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운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놓아줬다. 서정원은 많이 취한 유나를 부축해 일으켰고 세 사람은 바를 나섰다....경찰서.안나는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었다. 만약 정말 절도죄가 성립된다면 그녀의 남은 인생은 끝장이었다.‘분명 서정원이 손을 썼을 거야. 이 뻔뻔하고 천박한 년!’바로 그때, 검은 정장에 안경을 쓴 남자가 경찰서 안으로 들어왔다.“안나 씨, 이만 돌아가세요.”“진짜요?”안나는 신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이분이 안나 씨 신원을 보증하고 벌금까지 내줬거든요. 이만 가봐도 돼요.”경찰이 문을 두드리며 기계적
손윤서의 자신감 넘치는 말을 듣자 심준호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사무실 책상에 기댄 채로 정색해서 말했다.“손윤서 씨, 솔직히 얘기해서 당신은 너무 순진해요. 만약 최성운과 정원이가 당신이랑 내 몇 마디에 헤어질 거였으면 당신이 오늘 날 찾아오지도 않았겠죠.”정곡을 찔린 손윤서는 주먹을 꽉 쥐면서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미소가 옅어졌다.“그래서요?”심준호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덤덤한 눈빛으로 손윤서를 바라보며 가차 없이 말했다.“그러니까 난 당신과 협력할 생각이 없어요. 난 절대 그렇게 비열한 수단으로 정원이를
“알겠어요.”최성운은 어두워진 눈빛으로 서정원을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비록 그의 눈빛에서는 여전히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지만, 그는 결국 타협하는 걸 선택했다.그는 손을 놓고 몸을 일으킨 뒤 허탈한 표정으로 서정원의 곁에 앉았다.서정원은 애써 참는 그의 모습에 어쩐지 마음이 약해졌다. 그녀는 섬섬옥수로 최성운의 어깨를 끌어당긴 뒤 그에게 기대었고 시선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잖아요, 그렇죠?”최성운은 고개를 살짝 돌려 서정원의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봤다. 그는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그렇죠.
경호원 옆에 있던 중년 남자가 말했다.“당신들이 말한 그 사람, 제가 교외에서 낚시할 때 한 번 봤었거든요. 여기서 삼십 분이면 갈 수 있어요. 아, 그 근처에 인공 호수가 있어서 찾기 쉬울 거예요.”유나는 감정이 격앙되어 울고 싶기도, 웃고 싶기도 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서정원의 손을 꽉 잡았다. 서정원은 그녀의 등을 토닥여 주었고 중년 남자에게 인공 호수의 구체적인 위치를 물은 뒤 운전해서 그곳으로 향했다.이때 교외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서정원 일행은 차에서 내린 뒤 황찬성을 찾기 시작했다. 유나는 작은 언덕 쪽으로
강석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황찬성의 오른 다리를 본 순간 그의 표정이 심각해졌다.유나는 계속 황찬성을 부축하고 있었다. 그녀는 긴장한 얼굴로 강석일을 바라보았다. 서정원의 눈빛을 본 뒤 그녀는 천천히 황찬성을 옆에 놓인 의자로 부축해 갔다.황찬성의 오른 다리를 감싼 낡은 붕대를 푼 강석일은 그의 상처가 악화했음을 발견했다.강석일은 입술을 꾹 다문 채 황찬성의 상처를 자세히 살폈다. 그는 손으로 주변 피부를 꾹꾹 눌러봤는데 황찬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식은땀까지 흘려댔다. 그는 이를 악물면서도 앓는 소리 한 번 내지 않았다.
서정원은 유나를 붙잡더니 고개를 저으며 그녀를 위로했다.“걱정하지 말아요. 목덜미의 혈자리를 눌러서 잠깐 조용해지게 만든 거니까요. 이래야 아저씨가 안심하고 그에게 침을 놓을 수 있어요.”곧이어 고개를 돌린 서정원은 소독한 침을 들고 다가오는 강석일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아저씨, 부탁드릴게요.”...황찬성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저녁이었다. 유나는 그의 곁에 앉아있었고 손에는 죽 한 그릇을 들고 있었다.시선을 내려뜨린 황찬성은 새 붕대로 감싸인 자신의 오른 다리를 바라보았다.“찬성 씨, 드디어 깨났네. 다행이야.
"...응? 나 안 취했어. 안 취했는데..."유나는 의식이 흐려갈 때쯤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홱 돌려보니 임재민의 얼굴이 보였다. 그녀는 술로 빨갛게 물든 얼굴로 배시시 웃으며 임재민의 소매 끝을 당겼다."어? 임재민이잖아? 네가 왜 여기 있어? 잘됐다. 너 내 술친구 좀 해!"임재민은 유나의 강경한 말투에 하는 수없이 그녀 옆에 앉았다."자! 건배!"유나는 옆에 있는 술잔 하나를 집어 들어 술을 따르고는 임재민한테 건넸다. 하지만 임재민은 건네주는 술을 받지 않고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유나를 바라봤다.'며칠 새에 많
"어젯밤 일, 나 기억 안 나. 그러니까 너도 잊어."유나는 어느새 옷을 다 입고는 가방을 들고 방을 나섰다. 혼란스럽기 그지없는 이 상황에서 임재민과는 1초라도 얼굴을 맞대고 싶지 않았다.병원에 도착해서도 유나는 황찬성을 옆에 두고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는 사람처럼 혼자 넋 놓기 일쑤였다.황찬성은 병원에 온 다음부터 유나한테 모진 말만 늘어놨지만, 진심은 아니었다.'오늘은 유나가 좀 이상한데, 무슨 일 있나?'황찬성은 그런 유나가 신경이 쓰이는지 몰래 그녀의 얼굴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걱정이 되었지만 차마 물어볼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