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운은 서정원이 잠에서 깰 줄은 몰랐는지 좀 놀랐다가 이내 다시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어차피 내 아내가 될 사람인데, 내가 뭐 못 할 짓을 한 건 아니잖아?’멋대로 납득한 최성운은 이불을 걷은 후 그녀 옆으로 밀착해서는 그녀에게 팔베개를 해주며 자신한테 기대게 했다."당신이랑 이렇게 가까이에서 얘기하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 안아주려고 왔어요.""정원 씨...""응?"서정원이 그의 말을 기다렸다."말해요.""그냥..."최성운이 서정원을 한 번 더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그냥 당신을 위해서 성대한 약혼식을 올려야겠
"진짜요?"서정원은 진심으로 이 집이 마음에 들었는지 최성운의 말에 너무 기뻐하며 달려가 그를 꽉 껴안았다."매번 정말 고마워요."그녀가 진심을 가득 담아 말했다. 최성운은 그런 그녀를 품에 안으며 작게 속삭였다."당신이 원하기만 하면 난 뭐든 들어줄 수 있어요.""참, 당신 기억나요? 그때 같이 갔었던 놀이공원. 거기 지금은 규모가 더 커졌다던데, 한번 가볼래요?"최성운이 갑자기 옛 기억을 떠올리며 그녀와 눈을 맞추며 웃었다. 그에 서정원이 잠깐 기억을 되짚더니 이내 똑같이 웃으며 말했다."아! 나 기억났어요. 거기
서정원은 유나가 또 황찬성 때문에 그러는 줄 알고 강석일 박사님을 모셔왔는데, 황찬성이 아닌 임재민 때문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신세를 많이 지네...’ 유나는 고개를 숙이고 자신을 비웃는 듯했다. 바로 이때 문밖에서 유나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유나야, 깼어? 깼으면 나와서 아침 먹어.”유나 엄마는 유나가 임씨 집안에서 혹시라도 괴롭힘당하지 않을까 걱정되어 마음먹고 임씨 집안에서 유나를 보살피며 함께 있어 줄 생각이었다.유나는 알았다고 답하고 방문을 나섰다. 아침 밥상 분위기는 아주 고요했다. 이송혜는 유나를 아예
“강 박사님, 제발, 제발 임재민 좀 구해주세요. 이 사람 다 저 때문에 이렇게 된 거란 말이에요. 저 진짜 임재민을 이렇게 가만히 내버려 둘 수는 없어요...”강석일은 그러는 유나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강제로 뇌에 있는 핏덩어리를 없애려고 뇌에 침을 놓는 것도 위험합니다. 이분 같은 상황은 제가 꼭 성공한다고 보장할 수 없습니다. 그냥 최선을 다하겠다고밖에 할 말이 없네요.”바로 이때, 이송혜가 병실로 들어왔다. 이송혜는 강석일을 보고 순간 멈칫했다. 그녀가 입을 열려고 할 때 유나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부드러운 목
“됐어, 애도 가졌으니까 잘 먹고 영양도 제대로 섭취해야지.”이송혜는 유나를 보면서 웃지는 않았지만 말투가 예전과 달리 조금 부드러워졌다. 그녀는 유나의 배를 힐긋 보고는 집에 있는 아줌마를 불렀다.“유 아주머니.”유 아주머니라고 불리는 중년 여성 한 분이 이송혜의 부름 소리를 듣고 이송혜에게로 다가왔다.“네, 사모님, 부르셨습니까?”이송혜는 비록 마음에 내키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유 아줌마한테 말했다.“조금 있다 나가서 오리 한 마리 사 오세요. 그리고 아줌마가 잘하는 오리 백숙 끓여서 얘한테 줘요. 재민이
수잔은 계속 레오에게 밀리는 자신의 처지가 매우 불만족스러웠고 이번 대회를 통해 레오가 누구인지 직접 볼 예정이었다.수잔은 한 달 정도 앞당겨 파리에 도착해 디자인 설계를 위해 영감을 찾고 있었다. 그녀는 대회에서 모든 사람을 놀라게 할 만큼의 우수한 작품을 창작해서 일등 자리를 되찾고 레오에게 본때를 보여줄 생각이었다.며칠 동안, 수잔은 스케치하러 밖을 나가는 걸 빼곤 계속 작업실에서 패션 디자인 설계도를 고치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을 시켜 레오의 신분을 찾게 했다.“찾았어?”수잔은 전화를 받고 조급하게 물었다.전화 너머
“레오와 엄청 잘 아는 사이인데 또 나를 도울 수 있다고...”수잔은 눈을 가늘 게 뜨고 오청연이 했던 말을 되뇌이며 중얼거렸다. 왠지 모르게 수잔은 불안감이 들었다.“난 그쪽 잘 모르는데, 원하는 게 뭐죠?”“절 모른다는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별문제가 되지는 않아요.”오청연은 수잔의 얼굴을 보면서 말했다.‘역시 내 예상대로 너무 멍청한 여자는 아니네.’“그럼 먼저 자아 소개부터 하죠. 해성시 오씨 가문 아가씨, 오청연이라고 합니다. 전에 예술에 관한 뉴스 보도와 신문을 보았다면 아마 제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그러게요. 저도 서정원 같은 독한 여자가 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수잔 씨가 걱정되어서 찾아왔어요. 전에 계속 일등상을 받던 수잔 씨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서정원에게 상을 뺏겨서 불만스러워하고 있다는 걸 저도 잘 알고 있어요.”오청연은 수잔의 속마음을 잘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오청연도 많은 일을 겪고 세상 물정과 인간관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는지라 수잔의 눈에 숨겨져 있는 욕망과 오만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하지만 수잔도 경각심이 높았는지라 오청연의 말을 믿기는 했지만, 아직도 그녀를 완전히 믿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