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윤서의 자신감 넘치는 말을 듣자 심준호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사무실 책상에 기댄 채로 정색해서 말했다.“손윤서 씨, 솔직히 얘기해서 당신은 너무 순진해요. 만약 최성운과 정원이가 당신이랑 내 몇 마디에 헤어질 거였으면 당신이 오늘 날 찾아오지도 않았겠죠.”정곡을 찔린 손윤서는 주먹을 꽉 쥐면서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미소가 옅어졌다.“그래서요?”심준호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덤덤한 눈빛으로 손윤서를 바라보며 가차 없이 말했다.“그러니까 난 당신과 협력할 생각이 없어요. 난 절대 그렇게 비열한 수단으로 정원이를
“알겠어요.”최성운은 어두워진 눈빛으로 서정원을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비록 그의 눈빛에서는 여전히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지만, 그는 결국 타협하는 걸 선택했다.그는 손을 놓고 몸을 일으킨 뒤 허탈한 표정으로 서정원의 곁에 앉았다.서정원은 애써 참는 그의 모습에 어쩐지 마음이 약해졌다. 그녀는 섬섬옥수로 최성운의 어깨를 끌어당긴 뒤 그에게 기대었고 시선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잖아요, 그렇죠?”최성운은 고개를 살짝 돌려 서정원의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봤다. 그는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그렇죠.
경호원 옆에 있던 중년 남자가 말했다.“당신들이 말한 그 사람, 제가 교외에서 낚시할 때 한 번 봤었거든요. 여기서 삼십 분이면 갈 수 있어요. 아, 그 근처에 인공 호수가 있어서 찾기 쉬울 거예요.”유나는 감정이 격앙되어 울고 싶기도, 웃고 싶기도 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서정원의 손을 꽉 잡았다. 서정원은 그녀의 등을 토닥여 주었고 중년 남자에게 인공 호수의 구체적인 위치를 물은 뒤 운전해서 그곳으로 향했다.이때 교외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서정원 일행은 차에서 내린 뒤 황찬성을 찾기 시작했다. 유나는 작은 언덕 쪽으로
강석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황찬성의 오른 다리를 본 순간 그의 표정이 심각해졌다.유나는 계속 황찬성을 부축하고 있었다. 그녀는 긴장한 얼굴로 강석일을 바라보았다. 서정원의 눈빛을 본 뒤 그녀는 천천히 황찬성을 옆에 놓인 의자로 부축해 갔다.황찬성의 오른 다리를 감싼 낡은 붕대를 푼 강석일은 그의 상처가 악화했음을 발견했다.강석일은 입술을 꾹 다문 채 황찬성의 상처를 자세히 살폈다. 그는 손으로 주변 피부를 꾹꾹 눌러봤는데 황찬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식은땀까지 흘려댔다. 그는 이를 악물면서도 앓는 소리 한 번 내지 않았다.
서정원은 유나를 붙잡더니 고개를 저으며 그녀를 위로했다.“걱정하지 말아요. 목덜미의 혈자리를 눌러서 잠깐 조용해지게 만든 거니까요. 이래야 아저씨가 안심하고 그에게 침을 놓을 수 있어요.”곧이어 고개를 돌린 서정원은 소독한 침을 들고 다가오는 강석일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아저씨, 부탁드릴게요.”...황찬성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저녁이었다. 유나는 그의 곁에 앉아있었고 손에는 죽 한 그릇을 들고 있었다.시선을 내려뜨린 황찬성은 새 붕대로 감싸인 자신의 오른 다리를 바라보았다.“찬성 씨, 드디어 깨났네. 다행이야.
"...응? 나 안 취했어. 안 취했는데..."유나는 의식이 흐려갈 때쯤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홱 돌려보니 임재민의 얼굴이 보였다. 그녀는 술로 빨갛게 물든 얼굴로 배시시 웃으며 임재민의 소매 끝을 당겼다."어? 임재민이잖아? 네가 왜 여기 있어? 잘됐다. 너 내 술친구 좀 해!"임재민은 유나의 강경한 말투에 하는 수없이 그녀 옆에 앉았다."자! 건배!"유나는 옆에 있는 술잔 하나를 집어 들어 술을 따르고는 임재민한테 건넸다. 하지만 임재민은 건네주는 술을 받지 않고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유나를 바라봤다.'며칠 새에 많
"어젯밤 일, 나 기억 안 나. 그러니까 너도 잊어."유나는 어느새 옷을 다 입고는 가방을 들고 방을 나섰다. 혼란스럽기 그지없는 이 상황에서 임재민과는 1초라도 얼굴을 맞대고 싶지 않았다.병원에 도착해서도 유나는 황찬성을 옆에 두고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는 사람처럼 혼자 넋 놓기 일쑤였다.황찬성은 병원에 온 다음부터 유나한테 모진 말만 늘어놨지만, 진심은 아니었다.'오늘은 유나가 좀 이상한데, 무슨 일 있나?'황찬성은 그런 유나가 신경이 쓰이는지 몰래 그녀의 얼굴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걱정이 되었지만 차마 물어볼 수가
"확실한 거지?"손윤서는 미심쩍은 얼굴로 백유란을 바라봤다. 하지만 확신에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백유란을 보며 그제야 만족스럽다는 듯 웃었다. 오랜 시간 동안 손윤서 옆에서 갖가지 계략을 짜줬던 사람이 백유란이다."좋아, 그럼 난 좋은 소식 기대하고 있을게."저녁, 서정원이 일을 마치고 병원으로 달려왔고 유나는 이제 막 병실을 나가려는 듯했다. 그리고는 병실로 들어선 서정원을 보더니 잠깐 흠칫했다."유나 씨."서정원이 먼저 입을 열었고 이내 누워있는 황찬성을 보고는 말했다."황찬성 씨, 다리는 좀 어때요? 좀 괜찮아
