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원 옆에 있던 중년 남자가 말했다.“당신들이 말한 그 사람, 제가 교외에서 낚시할 때 한 번 봤었거든요. 여기서 삼십 분이면 갈 수 있어요. 아, 그 근처에 인공 호수가 있어서 찾기 쉬울 거예요.”유나는 감정이 격앙되어 울고 싶기도, 웃고 싶기도 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서정원의 손을 꽉 잡았다. 서정원은 그녀의 등을 토닥여 주었고 중년 남자에게 인공 호수의 구체적인 위치를 물은 뒤 운전해서 그곳으로 향했다.이때 교외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서정원 일행은 차에서 내린 뒤 황찬성을 찾기 시작했다. 유나는 작은 언덕 쪽으로
강석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황찬성의 오른 다리를 본 순간 그의 표정이 심각해졌다.유나는 계속 황찬성을 부축하고 있었다. 그녀는 긴장한 얼굴로 강석일을 바라보았다. 서정원의 눈빛을 본 뒤 그녀는 천천히 황찬성을 옆에 놓인 의자로 부축해 갔다.황찬성의 오른 다리를 감싼 낡은 붕대를 푼 강석일은 그의 상처가 악화했음을 발견했다.강석일은 입술을 꾹 다문 채 황찬성의 상처를 자세히 살폈다. 그는 손으로 주변 피부를 꾹꾹 눌러봤는데 황찬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식은땀까지 흘려댔다. 그는 이를 악물면서도 앓는 소리 한 번 내지 않았다.
서정원은 유나를 붙잡더니 고개를 저으며 그녀를 위로했다.“걱정하지 말아요. 목덜미의 혈자리를 눌러서 잠깐 조용해지게 만든 거니까요. 이래야 아저씨가 안심하고 그에게 침을 놓을 수 있어요.”곧이어 고개를 돌린 서정원은 소독한 침을 들고 다가오는 강석일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아저씨, 부탁드릴게요.”...황찬성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저녁이었다. 유나는 그의 곁에 앉아있었고 손에는 죽 한 그릇을 들고 있었다.시선을 내려뜨린 황찬성은 새 붕대로 감싸인 자신의 오른 다리를 바라보았다.“찬성 씨, 드디어 깨났네. 다행이야.
"...응? 나 안 취했어. 안 취했는데..."유나는 의식이 흐려갈 때쯤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홱 돌려보니 임재민의 얼굴이 보였다. 그녀는 술로 빨갛게 물든 얼굴로 배시시 웃으며 임재민의 소매 끝을 당겼다."어? 임재민이잖아? 네가 왜 여기 있어? 잘됐다. 너 내 술친구 좀 해!"임재민은 유나의 강경한 말투에 하는 수없이 그녀 옆에 앉았다."자! 건배!"유나는 옆에 있는 술잔 하나를 집어 들어 술을 따르고는 임재민한테 건넸다. 하지만 임재민은 건네주는 술을 받지 않고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유나를 바라봤다.'며칠 새에 많
"어젯밤 일, 나 기억 안 나. 그러니까 너도 잊어."유나는 어느새 옷을 다 입고는 가방을 들고 방을 나섰다. 혼란스럽기 그지없는 이 상황에서 임재민과는 1초라도 얼굴을 맞대고 싶지 않았다.병원에 도착해서도 유나는 황찬성을 옆에 두고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는 사람처럼 혼자 넋 놓기 일쑤였다.황찬성은 병원에 온 다음부터 유나한테 모진 말만 늘어놨지만, 진심은 아니었다.'오늘은 유나가 좀 이상한데, 무슨 일 있나?'황찬성은 그런 유나가 신경이 쓰이는지 몰래 그녀의 얼굴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걱정이 되었지만 차마 물어볼 수가
"확실한 거지?"손윤서는 미심쩍은 얼굴로 백유란을 바라봤다. 하지만 확신에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백유란을 보며 그제야 만족스럽다는 듯 웃었다. 오랜 시간 동안 손윤서 옆에서 갖가지 계략을 짜줬던 사람이 백유란이다."좋아, 그럼 난 좋은 소식 기대하고 있을게."저녁, 서정원이 일을 마치고 병원으로 달려왔고 유나는 이제 막 병실을 나가려는 듯했다. 그리고는 병실로 들어선 서정원을 보더니 잠깐 흠칫했다."유나 씨."서정원이 먼저 입을 열었고 이내 누워있는 황찬성을 보고는 말했다."황찬성 씨, 다리는 좀 어때요? 좀 괜찮아
유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애써 괜찮은 척 웃어줬다."고마워요. 정원 씨 덕분에 마음이 한결 편해진 것 같아요. 저 이만 가볼게요. 정원 씨도 얼른 들어가요."서정원은 축 처진 유나의 뒷모습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마음속에서 꺼내지 못했던 말을 다시 삼켰다.'그래, 유나 씨가 가장 힘들 거야...'...임재민은 연결이 되지 않는 전화기만 바라보며 얼굴을 잔뜩 구겼다. 벌써 하루가 다 지났는데 유나하고는 아무런 연락도 닿지 않는다. 전화를 해보면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거나 신호가 가도 받는 사람은 없었다.호텔로 찾아가 봐도 역
"진심이야!"임재민은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며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이렇게까지 확신을 가졌던 적은 없을 거야. 내가 평생 옆에서 지켜주고 싶은 사람은 유나 누나뿐이야.''우리 둘 다 사고였다고는 하나 남자로서 책임을 지는 건 당연해.'서정원은 그럼에도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유나가 마음속 깊이 사랑하고 있는 상대가 누구인지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하지만 임재민이 이렇게까지 얘기하는 걸 보면 절대 장난은 아니야...'"이거, 참..."서정원의 갈팡질팡 대는 마음을 알아챈 임재민이 쐐기를 박았다."정원 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