱정하지 마요. 정상적인 현
“시간이 별로 없어서 못 받았어요.”“앞으로 제때 오세요. 검사받는 거 아주 중요해요. 아이 발육 속도가 좀 느리네요. 약 처방해 드릴 테니까 병원에서 5일 동안 수액 맞으셔야 해요.”초음파 검사를 마친 뒤 유나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서정원은 커튼을 열었고 두 사람은 떠나려 했다.고개를 든 유나는 이송혜를 보고는 곧바로 커튼을 쳤다. 그녀는 아이가 위험하다는 걸 이송혜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의사는 그녀의 행동을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묻지는 않았다.“밖에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나 봐요?”유나가 고개를 끄덕이자 의사는
"애를 가져도 제대로 키우지도 못해!"병실로 돌아온 이송혜는 임재민의 곁에 앉아 이불을 덮어주고는 심전도 모니터를 바라봤다. 다행히 그래프는 큰 파동 없이 규칙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의사는 뭐래?"임태결이 임재민의 진료차트를 바라보며 대답했다."더 나빠진 건 없대. 하지만 더 좋아진 것도 없고."이송혜가 임재민의 손을 꽉 잡으며 마음 아픈 표정을 지었다."우리 재민이, 며칠 동안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영양 수액으로만 간간이 버티고 있어서 벌써 마른 것 좀 봐."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문득 배가 고파진 이송혜는 병실을
"우리 재민이 아까는 괜찮았잖아?? 그런데 갑자기 왜 이래? 왜 이러는 거야?"그러자 임태결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당신이 유나 얘기한 거 재민이가 들었나 보지.""뭐라고...?"이송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재민이가 지금 우리가 하는 말을 들었다는 거야? 그런데 내가 무슨 얘기를 했다고 그래? 생사람 잡지 좀 마, 당신.""아까 재민이가 유나 이름을 불렀어."그러자 이송혜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이 커지더니 병실 쪽을 한번 쳐다보고 다시 눈을 돌려 임태결을 쳐다보며 물었다."확실해?""응, 확실해. 유나라고 했어.
이송혜는 서정원을 잠깐 쳐다보더니 이내 다시 유나한테 시선을 돌리며 단호하게 말했다."우리 재민이 지금 응급조치에 들어갔다. 그리고 지금 너를 필요로 하고 있고.""재민이가 널 좋아하는 건 네가 제일 잘 알고 있겠지. 네가 있으면 우리 재민이가 빨리 회복할 것 같아서 부르러 온 거다.""재민이가 왜요? 응급조치는 또 무슨 말이에요? 지금 당장 갈게요!"유나는 임재민이 위급한 상황이라는 걸 듣자마자 팔에 꽂혀있는 링거를 빼버릴 기세로 손을 들었다. 그러자 서정원이 그녀의 손을 제지했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 아까 의사가 한
제일 친한 친구가 그런 꼴을 당하는 건 절대로 못 본다는 생각에 서정원이 아까와 같은 행동을 취한 것이었다. 이제 이송혜도 더는 유나를 쉽게 건드리지 못하게 될 것이다.서정원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 끝냈다는 사람처럼 유유히 병원을 빠져나갔다....한남뉴타운.최성운은 지금 북해 테마파크에 한창 열중하고 있었고 옆에서 간간이 서정원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성운 씨, 이곳 말인데요. 조금 더 편리하게 할 수 없어요? 이렇게 좀 더 도시 쪽으로 빠지면 좋을 것 같은데. 이러면 방문객들도 좀 더 편하게 올 수 있을 것 같아요."
"풉~"그때 서정원이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사과 껍질이 끊어져 버렸어요. 난 아무렇지도 않아요.""...""그렇게 소리를 지르면 어떡해요? 난 손이라도 베인 줄 알고 심장이 철렁했는데."최성운이 말을 끝내고는 잔뜩 화난 등을 보이며 거실로 갔다. 누가 봐도 화가 난 사람이었다.‘걱정돼서 와봤더니만 웃어?!’그녀가 다치는 걸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자신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이런 장난을 친 서정원이 미웠다."성운 씨?""최성운 씨? 왜 나 안 봐요? 화났어요?"서정원의 외침에 최성운은 아무런 대꾸도 안 했다.‘
매니저는 발을 동동 구르며 애꿎은 핸드폰만 꽉 쥔 채 심준호의 상처를 힐끔힐끔 쳐다봤다."배우님이 제 말을 안 들으실 건 알지만, 제가 너무 걱정돼서 그래요. 저번에도 상처가 벌어져서 이렇게 병원에 왔으면서 왜 또 고집을 피우시는지 모르겠어요.""휴, 일단은 촬영할 때 상처 또 안 벌어지게 제발 제발 조심 좀 해주세요."심준호는 선글라스를 벗고 매니저를 한 번 쳐다보더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촬영장 가는 길 내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촬영장에 갑자기 심준호가 나타나자 현장에 있는 모두가 다 깜짝 놀란 얼굴을 했다.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