이제 모든 하객이 자리에 앉았다.그들은 서로 축복의 말을 건네며 최성운과 서정원의 행복을 기원했다.최성운과 서정원은 한복을 바꿔입고 피로연을 시작했다. 피로연은 서양식으로 하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중간에 뷔페를 준비했다.하여 최성운과 서정원의 한복은 자리와 아주 잘 어울렸다.“하객 여러분, 우리 모두 잔을 들어주세요. 신랑의 감사 인사가 있고 난 후 함께 건배하겠습니다.”사회자의 말을 들은 최성운은 술잔을 들고 중앙으로 걸어왔다.서정원도 옆에 함께 했는데 이제 부창부수 같은 느낌을 주었다. 최성운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이런 능력도 있었어요? 그리고 비행기에 칠 한 그림은 얼마나 낭비예요!”서정원은 비록 입으로는 최성운을 혼냈지만, 그녀의 말투는 아주 부드러웠다. 서정원의 말을 듣고 있는 최성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배운 지는 오래됐어. 다만 면허증이 이제 막 나와서 경험이 풍부한 조수가 필요해.”“내가 경험이 조금 더 풍부해지면, 혼자서 다 태우고 세계여행을 떠날 수도 있어. 그때가 되면 우리는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어.”이 말을 들은 서정원은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최성운이 그 답을
최성운은 서정원의 몸매에 꼭 맞는 웨딩드레스를 몇 벌 제작했다. 이제 서정원이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선택하기만 하면 바로 입을 수 있다.“얼른 마음에 드는 거로 선택해. 난 네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너무 기대돼.”서정원은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그녀는 드레스를 손에 쥐고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하며 내려놓기 아쉬워했다.“너는 어떤 걸 입어도 다 잘 어울려. 게다가 너는 참 안목도 좋아. 내 생각에는 성운 씨도 네가 이 드레스를 입기를 바랐던것 같아. 이 장식과 포인트를 봐.”연채린이 드레스 윗부분을 가리키자, 서
“제가 왜 이런 식으로 온 세상 사람들이 저를 비웃게 하는데요?”연채린은 손사래를 쳤다. 둘 사이에는 이미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 서정원이 말했던 적이 있다.지금 연채린도 이런 태도로 서정원에게 두 사람 사이에 감사하다는 말이 왜 필요가 없는지 알려줬다.“오히려 비웃음보다 축복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은 누구나 부러울 테니까.”“제가 이 결혼식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을 최성운이 직접 준비했는데요.”서정원도 마음속으로 매우 행복하다고 느꼈고, 연신 고개를 끄
서정원은 원래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이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최성운이 이렇게 일찍부터 준비할 줄은 몰랐다.서정원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당황했다.비록 최성운이 외진 곳에 가서 하는 일들을 수없이 생각했지만, 그런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그게 현실이 됐으니, 서정원은 설렘도 있고, 얼굴에는 달콤한 미소밖에 보이지 않았다.“정말 최성운 씨를 보면 혼내야 할지, 칭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알려주세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연채린은 일부러 서정원을 놀렸다. 지금 서정원은 기분도 좋고, 최성운의 계획에 아
연채린이 제공한 답은 오랜 사고 끝에 나온 것이다.연채린은 최성운이 외진 곳에 있으니, 아무리 서정원이 말한 대로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동시에 외국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관계자가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이 웃음꽃이 피었다.왜냐하면 최성운이 걸어온 전화이기 때문이다.“회장님, 지금 가족분들이 미치도록 회장님을 찾고 있어요.”“최대한 빨리 가족분들이랑 연락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니면 어떻게 할지 모릅니다.”최성운은 이 말을 듣고 몇 마디 위로의 말을 하는데, 전화 너머 그쪽 회사 운영자가 당분간
연채린은 지금 서정원이 손해를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그 어떤 왜곡된 일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연채린은 최미자보고 최건국에게 알리라고 했다. 언론의 힘을 이용해 해결하려고 했다.만약 그게 네티즌들이 혼자서 소설을 쓰는 것이라면 연채린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최건국은 그런 사람들과 다르게 그런 적이 없다.연채린은 기사를 사서 전체적인 언론 방향을 바로 잡았다. 최건국도 언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그들을 이용해 일을 해결할 줄도 안다.지금 그 방법도 최건국과 매니저가 함께 생각한 방법의 하나이다.“
조사랑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은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아무튼 조사랑이 제안한 방법으로 최성운을 찾을 수만 있으면 된다.서정원도 그들에게 그깟 몇 푼을 빼앗겨도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저는 다른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최성운에 대한 소식이 생기면, 바로 전단지에 남긴 전화번호를 걸면 됩니다.”서정원은 또 한 번 감사의 표시를 하고 그들을 내보냈다. 연채림은 소파에 앉아 지켜보았는데, 그들이 도대체 어떻게 하
이 사람들은 기레기다. 전에 최성운한테 한번 당해본 기자들이다.“최성운과 서정원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 이익의 문제 때문이다. 회사 경영 문제로 삼아 지금의 다툼이 생긴 모양이다.”“겉으로는 서로 사랑하는 부부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서정원이 지금 한 행동 역시, 최성운을 찾아서 회사를 빼앗기 위한 수단이다.”“만약 서정원이 권력을 선에 쥐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일을 하더라도 결국 최성운 밑에서 일을 하는 직원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그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언론사 기자들이 쓴 기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