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영은 다급히 따라갔다. 그녀는 반드시 오빠를 볼 생각이었다.다행히도 셋째 오빠는 손전등을 켜고 사람을 찾는 데 여념이 없어 맨 뒤에 있던 주가영을 신경 쓰지 않았다.벼랑에 도착했을 때 주가영은 여자아이만 벼랑 끝에 서 있고, 오빠는 보이지 않는 걸 발견했다.셋째 오빠는 자신의 대머리를 쓱 만지더니 바닥에 침을 뱉었다.“빌어먹을, 재수가 없네... 그래도 한 명이라도 잡았으니 망정이지. 데려가!”곧이어 남자 몇 명이 여자아이를 둘러쌌다. 그들은 호시탐탐 아이를 노려보며 잡아서 데려가려 했다.여자아이는 그들의 기세에 겁을
“맞는 말이에요.”아버지의 사고 얘기가 나오자 최성운의 표정이 굳었다.아들로서 그에게는 그때 그 사고의 진실을 알아낼 책임이 있었다. 그는 절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일이 흐지부지 끝나게 놔둘 수 없었다.그러나 동시에 서정원과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았다.아주 짧은 순간이라 할지라도 말이다.최성운은 서정원의 볼을 감싸 쥐고 그녀의 귓볼을 만지작거렸다.그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여 꿈에도 그리던 그녀의 붉은 입술에 입을 맞췄다. 서정원의 허리에 둘렀던 그의 손에도 천천히 힘이 들어갔다. 그는 참을성 있게,
유나는 줄곧 황찬성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꿈틀거릴 때 유나는 단번에 잠에서 깼다.눈을 뜨자 정신을 차린 황찬성의 모습이 보였다.며칠 내내 불안에 떨었던 그녀는 그제야 조금 안도했다.유나는 기쁜 마음에 황찬성을 와락 끌어안았고,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이내 참지 못하고 눈물을 터뜨렸다.“찬성 씨, 드디어, 드디어 깨어났네! 정말 다행이야... 걱정돼서 죽는 줄 알았어!”황찬성은 미간을 구겼다. 그는 삭신이 쑤셨고 특히 오른 다리가 심하게 아팠다.‘이게 어떻게 된 거지?’기억이 차츰 돌아왔다. 황찬성은 자신이 교
“유나 씨, 울지 마요.”말을 마친 뒤 서정원은 고개를 숙여 들것 위에 누워있는 황찬성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황찬성 씨, 오늘 당신에게 이런 얘기를 할 생각은 없었는데 정말 너무하네요. 유나 씨는 당신이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시골에 지진이 일어났다는 걸 알고 곧바로 저와 함께 밤새 이곳으로 왔어요. 여기 상황이 어떤지 당신도 알고 있겠죠. 여진이 끊이질 않았어요... 우리는 당신을 구하기 위해 목숨까지 걸었다고요. 유나 씨는 심지어 당신을 찾으려다가 사고를 당할 뻔했어요! 설마 몰랐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건 아니죠?
서정원은 임재민을 병원에서 내쫓았다.“유나 씨, 걱정하지 마요. 황찬성 씨는 다친 것 때문에 기분이 안 좋아서 그러는 걸 수도 있어요. 강석일 아저씨가 와서 그의 다리를 치료해 주면 그때 다시 얘기 나눠봐요.”서정원이 유나를 위로했다.유나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고개를 끄덕였다.“네.”“지금 아저씨한테 전화해서 언제 올 수 있는지 물어볼게요.”서정원은 말하면서 휴대전화를 꺼내 강석일에게 연락했다.“여보세요, 아저씨. 언제 해성시로 올 수 있어요? ... 네, 저랑 유나 씨 오늘 막 돌아왔어요. 도착하면 연락해 주세요. 제
“잠깐만 기다려!”심준호는 사무실 책상 앞으로 걸어가 서류 몇 장을 집더니 돌아서서 서정원에게 건넸다. 그의 그윽한 눈빛이 서정원에게 고정되었다.“이건 내가 고른 배우와 감독이야. 마땅치 않은 점이 있나 한 번 확인해 봐.”서정원은 서류를 받은 뒤 한 장 한 장 자세히 읽기 시작했다.심준호가 고른 감독은 문예 부류의 영화를 전문적으로 찍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카메라로 이야기를 담아내는 능력과 배우의 디테일을 잡아내는 능력이 좋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영화의 여주인공이...서정원은 자료 위 사진을 톡톡 두드리며 고개
하루가 지났지만 황찬성은 아무 연락이 없었다.서정원은 도저히 더는 지켜볼 수 없어 유나에게 먼저 집에 돌아가서 쉬라고 했고, 황찬성의 일은 자신이 방법을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그날 오후, 강석일은 예정대로 비행기를 타고 해성시에 도착했다.서정원은 사람들 틈 사이에서 강석일을 발견하고는 그를 향해 힘껏 손을 흔들었다.“아저씨!”그녀는 강석일에게 쪼르르 달려가 그의 옆에 서서 그의 캐리어를 대신 들어줬다.강석일은 웃어 보였다.“유나 남자친구는 지금 어떤 상태야? 우리 당장 병원으로 가자.”강석일이 황찬성의 얘기를 꺼내자
존은 불쾌한 얼굴로 소파로 돌아갔다. 안나는 눈치 있게 그에게 얼음찜질을 해주려고 했지만 존이 툭 쳐내며 노여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꺼져!”안나의 미소가 순간 굳어졌다. 그녀는 억지로 화를 참으며 비위 좋게 존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존 씨, 조금 전 저 여자를 가지고 싶은 거 아니에요? 전 그 여자랑 아주 잘 아는 사이에요. 제게 저 여자를 손에 넣을 방법이 있어요.”존은 화가 난 상태였는데 안나의 말을 듣자 순간 흥미가 돋았다.“그 말 진짜야?”“물론이죠.”안나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입가에 의미심