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혜는 두근거리는 마음에 치마를 꽉 움켜쥐며 가녀린 몸을 살짝 떨었다. 하지만 기다렸던 심준호의 입술은 한참이 지나도 다가오지 않았고, 이내 그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감독님, 입술은 맞대지 않는 거로 하죠."심준호의 말에 유서혜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리고 아까 메이크업 실에서 가까스로 눌렀던 설움이 그대로 폭발하며 눈물이 가득 고여서는 그를 바라봤다.‘내가... 싫은 거야?’"이거 참..."감독도 그런 심준호를 보며 난감하기는 매한가지였다."배우님, 이번 신은 관객분들이 설렘을 느껴야 하는 장면인데, 가짜로 하게
서정원이 둘만 들을 수 있게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러자 심준호의 눈빛이 떨리더니 유서혜 쪽을 바라보다 이내 다시 눈길을 거두었다."내가 알아서 해."유서혜의 마음을 다 알면서도 심준호는 당시 서정원이 자신한테 했던 것처럼 유서혜를 거절하라고 하자 망설여졌다. 마치 유서혜한테서 자신을 투영해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서정원은 심준호의 대답에 어련히 알아서 하겠거니 하고 이내 배역에 몰입했다."준비됐어요."서정원은 순식간에 배역에 심취해 표정과 감정을 최대한 끌어냈다. 그녀는 지금, 이 순간 눈앞에 있는 심준호가 자신이 가장 사
"내가 뭘 해요?"서정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누가 보면 내가 당신 뒤에서 구린 짓이나 하는 줄 알겠네."‘이 남자가 오늘 뭐 잘 못 먹었나?’서정원의 말에 최성운이 차갑게 웃더니 이내 핸드폰을 서정원 앞에 툭 던지고는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이 직접 봐!""?"서정원이 여전히 얼굴을 찌푸리며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자, 거기에는 아까 심준호와 키스하던 자신의 얼굴이 정확히 찍혀있었다.누가 몰래 촬영한 것 같은 각도에다 두 사람 다 배역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엄청 사연 있는 얼굴을
"어제 너희 엄마가 나한테 약속을 하나 해주셨어. 네가 무사히 깨어나면 더는 전처럼 나 난감하게 만드는 일 없게 하겠다고. 그러니까 너희 어머니께서 우리 둘이 함께하는 걸 허락하셨다는 뜻인 거야."."그러니까 나를 위해서라도 얼른 깨어나 줘.""그리고 우리 아기는..."유나는 의사의 당부대로 옆에서 끊임없이 임재민한테 말을 건네고 있었다. 그때, 유나 엄마가 전화를 걸어왔다."엄마? 무슨 일이세요?""내가 꼭 무슨 일이 있어야만 너한테 전화할 수 있는 거야?""아니죠. 우리 여사님이 아침부터 전화하니까 내가 깜짝 놀라서
유나네 엄마가 공항에 도착하기까지 1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서 유나는 이송혜가 병실로 들어오는 즉시 한 마디만 남기고 허겁지겁 자리를 떴다."어머니, 우리 엄마가 이제 곧 도착하셔서 제가 지금 빨리 가봐야 해요. 재민이 부탁 좀 할게요."이송혜가 뭔가 대답을 하려고 보니 유나는 벌써 병실을 나가고 없었다."그냥 이렇게 간다고?! 쟤는 날 대체 뭐로 보는 거야!"이송혜는 처음부터 유나가 싫었지만, 이제는 화병이 날 정도로 싫었다. 그녀는 인물이면 인물, 가문이면 가문, 심지어 대스타인 자신의 아들이 왜 많고 많은 여자 중에
"어머, 얘 말하는 것 좀 봐? 내가 낳은 새끼를 내가 신경을 안 쓰면 누가 신경을 써?!""아유, 알았어요, 알았어..."유나 엄마는 그렇게 한참을 더 잔소리했다. 엄마의 걱정하는 모습을 보며 유나는 아까 임재민의 엄마를 부를 것이 아니라 간병인이라도 쓸 걸 그랬다며 속으로 후회했다.처음부터 자신을 싫어했던 임재민네 엄마와 상황을 정확히는 모르지만 왠지 임재민네 부모님이 마음에 안 드는 자신의 엄마가 병원에서 만나 싸움이라도 할 것만 같은 느낌에 유나는 머리가 지끈거렸다.병원에 도착하고 유나는 엄마와 같이 임재민의 병실에
"엄마, 나 진짜 괜찮아요."유나가 어색하게 답변하며 엄마한테 그만 좀 하라는 눈빛을 보냈다. 그러나 이미 화가 날 대로 난 유나 엄마는 그런 딸의 눈빛을 일부러 못 본 척하며 계속 말을 건넸다."너 거울 안 보니? 네 얼굴 좀 봐봐. 네가 집에 있었을 때는 이 정도로 마른 적 없었어. 너 그러지 말고, 나랑 같이 집에 가서 몸보신 좀 하자."이송혜는 유나 엄마의 말에 가시가 있다는 걸 알아채고 표정을 굳혔다.유나 엄마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유나를 자기 쪽으로 오라며 손짓하더니 이내 말을 이어갔다."유나야, 내가 네가 제일
유나 엄마는 임태결의 말을 듣고는 화가 났던 마음을 좀 가라앉혔는지 유나가 이끄는 대로 의자에 앉았다."재민이 아버지, 제가 다른 뜻으로 화를 낸 건 아니에요. 재민이 어머니가 재민이를 아끼는 것처럼 저도 제 딸이 너무 소중해요. 그런데 아까는 정말이지...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예쁘게만 키워 놓았던 우리 딸을 시종 부리듯 하니까 제가 너무 화가 났어요."유나 엄마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네, 그럼요. 제가 왜 모르겠어요. 그보다 점심은 드셨어요?"유나 엄마가 화를 많이 가라앉힌 듯 보이자 임태결이 얼른 화제를 돌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