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하게 도착한 의사와 간호사는 심준호를 구급차에 태운 뒤 응급조치를 취했고 서정원은 패닉에 빠진 채로 피 때문에 빨갛게 물들어진 그의 옷을 바라보았다.서정원은 단 한 번도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그녀는 친구가 자신을 위해 총을 대신 맞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서정원은 촬영 현장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병원에 도착했다. 의사들은 부랴부랴 심준호를 수술실로 옮겼고 서정원은 밖에 놓인 벤치에 앉아 두 손을 꼭 맞잡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손가락이 떨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의사들이 다시 나오더니 문밖에 있던 서정원을
‘설마 현장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그는 휴대전화를 꺼냈고 휴대전화 위쪽에 기사가 떴다.‘패왕 별희 촬영 현장 혼란에 빠져, 배우 심준호 총에 맞아 생명 위험!’최성운은 미간을 구겼다.‘심준호가 총에 맞았다고?’뭔가를 떠올린 그는 황급히 운전해서 병원으로 향했다.병원에 도착한 최성운은 미친 사람처럼 심준호가 들어간 수술실이 있는 층으로 향했다. 때마침 설비 준비를 마치고 수술실로 들어가려던 의사가 달려오던 최성운과 마주쳤다.“들어가시면 안 됩니다!”최성운은 다른 걸 신경 쓸 새가 없었다. 수술실 안으로 달려간 그는
서정원은 최성운의 노여움 가득한 표정을 바라보다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냉정해지려 노력했다.“무슨 일이든 일단 준호 씨 수술 끝나고 나서 얘기해요. 혹시 소문이라도 나면 좋지 못한 영향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최성운은 비록 화가 났지만 서정원의 말이 옳다는 건 인정해야만 했다. 그는 애써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그러면 심준호 수술 끝난 뒤에 다시 얘기해요. 나한테 반드시 설명해야 할 거예요.”그렇게 시간은 일분일초 흘렀다. 수술실 입구의 표시등에는 여전히 ‘수술 중’이라는 세 글자가 밝혀져 있었다.서정원은 촬영 현장이 어
주가영은 당황했다. 한남뉴타운으로 온 뒤로 최성운이 이랬던 적은 없었다.그녀는 입술을 말아 물었다가 그의 안색을 살피고는 서재에서 나갔다.병원.최성운이 떠난 뒤로 서정원은 줄곧 병실 안에 앉아있었다. 그녀는 병상 위 여전히 두 눈을 꾹 감고 있는 심준호를 바라보고 있었다.심준호는 이제 막 수술을 마쳤고 상처도 다 처리했다. 서정원은 입술을 꾹 다문 채로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서정원은 자신을 향한 심준호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대체 뭘 어떻게 할 수 있을까?갑자기 울린 알람 소리에 서정원은 문득
“누구시죠? 저희 어디서 만난 적이 있나요?”여자는 살짝 당황하더니 손을 뻗어 자기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곧이어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젓더니 나직하게 대꾸했다.“죄송해요. 제 친구랑 닮아서 잠깐 오해했어요.”손윤서는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비록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손윤서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 뒤 짐 정리를 위해 간호사를 따라 병실로 걸음을 옮겼다.조금 전 그 여자는 손윤서가 병실 안으로 들어간 뒤 고개를 돌려 손윤서가 있는 방향을 힐끗 보았다. 그녀는 눈을 살짝 가늘게 뜨며 웃음기 어린 눈빛을 보
“백유란을 구해달라고요?”그 말을 들은 손윤서는 우스운 얘기라도 들은 듯이 끝 음을 높이 올리며 조롱하듯 그의 말을 반복했다. 그녀의 얼굴에 경멸에 찬 미소가 드리워졌다.“아저씨, 제 말이 좀 귀에 거슬릴 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어른을 공경하지 않는 건 아니에요. 저번에 유란이는 해커를 고용해서 스타진 엔터의 회사 기밀을 빼내려고 했어요. 그때 이미 경찰서에 한 번 들어갔었죠. 그리고 그때 아저씨는 직접 사람을 찾아 속만 태우는 딸 유란이를 경찰서에서 빼냈어요.”“그런데 이번에는 어땠죠? 유란이는 직접 총을 들고 촬
게다가 심준호가 깨어난다면 많은 영양을 보충할 필요가 있었다.“으음..”서정원이 침대 곁에 앉아 사과를 깎고 있을 때 갑자기 병상에서 미약한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 보니 심준호의 속눈썹이 팔락거리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깨어날 듯 보였다.서정원은 기쁜 얼굴로 얼른 과일칼을 내려놓고 침대 옆에 있는 호출 벨을 눌렀다.“의사 선생님, 간호사님!”잠시 뒤, 당직이던 의사와 간호사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서정원은 급히 자리를 비키며 옆에서 말했다.“곧 깨어날 것 같아요. 한 번 봐주세요.”그들은 한참을 바삐 움직였다. 심준
“성운 씨, 성운 씨! 뭐 하는 거예요? 이거 놔요!”두 사람은 서로 밀고 당겼다. 서정원은 최성운에게 끌려 억지로 병실에서 나와야 했다. 복도로 나오자 서정원은 힘껏 손목을 당기며 최성운을 멈춰 세우려 했다.최성운은 갑자기 우뚝 멈춰 서더니 서정원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서정원은 내친김에 손목을 빼냈고 다른 한 손으로 반대쪽 손목을 잡았다.“질투하지 마요...”“정원 씨는 내 여자친구예요.”최성운은 기분이 몹시 언짢았다. 그는 심준호가 왜 아직도 서정원을 포기하지 않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서정원에게 그라는 남자친구가
