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너희 엄마가 나한테 약속을 하나 해주셨어. 네가 무사히 깨어나면 더는 전처럼 나 난감하게 만드는 일 없게 하겠다고. 그러니까 너희 어머니께서 우리 둘이 함께하는 걸 허락하셨다는 뜻인 거야."."그러니까 나를 위해서라도 얼른 깨어나 줘.""그리고 우리 아기는..."유나는 의사의 당부대로 옆에서 끊임없이 임재민한테 말을 건네고 있었다. 그때, 유나 엄마가 전화를 걸어왔다."엄마? 무슨 일이세요?""내가 꼭 무슨 일이 있어야만 너한테 전화할 수 있는 거야?""아니죠. 우리 여사님이 아침부터 전화하니까 내가 깜짝 놀라서
유나네 엄마가 공항에 도착하기까지 1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서 유나는 이송혜가 병실로 들어오는 즉시 한 마디만 남기고 허겁지겁 자리를 떴다."어머니, 우리 엄마가 이제 곧 도착하셔서 제가 지금 빨리 가봐야 해요. 재민이 부탁 좀 할게요."이송혜가 뭔가 대답을 하려고 보니 유나는 벌써 병실을 나가고 없었다."그냥 이렇게 간다고?! 쟤는 날 대체 뭐로 보는 거야!"이송혜는 처음부터 유나가 싫었지만, 이제는 화병이 날 정도로 싫었다. 그녀는 인물이면 인물, 가문이면 가문, 심지어 대스타인 자신의 아들이 왜 많고 많은 여자 중에
"어머, 얘 말하는 것 좀 봐? 내가 낳은 새끼를 내가 신경을 안 쓰면 누가 신경을 써?!""아유, 알았어요, 알았어..."유나 엄마는 그렇게 한참을 더 잔소리했다. 엄마의 걱정하는 모습을 보며 유나는 아까 임재민의 엄마를 부를 것이 아니라 간병인이라도 쓸 걸 그랬다며 속으로 후회했다.처음부터 자신을 싫어했던 임재민네 엄마와 상황을 정확히는 모르지만 왠지 임재민네 부모님이 마음에 안 드는 자신의 엄마가 병원에서 만나 싸움이라도 할 것만 같은 느낌에 유나는 머리가 지끈거렸다.병원에 도착하고 유나는 엄마와 같이 임재민의 병실에
"엄마, 나 진짜 괜찮아요."유나가 어색하게 답변하며 엄마한테 그만 좀 하라는 눈빛을 보냈다. 그러나 이미 화가 날 대로 난 유나 엄마는 그런 딸의 눈빛을 일부러 못 본 척하며 계속 말을 건넸다."너 거울 안 보니? 네 얼굴 좀 봐봐. 네가 집에 있었을 때는 이 정도로 마른 적 없었어. 너 그러지 말고, 나랑 같이 집에 가서 몸보신 좀 하자."이송혜는 유나 엄마의 말에 가시가 있다는 걸 알아채고 표정을 굳혔다.유나 엄마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유나를 자기 쪽으로 오라며 손짓하더니 이내 말을 이어갔다."유나야, 내가 네가 제일
유나 엄마는 임태결의 말을 듣고는 화가 났던 마음을 좀 가라앉혔는지 유나가 이끄는 대로 의자에 앉았다."재민이 아버지, 제가 다른 뜻으로 화를 낸 건 아니에요. 재민이 어머니가 재민이를 아끼는 것처럼 저도 제 딸이 너무 소중해요. 그런데 아까는 정말이지...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예쁘게만 키워 놓았던 우리 딸을 시종 부리듯 하니까 제가 너무 화가 났어요."유나 엄마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네, 그럼요. 제가 왜 모르겠어요. 그보다 점심은 드셨어요?"유나 엄마가 화를 많이 가라앉힌 듯 보이자 임태결이 얼른 화제를 돌렸
"정원아, 내 주가영 그 여자 일은 다 들었다."최승철이 소파에 앉아서는 자신의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네가 그 여자가 가짜라는 걸 알게 돼서 망정이지, 네가 아니었으면 성운이 저놈은 아직도 그 여자 말을 다 믿고 앉았을 게다. 저놈은 예전부터 감정에 너무 휘둘러서 문제야. 시아에 대한 마음을 아직 털어놓지 못하니 원.""할아버지, 그 얘기는 왜 또 꺼내세요."최성운이 입을 살짝 삐죽하며 그만하라는 듯 눈빛을 보냈다.‘할아버지는 왜 또 다 끝난 일을 들춰내서는.’그리고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사실은 저도 진
최성운이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제가 아주 옆에서 24시간 딱 붙어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최승철은 이제야 안심이 된듯했다. 그러고는 보면 볼수록 사랑스러운 두 사람을 보며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고 있었다.사용인이 옆에서 최승철한테 쉬어야 할 시간이라고 일러주자 그제야 그가 지팡이를 짚으며 몸을 일으켰다."간만에 집에 왔는데, 오늘은 너희 둘 다 여기서 자고 가거라. 이 집사, 여기 두 사람이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방 하나 내어주게."이 집사가 그 말을 듣고 바로 무슨 뜻인지 알아채고는 고개를 끄
최성운은 서정원이 잠에서 깰 줄은 몰랐는지 좀 놀랐다가 이내 다시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어차피 내 아내가 될 사람인데, 내가 뭐 못 할 짓을 한 건 아니잖아?’멋대로 납득한 최성운은 이불을 걷은 후 그녀 옆으로 밀착해서는 그녀에게 팔베개를 해주며 자신한테 기대게 했다."당신이랑 이렇게 가까이에서 얘기하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 안아주려고 왔어요.""정원 씨...""응?"서정원이 그의 말을 기다렸다."말해요.""그냥..."최성운이 서정원을 한 번 더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그냥 당신을 위해서 성대한 약혼식을 올려야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