이제 모든 하객이 자리에 앉았다.그들은 서로 축복의 말을 건네며 최성운과 서정원의 행복을 기원했다.최성운과 서정원은 한복을 바꿔입고 피로연을 시작했다. 피로연은 서양식으로 하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중간에 뷔페를 준비했다.하여 최성운과 서정원의 한복은 자리와 아주 잘 어울렸다.“하객 여러분, 우리 모두 잔을 들어주세요. 신랑의 감사 인사가 있고 난 후 함께 건배하겠습니다.”사회자의 말을 들은 최성운은 술잔을 들고 중앙으로 걸어왔다.서정원도 옆에 함께 했는데 이제 부창부수 같은 느낌을 주었다. 최성운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이런 능력도 있었어요? 그리고 비행기에 칠 한 그림은 얼마나 낭비예요!”서정원은 비록 입으로는 최성운을 혼냈지만, 그녀의 말투는 아주 부드러웠다. 서정원의 말을 듣고 있는 최성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배운 지는 오래됐어. 다만 면허증이 이제 막 나와서 경험이 풍부한 조수가 필요해.”“내가 경험이 조금 더 풍부해지면, 혼자서 다 태우고 세계여행을 떠날 수도 있어. 그때가 되면 우리는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어.”이 말을 들은 서정원은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최성운이 그 답을
최성운은 서정원의 몸매에 꼭 맞는 웨딩드레스를 몇 벌 제작했다. 이제 서정원이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선택하기만 하면 바로 입을 수 있다.“얼른 마음에 드는 거로 선택해. 난 네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너무 기대돼.”서정원은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그녀는 드레스를 손에 쥐고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하며 내려놓기 아쉬워했다.“너는 어떤 걸 입어도 다 잘 어울려. 게다가 너는 참 안목도 좋아. 내 생각에는 성운 씨도 네가 이 드레스를 입기를 바랐던것 같아. 이 장식과 포인트를 봐.”연채린이 드레스 윗부분을 가리키자, 서
“제가 왜 이런 식으로 온 세상 사람들이 저를 비웃게 하는데요?”연채린은 손사래를 쳤다. 둘 사이에는 이미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 서정원이 말했던 적이 있다.지금 연채린도 이런 태도로 서정원에게 두 사람 사이에 감사하다는 말이 왜 필요가 없는지 알려줬다.“오히려 비웃음보다 축복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은 누구나 부러울 테니까.”“제가 이 결혼식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을 최성운이 직접 준비했는데요.”서정원도 마음속으로 매우 행복하다고 느꼈고, 연신 고개를 끄
서정원은 원래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이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최성운이 이렇게 일찍부터 준비할 줄은 몰랐다.서정원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당황했다.비록 최성운이 외진 곳에 가서 하는 일들을 수없이 생각했지만, 그런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그게 현실이 됐으니, 서정원은 설렘도 있고, 얼굴에는 달콤한 미소밖에 보이지 않았다.“정말 최성운 씨를 보면 혼내야 할지, 칭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알려주세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연채린은 일부러 서정원을 놀렸다. 지금 서정원은 기분도 좋고, 최성운의 계획에 아
연채린이 제공한 답은 오랜 사고 끝에 나온 것이다.연채린은 최성운이 외진 곳에 있으니, 아무리 서정원이 말한 대로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동시에 외국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관계자가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이 웃음꽃이 피었다.왜냐하면 최성운이 걸어온 전화이기 때문이다.“회장님, 지금 가족분들이 미치도록 회장님을 찾고 있어요.”“최대한 빨리 가족분들이랑 연락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니면 어떻게 할지 모릅니다.”최성운은 이 말을 듣고 몇 마디 위로의 말을 하는데, 전화 너머 그쪽 회사 운영자가 당분간
연채린은 지금 서정원이 손해를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그 어떤 왜곡된 일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연채린은 최미자보고 최건국에게 알리라고 했다. 언론의 힘을 이용해 해결하려고 했다.만약 그게 네티즌들이 혼자서 소설을 쓰는 것이라면 연채린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최건국은 그런 사람들과 다르게 그런 적이 없다.연채린은 기사를 사서 전체적인 언론 방향을 바로 잡았다. 최건국도 언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그들을 이용해 일을 해결할 줄도 안다.지금 그 방법도 최건국과 매니저가 함께 생각한 방법의 하나이다.“
조사랑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은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아무튼 조사랑이 제안한 방법으로 최성운을 찾을 수만 있으면 된다.서정원도 그들에게 그깟 몇 푼을 빼앗겨도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저는 다른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최성운에 대한 소식이 생기면, 바로 전단지에 남긴 전화번호를 걸면 됩니다.”서정원은 또 한 번 감사의 표시를 하고 그들을 내보냈다. 연채림은 소파에 앉아 지켜보았는데, 그들이 도대체 어떻게 하
이 사람들은 기레기다. 전에 최성운한테 한번 당해본 기자들이다.“최성운과 서정원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 이익의 문제 때문이다. 회사 경영 문제로 삼아 지금의 다툼이 생긴 모양이다.”“겉으로는 서로 사랑하는 부부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서정원이 지금 한 행동 역시, 최성운을 찾아서 회사를 빼앗기 위한 수단이다.”“만약 서정원이 권력을 선에 쥐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일을 하더라도 결국 최성운 밑에서 일을 하는 직원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그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언론사 기자들이 쓴 기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